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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과 이순신, 끝내 역사의 흐름을 바꾸다

드라마 <정도전>과 영화 <명량>은 매우 남성적이다. 스토리는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고, 스토리 속 장면들은 한없이 장쾌(壯快)하다. 대중문화에서 소외된 40~50대 남성들은 ‘퇴근시계’라 불리던 <모래시계> 이후, 오랜만에 TV와 극장으로 몰려갔다. 정도전이나 이순신의 어떤 모습이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우리가 이렇게 고생한 걸 후손들은 알까?’ 영화 <명량>의 물음에 답하듯, 대한민국은 끝내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정도전과 이순신, 두 영웅에 빠져있다. 조선을 세우고, 조선을 구해낸 이 두 영웅은 묘하게 닮았다. 유배에서 돌아와서도 관직에 복귀하지 못한 채 떠돌이로 살던 정도전은 ‘민본이 중심’ 되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실현시킨 조선을 건국했고, 궤멸된 수군에다 12척의 배밖에 남지 않았던 이순신은 ‘백성에게 충성’하기 위해 필생즉사(筆生卽死),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로 전투에 뛰어들어 승리를 거머쥐었다. 무엇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고, 기적을 현실로 만들었을까? ‘자신의 신념에 대한 믿음’과 ‘백성을 위한 충심’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2014년 여름, 정도전과 이순신이라면 능히 우리를 힘들게 하는 많은 현안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이 두 영웅에게 우리는 열광하고 있다.

‘나를 따르라’는 말보다 행동으로 앞장 선 이순신 리더십
조선의 역사인물 중 흥행불패 신화를 갖고 있는 영웅답게 이순신은 이미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과 김훈의 ‘칼의 노래’ 등에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최근 ‘이순신 열풍’과는 그 성질이 다르다. 과거의 이순신이 ‘훌륭한 영웅, 이순신’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지금은 ‘이순신의 리더십’에 주목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차마 앞으로 나오지 못하고 뒤로 물러서 있는 11척의 배를 향해 ‘나를 따르라’며 독촉하지도, ‘엄벌에 처하겠다’고 엄포를 놓지도 않는다. 다만 앞서 행동할 뿐이다. 스스로 의지를 갖고 나설 때까지 말이다. 뒤늦게 왔다고 꾸짖지도 않는다. 담담히 믿고 격려해줄 뿐이다. 이렇듯 윗사람에게는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아랫사람에게는 몸소 모범을 보이며 사기충천하게 하는데, 어찌 믿고 따르지 않겠는가. 두려움을 용기로 바꾼 리더십은 수군은 물론 백성의 마음까지 움직여, 저절로 대동단결케 한다. 오늘날 세월호 참사와 윤일병 사건의 불안한 사회?정치적 시스템 속에서도 국민의 안전은 뒷전이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지도층을 보면서 ‘백성을 향한 충심’으로 난국을 헤쳐가는 이순신의 리더십을 그리워하고, 열광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민본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건국한 위대한 혁명가, 정도전
드라마 마지막 회, “그대는 간신의 상징이 되어서 영원히 경멸과 저주를 받게 될 것이니, 당신이 만든 나라 조선에서 당신은 영혼조차 편히 쉬지 못하게 될 것이오”라는 이방원의 저주처럼 정도전이 명예를 회복하기까지는 50여 년의 시간이 흘러야 했다. 조선 왕조의 기틀을 다지고도 역적으로 규정됐던 그의 명예는 지난 고종 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회복되었고, ‘민본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건국하고자 했던 한 위대한 정치가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은 그로부터 100여년이 흐른 후였다. 사람들은 정도전의 어떤 매력 때문에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본방사수로 충성했을까? 소수의 권문세가들이 막대한 부를 누리며 온갖 부패를 저지르는 동안 다수의 민초들은 매우 궁핍한 생활을 했던 고려 말처럼 오늘날 우리 사회 역시 양극화 현상이 날로 심각해져가고 있고,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무기력감이 늘어가고 있다. 민중의 불신이 임계점에 다다르면 역사의 물줄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트이기도 한다. 정도전이 이성계라는 리더를 앞세워 ‘민본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라는 역성혁명을 꿈꿨듯이 말이다. 여느 때보다도 세상살이가 팍팍한 지금, 사람들은 진정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꿈꾸고 있는지 모른다. 아니, 민본 중심의 정치를 실현시킬 그 누군가가 나타나 우리에게 희망을 품게 해주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드라마 정도전의 마지막 대사가 들리는 듯하다. “나 정도전! 그대들에게 명하노라. 두려움을 떨쳐라. 냉소와 절망, 나태와 무기력함을 혁파하고 저마다 가슴에 불가능한 꿈을 품어라. 그것이 바로 그대들의 대업, 진정한 대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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