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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아시안게임에서 받은 메달보다 더 값진 교육

지난 9월 19일부터 시작해 16일간의 열전을 거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의 성화가 꺼졌다. 아시아 45개 국가·지역의 선수들이 땀과 눈물로 승부를 겨룬 이번 대회에서 대한민국은 폐막 전날까지 금메달 39개로 종합 3위를 달렸다. 원래 목표했던 금메달 40개에는 하나가 모자랐지만, 숫자만으로 이번 대회의 의미를 평가하기에는 우리가 놓친 것이 많지만 오히려 얻은 것도 많음에 위안을 삼고자 한다.

 

이번 대회를 지켜보면서 솔직히 운영상의 아쉬움은 매우 컸다. 이것이 과거 선진국 일본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크게 실망과 분개하도록 만들었다. 그것은 대회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갖가지 혼선과 실수에서 출발했다. 한때 세계가 부러워하던 ‘축소 지향의 일본’이란 이름답게 치밀함과 정교함을 기대했던 만큼 실망은 더 컸다. 하지만 경기장 안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반전의 다른 장면들이 펼쳐졌다. 그곳에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교사들이 있었다. 바로 출전한 우리 선수들이었다.

 

한국 야구는 일본과의 결승에서 3-1로 승리하며 아시안게임 5연패를 달성했다. 특히 8회 김도영과 문보경의 활약으로 3-1로 앞서간 뒤 승리를 지켜냈다. 앞선 예선에서는 일본전에서의 패배를 딛고 결승에서 다시 일본을 넘어선 것이다. 한편에서는 한국 프로야구의 젊은 강자들로 구성된 대표팀이 예선전에서 일본 사회인 야구 대표팀에 영봉패를 당하면서 매우 큰 실망과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가 청소년 교육으로 배워야 할 것은 5연패라는 화려한 기록이 아니다. “패배를 어떻게 기억하느냐가 다음 승리를 결정한다”는 교훈이었다. 우리 교육은 학생의 실패를 너무 오래 기억한다. 한 번의 시험 실패가 ‘공부 못하는 아이’가 되고, 한 번의 입시 실패가 ‘능력이 부족한 아이’라는 낙인을 찍기도 한다. 그러나 스포츠는 말한다. 실패는 인생의 최종 판결문이 아니라 다음 경기를 위한 참고서라고 말이다. 따라서 좋은 교사는 학생에게 “왜 실패했니?”라고 묻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니?”라고 물어야 한다.

 

골프의 김주형은 이번 대회 남자 개인전에서 최종 라운드 6언더파 64타를 기록하며 합계 18언더파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미국에서 직전의 경기를 마치고 일본으로의 장거리를 이동해서 참여한 이 경기에서 그는 ‘리틀 타이거’라는 별칭에 맞게 우상인 타이거 우즈의 응원을 받으며 신체적 피로를 극복하고 정신을 가다듬는 등 여러 면에서 악조건을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또한 경기를 치르면서 여러 차례 악재에 빠지기도 했지만 한 타 한 타 이를 극복해 내면서 결국 승자의 영광을 안게 된 것이다.

 

골프에서 선수는 18홀 전체를 한꺼번에 칠 수 없다. 오직 지금 눈앞에 있는 한 타만 칠 수 있다. 이것은 청소년 교육에 너무나 중요한 진리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늘 먼 미래를 이야기한다. 좋은 대학, 좋은 직업, 성공한 인생을 말한다. 그러나 인생의 거대한 목표도 결국 오늘의 작은 행동이 쌓여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그는 “꿈은 크게, 행동은 작게, 목표는 멀리, 실천은 오늘”이라는 우수한 수업의 사례를 남김으로써 학생에게 “좋은 대학에 가라”고 말하는 것보다 “오늘 한 시간이라도 제대로 공부해 보자”고 말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더 강력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양궁의 이우석은 남자 리커브 개인전에서 일본의 나카니시 준야를 6-2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하며 단체전에 이어 2관왕에 올랐다.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양궁에서 과녁은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는 것은 선수의 마음이다. 관중의 함성, 상대 선수의 점수, 마지막 한 발에 대한 부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압박이 손끝을 흔든다. 그래서 양궁의 진짜 상대는 상대 선수가 아니라 자기 안의 흔들림인지도 모른다.

 

오늘의 청소년 역시 수많은 과녁 앞에 서 있다. 친구의 성적, 부모의 기대, SNS 속 타인의 화려한 삶, 끊임없는 비교가 자신의 과녁을 잃게 만든다. 그러므로 교육은 남보다 앞서라고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 “(세상을 향한) 너의 과녁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한다.

 

스포츠클라이밍의 서채현은 여자 리드 결승에서 참가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정상인 ‘톱(Top)’까지 완등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과거 아시안 경기에서 여러 차례 금메달을 놓친 아쉬운 승부를 이번에는 마침내 금메달로 마무리한 것이다. 경기에서 클라이밍은 정상만 보면 간단해 보인다. 그러나 정상에 도달하기까지 수많은 홀드를 하나씩 잡아야 한다.

 

인생도 그렇다. 한 번의 도약으로 정상에 오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공부라는 홀드, 실패라는 홀드, 경험이라는 홀드, 기다림이라는 홀드 등등 하나씩 붙잡아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재능보다 “조금만 더”라는 마음이라 할 것이다. 교육은 아이에게 성공하는 방법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끝까지 해보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진리를 깨닫게 했다.

 

남자축구 대표팀은 보다 많은 수업의 결과를 남겼다. 결승에서 일본을 1-0으로 꺾고 아시안게임 4연패라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은 이전 연령별 대표팀 경기에서 두 번이나 실패를 한 중국과의 준결승에서도 2-1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랐고, 마지막에는 숙명의 한일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박진감이 넘치는 경기로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하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경기는 결국 나이 차이를 실감케 하는 우리 팀(23세)이 차세대를 조직적으로 키우는 일본팀(21세)을 압도해 ‘형’ 팀의 위상을 보여준 것이다. 축구는 한 명의 스타만으로 승리할 수 없다. 골을 넣는 선수도 필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상대를 막고 패스를 연결하고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선수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번 축구 대표팀의 일부 선수들은 경기장 밖에서 철딱서니 없는 언행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결승전에서 도움을 기록한 양민혁 선수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메달이나 트로피는 중요하지 않다. 군 면제라는 보상, 그거 하나만 보고 경기했다”고 말했다. 팀 내 최연소 선수인 박승수는 경기 직후 라커룸에서 전역모를 쓴 채 찍은 인증샷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주장 이기혁 선수는 우승 직후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흥분된 목소리로 “저 이제 군대 안 갑니다”라고 외쳤다. 이 선수는 대회 전에 이미 입대 통보를 받았었다.

 

이들의 철부지 실망스런 언행은 탐 흘린 동료 선수들까지 가슴 펴고 박수을 답기 어렵게 만들었다. 과거 손흥민 선수는 “제게 병역 혜택은 두 번째 문제였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우선이었다”라고 말한 것과 매우 대조적이었다. 이는 메달의 무게를 모르는 선수들에게 태극마크는 어울리지 않는 다는 것을 확인시켰고 군 면제라는 ‘잿밥’에만 관심을 가진 일부 선수들로 인해 다시금 국가대표로서의 자질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글에서는 지면 관계상 수많은 서사 중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몇 가지 사례의 경우만 적시했다. 하지만 1등보다 더 값진 메달이 분명히 많이 있었다. 예컨대, 한국 국적을 취득한 다문화 가정 출신 육상 선수인 조엘진과 비웨사는 4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땄지만 미래 한국 육상의 강력한 희망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밖의 다문화 가정 출신으로 농구의 이해란은 단체 우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유도의 허미미는 재일교포 3세로 한국 국적으로 출전해 자기가 나고 자란 일본에서 금메달을 쟁취하여 독립 유공자 후손으로서의 위상을 한껏 발휘하기도 했다.

 

학교도 이와 다르지 않다. 1등만 주목받는 교실에서는 교육의 절반만 보게 된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아이,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아이, 어려운 친구를 돕는 아이,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규칙을 지키는 아이도 모두 소중한 교육의 주인공이다. 교육은 모두를 스타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빛나게 하는 일이어야 한다.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이번 아시안게임은 일본의 운영에서 우리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시상식에서 국기 게양이 중간에서 멈추고, 애국가가 북한의 국가로 둔갑하고, 선수를 이동시키는 버스가 장시간 지연되고 그것도 엉뚱한 경기장으로 데려가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운영의 미숙함은 아시아에서 지는 별 일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였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고 하듯이 이 또한 역시 우리에게는 하나의 값진 수업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선진국이라도 실수할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조직이라도 흔들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실수하지 않는 조직이 아니라 실수에서 배우는 조직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교사도 실수할 수 있고 학생도 실패할 수 있다. 교육정책도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그러므로 교육의 선진성은 완벽함에 있지 않다. 실패를 인정하고, 원인을 찾고, 다시 개선하는 능력에 있다. 이번 대회를 마치며 우리 교육이 새롭게 새겨야 할 것도 바로 이것이다.

 

메달은 선수의 목에 걸리지만 감동은 우리의 가슴에 남는다. 그리고 그 감동을 다음 세대의 삶으로 옮겨주는 것이 교육이다. 야구는 패배를 이기는 법을 가르쳤고, 골프는 오늘의 한 타에 집중하는 법을 보여주었으며, 양궁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일깨웠다. 클라이밍은 마지막 홀드까지 포기하지 않는 힘을, 축구는 팀과 자기 역할과 국가대표 자질의 소중함을 가르쳤다.

 

그러니 이제 우리 교실의 질문도 바뀌어야 한다. “몇 등을 했니?” 라고 묻기 전에 “어제의 너보다 오늘 얼마나 성장했니?”라고 물어야 한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아이가 진짜 승자라 할 수 있다. 이제 아시안게임의 성화는 꺼졌다. 그러나 경기장의 안팎에서 배운 수업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메달은 목에 걸리지만 성장은 삶에 남는다. 그리고 좋은 교육은 그 성장을 평생의 힘으로 바꾸어주는 일이다. 이것이 우리가 이번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얻은 진짜 금메달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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