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도화서 화원으로 활동했던 정홍래(鄭弘來, 1720~?)가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침 해를 맞이하는 매(Hawk at Sunrise)에는 거친 파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붉게 타오르는 아침 해를 의연하게 바라보는 매 한 마리가 보인다.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스치는 1월이다. 한 해의 시작과 끝은 인간이 만든 시간의 인위적 경계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는 무엇인가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강박에 시달릴 수도 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여느 때와 다름없지만, 달력의 첫 장을 넘기는 우리 마음속에는 설렘과 막연한 두려움이 교차하곤 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학기이지만,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은 언제나 새로운 우주이며,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파도는 매년 다른 높이로 밀려오기 때문이다. 그럴 때, 오래된 회화 한 폭을 꺼내어 천천히 들여다보면 어떨까.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는 Hawk at Sunrise라는 제목의 조선 회화 한 점이 걸려 있다. 우리말로 옮기면 아침 해를 맞이하는 매이다. 거친 바다와 파도 위, 기암괴석, 떠오르는 붉은 해, 그리고 바위 끝에 홀로 선 한 마리 매가 화면을 채운다. 메트는 이 작품을 조
세계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면서 해외의 교육 환경 또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띠게 되었다. 특히 중국과 같은 국가에서 한국 학생들을 교육하는 재외한국학교는 한국 교육의 방향과 교육과정을 해외에서 실현하는 동시에 현지 사회의 문화·법·정치 환경을 존중해야 하는 이중적 책무를 갖는다. 이런 특수한 맥락 속에서 교원의 정치기본권 문제는 단순히 국내 교육에서의 논의를 넘어, 국제사회에서 한국 교육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의 ‘교원의 정치기본권’ 한국에서는 교원의 정치적 표현, 정당 가입 등을 폭넓게 제한하고 있다. 이는 1960~70년대 권위주의 시절부터 이어져 온 규제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해 왔다. 그러나 해외에서 바라볼 때 이러한 규제는 국내보다 더 복합적이고, 때로는 모순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전 세계의 많은 국가에서는 공무원이나 교원의 정치적 활동을 어느 정도 제약하고 있지만, 정당 가입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OECD 국가들 상당수 역시 정당 가입을 자유롭게 허용
서울 광진구의 작은 학교, 양남초등학교가 달라지고 있다. 전교생 120명에 불과했던 학교는 최근 아파트 입주와 함께 186명으로 늘었고, ‘없어질 학교’라는 오명을 벗고 지역에서 주목받는 학교로 변모하는 중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지난해 9월 공모로 부임한 유태호 교장이 있다. 그는 “학생·학부모·교사가 모두 행복하게 성장하는 학교”를 비전으로 내걸고, 1년여 동안 소통·수업혁신·학생지원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해 왔다. 매월 열리는 ‘학부모 간담회’ … 민원은 줄고 신뢰는 높아져 부임 직후 유 교장이 마주한 것은 “학교가 빨리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학부모들의 기대와 요구였다.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별관 신축 문제, 낡은 학교시설, 예산 부족 등의 현안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초기엔 학부모 요구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시한 학교 비전인 ‘슬기로운 행복 성장’과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학교’를 실현하려면 우선 학부모 목소리를 충분히 듣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그가 선택한 방식은 매월 한 번, 꾸준한 학부모 간담회였다. 단순히 학교 구성원만 참여하는 자리가 아니라, 지역 시의원·구청장·국회의원까지 초청해 논의의 폭을 넓혔다.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 교육자들이 현장에서 그토록 치열하게 고민하고 가르치는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30년 전 제 강의를 들었던 한 선생님께서 저의 강의가 본인의 교직생활을 지탱해 준 ‘나침반’이 되어주었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육자는 바로 이런 뿌듯한 순간을 위해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30년 전은 특별한 시기였습니다. 한국은 정보화 시대를 맞이하며 대대적인 교사연수 바람이 불었던 때였습니다. 거의 모든 선생님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우고 익히며 ICT(정보통신기술) 연수에 매진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산업화에 이어 정보화마저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결정적인 동력은 바로 그 열정적인 선생님들의 변화 의지였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찬사가 아니라 확실한 증거가 있는 팩트입니다. 새교육 칼럼(2025. 3. 5.)에 언급했듯이, 2013년도 OECD 보고서는 한국 대졸 평균 ICT-기반 문제풀이 능력이 세계 꼴찌인데, 한국 학생과 교사의 능력은 세계 최고라고 하였습니다. 즉 1등 교육자가 있었기에 1등 제자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명제가 증명된 역사적 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이 희망이
위험한 과학책(10주년 기념판) (랜들 먼로 지음, 이지연·장연재 옮김, 시공사 펴냄, 420쪽, 2만 5,000원) 세계적 밀리언셀러 ‘위험한 과학책’이 더욱 풍성한 유머와 최신 정보로 10년 만에 돌아왔다. 이 책은 NASA 출신 웹툰 작가가 독자들에게 받은 기상천외한 질문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검증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미분 방정식, 기밀 해제된 군사 문건까지 동원해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해결한다. 이번 10주년 기념판에는 기존 내용의 수정·보강은 물론, 한국 독자를 위한 특별 서문과 사인, 보너스 페이지가 수록됐다. 공짜로는 알 수 없는 아들 설계 비법 0~12세 (김준수 지음, 여의도책방 펴냄, 204쪽, 1만 7,500원) 10년 동안 축구 클럽과 학교에서 2,000여 명의 아이들을 밀착 지도한 ‘아들 특화’ 스포츠 심리 코치가 소개하는 아들 양육법. 스마트폰 중독을 막는 도파민 관리법, 평생 건강을 좌우하는 식습관과 운동 루틴, 그리고 자존감을 높이는 칭찬의 기술까지 바로 실천 가능한 매뉴얼을 담았다. 특히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기조절력’과 ‘관계력’을 꼽으며, 이를 길러주기 위한 부모의 역할을 강조한다. 모두
우리나라에서 ‘부촌’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어디일까? 사람마다 떠올리는 지역은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용산의 동부이촌동, 서초의 반포·잠원지구, 강남구 압구정동을 말하곤 한다. 그러나 이 지역들이 처음부터 부촌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동부이촌동은 군사시설과 철도 창고가 자리하던 변두리였고, 반포·잠원 일대는 한강의 모래톱과 습지가 넓게 펼쳐진 황량한 지역이었다. 압구정동 역시 배밭과 농경지가 이어지던 서울 외곽의 조용한 마을에 불과했다. 지금의 부촌은 결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도시 확장과 경제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결과이다. 그렇다면 이런 변두리였던 지역들은 어떻게 한국을 대표하는 최상급 주거지로 도약하게 되었을까? 그 과정에는 단순한 도시 확장 이상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국가의 개발 전략, 대규모 공유수면1 매립사업, 건설사들의 이해관계, 그리고 한강이라는 자연적 자원이 지닌 잠재적 가치가 서로 맞물리며 새로운 주거 축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대기업 건설사에는 사업권과 용지 제공 등 다양한 형태의 특혜가 돌아갔고, 이는 곧 해당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했다. 다시 말해, 부촌의 탄생은 자연적으로 형성
한 학기 안에 고조선부터 6·25까지 나는 올해로 5학년 담임을 네 번째 맡고 있다. 5학년은 6학년에 비해 생활지도가 비교적 수월하지만, 교육과정만 놓고 보면 5학년이 훨씬 버겁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2학기 사회과 한국사 단원도 그 원인 중 하나다. 동료 교사들에게서 “한국사 가르치기 힘들어서 5학년이 자신 없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한 학기에 고조선 건국부터 6·25 전쟁까지를 어떻게 다루란 말인가?”라는 절절한 고민이 담겨있었다. 사실 나 역시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5학년을 여러 번 맡았지만, 지금도 매년 한국사 연수를 60시간 이상 듣고, 관련 서적을 반복해서 읽는다. 교사가 교육 내용의 전문가가 되지 않고서는 학생 수준에 맞는 탐구수업을 설계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전 교과를 모두 가르치는 초등학교의 특성상, 한 과목에 이렇게 많은 시간이 투입되면 다른 교과 준비는 자연스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는 한국사 단원을 개념기반 교육과정으로 전면 재설계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그 과정은 더 힘들었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럴 때마다 떠올리는 문장이 있다. ‘애쓰고 노력한 끝에는 결국 이룸이 있다.’ 최태성 선생
20년 만에 복귀하는 김민종 그리고 최지우의 3년 만의 신작 영화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1989)에서 단역으로 시작해 드라마 신사의 품격(2012)의 순정남 최윤 역할로 사랑받았고, 가수로 하늘 아래서와 손지창과 2인조 그룹 ‘더 블루’의 너만을 느끼며를 히트시키며 일약 청춘스타로 등극했던 김민종이 피렌체(감독 이창열)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노 개런티로 참여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는데, 2005년 관객 1만 4천여 명을 동원한 종려나무 숲(감독 유상욱) 이후 꼭 20년 만이다. 피렌체는 권고사직과 무기력에 시달리며 삶의 방향을 잃은 중년의 ‘석인’(김민종)이 상실의 끝자락에서, 젊은 시절 자신의 열정이 숨 쉬었던 이탈리아 피렌체로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드무비다. 시간이 멈춘 듯 여전히 아름다운 피렌체 곳곳을 걸으며 석인은 그 시절 단짝 친구의 연인 ‘유정’(예지원)과 재회해 과거 자신이 버리고 떠난 기억과 감정을 마주한다. 범죄도시 4와 공조의 이성제 촬영감독이 피렌체 특유의 빨간 지붕들이 한눈에 보이는 전경과 광장 명소에 인물의 내러티브를 대입해 한 편의 무성영화 같은 웰메이드 로드무비로 완성했다. 인간의 삶과 죽음을 한국적 감성
“AI 시대는 자기 역량을 발견하고 발전시켜 ‘최고의 나’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면 기존 성공 모델의 ‘플러스 원(Plus One)’은 될 수 있지만, 결코 ‘더 원(The One)’은 될 수 없습니다.” 세계적 교육학자 폴 킴 전 스탠퍼드대 부학장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에 만연한 ‘정해진 길 따라가기’ 식 성공 모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대세를 따라가는 것이 오히려 가장 위험한 선택이 됐다”며 “학교에서의 배움이 잉여지식이 되지 않도록 교육의 작동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국내 한 대학이 주최한 포럼에서 AI를 질산암모늄에 비유하며 “잘 쓰면 인류를 이롭게 하지만 교육이 통제하지 못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제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의 창의적 질문을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질문 없는 교실에는 미래가 없다” 폴 킴 교수는 “학생이 배웠는지 확인하는 유일한 증거는 ‘질문’이다”라고 단언했다. 단순히 외운 내용을 말하는 것은 배움이 아니며, 스스로 궁금함을 느끼고 질문할 수 있을 때 배움이 비로소 작동한다는 것이다.
즉답형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심층면접에서 수험생이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은 바로 ‘즉답형’ 질문을 마주할 때입니다. 준비해 온 문항이 아닌 낯선 질문이 들어오는 순간, 머릿속은 하얗게 변하고 말은 길어지며, 결국 애써 지켜 온 시간과 태도가 한순간에 무너지곤 합니다. 그러나 관점을 바꾸면 즉답형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은 지원자의 지식량을 넘어, 태도와 사고의 깊이를 가장 투명하게 드러내는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하는 모습 자체가 교육전문직으로서의 역량을 증명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떨림은 사치다’라는 말을 단순한 마음가짐이 아닌, 실전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바꾸는 구체적인 방법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즉답형 10초의 미학 _ ‘키워드 포착’과 ‘두괄식 선언’ 즉답형 답변에서 중요한 것은 ‘완벽한 정답’이 아닙니다. 질문의 핵심을 간파하고, 준비해 둔 키워드와 자신의 정책철학을 연결해 흔들리지 않고 대응하는 능력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기술이 바로 ‘10초의 미학’입니다. 질문을 듣고 입을 떼기까지의 짧은 10초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1초는 숨을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