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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의 반전 … 학생·학부모·교사가 행복한 양남초”

 

서울 광진구의 작은 학교, 양남초등학교가 달라지고 있다. 전교생 120명에 불과했던 학교는 최근 아파트 입주와 함께 186명으로 늘었고, ‘없어질 학교’라는 오명을 벗고 지역에서 주목받는 학교로 변모하는 중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지난해 9월 공모로 부임한 유태호 교장이 있다. 그는 “학생·학부모·교사가 모두 행복하게 성장하는 학교”를 비전으로 내걸고, 1년여 동안 소통·수업혁신·학생지원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해 왔다.


매월 열리는 ‘학부모 간담회’ … 민원은 줄고 신뢰는 높아져
부임 직후 유 교장이 마주한 것은 “학교가 빨리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학부모들의 기대와 요구였다.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별관 신축 문제, 낡은 학교시설, 예산 부족 등의 현안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초기엔 학부모 요구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시한 학교 비전인 ‘슬기로운 행복 성장’과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학교’를 실현하려면 우선 학부모 목소리를 충분히 듣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그가 선택한 방식은 매월 한 번, 꾸준한 학부모 간담회였다. 단순히 학교 구성원만 참여하는 자리가 아니라, 지역 시의원·구청장·국회의원까지 초청해 논의의 폭을 넓혔다. 여당 의원을 부르면 다음 달엔 야당 의원을 초대하는 식으로 정치적 균형도 맞췄다. 작은 학교임에도 지역 정치권이 직접 와서 의견을 들으니,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학교 울타리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로 발산되기 시작했다.

 

 

학교 내부적으로는 SNS 등을 통해 학부모와 일대일 소통에 더욱 힘을 쏟았다. 기존 종이 가정통신문은 확인율이 낮고 전달력이 떨어졌다. 유 교장은 학교가 무엇을 하는지 학부모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어 디지털화를 추진했다. 첫째는 노션 기반 온라인 소식지다. 각 부서 담당교사가 공동 작업으로 월간 소식지를 제작하고, 학부모는 링크로 손쉽게 확인한다. 인쇄·배포 절차가 사라져 업무 효율도 크게 올랐다.

 

둘째는 학교 공식 인스타그램 ‘yangnam_es’ 개설이다. 아이들 활동과 시설 변화 등을 꾸준히 올리자, 게시물에 따라 1,800회가 넘는 조회 수가 나오기도 한다. 학부모들이 사생활 노출을 우려해 ‘좋아요’는 적게 누르지만, 조회수는 꾸준히 높다는 것이 유 교장의 설명이다. “인스타가 처음엔 귀찮을 줄 알았는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학부모에게 바로 전할 수 있어 좋더라고요. ‘우리 아이들이 이런 활동을 했다’고 바로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요.” 이 같은 디지털 소통 강화로 학부모들과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졌고, 민원은 자연스럽게 줄었다.

 

 

‘PBS 프로그램’으로 학생 행동 변화 … “200만 원으로 학교가 달라졌다”
양남초 혁신의 또 다른 축은 PBS(긍정적 행동 지원) 프로그램이다. 원래 특수교육 분야에서 발전한 이 프로그램을 전교생이 참여하는 모델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아이들은 학교 규칙을 스스로 정하고, 이를 지키면 포인트를 받는다. 포인트는 분기별 ‘양남 마켓’에서 문구류·사탕 등 소소하지만 다양한 물건으로 교환할 수 있다. 연말엔 간식차를 불러 전교생에게 간식을 제공한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대표적인 변화는 등교 시간이다. 작년만 해도 8시 45분 독서 시간이 되면 으레 늦게 오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올해는 대부분 제시간에 맞춰 온다. 독서벨이 울리면 학생들은 10쪽 독서 후 ‘문해력 노트’를 작성해 쉬는 시간에 교장실로 가져온다. 유 교장은 학생들에게 직접 도장을 찍어주며 간식을 건넨다. 처음엔 한두 명만 올 줄 알았는데 전교생의 30~40%가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과정은 교장-학생 간 교류의 기회를 크게 늘렸고, 아이들은 스스로 독서 시간을 챙기는 습관이 생겼다.


칭찬 스티커 한두 장과 간식 하나에 아이들이 달라질까 싶겠지만 사실이다. 유 교장은 “물질적 풍요를 떠나 학교에서 칭찬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아이들은 행복해하더라”고 전했다. 이 성과는 서울교육청에서도 주목해, 양남초는 올해만 3차례 사례 발표를 진행했다. 병설유치원도 자발적으로 참여해 스티커 보상 활동을 함께 운영하며 자연스러운 이음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탐구 질문’ 기반 수업으로 … 새해 IB 학교에 도전할 생각
교육활동 분야에서 유 교장은 교사 자율성과 전문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탐구 질문’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사고하게 하는 수업 구조 전환이다. 이를 위해 수석교사가 중심이 되어 교사 개별 컨설팅을 진행했다.

 

‘수업목표에 물음표만 붙이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던 교사들도 “수업 후 도달점 질문과 목표점 질문이 같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통해 수업설계를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양남초는 서울시교육청의 ‘질문이 있는 학교’ 선도학교에 선정되었다. 새해에는 관련 예산을 지원받고, 운영 성과에 따라 현판도 받는다. 유 교장은 “앞으로 IB 학교까지 도전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변화는 교사들에게 지나친 요구를 하거나 ‘톱다운 방식’이 아닌, 교사들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그의 경영 스타일과 맥을 같이한다. 그는 “교사들이 원하지 않는 걸 억지로 하면 몇몇 부장교사나 교감만 힘들어진다”며 “변화는 교사 스스로 이해할 때 시작된다”고 말했다.”

 

 

유 교장은 남은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것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우선 학교시설을 현대화하는 것이다. 현재 양남초는 오래된 건물을 새로 짓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한때 지역 주민들 사이에 시설이 낙후돼 ‘없어질 학교’라는 오해도 있었기에 어디 내놔도 남부럽지 않은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디지털 AI 쪽 연수를 통해 교사들의 역량을 키우고, 이를 아이들 수업에 자연스럽게 접목시켜 ‘양남초 하면 시설 좋고 디지털 교육 잘하는 학교’로 소문나고 싶다”고 말했다. 


유 교장은 서울 시내 초등 교장 중 최연소 교장이다. 만 46세에 교장에 올랐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가장 편안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그는 아이들이 이곳에서 안전하게 실패해 볼 수 있는 공간, 그 실패를 기반으로 더 단단해지고 성장하는 기반이 되는 곳이 학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교의 비전 역시 ‘행복 성장’이다. “아이도, 학부모도, 교사도 학교 오는 것이 즐겁고, 이 공간을 통해 각자 나름의 행복을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학교의 모습입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작은 초등학교, 젊은 교장이 만들어내는 패기가 머지않아 수도 서울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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