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내에서 도착지 날씨를 알려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이웃 나라니 새삼 놀랍지는 않지만, 생각보다도 일본은 훨씬 더 가까웠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공항 천장을 가득 메운 요괴 그림들이 먼저 우리를 반긴다. 현란하게 채색된 애니메이션의 향연에 놀라 이곳저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이번에는 공항 한 면을 가득 메운 유리창이 눈에 띈다. 스테인드글라스 형식의 애니메이션이 한가득이다. 가히 요괴 공항으로 불릴만하다. 사카이미나토 시요괴 만화의 고향 공항 곳곳에 배치된 요괴 그림은 바로 요괴 만화의 거장, 미즈키 시게루(水木しげる)의 대표작인 ‘게게게의 기타로(ゲゲゲの鬼太郎)’의 캐릭터들이다. 곳곳에 숨은 요괴 그림은 지방도시의 작은 공항에 불과한 요나고(米子) 공항을 여행자들의 기억 속에 각인시킨다. 공항에서부터 고조된 가슴은 요괴 열차에 올라 사카이미나토 시(境港市)의 요괴 마을에 도착하면서 그야말로 뻥 터질 만큼 부풀어 올랐다. 외눈을 달고 달리는 택시들, 기괴한 웃음으로 여행자를 맞이하는 이정표들, 요괴 모양 얼굴로 만들어진 빵들. 발길 닿는 곳마다 마주치는 익살스런 요괴들 때문에 미소와 탄성을 멈출 수 없다. 철들지 않는 남편, 애니
학생들이 말을 조리 있게 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토론은 중요한 과제가 됐다. 어떻게 해야 자기 생각을 똑 부러지게 잘 말할 수 있는 아이가 될까. 말을 잘하는 학생은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정에서 식사시간에 다양한 대화를 즐기는 것이 아이들의 대화 능력과 표현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듯 학교에서도 자주 토론을 경험해 보는 것이 교실에서 말하기 능력을 기르는 방법이다. 토의·토론 학습을 통해 적극적인 의사소통능력을 조금씩 향상할 수 있으며, 서로 협력해 이뤄가는 따뜻한 교실 토론의 기쁨도 맛볼 수 있다. 토의·토론 학습 이해하기 토의·토론 수업은 상호 의견 교환을 통한 집단 사고의 과정을 거쳐 수업목표를 달성하며, 학습 성과를 학생 스스로 발견하게 하는 협력수업의 한 방법으로 학생을 방관자가 아닌 학습의 참여자로 만들고, 학생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 죽어있는 수업을 살아있는 수업으로 만든다. 토의·토론 수업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 학생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과 규칙이 있다. 먼저, 수업의 효과를 위해 누구나 의견 혹은 주장을 말할 수 있도록 하고, 경청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며 배려하고 공감하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등 예전에 생소하거나 막연하게만 다가왔던 용어들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핵심용어와 함께 거부할 수 없는 화두가 돼 우리 삶 속에 스며들고 있다. 선택형 문제 위주로 구성된 지필고사를 준비하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답습된 ‘무조건적인 암기 위주의 학습방법’으로는 촌각을 다투며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살아가기에 부족하다. 인간만이 갖출 수 있는 역량을 길러내고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인공지능과 무한경쟁 시대를 살 차세대에게 무조건적인 암기와 단순 지식만을 되풀이하는 수동적인 배움만을 강요하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배움을 터득할 수 있는 ‘학생참여형 교과 활동’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기계적으로 귀를 열어 듣고, 쓰고, 외우는 수동적인 학습활동에 길든 학생들에게 학생참여형 활동수업을 참여케 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는 않다. 많은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평준화제도 시행 이래로 대부분의 인문계고등학교에는 다양한 수준의 학습능력을 갖춘 학생이 혼재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어 교과의 경우, 학급당 학업성적 상위 4%에 해당하는 학생을 제외하고는 영어 독해능력이 부
학교에서 교과를 제대로 가르쳐서 참된 이해를 개발시키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안이 있지만 최근에 주목을 받고 것 중에 하나는 역행설계(Backward Design) 교육과정이다. 역행설계 교육과정은 미국의 위긴스(Wiggins)와 맥타이(McTighe)가 제안한 이해중심 교육과정(Understanding By Design, UBD)이라는 교육과정 설계 모형의 별칭이다. 이 모형은 사실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심층적인 지식의 구조에 대한 앎과 적용이 이뤄졌는가를 평가과제로 제시한다. 위긴스와 맥타이는 이런 ‘이해’를 돕기 위한 단원 설계와 수업 계획이 기존과는 다른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까지 교사들은 주어진 학습목표를 보고 어떤 재미있는 활동을 수업에 포함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수업이 모두 이뤄진 후에 평가를 시행했다. 그러나 이해중심 교육과정 설계 모형에서는 교사들이 수업 전에 먼저, 단원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내용’이 무엇인지를 학문의 핵심 개념과 원리에 기초해 끌어내고, 학습자가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음을 드러내는 증거가 될 수 있는 평가과제를 개발한다. 그런 다음, 학생이 평가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방식으로 학습
교육공약 중에서 향후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공약은 교육정책 결정권을 갖는 교육 지배구조에 관한 공약이다. 일부 후보 진영에서는 정책결정권을 갖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하면서도 국민적 합의와 많은 논의가 필요한 학제를 비롯한 중요한 교육공약도 함께 발표해 국가교육위원회의 정책결정권을 부정하는 상호 모순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정책의 잦은 변경, 일관성 결여, 정책 독점, 갈등 심화 등의 많은 문제가 이런 대선 공약 개발 절차와 적용에 기인하는 부분이 크다는 점을 생각할 때 어쩌면 가장 바람직한 교육공약은 졸속 교육공약 개발과 이를 그대로 국정 지표에 반영하는 행태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일 것 같다. 교육부의 상급기관 행세하는 청와대 중앙정부 조직과 관련해 가장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은 교육부 폐지 여부, 권한 축소, 그리고 합의제 기구 신설이다. 그러나 이런 논의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과 대통령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하는 청와대의 존재다. 잦은 정책변경과 같은 문제의 뿌리는 실질적 결정권을 행사하는 주체와 조직은 뒤에 숨어 있으면서 책임만 교육부가 지도록 한 구조에 있다.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
장미는 5월부터 피는 대표적인 꽃이다. 이번 대선을 ‘장미 대선’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 소설 속에 핀 두 송이 장미가 있다. 한 송이는 신경숙이 베스트셀러 소설 ‘엄마를 부탁해’에서 엄마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내며 쓴 장미이고, 다른 송이는 정이현이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불타는 사랑을 표현할 때 쓴 장미다.‘엄마를 부탁해’ 표지는 강렬한 빨간색에 밀레의 ‘만종’에 나오는 듯한 여자가 기도하는 그림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일본어판 표지는 장미 사진으로 뒤덮여 있다. ‘엄마를 부탁해’가 장미와 무슨 연관이 있어서 이런 표지를 쓴 것일까. 일본 출판사에 문의해본 것은 아니지만, 소설에서 장남이 서울에 처음 집을 장만했을 때 엄마가 담장 옆에 장미를 심어주는 내용에서 착안한 것이 확실하다. “그가 집을 갖게 되고 처음 맞이한 봄에 서울에 온 엄마는 장미를 사러 가자고 했다. 장미요? 엄마의 입에서 장미라는 말이 나오자 그는 잘못 듣기라도 한 듯 장미 말인가요? 다시 물었다. 붉은 장미 말이다, 왜 파는 데가 없냐? 아뇨 있어요. 그가 엄마를 구파발에 쭉 늘어서 있는 묘목을 파는 화원으로 데리고 갔을 때 엄마는 나는 이 꽃이 젤 이뻐야, 했다. 엄
지난해 봄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 사이에 벌어진 세기의 바둑 대결 이후 우리 교육계는 교육제도와 틀, 교육내용과 방법 등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듯하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은 기존 학교교육의 빠른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고 외부에서 학교교육의 혁신을 강제하려고 들어서는 안 된다. 물론 학교가 외부의 변화에 대해 더디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음은 분명하다. 학교 ‘밖’에서는 그것을 깨우치고픈 욕심과 조급증에서 교육의 변화와 혁신안을 만들고 학교에 강제하고픈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위기의식과 조급증은 학교구성원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고 그들을 교육개혁의 과정에서 소외시킬 수 있다. 그럴 경우에 학교개혁과 변화는 오히려 어려워지고 교육의 위기는 심화될 수 있다. 교육개혁을 주장하는 정치가나 기업가, 교육운동가들은 교육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그러나 교육문제는 결코 한꺼번에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가 기대하는 이상적인 교육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교육개혁에 대한 역사적 연구들은 교육의 혁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역량 여섯 가지를 제시했다.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등이다. 이런 역량을 키우기 위해 단편적인 지식만 전달하는 교과 교육이 아닌 토의·토론 수업과 실험·실습 활동 등을 확대하고 과정 중심의 평가를 활성화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의 교육과정이 지식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 효율적으로 아이들에게 전달할지, 어떻게 성취도를 높일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개정 교육과정은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준비하는 교육과정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이런 교육과정의 개편은 학교 도서관 교육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학교도서관 교육의 이론적 목표는 생애능력, 자기주도적 학습, 정보 활용 능력인 리터러시(Literacy)의 배양이다. 학교도서관 이용 교육과 활용 수업은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교육활동으로 단순히 학습과제의 주도적인 해결뿐 아니라, 생활에서 부딪치는 다양한 문제를 매체가 담고 있는 정보와 지식을 활용(정보 활용 능력)해 해결하는 능력(생애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PART VI
우리나라의 정치상황만큼이나 세계정세도 요동치고 있다. 특히 2017년 국제정세 혼돈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유력 언론사들의 예측이 빗나간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그 결과만으로도 큰 혼란을 줬다. 미국 대선이 시작되면서 그가 쏟아낸 공약은 많은 비웃음을 샀다.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장벽을 세우겠다, 그동안 맺은 자유무역협정을 재고하겠다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들은 대중을 자극하기 위한 것일 뿐 지킬 가능성이 희박한 정책으로 치부됐다. 충격적인 시작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만 해도, 결국 그 역시 기존의 틀에서 포용의 방향으로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취임 직후 그의 행보는 충격에 가까울 정도로 공약을 실천해가고 있다. 많은 반발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책들을 실제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가 추진되고 있으며, 자유무역협정에서 탈퇴하거나 수정을 하고 있다. 또한, 특정 국가의 국민을 입국 심사를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공항에 억류하고 있다. ‘강한 미국’을 표방하며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미국의 문제는 한 국가의 문제로 볼 수 없다. 미국이 가진 정치, 사회, 경제적 영향력을 생
“고교 1학년 담임입니다. 학기초 상담 시간에 형이 중학생 때 자살한 이야기를 끄집어내서 저로서는 위로 말고는 뭘 더 어찌해 줘야 하는지를 모르겠더군요.” “중3 담임인데요, 우리 반 아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란에 ‘살기 싫다. 내가 살면 짐이 되는 거 같다’ 이런 식으로 써 놓았네요. 담임이 어찌 대처해야 할까요?” 저경력 담임교사들이 털어놓는 학급 운영의 어려움 중 일부이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8.7명으로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애석하게도 2003년부터 현재까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 자살률도 높다. 통계청 자료로는 청소년 10만 명당 자살률은 13명으로 집계된다. 청소년들의 자살에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이 작용한다. 청소년기는 신체·인지·정서적인 면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많은 혼란을 경험하는 시기다. 여기에 경제적 부와 사회적 명예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학생 각자의 재능과 적성을 무시하고 이른바 명문대와 대기업을 향한 줄서기를 시키는 풍토가 우리 청소년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더군다나 출산율 저하는 가족 구성원 수의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