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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지구촌 풍경] 아이와 함께 떠나는 후쿠오카 동물 여행 

 

프롤로그
인생을 크게 두 시기로 나눈다면, 아이가 태어나기 전과 태어난 후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아직 인생을 끝까지 산 것도 아니라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의 삶은 그렇다. 삶의 모든 중심이 태양을 바라보는 해바라기처럼 아이에게로 향해 버렸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나의 여행은 한 번 갔을 때 최대한 많은 곳을 둘러보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세계의 다양한 지역을 가르치는 지리교사에게, 직접 여행을 통해 경험한 지역을 소개하는 것만큼 생생한 수업이 어디 있겠는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지리를 전공하다 보니 각 지역의 고유한 자연환경과 문화를 바라보는 안목이 생겨 더욱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자, 이전에는 쉽게 훌훌 떠났던 여행이 마치 아기가 처음 발걸음을 내딛는 것처럼 크고 두려운 모험으로 변해 버렸다. 누군가를 책임지며 떠나는 여행은 이전의 여행과는 아예 다른 차원이었다. 아이가 비행기는 잘 탈 수 있을까? 여행지에서 아프면 어떡하지? 먹는 것은 괜찮을까? 결국 아이와 함께하는 첫 여행을 미루고 미루다, 아이가 두 돌이 지났을 무렵 그나마 가까워서 부담이 적고 음식 문화도 비슷한 일본의 후쿠오카로 향했다. 


여행 일정 또한 많은 점에서 변화가 있었다. 식당도 아이가 함께 먹을 수 있도록 매운 음식은 피해야 했고, 이동을 고려하여 가까운 지역을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돌아다녔다. 또한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을 실컷 볼 수 있는 방향으로 계획하다 보니, ‘후쿠오카 동물 여행’이라는 테마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후쿠오카가 성장한 이유 
후쿠오카는 규슈섬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이다. 일본 도시 중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한국·중국과 교류하는 외교 및 무역 창구로 발달할 수 있었다. 특히 후쿠오카는 항구 입지에 최적인 큰 만과 배후의 넓은 평야가 있어, 도시 발달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곳이기도 하다. 


보다 지리적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파도는 항상 육지로 밀려오기 때문에 해안가는 물이 지속적으로 모이게 된다. 이렇게 모인 물이 빠져나가야 하는데, 계속 파도가 몰려오는 해안 방향으로는 물이 빠져나갈 수 없기에 자연스럽게 해안선과 평행하게 흐르는 물의 흐름이 발생한다. 이를 ‘연안류’라고 한다. 연안류의 흐름에 따라 모래들이 퇴적되면서, 결국 만의 입구에 조금씩 모래 퇴적물들이 쌓인 ‘사취(沙嘴)’가 형성된다.

 

이러한 사취가 점차 만을 막게 되면서, 거센 파도로부터 배들을 보호할 수 있는 이상적인 천연 항구가 되는 것이다. 후쿠오카 또한 연안류의 흐름으로 하카타만의 입구 쪽에 계속 모래가 퇴적되었고, 이로 인해 만의 내부는 매우 잔잔한 특성을 보여 자연스럽게 규슈의 중심 항구가 될 수 있었다. 

 

 

동물원과 수족관은 바람직한 것일까? 
후쿠오카의 천혜 자연환경을 이용한 곳이 바로 마린월드 우미노나카미치이다. 마린월드는 후쿠오카 하카타만의 외곽, 우미노나카미치 해변공원 인근에 위치하며, 만을 가로막는 사취에 입지한 대형 해양수족관이다. 규슈 주변의 바다 생태계를 중심으로 전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 동물원과 수족관은 오랫동안 논쟁이 되어왔다. 자연에서 자유롭게 살아야 할 동물을 우리에 가두는 것이 동물권 보호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좁은 공간에 제한되어 생활하는 동물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하며, 인간의 오락을 위해 동물의 특성에 맞지 않는 행동 훈련을 유발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동물원과 수족관이 멸종 위기종을 보전한다는 점, 야생동물을 직접 관찰하며 생태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야생동물의 행동을 연구하고 다친 야생동물을 구조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점 등을 통해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판을 반영하여, 최근의 동물원은 많은 부분에서 변화하고 있다. 동물이 실제 살아가던 환경을 최대한 재현한 자연형 서식지를 만들고, 동물이 자연에서 하던 행동을 동물원에서도 할 수 있도록 물놀이 공간을 제공하거나 나무와 밧줄 설치로 등반 행동을 유도하는 등의 풍부한 환경을 설계한다. 또한 멸종위기종을 적극적으로 보전하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단순한 동물 전시 공간에서 나아가 동물 복지를 실현하고 종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린월드 또한 규슈 지역의 해양생물 연구를 통해 지역 생태계를 보존한다는 점, 다친 해양생물을 구조 및 치료한다는 점, 다양한 해양 환경보호 교육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동물이 자연에서 동물답게 살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생태계 보전과 도움이 필요한 동물을 치료하고 보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동물원과 수족관의 필요성도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아이가 동물과 교감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한 생태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동물원과 수족관의 순기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도시에 거주하게 되면서, 우리는 동물과 분리된 삶을 살게 되었다.

 

아마도 이러한 점이 우리가 인간 위주의 사고를 하게 되고, 공존보다는 우리의 이익을 위한 삶을 살게 되면서 여러 환경 파괴가 죄책감 없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도시에 살면서 동물과 분리되어 버린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환경을 지키고 공존하는 태도를 배웠으면 한다. 

 

 

규슈의 바다를 대표하는 해양박물관, 마린월드 우미노나카미치
후쿠오카 교통의 중심인 하카타역을 기준으로, 마린월드까지는 전철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하카타 여객선 터미널에서 배를 타면 하카타만을 가로지르며 약 20분 만에 마린월드에 도착할 수 있다. 마침 마린월드를 지나 시카노섬까지 가는 배를 타게 되었는데, 시카노섬으로 나들이를 가는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마린월드에는 거대한 수족관을 비롯하여, 평소 보기 힘든 수많은 해양생물이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단연 돌고래 공연이다. 바다와 공연장이 이어져 있어 마치 바다 위 쇼와 같은 느낌을 주는 돌고래 공연은 아이와 함께 온 일본 현지인들도 많아 가족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바다사자와 돌고래들이 사육사와 친근하게 교감하며 펼치는 공연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외에도 심해 생물과 펭귄, 다양한 물고기들이 어우러져 눈을 뗄 수 없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다. 아무래도 외딴곳에 있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 식당으로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식사하기가 어려웠는데,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다양한 현지식 도시락을 판매할 뿐 아니라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장소까지 마련하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들을 배려하는 점이 돋보였다. 

 

일본에서 사파리 관광을? 오이타현의 아프리칸 사파리
사실 후쿠오카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바로 아프리칸 사파리 방문이었다. 일본에서 웬 아프리카 사파리인가 싶겠지만, 온천으로 유명한 유후인과 벳푸 사이에 매우 큰 규모의 대형 사파리형 동물원이 있다. 이곳은 일반적인 동물원과 달리 넓은 자연 공간에서 동물이 자유롭게 생활하며, 관람객들은 차량을 타고 이동하며 동물을 관찰할 수 있다. 동물원에서 준비한 사파리 버스를 탈 수도 있지만, 개인 차량을 타고 직접 이동하며 동물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사파리 관광으로 유명한 곳은 케냐와 탄자니아이다. 이곳은 열대 사바나 기후로, 긴 우기와 건기가 반복되며 드문드문 분포하는 나무 사이로 긴 풀이 자라는 열대 초원이 드넓게 펼쳐진다. 동물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그야말로 동물의 왕국이다. 열대 초원을 지프로 누비며 다양한 야생동물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사파리 투어는 많은 이들의 여행 버킷리스트일 것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여행은 현실적인 장벽이 많기에, 직접 차를 운전하며 자연 속 동물을 살펴볼 수 있는 오이타현의 ‘아프리칸 사파리’는 가성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아프리칸 사파리 또한 단순히 동물 전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동물복지 정책을 실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115만㎡에 달하는 넓은 방목형 서식지를 제공하여, 자연 속에서 동물들이 사회적 무리를 이루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조성되어 있다. 동물 안전을 위해 관람객은 차량 밖으로 나갈 수 없으며, 곳곳에 사육사가 대기하고 있어 혹시 모를 위험을 사전에 예방한다. 동물의 번식 및 종 보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후쿠오카에서 차를 렌트하여 2시간을 달려 아프리칸 사파리에 도착했다. 운전석과 차선이 반대이기 때문에 적응이 쉽지 않았지만, 앞차를 따라 가면 되기에 역주행을 2번 정도 할 뻔한 것을 제외하고는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면 바로 티켓을 끊고 차에서 내릴 필요도 없이 사파리로 바로 입장할 수 있다. 사파리 버스를 타고 가면 동물에게 먹이를 줄 수 있어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파리 버스는 인기가 많아 오전 일찍 도착하지 않으면 매진되기 때문에 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개인 차량을 타고 사파리를 돌다가, 사파리 버스가 보이면 그 뒤를 졸졸 쫓아가는 방법으로 동물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아프리칸 사파리는 동물별로 구획이 나뉘어져 있지만, 원하는 만큼 여러 번 코스를 돌 수 있기에 한 번 지나치더라도 얼마든지 다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특정 동물을 오랫동안 보고 싶다면 눈치 볼 필요 없이 동물이 잘 보이는 도로 옆에 차를 세워두고 동물을 관찰할 수 있어, 아이뿐 아니라 어른인 나 또한 신기한 경험이었다. 보통 유후인과 벳푸로 온천만 둘러보는 관광객들이 많은데,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아프리칸 사파리 또한 강력히 추천한다. 
 
에필로그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여러 어려움이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인기 여행지 중 하나인 일본에서, 아이를 보살피며 헌신하는 부모들을 위해 아이와 즐길 수 있는 여행을 소개하고 싶었다. 도시라는 감옥에 갇혀 자연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동물과 교감하고 자연을 느끼며 공존하는 삶을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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