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교감이 되려면 25~30년간 교사를 하고 교감 차출 연수를 받고 그 연수 성적에 따라 발령을 받는다. 5년 정도는 교감의 역할을 해야 교장이 되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다. 교감의 임기는 한 학교에서 3년을 보내고 다음 학교로 갔을 때 적게는 1년, 많게는 3년 다 채우고 교장으로 승진을 하는 것이 보통의 승진 과정이다. 보직 부탁하러 다니는 교감 교감의 역할은 교장을 보좌하고 학교의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한다. 인사철이나 평정철이 되면 교감은 그야말로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다. 특히 학년 배정이나 보직 배정을 위해 선생님들에게 부탁한다는 소리를 달고 살아야 한다. 우스갯소리로 ‘삼고초려(三顧草廬)는커녕 오고초려(五顧草廬) 해야 한다’라는 얘기도 한다. 정말 어떨 때는 자괴감도 들 정도다. 연가, 병가 등 갑자기 알려오는 교사들의 복무로 인한 강사 섭외도 중요한 일이다. 얼마나 빨리 시간강사 확보를 잘하느냐에 따라 교감이 유능한지, 무능한지 갈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필자는 그런 교감 시절을 거치고 교장이 됐다. 그러기에 교감의 업무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교감의 업무 중에서 가장 힘든 것이 학년말에 다음 학년도 부장 인선
2021-03-18 19:11우리나라에서 사회적 희소가치를 배분하는 기준은 사실상 서열화된 대학에 의해 결정된다. 이 때문에 그 문을 열기 위한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대입이 인재 양성이라는 큰 목표를 가졌음에도 공정가치에 매몰돼 수십 년째 주입식 교육에 의한 암기력 테스트로 전락해버렸다. 성적에 따라 한 줄로 세우는 방식은 지식의 창의적 활용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모방형 암기를 통한 수동적 대응으로 일관해 사교육 창궐과 국가 경쟁력 퇴보라는 고질적 병증(病症)을 키우고 있다. 모방형 지식을 요구하는 대입 문제는 컴퓨터와 인터넷에 기반한 인공지능(AI)의 발달로 굳이 암기하지 않아도 되는 지식을 대학입시에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방형 지식을 아무런 제약 없이 습득할 수 있었던 고도성장기(1980년대 전후)의 평가시스템이 지식 자본화의 시대에 접어들어서도 변하지 않고 있다. 학교에서 치러지는 내신성적과 관련된 교과 시험 그리고 수능도 사실상 암기형 지식의 수용과 다르지 않다. 지난해 수능 한국사 과목에는 암기형 지식의 폐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문항이 있다. 뗀석기 유물을 고르라는 1번은 다섯 개의 선지 중에서 돌로 만든 도끼를 하나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금속으로 만든 사례를 들었
2021-03-18 19:09교권 사건에도 ‘골든 타임’이 있다. 사건 발생 시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올바르게 대처해야 더 큰 화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교총에 접수되는 사건 중에 안타까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별일 아닌 줄 알았다. 설마 무슨 일 있겠나”라는 순진한 마음으로 대처했다가 수습하기 어려운 사안이 많다. 학부모 등에 의한 교원 대상 고소, 고발 사건이나 체벌, 정서 학대, 성희롱 등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피소 건이 대표적이다. 안이한 대처… 추후 수습 어려워 2020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5부터 2020년 6월까지 총 7069건의 교원징계가 있었다. 아동복지법에 해당하는 학생 체벌과 아동학대 관련이 488건, 성 비위는 881건이나 된다. 교육자로서 해선 안 될 행위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무고 등 억울한 일은 없어야 한다. 사안에 따라 교원은 세 가지 책임이 따른다. 첫째는 행정적 책임, 즉 징계다. 둘째, 사법적 책임. 즉 민·형사상 책임이다. 셋째, 도덕적 책임, 즉 교육자로서 자격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시각이다. 징계와 형사책임은 깊은 연관성이 있다. 형사처벌은 곧 징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검경 수사권 조
2021-03-18 19:06요즘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교육과정 내용의 문제와 거버넌스 관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자치 및 코로나19로 인한 교육환경의 변화가 이 논의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듯하다.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은 2024년에는 초등학교, 2025년에 중등학교 적용이 예정돼 2025년 실시되는 고교학점제 및 2028년 변화되는 대학입시와도 그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이론·실제 겸비한 현장 전문가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은 국가를 중심으로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에 일부 결정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수립됐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다양화와 다원화에 부응하고 학습자의 개별적 특성을 살리는 교육과정이 되려면, 논의의 중심이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로 대폭 이양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궁극적인 교육의 분권화는 교실에서 시작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결국 교육과정의 계획과 수립은 이념이나 철학적인 것만이 아닌 교육 현장의 현실적 상황도 감안해 이뤄져야 한다.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교육구성원이 누굴까? 분권화에 따라 교육과정 수립의 중심이 학교 현장으로 이동하
2021-03-11 16:07지난 2019년 질병관리본부는 세계 손 씻기의 날을 계기로 일상생활에서 손 씻기를 얼마나 잘 실천하는지를 관찰했다. 총 1039명을 관찰한 결과, 32.5%(338명)가 전혀 손을 씻지 않았으며, 물로만 씻은 경우는 43%(447명)이었고, 올바른 방법으로 손을 씻은 사람은 단 2.0%(21명)로 나타났다. 물로만 씻은 경우에는 상당수의 세균이 남아있었지만,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었을 땐 세균이 거의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철저한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는 코로나19 감염병을 예방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교사의 반복된 지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는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를 바르게 실천하지 않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보여주는 예방교육 효과적 평소에는 보이지 않다가 자외선 LED를 비추었을 때 그 모습이 드러나는 특수 도료가 있다. 이 특수 도료는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비누로 깨끗하게 씻으면 흔적이 남지 않으며, 인체에는 전혀 해가 없다. 특수 도료를 로션과 파우더 형태로 구입해 손에 바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어두운 곳에서 자외선 LED를 비추면 손에 묻은 이물질을 확인할 수 있다. 깨끗이 씻은 손을 관찰하면 아무것도 발견
2021-03-11 16:05인천교육청에서 인사 비리의 결정판인 시험 문제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전교조 출신으로 현 도성훈 교육감의 정책보좌관을 지낸 인물이 무자격 공모 교장 선발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면접시험 문제를 빼돌린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2017년 전 이청연 인천교육감이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이후, 채 5년도 되지 않아 터진 대형 인사 비리 사건이다. 인천 교육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인사 비리 결정판… “터질 게 터졌다” ‘이념 교육감’들이 전교조에 몸담았던 교사를 교장으로 앉히기 위해 ‘끼리끼리’ 사전 모의를 하고, 온갖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왔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공모학교 지정부터 학교 구성원 설문조사 결과 조작, 특정 후보가 유리하게 공모 심사 절차와 내용 변경, 같은 성향의 심사위원 선정까지 계획된 각본대로 내 사람을 심어 왔다. 무자격 교장공모제를 두고 ‘짜고 치는 고스톱’, ‘맞춤형 선발’, ‘내 사람 심기’, ‘코드·보은 인사’, ‘현대판 음서제’라고 회자 되는 표현에서 인사 비리가 응축돼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모 교장을 둘러싼 인사 비리와 전횡으로 잡음과 마찰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미
2021-03-11 15:51오래전 근무하던 학교에서 학부모 총회가 있었던 날. 교장 선생님의 한 마디에 강당이 조용해졌어요. “학부모님들, 손가락 있으시지요? 손가락 있으시다고 핸드폰 버튼 막 눌러서 담임 선생님에게 함부로 전화하지 마세요.” 민원이 잦은 학교여서 스트레스를 받던 선생님들은 교장 선생님의 한마디는 말 그대로 사이다였어요. 학부모님들은 ‘뭐지?’ 하는 표정으로 교장 선생님을 바라보셨지요. 교장 선생님은 말씀을 이어나가셨어요. ‘선생님들은 아이들 가르치느라 바쁘다. 아이들 가르치랴, 싸움하는 거 말리랴, 거기에 학교 업무까지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선생님에게 신경질을 내면서 전화까지 하면 그 스트레스는 다 어디로 갈지 생각해 보시면 좋겠다. 교장 선생님 자신도 선생님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면 아이들에게로 스트레스가 갈까 봐 교장실 밖에는 안 나가려고 노력한다. 교장 선생님 얼굴 보는 것도 스트레스를 받을 테니까. 학교장도 선생님들을 조심스럽게 대하니까 학부모님들도 학기 초에는 선생님들을 믿어 주시면 좋겠다.’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로 민원이 쑥 줄어들더군요. 그리고 아이들 가르치는 것도 왠지 신이 나는 느낌이었어요. 교사들에게는 심
2021-03-11 15:48최근 세종시교육청에서 반민주적·정치 편향적 도서를 일선 초·중·고교에 배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세종시교육청은 정치 편향적 도서인 ‘촛불혁명’을 출판사에서 기증받아 관할 99개 초·중·고교(개교 예정교 포함)에 배부했다. 논란이 일고 있는 도서는 박근혜 정부 탄핵 촛불집회가 시작된 2016년 10월부터 2017년 5월 현 정부 출범까지 역사적 장면과 의미를 총 484장의 사진과 글로 묶은 450쪽 분량의 책이다. 민주시민교육 원칙 ‘강요·주입 금지’ 세종시교육청은 이 도서를 배부하면서 교원·학생들의 민주시민교육 공감대 확산을 내세웠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반민주적 행정독재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원·시민단체들도 성명을 내고 배포 중지와 회수를 요구했다. 학부모들도 이념·정치에 치우친 비교육적·반민주적 처사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세종시교육청은 해당 도서를 학교에 배부하기 전 도서의 성격, 기증 목적, 내용 등을 검토해 ‘역사적 사실을 자료 중심으로 서술한 도서’, ‘헌법의 기본가치와 민주주의 제도 실현을 위한 도서’로 분류했다는 아전인수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민주주의 이념과 민주시민교육의 목적에 정면 배치되고 일반적인 상식
2021-03-04 16:04만 36년 동안 서라벌고에서 근무하고 정년 퇴임해 성실하게 장기근속했다는 의미로 정부로부터 ‘녹조근정훈장’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훈장으로 ‘훈장국’을 끓여 먹을 수는 없지만, 봄날 햇살처럼 눈부시게 기분이 좋다. 수십 년 동안 학교생활을 보람차고 즐겁게 하고 학교 정문을 나서는데, 제2의 인생에 대한 기대가 차오른다. 교사라는 이름표 외에 ‘시인’ ‘수필가’라는 또 다른 멋진 이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제2의 인생을 대비해야 할까. 행복한 교육자로 사는 비결 첫째, 긴 안목으로 미래 교육에 대비하라. 산업혁명 이후에 지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제3차 산업 시대에는 IT를 기반으로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이제는 교육도 산업처럼 초지능과 초연결을 기반으로 하는 제4차 산업혁명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21세기를 대표하는 아이콘은 ‘아름다움, 랩톱, 랩음악’이다. 이 세 요소는 경쟁을 유발하기보다 창의력과 관련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과거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정체성을 안정시켜주고, 장래 인류를 위로할 예술과 문화를 싹틔울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자들은 창의력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꿈도 이루고 사회에 이바
2021-03-04 16:02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맞은 지 어언 1년. 여전히 코로나19의 위협 속에서 2021년 학년도가 시작됐다. 다행히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돼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품어본다.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우리의 삶에는 코로나의 흔적이 남을 것이다. 온라인수업도 임시방편이 아닌, 또 하나의 수업 형태로 학교에 자리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온라인수업을 통해 쌓은 경험과 배운 점들을 코로나 이후에도 적용한다면 학교는 한 단계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End’ 아닌 ‘And’ 온라인수업은 시공을 초월한다. 교실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를 넘어 지구 건너편에 있는 선생님을 모셔와 수업을 들을 수도 있고 같은 학교, 다른 교실을 우리 수업으로 불러올 수도 있다. 온라인수업의 유연성은 교실에서만 수업이 가능했던 공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교실 바깥에서 펼쳐지는 실제 삶을 교실로 쉽게 불러들일 수 있어서 더 유연하게, 더 풍부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온라인수업에서 활용했던 프로그램을 실제 교실 수업에서 활용했을 때의 장점은 학생 개개인의 학습 속도에 맞춰서 과제를 수행하는 ‘개별화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
2021-03-04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