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교육감 직선제가 전국적으로 도입된 지 16년이 지났다. 당시 제도 도입의 취지는 분명했다. 교육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고, 주민들이 직접 교육행정의 최고 책임자를 선출함으로써 교육자치와 민주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방자치의 확대와 함께 교육자치 역시 주민의 손으로 완성하자는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결과였다. 다섯 번의 선거가 남긴 불편한 질문 실제로 교육감 직선제가 남긴 성과를 부정할 수는 없다. 과거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영향력이 강했던 교육행정이 일정 부분 독립성을 확보했고, 주민들이 지역 교육정책에 관심을 갖는 계기도 마련했다. 교육복지·혁신교육·고교학점제·미래교육 등 다양한 정책 실험이 가능했던 배경에도 교육자치의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교육을 국가의 하위 행정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결정하는 자치의 영역으로 인식하게 된 점 역시 직선제가 남긴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는 도입 취지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실제 운영 결과가 중요하다. 다섯 차례의 교육감 선거를 거친 지금, 우리는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강화했는가. 아니면 정치적 갈등과 비효율만 키운 채 민주주의라는 명…
2026-07-07 10:00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서른 살의 당당한 모습으로 여러분 앞에 서게 됐습니다. 단순히 흘러간 시간의 궤적이 아닙니다. 지난 30년간 지나왔던 미학적 여정을 내밀하게 성찰하고, 아직 도래하지 않은 영화의 미래를 향해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도약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역시 인간의 본질인 감정과 영혼을 통찰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AI와 첨단 기술이 영화적 상상력과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 BIFAN이 미래영화제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할 것입니다. 여러분을 7월 부천에서 기다리겠습니다.” 6월 9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장미희 조직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1997년 출발한 BIFAN은 변방의 낯설지만, 기발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영화들을 예술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며, ‘장르영화’라는 BIFAN만의 독보적인 영토를 구축했다. 내로라하는 세계 각국의 영화제가 기성 형식을 고수할 때도, 주류와 비주류, 현실과 상상, 전통과 혁신의 경계를 끊임없이 허물어 온 BIFAN은 30년이 흐른 지금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주목을 받는 장르영화제로 우뚝 섰다. 제30회 BIFAN은 50개국 321편(장편 170편, 단…
2026-07-07 10:00
이번 민선 5기 교육감 선거에서도 여전히 후보자의 정책과 전문성 검증보다는 정치 성향과 선심성 공약 중심의 조직적 선거운동이 당락을 결정했고, 후보들 사이의 고소·고발 등 4년마다 되풀이되는 이념 갈등이 지속됐다. 이번이 역대 가장 비교육적인 교육감 선거라는 평가도 있다.1 특히 이번 교육감 후보자들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믿고 10~100만 원의 현금 등을 지원하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다. 심지어 학부모 부담과 교육청 예산을 매칭해 최대 5,000만 원 펀드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등장했다. 재원조달의 책무 없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전해 주는 재원으로 운영되는 시도교육청의 교육자치를 위해, 추가로 엄청난 선거 비용과 혼탁한 혐오 경쟁으로 유발되는 사회적 비용을 치르며, 직선제로 교육감을 선출해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 글은 「헌법」 제31조 제4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의 보장이라는 「헌법」 가치에 부합하는 교육감을 직선제로 선출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물어보고 개방형 공모제라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교육감이 갖춰야 할 덕목 _ 무엇이 우선인가? 가장 먼저 갖춰야 할 덕목은 자주…
2026-07-07 10:00
쿠알라룸푸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조호르바루에 도착했다. 말레이반도 최남단에서 싱가포르섬과 마주한 이 도시는 양국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과 자본의 흐름 속에서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울창한 열대우림 사이로 내륙 교통망이 유기적으로 발달한 말레이시아의 지리적 특성 덕분에 쿠알라룸푸르에서 탑승한 버스는 안락하게 조호르바루로 도착했다. 조호르바루 숙소 관찰기 _ 게이티드 커뮤니티를 경험하다 조호르바루는 세계도시 싱가포르의 인프라를 공유하는 일일생활권이면서도 생활 물가는 훨씬 저렴하다. 그래서 가성비를 추구하는 한국인들에게 한 달 살기로 소문난 곳이다. 고심 끝에 싱가포르로의 국경 이동을 고려해 JB 센트럴역에서 가까운 현대적인 주상복합단지를 숙소로 정했다. 정형화된 호텔을 벗어나 공유숙소를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일도 여행의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덕분에 새로운 주거 공간이 가진 특성을 다각도로 관찰할 수 있었다. 단지에 들어서자마자 이 공간의 철저한 방어적 성격을 느낄 수 있었다. 입구에는 경비원이 출입을 경계하고 있었다.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며 정문의 제복 입은 경비원에게 스마트폰 예약 화면을 제시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별일 없…
2026-07-07 10:00
6월 3일, 교육감 선거가 끝났다. 언론에서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진보 10명, 보수 6명이 당선됐다고 평가한다. 수도권 3곳을 포함해 진보가 우세했다는 평이다. 현장 교사로서 교육감 선거는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교사는 이 선거의 유권자이면서 정치적 금치산자다. 후보자의 정책에 찬성도, 반대도 공개적으로 표명할 수 없다. 다른 공무직·일반직 노조들이 지지 후보를 공개 선언하며 선거판에 뛰어드는 동안, 교원단체는 후보자와의 간담회 형식으로만 만날 수 있을 뿐이다. 교육감 후보자들이 교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교사에게 정치기본권이 없는 현실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발언권 없는 유권자를 진지하게 상대할 정치인은 없다. 교사는 ‘투표는 하지만 목소리는 낼 수 없는’ 존재로, 선거가 끝나면 당선된 교육감의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는 일선 관료이다. 교사는 침묵해야 하는 교육감 선거 교육감 선거는 정당을 표방할 수 없다. 그런데 언론은 선거 내내 진보·보수로 후보를 구분하여 보도한다. 후보들은 파란색·빨간색으로 정체성을 드러내고, 불리하다 싶으면 흰옷으로 갈아입는다. 선거 용지에 정당과 기호가 표기되지 않는 등 깜깜이 선거라 부르지만,…
2026-07-07 10:00
징비록은 과거를 비난하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성찰의 기록이다. 교육감 선거를 직접 경험한 지금, 필자가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남기는 일 역시 그런 의미를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펜을 들었다. 이 글은 누군가의 승패를 평가하거나 특정 진영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오랫동안 교육행정 현장에 몸담아 온 사람으로서, 그리고 이번 선거를 직접 치른 한 사람으로서 선거 과정에서 확인한 몇 가지 사실을 기록해 두고 싶을 뿐이다. 필자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국제교육기구를 오가며 교육정책을 다루어 왔다. 그 과정에서 변하지 않은 믿음은 하나였다. 교육은 정치가 아니라 배움과 성장을 통해 아이들의 삶을 바꾸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에 나서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철학과 정책이라고 믿었다. 교육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무너진 기초학력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교사들이 교육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선거의 중심이 되리라 기대했다. 지금 돌아보면 정책 경쟁이 선거를 이끌 것이라 믿었지만, 무엇을 알릴 것인가 보다 어떻게 알려질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현실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다…
2026-07-07 10:00평가에서 AI 활용과 관련한 이슈 AI 시대의 평가 관련 강연을 할 때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교수자가 평가 문항 제작, 보고서 주제 예시 추출 및 평가 루브릭 제작, 보고서 평가 및 피드백 작성 등을 작업하면서 AI를 사용하면 밝혀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사용을 금하면서 교수자가 사용하는 것은 AI 활용 윤리에 어긋나는 것은 아닐까? 교수자의 AI 활용을 밝히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사용 내역을 밝힌다면 어디까지 그리고 어떻게 밝혀야 할까? 사용 내역을 구체적으로 밝힐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무엇이고, 이에 대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등 다양한 질문이 이어진다. 여기서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AI 시대 교수자의 윤리와 활용 지침 학생이 AI로 글 쓰는 것을 금하면서 교사가 AI로 채점하는 것은 과연 정당할까? 뉴욕대학 철학 교수인 콰메 아피아(Kwame Appiah)는 “학생이 보고서 초안을 작성할 때 AI 사용을 막는 이유는 다른 기술처럼 글쓰기도 많은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과제 채점 능력을 갖고 있는 교사가 평가 연습을 할 필요는 없다”라는 요지의 이야기를 했다(Appiah, 2
2026-07-07 10:00
어떤 학자는 우리 정치 문화를 마치 전쟁하듯 한다고 하여 ‘전쟁 정치’라고 표현한다. 이런 전쟁 정치 문화는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교 조직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최근 교육 분야의 큰 사회적 이슈는 현장체험학습(이하 ‘체험학습’으로 약칭)이었다. 과거 체험학습 중에 발생한 학생 안전사고로 인해 교사가 형사처벌을 받았고, 이후 교사들은 형사 책임과 학부모 민원 등에 대한 부담으로 체험학습을 기피하고 있다. 이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자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관련 대책 마련을 지시함으로써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다. 이에 최근 교육부는 「학교안전법」 개정을 통해 체험학습 안전사고와 관련하여 교사의 면책 범위를 확대하고, 교육활동 중 안전사고 발생 시 교원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 지원 체계 강화 방안도 발표하였다. 학교 현장에서는 아쉬움을 표하고는 있으나,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로 보인다. 학교 현장에서는 체험학습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가 있다. 바로 학생들의 신체활동에 관한 것이다. 일부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사회적 관심은 크지 않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학생들은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은 물론 방과 후에도 자
2026-07-07 10:00
들어가며 이번 호에서는 교육 현장에서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 및 자동 채점 시스템 도입’ 주제로 정책논술 작성의 실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안착과 함께 사고력·역량 중심 평가가 강조되면서, 각 시도교육청은 AI 기반 평가 시스템을 활용한 평가 혁신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채점 공정성 문제, 교사의 업무 과중, 평가 전문성 격차 등 다양한 어려움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전문직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현장의 문제를 분석하고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행 역량과 장학 전문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에 본 글에서는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 및 자동 채점 시스템 도입’을 주제로 현황 및 당면 과제, AI 활용 해결 방안, 장학 지원 전략에 대한 출제 의도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득점형 예시 답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문제 최근 주요 시도교육청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서·논술형 평가 및 자동 채점 시스템을 도입하여 ‘역량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안착과 학생의 사고력 함양을 위한 필수적 과제로
2026-07-07 10:00
법안이 만들어질 때마다 ‘교육’이 따라온다 법 제정안이나 개정안이 공람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있다. 교육, 기본계획, 시행계획, 전문인력 양성, 교육자료 보급, 점검, 평가 반영.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생기면 입법자는 거의 자동적으로 교육을 붙인다. 청렴이 중요하니 청렴교육, 안전이 중요하니 안전교육, 인권이 중요하니 인권교육, 민원이 중요하니 민원대응교육이다. 문제의 중요성을 부정하기 어려우니, 교육의 추가도 큰 저항 없이 통과된다. 최근에도 그렇다. 현재 의견수렴이 진행 중인 「청렴 및 국민권익보호 교육 지원법」 제정안은 청렴교육을 별도 법률로 체계화하려는 것이다. 5년 단위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세우고, 공공기관의 교육 실적을 점검하며, 그 결과를 중앙행정기관 자체평가·공기업 경영실적 평가·시도교육청 평가 등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교육자료와 전문인력, 경비 지원 및 교육전문가 양성의 근거도 함께 둔다. 문제는 청렴이 아니라 일률성이다 청렴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공직자의 청렴의무는 당연하고, 부패는 공공신뢰를 무너뜨린다. 예산·회계·계약·인사·인허가·감사처럼 권한과 재량이 집중된 직무에는 심화교육과 엄정한 책임…
2026-07-07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