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 두 손주 녀석이 어린 더덕을 각 한 포기씩 가져왔었다. 마당 한가운데 잘 보이는 곳에 나란히 두 손주 녀석과 함께 정성들여 심고 가꾸어 왔다. 가져온 이름표도 꽂아 두었다. 유치원의 교육내용이 좋은 것 같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처음 가져왔을 때는 형의 더덕이 더 컸었는데 자라면서 언제부턴가 동생의 더덕이 더 커져 있었다. “할아버지, 왜 내 것이 더 작아 졌어요?”하고 형이 투덜댄다. 동생은 “할아버지 내 것이 더 크지요”하고 형에게 약을 올린다. 그래서 형이 삐쳐 눈물을 흘리며 가버린다. 형의 더덕이 동생 엽이 더덕보다 작아진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형은 점잖아 말도 적고 애교가 적은 편이지만 둘째는 붙임성과 애살이 많다. 형에게 지지 않으려고 자주 더덕 가까이 다가가 물도 주고 이야기도 많이 하는 편이다. 어떨 땐 “할아버지 더덕 보러 가요”하고 손을 잡아당겨 함께 마당에 나가 일일이 잎을 쓰다듬어도 주고 흔들어도 본다. 그럴 때마다 더덕은 어김없이 독특한 향을 내뿜으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마음의 대화를 나누며 사랑을 많이 주니 그 만큼 더 많이 자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어느 책에선가 24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는 “식물은 감각
2007-07-10 11:38매일의 출근길이 거기서 거기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이 색다름으로 와닿고 발걸음이 사뿐사뿐 가벼운 것은 4학년 1반 마흔 명의 해맑은 얼굴을 만날 수 있는 기쁨 때문이다. 아이들은 떠들면서 자란다는 듯 틈만 나면 재잘거려 온통 나의 귀를 어지럽히고, 아이들은 다투면서 자란다는 듯 틈만 나면 서로의 우정에 금이 가게 하는 모난 행동을 하는 개구쟁이들이기에 나는 화난 얼굴에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응대하는 못난이였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당연한 일상처럼 보내던 햇살 따뜻한 어느 날, 우리는 서로에게 지켜야 할 약속을 정하기로 했다. “우리들의 약속, 시작!” 구호와 동시에 똘망똘망한 눈망울에 당찬 의지를 담아 고사리 손을 번쩍 펴서 들고 우렁찬 목소리로 합창을 했다. “우리는 남에게 방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실내에선 소곤소곤, 다닐 때는 사뿐사뿐, 친구들과 사이좋게, 발표는 또록또록, 물건은 제자리에 둡니다.” 끝나기가 무섭게 선생님의 약속도 다짐받고 싶은지 “선생님의 약속, 시작!”하고 합창을 하였다. 아이들 앞에서 오른손을 귀 옆에 쫙 펴서 큰 소리로 또박또박 훈련을 잘 받은 씩씩한 군인처럼 선서를 했다.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이 되겠습니다. 오늘도 칭
2007-07-10 11:37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다. 국가의 흥망성쇠가 교육에 달려 있다고 한다. 이는 얼마나 교육이 중요한지를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의 발전도 교육의 성패에 좌우 될 수 있다. 교육문제로 인한 지역인구의 유출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구의 감소는 산업의 침체, 문화생활의 빈곤, 소득의 감소 등 지역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마다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서 고민하고 있다. 대기업의 유치로 경제활동 인구의 유입을 꾀하고, 지역의 특화산업을 통해 소득을 증대 시키고, 질 높은 교육을 통해 대도시로의 유학을 차단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경제활동에 의한 경제력 증가나 인구의 유입, 지역의 산업발달을 통한 소득증대 등은 비교적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경제력이 커질수록 유학인구 유출이 더욱 많아지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학생유출 막으려 사교육 조장하나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수학능력 때문에 대도시로 유학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보면 지역 교육의 발전의 어려움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할 수밖에 없다. 유능한 인재가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교육경쟁력을 갖춘 대도시로 유학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
2007-07-09 15:57일반 공무원의 경우 정년퇴직하는 공무원에게 공로연수 기회를 주고 있다. 이는 공무원이 퇴직하기 전에 사회 적응훈련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있는 제도이다. 일부에서는 법적으로 보장된 임기를 마치지 못하게 하여 오히려 여러 가지 문제를 낳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평균 수명이 증가하고 있는 사회현실을 감안한다면 퇴직 후 사회생활은 공무원 개인에게는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적응훈련 기회가 극히 제한되어 있고 마땅한 시설도 없다고 한다. 외길 인생을 살아온 공직자가 대부분 퇴직 후에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이야기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학기 중 특별휴가 사용 어려워 얼마 전에는 일부 자치단체에서 퇴직 예정 공무원들에게 공로연수는 필수로 하고 덤으로 수년 동안 부부 동반 해외여행까지 시켜주었다고 하여 사회적 빈축을 산 바 있다. 이런 부작용과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퇴직예정공무원에게 공로연수제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평생 동안 공직생활에서의 한정된 업무만 해온 사람들이 사회생활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있는 사회적 현실을 감안한다면 퇴직 후 20년 이상 3
2007-07-09 15:54그간 교총은 교장공모제가 가져 올 교육적 부작용에 대해 줄기차게 경고한 바 있다. 학교의 선거판화․정치장화, 공정성 시비 등이 그 예다. 그러한 경고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공모교장 심사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은 피상적인 우려를 능가할 정도로 심각하다. 최근 전북지역 일간지들의 공모제 심사과정 보도기사 제목을 보면 정치기사인지 교육관련 기사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교장공모제 공정성 논란’ ‘일부 초교 학운위, 규정 무시․․․ 형평성 시비’ ‘괘씸죄 피하려 심사위원 집 찾아갔다’ ‘불신의 씨앗 언제쯤 꺼지나’ 등 가장 공정해야 할 교장 공모가 온갖 의혹과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모 초교에서는 학부모 심사위원 5명 중 4명이 특정 응모자의 제자라거나, 비공개로 되어 있는 심사위원들의 집에까지 일부 응모자들이 찾아갔다거나, 금품수수 의혹 제기, 모 중학교에서는 학운위 5명 지지후보가 교원후보 3명 지지 후보보다 점수가 낮자 교원위원들이 점수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는 등 온갖 병리현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연공서열형 교장 승진제를 탈피하고 학교 혁신을 유도한다는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추진 중인 교장공모제가 우
2007-07-05 17:393일 국회에서 사립학교법 재개정 안이 통과되었다. 2005년말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사학법 개정이후 1년 6개월만이다. 그간 교육계는 물론 정치, 사회적으로도 사학법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었다. 사학단체 및 종교단체에서는 2005년말 개정된 사학법이 사학운영의 자율성과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을 훼손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강하게 반발해 왔고, 정치권도 사학법을 둘러싸고 극한 대립과 국회 파행을 거듭해 왔다. 교육문제를 정치적, 이념적으로 접근한 결과, 우리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사학법 재개정은 늦은 감이 있으나 당연한 일이다. 재개정된 사학법은 개방형이사추천위원회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대학평의원회 기능 일부의 자문사항으로 변경, 이사장의 겸직 제한과 학교장 중임 제한 완화 등 재개정 이전의 사학법 보다는 전체적으로 사학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개선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간 논란의 핵심이자 대표적 독소 조항인 개방형 이사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사학을 종교계와 비종교계로 구분하여 개방형 이사의 추천 주체 및 선임 방식 등을 손질한 것에 그친 것은 핵심을 비켜간 정치적 미봉책이다. 사학을…
2007-07-05 14:22
며칠 전 존경하는 한 선생님이 충고를 하셨다. “장 선생님은 아직 10년 이상 남았으니 점수를 따서 승진을 하시지 그래요? 충분히 잘 하실 텐데요.” “아닙니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내 힘으로 도전한 전문직 시험에 떨어진 걸 보니 제가 갈 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직도 저는 승진이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언제든지 아이들이 덜 예뻐 보이거나 교실에 들어가는 게 행복하지 않으면 미련 없이 물러설 생각입니다.” 그 분은 세칭, ‘교포교사’이다. 강직한 성품에 너무 반듯해서 융통성이 없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딸보다 더 어린 신규 선생님들에게도 깍듯이 존칭을 쓰고 수업이나 맡은 업무도 깔끔하게 처리해 교사의 잣대로서 손색이 없는 분이다. 그렇지만 그분의 얼굴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교직에 대한 회한을 읽을 때마다 서글픔이 전해져오곤 한다. 눈에 보이게 적은 머리숱은 무명교사로 살아온 아름다운 훈장임에도 불구하고 나이 든 교사로 홀대를 받거나 뒷전에 밀리는 듯한 인상을 받게 하는 교단의 현실은 나를 한숨짓게 한다. 어떤 이유에서건 승진의 대열에서 비껴선 선생님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교단에서 더욱 차갑지 않은지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나 역시 승진 자체에 뜻을 두지
2007-07-02 18:29우리는 흔히 ‘교육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라는 말을 흔히 듣게 된다. 이 말은 우수한 인재가 교육자가 되어 학생지도를 하는 것이 교육의 효율성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 교육자는 전문성 신장을 위해 꾸준한 자기연찬은 물론 교과별 동아리별 학년별 연수를 의도적인 교육과정에 의해 실시하여야 함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정책입안자들은 정책적으로 전문과정인 박사과정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과 수습교사제를 실시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대용부설학교 신청 기피 늘어 그러나 문제는 우수 교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수 인재를 유능한 교사로 만드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이다. 일류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면 우수한 회사원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1개 교육대학교가 있다. 대학교에서 이론을 공부하고 실제 학교현장에서 적용을 하면서 실습을 해보는 교생실습은 아주 좋은 교육과정이다. 이는 학생이면서 실제로 현장 선생님으로 학생지도를 해 보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과정인 것이다. 또 교실현장에서 처음으로 학생들을 관찰하고 함께 생활하면서 시도해 보는 생활지도와 학습지도
2007-07-02 18:27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정치행보가 바빠졌다. 한나라당이 본격적인 당내 경선체제에 돌입했고 민주당과 중도개혁신당의 통합, 열린우리당 인사들의 연쇄탈당, 범여권후보의 탐색 등 분주한 정치일정과 논의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간 유력후보를 중심으로 교육에 대한 비전과 비공식적인 공약이 간헐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들의 교육에 대한 인식이나 발언을 보면 진지한 고민의 흔적을 엿보기 어렵다. 획일적인 평등주의에 사로잡힌 교육현실을 바꾸어 놓을 방도가 보이질 않는다.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유를 분석해보면, 성과의 장기성으로 정치인들의 관심을 끌 수 없는 교육의 내재적 속성이나, 자칫 이념대립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는 교육문제에 대한 의도적인 기피, 마지막으로 교육에 대한 식견이나 관심의 부족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여 진다. 그럼에도 본격적인 대선국면에서 공식 공약발표기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기대감을 저버릴 수는 없다. 교총 교육정책연구소는 20일 ‘차기 정부의 교육정책 과제’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다. 사회 양극화의 해법으로 교육 투자 확대가 세계적 담론이 되고 있다. 교육대통령을 자임하건 경제대통령을 표방하건 교육 문제는 어느 후보도 피해
2007-06-28 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