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결산하는 한국교총의 정기대의원회 결의문을 바라보는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 없다. 교총은 결의문을 통해 공교육 활성화 대책, 교육재정의 GNP 6% 확충, NEIS의 조속한 시행, 교원지방직화 철회 등 교육 정책 전반에 대해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교육현안에 대해 교육부는 무엇을 했는가 하는 점이다. 전 국민을 혼란 속에 몰아 넣었던 NEIS는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주요대학이 대입 전형자료로 NEIS 사용을 결의하고 전교조가 이에 항의하는 등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을 뿐이다. 교원지방직화는 교원단체의 노력으로 일시 잠복되었지만 언제 다시 제기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사교육비 증가에 대한 전국민적 우려에도 각계 여론 수렴이라는 명목으로 간담회 개최 등 한가한 전시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방관자적인 교육부의 태도는 무책임 행정의 표본이다. 해마다 결의문 내용의 상당수가 중복되는 것도 문제다. 교육재정의 확충, 수석교사제, 우수교원확보법, 대학교원자녀 학비보조 수당 등은 해묵은 과제로 결의문의 단골메뉴이다.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가 단체교섭 등을 통해 약속하고도 실천하지 않
2003-11-23 22:09청소년의 흡연에 관한 조사결과를 보면 세 가지 경향이 나타난다. 하나는 흡연을 시작하는 연령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초등학생들 중에서 흡연 경험자가 늘어나고 그 시작 연령도 점점 낮아진다. 둘째는 청소년의 흡연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 들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금연운동으로 인해 성인의 흡연비율은 약간 줄어든 반면, 청소년의 흡연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셋째는 여자 청소년의 흡연 비율이 상당히 빠르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런 수치 외에 발견할 수 있는 또다른 경향은 흡연이유에 대해 상당 비율이 '호기심'이라고 응답한다는 것이다. 또한 호기심 때문에 흡연을 시작한 청소년들의 다수는 흡연이 주는 문제점을 안다고 대답한다. 문제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으로 시작하는 청소년 흡연은 그 해결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흡연하는 청소년을 만나 보면, 호기심으로 시작한 담배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나쁜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담배를 끊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다. 호기심에서 시작한 것이 통제할 수 없는 중독 상태에 이른 것이다. 그러면 청소년들의 금연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흡연의 폐해를 강조하는 교육이 기본적으로 이뤄져
2003-11-20 16:22요즘에는 좋은 대학,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초등학교에서부터 특목고 반이니 무슨 반이니 뽑아서 가르치는 학원과 각종 학습지가 수없이 많다. 엄마들의 지극한 모성애와 맞물려 아이들의 동심은 멍들고 사고력과 이해력, 창의력마저 깡그리 무시된 채 숫자놀음에만 연연하다 정작 중요한 그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단순한 계산 문제는 잘푸는 아이들이 조금만 틀어놓은 응용문제는 손도 대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고 또 문제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애들이 태반이다. 그리고 계산과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답을 쓰는 것에만 집착하고 있다. 예를 들어 2학년 수학 익힘책에 있는 문제를 보자. '영호는 영수와 함께 도토리를 주웠습니다. 영수는 130개를 주웠고 영호는 영수보다 27개를 더 주웠습니다. 두 사람이 주운 도토리는 모두 몇 개입니까?'라는 문제에서 '빨리빨리'와 계산에만 길들여진 아이들은 130+27을 하는데 망설이지 않는다. 물론 계산은 일사천리다. 그리고는 더 이상 들여다볼 생각을 않는다. 문제는 여기에서 생긴다. 첫째는 문제를 자세히 읽지를 않고 둘째는 그 문제의 의미를 생각해 보지 않는다. 이 문제를 맞춘 아이가 겨우 반
2003-11-20 16:21올해도 또 우리의 귀한 생명들이 학력고사점수 때문에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매년 일어나는 일이지만 어떻게 또렷한 수를 찾지 못하고 여러 해, 아니 어느새 20여년이 지났다. 내가 학력고사를 치렀을 때도 일어났던 일이니 말이다. 한국에서 학력고사를 치르고 대학을 다녔던 나로서는 이번 어린 학생들의 자살은 예상된 일이었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모든 학생들에게 서울대가 인생목표였으며 서울대에 들어가지 못하면 인생을 실패한 것으로 여겼다. 그만큼 서울대졸업장이 큰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직도 모든 아이들이 서울대를 들어가기 위해 기를 쓴다. 어떤 아이는 서울대에 들어가기 위해 7년을 재수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적도 있다. 이제는 어떻게 됐는지 소식을 묻는 것도 지쳤다. 이러한 우리사회의 분위기는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다. 그 증거가 바로 우리 학생들의 자살인 것이다. 우리사회에 팽배해 있는 점수 중시사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우리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작은 나라에 많은 사람이 살다보니 그 사람들을 분리하기 위해 점수를 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장이 없더라도 얼마든지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2003-11-20 16:20"서라현, 너는 청소도 아직 안 끝났는데 어째서 책가방부터 메고 서 있는 거야?"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벼락 같이 소리를 지르면서 라현이에게 꿀밤을 몇 대 먹였다. 청소시간이면 도떼기시장이 된다.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아이에, 벌써 요령을 터득해 대충 철저히 눈 가리고 아웅하는 아이에, 교실청소보다는 학원공부에 더 마음이 급한 아이들도 태반이다. 라현이는 우리 반에서 둘째가는 꼬맹이 여자애다. 1학년 갓 들어온 아이처럼 어린 티가 뚝뚝 흐른다. 그런 아이를 오늘 두 번이나 야단쳤다. 집에 가서도 도무지 마음이 편하지 않다. 성격은 못 고친다고 하지만 초임시절이나 지금이나 나도 모르게 화가 버럭 날 때가 있다. 오죽했으면 내가 맡았던 6학년 아이들이 나를 '천둥'이라고 했을까. 교대 교생시절, 지도담당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이런 충고를 했다. "화가 날수록 칠판과 가까워지십시오." 숱한 교직생활이 흐른 후, 라현이를 통해 그 말이 교사들에게 명언이라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된다. 사실, 화가 나면 그 아이에게 바싹 다가가게 마련이다. 다가가서 어떤 수단으로든지 화풀이를 하게된다. 부모들도 자녀를 기를 때 마찬가지일 것이다. 엊그제 퇴근길에 라현이를 만났다.…
2003-11-20 16:19
현재의 대학입시제도는 고등교육기회의 확대, 중등교육의 정상화, 대학의 특성적 발전 유도 및 대학의 수학적격자 선발과 같은 목적을 달성하려고 부단히 노력한 역사적 산출물이다. 그 동안 대학입시제도는 고등교육기회를 확대하는데 기여하여 고등교육 취학률이 85%이상이 될 정도로 누구나 원하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보편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학벌사회 속에서 대학 졸업 후 취업과 직결된 특정 대학과 특정 학과에 대한 선호도가 집중되어, 나뿐만 아니라 자식 및 손자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입시지옥에 살고 있다. 그리고 중등교육의 정상화라는 목적과는 다르게 사교육은 더욱 극성하여 공교육 파괴뿐만 아니라 가정 파괴까지 몰고 오고, 우리 수업료의 몇 십배가 투입되는 조기 유학은 늘어만 가고 있으며, 수능시험 뒤 교실은 공황상태에 빠지고, 학생은 자살을 하거나 무면허 음주 사고를 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대학의 특성적 발전이나 적격자 선발을 도모하기보다는 일부 대학은 기초교육이 부족한 학생들도 쉽게 입학할 수 있거나, 정원의 반절도 채우지 못하여 문을 닫아야 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대학입시에 관한 한 고등학교의 등급화 반영, 국영수와 같은 본
2003-11-17 10:14우리 학교는 작년부터 한 학과에 대해 남녀신입생을 같이 모집하고 있다. 여학생모집이 중단된지 31년만의 일이다. 남녀를 한 교실에서 가르치기로 한 이유는 남녀가 평등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학교의 폭력을 줄여보자는 의미도 있다. 물론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교육 투자효율의 가치를 고려한 측면도 없지 않겠다. 지난해 교총이 중학교를 대상으로 남녀공학과 여자단성학교, 남자단성학교간 학업성적, 자아개념, 사회성을 비교하는 조사를 한바 있었는데 단성학교보다 공학 학생들이 공부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부에 대한 열의를 5점 척도(점수가 높을수록 열의 있음)로 답하게 한 결과 공학학생은 3.10점, 단성학생은 2.90점으로 나타난 것이다. 전에 근무하던 학교는 남녀공학이었는데 남학생보다 여학생의 성적이 더 우수했다. 지필고사(선택형 필기시험) 성적은 서로 비슷하지만 수행평가(서술형 시험)는 섬세하고 꼼꼼한 성격을 가진 여학생들의 점수가 더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점수가 높게 된다. 따라서 공학의 경우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훨씬 유리하다. 앞의 조사 결과 자신감이나 리더십도 공학의 여학생들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
2003-11-13 15:45요즘 모 TV에서 시리즈로 방영하고 있는 선진국의 교육개혁동향을 시청했다. 주요 골자는 공교육이 수요자들의 요구에 부응해 그들의 입맛에 맞게 교육하는 것이다. 학교가 밀도 높은 교수-학습으로 실력을 쌓아주고 방과후에는 교사들이 자기가 가진 한 가지 특기를 학생들에게 지도해줬다. 우리의 형편을 솔직히 들여다보자. 교대를 나온 현직 교사 중 이렇다고 내놓을 만한 특기를 가진 교사가 몇이나 되는가. 아마 크게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정이 이럴진대 어찌 수요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수월성 교육을 학교가 해낼 수 있겠는가.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전문인, 특기인이 되기 위해서 학원으로 가는 것이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교대 입시에서 특기 있는 학생을 선발, 교사를 양성하거나 아니면 4년 동안 특기를 길러 조건부 졸업과 동시에 임용시키도록 해야 한다. 또 단기적으로는 중초교사를 초등 교과전담교사로 임용해야 한다. 어제도, 오늘도 초등관리자들은 모였다 하면 중초교사를 교과전담교사로 채용해야 초등교육이 변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한다. 만연한 사교육이 사회문제가 되는 마당에 왜 이를 망설이고 있는
2003-11-13 15:45오늘은 종이 날개 놀이를 하는 날이다. 등교하자마자 아이들은 떠들썩하다. 새벽 2시까지 만들었다고 으스대는 경렬이, 엄마와 함께 색종이로 예쁘게 꾸몄다는 다정이, 서로 자랑이 대단하다. 4교시에 운동장에 나가서 날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기다리지 못할 것 같아 2교시에 운동장에 나가기로 했다. 1교시 끝나는 종이 울리자 아이들은 함성을 지르며 좋아한다. "얘들아, 선생님이 체육복으로 바꿔 입고 나갈 테니 운동장 가운데서 날리는 연습하고 있어. 오늘은 바람이 부니까 운동장 가에서 날리면 지붕이나 나무에 올라간단다." "네!" 체육복을 갈아입고 나가보니 이게 웬일인가. 그렇게 일렀건만 종이날개가 스탠드 햇빛 가림막에 2개, 높은 아치 가운데에 1개, 느티나무 중턱에 1개가 올라가 있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은 울상이 돼 날개를 내리려고 야단이 났다. 스탠드 지붕에 신발주머니를 던지고 아치를 향해 펄쩍 펄쩍, 나무를 보고 팔을 흔들며 이리저리 뛰고 있다. 나를 본 아이들은 구세주를 만난 듯 내려달라고 아우성이다. 스탠드에 있는 것부터 내리기로 했다. 아래에서 위로 신발주머니를 던지니 종이 날개가 조금씩 내려오더니 땅으로 떨어졌다. 아치에 매달린 것은 나뭇잎에 가려서…
2003-11-13 1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