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제나라에 경공(景公)이라는 군주가 있었다. 그 군주는 덜떨어진 말과 행동으로 나라의 정사를 그르치기 일쑤였다. 그런데 경공이 실수를 저지를 적마다 재상 안자(晏子)가 수습을 잘해 위기를 넘기곤 했다. 안자가 어떻게 경공을 지혜롭게 보필했는지 「안자」라는 책에 세세히 기록돼 있는데, 그 책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모범적인 참모학 교과서라 할 만하다. 경공에게는 다섯 명의 아들이 있었고 사부(師傅)들이 아들들을 각각 한 명씩 맡아 가르쳤다. 안자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하루는 경공이 개혁적인 제안을 한답시고 사부들을 불러 모아 훈시를 했다. ‘아들들을 잘 교육해 주시오. 장차 교육을 제일 잘 받은 아들을 태자로 삼겠소.’ 안자를 제외한 사부들의 얼굴에 비장한 각오와 야심이 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자는 그 다음 날 사직서를 경공에게 올려 버렸다. ‘아니 웬 사직서요?’ 경공이 놀라 묻자 안자가 대답했다. ‘주공께서 말씀을 잘못 하시어 사부들이나 아드님들 사이에 쓸데없는 경쟁심을 불러일으키셨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 도저히 주공의 아드님을 가르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제가 사직하는 이유입니다.’ 결국 경공은 자기가 한 말을…
2013-11-14 16:24“교직의 위상이 약화됐다면, 교원 스스로 전문적 소양을 쌓아 학부모와 사회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교직은 노동직이 아닌 ‘전문연구직’ 임을 교원 자신이 증명해 보여야만 신뢰와 존경을 받는 교육개혁의 주체로 나설 수 있을 것이다.” 4일 프레스센터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한 ‘새교육개혁포럼’ 창립선언문 중 일부다. 이 포럼은 ‘교육 제자리 찾기(Back to the basic)’를 모토로 내세운 현장 교원들이 중심이 되고, 전문직 연구단체를 지향하는 한국교총이 창립을 주도했다. 이런저런 이름을 붙인 포럼이 넘쳐나고 있지만 현장 선생님들 스스로 연구에 매진하고, 현장에 적합한 실천적 대안을 찾아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포럼이 출범한 것은 흔치않다. 고통이 된 교육, 교원이 나설 때 교총에 따르면 몇몇 뜻있는 교원들이 모여 포럼창립준비위를 꾸린 것이 지난 9월 초순이다. 창립총회를 갖기까지 불과 두 달 만에 개인 1600여 명과 교과교육학회·교과동호회 등에서 3000여명 등 5000여 명에 달하는 현장 교원이 창립회원으로 참여했다. 지금도 매일 수십 명이 가입신청서를 낸다고 하니 교실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고자 하는 현장의 갈망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주지하
2013-11-07 19:15지금 시행되는 공무원 성과급 제도는 공무원이 1년 중 단 하루 부족한 364일을 근무하고도 성과상여금은 단 한 푼도 못 받고 직장을 떠나게 돼 있다. 현행 공무원 성과상여금 업무 처리기준(공무원 보수 등의 업무지침 2013. 1. 22 행정안전부 예규 제445호) 상 “성과상여금 지급기준일(전년도 12월 31일) 현재 해당 기관에 소속돼 있는 공무원으로 2개월 이상 근무한 자에 한하여 성과상여금을 지급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12월 퇴직해도 못받는 구조 이 규정 때문에 현재 100만 공무원(일반직, 지방직, 교원, 경찰, 군인 등 대한민국의 모든 공무원 포함) 중 절반에 해당하는 50만 명은 정년퇴직, 질병, 기타 사유로 퇴직할 경우 1년 중 6개월 이상을 근무해도 성과상여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정든 직장을 떠난다. 일반직공무원 퇴직기준일은 매년 6월 30일과 12월 31일이며 교육공무원은 매년 8월 31일과 이듬해인 2월 28일(윤년인 경우 29일)로 돼 있어 매년 6월 30일 정년퇴직(교원은 8월 31일)하는 공무원은 1년 중 절반인 6개월을 근무하고도 12월 31일 현재(교원은 2월 말일) 해당 기관 소속이 아니란 이유로 성과급을 받지 못하고 퇴
2013-11-07 19:13지난 11월 9일 한국유아교육학회에서 「유보통합 추진과 창의적 융합인재 교육의 방향과 과제」라는 주제 아래 2013년 추계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누리과정 도입과 함께 복지 개념으로 접근됐던 보육을 교육 개념으로의 전환 필요성이 제기되며 유보통합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하루빨리 유보통합이 추진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유아를 행복하게 하는 유보통합 일원화 방안에 대해 몇 가지 제안한다. 소관 부처 일원화 먼저 첫째, 유보통합을 위해서 현재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된 소관부처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2011년 총리실 육아정책연구소 설문조사 결과,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같은 행정부처로의 통합 필요성에 대해 72%가 찬성했고, 교과부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62.5%이다. 현재 영유아 정책을 스웨덴은 교육부가, 핀란드는 보건복지부가 담당한다. 그러나 핀란드도 최근 교육부로 업무 이관을 추진한다 하니 우리나라는 시행착오 없이 교육부로 곧바로 일원화할 것을 강력히 건의한다. 2013년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3~5세 연령별 누리과정으로 이미 프로그램이 통합됐다. 이제는 교사자격, 관리감독, 비용지원 등을 일원화해야 한다. 둘째, 0~
2013-11-07 19:12또다시 대입 수능 시험의 계절을 지나면서 좋은 성적을 갈구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염원은 말할 수 없이 강력해지고 있다. 수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사람들은 기쁨에 겨울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범재들은 깊은 좌절과 절망 속에서 올겨울이 유난히 추울 것이다. 우리는 특별히 뛰어나지 않고 별 재주도 없는 평범한 사람을 ‘범재(凡才)’라고 부른다. 학교에도 많은 범재가 재학 중이다. 교육 당국에서 이들은 어떤 학생인지 관심을 갖고 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 무엇을 해줬을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범재들을 위해서 교육에 종사하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특히 교육제도와 교육법을 연구하는 사람의 임무는 무엇일까? 한국교육개발원의 최근 통계(2012년 4월 현재)에 의하면 우리나라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 수는 약 138만 명이다. 그런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12년 일반고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검사’ 결과 분석에 의하면 수학과목의 우수학력 비율은 약 24%로산출됐다. 이 비율을 전체 학생 수에 대입하면 대략 우수 학생이 33만 명, 비우수 학생이 105만 명이다. 이 우수 학생을 제외한 학생을 범재로 부를 수 있다. 우리의 고등학교 수학 교육은 33만 명의 학력 우수자
2013-11-07 19:10정부의 ‘7.23 현장중심 학교폭력 대책’ 후속조치의 하나로 국회에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폭법)」 개정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번 기회에 학폭법에 관련된 일선 교사들의 입장을 전하고자 한다. 우리 교사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법과 별 상관없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과 즐겁게 생활했다. 그러던 중 2년 전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이 발생해 학교폭력 문제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학폭법이 강화되면서 학교폭력과 관련된 교사의 모든 교육행위는 엄정한 법적 테두리 내에서 옴짝달싹 못 하게 규제됐고 교사들은 낯설어하며 당황하고 있다. 교사 대부분은 법을 잘 모르며, 그동안 법 없이도 아이들을 잘 교육 시켰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교사는 어쩌면 늘 법규를 어기고, 심지어 교장으로부터 법규를 어기는 것이 올바른 사도라고 배워왔다. 예를 들어 두발규정을 어긴 학생에 대해 벌점을 줘야 할 때, 빵을 사 먹다 몇 분 늦은 학생에게 결과처리를 해야 할 때, 순간적으로 화가 나 주먹질은 한 두 번 주고받은 제자들에게 교칙을 적용해야 할 때 곧바로 벌점이나 징계를 준다면 이는 준법성은 높겠지만 그리 바람직한 교육방향이라 보기 어렵다. 그래서 교사는 학생
2013-11-07 19:08
2013년 노벨문학상은 캐나다 여성작가 앨리스 먼로에게 주어졌다. 먼로는 83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다. 하지만 그녀의 첫 작품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출판사들이 출간을 꺼린 원고였다. 원고는 그녀가 태어나고 자란 온타리오 주 휴런 호 인근 지역 주민들의 일상을 꼼꼼히 묘사해 새로운 시각으로 그들의 삶을 볼 순 있지만 드라마틱한 스토리 전개도 없고 통쾌한 결말도 없다. 아마도 그런 점들이 출판사들에게 부담을 줬을 것이다. 그녀의 첫 작품집은 15개 단편이 수록돼 있는데 그 중 표제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집에서 아이들에게 피아노 교습을 하는 마실레스 선생님이 정기적으로 주최하는 파티에 관한 이야기다. 마실레스 선생은 6월만 되면 그동안 피아노 교습을 받은 제자들을 초대해 파티를 연다. 이미 주부가 되거나 엄마가 된 제자들도 있고 엄마를 뒤이어 피아노 교습을 받는 아이들도 있다. 엄마들은 마실레스 선생의 초대에 부담감을 느끼지만 선생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고 나름대로 신경을 쓴다. 하지만 해마다 파티에 참석하는 인원은 줄어 현재 열 명 가량만 모일 뿐이다. 그 파티는 주로 교습을 받고 있는 아이들의 피아노 연주로 이뤄진다. 엄마들은 파
2013-10-31 20:18전국 초·중등 학생 713만 명 중, 현재 약 28만 명의 청소년이 학교를 떠나 방황하고 있다. 학교 이탈 학생을 위한 시설로 위탁교육기관 391개, 위기청소년 지역사회 허브기관인 청소년상담복지센터 196개, 청소년 쉼터 103개, 해밀과 두드림 프로그램 50개소가 있지만 제도권 교육을 이탈한 학생의 재진입은 쉽지 않다. 따라서 많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학교 이탈 학생들 대안 중 시급한 문제는 학교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특별교육 이수기관이 부족하므로 WEE 센터를 야간에도 개방해야 한다. 학교에서 학생이 잘못해 벌점이 쌓이면 선도위원회를 열고 특별교육이수·사회봉사활동 등의 처벌이 결정된다. 그런데 대상 학생이 특별교육을 이수하려면 보통 2주가 지나야 가능해 피해·가해 학생 간 매우 불편한 학교생활을 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수백 억 예산이 들어간 WEE 센터의 적극적 활용을 제안한 것이다. 야간 개방에 예산이 문제라면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하면 된다. 전문상담사 등 자원봉사 인력을 활용해 WEE 센터를 야간에도 운영하면 청소년들의 정서함양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WEE 센터 야간 개방과 더불어…
2013-10-31 16:55어제 우리 아파트와 이웃한 초등학교 앞을 지나려니 누렇게 익은 벼를 한 움큼씩 쥔 학생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학교 안으로 들어서자 운동장에서 벼 타작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도시 한가운데 위치한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한데 어우러져 벼 타작하는 모습은 보기 드문 광경이다. 발로 돌리는 재래식 탈곡기로 벼를 터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조그만 절구를 하나씩 든 학생들이 둘러앉아 벼를 찧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한편에선 떡메로 쳐서 떡을 만들고 뻥튀기 아저씨까지 참여해 펑 소리가 터질 때마다 하얀 튀밥이 쏟아졌다. 여문 벼를 베어 탈곡하고 도정을 해 양식이 되는 일련의 과정을 어린 학생들이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평소 이 학교를 지날 때마다 선생님들의 세심한 노력의 흔적을 교정 곳곳에서 느꼈다. 우선 이웃 초등학교는 교정 곳곳에 꽃을 많이 가꾼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음도 아름답다고 했던가. 교실 앞 화단은 물론이고 정문으로 이어진 길옆에 놓인 화분에도 항상 꽃이 피어 있다. 요즘은 노랗고 하얀 국화가 함초롬히 폈고, 여름부터 가을이 익어가는 지금까지 천사의나팔꽃이 학교를 환하게 장식한다. 나는 그 천사의나팔꽃이 내뿜는 은은한 향기가 좋
2013-10-31 16:50지난 10월 28일 한국교육신문에서 “장애인 고용 대신 ‘돈으로 때운’ 교육 당국”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새누리당 김성태·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할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고 국민의 혈세로 의무고용부담금을 냈다는 것이다. 교육당국마저 고용 기피해서야 현행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정부․공공기관은 3%, 민간 기업은 2.5%를 장애인으로 의무고용해야 한다. 만약 장애인 의무고용을 위반할 경우 최저임금법에 따라 월 단위로 환산한 최저임금액의 60% 이상의 범위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한 의무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최근 3년간 시·도교육청은 고용해야 할 장애인 의무고용 인원 중 22.4%만을 고용해 의무고용부담금을 냈다고 하니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특수교육 정책을 개발·수행하는 교육행정기관으로 솔선수범해야 할 시·도교육청조차 장애인 의무고용을 외면했다니 최근 박근혜정부가 발표한 제4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2013~2017)의 ‘2017년 특수교육대상자의 취업률 40% 달성’ 목표를 의심치 않을 수 없다. 이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장
2013-10-31 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