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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현충원 봉사로 나라사랑 교육 동시에

지난해에 이어 1학년 아이들의 담임을 맡았다. 올해도 아이들에게 무엇인가 소중한 체험과 추억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아이들의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학교에 등교하고 교과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학교에 입학해 올해 한 가지 이상 실천을 할 수 있는 꿈이나 목표 혹은 선생님에게 바라는 것 등을 아이들에게 적어 보게 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직은 초등학생의 티를 벗어나지 못해 그런지 ‘키가 크고 싶다’, ‘축구를 잘하고 싶다’ 등의 답변이 대다수였는데, 유독 한 아이의 글귀가 필자의 눈에 크게 들어왔다. ‘선생님과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작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반 아이들과 함께 어려운 이웃이나 가정에 연탄배달을 한 후 아이들이 무척이나 만족하고 뿌듯해 하는 것을 느꼈던 기억이 떠올라, 생각할 여유도 없이 봉사활동을 가자는 마음을 갖게 됐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봉사를 찾던 중 대전에 위치한 국립현충원봉사가 눈에 들어왔다.

국립 현충원 봉사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학교를 비롯해 사회전체가 주5일제가 되면서 여가활동이 많아짐에 따라 우리 아이들이 현충일과 같은 국경일이나 각종 기념일을 그냥 여가 시간을 갖는 휴일로만 여기게 된 상황을 조금이나마 바꾸고 싶은 생각에서였다.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존경과 추모의 분위기가 필자가 학교를 다녔던 학창시절보다 많이 약화됐음을 새삼 느낀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국경일이나 현충일에 꼭 필요한 나라사랑의 가치관을 형성시키고, 현충일을 추모할 수 있는 엄숙함을 경험시켜 아이들이 나라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13명의 아이들과 함께 청주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국립묘지가 있는 대전으로 향했다. 청주를 출발해 1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대전 유성에 도착한 후 그곳에서 다시 일반버스를 이용해 대전국립현충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시간은 점심 무렵이었다. 미리 준비한 점심도시락을 아이들과 함께 먹고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아이들에게 11만평의 넓은 현충원 묘역에 대한 첫 인상은 놀라움 그 자체였을 것이다. 이 생소한 묘역을 바라보며 아직 중학교 1학년인지라 확실한 역사관이 확립되지 않은 한 녀석이 “선생님 왜 이렇게 비석과 묘지가 많아요? 왜 이렇게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지?”라는 엉뚱한 질문을 했다. 그때부터 이렇게 넓게 국립묘지가 조성된 목적과 우리 역사의 흐름에 대해 10분정도 설명을 해줬다. 때마침 현충일 바로 전이어서 참배객들로 현충원은 북적였고, 많은 행사가 이어져 있어 아이들이 현충일 맞이하는 국립현충원의 분위기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봉사를 시작하기 전에 현충원에 온 목적을 다시 한 번 알려주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참배객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히 묘비사이를 다니라는 것과 장난치지 말고 경건한 마음으로 버려진 꽃 쓰레기를 담으라고 알려줬고, 아이들은 스스로 깨닫고 봉사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였다. 봉사를 하면서 묘비에 새겨진 내용을 읽어보기도 하고, 묘비를 닦고 계신 참배객에게 도움을 드리고 인사도 하면서 아이들 스스로 여기에 온 목적을 잊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애국지사묘역과 한국전쟁전사자 묘역을 지나 현충원 상부 쪽으로 이동하면서 봉사활동을 계속하다 3년 전에 발생했던 천안함 사건에 희생당한 46 용사가 모셔져 있는 묘역을 참배하는 것을 끝으로 봉사를 마쳤다.

6월은 대한민국 국민의 누구나 가슴속에 새기는 호국 보훈의 달이다. 그리고 이번 6월 6일은 벌써 58돌을 맞는 현충일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지난 반세기 넘는 기간 동안에 걸쳐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고, 대한민국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 대열에 합류했다. 이렇게 우리가 휴식할 수 있는 가정, 우리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학교 등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누리는 편안함을 베풀어주는 국가의 소중함을 아이들이 잠시 잊은 적은 없는지 교사로서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조국이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유유히 이어온 것도 숭고한 애국정신으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선열과 국군 장병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 국립 현충원 봉사를 통해 아이들에게 이런 조상의 얼과 정신을 가슴에 간직하게 하고, 그분들의 애국심을 본받아 나라를 사랑하고 숭고한 민족정신을 가르치는 것이 교사의 사명임을 이번 기회에 다시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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