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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교육과학기술부의 2009년도 예산 전용액이 전년보다 두배 이상 늘어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1일 2009회계연도 교과부 결산 검토보고를 통해 지난해 예산 전용액이 3234억4800만원으로, 전년(1529억5900만원)보다 111.5% 증가했다고 밝혔다. 교과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증가 이유로는 한국장학재단 설립에 따른 운영비 지원 및 채권 발행에 2221억원을 전용한 것이 대다수를 차지했고 각종 인건비 부족, 각종 사업비 증가 등으로 인한 전용도 발견됐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저소득층 대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편성된 2932억원 가운데 870억원이 한국장학재단 출연금으로 전용됐다. 저소득층 장학금의 경우 부정확한 통계와 이에 따른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예산 집행실적이 저조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당초 예산 편성시에는 연간 지원 대상을 기초생활수급자는 10만4000명, 차상위 계층은 6만6000명으로 추산했으나 실제 수령자는 각각 7만8256명(75.2%), 2만9129명(44.1%)에 그쳤다. 또 대학구조개혁지원 사업에 따라 2005년부터 현재까지 18개 국립대학이 9개 대학으로 통합되면서 학생정원이 모두 7267명 감축되고 행정조직이 축소됐지만 일반직 공무원 수는 오히려 33명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일부 대학은 통폐합 지원금을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와 교수 연구실 책상 구입, 진로지도교수 활동경비, 학생자치기구 간부 수련회 경비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금액은 모두 42억2600만원에 달했다. 한편 노후학교의 친환경학교로의 리모델링 지원사업이 교과부와 기재부간의 신속한 협의 미흡으로 효율적 집행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지적됐다. 노후학교 리모델링 지원사업은 경과연수가 50년이 지난 1960년 이전 학교건물에 대한 개축을 통해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것으로 추경예산 150억원이 계상됐지만 72.5%인 108억 6800만원만 집행되고 41억3200만원은 불용처리됐다. 기재부가 2009년 7월에 집행계획을 심사하면서 ‘50년 이상된 노후학교 개축 지원사업’으로 사업집행계획을 변경할 것을 교과부에 요구했고 다시 지역균형 발전 도모와 공립학교 우선지원이라는 기준을 새로이 설정, 공립학교인 ‘부산 경남중’에 대해서만 108억6800만원을 지원하도록 수시배정을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사업비 예산이 실행예산 수정과정에서 과도하게 감액된 것도 문제점으로 분석됐다. 이는 매년 반복되어온 문제로 자체 수입액의 과도한 수립이 원인인 것으로 판단됐다. 20007년부터 예산액과 결산액의 차이가 더 커지는 추세였으므로, 자체 수입액의 감소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지만 오히려 수입이 두 배 이상 증대되리라고 예측했다. 이같이 사업 관련 실행예산을 과도하게 감액하여 변경하는 것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사업들의 내실 있는 수행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요즈음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시청률이 매회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거성그룹의 후계 문제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대립도 흥미롭지만, 나는 팔봉선생(장항선 분)의 제자 사랑과 경합 과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보인 그의 철학과 소신에 주목하면서 보았다. 특히 죽음을 앞두고 스승을 배신한 태조와 진솔하고 열정적으로 살아온 탁구, 두 제자에게 제시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은 어떻게 해결될 지 자못 궁금하다. 그가 제시한 첫 번째 경합과제는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을 만드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배고픔의 아픔을 경험한 탁구는 ‘보리밥빵’을 해결책으로 제시했고, 배고픔의 아픔을 경험하지 못한 태조는 빵의 열량을 계산하여 만듦으로써 배부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 과제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그 기저로 삼은 것 같다. 그러나 두 번째 과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빵’에서는 심각한 혼란에 빠진다. 승부에 눈이 먼 태조가 이기기 위해서 갖은 술수와 계략을 동원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여자 친구를 빼앗음으로 해서 탁구를 흔들리게 하고, 탁구의 천부적으로 뛰어난 후각을 시기하여 약물을 동원하기도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스승의 발효일지를 훔쳐내고, 춘식 영감의 스승에 대한 반감을 교묘하게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탁구는 이처럼 악조건에서도 오로지 ‘재미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밤늦게까지 혼자 제빵실에 남아 김치, 청국장, 막걸리, 새우젓 등의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발효종 찾기에 정신이 없다. 경합결과 탁구는 실패한 빵을 만든 소감을 솔직하게 토로하면서 새로운 결의를 다지지만, 태조는 춘식 영감이 만들어 준 레시피 대로 빵을 만들어 놓고 이스트 없는 빵을 만들었다고 스승을 기만한다. 이를 본 팔봉 선생의 준열한 가르침이 쟁쟁하다.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은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드러난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고,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빵’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정신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태조, 너는 경합에서 이길 생각에만 눈이 어두워 네 것도 아닌 것을 네 것인 것처럼 만드는 악수를 두었겠지!”라고 나무란다. 팔봉 선생의 꾸지람에서 보듯, 탁구와 태조에게 낸 경합과제는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의식을 심어 주는 과제였다. 또한 도전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진정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길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팔봉의 꾸지람에 담긴 ‘도전을 즐기는 삶’이야말로 경쟁교육에 매몰된 우리 교육계에 던지는 의미심장한 화두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교육열은 세계의 금메달감이라고 한다. 어린 아이들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 바로 글자를 가르친다. 글자를 깨우치기가 무섭게 외국어 교육 열풍에 휩쓸린다. 모두 한결같이 옆집 아이보다 앞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기기 위한 교육’에 정신이 없다. 옆집 아이가 하니까 우리 아이도 해야 한다는 식이다. 선수학습을 시키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디지 못할 만큼 우리는 조급증에 빠져 있다. 바로 제빵왕 김탁구의 태조처럼. 우리에게는 아이 스스로 도전감을 갖게 하는 교육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오로지 옆집 아이보다 하나라도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게 하는 데에 급급하면서,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게 하는, 그리고 새롭게 도전하게 하는 교육은 소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여전히 교과서를 절대적으로 신봉하면서 ‘이기는 교육’만을 고집스럽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드라마에 담겨 있는 교육적 의미를 되새기면서, 우리 교육의 발전 방향을 새롭게 탐색해 보았으면 한다. 세 번째 과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에서는 무엇을 일깨워 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서울시의회가 지난 7대때 통과시킨 창의교육 지원 조례를 폐지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제출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의 교육지원국 설치를 둘러싸고도 대립하고 있어 교육문제를 두고 시와 의회간의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창의교육 지원조례’는 서울시가 창의교육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과 지원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서울 창의교육 자문단, 서울 창의교육 시민위원회, 추진기구인 재단법인 서울 창의 아카데미 등을 설치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으며 지난 3월 의회에 제출됐다. 조례는 창의 교육지원을 위해 관련 프로그램 개발, 교육자 양성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내용도 담고 있으며 연간 30~50억 규모의 운영 예산으로 연차적으로 350억~400억원(4년간)을 사용하게 된다. 당초 조례안은 입법 취지는 충분히 인정됐지만 심사 과정에서 ▲재단설립 근거 확보에 치중한 나머지 재단설립에 따른 구체적인 조직, 예산 등의 현황과 사전 준비 미흡 ▲재단 설립 이외에 전문기관 위탁 혹은 기존 인프라 활용 등 대안 마련노력 부족 ▲운영 타당성 검토를 위한 용역 결과 진행 중 등 사전준비 부족 등이 지적(재정위 전문위원 검토보고)되기도 했다. 하지만 조례는 7대 서울시의회 회기 마지막날인 6월30일 51건의 조례안 무더기 통과 때 함께 통과됐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의원 및 교육위원 등 22명 의원들은 서울시가 지방교육자치를 훼손하는 의도라며 지난달 23일 폐지 조례안을 제출했다. 이들은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따르면 창의적인 인재양상 교육은 일반 행정으로부터 독립된 지방교육자치의 기본 영역”이라며 이 조례의 시행으로 단체장이 창의교육 지원을 주도할 경우에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조례를 대표발의한 김연선 의원(재정경제위․민주)은 1일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는 교육감 관장 사무이지 지방자치단체장의 사무가 아니므로 법령을 벗어나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창의교육은 정부도 정점사항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런 움직임은 오히려 교육혼선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서울시가 교육지원국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4개 과가 있어야 하는데 창의교육을 담당하는 부서를 만들어 이를 뒷받침하려고 하는 의도”라며 “10일 본회의 통과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불과 3개월만에 조례를 폐지시키는 것과 관련 “잘못된 것은 빨리 복구하는 것이 정당한 것이므로 부담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시의회는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무상급식 실시를 위한 ‘서울시 학교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발의한 상태고, 서울시의 교육지원국 설치에도 분명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교육문제를 둘러싼 서울시와 의회간의 대립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韓 “아이들은 ‘미래에서 온 유학생’…교육비 줄여야” 日 “무상교육 내용과 대상 확대하고 법으로 규정을”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와세다대학교 도야마캠퍼스에서 ‘교육비 부담의 현상과 과제’라는 주제로 제26회 한·일교육연구발표회가 열렸다. 이번 발표회에는 한국교총 이남봉 부회장(동두천 탑동초 교장)을 단장으로 한 13명의 대표단이 2박3일 일정으로 방일하여 일본교육연맹의 신도 히사노리 회장(전일본중학교장회 회장)을 비롯한 일본 측 교육인사들과 양국의 교육현안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와 토론을 벌였다. 행사 당일 오전 발표회 참석자들은 니시와세다 중학교를 방문하여 학교현황과 학생들의 활동을 소개받고, 학생들의 학내 활동을 둘러보았다. 같은 날 오후 1시30분부터는 와세다 대학교 내에 마련된 행사 장소에서 한·일교육연구발표회 본 행사가 시작되었다. 츠유키 마사노리 일본교육연맹 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발표회는 양국 대표 인사말과 참석자 소개, 발제자의 주제 발표, 질의·응답, 기념촬영, 그리고 만찬 등의 일정으로 이뤄졌다. 일본 측의 발표를 맡은 사네요시 츠네오 교장(도쿄여자학원 중고등학교)은 2010년 4월부터 시작된 일본 고교무상화제도의 교육비 부담 문제와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과제를 제시했다. 츠네오 교장은 고교무상화란 학비의 일부인 수업료 무상을 의미하며 공립고교에는 연간 수업료 11만8800엔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사립고교에는 보호자 소득에 따라 연 11만8800엔부터 23만7600엔까지 국가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대로 된 고교 무상교육을 위해서는 “보호자의 교육비 부담경감과 학교경영의 건전성을 높이는 일이 일체가 되어야만 학교 교육환경의 발전·향상을 전망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아이들은 ‘미래에서 온 유학생’이기 때문에 교육에 있어서 모든 격차가 없어지는 움직임이 세계적인 추세가 되길 바란다”고 말하면서 발표를 마무리 지었다. 이어 발표에 나선 한국 측 신옥주 교장(서울영서초)은 ‘교육선진화를 위한 무상교육의 내실화’란 주제로 한국 의무교육 무상화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일본 교육자들에게 소개했다. 신 교장은 1954년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시작된 의무교육 범위가 중학교 3학년까지 확대되는데 50년이 소요됐으나, 아직도 한국의 의무교육 수준은 수업료와 교과서만 무상이라고 문제점을 꼬집었다. 또한 신 교장은 유치원 교육비용 증가, 중학교 육성회비 거출, 학급수 감축에 따른 농산어촌 학교 폐교, 빈부격차 등의 문제점도 제기했다. 이에 따른 개선방안으로는 무상교육의 내용과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이를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신 교장은 주장했다. 뒤이은 자유토론에서 양국 토론자들은 무상교육 관련 내용뿐만 아니라 일본의 방과후학교와 학생회 운영 실태, 사교육비 현황, 일본의 학교선택제도, 교장공모제 등 최근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쟁점이 되었던 교육 현안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았다. 한·일교육연구발표회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일본교육연맹이 한·일 양국의 교육발전과 문화교류를 위해 1980년 2월 양 단체 간 체결된 교류약정서에 따라 매년 교대로 실시하는 행사로 올해는 일본교육연맹 주관으로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 일본교육연맹은 1951년 4월1일 일본교육의 진흥과 교육의 국제적 협력촉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로 일본 전국연합초등교장회, 전일본중학교장회, 일본 전국고등학교장협회, 일본사립중학고등학교연합회, 전일본교직원연맹 등의 가맹단체가 연합하여 조직되어 있으며 현재 신도 히사노리 전일본중학교장회 회장이 일본교육연맹 회장직을 맡고 있다.
“새로운 정책을 만들기 보다는 그동안 추진한 정책들이 착근되는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이를 위해 현장에 계신 분들과 마음을 열고 더 소통하겠습니다.” 8월30일 취임한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현장과의 소통을 거듭 강조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지금도 너무 많은 정책들을 부과해 학교가 피로한 상태다” “교원평가, 교장공모 등 법과 현장 여론의 뒷받침 없이 행정편의로 시행하다보니 군림하는 교과부가 되고 있다”는 충고를 받은 탓으로 보인다. 취임사에서 그는 “대입제도와 학교제도 개선, 창의․인성교육 강화, 대학교육 경쟁력 강화 정책들이 뿌리를 내리는데 역점을 두겠다”고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또 “저소득층과 소외된 계층에 교육기회가 공평하게 부여되도록 일반고보다는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에, 4년제 대학보다는 전문대학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그간 추진해온 입학사정관제, 고교다양화, 수능개편 작업을 차질없이 진행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교육수장으로서 이 신임 장관 앞에 놓인 숙제가 첩첩산중이다. 특히 교원평가, 교장공모, 성과금 등 교원옥죄기 정책으로 40만 교원을 적으로 등 돌린 상황는 그가 풀어야할 첫 번째 과제다. 청문회에서 “개혁정책이 성공하려면 교사를 주체로 세워야 하지 않는가”라는 질의에 이 장관은 “동의한다. 하반기에는 교원사기 진작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을 정도다. 이를 실현하려면 갈 길이 멀다. 대표적인 현안은 교원평가다. 교과부는 현재 교원평가를 전면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진보교육감 진영을 포함한 시도의 의견을 모아 평가 주체, 방법 등에 대해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하고 시도 자율시행 부분을 명료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교과부는 “진보진영이 폐지를 주장하며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교과부는 “객관성이 부족한 학부모 만족도조사는 개별 교사가 아닌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평가결과 활용 부분은 더욱 난제다. 이 장관은 사기진작책으로 “연구년 교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병행 실시하겠다는 평가 ‘미흡자’ 등급별 의무연수방안을 현실화 할 경우 ‘사기저하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연구년 교사는 올해 99명에 불과했다. 아울러 수석교사법은 정부의 중점추진법안에서도 제외됐다. 교장공모는 교총과의 특별교섭을 통해 일단 40%로 줄이기로 합의해 현재 교과부와 시도가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더 낮춰야 한다”는 현장의 불만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 자격자에 대한 신뢰이익이 침해될 수 있고 학교를 정치장화 하고 있다는 우려 탓이다. 실제로 최근 곽노현 서울교육감이 교사선호도 평가결과를 반영하겠다고 밝혀 이 문제는 전교조가 주장하는 교장선출보직제로 변질돼 교단의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성과금 차등폭을 30%에서 갑자기 50~60%로 확대한 것도 교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 부분도 교총과 특별교섭을 통해 ‘서로 협의해 정한다’고 돼 있지만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교과부는 “성과금 기준 합리화는 학교가 할 일”이라며 현행유지 분위기여서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여기에 학교 간 경쟁을 조장하는 학업성취도 평가 공개방식, 수능개편과 2009교육과정개정을 통해 소외되는 교원집단, 대안 없는 체벌금지로 인한 생활지도 문제, 말 뿐인 교원잡무경감 등도 이 장관이 ‘소통’을 통해 해결할 과제다.
최근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유입과 농어촌의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초․중등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학생이 2만 명에 달하며, 그 수는 해가 거듭할수록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정 학생의 교육에서 학교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학교생활 부적응 관련 문제들이다. 학자들은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이 문제들을 한국어능력 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학생들이 수학이나 과학, 예체능 분야보다는 언어와 관련된 사회과 등의 교과에서 학습 결손을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다문화가정 학생의 한국어능력을 보면 두 가지 유형으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우선, 낮은 한국어능력을 보이는 외국인 근로자 가정 학생이 있다. 이들은 가장 기본적인 생활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조차 어려움을 겪는다. 한편, 일상적인 생활에서의 한국어능력에는 어려움이 없어 보이나 학습부진을 면치 못하는 국제결혼 가정 학생이 있다. 이들은 동료나 교사들과의 의사소통은 원활히 하여 겉보기에는 상당한 한국어 능력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와 관련된 교과 학습에서는 부진을 보인다. 이러한 학습부진은 적극적 지원이 없으면 수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지심리학자들은 비록 발달 과정에 대한 입장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언어발달과 인지(사고)발달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강조해 왔다. 특히, 비고츠키(Vygotsky)는 언어 발달의 촉매가 되는 문화 속에 많은 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며, 언어 속에 포함된 문화를 경험함으로 언어와 인지(사고)가 발달한다고 주장한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위해서는 언어 발달이 전제되어야 하고, 언어 능력 발달을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언어와 문화 실조가 학습부진에 중요한 요인임을 시사해 준다. 우리나라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한국어교육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예컨대, 취학 전 학생에게는 주로 가정이나 사회기관이 문해 교육을 위한 한글 지도를 하고 있고, 취학 후에는 취학 전 수준보다는 조금 높은 초등학교 저학년 국어 교재를 사용해 담임교사들이 방과 후에 지도하는 실정이다. 다행히 최근 다문화가정 학생의 학교 적응을 위한 한국어교육 교재가 속속 개발되어 보급되고 있다. 그러나 교재의 대부분은 학교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생활 한국어 중심의 내용과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초중등학교 교사들은 물론,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한국어교육을 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기본적으로 인지하고 있어야 할 한국어교육 내용을 제시한다. 우선, 생활 언어 교육이 필요하다. 외국인 근로자 가정 학생, 혹은 국제결혼 가정 학생들일지라도 일상적인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해 생활 한국어를 가르쳐야 한다. 이들이 학교생활과 학습 과정에서 원활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혹은 수준별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교과 학습 언어 교육 또한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교과 학습을 위한 언어 능력은 교과 내용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길러질 수 있다. 그러나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는 교과 학습 용어가 낯설어 학습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용어의 어려움으로 교과 학습의 효과가 경감되지 않도록 교과 학습 용어를 별도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 현재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육에서 간과되고 있는 부분이다. 끝으로, 문화가 한국어교육의 내용이어야 한다. 물론, 교과 학습 언어와 마찬가지로, 생활 한국어 교육의 내용에 문화를 포함시켜 가르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영어 등 외국어 교육을 위해 해당 국가의 문화를 가르치듯, 한국어교육을 위해서도 우리 문화가 내용이 될 필요가 있다. 요컨대, 다문화가정 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단지 학교생활에 적응하게 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비다문화가정 학생이 누리고 있는 학습권을 이들도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학습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한다는 좀 더 높은 차원의 의의가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현재 간과되고 있는 한국어교육의 중요성과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였다. 향후 사회 통합적 차원에서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한국어교육이 공교육 내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학기부터 학교현장은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학습연구년제가 시범운영 된다. 교과부는 연구년제 대상 교사 99명을 선발․발표했고, 해당 교사들은 6개월 동안 선진 각국의 교육기관 연수와 문화탐방을 결합한 10일 이내의 국외체험연수와 국내 대학 등과 연계해 각자 계획한 현장연구, 강의, 수강, 실습 등을 진행하게 된다. 이를 위해 교과부는 6억 원의 특별교부금을 확보해 1인당 580만원의 연구 경비를 지원하고, 연구년 시행 후 결과보고서 제출과 일정 기간 장학요원 등으로 활동토록 할 계획임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시범운영 첫해부터 연구년제를 시행하지 않는 시‧도가 발생하는가 하면, 선발 인원도 당초 목표인원인 120명에 미치지 못하는 99명에 불과해 실효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년제 교사 선발은 교원평가 결과와 학교장 추천, 자기학습계획서 등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동안 교과부는 연구년제를 교원평가 우수교원에 대한 인센티브 차원에서 운영할 방침임을 밝힌바 있어 이번 대상자 선발 시에 교원평가 결과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선발기준은 연구년제가 교원 스스로 부족한 면을 보완하여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로 운영되기 보다는 상벌적 측면이 강조되어 교원들 간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인원수 채우기식의 타율적인 제도로 운영되도록 유도한다는데 문제점이 있다. 연구년제는 일정 경력 이상의 교원들이 자기 계발을 위해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학교 밖에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수업기술과 학생지도 방법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와 연수에 참여하는 것은 학교교육력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선발기준도 이러한 목적에 맞게 변경되어야 하며, 연구년제 대상인원도 전체 교원의 3%까지 확대함으로써 교직사회에 유의미한 제도로 정착되고, 발전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연구년제는 안정적 운영과 정착을 위해 법제화를 통해 시행되어야 한다. 법적인 근거를 가지지 않는 제도는 정책 결정권자가 바뀜에 따라 변경되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봐 왔다. 1일 개회한 정기국회에서 4월 1일자로 입법 발의되어 있는 교원연구년제 도입 법안을 반드시 처리할 것을 모든 교원들은 염원하고 있다.
인천동부교육청(교육장 김진석)에서는 8월30일 연성중학교에서 관내 중학교 35교 35팀 140명이 참가하는 수학탐구토론대회를 개최, 성황리에 마쳤다. 느낌, 감각, 상상력을 일깨우는 수학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학교별 수학교과교실을 구축하여 동아리활동이나 다양한 수학체험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수학탐구토론대회는 교실의 이론중심 수업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조작활동과 사고과정, 체험 등을 통하여 학생들에게 수학에 대한 흥미를 높여주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번 대회는 종이컵이 원뿔대의 모양으로 만들어진 이유와 종이컵 모선의 길울기가 어떤 원리로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이유를 수학적으로 분석하여 제시하고 토론하는 마당으로 학교별 4명의 학생이 오전 9시부터 4시간 동안 토론을 통하여 발표 자료를 만들고 오후 2시부터 예선대회를 실시하고 결선 진출 8팀이 다시 오후 4시 30분부터 가군과 나군으로 각 4팀씩이 모여 1팀이 발표하고 3팀이 반론을 제시하면 답변하는 형식으로 운영하됐다. 금년도 탐구토론대회 결과 만성중과 신송중이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6개교가 우수상, 8교가 장려상을 수상하였는데 심사를 맏았던 인천대 함남우 교수는 "학생들이 수학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하루 수학에 풍덩 빠져 즐거움을 찾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 수학탐구토론대회가 동부 수학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더 많은 학생이 참가할 수 있도록 문을 개방했으면좋겠다"고말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육이란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주는 것’을 말한다. 즉, 지식을 가르쳐서 도덕적인 인간이 되도록 하는 일을 말한다. 선생님을 표현하는 말 중에는 ‘교편을 잡는다’가 있는데 여기서 교편이란 말은 ‘교사가 수업이나 강의를 할 때 사용하는 채찍같이 가느다란 막대기’를 말한다. 교사는 예로부터 이 교편을 잡고 학생들을 훈육하고 지도해왔다. 그 방법들 중에는 엄한 경우 체벌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다시 체벌의 뜻을 알아보면, 체벌은 ‘일반적으로는 부모나 교사가 자녀나 학생에게 교육을 한다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것으로 육체적인 고통을 수반해 교육의 목표인 바른 방향으로 행동의 변화를 유도하는 행위’이다. 중요한 점은 교육이란, 학생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고 체벌은 학생을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하게 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체벌금지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이 시점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체벌전면금지가 과연 바람직한가? 보다 효율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교사의 권위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또 누구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학교에는 말로는 도무지 되지 않는 학생도 있고, 엄격하게 지도해야 하는 여러 상황들도 있다. 교육적 지도를 위한 최소한의 체벌조차 금지된다면 교사가 학생 지도를 포기하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교사가 학생 지도를 포기하도록 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서는 우리나라의 교육에는 희망이 없다. 한 반에 30명 학생들을 가정해 보자. 눈빛으로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잘하는 학생이 3~4명 정도 있다. 타일러 말을 듣는 학생들이 20명 정도, 반복적인 지도에도 변화가 없어 꾸짖거나 체벌이 필요한 학생이 3~4명이 있다. 체벌 등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되지 않은 학생이 1~2명 있다. 물론 이것은 정해진 수치는 아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간단한 타이름과 꾸짖음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사가 어떻게 할 수 없고, 체벌로도 되지 않는 학생들의 지도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학생들은 가정적으로 불우한 경우가 많아 가정의 협조를 받아 변화시키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 이러한 문제가 있는 개별 학생에 대한 체계적인 지도가 이루어질 수가 없다는 점이다. 전체적인 학생들에 대한 일반적인 정책만 있을 뿐, 문제가 있는 개별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생활지도의 예를 들어보자. 어느 학교든 문제 학생은 꼭 있다. 담임교사의 힘으로는 도저히 지도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는데 지금은 모두 담임교사의 책임으로만 되어 있을 뿐 이 학생을 지도할 매뉴얼이나 프로그램은 전무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학생을 맡을 경우 담임교사는 어떻게든 큰 사고 없이 1년이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다음 해에 그 학생은 다른 교사에게 넘겨진다. 결국 그 학생은 지도가 이루어지지 않고 이런 학생들이 결국 성인이 되면 개과천선을 하지 않는 이상 사회의 낙오자로 살아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상황도 그러한데 이들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정적인 교사의 교육적인 체벌조차 원천적으로 금지한다면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학습지도도 마찬가지다. 학습부진아로 판명된 학생이 있다. 학교마다 노력은 하고 있지만 언제든 교사가 그런 학생에게 적용할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없다. 이 역시 담임교사가 지도해야 하지만 담임교사는 반의 모든 학생을 지도하고 수시로 다른 업무를 처리해야 하므로 일관성 있게 지도하기 어렵다. 심한 학습지진아 학생의 경우 아무리 지도를 해도 변화가 없다. 정말 열정적인 교사의 개입이 없다면 이 학생은 올해도, 내년에도 학습부진아로 학교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매사 학교생활에 자신감이 없고 재미가 없는 이런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 교사도 힘에 부친다. 교사의 권위는 교사를 위한 것이 아니다. 교사의 권위는 학생들의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교사가 권위를 가질수록 교육은 잘 이루어지며 교사의 권위가 추락할수록 교육은 많은 문제를 갖게 마련이다. 체벌전면금지 이후의 교실 수업 상황에 대한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방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꼴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구더기는 골라내고 우리 몸에 좋은 장을 만들어야 한다.
초등학교 2학년 때다. 교회 주일학교에서 여름 어린이 성경학교가 열렸었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었던 내 조부는 신앙심이 독실해, 나를 여름 성경학교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니게 했다. 그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성경 퀴즈 대회’가 열렸던 게 생각난다. “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입니다. 예수의 제자가 되기 전에는 세금을 거두는 관리이었습니다. 나는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기록한 사람입니다. 내가 기록한 것들은 오늘날 우리가 읽고 있는 신약성서의 맨 처음 순서에 실려 있습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아는 어린이 손을 들고 답을 말해 주세요.” 퀴즈 진행자는 문제를 다시 한 번 읽어 준다. 나는 답을 헤아려 본다. ‘베드로인가? 아냐. 신약성서의 맨 앞에는 마태복음이 있는데. 그렇다면 마태복음을 쓴 마태? 그래 마태 맞다.’ 그러나 선뜻 손을 들지는 못했다. 누군가가 ‘베드로’라고 말했다. 다시 누군가 ‘바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진행자는 은근히 경쟁심을 부추겼다. 맞춘 어린이 개인은 물론이지만 가장 많이 맞춘 반은 단체상을 줄 것이라 했다. 아이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주일학교 우리 반 담당 반사(班師) 선생님이 내 곁으로 당겨 앉으셨다. 밝고 활기찬 처녀 선생님이었다. 교회에 가기 싫어도 선생님이 좋아서 가기도 했었다. 선생님이 내 귀에다 소곤거렸다. “마태! 인기야 마태라고 해!” 나는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선생님은 손으로 단상의 진행자를 가리키면서, 눈빛으로는 내게 빨리 말하라고 하는 듯했다. 상을 타고 싶은 내 욕구도 살아났다. 나는 빠르게 일어나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외쳤다. “마태입니다.” 정답임을 큰 목소리로 확인해 주는 진행자의 목소리, 사람들의 박수 소리, 부러워하는 다른 아이들의 눈초리, 빙그레 미소를 머금는 우리 반 선생님의 표정, 흥분된 시간이 짧고 빠르게 지나갔다. 상품으로 받은 노트 두 권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이상하다. 기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자랑스럽다는 생각은 더더구나 안 든다. 마음이 무겁고, 무언가 불유쾌한 것이 묵직하게 드리워져 있는 것 같다. 다음날은 토요일, 어린이 성경학교가 끝나는 날이다. 수고한 주일학교 선생님들에게 점심 식사를 우리 집에서 대접해 드리기로 했단다. 할머니가 국수를 삶고 전을 부치고 반찬을 준비한다고 부산하시다. 점심때 주일학교 반사(班師) 선생님들이 모두 우리 집으로 오셨다. 나를 보는 선생님들마다 칭찬을 한 아름씩 안겨 주신다. “어쩌면 이렇게 총명한 손주를 두셨어요.” “쪼그만 녀석이 어떻게 그런 문제를 다 맞췄지. 참 대단해요.” “얘가 누굴 닮아서 이렇게 재주가 있답니까?” 칭찬의 말씀이 던져질 때마다 맞장구의 감탄사들이 번진다. 볼을 잡고 귀엽게 흔들어 주고 가는 선생님들도 있었다. 국수를 말아내시는 우리 할머니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나는 가만히 우리 반 처녀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선생님은 아무 말이 없었다. 다른 분이 무어라 할 때도 어떤 맞장구도 치지 않으셨다. 나 또한 그 누구의 칭찬도 하나 반갑지 않았다. 불편하고 힘들었다. 어쩌다 선생님과 눈길이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선생님은 얼른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돌이켜 생각하건대, 선생님과 나는 일종의 ‘불륜의 모드’ 속으로 침잠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빨리 여기를 빠져나가고 싶었다. 육군보병학교에서 훈련받던 군대 시절 이야기이다. 총 16주 훈련 가운데 4주차이었던가. ‘군인복무규율’ 시험을 본다는 공지사항이 하달되었다. 군인으로 지켜야 할 자세와 규범들을 한 권의 소책자로 만들어 놓은 것이 군인복무규율이다. 시험이 공고는 되었지만 밤낮 없는 훈련들로 군인복무규율을 외울 시간이 없었다. 야전 훈련에서의 필기시험이란 것이 일종의 요식 행위로 처리되는 경우를 더러 보아 왔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다. 어쨌든 날짜는 다가왔다. 여기저기 훔쳐보면서 답을 적절히 채워 낸 친구들도 있었다. 준비 없이 시험에 임하였으므로 나는 시험을 잘 볼 수 없었다. 문제는 그다음에 불거졌다. 일요일 오후 우리 1중대 전 병력은 연병장에 집결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일요일에 연대장이 집결을 시키다니, 그것도 전체 연대 병력이 아닌 우리 중대만 모이라고 한다. 집합의 사유는 간명했다. 연대 예하 10개 중대 가운데 우리 1중대가 군인복무규율 시험에서 꼴찌를 한 것이다. 연대장은 언성을 높였다. 이렇게 군인으로서의 복무에 대한 자각이 없어서야, 어디에 쓰겠느냐는 것이었다. 이런 군대라면 설령 다른 훈련을 받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했다. 우리 중대장 강 대위는 중대원이 보는 앞에서 혹독한 질책을 받았다. 아니, 그것은 질책이라기보다는 수모에 가까운 것이었다. 싸워 이기는 것이 군인의 책무이다. 무슨 종류의 경쟁이든지 절대로 져서는 안 되는 것이 군대이다. ‘군인복무규율’ 시험은 어느새 10개 중대 간의 경쟁이었던 것이다. 뒷이야기도 무성했다. 시험 중에 공공연하게 책을 들춰 가며 커닝을 한 중대도 있단다. 어떤 중대는 중대의 성적을 높이기 위해서 답을 암시하는 힌트를 주었다고도 했다. 우리 중대는 그런 준비 자체가 없었던 것 같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중대장 강 대위를 존경했다. 연대장의 질책을 받은 중대장이 취한 조치는 명료하고 단호했다. 군인복무규율 시험에서 평균 60점 미만인 훈련생들을 따로 집합시켰다. 중대원 180명 가운데 대략 30명가량이 해당되었다. 나 역시 이 30명에 속했다. 중대장은 이렇게 말했다. “귀관들은 군인의 복무 자세에 대한 인식이 심각하게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중대의 명예를 떨어뜨렸다. 귀관들은 매일 일석점호 후, 22시 정각에 완전군장으로 연병장에 집결해 매일 밤 4㎞씩 구보한다. 구보가 끝나면 중대 외곽의 야간 경계 동초(動哨 : 움직이면서 보초를 서는 것)근무를 귀관들이 전담한다. 어떤 과오도 용납되지 않는다. 별도의 지시가 없는 한, 무한정 실시한다. 이상!” 친구들이 장남삼아 우리 모두를 통칭해 ‘60점 미만’이라고 불렀지만, 그게 그다지 나쁘게 들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남들은 잠자리에 드는 시간, 완전군장 구보를 하고 매일 밤 경계 동초근무를 수행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수면부족을 달고 지냈다. 연일 계속되는 야전훈련에서는 엉덩이가 땅에 닿기만 해도 졸음이 쏟아졌다. 몸은 고단했지만, 기분이 그렇게 썩 나쁜 것은 아니었다. 내무반에 들어가면 동료들이 위로했다. 자기네들 대신 십자가를 진 셈 치라고. 그런 점이 아주 없지도 않았기에 정신은 자유롭고 고매해지기까지 했다. 벌칙은 한 달 가까이 계속되었다. 벌칙의 일과를 공유한 우리들 30명은 정서적으로 잘 단결되었다. 고되기는 했지만 우리들 행위가 달리 불명예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부정행위의 유혹을 거뜬히 물리친 것에 대한 은근한 자부심 같은 것이 있었다. 우리들은 기꺼이 우리 스스로를 ‘60동지회’라는 이름의 친목회로 묶어 내었다. ‘60동지회’ 이야기는 지금도 그 해 보병학교 1중대 동기생들을 만나면 빠짐없이 등장한다. 시험(試驗)에는 두 가지 함의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능력이나 성질을 검사해 짚어보는 그야말로 시험 본래의 의미가 있고, 다른 하나는 나쁜 유혹을 견디어 내는 과정으로서의 시험이 있다. 앞의 시험은 ‘시험을 보는 것’이고, 뒤의 시험은 ‘시험을 이기는 것’이다. 예수도 죽음을 앞두고 ‘시험에 들지 말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예수에게 다가오는 죽음 자체가 예수에게는 시험인 셈이다. 그러고 보면 모든 시험에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 함정으로서의 시험’이 들어 있다. 시험이 진정으로 두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시험을 피할 수는 없을까. 어느 특정의 시험을 기술적으로 피할 수는 있겠지만, 인생 전체에서 겪어야 하는 시험의 절대량은 누구에게나 일정한 것이 아닐까. 사람은 시험을 통해 성숙하고 단련되어 간다.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학교 안에도 시험은 많고, 학교 밖에도 시험은 많다. 인생사 시험의 연속이다. 겪고 보니 좋은 시험이었다고 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했다고 할 수도 있다. 결과 지표가 높고도 교육적 효과는 미미할 수 있고, 결과 지표가 쉽사리 보이지 아니하는 시험도 있을 수 있다.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검사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다. 자칫 이 시험 때문에 학교가 시험에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의 문제에 정치나 이념이 과도하게 개입하면 교육은 시험에 들 수밖에 없다. 교육의 원리와 발달의 원리로 다시 겸허하게 되돌아가서 시험을 보다 평명하게 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경인교대 교수
이미 언론에 수차례 보도된 ‘수요터치’를 비롯해, ‘드림프로젝트’, ‘사랑의 씨앗, 개인통장’, ‘1인 2교과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금옥초. 이 학교 김화용 교장은 “이런 프로그램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학생들의 자신감을 회복시켜 학교 구성원들의 교육열을 끌어올리고 삶에 희망을 갖도록 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서울금옥초가 자리 잡고 있는 성동구 금호동은 저소득층의 비중이 높은 지역으로, 적극적인 홍보와 권유에도 교육에 대한 의지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것이 이 학교의 고민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우선 학생들의 자신감을 되찾아 주자는 것이었다. 서울금옥초 김화용교장‘수요터치’와 ‘드림프로젝트’로 공부에 자신감 학생에게 있어 가장 확실한 자신감의 원천은 바로 ‘성적’이다. 그래서 서울금옥초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이 바로 학력신장. 이를 위해 학습부진아지도 프로그램인 ‘드림프로젝트’와 ‘수요터치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드림프로젝트는 기초학습훈련과 책임지도제, 학습동기 향상을 위한 집단상담 프로그램, 방학아카데미, 대학생 보조교사를 이용한 멘토링으로 구성된 학습부진아지도 프로그램이다. 올해 초 있었던 교과학습 진단평가에서 미달한 3학년 학생에게는 외부 전문강사를 지원, 주 4회 2시간씩 국어와 수학 보충수업을 하고, 성적이 부진한 4~6학년 학생은 교과책임 지도교사가 매주 60분씩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성적 부진 학생에 대한 지원은 학교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학업성취도평가와 교과향상평가로 지속적인 평가를 거치며 방학과 주말에도 이어진다. 이와 함께 미술치료전문가를 초빙해 교과학습 부진 학생 중 담임교사가 추천한 학생을 대상으로 소수정예 방식의 집단미술치료도 실시한다. 수요터치는 정규교육과정과 연계한 방과후활동으로, 매주 수요일 교장, 교감을 포함한 전교사가 참여해 수준별 수업을 실시한다. 적용교과는 1, 2학년 국어, 3~6학년은 수학이고, 다중지능검사와 학문적성검사, 심층면접 평가문항, 흥미도 조사 등을 통해 반을 나눈다. 이를 위해 전교사가 참여해 수준별 교재를 만들었다. 학교행사는 학생들이 자존감 느낄 수 있게 입학식과 졸업식, 바자회, 학예회 같은 행사는 대부분 학교에서 열리는 아주 일반적인 행사이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치러지는 경우가 많다. 서울금옥초에서는 이런 평범한 행사 하나에도 교육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입학식에서는 부적응 신입생을 위해 신입생 가족과 교사, 6학년 학생을 한 팀으로 묶어 레크레이션을 진행하고, 졸업식은 학교에서 학사모와 가운을 준비해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하는데, 교장이 직접 졸업생 한 명 한 명에게 졸업장을 나눠주면서 해당 학생의 학교생활이 담긴 영상을 프로젝트로 보여줌으로써 모교와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갖도록 하고 있다. 학예회 때는 새로 신축한 체육관에서 아침 7시부터 모든 가족이 모인 가운데, 전교생이 모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한 학생당 3번 이상 무대에 올라 자신의 장기를 뽐낼 기회를 주니 학생과 학부모 모두 즐거워 한다. 작년과 올해 알뜰바자회를 개최했는데, 여기서 조성된 돈을 학교발전기금으로 사용하는 대신 개별 학생에게 통장을 만들어 나눠주고 저축 습관을 기르도록 했다. 용돈을 절약해 생긴 푼돈을 수시로 저축하도록 하고 졸업 때 저축 우수자에게 상을 수여하니 학부모 만족도가 높아져 바자회도 더 활성화됐다. 지속적인 노력으로 학부모의 관심 유도 학생이 자신감을 갖고 학업에 몰두하도록 하기 위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학부모의 관심이다. 저소득가정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지게 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이 부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생활을 위해 매일 바쁜 생활을 이어가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학교의 노력이 있다면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장의 생각이다. “학생이 학업에 몰두하기 위해서는 물론 자신의 의지가 중요하지만, 주변 분위기도 무척 중요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학교와 부모의 역할인데, 우리 학생들에게는 이 부분이 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교장실에 커피, 녹차 등 여러 가지 음료수를 준비해 두고 언제든지 학부모가 찾아올 수 있도록 했다.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편히 와서 차 한 잔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자연스럽게 학교와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다. 처음에는 정말 어려워하던 학부모들도 이제는 많이 편안해져서 종종 교장실을 찾는다. 교장에게는 적극성이 필수 서울금옥초는 자원학교로 지정돼 행 · 재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교육격차문제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김 교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장이 발로 뛰며 지역사회의 협조를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성동구청에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해 지원금을 유치했다. 앞서 언급한 수요터치를 비롯해 계절운동, 논술지도 프로그램 등이 이렇게 유치한 지원금으로 무상 제공되고 있다. 또한 활성화 되어 있는 동창회의 발전기금으로 교과서를 추가로 구입, 학생들이 높은 언덕에 위치한 학교까지 무거운 가방을 힘들게 메고 다녀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었다. 김 교장은 “아직까지는 학교가 크게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학생들의 생활 자세나 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만족도가 점차 개선되어가고 있음은 느낀다. 늘 열심히 함께 해주는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더 나은 학교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004 지킴이’로 학교 바꾼 충주대원고 이승우 교사 ‘1004 지킴이 프로그램’을 시작하신 2004년, 학생생활부장을 자청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학교는 학력수준이 중하위권인 학생 1000여 명이 다니는 인문계 남고입니다. 당시 적어도 40% 이상이 흡연을 해 학교 화장실은 늘 담배연기로 자욱했고, 학교 안팎은 담배꽁초 투성이였죠. 음주, 폭력, 절도 사건에 휘말려 경찰서 출입하는 학생의 수도 해마다 줄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생은 학교에 대한 자긍심이 없었고 주변에서 학교를 보는 시각도 좋지 않았어요. 아이들이 중요한 청소년기를 너무 쉽게 보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특히 시각장애가 있는 제 아이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시달림을 당할 때면 ‘과연 학교교육이 이래서 되겠는가’ 하는 회의가 들었죠. 단순히 벌세우고 혼내는 식의 생활지도는 그때뿐, 청소년 비행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에이, 또 걸렸어’라고 생각하지 행동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이끄는 교사 중심의 생활지도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중심이 되는 생활지도를 만들어 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진짜 교육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동안의 생활지도 방식에 익숙해져 있던 아이들을 바꾸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떤 식으로 접근하셨습니까? “우선 선생님들의 의견을 모아 ‘3無 운동(폭력, 담배, 쓰레기 없는 학교)’ 스티커를 만들고 학교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제가 하려는 생활지도는 학생 스스로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해 학생회의에서 학생회 간부들에게 ‘우리가 학교를 한번 바꿔보자’고 호소해 의견을 모았죠. 그런 후에 제 전공이 수학인데도 틈날 때마다 전교 30개 교실을 수없이 돌며 설득하고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면 다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공감대 형성만 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어요.” “고자질이 아닌 진심으로 친구를 걱정한 아이들” 선생님의 새로운 시도에 아이들의 거부감은 없었나요? “거부감보다 더 의외의 결과가 나왔죠. 3월에 시작해 5월이 지나니 학교에서 버젓이 담배 피우던 아이들이 숨어서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1004 지킴이’로 ‘000 사물함 운동화 속에 담배와 라이터가 있어요’, ‘00가 배에 담배를 숨겨서 지금 화장실로 피우러 가고 있어요’하는 제보가 들어오니 더 이상 학교에서는 숨어서도 필수 없게 됐죠. 그 후에는 PC방 등 학교 밖에서 피웠는데 그마저도 ‘1004’가 지켜보고 있으니 결국 아이들이 담배피울 곳이 없어졌고, 친구의 감시(?) 덕분에 담배를 끊는 아이들이 아주 많아졌습니다.” ‘1004 지킴이’가 나쁘게 보면 친구를 선생님에게 고자질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어떻게 성공하게 됐나요? “요즘 아이들에게 친구가 잘못했을 때 선생님에게 문자를 보내라고 한다면 아이들이 보낼까요? 아이들이 고자질이라고 조금이라도 느꼈으면 성공하지 못했을 거예요. 핵심은 ‘1004’ 문자가 날아왔을 때 그 아이를 절대 야단치지 않고 선생님이 안아주고 감싸주는 것입니다. 또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죠. 아이들이 잘못했더라도 선생님에게 언제든지 다가와 상담할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에 김철수(가명)가 담배를 피웠다는 문자가 왔어요. 교실에 가서 1004 문자를 보낸 주인공이 누구냐고 물으니 아무도 손들지 않았죠. 철수를 불러 문자를 보여주고 ‘어때? 너를 위해서 이렇게 노력해주는 친구가 있으니 넌 얼마나 좋으니? 담배는 언제부터 배웠어? 친구가 이렇게 응원해주니 이젠 같이 끊어보자. 너희, 이런 우정 절대 변치 말아라’하고 말해줬어요. 그런 후에 누가 문자를 보냈는지 물으니 주인공이 나왔고 반 아이들과 모두 함께 응원해줬습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아무리 해도 담배를 못 끊는다며 ‘선생님이 도와주세요’하고 직접 친구를 교무실로 데리고 온 학생도 있었어요. 1004 문자가 정말 친구를 위한 일이라고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준 것이 유효했죠.” “생활지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 아이들이 보낸 문자를 보면 흡연뿐 아니라 학교 폭력, 왕따, 도난 등 학교 내 모든 문제들이 드러나네요. “휴대폰 문자의 저장용량이 다 찰 정도로 문자가 오는 날들도 많았어요. 이 ‘1004 지킴이’가 성공한 것은 학생들과 제가 쌓아온 믿음, 신뢰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에요. 사실 좋은 생활지도 프로그램은 많습니다. 그러나 신뢰가 있어야 생활지도는 성공할 수 있어요. 또 중요한 것은 ‘가슴’으로 하는 생활지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아이 키우기도 힘든 요즘, 저는 1000명의 학생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학교에 큰 변화를 가져왔어요. 학교를 바꾸겠다고 하니 처음에 동료교사들도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들을 믿었어요. 매일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너 오늘도 담배피웠니? 왜, 힘들었어? 그랬구나. 우리 내일부터 다시 시작해볼까?’, ‘00 요즘에도 담배 때문에 힘들어하니? 니가 친구니까 함께 도와줘야 해’하고 아이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말썽 피우는 아이들의 어깨를 두드리는 그런 생활지도 광경을 처음에는 다른 선생님들도 이해하지 못했죠.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 아이들이 바뀌니 다들 놀랐습니다.” ‘1004 지킴이’ 6년, 대원고는 어떻게 변했나요? “이제는 우리 학교 모든 아이들과 선생님이 ‘1004’를 씁니다. 처음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지, 지금은 학생 스스로 감시하는 ‘1004’ 때문에 학교의 모든 문제가 해결돼요. 자율학습, 너무 잘 됩니다. ‘1004’ 한 통이면 알려지니 떠들며 소동을 피우지도, 도망가지도 못해요. 어디서, 어떻게 노숙자에게 담배를 사는지, 누가 PMP로 이상한 동영상을 보는지, 어떤 학생이 왕따를 당하는지 모두 제보가 오죠. 너무 정확하니 아이들도 거짓말하기 힘듭니다. 미리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문자로 제보받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니 학교폭력 예방도 자동으로 됩니다. 이제는 선생님이 담배를 피워도 ‘1004’ 문자가 올 정도죠. 학생생활지도가 정말 힘들다고 하시는데 사안이 생긴 다음에 처리하려고 하면 힘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미연에 방지하면 신뢰감도 생기고 아이들이 올바로 커나가는 것을 보면서 교사로서 보람도 느낄 수 있어요. 시스템만 잘 갖춰놓으면 특별히 어렵지 않습니다. 학생 생활지도가 더 이상 서로 인상 쓰며 체벌하고 징계받는 문제가 아니라 스승과 제자 간에 신뢰를 주고 받는 일이 되는 것이죠. 너무 보람 있고 재미있는 일입니다.” “선생님이 먼저 솔선수범해야” 교사중심 생활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하셨는데 교사가 명심할 것이 있다면. “생활지도는 교사가 먼저 본보기가 돼야 해요. 마음을 움직이려면 말로해서는 안됩니다. 선생님이 솔선수범해 따르게 해야죠. 저는 1년 365일, 교문에 나가 교통지도를 합니다. 그 후에는 학교를 깨끗이 쓸고, 휴지통을 들고 다니며 쓰레기를 줍죠. 특별한 문제가 없어도 퇴근해 저녁을 먹고 다시 학교로 와서 손전등을 비추며 학교를 돕니다. ‘선생님이 저렇게 열심히 하시는 구나’를 보고 깨닫게 하는 것이죠. 6년째 하니까 아이들이 이제 제 말이라면 잘 따릅니다. 또 생활지도는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 학생 스스로 변화할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것만 명심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대원고를 벤치마킹해 ‘1004 지킴이’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학교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생활지도는 교사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그게 가장 힘든 점이죠. 퇴근하는데 ‘1004’ 문자가 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차를 돌려 학교로 옵니다. ‘1004’ 문자를 받는 즉시 선생님이 반응을 보여야 해요. 문자를 보내도 묵묵부답이라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수시로 문자를 확인하고 받는 즉시 출동하는 직업병이 생겼습니다.(웃음) 또 생활지도를 하려면 교사가 무던히 참고 인내해야 하는데 말이 쉽지 실제로는 어렵습니다. 순간적으로 끓어오르는 감정은 묻어두고 도 닦는 기분으로 대해야 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그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쌓인 아이들과의 신뢰는 반드시 더 큰 보람으로 돌아옵니다.” 생활지도에서 ‘체벌’을 빼놓을 수 없는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체벌 금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교육에서 체벌은 해라, 말라는 선을 그을 수가 없어요. 때로는 교육적인 체벌도 학생 지도에 있어 중요합니다. 대신 교사의 감정이 섞이면 안 되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느 만큼의 체벌이 적절한지 아이들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를 대서는 안 됩니다. 요즘 현장에서는 정말 사랑의 매를 대고 싶어도 겁이 난다는 소리를 많이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교직생활이 무엇일까요? 바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무슨 짓을 하든 관여하지 않고 내 수업만 하는 것이죠. 그럼 비난받을 일도 없고, 잔소리 안 하는 인기교사도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올바른 일일까요? 교사가 사랑의 매를 드는 것은 아이에게 관심이 있고, 소명의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교육적인 체벌마저 할 수 없는 교육 현장이라면 과연 통제가 될까 생각해봐야 해요.” “선생님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 아쉽다” 교사로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요즘 뉴스를 보면 성폭행, 성희롱에 체벌, 비리까지…. 선생님들이 죄인입니다. 교육가족이 50만 명이고, 열심히 하는 열정적인 선생님이 너무 많은데 일부의 잘못만을 대서특필하고 있어요. 공교육이 잘되려면 기본이 바로 선 학생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되려면 선생님들에게 많은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생활지도를 잘하고 싶은 선생님들께 어떤 말을 해주고 싶습니까? “요즘은 대다수의 학부모가 맞벌이를 합니다. 지금은 가정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킬 만한 시간과 여유가 없어요. 학교교육이 무너지면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죠. 국가적으로 아이들 교육의 마지노선이 이제 학교가 된 것입니다. 선생님들이 이제는 시대적인 사명감과 소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려했던 일이 터져 최근 강력 성범죄가 잇따라 터지면서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지난해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예방책 마련에 온 나라가 떠들썩했음에도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또다시 이런 일들을 연달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오히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마저 사건이 발생했다. 김수철 사건이 발생하기 이미 오래전부터, 학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컸다. 안과 밖의 경계마저 모호한 학교 운동장은 물론, 학교 건물 안까지 드나들어도 누구 하나 제지하는 사람이 없는 학교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우려는 당연한 것이었다. 사건이 터진 후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학교에 마련된 주민체육복합시설을 이용하러 다니다 보면 선생님으로 오해한 학생의 인사를 종종 받곤 한다’며 씁쓸해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파악되지 않는 학교 안팎 범죄 그렇다면 지금까지 학교 안과 그 주변에서는 얼마나 많은 범죄가 발생했을까?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이와 관련한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다. 범죄관련 통계자료는 경찰 등 공식적인 루트로 신고 · 접수된 것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원래도 실제와 차이가 있는데, 학교 안팎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건의 경우는 대충 무마하고 넘어가려는 경우가 많아 더욱 집계가 어렵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미랑 박사는 이러한 모습에 대해 “학생들 간에 돈을 뺏는 행위, 폭행 등의 범죄를 포함해 학교나 그 주변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무마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피해 학생이 받는 고통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범죄나 안전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함을 강조했다. 김수철 사건이 터진 후 교육과학기술부를 비롯해 각급 교육청과 여러 유관 기관에서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초 자료조차 없는 상태에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교과부 대책, 그 실효성은? 지난 6월 10일 교과부는 예방 대책으로 외부인 교내 방문 시 출입증 교부, 안전의식 교육 강화, 교내 SAFE존 지정 · 운영, CCTV 관리 강화, 안심알리미 서비스 전면 확대 등의 방안을 내놨다. 이후 학교 주변에서 순찰 중인 경찰이 더 자주 눈에 띄고, 교문에 방문증 교부 안내 현수막이 걸리는 등 변화의 모습이 감지되기도 했지만, 실제로 일부 학교를 방문해보니 아직 미흡한 점이 많았다. 일부에 국한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운동장은 물론 학교 안까지 들어가는데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고, 학교지킴이 명찰을 착용한 한 노인은 가볍게 인사만 하고 지나치기도 했다. 담당교사가 CCTV 설치 위치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일반인의 경우라면 언론을 통해 듣는 이야기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도 학교 보안이 많이 강화됐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사건이 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 정도 수준이라면 사건 재발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알리미서비스 반응 좋지만 개선 필요 현재 교과부는 지난해 40개 학교에서 시범운영한 안심알리미 서비스를 올해부터 100억 원을 투입해 1724개교 24만 600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안심알리미는 이동통신사의 통신망을 활용, 등 · 하교 상황과 방과후학교 출석상황을 학부모에게 SMS로 전송하고, 긴급 상황 시 학생이 갖고 있는 단말기의 비상버튼을 누르면 110db 이상 경보음이 발생함과 동시에 학부모 휴대폰으로도 바로 전송되도록 하는 서비스다. 학부모들이 자녀의 이동 경로를 웹상에서 지도로 확인할 수도 있다. 또한, 학교의 각종 공지사항을 학부모에게 SMS로 전송하는 등 학교와 학부모 간 커뮤니케이션 통로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개선의 요구도 적지 않다. 예산상의 문제로 대상학교라도 전체 학생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저학년과 저소득계층을 중심으로 일부에게만 지원하고 있어, 초과 인원은 월 5500원의 이용료(가입비 별도)를 부담해야 한다. 사업 기간이 올해 말까지로 돼 있어 현재로서는 내년부터는 지원 대상이었던 학생도 이용료를 내야 하는 실정이다.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된다. 긴급상황 발생 시 SMS가 치안기관이 아닌 학부모에게 발송되기 때문에 신속한 대처가 어려울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은 고아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한 학생의 경우는 SMS를 수신할 보호자조차 명확치 않다. 또한 기술적인 문제로 학생이 몰리는 시간에는 인식이 잘 되지 않는다거나, 통신사에서 수익성을 이유로 소규모 학교 등 신청자가 적은 학교에는 기기 설치 자체를 거부하는 점 등은 빠른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다. 유비쿼터스, 범죄 예방에 힘 실을까? 한편, 서울시에서는 유비쿼터스 기술을 이용한 안전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12월 신도림초와 신학초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현재 서교초, 남명초, 대동초, 녹번초, 면목초를 포함한 7개교로 확대해 시범 실시되고 있으며, 2013년을 잠정적인 목표로 삼고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이동통신사의 망을 이용한 기본 원리나 서비스에 있어 기존 알리미서비스와 유사점이 많지만, 사고 발생 시 해당 정보가 서울종합방재센터를 통해 경찰과 119로 통보되며 CCTV와의 연동을 통해 영상정보까지 확보할 수 있는 등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 또한, 긴급 상황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자녀가 미리 설정해 놓은 안전존과 활동 영역을 벗어나거나 위험지역에 진입할 경우 자동으로 SMS 문자가 발송된다. 이러한 설정은 학부모가 U-서울어린이 안전존 홈페이지(u-safety. seoul.go.kr)에서 설정할 수 있다. 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안심알리미서비스처럼 전자태그나 전용 USIM카드가 들어 있는 휴대폰이 필요하며, 이동통신회사의 자녀안심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시범 운영 학교인 신도림초 백명옥 교사는 “처음에는 가정에서 큰 관심이 없었는데, 김수철 사건 발생 후에는 정원의 3배가 넘는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고 해 학생 안전에 대한 학부모의 높은 관심을 알 수 있었다. 시계형 전자태그를 사용하고 있는 이 학교 정세영 학생은 “착용이 불편하지도 않고 부모님도 한결 안심하시는 것 같아 좋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올해 3월 행정안전부에서도 이런 유비쿼터스 기술을 활용한 U-어린이안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자료를 내놓은 바 있으나,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시범지역의 추이를 살피고 있을 뿐 구체적인 실시계획은 없다고 한다. 특히, 전국단위 서비스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예산이 필요할 뿐 아니라 지역 간 코드체계 조율 등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전국적인 확산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책 일관성과 지속적 관심 지금까지 짚어 본 대책 외에도 여러 기관과 업체에서 안전을 위한 정책과 장비를 내놓고 있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 따르면 사건 발생 후 아동용 호신용품의 판매가 35%가량 증가했다고 하니 일반인들의 관심도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얼마 가지 못하는 안전 경각심이다. 취재 과정에서 보니 인사이동 등을 이유로 담당자가 해당 정책이나 시스템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고, 학부모 역시 여러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잘 모르거나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모습은 어린 학생들에게도 이어져 안전 장비를 잘 챙기지 않는 등 안전에 무관심한 모습이었다. 눈부신 밝음 뒤의 어둠이 훨씬 어둡게 느껴지듯, 끓어오르던 관심 뒤의 무관심은 훨씬 많은 허점을 만들 수밖에 없다.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관성 있는 정책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 강중민 jmkang@kfta.or.kr
요즘 미국 미셸 오바마 영부인은 살과의 전쟁을 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운동광에 일명 ‘몸짱 커플’로 유명하지만, 미국 국민의 비만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다가, 아동비만 문제까지도 이제는 만만찮은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특히 초등학교 학부모이기도 한 미셸 오바마 영부인은 비만 및 과체중 문제가 국가 장래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함께 운동해요!(Let’s move)’ 캠페인을 시작하는 등 아동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동 · 청소년의 20% 과체중 혹은 비만 보도에 따르면, 미국 성인 비만 인구는 약 72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6%에 해당하는데, 이는 1980년과 비교했을 때 2배나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또한 만 1세에서 39세까지 연령대의 과체중 및 비만 인구의 비율이 40%가 넘는 주가 39개나 되며, 아동비만 인구도 크게 늘어나 약 20%의 아동 및 청소년들이 과체중 혹은 비만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및 과체중은 당뇨병, 고혈압, 간 · 쓸개 질환 및 각종 합병증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아동비만 인구의 계속적인 증가는 미국의 장래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의 건강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미셸 오바마의 ‘함께 운동해요!’ 캠페인과 함께 지난 2월 발족된 아동 비만 대책위원회는 최근 70개의 권고안을 비롯해 다방면에 걸친 논의와 향후 실천 방향이 포함된 124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5개 주요 영역을 선정해 △ 부모의 관심 확보, △ 영양학적 정보 및 지역사회 지원 제공을 통한 부모지원, △ 학교급식에서 건강에 이로운 음식 제공, △ 도심 및 지방 소외지역에서의 건강에 이로운 음식에 대한 접근도 향상, △ 모든 아이들이 신체적으로 활동적일 수 있도록 하는 등에 주안점을 두고 캠페인을 펼쳐갈 것을 제안했다. [PART VIEW] 2030년 아동 비만율 5%되는 것이 목표 구체적으로는 해당 법률 개정, 인스턴트 음식 제조사에 대한 세금 정책을 비롯, 모유수유 권장, 공공주택 건설시 산책로 및 자전거로를 확보해 운동할 수 있는 지역사회 여건 조성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아울러 학기 중 학교를 통해 진행된 영양 프로그램이 여름방학 기간 동안 중단되지 않도록 아동영양법(Child Nutrition Act)의 재인가를 권고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20%에 달하는 미국의 아동 비만율을 2030년까지 5%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이다. 인상적인 것은 이상에 열거한 내용들을 현실화 해가는 영부인 오바마의 열정과 창의적인 아이디어 그리고 파트너십 형성을 통한 시너지이다. 이를 위해 전국의 유명 요리사 500명을 초청해 만찬을 나누며 이들의 도움을 호소했는데, 자리에 참석한 요리사들은 학생식당 담당자와의 협력은 물론 학생, 교사, 학부모 와 학교와 가정의 협력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는 지역사회에 건강에 이롭고 몸에 좋은 요리법을 전수하고, 아이들에게 영양학과 음식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며, 각 급 학교에서 신선한 유기농 야채를 재배할 수 있도록 돕기로 한 것이다. 만찬 참여했던 한 요리사는 TV 뉴스프로그램을 통해서, 영부인과의 만찬을 통해 지역사회와 아이들의 건강, 그리고 나아가 미국의 국가 장래에 대한 사명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했다. 이 요리사가 인터뷰에서 보여준 감동을 볼 때,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인정받고 재다짐 하는 시간을 가진 전국의 요리사 500명이 미국 사회에 미칠 파급효과는 적지 않을 것 같다. 아동 비만 문제의 해결이 학교급식 개선과 아이들의 건강한 식습관 훈련 등 학교와 직접 관련된 부분뿐 아니라 운동의 생활화 등 생활 개선 및 가정에서의 요리법 개선 등 사회전체의 협력과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영부인 미셸 오바마의 지혜로운 행보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겠다.
평소 다리가 무겁다면 혈관 체크 해야 만약 평소 다리가 자주 붓거나 아픈 경우, 혹은 다리에 묵직함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등산 전 건강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때 가장 의심해봐야 할 질병 중 하나가 바로 만성정맥부전이다. 만성정맥부전은 다리의 정맥 내 판막이 약해지거나 정맥혈관의 협착 혹은 막힘으로 인해 정맥의 흐름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질병으로 다리에 통증이나 묵직함, 붓기 등을 유발하며, 혈전이 떨어져 나가 폐동맥을 막는 위험한 합병증도 유발할 수 있다. 만약 이런 질병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 등산을 하면 혈액의 갑작스런 흐름 변화 때문에 자칫 생명까지도 위협받게 된다.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는 하지정맥류는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지는 않지만, 무리한 등산이 정맥류를 악화시키거나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등산 전 자신의 상태를 파악해 둬야 한다. 당뇨, 폐렴 등 만성질환자는 각별한 주의 필요 당뇨환자 역시 등산에 주의해야 한다. 당뇨는 혈액 내 당의 수치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아 다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등산의 시간과 운동량, 섭취 당분 등을 미리 확인하고 당수치가 정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대한 준비해야 한다. 무리한 등산으로 저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저혈당 쇼크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적당량의 당분을 일정한 간격으로 섭취하고, 혹시 모를 위험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혈당계를 챙기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폐렴이나 신장병 같은 각종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운동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혈압이 급격히 상승해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PART VIEW] 각종 사고가 도사리고 있는 가을 등산 등산을 하다가 가장 많이 겪는 사고가 바로 삐거나 부러지는 근골격계 부상이다. 그 중 발목 염좌는 등산 시 바위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빈번히 발생하는 부상으로서, 다리에 균형을 잃어 발목 관절과 뼈를 지지하는 인대가 손상되는 것을 말한다. 단순한 발목 염좌는 안정을 취하면 좋아지지만 골절을 발목 염좌로 잘못 판단한 것일 수도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산에서 다리 골절을 입었다면 빠른 응급조치가 중요하다. 억지로 움직이지 말고 다친 부위가 움직이지 않도록 주위의 사물을 이용해 고정해 주는 것이 좋고, 출혈이 있다면 출혈이 있는 부위를 심장보다 높은 곳으로 들어 올리고 지혈해야 한다. 이러한 근골격계 질환을 막기 위해서는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스트레칭이 가장 좋으며, 발목을 중심으로 하체를 집중적으로 풀어준다. 발목, 무릎 등 관절부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가볍게 풀어주고 산행 후에도 스트레칭으로 몸을 충분히 이완시켜 주는 것이 좋다. 적절한 간식과 물을 준비하라 등산은 일반운동에 비해 높은 칼로리를 요구한다. 시간당 약 400~800㎉가 소모되는데, 이는 빨리 걷기나 수영의 두 배 정도 수치로, 3시간 이상 하면 평소 하루 소모하는 열량을 모두 사용하는 셈이다. 날씨 등 환경이 좋지 않다면 에너지 소모가 더 심해진다. 따라서 등산 전에 충분한 영양섭취를 해 두어야 한다. 그렇다고 과식을 하면 위장과 심장에 부담을 주므로 에너지 전환이 빠른 탄수화물 중심으로 적당량을 섭취하고, 초콜릿, 건과류, 과일 등의 고열량 비상식량을 준비해 허기지지 않도록 틈틈이 먹는 것이 좋다. 수분보충도 중요하다. 평소에는 하루 2~3ℓ정도가 빠져나가고 들어오지만, 장시간 등반 시에는 1〜.5ℓ이상의 추가 손실을 생각해야 한다. 체내에서 빠져나간 물과 전해질을 보충해주지 않으면 탈진이 발생하거나 혈액의 흐름이 나빠질 수 있으므로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수시로 전해질이 포함된 물을 마셔야 한다. 특히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증세가 있는 사람에게 혈액 흐름 악화는 치명적이므로 더욱 유의해야 한다. 도움말 고려대 흉부외과 조원민 교수, 가정의학과 김도훈 교수
▶체벌이 정당한 교육적 행위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 6 · 2 지방선거 후 서울,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 제정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학교 체벌 문제가 집중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법령상으로는 체벌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부분은 없습니다. 다만, 「초 · 중등교육법」 제18조 1항 내용 중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는 부분을 체벌의 법적 허용 근거로 해석하고 있는데, 각급 법원은 체벌이 여기서 말하는 ‘기타의 방법’으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을 비교적 일관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2009년 4월 인천지방법원은 “「교육기본법」, 「초 · 중등교육법」 및 그 시행령 등의 내용과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볼 때, 징계방법으로서 체벌은 허용되지 않으며, ‘기타 지도’의 방법으로서도 훈육 · 훈계가 원칙”이라며,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체벌은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에 예외적으로만 허용되는 것으로서, 교사의 체벌은 교육적 목적이 있다는 등의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당연히 행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학생에 대한 체벌은 금지하되, ① 교육상 불가피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② 학교장의 위임을 받아 ③ 학생의 기본적 인권이 존중되고 보호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 허용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체벌이 허용되지 않는 사례 교사의 체벌이 정당한 행위로 인정받을 수 없는 사례를 명시한 판례도 있습니다. 2001년 대법원은 여중생에 대한 폭행 및 모욕혐의로 기소된 한 교사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다음과 같은 경우는 정당한 교육행위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학생에게 체벌의 교육적 의미를 알리지 않은 채 지도교사의 감정에서 비롯된 지도 행위 •다른 사람이 없는 곳에서 지도할 수 있음에도 낯선 사람들이 있는 데서 공개적으로 체벌, 모욕을 가하는 행위 •학생의 신체나 정신건강에 위험한 물건이나 교사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 부상의 위험성이 있는 부위를 때리는 행위 •학생의 성별, 연령, 개인 사정에 따라 견디기 어려운 모욕감을 준 행위 등 사회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체벌행위 현재 대부분의 주요 선진국에서는 체벌을 금지하고, 그 대신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는 학생에 대한 징계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2학기부터 체벌을 전면 금지하고 대체 벌에 대한 매뉴얼을 올해 9월 중 배포할 예정이며, 충북의 경우는 이미 전체 초 · 중 · 고등학교의 71%가 자체적으로 체벌 금지를 명문화한 학교생활규정을 마련해 시행 중입니다.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체벌 허용 여부에 대해 교사는 물론 일반인들까지도 찬성하는 쪽이 더 많지만, 체벌이 허용되는 범위는 앞으로 점점 좁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체벌을 실행으로 옮기기 전에 다른 방법은 없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 •학칙에 체벌에 관한 규정이 있을 경우, 반드시 준수 •체벌을 하기에 앞서, 학생의 신체 및 정신상태를 감안해야 함 •체벌의 동기나 목적이 반드시 교육적이어야 함(성적향상이나 학칙 위반 등의 사유로 인한 체벌은 논란의여지가 있음) •체벌은 다른 징계수단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므로, 최소한에 그쳐야 함 •체벌도구나 체벌부위, 체벌정도는 사회상규에 부합되어야 함 •체벌 시 학생에 대한 폭언이나 모욕은 절대 금함 •체벌이 부득이 할 경우 학생에게 체벌 사유를 분명히 인식시키고, 학기 초에 ‘훈육동의서’를 학부모에게 반드시 고지하도록 함 •체벌 후에는 가급적 학부모에게 ‘훈육동의서’를 통해 고지된 정당한 목적에 따라 체벌했음을 설명하고, 경위를 경과일지 형식으로 작성 •감정적 체벌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음
진로를 반영한 독서 이력 관리의 중요성 커져 학교 현장에서 ‘진로’와 ‘독서’는 언제나 주목받는 중요한 대상이다.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인식하면서도 실제 수업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지도하기 까다로운 것으로 인식되곤 한다. 진로와 독서,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여기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인 점에 초점을 맞춰 진로와 독서의 통합된 지도가 왜 필요한지 알아보자. 학생의 독서 활동 기록은 이전까지 추상적으로 기록되거나 구체적인 수상실적을 기재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올해부터 교무업무시스템(NEIS)의 생활기록부 기록에 큰 차이가 생겼다. 수상실적을 기록할 수 없게 됐으며, 독서활동은 구체적으로 담임교사, 교과교사가 작성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고등학교의 경우 이미 독서활동을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 중학교로 확대됐다. 실효성에 대한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미 확정된 안으로 당장 이번 학기부터 기록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창의적체험활동이 전 학년에 걸쳐 전산으로 입력(www.edupot.go.kr)되고 포트폴리오 형태로 누적됨에 따라 독서 이력을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해나가야 한다. 이렇게 독서이력에 대한 관리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기게 된다. 여기에 대한 답은 독서이력 관리가 중시되는 맥락을 이해함으로써 찾을 수 있다. [PART VIEW]생활기록부와 창의적 체험활동 관리는 모두 전공과 진로 활동으로 연결된다. 수많은 책과 정보 속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진로와 연결된 독서 경험이 유의미하게 기록되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제학을 전공하고 싶은 학생은 경제 관련 독서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단계적으로 독서이력을 정리해 나가야 한다. 독서이력 관리를 위해서는 마구잡이로 읽는 것이 아니라 진로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독서 목록의 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진로가 정해져 있다고 해서 진로와 관련된 책만 읽는 것은 학생 개인을 위해서나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용적인 진로를 추구한다고 해도 철학과 인문학의 폭넓은 소양이 갖춰져야 하며, 문과를 전공하는 학생도 기계와 과학을 다룬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독서 이력까지 근거로 남겨야 하는 현재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자신의 독서활동을 다시 한 번 반추하고 정리한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가치를 갖는다. 이러한 찬반의 시각을 떠나 진로에 대한 탐색과 이와 관련한 독서 이력의 관리는 이제 현실적으로 요구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진로 인식의 과정과 S.E.A 프로그램 진로 인식의 단계는 관점에 따라 여러 방법으로 제시될 수 있다. 여기에서는 학생의 심리적 상황을 중심으로 ‘인식-고찰, 병치, 자기적용’의 3단계로 나누어 보았다. 황지은(2009)은 하인즈와 하인즈베리(Hynes Hynes-Berry)의 상담이론을 근거로 문학 작품을 치유적 기능의 관점에서 ‘인식, 고찰, 병치, 자기적용’의 4단계로 제시한다. 문학 작품을 탐색하고 자기화하는 과정으로, 다양한 진로 세계를 탐색하고 자기화하는 과정으로 치환이 가능하다. 이러한 진로 인식의 과정을 학교 현장에 효율적으로 적용시키기 위해 ‘S.E.A 프로그램’을 구안했다. ‘인식’과 ‘고찰’을 묶어 ‘S(Search)’, ‘병치’는 경험을 중심으로 한 ‘E( Experience)’, ‘자기 적용’은 실제 진로 활동으로 이어지는 ‘A(Active)’의 3단계로 구성된다. S.E.A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진로 탐색 과정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S.E.A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진로 탐색의 과정 ① S(Search) 1단계에 해당하는 S는 다양한 진로를 탐색하고 자신의 현재 상황에 비추어 고찰하는 부분이다.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진로 · 적성검사를 활용할 수 있으며 동기요인분석, 학업성취도 평가의 결과도 입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자기 분석과 함께 다양한 진로 세계에 대한 소개를 받아야 한다.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강연을 듣거나 직접 조사하는 방법도 활용될 수 있지만 가장 효과적으로 많은 진로를 간접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독서이다. 책 속에 나타난 진로를 간접적으로 체험해 봄으로써 자신의 진로에 연결시키려는 노력을 함께 해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자신의 진로에 대해 깊이 있는 탐색과정을 거치고 다음 단계를 통해 경험을 확장하게 된다. ② E(Experience) 2단계 E는 자신이 생각하는 진로에 대해 직 · 간접적으로 경험해보는 과정으로 경험을 통해 다음 단계에 이어질 구체적 행동에 대한 준비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이 단계를 통해 추상적인 자신의 진로를 구체화하고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인지할 수 있게 한다. ③ A(Active) 경험을 통해 구체화된 진로는 3단계인 A로 이어져 진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실제 행동으로 확장하게 된다. 진로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울 것인지,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정하게 된다. 이러한 S.E.A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진로에 대한 다양한 탐구과정을 거쳐 자신에게 가장 걸맞은 진로를 선택해 진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전개하게 된다. 즉, 진로 인식을 명확히 함으로써 망망대해 속에서 자신이 가야 할 좌표를 찾게 되는 것이다. ‘전략적 독서’의 적용 여기에서 언급하는 ‘전략적 독서’는 ‘진로에 부합하는 맞춤형 독서’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다. 앞에서 제시한 S.E.A 프로그램은 학생 개인의 진로 인식 전체 단계를 잘 보여준다. 독서는 모든 단계에서 필요한데 각각의 단계에서 독서의 역할을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진로 탐색 단계에서 독서는 다양한 진로를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폭넓게 하도록 해야 한다. 진로 인식이 불명확한 단계이므로 비교적 쉬운 내용으로 제시되어야 하고 교양 형성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독서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게 지도한다. 보다 밀도 있는 지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과를 중심으로 한 교과별 독서지도가 효과적이다. 교과에 대한 관심이 진로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으므로 교과에서 추출한 독서 자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경험 단계에서는 자신이 생각한 진로와 관련된 역할 모델을 독서 속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찰이 이루어졌다면 보다 심화된 경험을 위해 깊이 있는 독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때 학생은 자신이 생각한 진로의 역할 모델을 정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서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절대적으로 하나의 방향을 선택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내용을 두루 섭렵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실행 단계에서의 독서는 진로 목표 달성을 위해 구체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 진로와 관련된 전공 지식을 본격적으로 쌓아 가는 단계로 관련 도서 목록을 만들어 수준에 맞게 읽어나가는 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단계에 읽는 도서는 진로와 관련되어 연관을 갖는 내용들로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가며 읽는 심화된 독서방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해의 차원에 그치지 않고 표현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표현은 이해를 심화시키고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게 해준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진로를 위한 전략적 독서의 실제 적용 사례를 제시해 보도록 한다. 진로 인식을 위한 전략적 독서의 사례 ■일본 문학에 관심이 있는 미래의 비교 문학 작가 A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어떻게 해야 작가가 될 수 있는지, 작가가 되면 어떤 내용을 작품 속에 담고 싶은지 깊이 있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최근에는 일본 문학에 심취해 있다. ☞ 1단계 진로 탐색 단계의 독서 지도 : A가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우선 면담을 통해 확인했다. A는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부모님이 선물해 준 세계문학전집을 통해 책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됐다. 어려운 책은 읽지 못했지만 제인에어, 아라비안나이트는 재미있어 몇 번을 반복해서 읽었다. 이러한 독서 경험은 독후감으로 이어졌고 초등학교에서 각종 상을 수상하게 됐다. 중학교에 진학해 학업에 치중하다 보니 책을 멀리하게 됐으나 최근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등 일본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다시 흥미를 갖게 됐다. 이러한 상황을 근거로 진로를 탐색하기 위한 폭넓은 독서를 안내했다. 다양한 독서 활동 중 자신이 가장 흥미 있어 하는 부분이 문학임을 확인하게 됐고 A 자신도 자신만의 작품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확실히 할 수 있었다. ☞ 2단계 경험 단계의 독서 지도 : A가 꿈꾸는 작가의 삶을 독서를 통해 경험할 수 있도록 읽어야 할 책을 함께 찾아보았다. 우선 작가들의 자전적인 작품을 읽음으로써 문필 과정이 자신의 삶을 담아내는 것임을 이해하게 했다. 소설 작품 외에도 작가의 삶과 작품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한비야의 에세이를 통해 A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생각하게 했다. 일본문학과 한국문학의 비교를 위해 1930년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과 현진건의 작품을 비교해 읽게 했다. 이 과정을 통해 현재의 우리 문학과 일본의 감각적 문학을 어떠한 방법으로 관계 맺게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까지 확장하게 됐다. ☞ 3단계 실행 단계의 독서 지도 :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도서를 집중적으로 읽도록 지도했다. 쓰기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해 작문과 관련된 이론서를 쉬운 것부터 찾아 읽게 했다. 이와 함께 풍부한 배경지식을 형성하게 하기 위한 독서 활동도 주문했다. A가 관심을 갖고 있는 한국문학과 일본문학의 비교를 위해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과 같은 심화된 도서도 추천했다. 이 단계에서의 독서 활동은 진로 목표 달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가능한 정독의 방법으로 독서하도록 지도했다. 독서 후에는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정리하고 전에 알고 있던 내용과 관련성을 찾게 했으며 새롭게 알고 싶은 내용을 기록하게 했다.(K-W-L 1)) ☞ 결과 : 진로와 관련한 전략적 독서를 실제로 지도한 후 개별 면담을 통해 다음과 같은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자신의 진로를 명확히 인식하게 됐다. 진로에 대해 추상적이고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을 독서 활동을 통해 구체화시키게 된 것이다. 둘째, 진로 목표 달성을 위해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역할 모델을 정하고 다양한 간접 경험을 통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지 생각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셋째, 독서 자체에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 자신이 흥미 있어 하는 영역의 독서를 하는 것이므로 동기가 높고 연관된 독서를 함으로써 배경지식이 활성화돼 독서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와 진로는 학교 교육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영역이다. 뿐만 아니라 학생 개인의 입장에서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활동이다. 이미 학교 현장에서 많은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다양한 접근의 방법을 통해 효과적인 지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서 제시한 내용은 현실적인 변화와 보다 전략적인 측면에서의 지도에 대한 내용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창의성을 전문성을 함께 요구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은 나름의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 앞에는 수없이 많은 갈림길이 놓여 있다.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고 있는 아이들에게 한 권의 책은 가보지 않은 길의 좋은 안내표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길을 책 속에서 찾고 힘차게 걸어갈 수 있도록 안내가 이루어진다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즐거움으로 바뀔 수 있으리라 믿는다. ------------------ 1) K-W-L(Know, Want to know, Learned know) 전략 : KWL 전략은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을 활성화시키는 전략이다. 글을 읽기 전에 표의 좌측에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중앙에는 알기 원하는 내용을, 우측에는 읽은 후에 알게 된 내용을 기록한다. KWL은 독서 목적 화합과 의미파악에 도움이 된다.
비유는 의미의 탄생을 돕는 산파 강산이 한 번 바뀌고도 남을 법한 옛날 고릿적 이야기지만, 학창시절에 내가 받은 국어수업에서는 은유법, 환유법, 대유법, 제유법, 직유법, 도치법, 의인법, 영탄법, 과장법, 반복법, 점층법, 돈호법, 설의법 등등 ‘법’ 자가 붙은 수사법을 마치 수학공식처럼 달달 외우곤 했었다. 수사법은 왜 쓰이는가, 어떠한 효과를 위한 표현인가를 설명하거나 실제 작문에서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보다는 수사법 명칭을 무조건 외워서 시험문제에 대비하도록 주입받았던 것이다. 요즘 학생들에게는 국어시험을 위한 수사법이라는 배움이 아니라, 세상의 온갖 언어에 존재하는 비유적 표현은 왜 생겨났고, 어떤 효과가 있으며, 그것은 우리 삶과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를 가르치는 국어수업으로 탈바꿈되어 있기를 진정 바라 마지않는다. 위에서 열거한 수사법은 모두 말하는 사람이나 글 쓰는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떻게 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와 관계가 있다. 그것은 대개 강조법, 변화법, 비유법으로 이루어지는데, 그중에서도 언어 기능의 본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비유법이다. 비유란 말하려는 대상을 다른 대상에 빗대어 나타내는 방식으로, 다르게 말하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낯익은 대상을 통해 낯선 것을 표현하려는 것이다. 요컨대 비유는 낯익은 것과 낯선 것이 조우해 새롭고 신선한 뜻을 낳도록 해주는 산파라 할 것이다. 비유에는 수명이 있다 비유에 의해 성립한 표현 및 그것의 의미는 유기체처럼 생명의 순환을 겪는다. ‘두꺼비 같은 아들’, ‘사시나무 떨듯’ ‘앵두 같은 입술’ 등등, 애초에는 분명 시적이고 참신했을 표현이 상투적인 낡은 표현으로 전락해버리는 것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PART VIEW]시인, 소설가, 웅변가, 광고 카피라이터, 정치가, 번역가 등이 앞을 다투어 내놓은 따끈따끈한 새 비유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회자되는 동안 퇴색하는 것이다. 갓 태어난 신선한 비유가 점차 비유적 특성을 잃어버리게 되면 일상어로 굳어버린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언어가 처음에는 비유로 시작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일상어를 ‘죽은 비유의 무덤’이라고 부른다. 비유의 수명은 문명과 역사의 변화에 따라 달리 정해지기도 한다. 이른바 급속한 경제발전을 통해 고도산업사회에 진입한 한국사회에서는 이제 자연환경이나 농사, 친족공동체에 기초한 비유가 쇠퇴하고, 그 대신 첨단기술의 미디어매체나 자본주의적 가치와 관련된 비유가 성행하고 있다. 짜릿한 맛과 즐거움, 자극을 선사했던 비유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더 이상 흥미롭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그 뜻조차 전달되지 않기도 하고, 또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생생한 비유, 낡아빠진 비유, 죽어가는 비유, 더 이상 비유로 느껴지지 않는 비유 등, 비유는 생명의 순환에 따라 돌고 도는 것이다. 일상 속에 무수히 널려 있는 은유 필자는 지금도 감동이 사그라지지 않는 영화를 뽑으라면 그 하나로 주저 없이 일 포스티노 (1994)를 꼽을 것이다. 특히 이 영화는 은유를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더할 나위 없이 은유의 즐거움을 선사해주리라 확신한다. 여기에서 소박한 심성의 우편배달부는 은유를 통해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되고, 사랑의 감정을 담아내는 그릇을 얻으며, 우정과 존경이라는 인간적 가치를 실현한다. 칠레의 시인으로 이탈리아 작은 섬으로 망명을 온 네루다와, 세계 각지에서 그의 앞으로 오는 막대한 우편물 배달을 위해 고용된 마리오는 그림처럼 펼쳐진 바다를 앞에 두고 다음과 같은 담소를 나눈다. “선생님, 은유가 뭔데요?” “예를 들면 하늘이 운다고 하면 그게 무슨 뜻이지?” “비가 오는 거죠.” “맞았어. 그런 게 은유야.” “그래요? 뭐, 별것 아니네요. 그런데 왜 그렇게 이름이 어렵죠?” “……” 두 사람의 대화는 은유, 즉 메타포의 뜻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여기서 비가 온다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연 현상은 ‘하늘이 우는’ 행위라는 표현으로 치환되어 있다. 이 두 가지는 같은 현상을 가리키지만, 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내포적 의미는 상당히 다르다. ‘하늘이 운다’에는 말하는 이의 감정, 기분, 시선, 관점 같은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이렇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빗대어 이야기하는 것을 은유라고 한다(은유의 ‘은’은 숨길 隱이다). 명칭은 좀 어렵지만, 사실은 일상의 언어생활에 무수하게 널려 있는 것이 바로 은유다. 은유, 낯익은 것과 낯선 것의 만남 은유는 비유법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비유는 곧 은유라는 등식이 통념으로 자리 잡다시피 해왔다. 문학작품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은유는 일상 언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은유를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좀 더 쉽고 명쾌하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은유는 본질적으로 하나의 대상이나 개념을 다른 대상이나 개념으로 이해하고 경험하는 비유법이다. 그래서 유사성에 기초를 둔다.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정지용 ‘고향’)에서 읊고 있는 ‘마음’과 ‘구름’에서 보듯이, 은유는 서로 다른 대상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성을 찾아내 의미를 이리저리 옮기고 그리하여 새로운 인식으로 이끌어가는 언어 현상이다. 나아가 은유는 낯익은 것을 통해 낯선 것을 표현하는 비유법이다. 때로 은유를 이해하는 일은 암호나 수수께끼를 푸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것은 은유가 낯선 것을 인식하려는 ‘앎의 욕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 ‘미지의 것=원관념’은 앎의 가치와 중요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잘 알고 있거나 구체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것(보조관념)과 잘 알려져 있지 않는 것(원관념) 사이의 유사성을 표현함으로써 미지의 대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은유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앎의 지평을 향해 은유를 시 장르와 같은 문학작품에만 연관시키려는 생각은 편협할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언어 자체가 은유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만큼, 은유를 사용하지 않고 말을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다. 한편, 언어가 세계를 인식하는 데 꼭 필요한 도구인 것과 마찬가지로, 은유도 앎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도구다. 특히 상징과 더불어 비유와 은유는 인간의 무의식세계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상상과 비약으로 가득 찬 마음, 꿈, 정신, 영혼, 신화 등을 이야기할 때 은유를 배제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은 은유가 정보를 간결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언정 정확하고 분명하게 전달하지는 못한다며 은유를 부차적인 언어 또는 일탈적인 언어로 취급한다. 하지만 언어 표현의 기능을 정보 전달에만 국한한다면 은유, 나아가 비유가 지닌 소중한 가치, 그러니까 비유와 은유가 세계를 경험하고 사색하고 판단하는 방법인 동시에 사물을 인식하는 방법의 하나라는 점을 간과하게 되고 만다. 한마디로 비유와 은유란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온갖 사물, 정신과 마음에 깃든 의미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일이다. 그것은 대상을 묘사해 드러낼 뿐 아니라 대상에 대한 인식의 새 지평을 열어주고, 나아가 대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작용을 한다. 다만, 거기에 관여하고 있는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연결하고 둘 사이의 상호작용을 파악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다.
블랙코미디같은 씁쓸한 현실 여섯개의 시선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인권 영화 여섯개의 시선은 임순례, 박진표, 정재은, 여균동, 박광수, 박찬욱 등 여섯 명의 감독들이 각각 하나의 에피소드씩을 맡아서 만든 옴니버스 영화다. 참여한 감독들의 명성에 걸맞게 ‘차별’과 ‘인권침해’라는 주제를 다룬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서로 닮은 구석이 없다. “계몽적이지 않게 재밌게 만들자”는 것 정도가 합의된 사항일 뿐 장르도, 스타일도 제각각이다. 각 단편마다 감독들의 개성이 돋보이는 자유로운 연출로 인권이라는 화두를 어떻게 풀어냈는지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임순례 감독의 그녀의 무게는 ‘용모 단정’의 필수 조건을 갖추지 못한 채 취업 전선에 뛰어든 여고생의 좌절을 그려내고 있다. 여상 졸업반 선경은 취업에 중요한 것은 ‘외모 관리’라는 지도교사들의 닦달에 조바심이 난다. 학교와 사회는 성형수술과 다이어트를 권장하지만, 이는 없는 집 아이들에겐 불가능한 미션이다. 쌍꺼풀 수술비를 벌어보겠다는 일념은 선경을 위험한 결단으로 내몬다. 고양이를 부탁해로 스무 살 청춘의 고뇌를 담아냈던 정재은 감독의 선택은 도전적이다. 이웃을 감시할 수 있는 구조의 아파트에 신상이 공개된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 이웃의 오줌싸개는 소금을 얻어오라는 엄마에게 등 떠밀려 아파트를 헤매다 경계해야 할 ‘그 남자’의 집에 다다른다. 자신의 단편들을 통해 인권에 대한 관심을 보여 왔던 여균동 감독의 대륙 횡단은 뇌성마비 1급 장애인 김문주 씨의 일상을 정직한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뇌성마비 장애인 문주에겐 취직도 사랑도, 외출도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그래서 그는 리프트도 없는 지하도뿐인 광화문 네거리의 지상 도로를 무단 횡단하기로 한다. [PART VIEW] 박진표 감독의 신비한 영어나라가 보여주는 현실은 그 자체가 괴기스러운 블랙코미디다. 아들의 영어 조기 교육에 열을 올리던 젊은 부부는 발음 교정을 위해 혀의 하단 근육을 잘라내는 설소대성형술을 감행한다. 영어 콤플렉스가 불러온 아동 인권유린에 초점을 맞춘 이 단편은 시술 장면이 너무 직접적이어서 차마 눈뜨고 보기가 괴롭다. 그들도 우리처럼, 칠수와 만수 같은 전작처럼 진지한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는 관객의 예상을 보기 좋게 배반한 박광수 감독의 얼굴값은 일종의 ‘깜짝쇼’다. 장례식장 주차장에서 운전자와 여성 매표요원 사이에 사소한 시비가 일고, 이는 ‘얼굴값 한다’는 언쟁으로 번진다. 박찬욱 감독의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는 소재나 형식면에서 가장 자유롭고도 실험적인 인상을 준다. 길을 잃은 네팔 노동자 찬드라는 한국 사람처럼 생겼다는 이유로 행려병자 취급을 받고 보호소와 정신병원에 6년 넘게 방치된다. 그가 거쳐 간 관공서와 병원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재현되고 있는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실화라는 사실이 소름을 돋게 한다. 여섯개의 시선의 영어제목은 이다. ‘역지사지’를 강조하는 이 가정법은 이 영화가 견지하고 있는 조심스러운 태도이자 화법이다. 신중하고도 재치 있게, 여섯 명의 감독들은 저마다의 진심으로 이 사회가 마땅히 대답해야 할 질문들을 던진다. 이 여섯 개의 시선 중, 날카로운 현실풍자 속에 친근한 유머를 잃지 않는 임순례 감독의 단편 그녀의 무게는 어찌 보면 가장 그녀다운 선택이기에 더욱 돋보인다. 외모지상주의에 관한 경쾌하고 직설적인 코미디지만, 웃음 뒤엔 씁쓸한 슬픔이 남는다. 임순례 감독은 전작들(세 친구, 와이키키 브라더스)처럼 또 한 편의 성장영화를 통해 방황하는 청춘들을 한결 따뜻하고 넉넉한 품으로 안아준다. 남성 중심적인 권력을 응시하면서도, “저 뚱뚱한 아줌마가 감독이라고요?”라며 촬영장을 지나치던 행인의 한마디를 집어넣는 여유를 보여준다. 방치된 일상적 폭력과 부조리 날아라 펭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4번째 인권 영화 날아라 펭귄(2009)은 다양한 감독들의 옴니버스로 구성된 이전의 ‘시선’ 시리즈와 달리 임순례 감독이 단독으로 연출을 맡은 첫 번째 장편 영화다. 계몽 영화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뜨리며 귀엽고 유쾌한 만듦새를 선보이면서도, 제 갈 길을 잃지 않는 임 감독의 뚝심이 배어 있다. 자식 교육에 관해서는 둘째간다면 서러울 엄마(문소리) 덕분에 빡빡한 스케줄에 시달리는 아들 승윤이(안도규)는 어린 나이에도 벌써 삶이 피곤하다. 엄마의 교육방식이 못마땅해 언쟁을 벌이면서도 무기력한 아빠(박원상)는 엄마의 눈치만 본다. 구청에서 일하는 엄마의 직장에선 고기도 먹지 않고 술도 못 마시는 신입사원 이주훈(최규환)이 들어와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엄마의 상사인 권 과장(손병호)은 외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난 자식들과 아내를 그리워하는 기러기 아빠다. 황혼에 접어든 권 과장의 아버지 권 선생(박인환)은 뒤늦게 자신의 삶을 찾겠다는 아내 송여사(정혜선)의 선언이 당황스럽다. 날아라 펭귄은 한국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폭력과 개인의 삶을 옥죄는 부조리를 들춰낸다. 영어교육 열풍 속에서 과도한 학습요구에 멍들어가는 초등학생 아이와 이를 강요할 수밖에 없는 엄마의 고단함, 자녀 교육 때문에 홀로 한국에 남아 뒷바라지하는 고독한 아빠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극적 풍경이다. 삼겹살 회식을 거부하는 채식주의자 신입사원의 식성을 다수의 취향에 반한다며 비아냥거리는 직장 동료들은 획일화된 사회의 또 다른 피해자이다. 반평생을 순종을 강요했던 남편이 뒤늦게나마 제 삶을 즐기겠다는 아내의 선언에 발끈하는 모습 역시 가부장적 문화 안에 내재되어 있는 폭력적 관성이다. 날아라 펭귄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실생활의 단면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점에서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런데, 직설화법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태도가 다소 투박해 보인다. 플롯이 현실적이다 못해 상투적이라는 인상이 기존의 ‘시선’ 시리즈에 비해 창의성이 부족한 느낌을 줘서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에둘러 본질을 회피하지 않고 선명하게 문제의식들을 드러냄으로써 이 영화는 자신의 목적에 충실하다. 아기자기하고 디테일한 에피소드들이 극적 흥미를 돋우는 가운데 배우들의 호연과 따스한 유머들이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몰입시킨다. 임순례 감독은 가정과 사회에서 벌어지는 폭력적인 관행들, 모두가 겪고 있지만 다들 외면하는 부조리를 꼬집어내면서 문제의식을 축적해나간다. 각각의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가운데 일관된 관점을 견지하면서 에피소드를 나열함으로써 주제의식을 진전시킨다. 날아라 펭귄을 통해 드러나는 모든 문제들은 사회가 개인들의 불행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아이들의 영어교육에 올인하기 위해 자식들과 아내를 외국으로 보내고 고독한 기러기 생활을 감내하지 않으면 경쟁사회에서 도태되는 현실은 본질적으로 사회 시스템의 문제다. 영어교육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엄마의 입장과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아빠의 갈등은, 개개인의 가치관의 충돌이 아니라 사회가 대안을 제시해주지 못한 채 구성원들의 삶을 경쟁 속으로 밀어 넣는 데서 비롯되는 문제다. 영화 속 모든 인물이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사는데도 불구하고 왜 행복하지 못한 걸까. 미래를 위해 현재를 견디고 가족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데도 왜 화목하지 못한 걸까. 날아라 펭귄은 ‘남들이 하면 나도 한다’라는 한국인들의 획일적인 삶이 낳은 일상적인 차별과 폭력을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면서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불행이 어디에서 야기되는가를 드러낸다. 이런 비극으로부터 벗어나 개개인이 행복해지는 길은 과연 있을까? 평범한 사람들을 불행한 일상에 방치하는 사회적 부조리를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자포자기한 채 살아간다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을 것이다. 변화는 개인들의 성찰을 통해 이룰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임순례 감독은 전작들을 통해 일관되게 이야기해왔던 것처럼 여섯개의 시선과 날아라 펭귄을 통해서도, 지금 이곳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상기시킨다. 날선 목소리로 강하게 주장하지 않아도, 소소한 일상의 웃음과 눈물을 통해 건네는 목소리는 강한 호소력이 있다. 누구나 작은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고, 국가는 그것을 보장해줘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얘기하는 이 영화들을 우선 관람하는 것부터가 변화의 시작일 것이다.
살다 보면 참 여러 가지 일을 겪습니다. 특히, 매일같이 새로운 일이 발생하는 요즘은 스스로 판단해야 할 것들이 참 많은데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사안에 대해 신중한 판단을 하기 보다는 즉흥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태도가 가벼운 사건을 접한 경우에만 국한되지 않고 상당히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문제, 이를테면 정치나 사회적인 문제를 대할 때도 종종 목격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정의란 무엇인가는 이런 사람들의 태도에 진지한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그 생각의 근거는 무엇이냐?”고 말이죠. 당신의 선택은? 당신은 전차 기관사이고, 시속 100킬로미터로 철로를 질주한다고 가정해보자. 저 앞에 인부 다섯 명이 작업 도구를 들고 철로에 서 있다. 전차를 멈추려 했지만 불가능하다.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중략) 이때 오른쪽에 비상 철로가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도 인부가 있지만, 한 명이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36쪽) 저자가 던진 이 질문에 독자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 많은 분들이 비상철로를 선택하실 것입니다.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렇다면 다음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신은 기관사가 아니라, 철로를 바라보며 다리 위에 서 있는 구경꾼이다(이번에는 비상철로가 없다). 저 아래 철로로 전차가 들어오고, 철로 끝에 인부 다섯 명이 있다. 이번에도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중략) 문득 당신 옆에 서 있는 덩치가 산만 한 남자를 발견한다. 당신은 그 사람을 밀어 전차가 들어오는 철로로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면 남자는 죽겠지만 인부 다섯 명은 목숨을 건질 것이다.(당신이 직접 철로로 몸을 던질까 생각도 했지만, 전차를 멈추기에는 몸집이 너무 작다.) (37쪽) 분명 똑같이 한 사람의 희생으로 다섯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데도, 이번엔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이 앞의 질문이 없었다면 놀랍다는 투로 “어떻게 사람을 밀어 떨어뜨릴 생각을 하느냐?”고 반문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고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샌델 교수의 마력 정의란 무엇인가는 하버드대에서 30년째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론’ 수업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내용처럼 단순해 보이는 문제부터 아주 첨예한 사회적 이슈까지 다양한 사례를 가지고 문답식으로 이어지는 그의 수업은 딱히 철학에 관심과 조예가 깊지 않더라도 나서서 한마디 거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합니다. 이 책은 출간 당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오다가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휴가철에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해서 더욱 붐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깊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휴가철에 도서관 가서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합니다. 쉽지 않은 내용이지만 저자가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해주기 때문에 누구라도 다른 도움 없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입니다. 1000명의 수강생이 몰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샌델 교수의 강의 일부를 담은 CD도 들어 있으니 수업에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강중민 jmkang@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