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유입과 농어촌의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초․중등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학생이 2만 명에 달하며, 그 수는 해가 거듭할수록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정 학생의 교육에서 학교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학교생활 부적응 관련 문제들이다. 학자들은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이 문제들을 한국어능력 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학생들이 수학이나 과학, 예체능 분야보다는 언어와 관련된 사회과 등의 교과에서 학습 결손을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다문화가정 학생의 한국어능력을 보면 두 가지 유형으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우선, 낮은 한국어능력을 보이는 외국인 근로자 가정 학생이 있다. 이들은 가장 기본적인 생활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조차 어려움을 겪는다. 한편, 일상적인 생활에서의 한국어능력에는 어려움이 없어 보이나 학습부진을 면치 못하는 국제결혼 가정 학생이 있다. 이들은 동료나 교사들과의 의사소통은 원활히 하여 겉보기에는 상당한 한국어 능력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와 관련된 교과 학습에서는 부진을 보인다. 이러한 학습부진은 적극적 지원이 없으면 수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지심리학자들은 비록 발달 과정에 대한 입장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언어발달과 인지(사고)발달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강조해 왔다. 특히, 비고츠키(Vygotsky)는 언어 발달의 촉매가 되는 문화 속에 많은 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며, 언어 속에 포함된 문화를 경험함으로 언어와 인지(사고)가 발달한다고 주장한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위해서는 언어 발달이 전제되어야 하고, 언어 능력 발달을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언어와 문화 실조가 학습부진에 중요한 요인임을 시사해 준다.
우리나라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한국어교육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예컨대, 취학 전 학생에게는 주로 가정이나 사회기관이 문해 교육을 위한 한글 지도를 하고 있고, 취학 후에는 취학 전 수준보다는 조금 높은 초등학교 저학년 국어 교재를 사용해 담임교사들이 방과 후에 지도하는 실정이다. 다행히 최근 다문화가정 학생의 학교 적응을 위한 한국어교육 교재가 속속 개발되어 보급되고 있다. 그러나 교재의 대부분은 학교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생활 한국어 중심의 내용과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초중등학교 교사들은 물론,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한국어교육을 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기본적으로 인지하고 있어야 할 한국어교육 내용을 제시한다.
우선, 생활 언어 교육이 필요하다. 외국인 근로자 가정 학생, 혹은 국제결혼 가정 학생들일지라도 일상적인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해 생활 한국어를 가르쳐야 한다. 이들이 학교생활과 학습 과정에서 원활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혹은 수준별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교과 학습 언어 교육 또한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교과 학습을 위한 언어 능력은 교과 내용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길러질 수 있다. 그러나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는 교과 학습 용어가 낯설어 학습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용어의 어려움으로 교과 학습의 효과가 경감되지 않도록 교과 학습 용어를 별도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 현재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육에서 간과되고 있는 부분이다.
끝으로, 문화가 한국어교육의 내용이어야 한다. 물론, 교과 학습 언어와 마찬가지로, 생활 한국어 교육의 내용에 문화를 포함시켜 가르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영어 등 외국어 교육을 위해 해당 국가의 문화를 가르치듯, 한국어교육을 위해서도 우리 문화가 내용이 될 필요가 있다.
요컨대, 다문화가정 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단지 학교생활에 적응하게 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비다문화가정 학생이 누리고 있는 학습권을 이들도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학습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한다는 좀 더 높은 차원의 의의가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현재 간과되고 있는 한국어교육의 중요성과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였다. 향후 사회 통합적 차원에서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한국어교육이 공교육 내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