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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전문직의 역할과 정책논술의 중요성 현대 교육은 급변하는 사회와 기술 환경 속에서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교육현장을 지원하고, 동기를 부여하며, 나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로 교육전문직원이다. 따라서 교육전문직원의 역할은 단순히 행정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넘어, 교육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다. 가. 교육전문직의 핵심 역할: 지원·촉진·안내 교육전문직원은 교육정책이 현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단순히 행정적 절차를 돕는 것을 넘어,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학교의 교육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는 노력을 포함한다. 둘째,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모든 교육 주체가 스스로 성장하도록 ‘촉진’하는 역할이다. 특히 교사들의 동기를 유발하고 전문성을 신장시키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교육정책의 큰 그림을 제시하고 교육현장이 나아갈 ‘방향을 안내’하는 역할이다. 이는 교육 비전을 명확히 하고, 미래 교육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여 교육현장이 혼란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의미한다. 나. 정책논술, 교육전문직의 역량 발현 창구 이러한 교육전문직의 역할은 곧 그들의 핵심 역량과 직결된다. 교육전문직원의 역량은 크게 ▲기본역량(혁신, 학습과 성장, 자기관리), ▲관계 협업 역량(소통, 문제해결, 사회적 감수성), ▲전문 역량(정책기획 및 실행, 정보활용, 교육활동 지원)으로 구분된다. 이 역량들을 종합적으로 발휘하는 하나의 중요한 과정이 바로 정책논술이다. 정책논술은 단순히 글쓰기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라, 교육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잣대다. 교육전문직원으로서의 교육적 안목과 통찰력을 보여주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것이다. 정책논술, 다른 논술과 무엇이 다른가? 논술은 크게 교육학 논술, 교직 논술, 교육정책 논술로 구분할 수 있다. 각 논술은 다루는 주제와 관점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이며, 특히 교육정책 논술은 교육전문직원의 시각을 가장 잘 드러내야 한다. [PART VIEW] 가. 논술 유형별 특징 나. 교육정책 논술의 독자적 관점 따라서 교육정책 논술을 작성할 때는 교육학 이론에만 치우치거나, 교사의 관점에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만을 논하는 것은 지양한다. 교육전문직원으로서의 관점, 즉 ‘교육정책을 통해 현장을 어떻게 지원하고 이끌어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미래 교육’이라는 주제가 주어진다면, 단순히 교실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방법을 논하는 것을 넘어, 교육청 차원에서 AI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 방안, 인프라 구축, 교사 연수 시스템 등을 종합적으로 서술해야 한다. 정책논술 작성의 핵심: 교육적 안목과 문제 해결 교육정책 논술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다.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대한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고도의 정책 기획 능력을 요구한다. 가. 문제점 분석의 중요성 성공적인 정책논술은 ‘문제점 분석’에서 시작된다. 현행 교육제도와 정책, 사회 현상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내야 한다. 이때 단순히 피상적인 현상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여건과 실태에 맞게 분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 역량 강화’를 주제로 한다면, 단순히 교사들의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그 원인이 무엇인지(예: 충분한 연수 시간 부족, 실질적인 지원 체제 미흡, 새로운 교수법에 대한 부담감 등)를 다각도로 분석해야 한다. 나. 창의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 제시 문제점을 명확히 분석했다면, 이제는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때 제시하는 대안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춰야 한다. 정책 논술 주제 탐색 및 준비 전략 정책 논술은 예상 주제를 미리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합격의 지름길이다. 각 시도교육청의 주요 업무계획과 장학계획을 중심으로 예상 주제를 찾아보고, 이에 대한 자신의 논점을 정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가. 예상 주제 목록 아래는 최근 교육 현안을 중심으로 예상할 수 있는 주요 정책논술 주제이다. 나. 자신만의 논술 틀 확립 정책논술은 문제 분석부터 해결책 제시까지 일정한 틀을 가지고 작성하면 시간을 절약하고, 논리적인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된다. 다음은 논술 틀의 예시이며, 이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만능 틀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다. 공통 키워드 정리 및 암기 주제별로 다양한 논술 문제가 출제되더라도, 해결 방안에 공통으로 사용될 수 있는 키워드나 문구들을 미리 정리해 두면 유용하다. 다음은 주요 분야별 공통 키워드의 예시이다. 효과적인 정책논술 작성법: 구조와 내용 정책논술의 구조는 서론-본론-결론으로 이루어지며, 각 부분의 역할과 작성법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 서론 작성법 서론은 논술의 첫인상으로, 문제에 관한 관심과 이해도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서론에서는 주제와 관련된 현황과 문제 제기를 통해 논술의 방향을 제시하고, 논술의 목적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주제에 따라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문구를 미리 작성해 두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나. 본론 작성법 본론은 논술의 핵심으로, 문제에 대한 분석과 해결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부분이다. 본론은 크게 문제점 분석과 해결 방안 제시로 나눌 수 있으며, 문제의 요구 사항에 따라 여러 개의 소제목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다. 결론 작성법 결론은 논술의 내용을 요약하고, 자신의 주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미래를 향한 제언으로 마무리하는 부분이다. 본론의 내용을 종합하되 교육현장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비전과 함께 교육전문직원으로서의 다짐을 포함하면 좋다. 서론과 마찬가지로 주제에 따라 대입할 수 있는 공통적인 문구를 준비해 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실전 대비를 위한 체크리스트 정책논술은 실전과 같은 상황에서의 훈련이 가장 중요하다. 논술 시험 당일 시간 안배와 기타 요령을 익히고, 꾸준히 자신의 준비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다음은 실전 대비를 위한 체크리스트이다. 변화하는 교육현장을 이끄는 힘, 정책논술 교육정책 논술은 교육전문직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복잡한 교육현안을 분석하고, 창의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며, 교육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은 교육현장을 혁신적으로 이끄는 힘이 된다. 꾸준한 연습과 체계적인 준비를 통해 교육정책 논술이라는 관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하고, 궁극적으로는 교육현장의 변화를 이끄는 진정한 교육전문가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2025년도 교육전문직원 선발시험에서는 실전 적용 가능성과 논리적 구조가 강조된 집단토의 문제가 출제됐다. 이번 호에서는 그 실전문제를 중심으로 문제 구성, 자료 분석, 발언 전략, 합의안 도출까지 전 과정을 구조화하여 소개한다. 특히 기존 토의 형식에 더해, 자료 기반의 문제 접근과 해결 전략을 강화하는 방법도 함께 소개한다. 실전문제 ● 실시 요령: 5인 1조 40분 ● 조건 1) AIDT의 바람직한 방향이나 문제점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정해 주장을 밝히고 질문으로 의견을 제시할 것(기조 발언). 2) 본인의 주장을 근거로 2회 이상 발언하고, 상대방 의견에 대해 1회 이상 질문할 것(자유토론). ● 제시 자료 _ AIDT(AI 디지털교과서) AI 교과서 플랫폼 접속률 10% 못 미쳐 … 활용률 뚝↓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육현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AIDT 플랫폼 접속률이 지난 3월 한 달 동안 전국 평균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AIDT 중앙상담센터에 접수된 민원은 총 5,200건으로 이 가운데 접속 문제와 개인정보동의 등 가입 관련 문의가 2,753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해, 사용 전 단계부터 큰 불편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세종 지역의 고등학생 가입자 중 하루 평균 접속률은 0.5%에 불과했고, AI 디지털교과서 채택 학교가 100%에 가까운 대구교육청조차 11%를 넘지 못했다.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에서도 일일 접속률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서울의 접속률은 초등 6.0%, 중학교 6.5%, 고등학교 4.7%이다. 경기도는 초등 7.4%, 중학교 6.1%, 고등학교 2.8%를 각각 기록했다. 백 의원은 “이주호 장관, 오석환 차관, 강은희 교육감, 정제영 원장은 현장 참관과 시연회에서 자화자찬했지만, 실제 학교현장에서 AI 디지털교과서는 외면받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과 여당의 반대로 무산된 ‘AI 디지털교과서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을 재추진하여, 예산 낭비와 교육현장의 혼란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에듀프레스(edupress) [PART VIEW] ● 문제① 위의 자료를 보고 AIDT 현장 적용에 대해 서울형 토론모형 2.0으로 토론하시오. 참고 자료 _ 서울형 토론모형 2.0 실전문제 예시답안 1. 사회자 선정 예시 - 안녕하세요. 토의를 시작하기 전에 사회자를 먼저 정하는 것이 어떨까요? - 네, 좋습니다. 저는 ○번 선생님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 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 추천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회자를 하시고 싶으시거나 추천하실 분 계시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 네, 그러면 제가 한 번 선생님들과 함께 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맡아주셔서 감사합니다(모두). 2. 토의 방식 정하기 예시 - 그럼, 문제에서 제시한 서울형 토론모형 2.0 토론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제시된 자료를 바탕으로 AIDT 현장 적용의 바람직한 방향과 문제점에 대해 질문을 만들어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토의하도록 하겠습니다. - 토론자가 4명이니 2명은 바람직한 방향에 관한 질문으로, 2명은 문제점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토의하실 분 손들어 주세요(2명). 그럼, 나머지 2명은 문제점에 대해 토의하시겠습니다. - 네, 현재 25분 동안 토의를 해야 하니 1분 정도 생각하신 후, 번호순으로 1분간 기조 발언을 하겠습니다. - 네, 좋습니다. 3. 기조 발언 예시 ● 예시❶ 안녕하십니까, 관리번호 ○번입니다. 서울교육을 사랑하시는 여러 선생님과 여러 가지 중요한 교육현안에 관해 이야기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살고 있는 학생들은 디지털 소양 함양이 필수적입니다. 이에 교실의 모습도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변화 모습 중의 하나가 AI 디지털교과서 사용이라 생각합니다. 디지털교과서는 학생·교사·학부모에게 각각의 장점이 많은 교과서입니다. ‘AIDT 활용의 장점 및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교육청에서 지원할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토의할 것을 제안합니다. ● 예시❷ 안녕하십니까, 관리번호 ○번입니다. 저도 여러분과 중요한 주제로 이야기 나눔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AIDT 사용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는 필요불가결하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야만 학교에서 효율적인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AIDT 개인정보 보호 대책은 무엇인가’에 대해 토의할 것을 제안합니다. 4. 자유토의 예시 - 기조 발언을 모두 마쳤습니다. - 그럼, 각자 정하신 방향의 주장과 근거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 번 발언하실 때 1분 이내로 하여 주시고, 각 주장에 대해 2회 이상 발언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상대 주장하시는 분에게 1회 이상 질문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질문과 답변도 각각 1분 이내로 발언하시기 바랍니다. - 자유롭게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우선 ‘AIDT 활용의 장점 및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교육청에서 지원할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AIDT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교실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학생에게는 자신의 역량에 맞는 맞춤 학습을 할 수 있고, 교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생의 적성 발굴과 진로상담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며, 학부모는 학생의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자녀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교육청에서는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교사 역량 강화 연수를 실시합니다. - 네, 맞습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의 학습진단 및 분석을 통해 학생별 최적의 학습경로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고, 교사는 수업설계와 학생에게 맞춤 처방 지원을 할 수 있는 AI 보조교사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학부모는 실시간 자녀의 학습상황을 파악하여 가정 내에서 맞춤형 학습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니 AI 디지털교과서를 모든 교실에서 언제든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겠습니다. 현재 디벗 사업도 모든 학교에 배부가 되었는지, 그리고 부속품들인 충전장치 등의 지원도 확인해야겠습니다. - 그러나 현재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위의 자료에서 나타났듯이 AIDT 서비스의 개인정보 보호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AIDT는 종이 교과서와 달리 학생별 학습 이력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저장하고,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다루고 있어 학생 개개인의 상세한 학습 관련 정보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 네, 또한 현재 학교에서 AI 디지털교과서 접속률이 4~7%로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문제점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5. 정리 발언 예시 - AIDT 활용의 기대효과는 학생은 최적화된 맞춤 학습 콘텐츠로 배우고, 교사는 데이터 기반으로 수업을 디자인하며, 학부모는 자녀의 활동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받을 수 있는 교육 현장으로의 변화입니다. AIDT가 현장에서 적극 활용하여 기대효과가 달성되어 더 질 높은 공교육이 실현되도록 학교현장을 먼저 생각하며 지원하는 교육전문직이 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 AIDT 서비스를 활용하면서 축적되는 학생의 상세한 학습 관련 정보 등에 대해 개인별·과목별 고유식별값 체계를 갖춰 국가정보원 보안점검과 클라우드 보안 인증을 획득하는 등 기본 보안을 구비해야 합니다. 또한 개인정보 안정성 확보를 위한 검정 심사기준과 개발 사용 가이드에 대해 KERIS와 각 개발사와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 보호 관리 체계 인증을 공동으로 취득 유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 오늘 모든 토의자가 골고루 발언할 수 있게 도와주신 사회자님께 감사합니다. 채점 기준과 자가 점검 1. 채점 요소 요약 가. 논리성: 주장-근거-자료 연계가 명확한가? 나. 전문성: 교육정책과 실제 현장을 연결 지었는가? 다. 협력성: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고 융합했는가? 라. 실천성: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했는가? 2. 자가 점검 체크리스트 가. 발언이 1분 내외였는가? 나. 자료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는가? 다. 상대방의 의견에 공감하거나 연결 발언을 했는가? 라. 발언 태도(시선·미소·경청)가 유지되었는가?
이 글은 개념기반수업을 처음 접하고 교실에 적용하며 겪었던 도전과 성찰, 깊은 배움을 향한 의지를 담은 글이다. 개념기반수업 실현을 위해 도전의 시간을 보내고 계신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 고민과 배움을 나누고 싶은 마음을 담아, 수업사례를 소개한다. #01 _ 만나다 “올해 우리 연구회는 개념기반수업을 공부해 볼까요?” 매년 새로운 주제로 공동연구를 진행해 온 우리 연구회는 2024년 연구 주제로 개념기반수업을 선정했다. 개념기반수업과의 첫 만남이었다. ‘개념을 기반으로 가르친다는 것은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것과 무엇이 다르지?’ 낯선 접근이었다. 우리는 개념기반학습의 기본 철학과 이론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많은 용어를 새롭게 익혔고, 이론이 의미하는 바를 토의했다.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질문을 통해 개념적 이해에 도달하고, 이를 새로운 상황에 전이하는 과정이 개념기반학습의 핵심이라는 거야. 이제 이론을 수업 속에 구현해 보아야겠어.’ 그렇게 개념기반학습의 철학을 교실 속 깊이 있는 배움으로 전환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02 _ 질문, 시도하다 우리는 초등학교 1학년 수학과 한 단원을 함께 설계했다. 차시별 안내 질문을 설계하며 수업 시간 아이들에게 던져왔던 질문을 돌아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사실 확인 질문만 던져왔던 것 같아요. 개념 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질문이나 가치 판단 질문은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수업은 사실 이해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고, 고차원적 사고를 향한 시도가 많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개념기반 단원 설계는 새로운 접근과 시도였기에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었음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한 단원 설계에 이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든다면, 여러 과목을 가르치는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혼자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단원 설계는 혼자서 안 될 것 같아. 일상 수업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 개념기반수업 초보자의 첫 시도는 차시에 부합하는 개념적 이해1와 안내 질문2 설계하기였다. 놀랍게도 질문의 변화는 수업을 변화시켰다. 단편적인 사실들을 묻던 질문에서 개념들의 관계를 묻는 질문으로 바뀌는 순간, 학생들은 알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반올림이란 무엇인가요?”, “73을 일의 자리에서 반올림하면 얼마인가요?”에 익숙하던 아이들에게 “왜 우리는 정확한 수 대신 어림한 수를 쓰는 걸까요?”와 같은 질문은 낯선 것이었다. 깊이 생각해야 답할 수 있는 질문을 처음 만난 아이들은 힘든 표정을 자주 지었다.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너무 어려운 과제를 줘서 학습 의욕을 꺾는 것은 아닌지, 학업에 대한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었다. 하지만 개념을 기반으로 생각하기에 익숙해진 학기 말 즈음,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는 내 생각을 꺼낼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아이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간의 시도와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고, 개념기반수업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PART VIEW] #03 _ 단원 설계, 길을 찾다 ‘차시 수업들이 연결되지 못하고 분절된 것 같아. 아이들이 개념적으로 이해했지만, 전이로 이어지지 않아.’ 차시별 안내 질문 적용만으로는 핵심 아이디어에 도달하기 어려웠다. 주제에 대한 관점과 초점을 제공하는 개념적 렌즈3를 설정하지 않았기에 차시 학습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제각각이 되었다. 이해와 전이활동의 연결을 고민하지 않았기에 아이들은 이해와 전이 사이에 놓인 장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차시별 안내 질문뿐만 아니라 단원 전체 설계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개념기반수업 초보자의 두 번째 시도는 단원 설계였다. 단원 설계는 쉽지 않았다. 개념기반학습에서 추천하는 단원 설계는 무려 11단계4이다. 단원 설계 초기에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몇 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도전했다. 몇 번의 단원 설계 경험이 쌓이자 생략해도 될 항목과 추가해야 할 항목이 생겨났다. 이제는 추천 목록 중 일부를 생략하고, 일부를 추가하여 9단계로 설계한다. 개념기반학습 단원 설계 추천 목록에는 없으나, 개인적으로 추가한 단계는 ‘2단계 핵심 질문 설정’이다. 핵심 질문이란 학문 간 및 학문 내의 중요한 개념 및 과정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질문으로 탐구를 증진시키고, 사고력을 촉발시키며, 학생들이 의미를 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 질문을 말한다. 5학년 1학기 사회 2단원의 핵심 질문은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인권·헌법·법은 왜 필요할까?’였다. 단원 학습 내내 학생들은 핵심 질문을 반복하며 인권·헌법·법의 역할을 탐구하였다. 그리고 탐구의 마무리 단계에서는 각각의 이해를 종합하여 ‘인권을 존중하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헌법과 법이 필요하다’라는 핵심 아이디어를 정리해 낼 수 있었다. 이와 같이 핵심 질문은 단원 전체를 하나의 큰 탐구 흐름으로 연결해 준다. 다시 말해 핵심 질문은 개념적 렌즈와 함께 차시의 탐구들이 핵심 아이디어로 귀결되도록 탐구의 방향성을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 6단계 안내 질문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훌륭한 동료가 있다. 바로 생성형 AI다. 안내 질문(사실적·개념적·논쟁적 질문)을 혼자 계획하기란 쉽지 않다. 이때 개념기반학습 맞춤형 챗봇을 활용하면 질문 목록을 풍부하게 브레인스토밍할 수 있고, 이를 참고해 가장 적합한 질문을 선정·수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법의 역할을 탐구하는 차시에서 처음에는 ‘법은 어떻게 사람들의 권리를 지켜줄까요?’라는 개념적 질문을 계획했으나, AI의 추천을 참고해 ‘법이 없으면 우리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질까요?’로 수정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학생 눈높이에 맞는 안내 질문을 만들 수 있었고, 질문을 바라보는 교사의 시각도 한층 넓어졌다. 또한 AI와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답을 탐색하고 비교하면서 교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점검할 수 있었다. 9단계 차시별 학습 활동 설계 단계에서는 배움을 다양한 맥락에 전이할 기회를 마련하고 있는지, 이해와 전이의 연결을 점검한다. 여러 과목을 동시에 가르치는 초등교사가 매 단원을 새롭게 재구성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교과서를 기반으로 한 재구성은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교과서 단원의 일반적인 차시 구성은 개념을 도입하고, 개념적 이해를 이끈 다음, 배움을 다른 맥락에서 적용해 보는 전이 차시로 이어진다. 만약 교과서 차시 구성이 전이가 이루어지기에 충분하지 않다면 활동을 변경하거나 별도 차시를 구성해 전이의 기회를 마련한다. 이때 다른 교과의 주제나 실제 문제상황을 연결하면 자연스러운 융합수업이 이루어지고, 학생들이 배움을 실제 맥락에서 전이할 기회를 얻게 된다. #04 _ 수업 실행, 나아가다 다음 사례는 단원 수업사례이다. 단원 도입 → 탐구 → 개념적 이해의 정리 → 전이 → 성찰 단계에서의 고민과 성찰을 담았다. • 단원: 5학년 1학기 사회 2단원 인권 존중과 정의로운 사회 • 핵심 아이디어: 인권·헌법·법은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 개념적 렌즈 / 핵심 질문: 역할 / 우리는 왜 인권을 존중하고 법과 헌법을 지켜야 할까? 1) 단원 도입 _ 핵심 질문으로 탐구를 시작하다 “이번 단원은 태양계와 별에 대해 알아볼 거야. 궁금한 점을 떠올려 볼까?” 교사가 기대하는 학생들의 질문은 “태양계에는 어떤 천체들이 있어요?”, “지구 외에 생명이 사는 행성이 있어요?”, “별이 뭐예요? 지구는 별인가요?” 등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궁금증은 어김없이 예상을 벗어났다. “저의 별자리가 왜 황소자리인지 궁금해요.”, “블랙홀은 진짜 있나요?”, “우주의 끝은 어디인가요?” 등 학생들은 질문을 쏟아냈지만, 교육과정의 주제와 범위를 벗어나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학생들의 질문을 범주화하고 차시별 학습 주제와 연결해 수업을 설계할 것인가? 이 선택은 학생들의 순수한 궁금증을 반영한 수업 설계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궁금증들을 전이로 연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질문을 한정하고, 탐구에 도움이 되는 질문으로 사고력을 기르는 것은 어떨까? 교육과정에 충실하면서도 고차원적 사고를 유도하는 질문을 통해 사고력을 기르는 것이 현실적이면서도 아이들의 성장에 필요한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학생들의 질문을 교육과정 주제와 범위로 한정하기 위해 사진이나 그림 자료를 활용했다. 그림이나 사진 자료는 교과서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고, 필요한 경우 생성형 AI를 사용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제시된 그림이나 사진 자료를 보면서 ‘보여요 → 알아요 → 궁금해요’ 순서로 활동했다. 이는 생각이 보이는 교실(론 리치하트 외, 2023, 사회평론아카데미)의 사고 루틴인 ‘see → think → wonder’ 전략을 재구성한 것이다. ● ‘보여요’ 단계 ‘보여요’ 단계는 그림 자료에서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진술하는 단계였다. 예를 들어 ‘인권’ 주제 그림을 보며 “장애인 친구가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위층으로 가지 못하고 있어”라고 말하며 단원의 주제와 가볍게 만나고 익숙해졌다. ● ‘알아요’ 단계 ‘알아요’ 단계는 그림과 관련해 알고 있는 것, 보고 들은 경험 등을 진술하는 단계였다. 예를 들어 ‘법’ 주제 그림을 보며 “학교 앞에는 스쿨존법이 있는 것을 알아”, “불법 다운로드를 하면 처벌받는다는 것을 배웠어”라고 말하며 단원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을 활성화했다. ● ‘궁금해요’ 단계 ‘궁금해요’ 단계는 주제와 관련해 탐구 질문을 떠올리는 단계였다. 탐구에 적합한 질문을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떠올렸다. 첫 번째 범주의 질문은 용어의 정의나 사실을 확인하는 질문이었다. 주로 ‘누가’, ‘무엇’, ‘언제’ 등을 활용해 질문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인권은 무슨 뜻인가요?”, “헌법은 누가 만들었나요?” 등의 질문을 모둠원과 공유하고 패들렛에 게시했다. 첫 번째 질문은 안내 질문 중 사실적 질문과 유사하며, 낱낱의 사실을 확인해 탐구의 기초를 닦는 역할을 했다. 두 번째 범주의 질문은 숨은 관계를 확인하는 질문이었다. ‘왜’, ‘공통점’, ‘차이점’, ‘원인’, ‘영향’ 등을 활용해 질문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인권은 왜 필요한가요?”, “헌법과 법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인권은 헌법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등의 질문을 모둠원과 공유하고 패들렛에 게시했다. 두 번째 질문은 개념적 질문과 유사하며, 탐구의 중심을 개념 간의 관계에 집중하도록 하며 고차원적 사고를 길러주는 역할을 했다. 세 번째 범주의 질문은 일어나지 않는 상황을 상상하는 질문이었다. ‘만약 ~라면 어떻게 될까?’, ‘~문제를 해결하려면?’ 등의 형식을 활용해 질문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만약 법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인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려면?”과 같은 질문을 모둠원과 공유하고 패들렛에 게시했다. 세 번째 질문은 논쟁적 질문과 유사하며, 배움을 삶과 연결 짓고 문제 해결에 필요한 사고력을 길러주는 역할을 했다. ‘궁금해요’ 단계의 마무리는 패들렛에 게시된 탐구 질문들을 모둠별로 살펴보며 한 문장의 핵심 질문으로 정리하는 단계였다. 모둠별로 만든 핵심 질문들은 모두 서로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인권·헌법·법의 필요성 탐구를 진술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모둠별 핵심 질문을 학급 전체가 함께 살펴보며 이번 단원 탐구를 위한 핵심 질문을 최종 정리했다. 이렇게 정리한 학생들의 핵심 질문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인권·헌법·법은 꼭 필요할까?’였다. 단원 설계 과정에서 교사가 설정한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인권·헌법·법은 왜 필요한가?’와 크게 다르지 않아 학생들의 진술 그대로를 단원 탐구 질문으로 선정했다. 학생들 스스로 핵심 질문을 찾아가는 과정은 두 가지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탐구의 주체성을 높인다. 단원 탐구를 위한 핵심 질문을 선정하는 것은 단원 학습 목표를 스스로 정하는 것과 같다. 학생들은 스스로 핵심 질문을 선정했다는 이유만으로 질문 해결의 탐구 의지를 갖게 된다. 둘째, 고차원적 사고를 이끄는 안내 질문을 스스로 만들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개념기반학습은 학생들의 고차원적 사고를 이끌기 위한 안내 질문을 강조한다. 학습의 궁극적 목표는 학생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며 문제를 해결해 내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사 주도의 안내 질문은 점차 학생 주도의 탐구 질문으로 중심이 이동할 수 있도록 연습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2) 탐구 _ 스스로 발견하게 하다 “선생님이 나눠준 자료를 잠시 살펴봅시다. 아래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을 떠올려 봅시다.” “내가 먼저 말할게.” 우리 반 모둠 탐구 활동이 시작되는 소리였다. 교사가 제시한 법 사례 자료를 살펴본 학생들은 안내 질문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모둠과 공유했다. “세 사례 모두 법이 바뀐 것 같아. 그러면 법은 변화한다인가?”,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이렇게 학생들은 자료와 질문을 바탕으로 탐구하고, 함께 발견한 탐구 결과를 문장으로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모둠을 돌며 토의 상황을 확인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해 모둠 간의 이해 차이가 크지 않도록 조율했다. 탐구 활동을 설계할 때 교사는 세 가지를 고민했다. (1) 학습 내용에 적합하고 학생 수준에 알맞은 자료인가? (2) 사실적 사고와 고차원적 사고를 오가며 개념적 이해로 연결되는 안내 질문들인가? (3) 탐구 과정에서 학생 주도성을 높일 방법은 무엇인가? 이러한 고민이 반영된 탐구 활동을 꾸준히 실시한 결과, 학생들은 스스로 지식을 발견하는 기쁨과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 실제로 탐구 학습 방법에 대한 설문에서 학생들은 ‘우리 반의 수업방법이 좋다’며, 그 이유로 ‘스스로 생각하니 사고력이 늘고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이는 교사가 이끈 탐구가 학생들의 사고력과 자기 주도성을 성공적으로 키웠기에 나타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3) 개념적 이해 _ 의미는 구성되는 것이다 “탐구 결과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볼까요?”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괄호 뒤에 ‘을’을 ‘를’로 바꿔도 되나요?” 처음에는 탐구 결과를 통문장(A)으로 정리하도록 했다. 아이들은 막막해하기도 하고 엉뚱한 문장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추론의 정밀성을 위해서는 정보 제공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이번에는 여러 가지 정보를 포함한 문장(B)을 제시했지만, 안타깝게도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의미 구성이 아니라 빈칸 맞추기로 전락했다. 결론적으로 개념적 이해의 의미 구성은 통문장과 빈칸 채우기 그 어디쯤에서 발생했다. 방향성은 제시하되, 최소한의 정보가 제공된 언어 형식(C)은 초등학생과 같은 낮은 수준의 학습자에게 도움이 되었다. “의미는 비슷하지만, 언어가 다른 친구가 있다면 이야기해 볼까요?” “‘법은 갈등을 해결해 주고, 범죄를 예방하는 역할을 해요’라고 정리했어요.” “‘법은 갈등을 공정하게 해결해 주고, 사회 질서를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해요’라고 정리했어요.” 탐구는 함께하지만, 이해를 문장으로 정리하는 과정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의미는 개인적으로 구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4) 전이 _ 경험이 쌓여야 벽을 넘을 수 있다 인권은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이지만, 생활 곳곳에서 침해를 당한다. 인권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신장되어 왔으며, 우리 사회는 인권 보장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자주 접하는 생활 장면에서 전이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사고 체계의 전이를 실천 행동으로 확장할 수 있을까?’,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며 문제 해결 방법을 찾고, 선택하도록 할 수 있을까?’ 전이 활동에서 가장 고민한 것은 전이의 맥락이 경험과 밀접할 것, 그리고 행동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었다. 학생들에게 가장 친숙한 공간인 교실에서의 인권 침해 문제를 전이의 맥락으로 선정했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인권 침해를 당한 경험을 설문 조사했고, 전체 학생 중 88%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그리고 국어과 성취기준7과 융합해 우리 반 인권 규칙을 만들었다. 함께 만든 인권 규칙은 교실에 게시하고 규칙을 어길 때마다 상기하도록 했다. 공간 범위를 사회로 확장한 전이 활동도 진행했다. 등하굣길 안전 문제를 선정하고, 국어과 성취기준8과 융합해 토의를 진행하고 주장하는 글을 썼다. 학생들은 등굣길 자주 지나는 도로에 과속 방지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글이 담긴 영상 편지를 제작해 경찰청에 전달했다. 배움으로 실제 생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경험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학생들은 여러 번의 동영상 촬영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할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문제 해결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그 결과 ‘인권 신장과 보장을 위해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는 소감을 성찰문에 남겼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해가 다른 맥락에 적용되며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학생 중심의 주도적인 경험이 중요함을 이해했다. 전이도 경험과 연습이 필요하다. 이해와 적용을 넘나드는 경험이 쌓일 때 학생들은 사고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 것 같다. 5) 성찰 _ 의미를 찾는 과정은 학습이 필요하다 ) 우리 반은 단원 마무리 단계뿐 아니라 차시 마무리 단계에서도 꾸준히 성찰 활동을 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배움의 의미를 쉽게 떠올리지 못했다. 성찰은 메타인지가 발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메타인지가 어느 정도 발달되어 도움을 받지 않고도 깊이 있는 성찰을 할 수 있는 초등학생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전체 학생들의 성찰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성찰 전 토의활동을 했다. - 배움이 있기 전과 지금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 나에게 중요했던 배움은 무엇인가요? - 이와 같은 배움이 중요한 까닭은 무엇인가요? - 삶의 어떤 장면에서 이번 배움을 떠올릴 수 있을까요? 배움을 성찰하는 단계에서 학생들이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질문들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모둠과 토의해 보도록 했다. 학생들은 토의 과정에서 친구들이 건넨 생각의 조각을 바탕으로 자기 생각을 조금 더 꺼낼 수 있었다. 유난히 성찰 글쓰기를 어려워하던 한 학생은 토의 활동 후 지금까지 쓴 것 중 가장 깊이 있는 성찰 글을 완성했다. 때론 친구의 말 한마디가 생각을 꺼내는 열쇠가 되는 것 같았다. 좋은 수업, 도전은 끝나지 않는다 개념 중심 수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첫해는 실험과 시행착오의 연속이고, 두 번째 해가 되어서야 설계와 실행이 조금씩 정련되기 시작한다고 한다. 지금 나는 개념기반수업을 일상 수업에 적용해 보는 실험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과정은 시간과의 싸움이고, 도전과 실패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정답을 말하기보다 스스로 생각을 꺼내는 아이들, 서로 의견을 나누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변화를 보았기 때문이다. 좋은 수업을 향한 마음이 멈추지 않는 한, 나는 개념기반수업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학기 말 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나요? 중학교 3학년 1학기 2차 고사를 마친 후, 방학까지 3주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교사가 미리 계획해 두지 않으면 학생들도 시험이 끝나서 긴장이 풀리고, 교사도 학기 말의 여러 업무 정리로 흐지부지하게 수업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있었고, 아쉬움이 컸기에 학기 말 시간을 제대로 활용해 보고 싶었다. 5월에 이차방정식 단원 마무리 활동으로 직접 ‘방 탈출 게임’을 만들어서 학생들과 진행했었다. 학생들이 문제풀이에 적극적으로 임할 뿐 아니라, 다음 수업시간에 들어가니 “선생님, 방 탈출 게임 한 번 더 하면 안 돼요?”라고 물었다. ‘방 탈출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를 생각하며 재미도 느꼈고, 수학 개념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기에 이 경험을 나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학기 말에는 10차시 동안 학생들이 직접 이차함수 단원 내용을 활용하여 방 탈출 게임을 만들어 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나도 처음 해보는 시도였기에 프로젝트 진행 순서와 피드백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을 많이 하였다. 교사가 만든 ‘방 탈출 게임’ 살펴보기 이차방정식 단원을 학습한 이후, 학생들이 관련 문제를 해결해 보는 마무리 활동으로 ‘방 탈출 게임’을 만들었다. 범교과적 내용도 포함하고 싶어서 주제를 ‘환경’으로 선택했는데, ‘환경’은 범위가 넓어서 내용을 설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영역을 좁혀서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로 정하고, 다양한 자료를 모으는 작업을 했다.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수학적 개념 ‘이차방정식’과 결합해서 문제를 만들었다. 문제를 만드는 아이디어는 예전에 연수에서 접해보았던 ‘4.3 사건으로 만든 방 탈출 게임’에서 얻기도 하고, 챗 GPT와 대화를 나누면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그렇게 만든 문제들을 캔바(CANVA)로 디자인하여 학생들에게 나누어 줄 형식으로 제작하였다. 아래는 학생들에게 주어진 활동지이다. 선생님들께서도 한 번 풀어본 후, 마지막에 있는 해설지를 보길 추천한다. [PART VIEW] 다음은 단계별 문제풀이 과정이다. 학생들이 만드는 ‘이차함수 방 탈출 게임’ 프로젝트 과정 아래 순서대로 총 10차시로 진행되었다. ● 1차시 _ 오리엔테이션 ① 모둠 안내 : 모둠은 1학기 1차 고사 성적을 바탕으로 배정을 한 다음, 교우관계와 학생 성향 등을 고려하여 교사가 수정 작업을 거친 후에 알려주었다. ② 모둠에서 키워드 선정 : 10차시 동안 학생들이 키워드와 관련하여 문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모둠에서 충분히 의논하여 결정할 수 있게 하였다. 학생들이 관심 있는 것과 수학을 연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③ 키워드에 대해 자료를 조사하여 패들렛에 정리 : 이차방정식과 연결되어야 하니 숫자가 들어있는 자료를 많이 찾는 것이 나중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 2~5차시 _ 문제 만들기 ① 방 탈출 게임 제작 기록지 제공 : 문제에 대한 고민을 매시간 이어가기 위해서 작성할 수 있는 기록지를 제공하였다. ② 방 탈출 과제 개인 구상지 제공 :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가 아이디어가 생겨도 기록해 두지 않으면 휘발되므로 개인 구상지에 자유롭게 문제를 적어 보는 용도로 활용하게끔 하였다. 차시가 지나면서 조금씩 발전되는 모습을 보았다. ③ 매시간 발표 : 수업 마지막에 모둠에서 공유할 시간을 제공하고, 그 시간에 나눈 이야기들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④ 피드백 제공 : 발표한 내용과 작성한 자료를 바탕으로 피드백하여서 다음 시간에 학생들이 조금 더 보완할 수 있도록 하였다. ● 6~9차시 _ 자료 디자인하기 ① 캔바에 가입하기 : 모둠별로 협업하여 자료를 만들기 위해 교사가 그룹별 링크를 제공하고, 학생들이 가입하게 하였다. ② 캔바 활용법 익히기 : 캔바를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서 ‘1학기 수학 수업 소감’을 작성하는 활동을 하면서 텍스트 입력과 이미지 삽입 등 기본 기능을 익혔다. ③ 모둠에서 협업하여 자료 만들기 ● 10차시 _ 발표하기 마지막 한 시간 동안 학생들이 발표할 시간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교사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발표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하지만 학생들이 결과물을 완성하였고, 이에 대한 피드백은 2학기에 다시 이어갈 예정이다. ‘이차함수 방 탈출 게임’ 프로젝트 소감 교사에게도 해보지 않은 것을 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 고민해야 하고, 학생들이 결과물을 산출하기까지 도울 수 있는 에너지도 필요하다.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멈춘 것이 아니라, 용기 내어 학생들과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것과 학생들이 학기 말에도 집중도 높게 문제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았기에 다른 선생님들께도 이 수업을 나누게 되었다.
학교생활 속에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존중’과 ‘배려’를 배우고 실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존중과 배려의 중요성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이 존중과 배려가 ‘무엇’이며,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고민해 볼 시간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한 활동이 바로, 학교자율과정시간을 활용한 도서관 협력 인성교육 ‘다정한 마음 나눔, 존중·배려 사전 만들기’이다. 이 활동은 전교생이 함께 참여하는 체험형 프로젝트로, 학생들이 존중과 배려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며, 실천 방법을 계획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단어를 통해 마음 들여다보기 첫 시간은 ‘사전’이라는 도구에 주목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학생들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국어사전·영어사전·백과사전뿐만 아니라 인물사전·지리사전·주제사전 등 다양한 형태의 사전들을 함께 살펴보게 된다. 특히 그거 사전(홍성윤), 여름어 사전(아침달 편집부), 아름다운 가치사전(채인선 글, 김은정 그림) 등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단어를 재미있고 특별하게 풀어낸 주제사전을 살펴보며 단어를 정의하는 여러 방식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이어 존중·배려와 관련된 단어를 각자 선택하여 그 의미를 자신만의 언어로 정의해보는 활동을 진행했다. 예를 들어 존중과 관련된 단어로 ‘경청’과 ‘신뢰’를, 배려와 관련된 단어로 ‘눈맞춤’과 ‘양보’의 단어를 고르고, 그 단어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또는 그 단어를 설명할 수 있는 개인적인 경험을 글로 풀어보았다. 단순한 사전적 정의가 아닌, 자신의 경험과 생각이 담긴 생활 밀착형 단어 풀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PART VIEW] 말뿐 아닌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두 번째 시간에는 각자가 선택한 단어에 대한 ‘실천 약속’을 적어보도록 했다. 학생들은 “우정, 친구의 소중함을 기억하며 감사함을 표현하겠다”, “따뜻함, 쉬는 시간에 친구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내겠다”, “눈맞춤, 상대방과 대화할 때 오해하지 않도록 눈맞춤을 하겠다” 등 자신이 지킬 수 있는 약속을 정성껏 써 내려갔다. 완성된 사전은 교실과 도서관에 게시하여 친구들 간의 감정 교류와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었다. 2학기, ‘실천 인증’으로 이어지는 지속적 활동 존중·배려 사전 만들기 활동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2학기에는 학생들이 작성한 ‘실천 약속’을 바탕으로 직접 실천한 내용을 인증하는 활동으로 이어진다. 4가지 실천 약속을 모두 인증한 학생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보상을 넘어 스스로의 다짐을 실천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존중과 배려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 마무리하며 이번 활동은 필자에게 학생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되었다. 평소에는 소극적이던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태도로 삶을 대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었고, 장난기 많던 아이에게서 따뜻하고 깊은 마음을 발견하기도 했다. 또한 활동에서 소개한 주제사전들을 도서관에서 찾아보는 학생들의 모습을 통해 학교 수업 속에 책을 녹여내고,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소개하는 것이 학생들의 독서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확신했다. 학생들에게 존중과 배려를 추상적으로 강조하기보다는, 단어의 의미를 함께 생각해 보고 그것을 ‘생활 속 언어’로 풀어내며 실천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이를 통해 우리 아이들의 다정한 마음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제안해 본다.
2년 전 학부모 민원과 교권침해로 극심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받던 20대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된 서이초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판결받았지만 유명 웹툰작가의 자폐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관련 법정 다툼, 그리고 지난 2월의 하늘이 사건은 교육계에 몸담은 사람은 물론이고, 전 국민에게 충격과 아픔을 가져다주었다. 이들 사건의 기저에는 근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불신과 무시(비존중)에 있다. 학교는 더 이상 ‘안전한 배움터’가 아닌 ‘불안과 긴장의 현장’ 최근 몇 년간 우리 교육현장은 과거 어느 때보다 깊은 갈등과 불신의 그림자에 휩싸여 있다. 학교와 관련하여 가슴 아픈 사건이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학교라는 공간이 더 이상 ‘안전한 배움터’가 아니라 ‘불안과 긴장의 현장’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뼈아픈 것은 교원·학부모·학생이라는 교육의 세 주체가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관계가 아니라, 불신과 의심, 견제와 무시를 하는 구조로 점차 변질됐다는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과거의학교는 신뢰와 존중의 토대 위에 서 있었다. 학부모는 교사를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사람’으로 믿고 존중했고, 교사는 그 신뢰를 지키기 위해 교육과 지도에 혼신을 다했으며, 학생은 교사를 존경했다.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소한 오해는 대화를 통해 풀렸다.학생 간 다툼도 학부모와 교사의 협력 속에 정리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작은 불만이나 오해도 SNS와 언론을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고, 법적 분쟁으로 번지기까지 한다. 이러한 변화 뒤에는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불신의 문화가 자리한다. 정치·세대·지역 등 모든 영역에서 대립이 격화되면서 ‘상대방을 믿기’보다 ‘손해 보지나 않을까 경계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교육현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학부모는 혹시 내 아이가 차별받거나 소외될까 불안하고, 교사는 자신의 한마디와 행동이 곡해되어 문제로 비화될까 전전긍긍한다. 학생들 또한 경쟁과 비교 속에서 신뢰보다는 불안과 경계심을 먼저 배우게 된다. 결국 우리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조차 서로를 ‘파트너’가 아닌 ‘잠재적 위협’으로 보는 역설적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존중을 회복하기 위한 과제 제언 이제는 불신의 악순환을 끊고, 믿음과 존중의 선순환을 만드는 일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캠페인과 외침만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 믿음과 존중을 회복하기 위한 장치들을 제도화해서라도 강제적으로 점진적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대화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교원과 학부모가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김영란법 이후 언젠가부터 교원은 학부모 만나기를 꺼리고, 학부모는 학교 가기를 꺼리고 있다. 학부모와 교원이 함께 참여하는 정기 포럼 또는 설명회 자리를 제도화하여 학교는 진실된 교육계획을 설명하고 학부모는 그에 대한 믿음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정보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학부모가 자녀의 학교생활과 교육과정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면 학부모는 불필요한 의심을 줄이고 학교를 신뢰할 수 있다. 수업내용과 평가방식, 학생 상담기록 등을 정기적으로 공유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사생활 보호와 교원의 자율성도 함께 고려해야 하며, 공개 범위와 절차에 대해서는 서로 상의하여 결정해야 할 것이다. 셋째, 교사에 대한 정서적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많은 교사가 과중한 업무와 정서적 소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학부모와의 갈등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소진·우울증·불안장애 등 심리적 위험을 겪고 있다. 교원에게는 심리상담과 법률 지원을, 학부모와 학생에게는 관계 회복을 위한 중재 프로그램과 전문 상담을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심리적 안전망’을 갖추어야만 진정한 믿음과 존중의 학교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 넷째, 학생 중심의 시각을 재확립해야 한다. 교육의 최종 목적은 교사나 학부모의 만족이 아니라 학생성장이다. 정책과 제도 설계, 학교 운영의 모든 결정은 ‘이것이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는 교원·학부모·학생 중 어느 한쪽의 전유물이 아니다. 세 주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서로의 수고를 인정하며, 존중을 전제로 하는 동반자적 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교육이 제 기능을 발휘한다. 과거의 학교가 완벽하진 않았지만 따뜻했던 이유는, 서로를 이해하고 감사할 줄 아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중심에 둔 ‘믿음과 존중의 학교’는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교육부가 2017년 ‘고교학점제 추진 방향 및 연구학교 운영계획’을 발표한 이후, 단계적 운영 등 8년간의 시범운영을 거쳐 2025년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교원단체, 일부 학부모단체, 그리고 심지어 학생단체마저 중단하라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왜 고교학점제는 오랜 시범운영 기간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전면 시행과 동시에 현장으로부터 강한 저항에 부딪히며 폐지론에 직면하게 되었을까? 개선 방향 탐색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고교학점제 정의와 운영 중점에 깔린 전제 분석 모든 정책은 기본 가정과 전제를 바탕으로 설계된다. 가정과 전제에 오류가 있거나 실현 불가능할 때, 혹은 핵심 전제 조건을 간과할 때 해당 정책은 기대한 효과보다는 부작용을 더 크게 드러낸다. 시행 초기부터 가정의 오류를 지적하며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으나 주도세력은 자신들의 신념에 근거하여 이를 강행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지난 8년간 거의 해결되지 못한 채 전면 시행에 이르게 되었다. 2021년 교육부가 내놓은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보면 고교학점제란 ‘학생이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바탕으로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취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누적하여 졸업하는 제도’이다. 이를 위한 운영 중점은 학생의 수요 반영, 진로·학업설계 지도, 최소 학업성취 보장 등이다. 고교학점제 정의에 깔린 가정과 전제는 무엇이고, 이들의 타당성과 현실성 및 실현 가능성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 바탕 고교학점제 ‘정의’를 살펴보면 대부분 학생이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제대로 갖추고 있음을 가정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은연중에 우수한 학생들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가정과 달리 현실에서는 초·중학교까지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학생 비율이 상당히 높다. 이를 알고 있기에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제’ 등을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본 전제를 볼 때 고교학점제는 자사고 및 특목고, 혹은 일반고등학교의 우수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한다면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고교학점제가 되게 하려면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학업성취율 도달 여부를 모두 파악하고 지도하여 대부분 학생이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제대로 갖추도록 교육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초·중학교는 시험을 없애고, 문재인 정부는 전체 대상 학력평가를 폐지하였다. 고교학점제가 토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지어놓은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 진로 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 진로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게 한다는 것은 몇 가지 가정을 깔고 있다. 하나는 대부분 고등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어느 정도 확실하게 정하고 있거나 정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진로·적성’이라는 것은 대학생만이 아니라 성인에게도 확실하지 않고 가변적이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이를 확실히 하도록 기대하는 것이 어느 정도 의미가 있을까? 1학년 때와 2학년 때의 생각이 변하는 학생도 많은 데, 이는 어찌 대처할 것인가? 윤석열 정부는 대학 신입생이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들으며 전공을 탐색한 후, 본인의 적성과 진로에 맞춰 전공을 선택하게 하는 자유전공제를 확대하도록 했다. 고교학점제 기본 가정의 타당성을 다시 검토해 보아야 한다. ‘진로·적성’을 염두에 둔 고교학점제는 특목고나 특성화고 학생, 그리고 일반고등학교 학생 중에서 진로탐색 과정을 희망하는 학생에게 합당한 제도이다. 일반 학생들을 위해서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이미 천명한 ‘선택과목 확대제’를 더 의미 있게 구조화해서 시행하는 것이 더 낫다. 진로교육은 전 교과에서 현실 삶 및 진로와의 관계를 포함하여 지도하는 패러다임 쪽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대입에서 유불리가 아니라, 진로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것이라는 가정을 깔고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제도를 이렇게 설계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가정이 오류임은 교사만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도 잘 알고 있다. 잘못된 가정에 따라 설계된 제도에 적응하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는 불필요한 에너지와 재원을 낭비하고 있다. 또 하나 깔린 전제는 진로 적성에 따른 학생 개개인의 수요를 반영할 과목을 개설하고, 이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그리고 시설을 갖추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계속해서 교사 정원을 줄여왔다. 전제가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행하면 교사는 복수 교과 담당에 따른 다양한 부담을 지게 되고, 이로 인해 일반 수업의 질마저 저하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 정책 간에 엇박자가 발생한 이유는 교사 정원 및 시설 추가 확보를 위해 협조가 필요한 행안부와 기재부의 조율이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 설계된 정책의 성공적 구현을 위해 어느 정도의 추가 인력, 시설 설비, 재정이 필요한지 추정치가 나오고, 이에 대해 관련 부처와 조율해야 한다. 아니면 대통령실이 주도하여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교사 정원을 늘리기 어려우면 학점제로 운영되는 대학의 교수 요원처럼 고등학교에도 절반 이상을 강사가 담당하게 해야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어느 하나도 구현하지 못했다. 시범운영 초기부터 제기된 문제인데, 학교 규모와 소재지에 따른 여건 차이가 큰 상황에서 고교학점제는 당연히 지역 간 학교 간 격차를 키울 수밖에 없다. 원격강의·협동강의 등을 통해 일부 보완할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불리하게 작동할 수밖에 없는 제도이다. 이들을 위한 파격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만 이러한 불평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최소 학업성취 보장 고교학점제가 도입하고 있는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제’는 기본 학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 비율이 낮고, 이들도 실력을 쉽게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깔고 있다. 그런데 가정보다 이수 기준 미달 학생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한 학기 동안에 이들을 최소 성취수준에 도달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극히 어렵다는 점이다. 고교학점제는 이를 위한 보충지도 및 추가학습 지도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아니면 학생수가 줄고 있으므로 교사들이 이를 감내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교육부가 계속해서 교사 정원을 줄여가고 있는 것을 보면 후자인 듯하다. 이러한 가정은 고교학점제의 정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대입제도와의 관계 ● 경쟁 위주의 입시체제가 문제? 고등학교가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는 한, 경쟁 위주의 입시체제를 유지하는 한 고교학점제는 뿌리내릴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에는 고등학교가 입시와 무관하게 민주시민을 혹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가정이 깔려있다. 아울러 경쟁 위주의 입시체제가 문제이고, 대입제도를 개선하면 고교학점제가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 고등학교가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까? 고등학교 다니는 것과 대입이 무관하다면 고등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 학교가 입시 준비를 해주지 않는다면 그 역할을 학원이 담당할 것인데, 이를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등학교가 입시 위주의 교육을 중단해야 고교학점제가 정착될 수 있다면 이는 고교학점제는 정착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대입제도 개선을 통해 경쟁 위주의 입시체제를 바꿀 수 있을까? 무한경쟁 승자독식 사회, 학생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여 선발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믿는 사회에서는 추첨제나 세습제와 같은 극단적인 방식이 아닐 경우 경쟁을 완화시킬 수는 없다. 경쟁 위주의 대입체제는 대입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극단적 실력주의를 바탕으로 발전해 온 국가이고, 이에 대한 국민적 신념은 확고하다. 입시 위주의 고등학교 교육, 경쟁 위주의 입시체제는 우리에게 주어진 거의 상수와 같다. 이를 변수라고 생각하며 다양한 정책을 펼치면 늘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절대평가와 수행평가제도, 교과성적 5등급제 도입 등은 위의 가정을 타당하다고 믿으며 도입된 제도들이다. 입시 위주 교육, 경쟁 위주 입시체제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은 아니다. 고교학점제와 대입제도를 통해 이러한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것처럼 가정하는 것이 문제임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회체제 탓만 하면 고통에서 아이들을 구할 수 없고, 행복한 개인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할 수 없다는 말에도 동의한다. 다만 주어진 상황을 도외시한 채 교육에서 경쟁 요소를 제거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면 할수록 기대와 달리 계층 간 격차는 더욱 커지고, 사회적 약자는 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임을 환기하고자 할 뿐이다. ● 절대평가와 수행평가 교과성적 절대평가와 수행평가 등등의 제도는 평가의 주목적이 학생 성장을 돕는 것이고, 학생들의 과도한 경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함이다. 극한의 경쟁인 교육전쟁 상황에서 교과성적을 포함한 고교 활동 결과를 대입 핵심 전형 요소로 활용하고자 할 경우, 이러한 제도는 더 큰 문제를 가져온다. 절대평가를 해야 하는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은 철저한 상대평가를 하고 있다. 대학 성적의 일부가 임용시험에 반영되는 상황에서 선택한 고육지책이다. 수행평가가 학생과 교사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는 이유도 이 모든 것이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고교성적이 대입 당락을 좌우하는 상황에서는 교육 이상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절대평가나 수행평가가 기대한 교육적 효과보다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과도한 경쟁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자살 등의 문제는 상대평가가 주원인이 아님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잘못된 가정에 근거한 절대평가와 수행평가 강조는 이미 경험한 것처럼 기대한 효과가 아니라 부작용을 더 불러오고 있다. ● 교과 성적 5등급제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과 함께 2025년 고등학교 신입생부터는 교과성적 석차등급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뀐다. 이러한 정책 설계는 교과 성적을 5등급으로 바꾸면 대입 내신 경쟁이 완화되어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할 것이라는 가정을 깔고 있다. 동시에 상대평가 등급을 제공하면 대학들이 교과성적을 대입 전형 요소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5등급으로 바꾸면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할 것이라는 가정은 일부 학생에게는 적용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타당하지 않다. 대학생들도 자신의 진로와 적성보다는 학점 취득이 용이한 과목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입을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생들은 대학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입에의 유불리를 따져 과목을 선택할 것이다. 서울대를 비롯하여 경쟁이 치열한 대학들은 권장과목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권장과목 제시는 고교학점제 설계 자체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지 대학의 이기주의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하기는 힘들다. 5등급제가 도입된 상황에서는 상대평가 등급을 제공하더라도 경쟁이 치열한 대학과 학과가 변별력 확보를 위해 본고사형 논술, 교과형 면접 강화 등등의 다양한 제도를 도입할 것이다. 국가가 법과 제도를 통해 이러한 시도를 막더라도 대학은 학부모와 학생이 수긍할만한 실력 측정 잣대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우수한 학생들의 고교 자퇴 증가이다. 교과 성적이 5등급으로 바뀌면 1등급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자퇴 후 수능 위주의 정시에 도전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꿀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시를 줄이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정서와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정시 비율을 높인 것도 국민적 요구 때문이었다. 우리 국민은 부모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고, 학교 간 평가 일관성 확보가 어려운 학생종합부전형이나 교과전형보다는 학생의 실력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측정하는 국가 단위의 시험을 더 신뢰하고 있다. 고교학점제 개선을 위한 논의 방식 무려 8년이라는 세월 동안 시범운영을 해왔지만, 전면 실시 첫 학기부터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이유, 전면 실시 첫 학기에 나타난 효과와 문제점 및 향후 예상되는 어려움 분석, 지금까지 제기된 다양한 문제점 분석과 해결 가능성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기본 가정과 전제의 타당성, 현실성,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개선을 위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권고안을 바탕으로 2025년 하반기에 개선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교육부가 아니라 교직단체·학부모단체·학생의회·학술단체·교육청 등에서 추천한 사람으로 자문위원을 구성할 때 제시된 개선안에 대한 교육계와 사회의 지지를 얻기 용이할 것이다. 이보다는 국가교육위원회가 나서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절차와 참여 범위를 정하고, 이를 관리하여 나온 결론을 바탕으로 고교학점제 폐지 혹은 개선 방향을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고교학점제 도입 단계에서 하지 않았던 심도 깊은 논의를 이제라도 해야 할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몇 해 전 본격화된 지방교육재정 제도 개편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학생수 감소 추이를 반영해 재정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교육의 질 제고와 지속가능성을 위해 현재의 규모를 유지하거나 그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현 정부에서도 유·초·중등교육 지원의 근간인 지방교육재정 제도의 개편 요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내년 지방선거 이후 공론화를 거쳐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 보도된 바 있다. 적립기금마저 바닥 난 교육재정 지방교육재정 제도 개편 논의가 힘을 얻게 된 계기는 2022년 발생한 추가 세수 때문이다. 연도 중 16조 원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시·도교육청에 추가 교부되었고, 이로 인해 이·불용액과 기금 적립액이 매우 증가했다. 이를 두고 학생 수는 감소하고 있는데 현재와 같이 내국세의 일정률로 교부금을 주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후 학생수 감소 추이를 반영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교부금이 과도하게 늘어난 것은 맞지만, 현재 상황만을 보고 제도를 바꾸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 같은 신중론은 당시 내국세 추이에 비춰보았을 때 2022년 내국세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당시 급작스러운 내국세 증가 상황만으로 교부금 제도를 고쳤을 때 향후 내국세가 덜 걷혀 교부금이 크게 감소하게 된다면 시도교육청은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3년 국세 수입 재추계 결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본예산 대비 10.4조 원이 삭감되었고, 2024년에도 본예산 대비 4.3조 원이 삭감되면서 불안정성은 현실화되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의존도가 높은 지방교육재정 구조상 급등과 급락의 상황 속에 교육청들은 재정 확보와 운용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2021년과 2022년 교부금의 연도 중 급격한 증가로 인해 시도교육청은 교육재정의 방만한 운영과 비효율적 운영이라는 공격을 감내해야 했고, 반대로 2023년과 2024년에서는 연도 중 급격한 감소로 당해연도 당초 계획 수정을 통해 지출 구조조정으로 대응해야 했다.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2022년 연도 중 추가 교부된 교부금 16조 원의 대부분은 시도교육청에서 통합재정안정화기금과 교육시설환경개선기금으로 적립해 두었고, 세수결손으로 대규모 삭감되는 상황에 지출구조 조정과 함께 기금 등을 활용하여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교육청에서는 더 이상 유지가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적립된 기금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고, 인건비와 노후시설에 대한 교육시설환경개선 등의 불가피한 고정지출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학교운영비 삭감까지 검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초·중등교육재정의 잉여를 문제 삼은 지 2년 만에 초·중등교육재정은 위태로워지고 있다. 인구 감소는 비단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학생수 감소 추이를 반영하여 지방교육재정 제도를 개편하려는 논의는 지속되고 있다. 전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개편 논의는 현 정부에서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비정상적 세수 증가가 가져온 여파가 초·중등교육재정의 근간이 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흔들고 있다. 여기서 안타까운 것은 개편 논의 과정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의 질 제고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본질적 논의는 뒷전이고, 학생수 감소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는 비단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인구 감소 대응을 위해 2022년부터 10년간 매년 1조 원씩 인구감소지역과 관심지역 등에 지역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하기로 하였고 현재 추진 중이다. 반면에 교육재정에서는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제도 개편을 통해 교육재정의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학생수 감소는 인구 감소와 맥을 같이 하고 있음에도 같은 현상을 두고 다른 접근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통계로 보았을 때 단순한 학생수 감소만으로 교육재정 축소 필요성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 조사 결과2에 따르면 2024년 초·중·고 학생수는 513만 명으로 2005년 780만 명 대비 약 34.2%(266만 명) 감소하였지만, 같은 기간 학급수는 0.9%(2,245학급) 감소하는 데 그쳤고, 학교는 10.9%(1,159개교)가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결과는 학생수 감소가 학교수나 학급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이 초·중등교육의 비효율적 운영이고 방만하게 고비용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는 아니다. 지난 20년간 학생 특성의 변화와 함께 학교수·학급수·교원수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재정 수요는 유지되거나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학교수의 경우, 지역 규모별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특별·광역시와 시 지역의 학교수는 23.8%(1,442개교)가 증가한 반면, 도서벽지 지역의 학교는 27.8%(174개교)가 감소하였다. 학생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학교통폐합을 추진한 결과, 2025년 기준 전국 폐교학교수는 4,008개교(분교 포함)에 달하지만, 학생 인구의 이동으로 인한 학교 신설 수요 또한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둘째, 학급수의 경우,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학급당 학생수 감축3 노력으로 학급수가 학생수 감소에 비례하여 감소하지 않았다. 2005년 대비 2024년 초·중·고등학교 일반학급수는 4.4%(5,436학급)가 감소하였고, 특수학급수는 113.9%(3,906학급) 증가하였다. 일반학교 특수교육 수요를 반영한 결과이며 향후 이에 대한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교원수 변화 추이에서의 특징은 비교과교원(전문상담·사서·실기·보건·영양교사)이 2005년(7,369명) 대비 2024년(22,037명) 약 3배 증가하였고, 기간제교원 비중도 2005년 3.5%에서 2024년 16.3%로 증가하였다. 학교 교육서비스 내용은 다양해지고 있지만, 인력구조는 불안정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넷째, 학생의 경우, 지난 20년간 학생의 변화를 살펴보면 학생수는 34.2% 감소하였지만, 주로 면 지역과 도서벽지 지역에 집중되어 왔다. 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유지될 수밖에 없는 소규모학교는 증가하고 있다. 이에 더해 다문화학생과 특수교육 대상자, 기초학력미달학생 비중이 늘고 있어 학생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고수요(high needs)를 가진 학생수4는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2022년 노년부양비5가 2022년 24명에서 2072년 104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쟁력 있는 미래인재 양성은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인구 구조적 변화 속에 현재의 학생 한 명은 과거의 학생 한 명과는 다를 수밖에 없고, 학생 특성의 변화는 더 많은 수요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 지난 20년간 학생수는 지속해서 감소해 왔지만,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교육재정으로 할당하는 제도는 그대로 유지되어 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학생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재정이 증가하는 현상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초·중등교육재정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보아야 한다. 최근 OECD 국가들의 동향과 주요국 사례를 보면 초·중등교육 재정정책의 중요한 과제는 기회균등 보장과 교육격차 해소이며, 모든 학생이 최소 기준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적정수준의 인적·물적자원 지원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근처럼 그 규모가 급격하게 변동한 시기는 없었다. 그럼에도 교육계에서는 제도의 지속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통해 초·중등교육의 기회 확대와 질적 개선을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구구조 변화와 사회적 요구 속에서 지방교육재정 제도는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최근 5년간의 지난한 논쟁 속에 지방교육재정 제도의 개편은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렸다. 내년 지방선거 이후 공론화를 거쳐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단순한 학생수 감소나 내국세 연동에 따른 재정 증가만을 문제 삼는다면 교육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지방교육재정 제도를 개편하고자 한다면 제도 개편의 대전제는 성공적인 학교교육 지원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외부의 지적처럼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모든 학생에게 교육적 실패를 최소화하고 더 좋은 학교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재정소요의 기준점 마련을 위한 적정교육비 산정이 필요하고, 학생 개별 특성과 교육적 필요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 체계를 공고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유효한 데이터를 생산하고 그 데이터에 기반한 증거기반 정책 설계와 모니터링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교육재정을 줄이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선택은 장기적으로 국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외부의 지적과 같이 낡고 오래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면 단순한 축소나 조정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변화와 도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지속 가능한 교육투자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교육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다.
학생수가 줄어드니 교사도 줄여야 한다는 말은 언뜻 합리적으로 들린다. 실제로 교육부는 2026학년도 신규 교사 선발 인원을 전년도 대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초등교사는 27%, 중등교사는 12.8%가 감축된다. 교육당국은 이를 두고 ‘학생수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조정’이라고 설명한다. 언론도 이 흐름을 큰 문제 없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이 결정의 이면을, 과연 충분히 들여다보고 있는가? 교사 한 명이 사라질 때 함께 사라지는 것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채용 규모 조정이 아니다. 이는 미래 교육의 생태계를 형성할 구조적 결정이다. ‘학급당 학생수’라는 단순한 등식이 아니라, ‘교사수에 따라 가능한 교육 다양성’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교육은 사람의 일이며, 삶의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사의 존재는 단순히 수업시간만을 채우는 기능이 아니라, 한 아이의 인생과 가능성을 함께 설계하는 존재적 기반이다. 겉으로는 당장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시간표는 그대로이고, 수업은 평소처럼 진행된다. 그러나 교사 한 명이 줄어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교육의 결이 사라진다. 교사수 감소는 학교가 제공할 수 있는 교육의 다양성, 세분화된 배움의 기회, 개별 학생을 향한 시선의 깊이를 서서히 약화시킨다. 교사가 줄어들면 학교에서 실현 가능한 교육의 다양성, 세분화된 배움의 가능성, 협력과 맞춤의 구조는 서서히 무너진다. 그것은 학교라는 공동체가 가진 온기의 축소이고, 아이 한 명이 받을 수 있는 지지망의 약화이며, 교육이 사회로부터 덜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상징적 신호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교사를 ‘지식 전달자’로만 오해한다. 그러나 교사는 한 명의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지를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고민하고 조력하는 존재다. 상담자이자 모델이며, 때로는 보호자이기도 하다. 교사의 수가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아이들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여유와 깊이가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정서적 불안, 사회적 고립, 미래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는 시대에 교사 감축은 교육의 질적 저하를 피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멈춰버린 순환, 사라지는 공동체의 활력 학교는 단지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다.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사회적 상호작용을 경험하고, 공동체를 체험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지금 교단은 점점 고령화되고 있다. 신규 교사 유입은 줄어들고 있고, 세대 간 인적 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규 교사가 줄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세대 간 소통이 단절되고, 조직은 경직되며, 혁신은 지체된다. 젊은 교사는 단지 연령상의 신선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시대감각을 갖고 있고, 새로운 교육 기술과 도구에 익숙하며, 학생들과의 정서적 교감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이 교단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학교는 점점 과거의 언어로 현재를 가르치는 공간이 될 것이다. ‘학급당 학생수’라는 낡은 기준에서 벗어나야 할 시간 우리가 아직도 ‘학급당 학생수’를 기준으로 교사를 계산하고 있다는 사실은, 교육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과거에 머물러 있는지를 보여준다. 학급당 학생수가 줄어들면 교사수도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얼핏 타당해 보이지만, 이는 ‘수업 중심의 획일적 교육’이라는 전제에서만 유효하다. 오늘날 교육은 다르다. 한 명의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과 맞춤형 지원이 필요한 시대다. 한 명의 교사가 여러 역할을 동시에 감당하는 구조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학생수 감소’에 맞춘 감축이 아니라, ‘학생 개별화 교육’을 위한 교사수 확대다. 즉 한 명의 교사가 다수의 학생을 일방적으로 책임지는 구조에서 벗어나, 여러 명의 교사가 한 명의 학생을 입체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이 관점 전환 없이는, 미래 교육은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교사 감축이 아닌 교사 구조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이제는 교사수를 단순히 줄일 것인가 아닌가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 본질은 ‘어떤 교사 구조를 설계해야 교육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가’에 있다.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맞춰 교사의 역할과 배치, 조직 문화를 새롭게 재구성해야 한다. 첫째, 학급당 학생수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학생 1인당 지원 교사수를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지 더 많은 교사를 고용하자는 차원을 넘어서, 교사가 더 다양하고 입체적인 방식으로 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이야기다. 둘째, 교사 직군의 다변화가 요구된다. 정서지원 교사, 진로설계 교사, AI 기반 학습 피드백 교사, 진단과 중재를 담당하는 전문교사 등 현재의 단일한 담임-과목 중심 구조를 넘어선 역할 분화가 필요하다. 이는 단지 교사수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질을 설계하는 일이다. 셋째, 한 명의 교사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단독 책임제에서 벗어나, 다수의 교사가 학생을 공동으로 지원하는 협력 기반의 다교사 책임제를 실험하고 도입해야 한다. 이는 교사 개인의 부담을 덜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학생에 대한 다각적인 관찰과 지원이 가능하게 한다. 넷째, 신규 교사의 유입을 유지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세대별 연수 체계와 전문성 성장 구조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세대 순환이 정체된 조직은 결국 스스로 쇠퇴한다. 교육적 상상력을 가질 용기 지금 우리는 교육을 둘러싼 고정관념들을 하나하나 다시 바라봐야 할 시점에 서 있다. 학생수가 줄어들었으니 교사수도 줄여야 한다는 것은 단순한 수치의 사고이며, 교육적 상상력의 부재다. 더 이상 과거의 기준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는 없다. 우리가 진정으로 놓치고 있는 것은 교사 한 명이 갖고 있는 관계의 가치,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 그리고 아이들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눈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 이것은 단순한 명제가 아니라, 수많은 교육 연구가 증명한 사실이자, 학교 현장의 체감이다. 교육이 위기라면, 그것은 곧 교사에 대한 투자와 신뢰가 위기라는 뜻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숫자를 줄이는 결정이 아니라, 교육적 상상력을 회복하고, 공교육을 다시 설계하려는 용기다. 교사 한 명을 줄일 때, 단지 한 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미래, 그리고 학교가 지켜야 할 가치가 함께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깊이 성찰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었습니다. 마약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고요. 특히 20대 마약 사범이 10년 새 24배 증가했습니다. 청소년들을 마약으로부터 구하지 않으면 우리는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처럼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빠질 겁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 범죄 전담 검사로 ‘물뽕(GHB)’을 국내에서 처음 적발·명명하고, 국제 마약 조직 사건을 다수 수사한 김희준 변호사는 최근 새교육과 만나 한국 마약 현실의 심각성을 조목조목 짚었다. 영화 수리남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그는 “우리는 여전히 ‘마약 청정국’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지만, 이미 2016년에 UN 기준선을 넘어섰다”며 “특히 청소년과 20대 사이의 확산 속도가 국가적 위기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마약은 암수범죄(暗數犯罪)여서 적발된 건수보다 실제 20~100배 많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암수범죄란 사건은 발생했지만, 수사기관이 이를 인지하지 못해 공식적인 범죄 통계로집계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김 변호사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버닝썬 사건을 수사한 강력부 검사였으며, 이후 청소년 마약 중독에 관심을 두고 지속적인 예방활동을 벌여왔다. 그가 쓴 청소년 마약에 관한 모든 질문은 10대 청소년들의 마약 중독실태와 원인, 예방법 등을 가장 현실적이고 깊이 있게 다룬 필독서로 꼽히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마약 청정국’이라고 생각합니다. “UN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 사범이 20명 미만인 국가를 ‘마약 청정국’으로 봅니다. 한국은 2016년에 이미 22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때가 기준선이었고, 지금은 그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하지만 정부와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안이합니다.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만 잠시 떠들고, 시간이 지나면 잊습니다. 이대로라면 ‘청정국’이라는 말은 역사 속 용어가 될 겁니다.” 최근 마약 범죄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무엇입니까. “연령층이 확 낮아졌습니다. 과거엔 40~50대가 주류였지만, 2021년 이후에는 20대가 중심이 됐습니다. 통계로 보면 20대 마약 사범이 최근 10년 새 무려 24배 늘었습니다. 10대도 급증세입니다. 적발 건수만 보면 3만 명이지만, 마약은 암수범죄 비율이 높아 실제 규모는 그 20~100배로 봐야 합니다. 적어도 60만 명, 많게는 300만 명이 투약 경험이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하수처리장 조사에서는 4년 연속 전국 모든 시설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버려진 마약 주사기 때문에 하수에서도 마약 성분이 검출된 것이죠. 이는 마약이 이미 전국에 퍼져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청소년 마약 확산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첫째, 거래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예전엔 대면 거래가 필수였지만, 지금은 텔레그램·SNS를 통한 익명·비대면 거래가 주류입니다. ‘던지기’ 수법이 대표적입니다. 구매자가 돈을 송금하면, 판매 조직이 미리 숨겨둔 장소를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제가 실제 수사한 사건인데, 한 여중생이 주문에서 마약을 손에 넣는 데까지 30분이면 충분하더라고요. 둘째, 가격이 크게 내려갔습니다. 필로폰 1회분이 과거 10~15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3~4만 원, 치킨 한 마리 값입니다. 셋째, 청소년은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고 호기심이 많습니다. 여기에 ‘또래 압박’과 ‘한두 번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결합하면 위험에 쉽게 노출됩니다.” 청소년들이 위험을 가볍게 여기는 이유는 뭘까요. “우리 사회 속에 ‘마약’이라는 단어가 너무 가볍게 쓰이고 있습니다. 마약 김밥, 마약 떡볶이 같은 음식 이름부터 드라마·영화 속 마약 소재까지, 일상적으로 접합니다. 그런데 마약은 단 한 번만 해도 중독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번 투약하면 평생 나올 만한 양의 도파민이 한꺼번에 분출돼 극도의 쾌감을 안겨줍니다. 이후엔 더 강한 쾌감을 맛보기 위해 마약을 찾고 마지막에는 금단 증상의 고통을 피하려고 투약하게 됩니다. 특히 청소년기에 시작하면 평생 끊기 어려운 구조로 갑니다.” 학교에서 예방교육을 하고 싶어도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게 제일 큰 문젭니다. 더 이상 청소년들이 마약에 중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예방교육이 필수인데 그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공문으로 존재하는 형식적인 마약 예방 의무교육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마약은 한 번 중독되면 치료·재활 과정이 평생 따라옵니다. 교육부가 현재 학생 대상 예방교육을 의무화했지만, 전문 인력과 교사 교육이 부족합니다. 교사부터 마약류의 종류와 위험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법적으로 마약류는 크게 마약, 향정신성 의약품, 대마로 나뉘는데, 기본 지식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이 ‘골든타임’의 끝자락입니다. 지금 막지 않으면 한국은 타이타닉호처럼 침몰할 수밖에 없습니다.” 청소년 마약 사범의 경우 「소년법」 작용을 받아 처벌이 가볍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19세 미만의 청소년에게는 성인과 달리 부정기형이 선고되기 때문에 그렇게 여기는 분들이 있는데 실제로는 성인과 형량에 큰 차이 없이 엄하게 처벌합니다. 다만 이러한 엄벌주의가 능사는 아닙니다. 마약 중독도 일종의 질병이기 때문에 치료와 재활에도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처벌만 하고 치료가 소홀하면 재범을 저지를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ADHD 치료제 복용이 마약 입문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물론 소아청소년학회에서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습니다만. “정상인이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고 과다 복용하는 경우 오히려 집중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있습니다. 엄밀하게 말해 ADHD 치료제도 향정신성 의약품이어서 복용에 신중해야 합니다.” 해외에서 벌어지는 펜타닐 사태가 한국에서도 가능할까요. “미국은 펜타닐 때문에 ‘좀비 거리’가 생겼습니다. 경찰이 길에서 쓰러진 사람들을 매일 수거하다시피 하는 상황이고, 언론에서는 이를 ‘신(新) 아편전쟁’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은 아직 그 정도로 조직적인 대량 유통은 없지만, 일부 의사의 무분별한 처방·유통 문제가 있습니다. 환자를 빙자해 마약성 의약품을 처방받아 유통하는 사례가 이미 있습니다. 그런 병원들을 마약 중독자들은 성지(聖地)라고 부릅니다.” 수사 현장에서 느낀 마약 범죄의 실태는 어떻습니까. “제가 검사로 있을 때 ‘물뽕(GHB)’을 국내에서 처음 적발했습니다. 그전에는 마약류로 분류조차 안 돼 있어, 법 적용부터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대형 사건을 수사할 때마다 느낀 건, 단속 기간에는 하루 수백~수천 건의 적발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만큼 마약이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뜻입니다. 수사관들이 ‘잡으려고만 하면 무한히 나온다’는 말을 할 정도였습니다.”
프롤로그 어릴 때 쓰던 학용품 중 ‘루니툰’이라는 캐릭터가 그려진 것들이 있었다. 토끼·병아리 캐릭터와 함께 많이 등장하는 캐릭터 중 ‘짓궂은 표정을 하면서 늘 화가 나 있는 모습의, 곰 같기도 하고 강아지 같기도 한, 알쏭달쏭한 캐릭터’가 있었다. 바로 ‘태즈(Taz)’이다. 태즈는 곰도 강아지도 아닌,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태즈메이니아데빌’이다. 2024년 1월, 오스트레일리아 여행은 ‘태즈를 찾아가는’ 여행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주로 여행하는 시드니·멜버른·골드코스트 등이 아닌, 루니툰 태즈의 모델이 사는 오스트레일리아 본토의 남쪽에 있는 섬 ‘태즈메이니아’ 일정을 여행 중 가장 많이 할애했다. 호바트에서 가장 높은 산, 웰링턴산? kunanyi? 태즈메이니아는 섬의 명칭이기도 하고, 오스트레일리아 연방을 구성하는 주(state)의 명칭이기도 하다. 태즈메이니아주의 가장 큰 도시이자 주도는 호바트(Hobart)이다. 시드니 다음으로 오래된 도시이지만, 인구는 약 2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유럽계 이주민들은 남반구에 새롭게 발견된 거대한 땅인 오스트레일리아에 ‘새로운 영국’을 만들고 싶어 했고, 그 결과 호바트 도심은 19세기 어느 영국 도시에서 유행하던 건축 및 도시 경관을 그대로 옮겨둔 것만 같았다. 살라망카 시장(Salamanca Market)에서 사람 사는 모습을 둘러보며 여러 기념품을 사고, 시내와 공원·항만 구역을 거닐면서 도시 경관도 살펴보았으며, 박물관에서 태즈메이니아의 자연과 역사·문화 전시를 둘러보았다. 호바트항만 구역에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보고 있노라면, 우뚝 솟은 큰 산이 있다. 바로 웰링턴산(Mount Wellington)이다. 해발고도는 1,271m로 엄청 높은 산은 아니지만, 신생대 조산운동을 거의 받지 않은 땅이 대부분인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이 정도는 꽤 높은 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풍수지리 방식으로 말하면, 웰링턴산은 마치 호바트를 지키는 주산(主山)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항만 구역에서 2시간 반 동안 투어버스를 타면 웰링턴산 정상까지 다녀올 수 있다. 투어버스 창문이 너무 깨끗하게 잘 닦여 있어서, 버스 안에서 찍은 사진이 잘 나와서 신기했다. 정상에는 거대한 바늘처럼 우뚝 솟은 거대한 TV 송수신탑이 눈에 띄었고, 전망대에서는 호바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열악한 고산 지역의 기후 조건을 이겨내고 하얀 꽃을 피워낸 여러 식물과 잘 발달된 여러 기암괴석이 이채로웠다. 정상 표지석에 적힌 산 이름이 특이하다. ‘kunanyi/Mount Wellington’이라고 두 지명이 병기되어 있다. 웰링턴산은 유럽계 이주민들이 붙인 이름이고, 그들이 오기 몇만 년 전부터 살아온 선주민(先主民, Aborigine 또는 Indigenous Australian)은 이 산을 쿠나니(kunanyi)라고 부르면서 신성하게 여겼다. kunanyi라는 지명은 한때 공식적 영역에서 볼 수 없었으나, 최근에는 선주민 지명을 존중하여 유럽계 이주민의 지명과 병기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유명한 여행지인 ‘에어즈 록(Ayers Rock)’을 ‘울루루(Uluru)’로 부르는 것 또한 유사한 구조이다. 태즈메이니아주는 2012년 주 법률에 따라 14개의 주요 지명에서 공식 문서나 표지판 등에 선주민 언어를 먼저 표기하여 병기하도록 법제화되었다. 유럽계 이주민이 선주민을 학대하고 차별했던 과거의 역사를 반성하는 의미에서, 선주민의 문화를 존중하고 공존하고자 하는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야생 웜뱃의 피난처를 찾아서, 마리아섬 동부 해안에 있는 마리아섬(Maria Islands)은 섬 동부 연안의 트리어번나(Triabunna)에서 페리를 타고 40분 정도 가면 도착한다. 마리아섬은 사람이 거주하지 않으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철저히 자연을 보호하는 곳이다. 여러 야생동물 중 마리아섬을 대표하는 것은 웜뱃이다. 오전 10시 40분경, 도착하자마자 바로 웜뱃이 ‘짠’하고 나타나리라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웜뱃이 야행성인 건 알고 있었지만, 혹시라도 몇 마리가 잠을 설치다가 나와주지 않을까 하며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남반구 여름의 작열하는 햇볕만 무심하게 내리쬘 뿐이었다. 2시간 넘게 섬 북쪽 초지에서 웜뱃의 네모난 배설물 밭(?)만 헤매다가, 백여 년 전 고래잡이 어선들의 기착지이거나 죄수들의 감옥으로 쓰이다 버려진 건물군 아래쪽 풀밭에서 드디어 웜뱃을 만났다. 나를 포함한 여러 여행자는 느린 몸짓으로 풀밭을 거닐며 서걱서걱 풀을 뜯는 웜뱃의 모습을 숨죽이며 관찰했다. 여행자들은 연신 ‘큐트, 큐트’라고 속삭이며 카메라 셔터를 조용히 눌러댔다. 마리아섬에 머무르는 약 5시간 동안 섬 북부의 풀밭·숲속·해안 등을 트레킹하며, 웜뱃 외에도 케이프배런구스(고유종 기러기의 한 종류)·왈라비(오스트레일리아에 널리 분포하는 작은 캥거루를 총칭하는 표현. 태즈메이니아에 사는 덤불왈라비는 ‘파데멜론’이라고 부름)·태즈메이니아물닭(날지 못하는 태즈메이니아 고유종 물새) 등도 보았다. 마리아섬을 대표하는 야생동물은 웜뱃이지만, 원래부터 마리아섬에 살던 동물은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남동부 지역 및 태즈메이니아 여러 지역에 서식하는 초식 유대류인 웜뱃은, 유럽계 이주민의 도래 이후 농업과 목축업 지역의 확대로 인한 서식지 축소, 인간 반려종인 개·고양이 공격 등의 이유로 개체수가 점차 감소했다. 특히 태즈메이니아에서 심각한 멸종 위기에 놓인 웜뱃 보전을 위해, 사람이 살지 않는 마리아섬에 웜뱃 28마리를 옮겨 종을 보전하고자 하였다. 마리아섬은 멸종 위기 동물이 피난 온, 마치 ‘노아의 방주’와 같은 곳이었다. 이곳 마리아섬 국립공원 관리자들은 웜뱃을 비롯한 여러 ‘이주민’ 동물들과 기존에 서식하던 ‘선주민’ 동물들과의 관계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지속가능한 생태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언뜻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생물들이 평화롭게만 살 것 같은 태즈메이니아에서, 멸종 위기 동물들이 피난 온 사연, 그리고 그들과 기존 동물 간의 조화를 위한 당국의 치열한 노력이 있었다는 점을 새삼 알게 되니 참 흥미로웠다. 알고 보니 동물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고, 아무리 귀엽고 만만해 보인다고 해도 웜뱃과 같은 야생동물을 함부로 만지거나 대하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 웜뱃 외에도 마리아섬에는 태즈의 모델이 되는 태즈메이니아데빌도 있다고 안내문에서 확인했지만, 짧은 마리아섬 체류에서 태즈메이니아데빌은 보기 어려웠다. 이 섬은 동물원이 아니기 때문에, 여행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동물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곳이 결코 아니었다. 누군가에겐 동물을 보기 어려운 불편한 곳일 수도 있지만, 동물원이야말로 사람에게 편한 곳이고 야생 동물에게 불편한 곳이지 않겠는가. 야생을 탐험하다가 어렵게 야생 동물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이를 통해 멸종 위기 생물종 보전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여행자에게 마리아섬을 추천한다. 다친 동물들의 안식처, 보노롱 야생 동물 생추어리 보노롱 야생 동물 생추어리(Bonorong Wildlife Sanctuary)는 호바트 교외의 소도시 브라이턴에 있다. 생추어리(sanctuary)의 의미를 모르는 여행자에겐 이곳은 여느 동물원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 동물원은 동물을 구경하는 인간의 유희가 목적인 반면, 생추어리는 동물 보호가 목적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그래서 생추어리에는 일반적인 대도시 큰 동물원의 인기 있는 외국산 동물(코끼리·사자·기린 등)이 없다. 보통 해당 국가에 서식하는 ‘비인기’ 고유종 야생 동물을 대상으로 한다. 생추어리 입구를 통과해서 조금 걸어가니, 다친 동물을 구조하여 치료해 주는 시설을 볼 수 있었다. 생추어리의 목적에 가장 핵심적인 시설이라 할 수 있겠다. 야생 동물이 차량충돌·질병 등으로 다치면 이들을 구조·보호하고, 야생으로 재도입하거나 아니면 이곳에서 편안한 여생을 보내도록 해준다. 생추어리의 운영 취지를 관람 초반에 알려준 점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태즈의 모델인 태즈메이니아데빌을 드디어 만났다. 사실 태즈메이니아데빌은 보노롱 야생 동물 생추어리 안내판의 모델이기도 하다. 연령대와 상태별로 여러 개의 우리로 구분되어 관리되고 있었다. 부산하게 움직이는 개체도 있었지만, 아마 다리를 다쳤는지 움직임이 굼뜬 개체도 있었다. 애니메이션에서 보던 활기찬 태즈의 모습은 이곳에서 볼 수 없었다. 과거 유럽계 이주민은 ‘데빌’이라는 명명에서 짐작하듯 음울하고 포악하며 부정적인 ‘악마’와 같은 동물로 태즈메이니아데빌을 취급했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태즈메이니아데빌을 학대하였고, 결과적으로 멸종 위기로 내모는 데 기여했다. 현재 태즈메이니아데빌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레드리스트에서 EN(Endangered, 위기) 등급으로 분류된, 꽤 위험한 지위를 보이는 멸종 위기종이다. 이곳 보노롱 야생 동물 생추어리에서 태즈메이니아데빌 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과거 유럽계 이주민의 오해와 잘못된 대처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였다. 살라망카 시장에서 구매한 루니툰 태즈 옛날 버전 브로마이드를 보면서, 다시 태즈메이니아데빌의 개체수가 증가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에필로그 여행 정보를 검색하다가, 혹자는 태즈메이니아를 두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제주도’라고 지칭한다는 말을 접했다. ‘거대한 본토의 남쪽 해안 멀리 위치한 작은 섬’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오스트레일리아의 태즈메이니아는 언뜻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고 있는 점은 ‘스케일(scale)’이다. 본토 남쪽 저 멀리 위치한 ‘작은’ 태즈메이니아섬은 남한 면적의 약 2/3나 되는 ‘큰’ 면적을 자랑한다. 남동쪽 해안에 있는 호바트에서 섬을 종단하여 북서쪽 해안에 있는 버니·스탠리 등에 도착하기 위해, 장장 5~6시간을 운전해야 했다. 여행 일정을 편성할 때 여행지의 지리적 규모 및 특성을 자세히 검토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노력이 재능이라면 (미야구치 코지 지음, 송지현 번역, 또다른우주 펴냄, 196쪽, 1만 6,800원) 학교폭력, 경계선 지능, 발달장애, 우울증, 은둔형 외톨이 등 다양한 이유로 사회와 학교에 적응이 힘든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를 다룬다. 저자는 현장 경험을 토대로 노력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섣부른 응원이나 무분별한 위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지적한다. 그들 개개인이 처한 복잡한 환경과 심리 구조를 이해하고 의욕과 동기를 끌어낼 구체적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로냐 폰 부름프자이벨 지음, 유영미 번역, 지베르니 펴냄, 316쪽, 2만 2,000원) 인간이 정체성을 형성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이야기’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소비하거나 재생산하는 행위는 개인의 삶뿐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행위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부정적이기만 한 이야기’에 너무 많이 노출되면 무력감에 빠져든다며, 부정과 절망을 넘어 새로운 대안을 이야기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 (이수현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312쪽, 1만 8,000원) 발달장애를 가진 두 아이의 부모이자 중학교 영어교사인 저자가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 목소리를 기반으로, 진정한 배움과 공존을 위한 교실을 말한다. 그는 특수교육이 아닌 통합교육의 가치를 강조한다. 장애학생을 분리해서 가르치는 교육방식으로는 교육의 본질인 다양성과 사회 통합을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연수와 학교 내 협력 구조, 제도적 지원의 확충을 통합교육의 필수 조건으로 제안한다. 인생 복리의 법칙 (정석원 지음, 트러스트북스 펴냄, 쪽, 1만 8,000원) 꾸준한 노력과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경험이 어느 순간에 폭발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음을 ‘복리 효과’로 설명한다. 진짜 성공 비결은 한마디로 요약되지 않지만, 단서는 있다. 그것은 바로 ‘OO을 하다 보니’다. 느려 보이지만, 삶의 원금에 꾸준하게 이자를 붙여가는 게 가장 확실한 성공 방법이다. 자신만의 인생 복리 법칙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생각 도구를 소개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슬람 이야기 (이수정 지음, 주니어태학 펴냄, 224쪽, 1만 7,500원) 히잡을 착용한 여성을 신기하게 보거나, 중동 사람을 테러리스트로 연결하는 시선은 우리 사회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하지만 세계 3대 종교인 이슬람과 이를 믿는 무슬림에 대한 편견 없는 이해는 미래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양이다. 근거 없는 소문과 오해, 착각을 짚으며, 이슬람 역사부터 문화·경제·정치에 이르기까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 진짜 호르몬 때문일까? (박승준 지음, 다른 펴냄, 240쪽, 1만 5,000원) 우리는 왜 단것을 먹으면 힘이 나고, 밤만 되면 감성이 폭발할까? 호르몬의 핵심 개념을 일상 사례와 연결해 알기 쉽게 풀어냈다. 도파민·멜라토닌·코르티솔 등 대표 호르몬의 특성과 역할에 대한 설명에 더해 ‘호르몬 패치로 기분을 조절한다면?’, ‘성호르몬으로 남녀를 나눠도 될까?’ 같은 틈새 토론으로 윤리적 성찰도 유도한다. 그래서 이런 직업이 생겼대요 (우리누리 글, 송진욱 그림, 길벗스쿨 펴냄, 164쪽, 1만 5,000원) 의사·교사·경찰 등 전통적 직업부터 로봇 엔지니어와 빅데이터 전문가 등 미래 유망 직업까지 다양한 직업의 탄생 배경과 의미를 알기 쉽게 소개한다. 직업이 단순히 사회적 필요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과 사회 변화 그리고 문화 트렌드 등 다양한 맥락 속에서 발생한 결과임을 알려준다. 직업 자체보다, 그 직업이 탄생한 배경에 초점을 맞췄다. 직업의 역할과 중요성, 그리고 그 직업을 갖는 데 필요한 능력과 자질도 알려준다. 할머니랑 나랑 수수께끼 장바구니 (이시즈 치히로·나카자와 쿠미코 지음, 김지예 번역, 초록귤 펴냄, 32쪽, 1만 3,000원) 시장 골목에서 할머니와 손자가 함께 장을 보는 따뜻한 분위기의 그림책. 문방구·과일가게·제과점·옷가게 등 다양한 상점을 구경하며 50가지 물건들을 수수께끼로 풀도록 구성했다. 특별한 스토리는 없지만, 수수께끼와 정겨운 그림을 통해 사물에 대한 통찰력을 기르고 관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상처 없는 인간관계는 없다. 친하면 친할수록, 믿었던 사람일수록,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 쉽게 상처받는다.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문자 보낼 시간조차 없었다고?’, ‘너라면 날 이해해 줄 거라고 믿었는데….’ 좋아했던 만큼 배신감은 크고, 기대했던 만큼 서운함이 커진다. 관계의 역설이다. 허물없이 지낼수록, 빈번하게 만날수록, 많은 것을 공유할수록 ‘나의 영역’이 침범됨을 느낀다. ‘아, 오늘은 그냥 혼자 있고 싶은데’, ‘이건 좀 선 넘는데’, ‘언제까지 내가 이걸 해줘야 하는 거지’ 등 너와 나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에 불편감이 느껴진다. 인간관계는 이처럼 언제나 어렵다. 관계 속에서 기쁨을 함께 나누고, 슬픔을 위로받으며, 나를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종종 피곤하고, 때론 상처받고, 문득 외롭고, 어떨 땐 깊이 실망스럽다. ‘너무 가까이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멀리하지도 못하는’ 관계의 딜레마를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딜레마(The Hedgehog′s Dilemma)’를 통해 들여다보자. “추운 겨울날, 여러 마리의 고슴도치가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피하기 위해 가까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곧 서로의 가시에 찔리는 고통을 느끼게 되었고, 다시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가까이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한 끝에, 그들은 서로에게 가장 좋은 거리는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 적당한 거리는 곧 예절과 품위의 규범이다.”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소품과 부록(Parerga und Paralipomena), p.464. 고슴도치 딜레마는 인간관계에서 가까워지려는 욕구와 상처받을 두려움 사이의 긴장을 비유한 심리·철학 개념으로 ‘적절한 거리 유지’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고슴도치에게 가시는 자신을 지켜주는 무기지만, 서로에게 다가서는 데 방해물이 되기도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모진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인간관계가 부담스러워 한 발 한 발 뒤로 물러서며 경계하기도 하며, 또 어떤 사람은 마음의 벽을 세워 철통방어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벽이 두꺼워질수록, 너무 멀리 물러설수록 외로움이 커진다. 그래서 우리는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또 다시 관계를 맺기 위해 도전한다. 결국 인간관계의 핵심은 상처와 외로움 사이의 ‘거리 조절’이다. 관계의 적정 거리를 찾는 일은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우리는 고슴도치처럼 반복해서 관계를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조율한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실망하고, 때로는 위로받으며, 삶의 전반에 걸쳐 관계의 복잡한 진실을 배워간다. 교사에게 심리적 거리 조절이 꼭 필요한 이유 교사의 일상은 매일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고, 학부모와 소통하며, 동료와 협업하는 ‘촘촘한 대인관계의 연속’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숨 쉬는 직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학생과의 관계는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생활지도를 하면서 사생활이나 감정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학생은 간섭으로 받아들이며 반발하거나 방어적으로 변한다. 학생과 너무 가까워지면 어느 순간 ‘내가 이렇게까지 신경 써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 감정까지 소모됨을 느낀다. 반대로 거리감을 두면 두면 학생은 ‘외면당했다’는 서운함을, 교사는 ‘내가 너무 정이 없나?’라며 신경 쓰인다. 학생끼리도 마찬가지이다. 상담을 하다보면, “친구들과 가까워지고 싶지만, 상처받을까 봐 두렵다”라는 아이들을 종종 만난다. 이럴 때는 친구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노력해 볼 것을 권하기보다 이들이 겪는 고슴도치 딜레마를 이해하고, ‘어떻게 가까워질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거리를 조절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 줘야 한다. 청소년 시기에 관계의 거리 조절을 실패하면, 앞으로의 인간관계는 과도한 집착이나 배타, 혹은 단절의 문제를 안고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는 학생들이 서로의 가시에 찔려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가시를 인식하고도 함께 설 수 있는 거리를 찾아가도록 도와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학교는 지식 전달의 공간을 넘어 안전한 울타리에서 건강한 인간관계를 충분히 연습하는 ‘관계의 완충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는 서로를 찌르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관계 심리학에서 말하는 ‘심리적 거리 조절 기술’ 3가지를 소개한다. ● ‘좋은 관계’의 부담감에서 벗어나자 _ ‘좋은 사람’이 아니라 ‘안정된 사람’ 우리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상대의 기분을 살피고, 말실수를 피하고, 상처 주지 않으려 애쓴다. “에이, 내가 좀 손해 보고 말지 뭐”라며 솔직한 감정과 진짜 속마음을 피한 채,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특히 교사는 학생에게 이해심 있어야 하고, 학부모에게는 친절해야 하며, 동료와는 협조적이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큰 직업이다. 아이의 반항, 학부모의 예민한 반응, 동료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감정은 요동치지만, ‘교사니까’ 참아낸다. 하지만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 할수록, 자꾸 지쳐간다. 관계의 감정 노동이 계속 쌓이게 되면 ‘나도 지쳤어. 더는 힘들어’라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 거리두기에 들어가거나, 반대로 ‘그래, 나는 교사니까, 더 잘해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죄책감으로 감정을 과도하게 소진하게 된다. 사람은 항상 따뜻하고 완벽할 수 없다. 상처 없는 인간관계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건강한 관계는 ‘완벽한 이해’나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불편’을 견디면서도 연결을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조율하는 끊임없는 노력이다. 마침내 고슴도치들이 서로를 찌르지 않으면서도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거리처럼 말이다. 우리 역시 서로를 찌르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둘 줄 아는 여유, 그 거리를 존중해주는 이해, 밀착된 가시가 불편하다는 말을 꺼낼 용기와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태도를 지닐 때 비로소 ‘좋은 사람’의 부담에서 벗어나 진짜 나로 존재하면서도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 분명한 ‘경계’가 필요하다 _ ‘가깝게’가 아니라 ‘선명하게’ 아무리 허물없는 사이라고 할지라도 지켜야 할 선은 있다. 선을 넘는 순간, 관계는 불편해지고 단절되기도 한다. 지나친 밀착 역시 때때로 귀찮고, 부담스럽다. 고슴도치가 찾아낸 진정한 친밀감은 ‘뜨거운 밀착’이 아닌 적절한 거리에서 나눠지는 ‘온기’였다. 그리고 그 온기는 서로를 찌르지 않기 위해 거리를 조절하는, 즉 배려와 존중으로 유지되었다. 쇼펜하우어는 이를 ‘예의(politeness and good manners)’라고 불렀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거리두기’는 서로를 보호하는 장치이다. 친할수록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옛말처럼 건강한 선을 긋는 지혜이자 ‘서로를 존중하며 마주하는 것’이다. 경계는 선명할수록 오해와 갈등을 줄일 수 있다. 경계가 애매모호하고 이랬다저랬다 하면 ‘지난번엔 좋아하더니, 이번엔 왜 이러는 거지?’,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거야?’ 등 오해의 틈이 생긴다. ‘허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를 선명하게 세우면 서로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으며 마음을 열 수 있다. ‘다름’ 속에서도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1’이라고 부른다. 심리적 안전감이 확보되면 자기 생각과 감정을 비교적 자유롭게 표현하고,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고슴도치가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하되,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교사는 인간관계의 폭이 넓은 직업이다. 10대의 어린 학생부터 중년층의 학부모까지 연령대는 물론 각양각색의 성격까지 아울러야 한다. 교사에게 명확한 경계는 심리적 안전감을 확보하기 위한 하나의 안전밸트이다. 종종 아이들에게 경계 세우는 것을 ‘너무 정 없어 보이지 않을까?’, ‘아이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닐까?’ 하며 미안해하는 경우를 본다. 하지만 아이들과 친밀하게 지내기 위해 경계를 느슨하게 하면 아이들은 그 틈을 여지없이 파고든다. 너무 과하다 싶어 한마디 하면, 아이들의 태도는 돌변한다. 모든 관계가 가까워야 좋은 것은 아니다. 일정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관계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경계를 지나치게 내세우면 아이들은 다가오지 않는다. 경계가 느슨하면 권위와 존중이 무너지고, 경계가 지나치면 아이들은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기 어렵다. 교사에게 심리적 거리 조절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_ ‘상처 없는 관계’가 아니라 ‘회복하는 관계’ 관계에서 가장 큰 피로는 감정에 휘둘릴 때이다. 이해받고 싶었지만 외면당한 말 한마디로 무너지고, 기대했지만 돌아오지 않은 메시지로 멀어지며, 정성을 다했지만 무시당한 순간 때문에 관계는 위태로워진다. 하지만 우리는 상처 받을 것을 알면서도 다시 ‘연결’을 시도한다. 상처를 두려워한 나머지 관계 자체를 단절해 버리면, 위로받을 기회 또한 잃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관계로 상처받고, 관계로 치유 받는다. 문제는 ‘상처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회복하느냐’에 있다. 만약 누군가가 모진 말과 행동으로 가시를 곤두세우고 있다면 ‘왜 저래? 내가 뭘 잘못했다고 저러는 거야?’라고 거리를 두기보다 ‘상처받기 싫어서 저러는구나’라고 이해하려 한다면 좀 더 발전적인 대화와 관계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다음의 실천 팁이 회복하는 관계 맺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나, 관심은 드러내되 강요하지 않기 “무슨 일이 있니?”보다 “필요하면 이야기해도 돼”라는 말이 더 심리적 안전감을 준다. 상대방에게 대답의 선택권을 주는 것은 심리적 거리 유지를 돕는다. 둘, 기다림으로 관계의 속도 조절하기 친해지는 속도와 방법은 모두 다르다. 어떤 사람은 금세 친해지지만, 어떤 사람은 천천히 마음을 연다. 반응이 없다고 실망하거나 속단하지 말고 거리를 유지하며 기다리는 것도 중요한 ‘관계 기술’이다. 셋, 공개적 관심보다 조용한 지지 누구나 관심을 원하지만, 주목받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드러내놓고 칭찬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에게는 다정히 웃어주는 표정과 진심 어린 문자 메시지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넷, '관계도 피드백이 필요하다'는 마음가짐 관계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이럴 땐 내가 상처 줬을 수 있겠구나”, “네 생각도 의미 있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되돌아봄이 필요하다. 서로의 의견과 감정을 존중하는 말과 태도는 우리 안의 ‘가시’를 무뎌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건강한 관계는 ‘연결되되 얽매이지 않는 삶’ 교사는 학생에게 ‘다가가는’ 법을 배우지만, ‘멈추는’ 법은 배우지 않는다. 그러나 관계는 다가서는 만큼, 멈춰 서는 지점도 중요하다. 우리는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학생과 가까워지려 애쓰지만, 어쩌면 학생들은 적당한 거리에서 기다려주는 선생님을 더 편안해할지도 모른다. 건강한 관계는 ‘적당한 거리’에서 자라고, 존중으로 유지되며, 노력으로 성장한다. 이해하려는 마음, 기다릴 줄 아는 여유, 서로 다름을 품을 줄 아는 용기, 그것들이 쌓여 진짜 관계가 된다. 고슴도치 딜레마가 말해주듯, 상처 없는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관계 속에서 기쁨을 함께 나누고 슬픔을 위로받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부딪히며 상처받고 슬픔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관계 속에서 사랑을 배우고 공감능력을 키우며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익힌다. 관계는 고통스럽지만, 멈출 수 없다. 관계를 통해 우리는 성장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찌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태도와 찔려도 다시 회복하려는 의지이다.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들처럼 우리도 시행착오 속에서 적당한 거리감을 배우고 있다. 다정하지만 지치지 않는 거리, 단호하지만 따뜻한 시선, 그 절묘한 균형을 조금씩 찾아갈 때 우리도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연결되되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학군지란? 학군지란, 우수한 학교들이 밀집해 있어 교육여건이 뛰어난 지역을 말한다. 특히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학교가 가까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형성되며, 학부모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다. 그래서 학군지 아파트는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시세가 높다. 또한 전통적으로 가격 상승률이 높았으며, 전세가 역시 강세를 보여왔다. 교육열이 높은 부모들은 자녀의 학습환경을 위해 학군지 아파트를 선호해왔고, 자연스럽게 이러한 지역은 부촌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의미에서 강남 8학군이나 목동·대치동처럼 교육특구로 알려진 곳들은 오랜 시간 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며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조금 달라지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과연 학군지 프리미엄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우수한 학군이 있는 지역이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였지만, 인구 구조가 변하는 지금도 같은 흐름이 유지될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맹모양천지교’의 나라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다. 자식을 가르치기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맹자의 어머니 이야기에서 유래한 말로,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맹모양천지교’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좋은 학군을 찾아 양천구로 이사 간다는 뜻으로,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이런 말이 생겨날 정도로 학군지에 대한 선호가 유독 한국에서 두드러지는 이유는, 교육환경이 곧 입시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며, 부모들은 자녀가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특히 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이른바 ‘의치한약수’)처럼 최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가정에서는 학군지 입지가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 좋은 학군은 결국 좋은 학교와 학원, 우수한 또래 집단으로 이어지고, 이는 대학 입시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부모들이 학군지를 선호하는 이유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내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결국 학군지의 본질은 자녀의 대학 입시다. 특목고·자사고의 강세 그러면 자녀를 명문대학, 즉 서울대 혹은 ‘의치한약수’에 보내기 위해서는 어떤 고등학교에 보내야 유리할까? 2024년 서울대 최종 합격 TOP 100 고교 목록을 통해 확인해 보자. 위 자료는 2024년 서울대 최종 합격자 수가 많은 학교 기준으로 20개 학교의 명단이다. 살펴보면, 총 20개의 학교 중 13개 학교가 특목고이거나 자사고이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특목·자사고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을 미리부터 준비하려는 흐름이 생긴다. 그 첫걸음으로 특목·자사고 진학률이 높은 중학교, 즉 이른바 ‘명문 중학교’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실제로 특정 중학교는 매년 수십 명씩 외고나 과학고 등에 합격자를 배출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높은 선호도를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중학교는 초등학교 학군에 따라 배정되기 때문에, 명문 중학교에 진학하려면 먼저 그 학교로 이어지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것부터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 심지어 유치원 시기부터 거주지를 옮기거나, 해당 학군으로의 이사를 계획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우리나라의 입시 구조는 고등학교 선택만의 문제가 아니라, 초등학교 선택에서부터 시작되는 장기적이고 정교한 사다리 구조이다. 이처럼 ‘초등학교 → 중학교 → 특목·자사고 → 명문대’로 이어지는 흐름은, 오늘날 학군지에 대한 강한 선호와 이사 수요를 만들어내는 가장 핵심적인 배경이라 할 수 있다. 학생수 감소 시대, 학군지 프리미엄은 유지될까? 저출산이 심화되면서 전국적으로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런 변화는 학군지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는 우수한 학군과 명문고 배출이 학군지 아파트 가격을 견인하는 주요 요인이었지만, 학생 수 감소가 가속화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학군지 프리미엄이 약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 외곽이나 중소도시의 학군지는 수요 감소로 인해 기존만큼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울과 수도권 핵심 학군지가 아닌 지역에서는 학생수 감소로 인해 학군 프리미엄이 점점 약해질 가능성이 있으며,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이미 학교가 줄어들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외곽 지역은 학군지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학생수 감소는 학군지 시장에 변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수도권 핵심 학군지는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 지역은 인구 유입 대비 유출이 더 크기 때문에 학군지로서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학군도 이제 똘똘한 학군의 시대 똘똘한 한 채. 최근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으로, ‘가치가 높고 미래 전망이 좋은 아파트 한 채에 투자하는 경향’을 의미하는 단어다. 그런데 아파트뿐만 아니라 학군에도 ‘똘똘한 학군’의 시대가 오고 있다. 즉 수도권 내에서도 입시 경쟁력이 검증된 지역만이 더욱 강한 프리미엄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과거 학생수가 많았던 시기에는 수도권 전반에 걸쳐 명문 학군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학생수 감소가 심화되면서 학부모들은 더욱 우수한 학군을 찾아 이동하는 경향이 커진다. 최근에는 특정 지역으로의 집중 현상이 두드러진다. 특히 강남·목동·분당 같은 핵심 학군지는 명문고 배출 실적이 꾸준하기 때문에, 교육열이 높은 가정일수록 이러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러한 현상은 학군지 내에서도 소위 ‘상위권’으로 평가받는 학교와 지역에 대한 쏠림을 더욱 가속화한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입시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검증된 명문고 진학률, 우수한 학원 인프라, 또래 집단의 수준 등을 꼼꼼히 따져 특정 학군에 집중적으로 몰리는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 일부 핵심 학군지는 부동산 가격과 전세가가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교육을 매개로 한 지역 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학군지 아파트, 언제까지 유효할까? 결국 향후 학군지 아파트의 가격도, 전체적인 교육 인프라의 변화와 학생수, 입시 성과의 흐름에 따라 ‘살아남는 곳’과 ‘잊혀지는 곳’이 갈릴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모든 학군지가 오르는 시대는 지나가고, 진짜 실력 있는 학군지만이 부동산 시장에서도 지속적인 수요를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앞으로 약 10년 뒤인 2040년이 되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연령대의 학령인구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 수 자체가 크게 감소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10년 동안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졌던 학군지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있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약 10년간은 현재의 학군지 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그 이후로는 학생수 급감과 함께 다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학군지’라는 이름만으로 자산을 투자하는 시대는 점차 저물고 있다. 이제는 각 지역의 실제 교육환경, 앞으로의 인구 변화, 학교의 진학 실적, 그리고 해당 지역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학군지의 가치 역시 재평가될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자산 성장과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최근 우리 사회는 핵가족을 넘어 1인 가족 시대로 접어들며, 가정 내 갈등이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지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갈등을 극복하고 해결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서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핵가족의 증가와 극단적 이익 중심의 자본주의 심화가 자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양보와 타협은 곧 손해를 보는 것, 낙오자가 되는 것, 심지어 패자로 인식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그레고리 헨더슨이 언급한 것처럼 정치가 사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소용돌이 사회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양보와 타협의 문화는 찾아보기 어렵고, 이러한 정치·문화는 학교에도 영향을 미쳐 유사한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학교에서는 악성 민원으로 인해 교사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악성 민원은 당사자 개인을 넘어 학교 전체, 더 나아가 교육공동체 전체에 심각한 고통을 초래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대책뿐 아니라 학교 차원의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평소 민원 발생을 최대한 예방하고, 민원이 발생하더라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장은 평소 학부모 등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학부모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상호 교류를 통해 신뢰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또한 민원이 발생했을 경우 신속하고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대응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민원의 의의 민원이란 민원인이 행정기관에 대하여 행정처분 등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다(「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각급 학교도 「민원처리법」에서 말하는 ‘행정기관’에 속한다. 학교 종사자들은 흔히 학교를 교육기관으로만 인식하고, 행정기관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민원처리법」상으로는 학교 역시 행정기관이다. 「민원처리법」에 따르면 공무원에게는 어떤 민원이든 무조건 제대로 응대하고, 답변해 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민원이란 공공기관에 특정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질문이나 특정 사항에 대한 건의, 증명서류 발급 요청 등도 모두 민원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소위 부패 민원이나 고충 민원 등 징계로 이어질 만한 사안이 아닌 일반 민원은 접수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교사나 직원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민원이 특정 교사나 직원 개인 혹은 학교에 대한 항의성 요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에 따라 민원은 교사와 직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으로 통한다. 민원의 성격 민원은 시민과 학부모들이 공적인 업무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각종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다. 따라서 그들이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며, 담당 교사와 직원은 이를 적법하게 처리해 줄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갈등은 민원인이 공적 업무의 특성을 무시하고 법에 어긋나거나 처리 요건에 맞지 않는 행위를 요청하는 경우, 혹은 담당 교사나 직원이 업무를 태만하게 하거나 민원 처리를 적절하게 하지 못하는 경우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민원인은 민원 제기에 앞서 공적 업무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법한 요건을 반드시 갖춰야 하며, 교사와 직원은 본인의 업무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정당하게 제기된 민원에 대해서는 친절하고 적법하게 응대하도록 해야 한다. 교사와 직원들이 민원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어떤 학교든 평소 여러 가지 업무로 바쁜 상황이기에 별도의 추가 업무가 늘어나는 것을 반길 사람은 없다. 또한 행정기관의 특성상 간단한 민원이라 해도 결재 등 여러 절차를 거쳐 답변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따라서 민원 대응은 해당 교사와 직원뿐 아니라 여러 사람의 업무를 늘어나게 한다. 더군다나 자기 자녀에 대한 과도한 감정적 돌봄이나 특혜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이 증가하면서 교사들이 민원에 노출될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악성 민원의 정의 ● 악성 민원의 일반적 정의 민원인이 교사나 직원이 이해해 줄 수 있는 마지노선을 넘어서 부당한 요구나 행위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행위들을 악성 민원이라고 하며, 악성 민원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민원의 형식을 갖추었으나 사실상 불법적인 방법으로 교사나 직원을 괴롭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학교에는 이런 유형의 민원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런 유형의 민원은 민원의 형식을 취하고만 있을 뿐 실제 목적은 교사나 직원을 보복하거나 괴롭히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둘째, 불법적인 행동이나 법에 위반되는 판단이나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다. 이러한 민원은 궁극적으로 교사나 직원에게 자기 자녀에 대한 특별대우를 요구하거나 규정 위반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불법적 요구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민원은 교사들에게 심각한 고통을 안겨주어 심할 경우 극단적인 선택이나 사직을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악성 민원의 법에 따른 정의 악성 민원은 「교원지위법」 제19조에 규정된 ‘교육활동 침해 행위’ 중 민원 형태로 나타나는 부당한 요구나 괴롭힘으로 정의할 수 있다. 동 법 제19조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 행위’란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에 소속된 학생 또는 그 보호자(친권자·후견인 또는 그밖에 법률에 따라 학생을 부양할 의무가 있는 자) 등이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 대하여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1.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범죄행위 가. 「형법」 제2편 제8장(공무방해에 관한 죄), 제11장(무고의 죄), 제25장(상해와 폭행의 죄), 제30장(협박의 죄), 제33장(명예에 관한 죄), 제314조(업무 방해) 또는 제42장(손괴의 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 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성폭력 범죄행위 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 제1항에 따른 불법 정보유통 행위 라. 그밖에 법률에 다른 법률에서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범죄행위로서 교원의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행위 2. 교원의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 가. 목적이 정당하지 아니한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행위 나. 교원의 법적 의무가 아닌 일을 지속적으로 강요하는 행위 다. 그밖에 교육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행위 ‘교육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 제2조에 따르면 교원의 교육활동(원격수업을 포함한다)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는 다음 각호와 같다. 1. 「형법」 제8장(공무방해에 관한 죄) 또는 제34장 제314조(업무 방해)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로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2.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3.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 4.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하여 의도적으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5. 교육활동 중인 교원의 영상·화상·음성 등을 촬영·녹화·녹음·합성하여 무단으로 배포하는 행위 6. 그밖에 학교장이 「교육공무원법」 제43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는 행위 악성 민원의 예방 우리나라는 조선 시대를 비롯한 전근대 시기부터 백성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직접 전달하고 해결을 요청하는 ‘직소(直訴)’의 전통이 강하게 자리 잡은 국가이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 사회는 무분별한 민원에 대한 필터링이 약하다. 반면 독일·일본 등 독일식 관방학(官房學)의 전통을 지닌 국가에서는 직소 민원에 대한 규제(담당자의 사전 약속 필수 등)가 강한 편이다. 더욱이 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학부모들의 ‘내 자식 제일주의’가 매우 강화되었고, 이에 따라 악성 민원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신자유주의적 가치관의 확산으로 인해 군사부일체라는 우리의 좋은 유교적 전통이 점차 무너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민선 교육감제도 도입으로 학부모의 참여와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최근에는 학교 상황을 두고 ‘학부모의 시대’라는 표현마저 등장하고 있다. 악성 민원은 무엇보다 예방이 최우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장이 평소 학부모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신뢰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식 채널을 활용해 정기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이다. 학교운영위원회와 각종 학부모회 등 공식 기구를 통해 학교운영위원회 운영위원, 학부모회 임원들과 정기적으로 대면 소통할 뿐 아니라 전화 등 비대면 소통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1학기 2회 정도 학부모간담회 등을 통해 학부모들과 폭넓게 소통한다. 셋째, 학교에 사안이 발생하는 경우 즉시, 학부모들과 ‘핫채널’을 활용하여 즉각적인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학교장이 학부모들과 긴밀하게 소통할 경우, 상당수 민원이 초기에 해소되거나 악성 민원으로 발전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들은 교장·교감·교사·직원 등 학교 구성원 전체를 하나의 동일 집단으로 인식하고 불신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기에 민원인은 민원 제기 초기에 학교를 상대로 자신의 요구나 불만을 솔직하고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그 결과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갈등을 심화시키고, 결국 악성 민원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또한 우리의 문화와 언어는 맥락의 문화, 맥락의 언어이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내 생각을 100% 드러내지 않고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민원인의 진심이나 속마음을 알기가 쉽지 않다. 반면 학부모 간의 대화에서는 비교적 의도를 빨리 파악할 수 있고 정보 공유도 쉽다. 따라서 민원이 발생 경우, 학부모 임원들이 민원인과 직접 대화하며 중재하고 설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긍정적인 경험이 반복되면 학교운영위원회 위원과 학부모회장 등이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서 학부모 컨설턴트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상당수의 민원이 예방될 수 있다. 또한 민원이 발생해도 강도가 약화되어 악성 민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학교장은 평소 학부모 임원들과 학생 교육을 중심으로 진솔한 대화를 수시로 나누며, 상호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즉 학교장은 학부모 임원들을 학교경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긴밀한 협력관계를 만드는 것이 악성 민원을 예방하는 최고의, 최선의 전략임을 인식해야 한다.
방학은 학생의 수업이 없는 기간(휴업일)이며, 공식적으로 법령상 교원의 휴무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수업이 없더라도 교원은 방학 중에도 출근 의무가 있습니다. 관련하여 방학 기간 중 교원의 제41조 연수에 대한 문의가 많아 유의사항을 안내해 드립니다. ■ 법적 근거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연수기관 및 근무장소 외에서의 연수) 교원은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소속 기관의 장의 승인을 받아, 연수기관이나 근무장소 외의 시설 또는 장소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다. 「교육공무원법」 제41조 연수 사용시 유의사항 •「교육공무원법」 제41조 연수는 휴업일에 실시하는 것이 원칙(학기 중 시험일 등에 단축근무 용도로 사용 불가) •방학 중 근무와 방과후수업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해당 업무 추진 후 잔여 시간에 대하여는 「교육공무원법」 제41조 근무지외 연수 처리 가능(교원인사과-13341(2021.6.21.)). 단, 법의 본래 취지에 맞게 복무하고 단축근무·조기퇴근 등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도록 함. •「교육공무원법」 제41조 연수 기간 중 출장 등 별도 복무가 발생한 경우 기존 결재한 41조 연수를 기결 취소 후 출장 처리를 원칙으로 함. 다만 기결 취소 및 복무 분할 처리에 따른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1일(8시간) 미만 출장의 경우 제41조 연수 상황에서 출장 중복 처리 가능 •1일(8시간) 이상의 출장은 초과근무수당 정액분 지급 대상인 관계로 혼선 방지를 위하여 중복 복무처리 불가(제41조 연수 기결취소 후 해당일 출장 처리 및 그 외 기간 41조 연수 처리) 「교육공무원법」 제41조 연수를 이용한 공무외 국외여행 교직단체가 주관하는 연수, 해외교육기관 초청연수, 개인의 학습자료 수집 등(신청인의 재직기간, 법정 연가일수와는 무관함) 「교육공무원법」 제41조 연수 QA Q. 방학 중 등교하지 않는 날은 학교 외 기관에서 「교육공무원법」 41조 연수를 학교장으로부터 허가받아 연수를 하면 되는데, 방학 중 방과후수업(보충수업)을 하러 출근하여 수업하는 경우도 41조 연수를 내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요? A. 보충수업은 ‘수업’이므로 「교육공무원법」 41조 연수로 대체할 수 없습니다.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연수기관 및 근무 장소 외에서의 연수) 교원은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소속 기관의 장의 승인을 받아 연수기관이나 근무 장소 외의 시설 또는 장소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Q. 「교육공무원법」 41조 연수는 학교장 결재사항으로 알고 있는데, 교감 전결로 가능한가요? A. 교감에게 전결권이 위임될 수 있습니다. ‘행정업무의 운영 및 혁신에 관한 규정’ 제10조 제2항(문서의 결재에 근거하여) 업무의 내용에 따라 보조기관 또는 보좌기관이나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하여금 위임 전결하게 할 수 있습니다. Q. 방학 중인 현재 교사가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방학 전에 「교육공무원법」 제41조의 근무지외 연수를 신청하였는데 병가처리를 방학 날부터 신청해야 하나요? 아니면 개학 후부터 신청해도 되는지요? A. 방학 등 휴업일에도 학기 중과 마찬가지로 병가 등 휴가사유일 경우에는 휴가요건에 따라 휴가를 허가해야 하며, 「교육공무원법」 제41조의 근무지외 연수승인은 연수목적과 내용 등을 학교장이 판단하여 효과가 있을 경우에 승인하는 것입니다. 연가나 병가사유가 있는 자에게 검토 없이 「교육공무원법」 제41조의 근무지외 연수 승인을 할 수 없습니다.
길고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2학기가 시작됐다. 1학기에는 이재명 정부 출범, 제주 교사 사망사건 등 교육계 안팎의 변화와 사건이 있었다. 이젠 이재명 정부 첫 교육부 장관과 국가교육위원장 취임에 따른 본격적인 교육 분야 국정과제 추진, 정기 국회 국정감사와 법안심의가 이어질 것이다. 또 내년 교육감 선거를 겨냥한 후보 출마 선언 열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 속에서 올해 안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교육과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교육예산과 교원 정원에 대해 점검해야 한다. 약 82조 원으로 책정한 교육부의 내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안은 인건비와 물가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아 지방 교육재정 운영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최근 4년간 보통 교부금 누적 감액은 1조3000억 원을 초과했고 올해 2차 정부 추경으로 추가로 1070억 원이 감액됐다. 이로 인해 명퇴 인원 축소, 학교 운영비 감소 등이 실제 나타나고 있다. 내년도 신규교사 임용 규모도 올해보다 1649명 줄여 발표했다. 교원 보수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내년 예산안에 포함된 공무원 보수 인상은 3.5%다. 근래 인상률보다는 높지만, 수년간 보수 인상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했던 만큼 7% 이상 인상하고 25년간 동결된 교직 수당 등을 현실화해야 한다. 예산과 정원 축소는 교육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다. 금융권에서 걷은 교육세 전액을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로 책정하겠다는 것에 대해 교총이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산·교원 정원 문제 꼼꼼히 살펴야 교권강화 위한 법 개정 미뤄선 안 돼 내년 시행 예정제도 철저한 준비 필요 둘째, 실질적인 교권 보호 제도 개선이다. 서울, 전북 등에서 지속적인 악성 민원에 학교와 교원이 오랫동안 고통받고 있다. 최근 강주호 교장회장은 정근식 서울교육감을 만나 ‘자동차 보험처럼 사고가 나면 다 알아서 해주는 방식으로 교권 보호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교원이 악성 민원과 무고성 아동학대 고소에 대응하면서 법률 지식을 쌓는다는 것이 정상적인가? 교권 침해 사건에 대한 국가소송 책임제의 입법화가 시급하다.올해 안에는 교권 침해 현실을 진단하고 아동복지법과 교원지위법 등 교권 보호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셋째, 내년 3월 새롭게 시행되는 제도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학생맞춤통합지원 제도와 교내 스마트폰 사용 제한이 대표적이다. 학생 개인 상황에 적합한 학습과 복지, 건강, 진로, 상담 등 통합적 지원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와 교사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무엇이 달라지는 것인지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를 알리고 준비해야 한다. 현재 교내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 여부는 학교마다 천차만별이다. 수업 중 사용 금지 등 스마트폰과 관련한 학칙을 바꾸지 않아도 무방한지, 개선해야 할지 검토가 필요하다. 교육부나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학교급별 표준 학칙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외에도 강원체험학습 인솔 교사 2심 재판, 웹툰 작가 자녀 정서학대 혐의 특수교사 대법 판결, 인천과 제주 교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순직 인정 등 교직 사회 관심 사안도 있다. 학교는 늘 식중독, 안전사고, 학교폭력, 악성 민원, 교권 침해 사건 등 위험 요소에 노출돼 있다. 무탈하게 한 학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교원 개인의 꼼꼼한 예방과 마음가짐도 필요하지만, 교육 당국의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
수석교사제가 도입된 지 15년이 됐다. 지난 15년간 수석교사들은 현장의 수업 전문가로서 교사와 학생, 학교 공동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굵직한 성과를 남겨왔다. 수업의 질 향상에 큰 기여 우선 수업 연구와 나눔의 문화를 정착시켰다. 전국 수석교사들은 수업을 연구하고 공개하며 교사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왔다. 특히 지난해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열린 ‘제15회 수석교사의 날 미래교육 콘퍼런스’는 그 성과를 잘 보여줬다. ‘미래교육, 수업에서 길을 찾다’라는 주제 아래 수석교사들은 연구와 수업 실천을 나눴고, 일본 교사들과의 교류를 통해 국제적 연대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이는 단순한 공개 수업을 넘어 교사 전문성을 집단적으로 개발하는 모델로 자리 잡았다. 둘째, 교사 지원 체계의 중심이 됐다. 교육부가 시범 운영한 수습교사제는 이를 선명히 보여준다. 4개 시·도에서 120명의 수습교사가 참여했으며, 특히 경기도는 수석교사 배치교에 수습교사 1~3명을 두어 체계적인 지원을 실시했다. 수석교사는 신규(저경력)교사에게는 멘토로서 교직 적응과 수업 역량 강화를 돕고, 경력 교사와는 공동 수업 설계·수업 참관·피드백을 함께하며 전문성을 높였다. 즉, 학교의 모든 교사가 성장하도록 돕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이는 수석교사가 단순한 연구자를 넘어 교직 문화 전반을 이끄는 전문성 공동체의 허브임을 분명히 한다. 셋째, 미래교육 대응의 선두에 서 있다. 디지털 교과서, 에듀테크, 인공지능 등 새로운 환경 속에서 교사의 역할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수석교사는 이러한 변화를 교사들에게 안내하고, 수업 컨설팅과 코칭에 AI를 접목하는 연구를 주도해야 한다. 이는 교사의 전문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학생들의 맞춤형 배움을 지원하는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이처럼 수석교사제는 지난 15년간 수업 혁신, 교사 성장, 미래교육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분명한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성과가 안정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교사·교감·교장은 직급 정원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만, 수석교사 정원은 아직 공백 상태다. 정원 없는 직위는 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가로막는 근본적 모순이다. 처우 문제도 시급하다. 현재 수석교사에게는 연구활동비가 지급되고 있지만, 이는 직위의 위상과 책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더 큰 문제는 ‘교육공무원법’과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어디에도 수석교사가 직급수당이나 직급보조비 대상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공백이 존재하는 한 직급보조비 전환, 교직수당 가산금, 새로운 명칭의 수당 신설 등은 모두 공허한 논의에 그칠 수밖에 없다. 수석교사의 성과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면 반드시 법령에 수석교사를 포함시키는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결국 기존 연구활동비를 전환하거나 규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만 개선이 가능하다.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조속한 입법 정비와 강력한 정책적 의지가 필요하다. 숙제는 제도적 한계 보완 지난 15년간 수석교사들은 제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헌신해 왔다. 수업 뒤에 남아 교재를 연구하고, 교사의 고민을 함께 나누며, 학생들의 배움을 위해 한 걸음 더 내딛는 모습 속에 수석교사의 진정한 가치가 담겨 있다. 제도는 미비했지만 그 빈틈을 열정으로 채워온 것이 바로 수석교사들이다. 이제는 제도가 응답해야 할 차례다. 정원을 확정하고, 처우를 개선하며, AI 시대를 선도하는 전문성 공동체로 자리매김할 때 수석교사제는 비로소 완성형 제도로 거듭날 수 있다. 지난 15년의 성과 위에서, 미래 15년을 준비하는 제도적 결단이 절실하다.
오늘날 학교 현장은 교사의 전문성을 존중하기보다 교사의 권위가 위협받는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수업과 생활지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곧바로 민원으로 이어지고, 일부 악성 민원은 교사의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는 심각한 원인이 되고 있다. 교육활동 위축 심각한 현장 교권은 단순히 교사 개인의 권익을 넘어 학생의 학습권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이를 지키고 강화하는 것은 곧 공교육의 본질을 지키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제주교총과 제주교육청은 교권 회복을 위한 다양한 협력과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첫째, 악성민원 대응팀 구성이다. 최근 교총과 교육청은 공동으로 ‘악성민원대응팀’을 꾸려 교사들이 과도한 민원과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단순한 상담 차원이 아니다. 법률적 자문과 현장 대응까지 연결되는 체계적 시스템을 지향한다. 교사는 수업과 아이들 돌봄에 집중하고, 악성 민원으로 인한 불안과 스트레스는 전문가 집단이 함께 나누어 해결하는 구조다. 교사가 더 이상 홀로 민원에 대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둘째, 행복한 학교 만들기를 위해 노력한다.교권이 보장될 때 학교는 비로소 학생에게도 안전한 공간이 된다. 단순히 갈등에 대한 대응에서 그치는 교권 보호가 아니라 사전 예방과 문화 형성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교사 연수와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존중과 배려의 학교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또 교육청과 협력해 상담·힐링 프로그램, 교사 심리 지원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교사가 존중받는 행복한 학교가 학생에게도 건강한 배움터로 이어진다는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셋째, 제도적 기반 강화다. 교권은 일시적 캠페인으로 해결될 수 없다. 법과 제도로 뒷받침될 때 비로소 안정된다. 이를 위해 교육활동 보호 조례 강화, 교원 배상책임보험 확대, 교원치유센터 활성화 등을 꾸준히 요구하고 실현해 왔다. 특히 교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지원할 수 있는 전담 창구 마련은 현장 교사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권 강화의 궁극적 목적은 교사의 안위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어야 아이들이 행복하게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교권은 교사 권리이자 학생 권리이며, 공교육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는 사회적 자산이다. 실질적 도움 주는 제도 필요해 앞으로도 교육청과 긴밀히 협력해 교사들이 보호받는 안전망을 더 촘촘히 만들고자 한다. 교사 보호에서 멈추지 않고, 학부모와 지역사회와의 신뢰 회복을 통해 모두가 존중받는 학교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악성 민원으로부터 자유로운 학교, 교사의 열정이 존중되는 교실, 학생들이 웃으며 성장하는 배움터.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행복한 학교의 모습이다.
헌혈 활동을 통해 헌혈증 517매 기부, 자전거 라이딩 총거리 1655㎞, 13년째 매년 진행하는 산행. ‘같이 걷는 삶’을 교육관으로 삼아 학생들과 함께한 활동 결과다. 주인공은 지용기 경북 구미산동고 교사. 그는 이 같은 활동을 인정받아 ㈜미래엔이 제정한 제2회 우석교사상을 수상했다. 지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활동을 한 계기는 소위 문제아들이 모인 학교에서의 근무가 시작이었다. 학생 지도가 유난히 어려웠던 학교에서 교사들은 회의감에 빠졌고, 학생들은 방황하는 모습이었다. 그때 선택한 것이 산행이다. 산을 오르며 힘들지만 웃고, 땀을 흘리며 성취감을 느끼는 과정에서 변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같이 등산에 나섰던 선생님이 ‘아이들보다 제가 더 많이 느끼고 배웁니다’라고 말씀해주셨을 때 감동적이었어요.” 여러 활동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자전거 라이딩이다. 작은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늘 긴장하게 된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 우박이 내려 위험한 순간도 있었고, 먼 거리를 달리다 버스를 놓칠 뻔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고, 즐기는 아이들을 보면 포기할 수 없다. 그는 “자신이 사는 세상 모습을 조금씩 넓혀보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소중한 자산이 된다”며 “실제로 자신감이 붙고, 삶에 대한 태도도 달라지는 걸 자주 본다”고 자랑했다. 지 교사는 평소 인성교육에도 힘을 쏟는다. 인성교육의 중요성은 교직 첫해 제자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아픔을 겪으면서 깨달았다. 당시 학교생활에서 종종 문제를 일으켰던 제자를 혼내기보다 같이 등산을 하기도 하고, 밥도 먹으며 보살폈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제자의 부모로부터 “지금까지 우리 아이를 이렇게 대해주신 선생님은 없었다. 앞으로도 아이들을 위해 힘써 달라”는 위로의 말을 들었다. “보통 원망이 앞설 수 있는 상황임에도 감사와 격려의 말을 건네주신 부모님을 통해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아이들의 삶을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에는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작은 변화 하나하나에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사제동행 릴레이 헌혈도 큰 보람이다. 11년간 이어온 헌혈에 참여한 학생들은 “우리는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친구와의 갈등, 가정 문제로 가출한 한 여학생을 설득해 헌혈에 동참시켰는데 “저도 누군가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이 학생은 이후 무사히 학교를 졸업했고 몇 년 후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다 갚기는 어렵겠지만, 너무 감사하고, 잘 살아보겠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지 교사는 “단순히 헌혈을 했다는 사실보다, 이 활동이 한 아이의 마음을 다시 움직였고, 삶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된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지 교사는 그간의 활동을 모아 올해 초 에세이 ‘같이 걷는다는 건 말이야’(미다스북스)를 출간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교육 안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이들과 진심을 나누기 위해서다. 그는 책을 읽은 학생이 담임 교사에게 책을 권유했다는 이야기에 한참을 웃었다는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교직생활의 목표 중 하나로 주변의 동료 교사, 아이들과 함께 우리나라의 다양한 둘레길을 함께 걸어보고 싶다고 했다.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서로 의지하며 걷는 속에서 변화하는 모습들을 함께하고 싶어서다. “서로의 속도를 맞추며 걷는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침묵 속에서 위로를 주고받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고 교사 역시 배울 수 있습니다. 꼭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