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지란?
학군지란, 우수한 학교들이 밀집해 있어 교육여건이 뛰어난 지역을 말한다. 특히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학교가 가까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형성되며, 학부모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다. 그래서 학군지 아파트는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시세가 높다. 또한 전통적으로 가격 상승률이 높았으며, 전세가 역시 강세를 보여왔다.
교육열이 높은 부모들은 자녀의 학습환경을 위해 학군지 아파트를 선호해왔고, 자연스럽게 이러한 지역은 부촌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의미에서 강남 8학군이나 목동·대치동처럼 교육특구로 알려진 곳들은 오랜 시간 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며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조금 달라지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과연 학군지 프리미엄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우수한 학군이 있는 지역이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였지만, 인구 구조가 변하는 지금도 같은 흐름이 유지될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맹모양천지교’의 나라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다. 자식을 가르치기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맹자의 어머니 이야기에서 유래한 말로,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맹모양천지교’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좋은 학군을 찾아 양천구로 이사 간다는 뜻으로,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이런 말이 생겨날 정도로 학군지에 대한 선호가 유독 한국에서 두드러지는 이유는, 교육환경이 곧 입시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며, 부모들은 자녀가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특히 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이른바 ‘의치한약수’)처럼 최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가정에서는 학군지 입지가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 좋은 학군은 결국 좋은 학교와 학원, 우수한 또래 집단으로 이어지고, 이는 대학 입시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부모들이 학군지를 선호하는 이유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내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결국 학군지의 본질은 자녀의 대학 입시다.
특목고·자사고의 강세
그러면 자녀를 명문대학, 즉 서울대 혹은 ‘의치한약수’에 보내기 위해서는 어떤 고등학교에 보내야 유리할까? 2024년 서울대 최종 합격 TOP 100 고교 목록을 통해 확인해 보자.
위 자료는 2024년 서울대 최종 합격자 수가 많은 학교 기준으로 20개 학교의 명단이다. 살펴보면, 총 20개의 학교 중 13개 학교가 특목고이거나 자사고이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특목·자사고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을 미리부터 준비하려는 흐름이 생긴다. 그 첫걸음으로 특목·자사고 진학률이 높은 중학교, 즉 이른바 ‘명문 중학교’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실제로 특정 중학교는 매년 수십 명씩 외고나 과학고 등에 합격자를 배출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높은 선호도를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중학교는 초등학교 학군에 따라 배정되기 때문에, 명문 중학교에 진학하려면 먼저 그 학교로 이어지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것부터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 심지어 유치원 시기부터 거주지를 옮기거나, 해당 학군으로의 이사를 계획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우리나라의 입시 구조는 고등학교 선택만의 문제가 아니라, 초등학교 선택에서부터 시작되는 장기적이고 정교한 사다리 구조이다. 이처럼 ‘초등학교 → 중학교 → 특목·자사고 → 명문대’로 이어지는 흐름은, 오늘날 학군지에 대한 강한 선호와 이사 수요를 만들어내는 가장 핵심적인 배경이라 할 수 있다.
학생수 감소 시대, 학군지 프리미엄은 유지될까?
저출산이 심화되면서 전국적으로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런 변화는 학군지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는 우수한 학군과 명문고 배출이 학군지 아파트 가격을 견인하는 주요 요인이었지만, 학생 수 감소가 가속화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학군지 프리미엄이 약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 외곽이나 중소도시의 학군지는 수요 감소로 인해 기존만큼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울과 수도권 핵심 학군지가 아닌 지역에서는 학생수 감소로 인해 학군 프리미엄이 점점 약해질 가능성이 있으며,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이미 학교가 줄어들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외곽 지역은 학군지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학생수 감소는 학군지 시장에 변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수도권 핵심 학군지는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 지역은 인구 유입 대비 유출이 더 크기 때문에 학군지로서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학군도 이제 똘똘한 학군의 시대
똘똘한 한 채. 최근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으로, ‘가치가 높고 미래 전망이 좋은 아파트 한 채에 투자하는 경향’을 의미하는 단어다. 그런데 아파트뿐만 아니라 학군에도 ‘똘똘한 학군’의 시대가 오고 있다. 즉 수도권 내에서도 입시 경쟁력이 검증된 지역만이 더욱 강한 프리미엄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과거 학생수가 많았던 시기에는 수도권 전반에 걸쳐 명문 학군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학생수 감소가 심화되면서 학부모들은 더욱 우수한 학군을 찾아 이동하는 경향이 커진다. 최근에는 특정 지역으로의 집중 현상이 두드러진다. 특히 강남·목동·분당 같은 핵심 학군지는 명문고 배출 실적이 꾸준하기 때문에, 교육열이 높은 가정일수록 이러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러한 현상은 학군지 내에서도 소위 ‘상위권’으로 평가받는 학교와 지역에 대한 쏠림을 더욱 가속화한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입시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검증된 명문고 진학률, 우수한 학원 인프라, 또래 집단의 수준 등을 꼼꼼히 따져 특정 학군에 집중적으로 몰리는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 일부 핵심 학군지는 부동산 가격과 전세가가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교육을 매개로 한 지역 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학군지 아파트, 언제까지 유효할까?
결국 향후 학군지 아파트의 가격도, 전체적인 교육 인프라의 변화와 학생수, 입시 성과의 흐름에 따라 ‘살아남는 곳’과 ‘잊혀지는 곳’이 갈릴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모든 학군지가 오르는 시대는 지나가고, 진짜 실력 있는 학군지만이 부동산 시장에서도 지속적인 수요를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앞으로 약 10년 뒤인 2040년이 되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연령대의 학령인구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 수 자체가 크게 감소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10년 동안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졌던 학군지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있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약 10년간은 현재의 학군지 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그 이후로는 학생수 급감과 함께 다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학군지’라는 이름만으로 자산을 투자하는 시대는 점차 저물고 있다. 이제는 각 지역의 실제 교육환경, 앞으로의 인구 변화, 학교의 진학 실적, 그리고 해당 지역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학군지의 가치 역시 재평가될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자산 성장과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