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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일본에 9.0의 지진이 발생한지 3주째다. 여전히 TV 뉴스엔 일본지진 참사 소식이 빼곡하다. 극히 미세한 양이라곤 하나 그예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능 물질이 강원도와 서울 등지에서 검출됐다고 한다. 해당 지역에선 편서풍이 불어 직접적 영향은 없을 거란 기상청 예보가 머쓱하게 되었다.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오는 속도보다 다소 빠른 기류란다. 캄차카 반도와 북극을 거치는 등 반도 북쪽으로 날아온 것이라니 과연 일본이 가까운 이웃이긴 한 모양이다. 그래서였을까. 일본에 강진과 그 여파로 인한 쓰나미가 들이닥치는 등 참사가 빚어지자 한국은 가장 먼저 구조대를 파견했다.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일본 대사관을 찾아 조문하는 등 영락없이 선린국다운 모습이다. 그뿐이 아니다. 아주 재빠르게도 국민성금 모금을 벌이기도 했다. 1주일 만에 100억 원을 넘어선데 이어 2주일째엔 213억 원인가 얼마가 모금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연말에나 볼 수 있는 구세군에 이어 방송사의 거리 모금까지 참으로 ‘오지랖’ 넓은 국민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난다. 지금까지만으로도 해외재난 성금 모금 최고액이다. 당분간 일본 참사 돕기가 계속될 예정이니 그 액수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한류스타들이나 기업들의 거액 기부도 딴은 그럴만하다. 그들이야 일본이나 일본인들로 인해 돈을 벌 만큼 벌어들였을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필자는 단 돈 1000원도 성금을 내지 않았다. 속 좁은 국수주의자라 할지 몰라도 썩 내키지 않는 일이니 어쩔 수 없다. 생각해보면 일본은 지구상에서 최초이자 최후로 핵공격을 당한 나라이다. 지금 핵무기에 비하면 조악하기 짝없는 원자폭탄이지만, 그것은 맞는 말이다. 일본 땅은 잿더미가 되었고, 많은 원폭 피해자가 생겼지만 그들은 일어섰다. 그냥 일어선 것이 아니다. 최초이자 최후로 원자폭탄 공격을 가한 미국을 따라 잡는 나라가 되었다. 설사 핵무기를 만든다 해도 미국이 시시콜콜 간섭하고 중지시킬 만큼 만만한 나라가 아닌 상대가 바로 일본이다. 그런 민족이라면 일본은 우리가 오지랖 넓게 돕지 않아도 틀림없이 다시 일어선다. 이를테면 ‘걱정도 팔자’인 셈이다. 그럴망정 사해동포주의라는 것도 있고, 측은지심이 발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일 수 있다. 누군가 말했듯 엄청난 대재앙을 만난 일본이기에 그들에게 과거사의 잘못을 들이댈 때가 아닌지도 모른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시위가 추모집회로 바꿔 열린 데서도 그 점은 한껏 그럴 듯하다. 하지만 임진왜란이니 일제침략기 등 과거사는 잠깐 잊어버린다 해도 ‘우리땅’인 독도 문제가 발등의 불이다. 일본정부는 2010년 3월 독도를 자국영토로 표기한 초등 교과서 검정결과를 이미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3월말 같은 주장을 담은 중학교 지리 및 사회과 교과서 검정결과가 발표되었다. 일본 참사 이전에 진행된 일이라곤 하나 우리는 그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대응해야 하나? 선린 이웃도 좋고 사해동포주의적 온정의 손길 역시 나무랄 일은 아니다. 분명한 사실은 속된 말로 뭣주고 뺨맞는 꼴이 되어선 안된다는 점이다. 그 점을 분명히 해도 이해안되는 것이 있다. 채만식·서정주·이원수 등 소위 친일파 문인에 대한 추모행사 반대가 그것이다. 참사를 당했다지만 원죄의 일본은 용서해주면서 이미 고인이 되어 소중한 문화자산으로 자리잡은 그들의 문학에 대해선 추모행사조차 맘대로 할 수 없게 한다. 일본 지진참사 돕기를 보며 드는 생각이다. 이 이율배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우리나라의 대외무상원조 사업을 전담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의 국제개발협력의 필요성과 국민의 국제협력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증진시키기 위해 지난 2월 14일부터 3월 11일까지 청소년 대상으로 개최한'제14회 한국국제협력단 글짓기 공모전'에서 서령고 2학년 6반 황원 군이 고등학교 부문 금상을 받았다. 황 군은 '모든 나라가 함께 잘사는 방법'과 '우리는 왜 개발도상국을 도와주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이번 공모전에 참여, 영예의 상을 수상했다. 특히 황군은 평소 KOICA를 통하여 수공예품 등을 기증하는 등 원조활동에 참여해오다가 이번 공모에 출품하게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금상 수상자에게는 장학금 50만원과 해외견학 특전이 주어진다.
정읍 황토현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작고 아름다운 도학초(교장 박영선) 사물놀이반은 지난 25일 정읍영농인한마당 지역행사에 축하공연을 다녀왔다. 초빙교장으로 작년에 부임한 박 교장은 명품교육 행복도학이라는 학교경영방침을 정하고 사물놀이반을 특색사업으로 하여 꾸준히 연습해오고 있다. "우리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이라는 교육철학을 바탕으로창단된 앉은반 도학초사물놀이반은정읍교육청 방과후 패스티벌 개막식에 축하공연, 임실 사선 전국 사물놀이 경진 대회 참가 장려상, 2010년 전국사물놀이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정읍교육청과 학교의 명예를 떨친바 있고,박진일 교사의 지도로 더욱더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사물놀이 축하공연을 마치고소감을 물었다. "연습은 많이 했는데 바람도 불고 사람도 많아서 긴장을 하는 바람에 몇 번 틀려서 아쉬웠다."(정재빈) "오랜만에 징을 쳐서 실수도 많았지만 여러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고 나니 뿌듯했다."(김효리) "바람이 진짜 많이 불어서 머리가 날려 힘들었으나 박수를 많이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황수아) "처음 공연이라서 떨렸지만 잘 했고 재미있었다"(최혜정) "우리들의 사물놀이를 흐뭇하게 봐주시고 먹을것도 많이 먹어서 기분이 좋았다."(이지원) "날씨가 정말 춥고 힘들었다. 북잡이였는데 장구잡이로 처음 나가는 거라서 떨리기도 하기만 오랜만에 공연을 나가 즐거웠다."(국은빈) 우리학교의 자랑인 사물놀이반의 활동모습은 도학초 홈페이지(http://www.dohak.es.kr/)에서 감상할 수 있다.
교사의 자발적 의지가 전제돼야 학교컨설팅은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여겨지는 학교환경, 교실 수업상황에 대한 공개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교사가 다른 사람에게 수업이나 교실환경을 보여주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교 · 사대에서 수학하고 임용고사를 거쳐 교단에 선 교사는 나름대로 교육전문가로서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전문성을 갖춘 교사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내보인다는 것은 일종의 자존심과도 연결돼 대부분 이를 꺼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학교현장에 컨설팅은 쉽게 적용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수업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대부분 학교장의 의지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일부 교사에게 떠맡겨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수동적으로 참여한 교사들은 자연히 소극적으로 컨설팅에 임하게 되곤 한다. 지난해 11월 충주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을 대상으로 실시한 컨설팅도 이와 같은 상황이었다. 교직 3년차였던 담임교사는 학생들을 통제하고 교육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어 병가까지 심각히 고려하고 있었다. 이 교실에 대한 컨설팅도 역시 교사 개인의 의지가 아니었다. 학교장의 의지로 컨설팅을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희망자가 전혀 나오지 않자, 연차가 제일 낮은 선생님 2명이 대상자로 반강제적으로 오르게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해당교사도 역시 수업 공개를 꺼리고 컨설팅을 받지 않겠다는 의견을 몇 차례 표명했다. 학생들이 전혀 통제되지 않고 분위기가 엉망인 수업을 공개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한다고 했다. 컨설턴트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래포 형성 능력 이 선생님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선생님들이 컨설팅을 시작할 때의 반응은 이와 같다. 그래서 교사에게 컨설팅의 필요성을 완전히 이해시키고 동참시키는 것이 컨설턴트로서는 가장 어려운 과제이다. 무엇보다 컨설팅을 신청한 교사에게 칭찬과 더불어 인간적인 래포(마음의 유대)형성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컨설턴트는 교사에게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는 데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교사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며 학생의 입장을 알아보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잘 이해시켜야 한다. 전문적 자질도 중요하지만 인간적인 자질, 포용하고 수용하는 능력, 본보기가 되는 능력, 관심과 사랑으로 어루만지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리라 본다. 이런 차원에서 필자는 앞서 언급한 교사에게 “병가로 지금 상황을 모면하려다보면 선생님은 계속 다른 이유를 들어 병가를 내야만 하고, 그러다보면 선생님으로서 결국은 자리를 못 잡고 끝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경력이 20년이 넘는 컨설턴트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은 전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문제를 정면 돌파하기 컨설팅을 하게 된 해당 교실의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교실 내에서 학생들이 책상과 의자를 던져가며 싸움을 했고,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참여는 저조했다. 학생들과 래포형성이 안되니 당연히 학부모들의 불만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해당 교사와 여러 차례 대화를 실시하다보니 학급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부에 취미 없는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이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계속 잔소리만 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들을 지도하는 방법도 다양하게 제시해보았으나, 학생들이 따라주지 않아 교육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한 상태였다. 교사가 자신보다는 학생들에게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교육 방법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학생들만 어떻게 피해보고 싶은 생각이 더 강했던 것으로 보였다. 우선 해당 교사에게 교육이란 딱딱한 교과서를 가지고 가르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것부터 충분히 이해시키려고 했다. 또 학생들은 똑같은 말을 열 번은 해야 이해하고 그것도 칭찬과 격려를 하면서 지도해야 받아들인다는 것을 인식시켰다. 교실 안에서 말 한마디가 갖는 중요성, 칭찬의 필요성 등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한 수업자료도 제공했다. 컨설턴트로부터 현장지원도 받을 수 있어 형식적인 컨설팅보다는 교실의 심각성을 알아보기 위해 결국 교실 현장으로 컨설턴트가 직접 나서기로 했다. 교실에 들어서서 학생들에게 “너희 선생님께서 너희들을 사랑하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모르겠다고 선생님한테 도움을 요청해서 오게 됐다”며 솔직하게 컨설턴트가 오게 된 동기를 전달했다. 담임교사는 학생들이 그 사실을 알고 오히려 자기를 더 무시해서 자신의 자존심이 상하게 될 것을 우려했으나 결과는 달랐다. 설문해보니, 담임교사에 대해 불신감을 드러냈던 학생들도 선생님이 이런 노력을 시도한다는 자체에 어느 정도 관심을 보였고 좋은 교실 만들기에는 학생들도 함께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이해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동안 담임교사에 대해 마음을 닫아 왔기 때문에 마음을 열어줄 활동이 필요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최신 가요를 함께 부르는 것을 시작으로 과자나 사탕 등 외재적 보상을 통해 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냈다. 또 행복한 교실을 만들기 위해 각자 고쳐야 할 점을 적어 꾸미는 활동 등을 가졌다. 부담감 버리고 컨설팅 적극 활용하길 컨설턴트가 나선 시간은 단지 2시간에 불과했지만 학생들은 컨설턴트가 다시 와서 이 같은 활동시간을 갖기를 원했고 서로 포옹을 하면서 헤어졌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언제나 선생님이 먼저 다가와서 사랑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관계를 회복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담임교사도 학생들에게 먼저 마음을 열고 유대감을 형성해간다면 빠른 시간 내 행복한 교실을 꿈꾸게 될 것이라고 판단됐다. 컨설팅 자체를 부담스럽게 여겼던 해당교사도 컨설턴트와 함께 노력하는 시간을 통해 교사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많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컨설턴트가 교실에서 실시했던 지도방식을 하나의 롤 모델로 삼고 스스로 변화를 꾀하려고 했다. 컨설턴트는 마지막으로 해당 교사에게 ‘일 년 동안 학생들을 교육하면서 한 번도 화내지 않기’를 실천하는 것을 교사로서 한 해의 목표로 삼도록 약속하고 컨설팅을 마쳤다. 많은 선생님들이 교실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컨설턴트의 도움을 얻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는 비교적 약한 편이다. 컨설팅을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드러내야 하는 창피한 과정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자신이 교육전문가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 노력한다면 멋진 교실을 만들 수 있는 더 나은 교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PART VIEW]수업 계획 활동에만 편중돼 있던 기존 장학활동 요즘 많이 회자되고 있는 ‘수업컨설팅’, ‘학교컨설팅’, ‘교육컨설팅’, ‘교수학습컨설팅’ 등의 활동은 민간 또는 시 · 도 교육청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다. 이 중 수업 관련 컨설팅은 학교에서 늘 반복되고 있는 일상적인 일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많은 교사들과 학자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현장의 수업이 크게 변화하지 못했던 것은 이러한 노력의 대부분이 전통적인 장학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업 지도안 작성 등 수업 계획 활동에 관해서는 매우 적극적으로 임하면서도, 정작 교실수업의 실행과정 그 자체를 꼼꼼하게 관찰하고 분석하는 데에는 소홀히 해온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수업전문성에 실질적 도움 주는 내용교수지식(PCK) 컨설팅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많은 수업컨설팅은 수업의 주체인 교사가 수업을 보는 관점, 즉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관점으로 수업을 바라보아야 하는지’, ‘해결책이 어떤 방법과 절차에 의해서 구체화될 수 있는지’, ‘그 방법과 절차는 실제로 수업을 개선하는 데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고민이 결여되어 있다고 본다. 내실 있는 교실수업의 열쇠는 교사의 수업 전문성에 있다. 또 수업전문성의 핵심은 교과 내용을 지도하는 데 적절한 실천적 지식인 ‘내용교수지식(PCK · Pedagogical Content Knowledge)’에 있다. 수업컨설팅은 수업내용, 수업의 전반적인 흐름, 학습 집단의 분위기, 상호작용 등에 초점을 둔다. 특히 PCK 수업 컨설팅은 교과 수업내용과 교수활동 사이에 연계가 잘 이루어져서 학생들의 학습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초점을 둔다. 컨설팅조차 어렵게 만든 학교의 힘든 상황 이러한 PCK 수업컨설팅 기법을 활용해 제대로 된 수업컨설팅이 이뤄진 사례 중 하나가 충청북도 교육청에서 의뢰한 컨설팅이었다. 이 컨설팅의 의뢰인은 충북 청주시 소재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31세의 경력 1년차 신규교사였다. 이 컨설팅의 의뢰는 의뢰인의 의지보다는 신규교사 연수 차원에서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학교장의 권유에 의해 이루어졌으나 의뢰인 스스로도 이번 기회에 수업방법 개선에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의뢰인은 근무학교의 학생 대부분이 기초학력이 부진한 상태라 어떤 방식의 수업 모형을 활용하면 좋을지, 어떻게 해야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도움을 받고자 했다. 의뢰인을 만나 설명을 들으니 학교와 학생을 둘러싼 여러 가지 환경 변인을 통해 의뢰교사가 실제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의뢰인의 고민을 간단히 정리하면 ○○고등학교 학생들은 충주시내에 있는 일반계, 전문계 학교를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이 입학해 대체로 학력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학생들 대다수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교를 다녀 피곤한 몸으로 등교를 하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수업에 집중하기가 어렵고, 학생 대부분의 가정환경도 매우 좋지 않았다. 의뢰인으로부터 받은 수업 동영상으로 사전 면담을 통해 들은 내용들을 확인해보니 컨설턴트의 예상보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우선 학생들이 흥미 있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학생 중심의 수업이 되어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동영상 자료 관찰 결과와 면담을 통해 현재 이 학생들은 어떤 수준의 학습을 하든 강의식 수업으로는 수업에 적극 참여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학생중심의 실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제안에 대해 의뢰교사는 현재 이 학교에는 기술실이 없기 때문에 실습이 어렵다고 했다. 이에 컨설턴트는 교실에서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실습 소재를 찾아 필요한 자료를 의뢰교사가 쉽게 준비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그러나 여기에서부터 컨설팅에 어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의뢰인은 학생부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평교사는 7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였기 때문에 학년말에 빈번히 발생하는 사안을 거의 혼자 맡아 처리해야 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컨설턴트가 안내한 과제를 하기 위한 재료나 수업과정안 등을 마련하지 못했고, 의뢰인이 이러한 상황에 대해 컨설턴트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였는지 연락이 거의 두절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안 될 것 같았던 일, 해보니 실현돼 우여곡절 끝에 의뢰인과 통화가 되어 컨설턴트는 바로 컨설팅 일정을 잡아 학교를 방문했다. 의뢰인은 그동안 지연된 시간에 대해 컨설턴트에게 미안함과 부담감을 표현했지만 컨설턴트는 괜찮다며, 의뢰인에게 앞으로 일정에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약속했다. 실습재료를 빠른 시일 내에 구입해서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도 안내해주었다. 서울에서 충주까지의 먼 거리를 자주 오갈 수 없는 상황 그리고 학년말 고사 등의 일정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실습과제를 적용하는 시간을 뒤로 미루어 컨설팅 일정을 다시 잡았다. 다행히도 의뢰인은 이 일정에 따라 실습자료를 활용한 수업을 진행했고 그 수업을 촬영해 컨설턴트에게 보내주면서 학생들로부터 한 가닥의 희망을 본 것 같다는 메일을 전해주었다. 보내준 수업 동영상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 실습과제가 컨설턴트와 의뢰인이 기대한 대로 학생참여 활동 중심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교실 분위기가 다소 정돈이 되지 않은 면이 있었지만 학생들이 실습에 아주 흥미롭게 적극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PPT자료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의 기존 수업에서 벗어나 교사와 학생간의 상호작용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진 점이 눈여겨볼 만했다. 교사 스스로 만든 한계를 깨트린 계기가 된 컨설팅 컨설팅 초반, 의뢰인은 컨설팅을 학교장의 신규교사 연수 차원에서 하게 된 것으로 의뢰인의 자발적인 의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적극성이 떨어지기도 했다. 이전에 학교단위로 진행된 컨설팅이 교사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컨설팅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의뢰인은 컨설턴트에 의해 제공된 실습과제를 수업에 실제 적용하면서 평소의 수업방법, 즉 강의식 수업으로는 불가능해 보였던 학생들의 적극적인 모습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또한 평소에 기술실이 없어 실습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시도해보지 않았던 것이 잘못이었다며, 교실에서도 쉽게 해볼 수 있는 다양한 실습과제를 알게 됐으니 앞으로 수업에 적극 적용해 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컨설팅을 통해 컨설턴트 입장에서는 의뢰인이 단지 실습과제의 적용뿐만 아니라 강의식 수업에서도 충분히 학생들이 흥미 있게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좋은 내용교수지식(PCK)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었다.
‘인턴 교사’와 ‘해외 진출 교사’는 그 용어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글로벌 시대가 교사에게 요구하는 핵심 능력과 전문성을 함양하는 데 바람직한 제도로 느껴진다. 인턴 교사의 경우, 교사 입장에서는 교원양성교육과 교사직 수행 간의 간극을 메우고, 학교 현장에서 교사로서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검증하는 기간으로 삼을 수 있고, 학교에서는 추가 인력 투입을 통해 교사들의 업무를 경감시키고 교육 프로그램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직에 입문하기 전 교사의 능력을 검증하고 전문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인턴교사제나 수습교사제를 시행하는 선진국들도 여럿 있다. 해외 진출 교사의 경우 교사들의 해외 경험은 강화된 개인의 글로벌 역량이 학생들의 교육에 긍정적으로 투입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학 및 과학 교사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는 외국에 교사를 수출하여 국제적 문제까지 해결한다는 야심찬 박애주의정신까지 담고 있다. 이 두 가지 장밋빛 계획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상당한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교사가 되기 위한 전문 교육을 받고도 제대로 갈 길을 찾지 못하는 초 · 중등 예비교사들을 겨냥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그 효과에 대해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겉으로 드러나는 숫자만 보더라도 적체되는 자격증 소지자의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가령,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배출된 중등 교사 자격증 소지자는 17만명인데, 임용고시 합격자는 1만7000여명에 불과하다. 인턴 교사 1만명이 엄청나게 큰 숫자인 것 같지만, 초 · 중등 예비교사가 매년 4만명이상 배출되고, 그 수가 해마다 누적된다는 점에서 정책의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물론, 교대와 사대를 졸업한 예비교사들이 과잉 공급된다는 걱정만 했지, 실효성있는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던 상황과 비교한다면, 최소한 예비교사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그나마 진일보한 것이라고 박수를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계획들이 우리 예비교사들이 직면한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지 못하고 우회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교육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믿고, 교사의 질이 교육의 질을 좌우한다고 믿는다면, 교사의 양성과 임용에 좀 더 본질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인턴이나 해외 현장을 경험한 예비 교사들이 교사로 선발, 임용될 때, 비로소 그 경험이 학교현장에서 귀하게 활용될 수 있으므로 패기에 찬 젊은 인재들이 교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좀 더 열어주어야 한다. 이러한 수급 정책이 아쉽다. 교직 진출 경로가 막혀있는 우수한 인재들에 대한 글로벌 교직 역량과 현장 경험을 제아무리 추가한 들, 이는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낭비가 되고 말 것이다. 맥킨지 컨설팅회사가 2010년 말에 발간한 ‘교직에 고교 성적 우수자 상위 30% 유치하기’라는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와 핀란드, 싱가포르 세 나라의 예를 상세하게 들어가며, 우수한 인재들이 교직을 선망하고 교원양성기관에 진학하도록 만드는 정부 정책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 그들은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교원양성기관 진학 이후, 진짜 교사가 되기 위해서 그 우수했던 학생 대다수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고, 최종적으로 어디에 닻을 내려야 하는가를! 우수한 인재를 양성기관으로 유인하는 것은 교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 교사 경쟁력을 보다 본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선심성 정책에서 진일보하여, 교직에 진출할 의도가 확실한 인재의 풀을 좀 더 정비하고, 그들의 양성, 임용, 재직 단계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과부가 새로운 교육정책과 연동하여 교원의 정원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 교원 수급계획과 연동한 교원양성기관 질 관리, 교사 임용방식의 유연화 또한, 이 시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과제일 것이다.
초 · 중등학교에서 학교장(학교당국)이 학생의 휴대전화 내용을 검문검색하거나 문자를 지울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가 아니라 영국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이다. 2011년 2월 4일 영국의 BBC 방송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영국 잉글랜드 및 웨일즈 지방에서 교실 내 휴대폰 사용에 대한 제한 조치를 법으로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한 논의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업하는 교실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골치 앓기는 영국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 보도를 누군가 어떤 자리에서 언급했더니,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견해가 다양하게 표출되었다. 학생들을 현장에서 지도하는 선생님들은 대체로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듯했다. 그러나 인권의식을 강조하는 분들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다. 현장 선생님들은 수업 운영의 실제적 어려움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고, 더러는 휴대전화 문제로 교권이 수난을 겪는 일도 있다고 했다. 반대론자들은 자칫 학생들의 문자 내용에까지 관여하는 데로 나아간다면 그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었다. 이 뉴스를 보도한 BBC 방송도 이 문제에 대한 영국 사회의 논쟁들을 비교적 소상하게 전해 주었다. 현재도 이들 지역의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학생의 동의 없이 내용을 보는 것은 위법으로 되어있다고 한다. 그런데 새 법안에 의하면 학교장은 학생의 휴대전화나 학교에서 금지한 소지품이 범죄나 폭력, 기물파괴에 연루될 수 있는 정황이 있으면 이를 검문하거나 압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특히 휴대전화 문자를 이용한 따돌림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학생들의 문자를 임의로 삭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새 법안의 중심 내용이라는 것이다. 영국에서도 이 조항에 대해서 문제 제기가 많다고 한다.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차원을 넘어서, 통화나 문자 내용에 개입하는 것은 인권 침해이며 테러방지 법안에나 어울린다는 우려도 대두되고 있음을 방송은 전했다. 휴대 전화가 일상을 지배하기는 우리가 영국보다 앞섰다. 당연히 우리로서도 이 문제는 보편적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영국에도 그런 일이 있는가 하고 단순한 관심을 보이던 좌중은, 누군가 인권문제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이 너무 미약하다는 말을 하면서 금새 토론이 후끈 달아올랐다. 비록 영국의 일이지만 이 법안의 문제점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이 문제를 교실 현장의 파국에 대한 문제해결의 노력으로 보아야지, 인권문제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반론이 이어졌다. 이러한 입법 취지에 대한 찬성론자들은 수업이론과 학급경영, 인성교육 등에 대한 전문적 식견과 경험을 가지고 주장을 강화해 나갔고, 반대론자들은 인권존중의 보편 가치와 학교문화가 진보적 비전을 가져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현실론과 이상론으로 분화되는 것 같기도 했고, 보수적 가치와 진보적 가치로 대분되는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중간적 입장에서 문제를 보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이 토론이 자연발생적으로 시작되기는 했으나 그 마무리는 그렇게 산뜻하지 못했다. 우리 토론문화가 대체로 그러하듯이 결론은 건설적 입지를 찾지 못하고 좌초되었다. 강경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절제되지 않은 감정으로 언성을 높이거나 갑자기 냉소주의적인 태도를 취하면 토론은 감정의 쓰레기를 최종 처리하는 터미널처럼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 토론도 결국 그런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한쪽이 변증과 논리에 밀리면 토론의 판을 흩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럴 때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잘난 척하지 마.” 또 있다. 상대가 진지한 현실 체험 사례들을 증거로 토론에서 막강한 설득력을 발휘하고, 그것에 밀리게 되면, 상대의 진정성에 찬물을 끼얹고 먼저 자리를 뜨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럴 때 하는 말도 바로 이 말이다. “잘난 척하지 마.” 일반적으로 우리가 ‘잘난 척하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던가. 대개는 좀 단순한 사람이다. 자신이 단순한 만큼 상대에 대해서도 그렇게 섬세하게 배려하지 않는다. 대신, 스토커처럼 상대를 괴롭히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단순하기 때문이다. 잘난 척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낙천적이다. ‘욕이 배따고 들어오나. 내가 좀 잘난 척하면 어때. 욕하려면 하라지’ 하는 심리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잘난 척하는 사람’은 자기도취형에 가까운 편이다(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리고 어떻게 보면, 마음 한 구석에 어디선가 상처 받은 열등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보아도 좋다. 그 열등의식 때문에 ‘나 못난 사람 아니야!’ 하는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것이다. 또 잘난 척하는 사람은 조금만 칭찬해 주면 칭찬 내용보다 훨씬 더 적극성을 보이면서 일을 해낸다. 잘난 척하는 사람을 극구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좀 더 다가가서 보면 아주 이해 못해 줄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잘난 척하면서 살라고 권장할 일은 더더구나 아니다. 잘난 척하는 것이 인성적 덕목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잘난 척함으로써 손해 보는 것이 너무 많다. 너무 잘난 척하면 인심을 잃는다. 사람들이 싫어한다. 이는 자명한 이치이다. 자기 잘난 척하는 것으로 끝나면 좋겠는데, 마침내는 상대에게 열패감과 상처를 가져다 안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안다. ‘잘난 척하는 사람’을 ‘정말 잘난 사람’이라고 여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묵묵히 말없이 앉아 있는 다수의 사람들도 누가 잘난 척하는지는 대충은 안다. 잘난 척하는 사람만 자신이 진짜 잘난 줄 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잘난 척하는 사람의 비극성이 있는 것이다. 잘난 척하는 사람이 윗사람이나 강자에게는 의외로 아첨꾼이거나 비굴 모드로 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른 강자의 권위와 힘에 기대어 자기의 잘남을 과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난 척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이 잘난 근거를 자기 자신에게서 내세우기보다는, 자신과 강자와의 각별한 관계에서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잘난 척하는 사람은 진정한 ‘자아’가 약하다. 결론삼아 말하면 잘난 척하는 사람은 잘나지 못한 사람이다. 세상사는 지혜가 모자라는 사람이다. 잘난 척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도 해 보고, 잘난 척하는 행동의 어리석음을 비판도 해 보았다. 그런데 이런 걸 다 안다고 해도 ‘잘난 척하는 마음’에서 자유롭게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문제는 어떤 실천 모드를 내 마음 안에 설정해 두고 살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런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잘난 척하는 사람이 제일 밉더라.” 농담처럼 말하고 다니지만, 꼭 농담만도 아니다. 실제로 그런 인식을 강하게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잘난 척 하는 사람을 용납하지 못하는 심리란 무엇이겠는가. 너 잘났다고 하는 것이 별 것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우습다. 이런 뜻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자신이야말로 시시비비를 정확히 가리는 분별력 있는 심판자라는 의식이 바로 남 잘난 것을 못 봐주는 심리이다. 이 ‘심판자 의식’이란 무엇이겠는가. 그것이 곧 ‘잘난 척하는 마음’이다. 요컨대 ‘잘난 척하는 것’을 못 보아 주는 심리가 바로 ‘잘난 척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토론의 결말을 ‘잘난 척하지 마!’로 가져가는 것은 토론 방법 중 ‘하지하책(下之下策)’이다. ‘잘난 척하지 마’라고 말하는 순간 나도 똑같이 ‘잘난 척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더 부연하면 이런 심리이다. ‘너만 잘난 줄 아느냐. 나도 잘났다.’라고 말하는 것과 꼭 같다. 이런 심리야말로 저열한 감정에 휘둘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소통의 품격과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금방 후회할 말이 바로 이 말이다. 생각이 다르면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담백하게 인정하고, 경험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면 그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그치면 그것으로 토론은 족하다. 언제 다시 만나서 한 번 더 이야기해 보자 하는 정도로 소통의 기회를 열어놓으면 그것으로 훌륭하다. 그러므로 지혜의 격률은 너무도 자명하다. “잘난 척하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할 것, 그러기 위해서는 남에게 ‘잘난 척하지 마’라고 말하지 말 것.” 이렇게 정리가 되는 셈인가.
시각장애인이 일반 교과 교사로 합격 지난해 서울시에서 최초로 시각장애인 일반교사로 합격해 화제가 됐는데요. “모든 것이 처음이라는 게 부담스럽고 제가 하는 방식이 곧 전례가 된다는 사실에 책임감도 크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2007년부터 임용시험에서 장애인 특별전형이 생기면서 장애인 교사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아질 겁니다. 합격 당시 선생님의 우수한 영어실력도 언론에서 많이 보도(처음 응시한 토익에서 975점, 텝스에서 918점을 받은 것이 알려졌다)되곤 했습니다. “언론에서 임용시험 성적이 일반합격자들과 비슷하고 토익점수, 텝스 점수가 높다고 소개됐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랑할 것이 아니라 영어교사로서 기본 요건일 뿐이라고 봅니다. 장애인이라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영어교사가 되려면 그 정도의 영어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히려 언론에서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1년 동안 학교에서 생활해보니 어떠셨나요? “아이들을 통제하거나 학교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이 예상했던 것처럼 어려운 면이 많았습니다. 사람들이 장애를 왜 장애라고 부르는지 알게 된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저희 학교에서는 많은 지원과 배려를 해주셨습니다. 다만 그동안은 저 혼자 하는 일에 익숙해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다가 이제는 학교에서 다른 선생님, 학생들과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보니 어려운 점이 당연히 생기게 되네요. 수업이나 현장학습 때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시행해 보곤 하지만 일부 따르지 않는 학생들을 통제하지는 못하는 부분이 생기니까요. 학교에서 저에게 행정업무는 가급적 주지 않으시지만 오히려 그게 다른 선생님들께 죄송하기도 하죠.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가능성이 없거나 절망적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노력하면 개선할 수 있겠다는 것을 절감하게 됐습니다.” 정부나 교육청 차원에서 시각장애인용 학습자료 개발했으면… 수업은 어떻게 진행하시나요? 학생들의 반응도 남다를 것 같은데요. “학생들이 처음에는 시각장애인이 수업을 한다니 신기해하고 대단하다고 느끼지만 그것도 잠깐이더라고요. 이제는 여러 선생님 중의 한 명일 뿐이지 크게 다르게 느끼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수업은 학교의 지원으로 협력교사(강사)와 함께 진행합니다. 교실에 교사 둘이 동시에 들어와 교과서를 나눠서 가르치는 겁니다. 제 입장에서는 학생들을 통제하기에 수월하고 시각 자료를 주로 사용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도 부족한 부분이 발생하지 않아 더 안심할 수도 있지요. 그러나 두 선생님이 수업을 같이 연구하고 진행하는 코티칭(Co-teaching)과는 다릅니다. 그 강사 분이 제 수업을 도와주기 위한 보조교사도 아닙니다. 그렇다보니 일부 수업이 겹치거나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어 너무 좋은 지원이기는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습니다. 올해는 학교에서 보조교사로 채용을 해주신다고 합니다. 많은 지원에 더 책임감이 생깁니다. 교과서는 미리 시각장애인복지관에 맡겨 컴퓨터에서 음성인식시스템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작업을 해놓습니다. 그것을 통해 수업 준비를 하게 되죠. 보이지 않기 때문에 교과서를 모두 외워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업준비 과정에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제안을 해놓은 것도 있습니다. 아직은 교과서나 공문서를 점자나 음성인식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해 개인적으로 복지관을 찾아 의뢰해야 합니다. 그러나 점차 장애인 교사나 공무원의 임용이 늘어나는 만큼 이제는 개인적으로 의뢰하기보다는 정부나 교육청 차원에서 연계돼 이같은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년 동안 학교생활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신 적이 있나요? “저희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1인 1계발 활동을 맡아야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점자부’를 만들었습니다. 시각장애인 체험을 하고 점자를 읽는 방법을 가르쳤습니다. 점자부 활동 두 번째 시간이 마침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첫 시간에 배운 점자를 이용해 편지를 써가지고 온 겁니다. 물론 하루밖에 배우지 않아 틀린 부분이 더 많긴 했지만 아이들의 정성에 감동을 받았지요. 영어에 관심을 갖고 영어선생님을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영어는 중학교 때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보러 가고 싶다, 영어로 된 축구기사나 소설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런 게 영어공부에 대한 강한 동기로 작용했던 것 같네요. 그러다보니 우선 쉬운 영어 교과서, 문법책, 단어장부터 차근차근 보게 됐습니다. 학생들에게도 영어를 공부로 느끼게 하지 않으려고 해리포터나 트와일라잇 소설 자료 등을 주기도 하죠. 공주대학교 특수교육과를 들어가서도 1학년 2학기부터 영어교육을 복수전공하기 위해 수업을 들었습니다. 영어교육 자체에 흥미를 많이 느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3학년부터는 교직으로 나가기로 결정하고 공부를 했습니다.” “장애인도 본인의지만 있으면 기회는 많다” 장애인이라서 느낀 불편이나 심적 갈등은 없으셨나요? “저는 다섯 살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기 시작해 이제는 빛만 감지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너무 어린 나이부터 시각 장애가 있었기 때문에 장애 자체에 크게 불편을 느끼지 못했고 ‘나만 왜 이런 걸까?’ 하는 고민도 별로 없이 자랐습니다. 시각장애인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주변 친구들도 대부분 시각 장애가 있었고, 대학도 국립대학이고 특수교육으로 유명해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장애인에 대한 시설도 잘 돼 있었습니다. 장애라는 게 저에게 큰 의미는 없었던 거죠. 우리나라도 이제는 장애인의 교육을 위한 시설이나 지원이 제대로 갖춰져 있어서 임용시험에 합격하기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장애인이라도 본인이 공부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기회는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취업에는 여전히 장벽이 높은 게 사실입니다. 대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가면서 제도보다 사람들의 장애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제도 자체가 오랫동안 뿌리내려와서인 것일 수도 있겠죠. 우리나라는 이제 제도가 막 시작된 만큼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앞으로 장애인 교사들이 늘어날 텐데 제안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아직 현실은 어렵습니다. 학교장의 재량이나 개인의 능력만으로 해결하라는 식으로 무조건 학교에 교사를 배치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현재로서는 수십 년간 닫혀있던 문을 조금 열어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는 장애인들이 교직에도 더 많이 진출하는 만큼 이에 대한 지원책이나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겁니다. 사람이 날개가 없지만 왜 날개가 없냐며 불평을 하지는 않잖습니까? 그것에 그냥 적응하며 살게 되죠. 하지만 라이트 형제들은 날개가 없다는 것에 불만을 느끼며 비행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시각장애인 교사면 불편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버리기보다는 우리 교직사회에서도 이들의 불편을 없앨 수 있는 상상력을 발휘해 주셨으면 합니다.”
확고한 교육관과 헌신이 빚어낸 기적 1년 새 늘어난 학생 수 133명, 작년 이맘때 전교생 54명의 두 배가 넘는 학생이 강원 춘천 금병초를 새로 찾았다. 수용시설이 부족해 대기하고 있는 학생도 70명이나 된다. 금병초의 무엇이 이렇게 많은 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그것은 바로 이 학교 서대식 교장의 확고한 교육관과 그것을 뒷받침한 교직원들의 헌신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교육현장에는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개념이 명확치 않거나 서로 중복 · 상충되는 것도 많아 혼란도 적지 않다. 이런 교육계 전반의 상황과 비교해 금병초의 교육목표는 무척 담백하고 명확하다. 서 교장이 말하는 금병초 교육의 초점은 ‘관계형성’이다. 이를 위해 ‘나와 나’, ‘나와 남’, ‘나와 그들’, ‘나와 자연’을 교육의 네 가지 근간으로 삼았다. 경쟁 상대는 자신, 서로 도우며 목표 이루도록 우선 교육의 출발점이 되는 ‘나와 나’는 학생으로 하여금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가를 깨닫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강조되는 것이 바로 ‘체험’이다. 파편화되어 있는 지식은 체험을 통해 느낌으로서 온전히 학습자의 것이 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교장은 이를 ‘아하 교육’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금병초는 전체 교육과정의 2/5를 체험활동으로 운영한다. 자신을 알면 스스로 목표를 세워 자신과 경쟁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타인과의 경쟁에서 벗어나 자기주도학습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금병초의 수업은 개별학습으로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학생 수가 많아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진도별 학습동아리 형태의 조별 협동학습을 하도록 한다. 자신이 정한 바를 이루는 것이 목표가 되므로, 타인을 경쟁의 상대가 아닌, 목표 달성을 위한 협력자로 보게 된다. 이것이 두 번째 근간으로 언급된 ‘나와 남’이 강조하는 것이다. 서 교장은 이것을 ‘된사람 교육’이라고 이름 붙였다. 수업시간뿐만 아니라 방과후수업에도 학생들끼리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는 협동학습을 통해 이를 스스로 깨달아가도록 한다. 36개 방과후수업 모두 경험하며 진로탐색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방과후수업이다. 작은 학교 규모에 비해 36가지나 되는 방과후수업이 운영되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 운영방식이 더욱 독특하다. 방과후학교 특기 · 적성교육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정규교육과정에서 다루지 못하는 것을 꾸준히 배우도록 하거나 배우는 것을 더 심도 있게 가르치는 방식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금병초에서는 1년에 4번씩 방과후수업을 바꿔 들으면서, 졸업 때까지 거의 모든 방과후수업을 경험하도록 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것을 맛보라는 것이다. 이렇게 여러 분야를 경험한 후 보다 심도 있는 내용은 동아리활동을 통해 배워나가도록 한다. 실력이 좋든 그렇지 못하든 좋아하는 아이들이 학년 상관없이 서로 보고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좋아서 하기 때문에 힘들어도 쉽게 이탈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같은 눈높이에서 묻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 어지간한 전문가에게 수업 받는 것 이상의 효과를 얻고 있다. 지역사회와 더불어 풍요로워지는 교육 세 번째 근간인 ‘나와 그들’은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의미한다. 서 교장은 “학교는 지역사회 언로의 중심이자 역사의 증인이며 전통의 통로입니다. 그러한 학교를 교사만 가지고 이끌어간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라고 말하며,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협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지난해 부임 후 곧바로 지역 유력인사 100여명을 초청해 학교발전위를 구성했다. 네 번째 ‘나와 자연’은 말 그대로 삶의 원천인 자연을 통한 교육을 일컫는다. 심은 대로 거둔다는 거짓 없는 자연의 순리를 통해 삶의 원리를 깨닫는 한편, 생명의 소중함을 나누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지역사회와 자연을 통한 대표적인 교육프로그램 중 하나가 논과 밭을 통한 체험학습과 ‘김유정 닮아가기’다. 논 · 밭에서 자라나는 ‘꿈동이’들 지역주민이 무상으로 임대해준 논과 밭에서는 1년 내내 체험학습이 이뤄진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교생이 직접 논에 나가 모심기부터 타작까지 일 년 농사를 직접 지어보고, 수확 후에는 수확한 곡식으로 떡을 만들고, 남은 볏짚으로는 가족, 지역주민들과 함께 새끼를 꼬며 전통문화에 대해 배운다. 유기농법으로 수확한 모든 작물은 급식에 활용되는데, 단순히 건강한 먹거리를 확보한다는 차원을 넘어 여러 방면의 학습효과가 크다. 가령, 채소를 먹을 때는 마트에서 판매되는 일반 채소에 비해 왜 더 거친지를 병충해와 관련지어 생각해보도록 하고, 좀 더 나아가서는 좋은 먹거리를 고르는 방법까지 알게 한다. ‘김유정 닮아가기’는 고장이 낳은 인물인 김유정의 삶과 문학세계에 대해 배우고, 롤모델로 삼아 닮아가는 과정을 통해 풍부한 감수성과 좋은 인성을 가진 균형잡힌 인재로 성장하는 것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 인근의 김유정 문학촌과 연계해 이뤄진다. “행복한 생활 속에서 밝은 미래 준비해야” 초등학교에서는 꿈을 찾아 심기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그것을 구체화해나가는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너무 조급하게 이루려는 나머지 많은 희생을 하면서도, 상당수 학생들이 대학 입학 시까지 진로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1년 사이에 저희 학교에 많은 학생들이 전학오면서, 학부모님들의 기대도 다양해졌습니다. 일부 학부모님들은 ‘새롭게 가르친다더니, 놀기만 한다’고 볼멘소리를 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곧 저희 금병초의 교육에 만족하게 되실 겁니다. 점수를 학력의 척도로 여기지는 않지만, 실제로 저희 금병초등학교의 교육의 성과는 점수에도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6학년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들 수 있습니다. 학기초에 전체 학생인 22명 중 3명이 ‘부진’, 22명은 ‘중간’이었던 것이, 학기말에 가서는 ‘부진’ 0명에, ‘우수’ 90%, ‘중간’ 10%로 개선됐습니다. 점수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마음껏 해보도록 한 것이 자기주도학습으로 이어졌기 때문이지요. 1990년대 중반이후 신자유주의 이론이 교육계에 들어오면서, 학생 간, 학교 간 경쟁구도가 지나치게 강조됐습니다. ‘학력’ 개념도 너무 계량화 되어버렸죠. 학교가 점수에 따라 학생들을 줄세우는 삭막한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이런 왜곡된 현실에서 벗어나 좀 더 행복한 생활 속에서 생활에 잘 적용될 수 있는 학습역량을 갖추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불법 이민자가 급증해 이들을 위한 교육기회 제공, 법적 지위 부여 등에 드는 사회적 비용이 막대해지면서 이민자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이민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쉽지만은 않은 일로 보인다. 불법 이민자가 급증해 이들을 위한 교육기회 제공, 법적 지위 부여 등에 드는 사회적 비용이 막대해지면서 이민자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이민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쉽지만은 않은 일로 보인다. 법안의 머릿자를 따서 DREAM법안으로 불리는 ‘미성년 (불법)이민자들의 교육, 구제, 개발을 위한 법 (Development, Relief and Education for Alien Minors Act)’은 부모를 따라 불법으로 이주해 미국에서 체류하게 된 젊은 세대들을 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안된 법이다. 특히 이 법률은 미국에서 대부분의 교육을 받았어도 부모로 인해 물려받은 불안정한 법적 지위로 인해 진로에 장애를 겪고 있는 수많은 젊은 이민자를 구제할 수 있을 것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법안이다. 부모의 손에 이끌려 입국해 선택의 여지없이 미국에서 불법으로 체류하면서 초 · 중등교육을 받으며 성장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젊은이들의 경우, 비록 법적인 지위는 불완전하다 하더라도 문화 · 사회적 측면 혹은 언어적인 측면에서 ‘미국인’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 DREAM법안을 지지하는 측의 입장이다. 이들에 의하면, 매해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300만여 학생 중 약 6만 5000명의 학생들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불법체류자 딱지로 인해 진로 모색과 진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민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사회의 역사적인 배경을 생각해 볼 때 큰 어려움 없이 입법화될 것처럼 보였던 이 DREAM법안이 사실상 10년 이상 표류하고 있고 향후 입법가능성까지 불투명해 진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올해만 해도 우여곡절 끝에 이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되었으나, 상원에서 또 다시 좌절됨으로서 2012년까지는 입법화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애초에 DREAM법안은 2001년 공화당 상원 해치 의원에 의해 제안된 이후 양당 모두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현재는 2011년 의회의 주도권을 갖게 된 공화당 다수 의원이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비록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서 DREAM법안을 지지하는 민주당 측에서는 이 법안이 미국민의 고등교육 이수율을 높이고, 군사력을 강화하며 나아가 미국 경제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적극적으로 홍보 전략을 펴고 있지만, 이의 입법화를 저지하고 있는 공화당의 입장 또한 만만치 않다. 공화당의 한 상원의원은 DREAM법이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가 나서서 보상하자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 법안은 미국입법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안이 미국 이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만큼 DREAM법안의 계속된 입법 실패에 대해 실망한 이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이들 중 일부는 남미계를 비롯해 이민자들의 표를 모아 DREAM법안에 반대한 상원의원들을 투표를 통해 심판해 주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 사회가 이민자 집단을 성공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이민자 개인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에도 중요한 일임에 분명하다. 불법이민자 그룹 내에서도 많은 가능성을 지닌 젊은이, 특히 높은 교육 수준을 보이는 이들을 주류사회가 등지게 된다면, 거시적인 입장에서 볼 때 미국사회에 전혀 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사회가 이미 많은 비용을 들여 교육 및 각종 사회 서비스를 제공해 온 이들에게 ‘기회의 땅’인 미국에서 마음껏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전체 사회에 보탬이 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DREAM 법안의 귀추가 주목된다.
[PART VIEW]지난 2월초 중국 교육부는 올해의 교육관련 정책을 담은 교육 업무 요점을 공포하였다. 이번 업무 계획의 중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취학전 교육의 발전을 위해 유치원의 교육적 능력을 강조하는 ‘학전교육 3년행동 계획’을 본격적으로 실시한다. 이를 위해 농촌 취학전 교육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중서부 낙후된 농촌지역의 유치원 건설 지원 및 이들에 대한 교구, 도서 등의 교육 설비 제공도 확대할 예정이다. ‘3~6세 아동 학습과 발전 지침’, ‘유치원업무규정’ 등을 반포해 유치원 교육 업무에 대한 지도와 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다. 둘째, 인재양성의 방식을 새롭게 정비할 예정이다. 그동안 추진해온 소질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교재, 교육방법, 평가제도에 대한 개혁을 통해 학생들의 독립적인 사고를 배양하고, 창조적인 능력을 기르도록 할 계획이다. 초등학생의 학습부담 경감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를 반영해 과제 부담을 경감시키는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셋째, 체력과 미적 능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다. 학생들의 체력을 기르기 위해 ‘억만양광체육운동(億萬陽光體育運動)’ 및 ‘국가학생체질건강표준’의 확대 실시, 체육 · 예술 2+1 프로젝트의 전면 실시, 매일 1시간씩 학교체육활동 실시 등의 노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심미교육을 강화해 예술을 학교활동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학교 국방교육의 강화, 중국의 고전 및 경전 낭독, 규범화된 한자 서법교육 강화 등을 강조할 예정이다. 넷째, 고등학교 교육의 발전을 위한 조치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일반 고등학교 발전 지도 강요’를 제정하고, 개혁과 관련한 시범학교를 운영해 고등학교 교육의 발전을 촉진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일반 고등학교 학업수준시험의 전면적인 실시, 학생종합소질평가의 철저한 추진 등이 포함된다. 다섯째, 교사관리 제도의 개혁을 강조할 예정이다. 교사 선발 및 임용과 관련한 국가 표준의 제정, 성(省)단위의 교원 시험 실시, 현(縣) 단위의 교사 초빙, 학교 단위의 교사 채용 등 교직으로의 진입과 관련된 제도를 정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교사 자격시험 개혁의 시범 지역을 선정 · 운영하고, ‘초중학교 교사 자격시험 표준’과 ‘시험대강’을 발표할 예정이다. 5년 주기로 교사 자격 정기 등기 제도를 시행하고, 농촌교사들에 대한 특수 직장 수당개혁도 시범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교사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해외 훈련 제도를 현실화할 예정이다. 여섯째, 교육의 대외개방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중국정부는 중외합작 학교의 운영을 위한 지도자 그룹 및 전국 중외합작 학교운영 전문가 평의위원회를 구성하고, 해외의 질 높은 교육자원을 중국 내로 끌어들일 예정이다. 외국 유학생들을 중국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유학중국계획’을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장학금 규모를 확대하고, 중국유학 시범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그리고 중국 문화의 해외 전파를 위하여 ‘한어국제교육발전계획’을 제정하고, 중국 문화 전파의 전진 기지인 공자학원의 발전을 위해 훌륭한 교사를 선발해 해외로 파견하고, 중국어 교재 개발, 공자학원 관련 규정 관리, 공자학원의 발전을 위한 평가체제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처럼 2011년 중국 교육부는 그동안 미비했던 교육관련 법률을 완비하고, 취학전 교육과 빈곤지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며, 대외적인 교육 개방을 통한 중국 교육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PART VIEW]독일 대학에선 이미 노령화 사회의 부작용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고학력 노령인구가 늘면서 독일 대학에 등록해서 청강하는 50세 이상의 장년층이 늘고 있다. 독일 대학에는 50세 이상의 장년층들이 약간의 학생회비만 내고 청강생으로 등록하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젊은 시절 생업에 종사하느라 접어야 했던 교양·지식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키려는 것이다. 이들은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아 진지하게 수업준비를 한다. 강의시간 직전에 헐레벌떡 강의실에 뛰어 들어오는 어린 학생들과 대조적이다. 뮌스터 대학의 거대 강의실의 신학 수업의 앞자리도 여느 때와 같이 앞자리는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 차지이다. 뮌스터 대학 신학과의 마틴 에브너(54세)교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그는 노인 청강생들이 정규 수업엔 못 오게 할 방침이다. 그의 강의에는 젊은 학생들보다 노인 청강생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는 20명, 다음엔 50명 그러다 어느새 강의실의 반을 노인들이 차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노인 청강생을 강의실에 들여 놓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는 50세 이상 청강생 규정에 어긋난다. 젊은이와 노인이 함께 공부하며 서로에게서 배우도록 한다는 취지로 80년대에 시작된 ‘일반 대학 노인 청강생 제도’는 혁신적이었다. 하지만 노인 청강생이 학업분위기를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대학생들이 증가하는 등 실상은 부정적이다. 한 예로 뮌스터 대학에서 교사과정을 공부하는 율리아 바이넨은 첫 학기 노인 청강생들이 매우 친절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율리아는 노인 청강생들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는 “많은 노인 청강생들은 강의를 이미 몇 번 씩 반복해서 들었다. 어떤 할아버지는 수업 시간에 교수가 다 아는 이야기를 또 한다고 불평하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복사물 수업 자료를 이들 노인 청강생들이 가져가면서 부족한 사태도 있다. 대학 노인 청강생들의 수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뮌스터 대학은 1986년에 213명의 노인 청강생을 받아들이면서 처음 이 제도를 시작했다. 현재 노인 청강생은 10배로 늘어난 2300명이다. 현재 전국 독일 대학에 등록된 50세 이상의 장년층 학생 수는 모두 2만 2000명이다. 1995년까지만 해도 절반이었다. 이미 대부분의 대학들이 노인청강생을 위한 사무실을 따로 두고 있다. 노인 청강생이 한 학기에 내는 청강회비는 100유로다. 젊은 학생들과 노인 청강생들의 공통된 관심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독일 대학의 학습 환경은 악화일로여서 강의실 부족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젊은이와 노인 청강생들 사이의 자리 쟁탈전에서 오가는 대화들은 곱지만은 않다. 이제 대학들도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젊은 대학생과 노인 청강생들 간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강의실 앞의 두세 줄은 젊은 대학생들만 앉을 수 있는 규정을 만든 대학들도 많다. 뮌헨 루트비히막시밀리안대학은 이번 학기부터 노인 청강생들로 인한 갈등을 피하기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열기로 했다. 노인 청강생들만 들을 수 있는 강의도 새로 개설했다. 뮌스터 대학의 신학과 에브너 교수는 해결책으로 주말에 노인 청강생을 위한 강의를 따로 한다. 요한 볼프강 괴테 대학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대학 당국은 노인청강생대학과정을 아예 따로 개설했다.
[PART VIEW]아직 생소한 개발교육 지난해 아이티에서는 지진으로 약 23만 명이 사망했고, 150만 명 이상이 집을 잃고 난민촌 신세를 지게 됐다. 2008년 한 해 전세계적으로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은 270만 명이며, 사망한 인구는 200만 명에 달한다. 에이즈 때문에 부모를 잃어 고아가 된 18세 이하 아동도 1750만 명이나 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전쟁, 재난,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 이들에 대해 우리 국민은 상당히 무감각한 편이다. 필자는 그 이유가 교육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개발교육에 있다고 확신한다. 개발교육(Development education)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용어다. 특정 교과에 대한 교육을 교과목의 이름을 따서 국어교육, 영어교육 등으로 부르듯 개발에 대한 교육을 개발교육이라고 부른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개발교육을 ‘이 세계가 가난, 지구 온난화와 전쟁 등과 같은 외부 불경제를 창출하는 사회라는 것을 이해시키는 교육’이라고 정의했다. 즉, 개발교육은 국제 사회 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이해시킴으로써 지속가능한 개발과 빈곤 감소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지시키는 교육을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개발원조위원회(OECD DAC)는 회원국들에게 정부부처나 기관들을 통해서 개발교육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아직 대부분의 개발교육은 비정부 기구(NGO)에 위탁돼 있지만, 핀란드, 아일랜드,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국민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일랜드의 경우 개발협력부(Irish Aid)와 국가교육과정평가위원회(NCCA)가 협력해 해외 개발활동, 인권, 지속가능한 개발, 환경, 빈곤, 평화와 같은 의제를 중등 사회과 교육과정에 편성했다. 그리고 개발교육을 교과에 연계해 가르칠 수 있도록 미술과 개발교육, 경제와 개발교육 등의 교수 · 학습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32개 학교에는 다양한 교육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며, 6명의 교사를 감비아에 파견하기도 했다. 외화내빈의 원조 공여국 대한민국 우리나라에서는 국민 인식제고를 위해 외교통상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국제개발협력 관련 서적을 발간하고 포럼을 개최하는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에 아직 미흡한 편이다. 교육부문에서도 역시 올해부터 적용되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세계화에 관한 부분이 많이 보완되기는 했지만 공적개발원조, 새천년개발목표, 빈곤퇴치 등 개발교육에 관한 내용은 여전히 부족하다. 2010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개발원조위원회(OECD DAC)의 24번째 회원국으로서 첫 활동을 시작했고, 11월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는 개발문제를 의제로 제시함으로써 더 이상 원조 수여국이 아닌 공여국이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주었다. 올해도 역시 개발협력분야의 정상회담이라고 할 수 있는 제4차 원조 효과 고위급회의가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외적인 활동에 비해 대내적인 활동과 국민들의 관심은 여전히 미흡하다. 한국이 개발 공여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를 위해 개발교육 관련 내용을 교육과정에 체계적으로 편성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며, 학교현장에서도 개발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세계시민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Mentee 심은경 | 충남 당진 원당중 교사 안녕하세요. 저는 교직 15년차 중견교사입니다. 나름대로 전문성을 갖추고 소명의식과 의욕으로 교단에 서지만 홍수처럼 밀려드는 새로운 업무에 쫓기다보면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는 아쉬움과 불안함이 있습니다. 젊은 교사였을 땐 아이들도 많이 따르고 특별한 준비가 없어도 학생들이 수업을 재미있어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고루하고 따분한 교사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언제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미래를 심어주는 존경받는 스승이 되고 싶은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동료에게 좋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Mentor 강연주 | 충남 공주 장기중 수석교사 먼저 적지 않은 교직 경력임에도 끊임없이 발전하고자 노력하시는 선생님의 열정과 사명감에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 아마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고민은 현장 교사라면 누구나 느끼고 생각해 본 문제점일 것입니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생활 속에서 자신의 전문성에 한계를 느껴 좀 더 멀리, 깊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교사의 첫 번째 의무인 수업은 단순한 지식 전달의 도구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교사는 자신의 수업전문성이나 교사 역량에 대한 지속적인 검증과 발전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제 교실은 더 이상 교사와 학생들만의 ‘비밀의 화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수업을 하고 싶은 선생님의 고민 해결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수업 관련 연구대회에 꼭 참가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쉽게 엄두가 나지는 않으실 겁니다. 그러나 지금 선생님의 열정과 의욕이라면 저는 충분히 해 내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습니다. 현실적인 결과에 망설이지 말고 일단 시작하시면 그 단순치 않은 과정 안에서 지금까지 쌓아온 선생님의 수업지식이 정리되고 앞으로의 계획에 체계가 잡힐 것입니다. 다음으로 같은 고민을 가진 동료 선생님들과 학습동아리를 만들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서로가 필요를 느끼면서도 여건과 환경 때문에 시도하기 어려웠다면 주변의 수석교사님들께 도움을 요청하세요.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실 것입니다. 교육지원청에서 운영되고 있는 컨설팅 장학팀을 활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컨설팅 장학은 기존의 장학 개념과 달리 수요자의 자발적인 요청에 따라 이루어지며 수업 능력개발 · 학교경영 · 장학지원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 컨설턴트로 구성된 수요자 중심의 장학 지원 체제이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끝으로 내적 혁명을 일깨우는 교육 명저나 프로그램들을 늘 가까이 하셨으면 합니다. 요즘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원동연 박사의 5차원 전면학습법이나 미국 최고의 교사로 선정된 에스퀴스 선생님의 위대한 수업, EBS에서 방영한 하버드 특강 정의란 무엇인가 등을 보셨는지요. 책을 읽는 내내 ‘더 잘 할 수 있다’는 신념과 희열에 가슴이 마구 뛰더군요.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비전을 제시하고 행동으로 가르치는 교사가 된다면 스승에 대한 존경과 신뢰는 저절로 회복될 것입니다.
[PART VIEW]춘곤증도 심하면 ‘병’ 따뜻한 봄이 오면 우리 몸의 생체시계도 변한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겨우내 추운 날씨로 굳어 있던 근육이 처지고 혈관이 팽창하면서 나른함과 졸림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봄에 찾아오는 ‘춘곤증’ 증상이다. 그러나 낮에 이기지 못할 정도의 심한 졸림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밤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8~9시간이지만,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다면 6시간미만으로 자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문제는 얼마나 수면을 취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숙면’을 취했느냐이다. 정상적인 수면상태에선 급속한 안구운동이 발생하는 렘수면과 느린 운동이 발생하는 비(非)렘수면이 번갈아 나타나게 되는데, 비렘수면은 1, 2단계의 얕은 수면상태와 3, 4단계의 깊은 수면 상태로 나누어진다. 만약 잠을 자는 동안 비렘수면의 3, 4단계에 이르지 못하거나 이상이 생기면 아무리 오래 자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게 되며, 이는 수면 부족으로 이어진다. 수면장애를 초래하는 원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수면무호흡증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을 자는 동안 20~30초가량 숨을 쉬지 않는 증상이 5회 이상 반복 되는 것을 말한다. 지속되면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만약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횟수가 시간당 7번 이상이면 돌연사 할 수도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수면 부족을 일으키는 질환으로는 주기적 사지운동증, 그리고 하지초조증, 불면증, 야뇨증, 하지불안증후군 등이 있다. 그 밖에 수면제 복용 후 나타나는 잔류효과나 과음으로 인한 수면질의 저하, 또 여러 가지 중추신경계 질환의 증상때문에 낮에 심한 졸림이 나타날 수 있다. 최선의 해결책은 안정된 잠자리와 바른 생활습관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잠자리가 가장 중요하다. 우선 침실은 잠만 자는 곳으로 인식하고 소음도, 조명 등을 잠자기에 최적화시키는 것이 좋다. 또,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이다.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을 정해 생체리듬을 유지하고, 퇴근 후 지나친 음주를 피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과격한 운동보다는 가볍게 땀을 흘릴 수 있는 산책이나 자전거 타기 등이 좋다. 도움말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신 철 교수 미국수면장애협회(ASDA) ‘밤잠을 잘자는 9가지 원칙’ ① 매일 아침 같은 시각에 일어나라 ② 침실에선 잠자기와 성행위만 하라 ③ 잠자기 전에 따뜻한 물에 목욕하고 간단한 간식을 먹거나 10분 정도 책을 읽어라 ④ 저녁에 운동하라 ⑤ 규칙적으로 생활하라 ⑥ 잠자기 6시간 전에는 카페인이 든 음식을 먹지 말라 ⑦ 잠자리에 들기 전 담배를 피우지 말라 ⑧ 낮잠도 규칙적으로 자라. 하루 15~20분 정도의 낮잠은 몸에 좋다. ⑨ 수면제는 3주 이상 먹지 말고 술과 함께 복용하지 말라.
[PART VIEW]재무 관리의 진정한 의미 돈이란 시간과 마찬가지로 한정된 자원이다. 시간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일과 소중한 일,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일 등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돈의 사용도 마찬가지다. 중요하거나 급하거나 가족의 욕구를 반영한 재무적인 사안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구분해서 우선순위를 정해가며 돈을 써야만 전반적으로 무리가 없다. 이런 일련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바로 ‘가정 재무관리’, ‘가정 재무설계’이다. 취약 계층을 포함한 일반 서민들은 ‘재무 관리’와 ‘재무 설계’를 소득이나 자산이 아주 많아 혼자 스스로 감당이 안 되는 부자들이나 돈이 많은 사람들이 받는 컨설팅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런 상담은 재무 컨설팅 혹은 재무 관리라기보다는 자산 포트폴리오에 대한 컨설팅이다. 즉 재테크적인 측면이 부각된 자산 분배 및 투자에 대한 부분이 강조된 재무 상담이다. 온라인 포탈 등에서 정의하는 사전적인 의미의 재무 설계를 보면 부자가 되기 위한 첫 걸음으로써 재무상태를 파악하는 것 또는 라이프 사이클을 고려한 돈에 대한 계획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자산 포트폴리오와 금융 상품 가입 및 투자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많은 가정 경제의 현금 흐름이 꽉 막히다 못해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오게 된 상황에 대해, 오로지 재테크 기법과 기술만 강조한 기존의 잘못된 재무설계와 상담의 책임이 적지 않다. 거기에, “친구가 부자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큼 사람들의 안락과 판단력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없다”는 찰스 킨들버그의 표현처럼 우리 안에 내재된 야성적인 충동과 부에 대해 비판 없이 추종하는 본능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잘못된 재무 설계와 상담으로 망가진 가계 돈 관리 일반인 뿐만 아니라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재무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기존에 받은 재무설계 서비스로 인해 오히려 가계의 수지 균형이 깨진 경우를 자주 접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재무 설계사가 상담 서비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정의 돈 문제와 재무적인 이벤트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알려주는 것은 금융 상품 가입 혹은 직 · 간접 투자다. 즉, 상품에 가입하거나 어디에 투자를 하면 그동안 머리 아프게 고민했던 장래의 돈에 대한 걱정이 눈 녹듯 사라지며, 향후에는 다리 뻗고 편안한 잠자리가 보장될 것이라고 감언이설로 고객을 꼬이고 설득하여 판단을 흐리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가입한 금융 상품을 유지해야만 한다는 학습 효과와 더불어 돈 걱정에서 자유롭고 싶은 고객의 본능이 만나서 역(逆)시너지 효과를 가계의 현금 흐름에 몰고 오게 된다. 이러한 예로 적자 현금 흐름의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 가입한 상품을 유지하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에서 자동이체를 시키거나 더한 경우, 신용카드의 현금 서비스를 이용해 매월 납입하거나 투자하는 형태를 들 수 있다. 집 사는 데는 큰 빚도 겁내지 않는 사람들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절대로 이해가 안 되겠지만, 우리 모두는 이러한 심리적 기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 증거로 현재 우리나라에는 내 집 혹은 내가 거주하고 있는 전 · 월셋집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이라는 부채를 끼지 않은 집이 거의 없다 싶을 만큼 우리는 빚내서 투자하거나 원하는 재무적인 목표를 달성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50만 원 미만의 개인연금이나 펀드를 유지하기 위해 빚을 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1억 가까이 혹은 그 이상의 부채를 일으켜 집을 구입하거나 거주할 곳을 마련하는 것은 괜찮다고 여기는 것은 잘못된 돈에 대한 학습 효과 즉, 재무설계를 통해 얻어진 결과다. 결국 감당하기 어려워진 금융비용으로 일상적인 생활이 곤란해질 대로 곤란해진 고객들은 금융 상품 가입을 강요하지 않는, 혹은 금융 상품 가입을 권유하지 않는 재무 상담가를 찾아 떠돌아다니게 된다. 그도 안 되면, 누적된 적자 현금 흐름의 구조를 개선하고 부채를 갚기 위해 결국, 빚내서 유지해온 금융 상품과 투자 자산을 처분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금융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도구가 재무 설계? 애초에 재무설계는 소득과 지출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어야 한다. 생애 현금흐름을 안정시키기 위해 과도한 투자를 경계하도록 위험을 적극적으로 인지시켜 주어야 한다. 또한 올바른 소비 예산을 수립하도록 도와주면서 균형 잡힌 재정 구조 속에서 합리적인 자금관리를 하도록 조언을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금융회사에서 유행처럼 번진 재무 설계는 판매를 위한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 소비 예산 수립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철학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학습조차 되지 않은 판매인들에 의해 소비자들은 ‘재무 설계=보험과 펀드 판매’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소비자들은 금융판매와 관련된 재무 설계사를 만나 저축여력의 대부분을 사용해 보험이나 펀드 같은 장기 상품에 가입하는 오류를 범했다. 심지어 은행에서는 재무 설계 방안으로 고객에게 레버리지를 활용해 집을 마련하라고까지 위험한 조언을 제시한다. 레버리지(Leverage)는 ‘지렛대’라는 말로 빚을 지렛대 삼아 큰 수익을 챙기는 투자 기법이다. 거주할 내 집을 사는데 빚을 지렛대 삼아 큰 수익을 내라니 도대체 앞뒤가 안 맞는 말을 재무 설계안이라고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집은 빚내서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왜곡된 프레임을 퍼트리는 주범이 아닐 수 없다. 금융 기관의 재무 설계 샘플을 한마디로 정리해보면 집은 빚내서 사고, 교육비는 장기주택 마련 펀드로 해결하고 노후는 변액 보험으로 하라는 결론이다. 그러한 단순하고 무지한 재무 설계안을 제시하기 위해 해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 기관에서는 국제 공인 재무 설계사 자격시험(이름이 공인일 뿐, 실제로는 공인 자격이 아닌 민간 자격제도임)에 수많은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일례로 은행의 재무 설계안은 판매자 입장에서는 한 고객에게서 보험과 펀드, 대출까지 다양한 금융 상품을 한 번의 상담으로 가입하도록 권유할 수 있는 멋진 기회이다. 은행뿐 아니라 보험회사 설계사 혹은 소위 중개 수수료가 수익구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GA(General Agency : 여러 보험사와 제휴를 통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독립법인대리점)의 설계사들 모두 이런 원스톱 판매에 따른 수수료와 이익에 대한 매력으로 한 때는 재무 설계 비법 공부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 사이 하루하루 간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많은 소비자들이 금융상품으로 인해 돈을 까먹거나 중요한 재무적 의사결정을 포기해야만 했다. 복잡해진 가계 재무관리 이젠 개인이 감당하기 벅차 이제 일반 가정의 현금 흐름과 보유한 금융상품은 어지간한 중소기업만큼 복잡해져, 개인이 스스로 재무 관리를 하기 쉽지 않은 지경까지 와 버렸다. 원인은 기존의 잘못된 재무 설계 서비스 덕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양심적이면서도 제대로 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다. 만약, 현재 우리 가계의 현금 흐름 및 자산/부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거나 이전에 받은 재무 상담 때 가입한 금융 상품 및 투자에 대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면 더 늦기 전에 객관적이며 양심적인 상담사로부터 재무 상담 서비스를 받아보기를 권한다.
[PART VIEW]‘종이나 헝겊 따위의 거죽에 부풀어 일어나는 몹시 가는 털’을 ‘보풀’이라고 한다. 이 보풀의 낱낱의 올을 ‘보푸라기’라고 하는데 ‘보풀’과 ‘보푸라기’의 어원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뜻밖의 단어 ‘뽐내다’를 만나게 된다. 오늘은 이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 ‘부풀다’의 작은말에서 온 ‘보풀’ ‘보풀’의 뜻을 다시 읽어보면 그 속에는 ‘부풀다’라는 말이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부풀다’에 대해서 ‘①종이나 헝겊 따위의 거죽에 부풀이 일어나다’ 또는 ‘②물체가 늘어나면서 부피가 커지다’로 뜻풀이하고 작은말로 ‘보풀다’를 연결하고 있다. ‘보풀’과 ‘보푸라기’를 ‘부풀다-보풀다’의 관계와 관련지어 보면 우리는 쉽게 ‘부풀’과 ‘부푸러기’같은 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우리는 그동안 관심을 기울여 오지 못한 두 가지 사실을 알아낼 수 있다. ‘보풀’은 ‘부풀다’의 작은 말인 ‘보풀다’라는 말과 상관이 있고 우리말에는 ‘보풀’의 큰말로 ‘부풀’이 있다는 것이다. ‘보풀’의 ‘오라기’가 ‘보푸라기’인데 대해서 ‘부풀’의 ‘오라기’는 ‘부푸러기’이다. 물론 우리 국어사전에는 ‘보풀’, ‘부풀’도 있고 ‘보풀다’, ‘부풀다’도 있으며 ‘보푸라기’, ‘부푸러기’가 모두 등재되어 있다. 이렇게 서로 어근이 관련된 단어들을 단어들의 가족이라는 뜻에서 단어족(單語族)이라고 부른다. 우리말로는 ‘낱말겨레’라고 할 만한다. ‘부피’에서 유추되는 옛말 ‘*붚다’ ‘보풀’의 낱말겨레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부풀다’의 뜻풀이 ‘물체가 늘어나면서 부피가 커지다’에 있는 ‘부피’에 관심을 기울여 보자. 낱말겨레의 관점에서 보면 ‘보푸라기’의 뜻풀이에 들어 있는 ‘부풀다’와 ‘부풀다’의 뜻풀이에 들어 있는 ‘부피’ 사이에 뭔가 심상치 않은 관계가 느껴진다. ‘부피’의 옛말은 ‘부픠’였다. ‘부픠’에 들어 있는 ‘-의’는 우리 옛말에서 형용사를 명사로 만들어주는 접미사이다. 형용사 ‘길다’의 어간 ‘길-’에 ‘-의’가 붙으면 ‘길-의→기릐’가 되는데 이 말이 변해서 지금의 ‘길이’가 된 것이다. 형용사 ‘크다’의 어간 ‘크-’에 ‘-의’가 붙으면 ‘크-의→킈’가 되는데 ‘킈’는 지금의 ‘키’에 이어지고, 형용사 ‘넓다’의 어간 ‘넓-’에 ‘-의’가 붙으면 ‘넓-의→널븨’를 거쳐 지금의 ‘넓이’에 이어진다. 이와 같이 접미사 ‘-의’는 형용사를 척도(尺度)를 나타내는 명사로 만들어 주는 접미사이니 ‘부피’의 옛말 ‘부픠’를 고려한다면 이 단어가 만들어지던 당시에는 ‘*붚다’라는 형용사가 있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부픠부피’는 바로 이 형용사 ‘*붚다’로부터 나온 말이라는 것이다. ‘부피’의 뜻이 ‘넓이와 높이를 가진 물건이 공간에서 차지하는 크기’임을 고려한다면 옛말 ‘*붚다’의 뜻은 ‘(무엇이) 바람 따위가 들어가서 공간이 넓다’의 뜻을 지닌 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옛말 사전을 뒤지다 보면 ‘*붚다’의 ‘*붚’과 관련된 뜻밖의 단어를 만나게 된다. 그것은 ‘북’의 옛말 ‘붑’이다. ‘붑’은 흔히 ‘붑 고[鼓] 훈몽자회 中 28’나 ‘갓붑 고[鼓] 유합, 14’, ‘쇠붑 종[鍾] 훈몽자회 中 32’과 같은 한자 풀이 속에서 확인되는데 그 실제 어형은 ‘붚’이다. ‘갓붑’은 ‘가죽으로 만든 북’으로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일반적인 ‘북’을 가리키던 말이고 ‘쇠붑’은 ‘쇠로 만든 북’, 즉 ‘종(鍾)’을 가리키던 말이다. 이 ‘붑’이라는 단어에는 입술을 통해서 내는 소리 ‘ㅂ’과 ‘ㅜ’가 앞뒤로 겹쳐 있다. 그런데 입술소리인 첫소리 ‘ㅂ’과 끝소리 ‘ㅂ’을 입술을 오므려서 소리 내는 ‘ㅜ’와 이어서 소리 내게 되면 발음이 분명하지 않게 될 수 있으므로 발음을 분명히 하기 위해 받침 ‘붑’의 받침 ‘ㅂ’이 ‘ㄱ’으로 바뀌어 ‘붑북’으로 된 것이다. ‘부풀다’, ‘부피’ 같은 단어들로부터 추정한 ‘*붚다’라는 단어가 중세 국어에서 ‘북’을 가리키던 말인 ‘붑’과 관련된다는 생각은 중세 국어에 ‘신다~신[靴]’, ‘띠다~띠[帶]’, ‘안다~안[內]’, ‘품다~품[抱]’, ‘빗다~빗[櫛], 밟다~발[足]’이나 ‘다(희다)~[太陽]’, ‘푸르다~풀[草]’, ‘븕다~블[火]’, ‘믉다~믈[水]’ 같은 단어들이 있음을 고려해 볼 때,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보풀, 부풀, 보푸라기, 부푸러기’로부터 ‘보풀다, 부풀다’와 ‘부피’를 거쳐 ‘북’에까지 이어지는 ‘*붚-’이라는 옛말은 현대어의 ‘북받치다’와 같은 말에도 남겨져 있다. ‘북받치다’는 ‘감정이나 힘 따위가 속에서 바깥으로 세차게 부풀어 오르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로 17세기까지만 하더라도 ‘붑바티다’로 사용되던 것이다. 이 말의 본래 형태는 아마도 ‘*붚받티다’였을 것이나 우리말 받침에서는 ‘ㅍ’이 ‘ㅂ’으로 소리나는 전통에 따라 ‘붑바티다’로만 나타난다. ‘*붚다’의 뜻을 고려한다면 이 말은 아마도 ‘가슴속에서 일어난 느낌이나 기운 따위가 바깥쪽으로 부풀어 오르며 치고 나오다’의 뜻을 지니게 되다가 지금의 ‘북받치다’로 바뀐 것이리라. ‘*봎다’에서 이어지는 현대어 ‘뽐내다’ 이렇게 ‘부피’가 지금은 없어진 옛말 ‘*붚다’에서 왔음을 고려한다면, 현대 국어의 ‘부풀다’ 역시 바로 이 ‘*붚다’에서 온 말임을 알 수 있다. 나아가서 우리말 낱말겨레의 특성에 따르면 ‘*붚다’에 대해 ‘*봎다’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 국어의 ‘보풀다’는 마땅히 이 ‘*봎다’로부터 온 말일 것이다. 실제로 중세 국어의 자료들을 찾다 보면 ‘*봎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중세 국어에는 지금은 없어진 말이지만 ‘봄놀다’라는 단어가 있었다. ‘뛰어 놀다’라는 뜻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잘 따라왔다면 이 단어가 ‘뛰어 놀다’의 뜻을 지니게 된 데에는 ‘봄’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관련될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이 단어는 본래 ‘*봅(*봎)-놀-다’의 구성에서 ‘봄놀다[躍]’로 바뀌게 된 것이다. 다만 ‘봄놀다’의 ‘놀다’가 우리가 알고 있는 ‘놀다[遊]’와는 뜻이 약간 다르다는 점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귀와 눈 사이의 맥박이 뛰는 옆얼굴의 가운데 부위를 ‘관자놀이’라고 한다. 예전에 선비들이 망건을 쓸 때, 망건의 귀밑머리 부위에 ‘관자(貫子)’를 달았는데 그 부위에서 맥박이 뛰면 관자가 함께 뛰면서 움직이는 데에서 이 부위를 ‘관자놀이’라고 한 것이다. 이때 ‘놀이’라는 말의 ‘놀다’는 ‘뛰다’의 뜻이고 그 자체로 ‘뛰놀다’의 뜻이다. ‘봄놀다’의 ‘놀다’는 바로 이때의 ‘놀다’이다. 그러면 ‘봅놀다봄놀다’는 ‘바깥쪽으로 부풀도록 뛰다’의 뜻을 지니고 있는 말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붚다’의 작은말인 ‘*봎다’가 ‘봄놀다’에 관련되어 있음을 알고 나면 ‘봄놀다’와 관련된 다른 단어들에도 눈길이 간다. ‘봄놀다’에서 온 말로 ‘봄놀이다’라는 말이 있다. ‘봄놀이다’는 ‘남에게 드러나 보이도록 뛰놀다’의 뜻으로 한자 ‘騰(오를등)’이나 ‘踊(뛸용)’의 번역어로 쓰이던 것인데 점차 ‘봄뇌다’로 바뀌었다. 이 ‘봄뇌다’가 현대 국어의 ‘뽐내다’에 이어지는 말이다. 즉 현대 국어에서 ‘의기양양하여 우쭐거리다’ 혹은 ‘드러내어 자랑하다’의 뜻인 ‘뽐내다’는 중세 국어의 ‘봄놀이다’에서 온 말로서 기원적으로는 ‘*봎-놀-이-다’의 구성에서 발달한 말임을 알 수 있다. 그 뜻은 ‘뛰어올라서 드러나게 자랑하다’ 혹은 ‘부풀려서 자랑하다’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보풀’이나 ‘보푸라기’ 같은 보잘것없는 단어 하나에서도 우리는 ‘부피’와 ‘북’을 거쳐서 ‘뽐내다’에 이르기까지 우리말의 면면한 역사를 읽어낼 수 있다. 우리의 관심이 끊이지만 않는다면 더 많은 이야기들이 우리말의 단어들로부터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 속에 바로 우리의 시(詩)가 있고 우리의 소설(小說)이 있고 우리의 삶이 있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다 잠시 뒤돌아보면, 자신의 생각에서 한참 먼 곳에 와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어렸을 적 가슴에 품었던 큰 꿈을 거론할 것도 없이, 일상 속의 사소한 일조차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은 운명이라는 것을 믿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삶 속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시련은 그것이 크든 작든 반복될 때마다 점점 무게를 더해가는 것처럼 느껴지기 마련인데,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의지의 끈을 놓아버리면 결국 그때부터는 주변 상황에 좌지우지되는 무기력한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사람들의 무시 속에서 17년간 바보로 산 천재 이 달에 소개해 드릴 책 바보 빅터는 주변사람들의 무시를 그대로 받아들여 17년간 바보처럼 살았던 한 천재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전 국제멘사협회 회장 빅터 세리브리아코프(Victor Serebriakoff)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만 300만 부가 넘게 팔린 마시멜로 이야기의 작가 호아킴 데 포사다가 썼습니다. 주인공 빅터는 말을 더듬고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늘 학교에서 놀림을 당합니다. 더구나 IQ테스트 결과가 73으로 나온 후에는 담임선생님마저 바보에게 공부는 필요 없다며 자퇴를 종용받습니다. 이런 빅터를 아버지는 늘 격려하지만, 빅터에게 주변의 무시는 너무도 힘든 벽이었죠. 그 벽을 넘지 못한 빅터는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이렇게 ‘바보’로 살아가던 빅터가 자신의 능력을 깨닫기까지는 17년이 필요했습니다. 잃어버린 17년. 그동안 숫자에 속았고,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속았고, 세상에 속았다. 하지만 인생의 책임은 타인의 몫이 아니었다. 빅터는 이제야 깨달았다. 자신의 잠재력을 펼지치 못하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자신이었다는 것을, 자기 스스로 자신을 바보라 여겼음을. 남이 아닌 내 인생인데 정작 그 삶에 ‘나’는 없었다. 그저 세상이 붙여준 이름인 ‘바보’로만 살아갔던 것이다. 허리케인 같은 위협들이 자신을 세차게 흔들더라도, 가슴 속에 피어오른 불씨를 꺼뜨려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193쪽) “Be yourself!” 세상의 모든 일이 의지만 가지고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겉으로만 보고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해버린다면, 자기 자신의 일조차 뜻대로 하지 못하는 ‘바보’가 되어버릴 것은 확실합니다. IQ 173의 천재조차 IQ 73의 바보로 17년을 살았으니까요. 적어도 자신만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믿어야 할 것입니다. 거꾸로,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별 것 아닌 행동일지라도 타인에게 취한 부정적인 태도 하나가 그 사람의 인생을 흔들어놓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 글을 읽고 계실 선생님들께는 더욱 중요한 과제일 것입니다. 산과 달이 만나는 곳(그레이스 린. 봄나무) 가난하지만 호기심이 풍부한 소녀 ‘민리’가 달의 노인을 찾아 ‘끝이 없는 산’으로 향하는 모험을 담은 소설. 중국계 미국인 작가 그레이스 린이 쓴 이 책은 ‘중국 옛이야기 방식에 충실하면서도 시대를 초원한 모험담’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10년 뉴베리 아너 상의 영예를 안았다. 가족과 행복, 그리고 우정의 의미를 중국적 판타지에 담아냈다. 1학년 체험동화시리즈 (심후섭 저. 소담주니어) 예비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을 위해 초등학교 전 · 현직 교장들이 기획 · 집필한 학교생활 안내서. ‘입학준비’, ‘발표력’, ‘특별교실’, ‘자율성’, ‘방과후학교’ 등 5권으로 구성돼있다. 예비 초등학생의 학교 적응력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춰, 재미있는 동화형식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식물이름 수수께끼(김양진 저. 루덴스) 고려대 김양진 교수의 어원 찾기 세 번째 책. 초등 과학교과서에 나오는 식물들의 이름이 어디서 왔고, 어떤 습성을 지니고 있는지 풀이했다. 책 중간중간에 식물 이름과 관련 있는 속담을 실어, 속담을 이용해 글 쓰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했다. 앞으로 과학용어, 수학용어 등을 주제로 한 시리즈가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초등학교 인성교육 살리기(박병기 등 저. 인간사랑) 초등학교 인성교육의 ‘방법’에 초점을 두고 도덕수업을 비롯한 여러 활동을 통해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소개했다. 도덕적 이야기를 활용한 도덕수업, 도덕적 모델링을 통한 도덕수업 등 8가지 도덕수업 방법과 타 교과와의 연계를 통한 인성교육 등 인성교육 활성화 방안 5가지를 담고 있다.
[PART VIEW]하회 별신굿탈놀이는 농촌형의 서낭제 탈놀이로 12세기 중엽부터 상민(常民)들에 의해서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기 위하여 연희되어온 탈놀이다. 여느 탈춤과 달리 별신굿의 하나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별신굿은 특별한 큰 굿을 의미하며 5년 또는 10년 만에 한 번씩 열린다. 현재는 한 해에 한 번씩 진행돼 관광객이나 일반인들이 예전보다 쉽게 볼 수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굿과 탈놀이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탈놀이 자체를 굿놀이라 했으며 굿의 일부였다. 놀이를 시작하기 전 대내림을 하는데, 산주(산의 주인)가 당방울이 달린 내림대를 잡고 서낭신(성황신)을 내리면 당방울을 성황대에 옮겨 달고 성황대와 내림대를 동사 처마에 기대어 세우고 비로소 놀이가 시작된다. 하회 마을의 서낭신은 열일곱 살의 처녀신 의성 김씨라고 전해 오고 있다. 구전에 의하면 그녀는 하회탈을 만들었다는 허도령을 흠모하였는데 자신 때문에 신의 금기를 어겨 허도령이 요절하자 번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이 서낭당을 짓고 그녀를 신으로 모신 후 매년 제사를 받들었다고 한다. 다른 탈놀이에서 볼 수 없는 서낭신을 위한 무동마당, 혼례마당, 신방마당 등은 처녀신인 서낭신을 위로하는 것으로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각시의 무동마당 · 주지마당 · 백정마당 · 할미마당 · 파계승마당 · 양반과 선비마당 · 혼례마당 · 신방마당의 8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의 놀이 내용은 다른 지역과 비슷하여 지배계층인 양반과 선비의 위선과 허구성을 폭로하고 중의 파계를 통하여 당시 불교의 타락상과 종교의 허구성을 비판하며, 상민들의 어려운 삶의 애환을 풍자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백정마당에서는 양반에 대한 조롱과 모욕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상민들은 탈놀이를 통하여 자신들의 억눌린 감정과 불만을 해소할 수 있으며 양반들은 상민들의 비판과 풍자를 통하여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불만을 해소시켜 줌으로써 갈등과 저항을 줄여 상하간의 조화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었던 것이다.
3D로 재탄생한 금발 소녀, 라푼젤 익히 알다시피 라푼젤의 주요한 매력은 그 길이가 장장 21m나 되는 금발의 머리카락이다. 이 긴 머리카락을 어설프게 실사로 구현했다간 현실적 어려움은 차치하고도 시각적 만족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속에서 CG로 탄생한 라푼젤의 풍성한 금발은 환상적이라고 할 만큼 아름답다. 곱고 탐스러운 머릿결은 움직일 때마다 한 올 한 올 출렁이며 눈부신 금빛 물결을 이루어낸다. 하지만 라푼젤의 아름다움이 단지 긴 금발 하나였다면 까다로운 관객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2009년 작 공주와 개구리에서 과감하게 ‘흑인 공주’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원작동화 개구리왕자 비틀기를 시도했던 디즈니는, 이번에도 공주 캐릭터의 변신과 새로운 캐릭터의 창작으로 원작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을 시도한다. 원래 왕국의 공주로 태어난 라푼젤은 갓난아기 때 마녀 고델에게 납치된다. 출산을 앞둔 왕비의 병을 낫게 한 황금 꽃의 신비한 기운이 라푼젤에게 스며들어 모든 상처를 치유하고 젊음을 유지시켜주는 금발머리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원한 젊음을 누리고 싶었던 마녀는 라푼젤을 납치해 깊은 숲 속의 탑 꼭대기에 숨겨놓고 기른다. 18년 동안 마녀를 엄마로 알고 자란 라푼젤은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싶지만 완강한 엄마에게 말조차 꺼내지 못한다. 한편, 공주를 잃어버린 궁에선 매년 공주의 생일 때마다 수천 개의 등을 하늘 높이 띄우는 행사를 연다. 혹시 공주가 살아있다면 멀리서라도 그 등을 보고 궁으로 돌아올지 모른다는 안타까운 심정에서다. 외딴 탑 속에 고립된 라푼젤에게도 밤하늘을 눈부시게 수놓는 등불은 해마다 그 화려한 빛을 비춘다. 아름다운 등이 수놓은 풍경에 푹 빠져있던 라푼젤은 열여덟 번째 생일을 앞두고 생일 선물로 바깥 구경을 가고 싶다고 말하지만 엄마의 매서운 불호령만 떨어진다.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동화 라푼젤은 제작사 디즈니의 전통대로 귀에 착착 감기는 노래들로 등장인물의 감정을 묘사한다. 각 캐릭터의 이미지와 딱 떨어지는 배우들의 목소리가 들려주는 감미로운 노래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영화의 서사를 이끌어간다. 뮤지컬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에서 각 인물과 스토리, 그리고 노래가 찰떡궁합을 이루긴 쉽지 않다. 디즈니는 이 방면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온 오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미녀와 야수의 ‘Beauty and the Beast’, 인어공주의 ‘Under the Sea’ 등 제목만 들어도 콧노래가 흥얼거려지는 멜로디의 주제가들은 이미 우리 귀에 익숙하다. 전작들에 비해 라푼젤의 음악들은 좀 더 성숙하고 세련된 신선함을 선사한다. 단순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는 여전하지만, 분위기와 인물에 따라 때론 어둡게 때론 발랄하게 달라지는 다양한 선곡으로 영화의 결을 풍성하게 만든다. ‘When will my life begin?’이라는 라푼젤의 주제가는 엄마의 간섭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삶을 찾고 싶어 하는 18세 소녀의 마음을 가사에 녹여내는 등, 여러 노래들이 영화의 주제를 충실하게 반영한다. 현대적으로 재창조된 캐릭터들도 인상적이다. 엄마의 반대로 외출이 금지된 라푼젤은 고립된 환경에 주눅 들어 눈물만 흘리는 나약한 소녀가 아니다. 궁에서 왕관을 훔치고 우연히 탑에 숨어든 도둑 플린을 프라이팬으로 때려눕히고 등불 행사에 길안내를 해주면 왕관을 돌려주겠다 제안을 할 정도로 대범하다. 왕성한 호기심으로 탑 밖 세상으로 탈출을 감행한 라푼젤은 땅에 끌리는 긴 머리칼을 총총 땋아 동여매고 위기 상황에서 프라이팬을 휘두르는 엉뚱하면서도 당찬, 사랑스러운 소녀다. 잘생긴 외모로 여자들이 다 자신의 매력에 빠질 것이라는 믿는 ‘자뻑’ 왕자병에 용감하지만 때론 허술한 면도 있는 플린 캐릭터도 신선하다. 플린을 쫓는 왕실 경비대의 충직한 경비마 ‘맥시머스’, 라푼젤의 하나뿐인 친구이며 감정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카멜레온 ‘파스칼’ 등 동물캐릭터의 코믹한 연기도 잔재미를 준다. 플린과 라푼젤이 선술집에서 만난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들도 소소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 영화 라푼젤은 독일의 언어학자 그림 형제가 19세기 초에 창작한 동화집 그림동화중의 한 편인 이 모티브를 제공했지만, ‘마녀에 의해 탑 속에 갇힌 공주’라는 기본 골격만 따오고 다양한 재료들로 버무려서 새로운 라푼젤을 탄생시켰다. 원작은 사악한 마녀에 의해 왕자가 눈이 머는 비극적인 사건을 담고 있지만, 디즈니 버전의 라푼젤은 애처로운 러브스토리 대신 밝고 유쾌한 주인공의 모험기를 통해 온 가족용 애니메이션을 창조해냈다. 라푼젤의 캐릭터도 다분히 현대적이다. 매일 왕자를 기다리며 긴 머리를 왕자를 위해 늘어뜨리는 가련한 공주가 아니라 순수하며 씩씩한 십대 소녀의 이미지다. 물론, 고민과 성찰이 녹아 있는 성장기로 읽기엔 깊이가 부족하고 서사도 단순하지만, 자신이 처한 환경에 굴하지 않으며 마법의 힘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려는 라푼젤의 용기는 사랑스럽다. 그림 형제의 원작과 비교했을 때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엄마와 딸의 관계다. 고델의 실체는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라푼젤의 머리카락을 필요로 하는 마녀지만, 라푼젤에게는 험한 바깥세상으로부터 딸을 보호하기 위해서 외출을 금지하는 엄마일 뿐이다 실제로 현실에서 엄마들의 딸들에 대한 간섭과 잔소리는 흔하고 그로 인한 갈등도 일상적이다. 영화 라푼젤에서 고델은 무섭고 신비로운 마녀가 아니라 젊음과 아름다움을 잃기 싫은 여자로서의 엄마, 딸의 청춘을 시샘하는 듯한 이기적인 엄마로 그려진다. 라푼젤에게 ‘세상에서 너를 가장 사랑하는 것은 엄마’라며 거짓말을 하고 딸을 감금하지만 이제 성인이 다 된 딸은 더 이상 엄마의 울타리에 안주하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에서 인상적인 대목은, 물론 등불 행사만 보고 다시 귀가하겠다는 마음으로 떠나지만, 라푼젤의 과감한 ‘외박’이다. 처음으로 집을 떠난 소녀의 여정은 험난하지만 극복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착하고 명랑한 공주들의 행복한 동화를 그려온 디즈니답게 영화 라푼젤은 두려운 바깥 세상의 현실을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라푼젤의 용기와 순수한 열정은 꿈을 잃고 살았던 이들에게 자극을 주고, 자신 또한 공주의 신분을 되찾으며 덤으로 플린과 결혼에까지 이르는 완벽한 해피엔딩을 가져온다. 동화는 본질적으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동화속 세상과 다른 현실을 깨닫게 되지만, 차가운 비바람이 부는 세상으로 나가기도 전에 굳이 꿈과 용기와 믿음을 저버릴 이유는 없다. 정직하고 순수한 마음이 지닌 감수성은 삭막한 현실을 헤쳐 나가는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아름다움과 선이 승리하는 동화 속 세상은, 그래서 비현실적인 걸 알면서도 때때로 위로와 감동을 준다. 3D 애니메이션 라푼젤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 형형색색 수천 개의 등불이 하늘 높이 둥실 둥실 떠다니는 그 황홀한 풍경은, 온통 손을 위로 휘젓는 아이들 틈에서 어른인 내가 부끄럼을 무릅쓰고 손을 뻗게 만들었던, 가끔씩 달콤한 위로가 필요한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