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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우리나라가 왜 인재강국이 되어야 하는가, 챗봇이 정답을 말해줍니다. “한국은 자원 부족 국가이므로, 인적자원의 질적 향상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고 경제성장을 이끌어야 합니다.” 그러나 챗봇의 답은 참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챗봇은 그저 우리가 흔히 입버릇처럼 해온 논조를 답습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오래전부터 말해왔지요. 우리는 땅 농사지어서 잘 살 수 없으니 자식 농사라도 잘 지어야 한다고요. 자원강국이 아니면 인재강국이라도 되어야 한다는 논조이지요. 그러나 인재강국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얼마나 아쉬운가를 보여주는 사건이 최근에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습니다. 저는 2025년 3월 1일에 미국 백악관에서 진행된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린스키와 미국 대통령 트럼프 간 정상회담을 보면서 인재강국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곡물 창고이며, 희귀 광물을 보유한 자원강국입니다. 땅에 매장되어 있는 자원의 가치는 무려 38,000조 원이라고 하니 상상을 뛰어넘는 규모입니다. 러시아는 이런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였고, 미국은 그 엄청난 자원 일부에 대한 소유권과 개발권을 조건으로 휴전 협상을 맺어 주겠다고 합니다. 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 군사 지원 중단마저 마다하지 않겠다는 초강수를 둡니다. 협상 내용과 결과가 누구에게 이득이고 손해인지, 기존의 세계 질서를 파괴하는 것인지 새롭게 개편하는 것인지, 지정학적으로 현명한 것인지 우둔한 것인지 많은 정치외교 전문가들이 다양하고 심지어 상반된 해석과 예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저는 누가 옳은지 알 수 없습니다. 저는 그저 이 칼럼이 게재될 쯤에는 부디 전쟁이 종식되어 매일 사람들이 죽는 비극이 끝나고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랄 뿐입니다. 그러나 제가 주목하고 교훈을 얻은 건 정상회담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전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된 협상 자리에서 어떻게 일국의 정상에게 그토록 모욕을 줄 수 있을까요. 우크라이나가 배은망덕하다고 인신공격하고, 가진 게 없다고 거지 취급하고, 입 다물고 내 말 들으라며 호통치고, 내 뜻에 동의하지 않으면 철수하겠다고 을러댑니다. 미국 부통령마저 공격에 가담하니 이건 협상이 아니라 협공이었습니다. 아~ 우크라이나가 아무리 약자의 처지에 놓여있지만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요. 우크라이나는 자원강국이지만 머리를 조아리라고 노골적으로 강요당하는 약소국가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인재강국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천연자원의 유무로 전혀 설명되지 않습니다. 인재강국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회담을 보면서 왜 한국이 인재강국이 되어야 하는지 온몸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회담을 보는 내내 제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슴이 조여왔고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당당하게 맞서는 우크라이나를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처지에 우리나라 모습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아,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도 같은 수모를 당하지는 않았을까. 오늘날 우크라이나와 다를 바 없는 처지에 놓였던 1952년도 한국전쟁 중에, 1965년도 베트남전쟁 중에, 2003년도 북핵 위협 중에도 그랬을 법합니다. 물론 이번처럼 대놓고는 아니어도 비공개 회담에서 우리 대통령들도 상당한 압박과 처절함에 시달렸을 것 같습니다. 이제 한국이 인재강국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다시 정립해야 하겠습니다. 단지 땅을 일구는 것으로 부족해서 부득이 인재라도 양성해야 먹고 산다? 아닙니다. 인재강국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저 먹고사는 문제만이 아닙니다. 인재강국이 되어야 외세 침략으로부터 지켜내어 수치와 수탈을 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재강국이 되어야만 나라와 민족과 문화를 지켜낼 수 있습니다. 아주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자원이 우리만큼 빈약하고 사방팔방 온통 적대적이고 호전적인 국가들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끄떡없습니다. 오히려 주변 국가들을 위협할 정도의 국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세계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국가 아젠다를 일방적으로 밀고 나갈 정도의 배포도 있고 배짱도 있습니다. 물론 미국이라는 엄청난 배후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시하지 못할 큰 요인은 이스라엘이 세계 최고 인재강국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스라엘은 세계 최대 기술 국가이며 창업 국가입니다. 특히 사이버 안보와 국방 산업은 글로벌 리더입니다. 세계 최강의 정보력·협상력·로비력을 지녔으며 세계 곳곳에 자금 흐름과 미디어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재가 많습니다. 국내만이 아니라 국외에 유대계 인재들이 과학기술과 경제 분야에서, 그리고 예술과 문화 분야에서 압도적인 장악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세계 최강 미국도 무시하지 못할 인재강국인 것이지요. 우리도 이스라엘처럼 세계 최고 인재강국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이스라엘보다 더 큰 인재강국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이스라엘보다 수백 배 더 험난하고 위태롭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을 에워싼 국가들은 시리아·이집트·이란과 레바논 등 기껏해야 중동 지방 4강과 그들의 지원을 받아 박격포탄으로 위협하는 이웃 팔레스타인입니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국가들은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전 세계 4강과 자체 개발 핵폭탄으로 위협하는 이웃 북한입니다. 인재강국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니, 이제 방법만 알면 됩니다. 이 역시 챗봇이 말해줍니다. 첫째, 과학기술 및 디지털 기반 인재양성. 둘째, 창의적 교육과정 및 환경 조성. 셋째, 사업 맞춤형 인재양성. 넷째, 국제화된 교육시스템 도입. 다섯째, 경제적 지원 확대. 이 어느 하나도 금시초문인 게 없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들었던 내용입니다. 그럼 왜 우리는 아직도 우크라이나처럼 국가의 존치가 풍전등화처럼 아슬아슬할까요. 왜 우리는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나요.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말과 행동이 다릅니다. 말은 과학기술인데 행동은 탐구와 토론 대신 암기와 정답을 추구합니다. 말은 창의적 교육인데 모험가는 탈락하고 모범생이 우승합니다. 말은 사업 현장 맞춤형인데 교육기관 맞춤형으로 진행됩니다. 말은 국제화인데 내수용이 양성됩니다. 말은 경제적 지원인데 규제적 지시가 숨 막힙니다. 이제는 방법을 몰라서 실천 못 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누구라도 다 아는 것을 누가 먼저 실행하는가에 승패가 갈립니다. 실행에는 단 한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남이 해줄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남이 먼저 움직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안 됩니다. 실행이란 내가 움직이는 것입니다. 내가 나선다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겠지요. 하지만 나라도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함께 나서야 합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요. 말과 행동을 일치시킵시다. 그래서 인재강국이 됩시다. 부디 우리 학생들이 ‘인격을 완성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하여 민주국가 발전에 봉사하며 인류공영의 이상실현에 기여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는 우리 한국의 교육이념이 실행되길 바랍니다.
3년 전 그날, 난 속초 청봉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었다. 갑자기 강원도교육청으로부터 현장체험학습 중 교통사고가 났는데, 교감과 담임선생님만 있으니 가서 도와주라는 전화를 받았다. 현장 사고 수습을 지원하기 위해 서둘러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안타깝게도 손쓸 겨를 없이 학생이 사망했다는 의사의 판정을 받았다. 갑자기 일어난 불의의 사고로 제자를 잃은 담임선생님은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한참 후 연락을 받고 학생의 부모님들이 병원에 오셨다. 정말 일어나서는 안 되는 그런 안타까운 사고였다. 교육지원청 현장수습팀이 나머지 일을 잘 처리했고, 도교육청에서도 진심을 다해 학생 사망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사건이 잘 끝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원론적인 판결 취지 … “아무리 법에 감정이 없다지만” 그런데 얼마 뒤 들려온 소식은 안타깝기만 했다. 현장체험학습을 인솔했던 교사들이 업무상 학생 인솔 부주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고, 검찰에 기소되어 해당 교사들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지난한 시간이 흘러 지난 2월 11일 춘천지방법원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시간을 내어 방청했다. 재판이 있기까지 교원들은 학생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였기에 유족들의 마음을 다치게 할 어떠한 행동도 자제했다. 이런 사고로 설마 교단을 떠나야 할 정도의 판결은 내리지 않을 거라는 일말의 기대를 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판결을 기다렸다. 그런데 판결 취지는 너무 원론적인 내용이었다. 인솔 교사가 왜 중간중간 뒤돌아보지 않았으며, 차가 이동하지 않았는데 왜 학생들을 이동시켰고, 차가 이동할 것을 예측하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자동차가 정차했고, 학생들이 다 내린 뒤 인원 확인하고 교사가 인솔했는데, 정차해 있는 차가 움직일 거라고 어떻게 예상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근거로 담임교사에게 금고 6월, 집행유예 2년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판결이 선고되었다. 현장에 있던 모두는 갑자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할 말을 잃었다. 가르치던 제자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는 일을 현장에서 겪은 교사의 마음은 그 무엇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평생의 상처로 남을 것이고, 이것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선생님에게 교직을 그만둘 정도의 형사적인 처벌이라니. 아무리 법에 감정이 없다고 하지만, 이건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예견된 일 … 현장체험학습 운영 보류·폐지 이번 법원의 판결은 교육현장을 또 한 번 혼란의 소용돌이에 몰아넣었다. 아니나 다를까, 현장의 교사들은 2023년 ‘노란버스 사태’ 때처럼 술렁이게 되었고, 모든 교원단체가 교원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는 더 이상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할 수 없다는 의견들을 내놓았다. 어쩌면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강원 초등교장회에서도 판결 직후 긴급하게 의견을 수렴했다. 결과는 현장체험학습 운영 시 교사들의 의견을 적극 존중하고, 교권보호 법률이 시행될 때까지 보류 또는 폐지하겠다는 의견이 응답자의 69.5%를 차지했다. 현장체험학습 때 교사의 과실로 인한 사고가 아닌 경우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학부모 동의가 있을 경우에만 진행하겠다는 의견도 16.3%에 이르러 대다수 교장은 현장체험학습 운영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이러한 현장의 의견을 간과하고 예전처럼 현장체험학습 운영을 학교에 맡겨두게 된다면 노란버스 사태 때 일부 지역 학부모들이 교사들을 고발하는 등의 갈등이 재연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필자가 처음 발령받았을 때만 해도 학교행사라고는 봄 소풍과 가을소풍 그리고 가을 운동회가 전부였다. 그런데 어느 해부터 학교 주관의 현장체험학습을 운영하는 것이 하나의 관행처럼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과거 문화적 혜택이 별로 없고,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 어렵던 시절에는 학교 주관으로 체험학습과 수학여행을 진행했지만, 반드시 해야 할 필수 교육과정은 아니다. 다만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배웠던 것들을 학교 밖에서 직접 체험하며 인식의 세계를 넓히는 활동을 관행적으로 해 온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학기 중에도 학교 규칙이 정한 일정 기간 가정 체험학습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국내여행은 물론 해외여행을 다니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이런 시대에 교사들에게 무한 책임을 지우고, 심지어 교직을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현장체험학습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것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시점이라고 생각해 본다. 시대 변화에 맞춰 현장체험학습에도 상황과 현실을 반영해야 요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학습 경험 중심의 수학여행을 운영해 보면 각종 문화유적이나 유물에 관한 관심보다는 밤새도록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정작 중요한 수학여행의 취지에 어긋난 경우가 많다. 또 아이들을 인솔하다 보면 정말 럭비공처럼 어느 곳으로 튈지 몰라 인솔 교사들이 한순간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 또한 아이들과 부모들의 수요에 맞추다 보면 체험학습이라는 것이 놀이동산에 가서 놀이기구를 타거나 외부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것을 선호하기에 현장체험학습의 본질이 퇴색되는 것 같다. 더구나 이번 판결에서 보듯이 인솔 교사가 수십 명의 학생 안전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게 된다면 교사들은 체험학습 운영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시대 상황과 현실을 반영한다면, 차라리 학교 주관의 현장체험학습을 폐지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교육부나 교육청에서는 현장교사들의 의견을 먼저 들어보고 거기에 합당한 대책을 세워야 마땅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늘 대책이라는 것이 교육수요자라 일컫는 학부모들을 먼저 보고, 또는 경제 활성화 등의 사회적인 이유로 현장과는 동떨어진 보여주기식 대책을 일방적으로 내려보내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 세월호 사건 이후 모든 학생에게 생존수영교육, 학생 자살사건이 생기면 생명존중교육, 학교폭력 대책으로 학교마다 전담경찰관을 두고, 학교폭력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게 했지만 학교가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학교가 자율적으로 운영해야 할 교육과정을 경직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것은 현장에 답이 있다고 한다. 이런 때일수록 무슨 무슨 법을 급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먼저 현장교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자. 조금은 더디지만 그렇게 교육구성원들의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쳐 교사들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충분히 법적으로 보호받으며 안심하고 가르칠 수 있는 교육환경, 사회적인 환경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하고, 교사들은 안심하고 가르치는 그런 행복한 학교가 될 것이다.
지난 2월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이 교사의 흉기에 의해 목숨을 잃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교육부(2025.2.18.)는 곧바로 관련 대응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글은 그간 이뤄진 정부대책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바탕으로 정부대책 설계에 반영해야 할 세부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자 한다. 아이디어 제안을 위해 체제 내의 다양한 구성원들의 상호작용과 정책에 대한 대응 등을 포함하는 복잡계 관점, 그리고 다른 제도 및 정책과의 관계를 함께 고려하는 체제공학적 관점을 동시에 사용한다(박남기, 2018). 물론 정책적 측면과 더불어 문화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의 노력으로 김하늘 양의 희생이 헛되지 않고, 더욱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 정부 대책 교육부는 ‘(가칭) 하늘이법’ 추진과 관련하여,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과 일반적인 심리적 어려움을 구분’하여 정책을 수립할 것이라며, ‘긴급상황 발생 시 (학교장) 긴급분리조치 및 (교육청) 긴급대응팀 파견 등 긴급조치를 실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함’과 동시에 ‘전체 교원의 마음건강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제도 개선안은 ‘사안 발생(위험 징후) → 긴급분리 → 긴급조치 → 교원직무수행적합성위원회 → 조치 및 치료 지원 → 복직 심사 강화’로 이뤄져 있다. 각 단계별 조치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개선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 사안 발생 ‘사안 발생’이란 첫째는 질환으로 인한 교원·학부모 등과의 다툼 및 갈등 발생, 둘째는 폭력성과 공격성을 보이며 교원·학생 등에게 위해를 가하는 상황 발생 등을 의미한다. 사안 발생에 동료교원이나 학부모 등과의 다툼 및 갈등 발생이 포함되어 있다. 자칫 학부모들이 교원과 갈등이 발생할 때 이를 빌미로 긴급분리를 요청하겠다고 협박하거나 이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 일단 사안이 발생했다고 신고되고 긴급분리되면, 설령 교원직무수행적합성위원회에서 직무수행 가능이라는 판정을 받더라도, 아동학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가능 판정을 받기까지의 과정에 교사는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과 정신적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긴급분리를 시키고자 하는 이유는 교원과 학부모 및 학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제도 오남용으로 인한 교원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긴급분리 대상인 ‘사안 발생’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이를 판단할 주체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 긴급사안 판단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 ‘다툼 및 갈등 발생’의 경우에는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정상적인 직무수행에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당사자가 질환 경력이 있을 경우로 국한할 필요가 있다. ● 긴급분리 긴급상황에 대해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긴급상황 해소’라는 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오남용을 막으면서도 제도 개선 목적 달성이 가능하게 하려면 사안 발생이 신고되거나 감지되면 이를 즉석에서 판단할 최소의 인원과 절차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질환교원심의위원회처럼 학교장에게 결정 권한과 책임을 줄 경우에는 유명무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동 위원회는 2005년 교육부의 ‘부적격 교원대책’에 따라 시·도교육감의 교육규칙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동 위원회는 고위험 교사를 직권휴직·직권면직시킬 수 있지만, 실제로는 지난 20년 동안 총 60여 회 개최되었을 뿐이다. 단 한 번도 개최하지 않은 교육청이 5개, 단 한 차례 개최한 교육청이 3개이다. 실제로 직권휴직·직권면직을 결정한 경우는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고 한다. 그 결과 거의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용윤신, 2025). 기존의 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위험 교사를 교육청에 보고해야 하는 교장들이 앙갚음을 우려해 보고하기를 주저하기 때문이었고, 보고한다고 해도 속 시원하게 해결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해 당사자 혹은 이를 목격한 구성원이 교장(감) 혹은 교무·학교안전지킴이 등에게 신고를 하면 이들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소 3인(교장·교감·교무, 피해 당사자, 목격자, 학교안전지킴이 등)이 합의하여 즉각 판단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학교장의 교육청 보고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 ● 긴급조치 긴급분리의 1차 목적은 긴급상황 해소이다. 이해 더해 해당 교사를 돕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의 하나임을 강조해야 한다. 일단은 업무로 인하여 고위험 교원이 된 것으로 간주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규정한 ‘업무상 재해’로 간주할 필요가 있다. 교직의 스트레스가 커지다 보니 2022년 기준 전체 공무원 정원 중 교육공무원 비중이 31.5%인데 비해 정신질환으로 공무상 재해 승인을 받은 비중은 두 배 가까이 된다(소민호, 2024). 교육부가 제시한 ‘긴급조치’ 사항에도 정신건강 전문가가 포함된 긴급대응팀 파견, 상담 지원, 치료 권고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제반 조치가 고위험 교원의 ‘재활 및 교단 복귀를 촉진하기 위함’임을 명시할 때 긴급분리를 결정하는 관계자의 심리적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긴급분리 대상이 된 당사자의 저항이나 반발도 줄어들 것이다. ● 교원직무수행적합성위원회 그간 교육청이 학교의 기대에 맞춰 직권휴직·직권면직을 과감하게 하지 못한 이유는 법적 구속력이 약하기 때문이었다. 교육청의 규칙이 아니라 「교육공무원법」 개정을 통해 동 위원회 의무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면 이 문제는 완화될 것이다. 동 위원회의 역할에 ‘조치사항 심의’가 들어 있다. 심의 결과 긴급분리가 부적합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해서도 규정해야 한다. 관련 위원회의 실수로 인해 부당한 긴급분리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특정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면 위원들은 적극적으로 대처하려 하지 않을 것이므로 긴급상황의 경우에는 가급적 개인 책임은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 조치 및 치료 지원 조치사항으로는 직권휴직·직권면직, 상담 또는 심리치료 권고, 그리고 치료 적극 지원 등이 열거되어 있다. 중증이 아니어서 직무를 수행할 수는 있지만, 업무경감 혹은 합당한 업무로의 재배치가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조치도 포함해야 한다. 이에 더해 직권휴직할 때 일본이 하듯이 교사들이 정상적으로 교단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복직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도 있다(Yoko Ohki and others, 2012). 이러한 세심한 조치가 포함될 때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일반 교원들의 불안감이 줄어들고 고위험 교사로 분류되는 당사자의 저항도 줄어들 것이다. ● 복직 심사 강화 이 제도는 직권휴직 후 복직을 어렵게 하기 위함이어서는 안 된다.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가능한지를 판단한 후 추가 지원이 필요할 경우 추가 유급휴직, 혹은 추가 치료와 회복지원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물론 전문가의 소견을 토대로 추가 지원기간과 범위를 산정하고, 회복이 어려운 경우의 결정사항과 지원책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질환 교원의 복직을 어렵게 하는 정책과 제도를 설계할 때에는 반드시 다른 관련 정책 및 제도와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근무과정 중에 정신질환이 발생하면 치료와 도움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직을 상실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면 교원의 사기는 저하되고, 근무여건은 악화된다. 이는 교직 지원자의 질 저하로 이어지게 될 것이고, 결국 교육의 질 저하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질환 교원 대상 업무경감, 유급휴직 등을 실시하려면 교원 정원을 늘려야 한다. 이러한 조치 없이 질환 교원을 지원하겠다고 하면 기존 교원의 부담만 커지게 된다. 교원 증원 요인을 반영하는 등의 추가 조치가 병행되도록 법이 만들어져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고위험 교사는 배제 대상이 아닌 산재 대상 제도와 정책을 설계할 때는 해당 문제해결만이 아니라, 큰 그림 속에서 그 제도와 정책이 전체 체제에 미칠 파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타 제도 및 정책과의 관계 및 상충 등을 고려하는 시스템 공학적 접근을 해야만 고유 목적 달성과 함께 시스템 발전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제도가 의도한 대로 구성원들이 움직이도록 하려면 위에서 제시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계의 관점을 충분히 반영하여 세심하게 설계해야 한다. 또한 구성원들의 제도에 대한 적응 양태와 상호작용을 보면서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해 가야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외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며 정책과 제도를 세심하게 설계할 때 기대한 효과가 나타나고, 오남용은 줄어들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는 말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와 정책 설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박남기, 2025). 이상의 제도 설계과정에 반드시 교직단체와 학부모단체를 포함하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생각할 것은 문화적 접근이다. 조직문화는 제도와 정책 성공의 토양이다. 토양이 오염되어 있고 척박하면 아무리 가꾸어도 작물이 자라지 않듯이 정책에 우호적인 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정책효과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고위험 교사를 배제 대상이 아니라 산재 대상으로 바라보고 서로 이해하며 도우려는 문화, 긴급분리 등의 제반 조치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관계자의 고충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문화, 더 기본적으로는 공동체의식이 바탕이 된 문화가 형성될 때 제도와 정책은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 제도와 정책을 설계할 때에는 우호적인 문화 형성에 보탬이 되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리할 때 조직발전이라는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2025년은 우리나라 중등교육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해이다. ‘고교학점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중등교육 정책 중 ‘고교학점제’처럼 오랫동안 일관되게 준비하여 실시한 정책은 그리 흔하지 않다. 실제 고교학점제의 전면 실시를 위해 국가교육과정까지 개정하여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전면적으로 실시되는 해이기도 하다. 고등학교의 변화를 위한 대표적 정책인 ‘고교학점제’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논의해 보고자 한다.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을 통해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의 질적 변화와 발전이 이루어지길 바라지만, 고교학점제가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려면 현재 추진되고 있는 고교학점제의 한계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보완해야 할 사항을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초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고교학점제가 우리나라 중등교육의 대표 정책으로 추진할 만큼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였는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고교학점제’의 시작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교육공약으로 제시되면서부터이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가장 대표적인 교육공약이 ‘고교학점제’였고, 공약 이행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선택 교육과정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었다. 다만 학교가 보유한 시설과 인적자원의 한계로 인해 학생들이 직접 선택하기보다는 학교가 개설할 과목을 정하는 방식이었을 뿐이다. 즉 ‘학점제’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을 뿐, 현재 추진되는 ‘학생 과목 선택’ 개념은 이미 국가교육과정 문서에 존재해 왔다는 것이다. 사실 국가가 정책적으로 고교학점제를 추진하기 전에도 여러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과목 선택을 허용하며 운영해 왔다. 필자가 근무하는 민족사관고등학교만 하더라도 이미 1997년부터 학생 과목 선택제를 실시해 왔다. 결국 이는 새로운 교육정책이라기보다는 기존의 학생 과목 선택을 행정적·재정적으로 지원해 주면 되는 사안이었지 이것을 국가의 교육정책으로 할만한 담론은 아니었다라는 생각을 지금도 지울 수 없다. 고교학점제 핵심은 ‘자유’와 ‘책임’ 이러한 아쉬움이 남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고교학점제가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논의해 보고자 한다. 고교학점제의 핵심은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권을 부여하는 ‘자유’와, 자신이 수강한 과목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성취를 달성해야 하는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즉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권을 주되,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하여 학점을 받고, 이 학점을 모아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과목 선택권 보장’과 ‘선택한 과목 성취에 대한 질 관리’가 고교학점제의 요체이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에게 많은 선택권을 보장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거주 지역 내 학교를 중심으로 배정받는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운영체제상, 학생들은 선택할 수 있는 과목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근 학교와의 공동 교육과정 운영’, ‘학교 밖 교육과정’, ‘온라인 학습 플랫폼’ 등 다양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선택한 과목에 대한 성취 관리는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고교학점제 이전에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 ‘과목 이수’와 ‘졸업을 위한 자격’에는 학업성취기준이 거의 없었다. 출석률이 2/3 이상이면 학업적인 기초역량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과목 이수가 가능했고, 졸업도 가능했다. 그렇다면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과목 이수 및 졸업 기준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2/3 출석 기준은 동일하며, 추가적으로 수강한 과목의 성취 수준이 40%를 넘어야 한다는 조건이 생겼다. 그러나 이 조건은 매우 소극적이어서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 40%를 준수하는 것은 전적으로 교사에게 달려있고, 혹 40% 성취 수준을 넘지 못한 학생에 대해서도 일정한 과제와 보충학습을 제공하면 이수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으며, 국가 차원의 관리 장치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결국 ‘자유’에 따른 ‘책임’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적 질 관리시스템 현재 국가교육과정에서 일반계 고등학교의 경우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을 포함해 15개 과목군에 146개의 고시 과목이 존재한다. 게다가 학교별 승인절차를 거쳐 개설할 수 있는 고시 외 과목도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의 수는 수백 개를 넘는다. 이렇게 다양한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과목 이수 기준이 엄격하지 않기 때문에, 어렵게 도입한 고교학점제는 ‘다과목 피상교육’이라는 부작용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과목 개설을 국가가 엄격히 관리하듯, 과목 이수를 위한 적극적인 학력 관리 장치가 국가적 차원에서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과 유럽의 고등학교에서는 고교 졸업 자격과 대학 입학전형 자격에 대한 질 관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 바뀐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제도를 우리는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에서 수강하는 과목인 프랑스어·전공과목1·전공과목2 그리고 철학은 학교에서 수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2학년 말과 3학년 말에 그 과목에 대한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즉 고교 졸업 자격이자 대학 진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에 응시하여 20점 만점에서 10점을 넘지 못하면 불합격 처리가 되는 데 이 시험을 국가가 관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교 전 과정에서 배운 과목을 하루에 보는 우리의 수능과는 달리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는 한 과목을 하루에 그것도 시험 시간이 4시간 이상이 된다. 시간만 보내면서 대충 공부해서는 이 시험에 통과하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IB의 고등학교 과정이 IBDP인데, IBDP의 수업관리와 평가방식은 우리 고교교육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IBDP는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의 2년간의 고교교육과정이다. 이 2년간에 학생들이 수강하는 과목은 6개 과목군에서 한 과목씩 총 6과목만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 학생이 수강하는 과목은 6과목에 불과하지만, 학생이 수강한 과목에 대한 양적·질적 관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자신이 수강한 과목의 실수업 시간1을 채워야 하고, 과목별로는 학교에서 치러지는 내부평가(IA)와 IBO에서 출제 및 평가를 하는 외부평가(EA)2에 응시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대학에서의 학문수행과 고등사고능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하여 인식론(TOK)을 이수해야 하고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소논문도 제출해야 한다. 6개 각 과목별 점수는 7점 만점으로 총 42점 인식론과 소논문 3점을 합하여 45점 중 24점을 넘어야만 디플로마를 받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IBO 본부에서 명료한 기준과 절차에 의해서 관리 운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IB의 디플로마 점수는 전 세계 대학에서 그 결과를 신뢰하고 대입 전형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고등학교 교육의 흐름은 ‘소과목 심화학습’을 통한 고등 사고력 함양을 지향하고 있으며, 그런 역량을 갖도록 하기 위한 관리시스템을 국가적으로 범세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교학점제는 세계적 고교교육의 흐름에서 볼 때 이제 겨우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준 것을 시작한 것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학생들이 수강한 과목에 대한 질 관리방법을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즉 학생들이 고교에서 학습한 과목에 대한 이수방법과 졸업 자격을 분명하고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을 했다고 하는 것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사용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필자는 우리가 개발하게 될 과목이수와 졸업인증제도를 K 디플로마라 명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K 디플로마’가 새로운 세계 교육의 표준이 되는 꿈을 꾸어본다.
“직업교육 전반에 대한 혁신이 필요합니다. AI시대 디지털 기술 확산에 대비한 교육부터 생애주기에 따른 평생교육까지 혁신이 요구됩니다. 아울러 직업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계속돼야죠.” 한광식 국가미래직업교육포럼(NFVEF) 준비위원장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중등교육, 고등교육, 평생교육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직업교육에 대한 획기적인 정책지원이 없으면 국가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산학교육혁신연구원장을 지낸 한 준비위원장은 지난 2월 새로운 직업교육혁신의 플랫폼 NFVEF가 출범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국가미래직업교육포럼(NFVEF)이 출범했다. 소감은? “NFVEF 출범은 대한민국 미래 직업교육 혁신의 출발점이다. 중등단계 직업교육부터 시작되는 체계적인 직업교육을 통해 디지털시대 지속가능한 미래를 함께 열어나가고자 한다. 급변하는 노동시장과 직업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교육계·산업계·정부·연구기관이 함께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협력의 장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현재 교육시스템은 여전히 학문적 성취와 입시에 치중돼 있다. 디지털시대가 요구하는 직업기초역량과 미래 적응력 개발이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는 산업계 수요에 부응하는 체계적인 직업교육을 통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런 의미에서 직업교육은 디지털역량·문제해결력·창의적사고·협업능력 등을 포함하는 보다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NFVEF 발기인 명단을 보니 우리나라 직업교육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모두 망라된 매머드 규모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초당적으로 참여한 것도 눈길을 끈다. “NFVEF 공동의장은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동의과학대 총장)과 김종관 한국중등교육협의회 이사장이 맡았다. 상임고문에는 국민의힘 조정훈·김대식·정성국 의원, 더불어민주당 진선미·김문수 의원,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 등 정치권을 비롯곽병선 전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김창길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 신경호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연구부총장, 어수봉 전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등 11분이위촉됐다.현재 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만 400여 명이 넘는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그만큼 직업교육의 혁신이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학령인구 감소 탓도 있지만 특성화고 지원자는 갈수록 줄고 마이스터고 역시 예전만 못하다. 직업교육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직업교육의 목표와 방향성이 분명하게 설정되고 국가가 책임질 부분은 확실하게 책임지고 나가야 하는데 이 부분이 좀 아쉽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많은 사업과 예산을 투자하지만, 기대하는 만큼 성과를 못 내고 있다. 교육부·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부처들이 분절적으로 사업들을 진행해 온 탓에 행정력·예산·교육력이 낭비되는 것이다. 입시철이면 특성화고 선생님들이나 전문대 교수들이 학생 모집하러 다니는 현실이 십수 년째 반복되고 있지 않는가. 지금처럼 사업중심 예산지원엔 한계가 있다. 무엇을 어떻게 지원해 주느냐가 관건이다. 직업교육을 총괄하는 헤드쿼터가 정말 중요한데, 국가교육위원회도 제 역할을 못 한다.” 직업교육과 산업체 미스매치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교육계와 산업계 간 협력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기존에 직업교육이 학교나 교육기관에서 이뤄지다 보니 실제 산업현장과 괴리가 많았다. 이제는 기업이 직접 교육과정 개발에 참여하고 실무중심 훈련을 지원해야 한다. 유기적인 협력이 있어야만 교육과 노동시장 간 미스매치 문제를 해소하고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인재를 배출할 수 있다.” 최근에는 많은 직업계고교가 학과 개편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려는 자세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여건이나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학과만 개편하는 것은 제대로 된 대처가 아니라고 본다. 우선은 학생들을 가르칠 교수인력이 확보돼야 하고 실습 등 교육에 필요한 시설도 갖춰져야 한다. 구조적인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성급한 학과 개편은 문제해결에 궁극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NFVEF의 앞으로 계획은. “사단법인 등록부터 시작해 조직을 더 확대할 생각이다. 2027년에는 국회의원연구단체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세 차례 직업교육 혁신을 위한 세미나도 예정돼 있다. 아울러 NFVEF는 이음(네트워크)-세움(리더십)-나눔(이로운 세상)을 통해 직업교육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이음이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추기 위해서는 수평적 네트워크를 통해 시야를 넓혀 나가는 것이다. 세움은 각자의 역량을 길러주는 리더십을 강조하는 것이고, 나눔은 상생을 위해 서로의 지식과 기술을 나눠 주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남부유럽 여행지를 고민할 때, 포르투갈의 ‘포르투(Porto)’는 한 번쯤 눈길을 끌 만한 도시이다. 도우루강을 따라 형성된 이 도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지녀 우리나라에서도 여행 예능과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며 ‘가성비 좋은 유럽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포르투를 걷다 보면, 한 폭의 그림 같이 반짝이는 도우루강, 그리고 골목에서 들려오는 파두(Fado) 선율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뿐만 아니라 포트와인의 본고장이자 맛있고 저렴한 지역 고유의 음식을 통해 우리의 미각까지 사로잡는다. 다양한 매력을 지닌 도시, 포르투에서 보낸 겨울의 낭만을 따라 함께 걸어보자. 역사와 낭만이 공존하는 여행자의 도시 포르투는 1996년에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2017년에는 AFP가 선정한 ‘유럽에서 가장 여행 가고 싶은 도시’ 1위로 꼽힐 만큼 많은 여행객의 사랑을 받는 도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비긴어게인 2’에 등장하면서 관심을 모았고, 이후 많은 한국인에게 ‘최애’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포르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도시는 포르투갈의 기원과 깊은 연관이 있다. 고대 로마의 전초기지가 도시의 시초였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되었으며, 중세에도 번성하며 도시 내부에 다양한 유적을 남겼다.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 덕분에 여름은 건조하고 습도가 낮아 비교적 쾌적하며, 겨울에도 우리나라보다 따뜻해 사계절 내내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도시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아 2~3일 정도면 주요 명소를 둘러볼 수 있고, 관광지가 도시 중심부에 밀집해 있어 도보 이동 역시 수월하다. 조금 더 여유롭게 머물며 포르투가 지닌 낭만을 느끼고 싶다면 일주일 정도 여행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포르투의 감성적인 풍경, 도우루강 주변 필자는 2019년 1월, 포르투를 찾았다. 지인들로부터 포르투가 참 아름답다는 말을 들었던지라 3주간 이루어진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던 여행지였다. 숙소로 이동해 짐을 풀고, 구시가지인 리베이라 지구에 들어서자마자 도우루강과 루이스 1세 다리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생각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강가에서는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고, 버스킹을 하며 감미로운 기타 선율을 들려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루이스 1세 다리 위로 올라가 강을 내려다보니, 유유히 떠다니는 전통 배 ‘라벨로스’가 눈에 들어왔다. 한때 포트와인을 실어 나르던 이 배들은 이제 관광객들에게 포르투의 낭만을 선물하고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맛보는 포르투의 해물밥과 나타 포르투에서 꼭 맛보아야 할 음식 중 하나는 포르투갈식 해물밥, ‘아로스 드 마리스코(Arroz de Marisco)’이다. 홍합·새우·오징어가 듬뿍 들어간 토마토 베이스의 밥인데, 촉촉하고 진한 해산물 육수를 가득 머금고 있다.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접시에 푸짐한 해산물이 가득하게 차려졌다. 한 입 떠서 먹는 순간, 익숙한 맛이 떠올랐다. 얼큰한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그 느낌이었다. 해물 육수에서 우러나온 감칠맛 덕분에 국물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떠먹게 되는 맛이었다. 한국인의 입맛에도 정말 잘 맞는 요리였다. 맛있게 식사를 한 뒤에는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디저트인 나타(Pastel de Nata) 가게에 들러 방금 나온 따뜻한 에그타르트 하나를 집어 들었다. 바삭한 페이스트리 속에 가득 찬 부드럽고 달콤한 커스터드 크림의 조화로운 맛이 일품이었다. 포르투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1일 1나타’를 실천하며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는 것이 일종의 작은 즐거움이었다. 여행에서 음식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포르투 여행은 이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맛있는 해산물 요리와 디저트를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포르투가 많은 여행자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포르투의 특별한 맛, 포트와인 포르투에 왔다면, 포트와인을 빼놓을 수 없기에 강을 건너 ‘빌라 노바 드 가이아(Vila Nova de Gaia)’ 지역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3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와이너리들이 모여 있었고, 필자는 그중에서도 명성이 높은 테일러 와이너리(Taylor’s Winery)를 방문했다. 포트와인은 일반 와인과는 조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와인 발효과정 중 특정 시점에서 브랜디를 첨가하여 알코올 도수를 높이는데, 이 덕분에 일반 와인보다 훨씬 더 깊고 달콤한 맛을 지닌다. 또 다른 특징 하나는 오랜 숙성을 거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와인은 2~3년 숙성을 거치지만 포트와인은 10~20년, 심지어 40년 이상 숙성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와인의 맛이 더욱 부드러워지고, 복합적인 풍미가 더해진다고 한다. 와이너리에서 다양한 연식의 포트와인을 시음할 수 있었다. 깊고 진한 루비색 와인을 한 모금 마시자, 묵직한 단맛과 과일 향이 입안에 퍼졌다. 생각보다 취기가 빠르게 올라와 정말 도수가 높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부드럽지만 강렬한 그 맛은 포르투의 겨울 풍경과도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포르투의 밤을 물들이는 파두 공연 우리는 여행을 하면서 대부분 ‘시각’에 의존된 경험을 하곤 한다. 시각 외에 하나를 더 꼽자면 여행 중에 먹는 음식으로 기억되는 미각 정도가 아닐까? 그러나 조금 더 의미 있는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감각을 경험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포르투는 시각·미각 뿐만 아니라 ‘청각’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여행지이다. 포르투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경험이 바로 파두(Fado) 공연이었다. 파두는 포르투갈 전통음악으로, 기타 연주와 함께 깊은 애절함을 담아 노래하는 장르다. 여행의 마지막 밤, 필자는 작은 파두 공연장이 있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실내는 어두운 조명 아래 따뜻한 분위기가 감돌았고, 사람들은 와인 한잔을 기울이며 무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검은 옷을 입은 가수가 무대에 올랐고, 첫 음이 울려 퍼졌다. 파두 공연은 마치 재즈 공연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포르투갈 사람들의 정서인 사우다데(Saudade, 그리움과 향수를 의미하는 단어)를 담은 멜로디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서 포르투갈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감정을 공유받는 듯한 색다른 경험이었다. 한 달 살기에 최적의 도시, 포르투 포르투는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운 도시였다. 따뜻한 햇살과 아름다운 경관, 맛있는 음식과 강렬한 와인,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거리…. 무엇보다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 덕분에 부담 없이 여유를 누릴 수 있는 도시라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여행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지만, 포르투는 ‘한 달 살기’에 가장 적절한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머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산물을 활용한 요리나 따뜻한 국물 요리와 같이 우리의 입맛에 맞는 음식들도 많다. 무엇보다도 이곳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여행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필자에게 포르투는 죽기 전 꼭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도시다. 여유로운 일상을 즐기며 도시의 낭만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에, 다음 여행에는 꼭 한 달 정도 머물러 보고 싶다. 만약 한 달이 어렵다면, 최소한 2주 살기라도 실천해 보고 싶다. 포르투의 골목골목을 더 깊이 걸으며, 매일 아침 도우루강을 따라 산책하고, 와인 한 잔과 함께 파두 선율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런 생활…. 단순한 여행이 아닌, 한동안 머물며 이 도시의 일상이 되어 보는 것! 그 생각만으로도 다시 포르투를 찾을 날이 기다려진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잠을 청할 때까지, 수많은 감정 변화를 느끼곤 하죠. 감정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걸까요? 흔히 ‘뇌’를 감정을 인지하는 나침반이라고 합니다. 같은 상황이더라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슬픔과 좌절을 경험하기도 하고, 기쁨과 행복을 맛보기도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전히 감정과 뇌 부위 사이의 상관관계를 탐구하는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합니다. 현대 과학의 마지막 정복영역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뇌 연구. 이번 호에서는 호르몬에 대한 뇌과학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Q1. 호르몬 하면 뭔가 내 몸이나 기분을 조절하는 느낌이 드는데, 호르몬은 실제로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 거죠? 맞습니다. 실제로 UCLA대학교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하였는데, 남학생들에게 옥시토신이라는 유대감과 애착 형성에 관계된 호르몬을 비강 스프레이로 투여했더니, 놀랍게도 위약(僞藥)을 투여한 그룹보다 평균적으로 80% 더 많은 금액을 기부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에서도 위약 그룹보다 56% 더 많은 금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호르몬은 우리의 의지나 기분은 물론 성향까지 바꿔버릴 수 있다는 실험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이 호르몬은 절대적인 존재 같지만, 사실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많아요! 보통 우리가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면, 이 상황을 싸워서 헤쳐 나갈지, 도망가서 피할지 짧은 시간 안에 결정해야 합니다. 이를 ‘싸움-도망반응(fight-or-flight response)’이라고 하는데, 두 반응 모두 아드레날린과 코티솔이 분비되면서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고 심장이 빠르게 뜁니다. 즉 최대한 잘 싸우거나 잘 도망가기 위해 에너지를 최적화하는 거죠.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사실은, 같은 상황에서 같은 호르몬이 나와도 우리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서 신체가 전혀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싸움과 도망 중에서 싸움을 선택하면, 용기를 낼 수 있는 것과 관련된 뇌 부위인 전전두엽과 긍정적 감정과 동기부여를 만들어주는 복측피개영역(VTA)이 활성화됩니다. 반대로 도망을 선택하면 공포와 관련된 편도체가 더욱 활성화됩니다. 이처럼 호르몬은 반드시 우리 인체에 영향을 주지만, 우리가 수동적으로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컨트롤할 수도 있다는 실험적 증거도 많습니다. 복측피개영역 복측피개영역(VTA; Ventral Tegmental Area)은 뇌의 중뇌에 위치한 작은 영역으로 도파민신경세포체가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곳입니다. 복측피개영역(VTA)은 우리가 목표를 향해 노력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데, 우리가 목표를 달성할 때, VAT는 도파민을 분비하여 쾌락과 보상을 느끼게 합니다. 도파민은 쾌락·보상·동기부여·학습·기억 등 다양한 기능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입니다. VAT는 이러한 도파민 신경망의 중심역할을 하는 보상회로시스템의 핵심 구성요소이며, 우리가 더 많은 목표를 달성하도록 동기를 부여합니다. Q2.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호르몬이 아마 도파민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도파민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호르몬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도파민은 주로 언제 분비되나요? 도파민은 흔히 ‘쾌감’ 또는 ‘행복 호르몬’이라고 알려졌지만, 사실 정확히는 행동을 반복하도록 유도하는 동기부여 호르몬입니다. 도파민의 분비 원리를 우리 조상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크게 세 가지 주요 상황에서 도파민이 분비되었습니다. 이는 생존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즉 우리 조상들은 같은 사냥터에 머무르면 동물(먹이)들도 패턴을 파악하고 도망가기 때문에, 늘 새로운 곳을 찾아가야 했습니다.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경험을 할 때 도파민이 분비되도록 진화한 것입니다. Q3. 그럼 도파민은 우리를 생존하게 해주는 필수적인 호르몬 같은데, 왜 요즘엔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이 나오는 걸까요? 요즘엔 도파민이 분비되는 세 가지 상황을 교묘하게 활용하여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도박입니다. 문제는 도박에서는 도파민을 너무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존에 우리 조상들은 힘든 노력을 통해, 즉 사냥을 통해서 지연된 보상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클릭 한 번으로도 쉽게 보상을 얻고, 예측 불가능한 일들을 경험하며, 상상만으로도 도파민이 분비됩니다. 게다가 틱톡·쇼츠·릴스 같이 짧은 영상 콘텐츠도 같은 원리를 이용합니다. 매번 30초마다 새로운 예측 불가능한 영상이 등장하고, 드래그 한 번으로 계속 바뀌기 때문에 쉽게 빠져들게 되는 것이죠. 결국 도파민을 쉽게 얻을 수 있는 행동을 멀리할수록, 우리는 도파민의 노예가 아니라 도파민을 컨트롤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Q4. 그렇다면 ‘호르몬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무엇인가요? 호주 모나쉬대학의 사회신경과학연구소에서 몇 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총 게임을 할 때, 무고한 시민을 향해 총을 쏠 때와 꼭 죽여야 하는 적군을 향해 총을 쏠 때 뇌에서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 fMRI로 분석했습니다. 놀랍게도 ‘아무런 죄가 없는 시민에게 총을 쏠 때’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부분이 강하게 활성화되었지만, ‘꼭 죽여야 하는 적군을 쏠 때’는 뇌의 그 어떤 부분도 활성화되지 않았습니다. 즉 우리 뇌는 같은 상황에서도 우리의 인식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에서 3만 명을 8년간 추적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사망률이 43%나 높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몸에 나쁘다’고 인식한 사람들의 사망률만 높았고, ‘스트레스가 나쁘지 않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 사람들은 오히려 사망률이 낮았습니다. 즉 우리는 호르몬의 노예가 아니라, 같은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면 내 삶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4월이면 서울 화단이나 공원에서 온통 홍자색으로 물든 나무를 볼 수 있다. 잎도 나지 않은 가지에 길이 1~2㎝ 정도 꽃이 다닥다닥 피기 때문에 나무 전체가 홍자색으로 물든 것 같다. 박태기나무꽃이다. 박태기나무에 물이 오르면서 딱딱한 나무에서 꽃이 서서히 밀고 올라와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정말 신기하다. 물론 아무 데서나 꽃이 피어나는 것은 아니고 겨우내 꽃눈을 달고 있다가 점점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이 화려한 꽃을 볼 때마다 박완서의 단편 친절한 복희씨가 떠오른다. 이 소설만큼 박태기나무꽃의 특징을 잘 잡아내 묘사한 소설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설은 지금은 중풍으로 반신불수인 남편을 돌보는 할머니 이야기다. 할머니는 꽃다운 열아홉에 상경해 시장 가게에서 일하다 홀아비 주인아저씨에게 원치 않는 일을 당하고 결혼을 했다. 그런 할머니에게는 결혼 전 가게에서 식모처럼 일할 때, 가게 군식구 중 한 명인 대학생이 자신의 거친 손등을 보고 글리세린을 발라줄 때 느낀 떨림의 기억이 있다. 나는 내 몸이 한 그루의 박태기나무가 된 것 같았다. 봄날 느닷없이 딱딱한 가장귀에서 꽃자루도 없이 직접 진홍색 요요한 꽃을 뿜어내는 박태기나무, 헐벗은 우리 시골 마을에 있던 단 한 그루의 꽃나무였다. 내 얼굴은 이미 박태기꽃 빛깔이 되어 있을 거였다. 나는 내 몸에 그런 황홀한 감각이 숨어 있을 줄은 몰랐다. 이를 어쩌지. 그러나 박태기나무가 꽃 피는 걸 누가 제어할 수 있단 말인가. 나의 떨림을 감지한 대학생은 당황한 듯 내 손을 뿌리쳤다. 순박한 시골 처녀의 첫 떨림 비유 버스 차장을 목표로 상경한 순박한 시골 처녀가 처음 느낀 떨림을 박태기꽃에 비유해 어쩌면 이렇게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작가가 경기도 구리 아차산 자락 아치울마을에 노란집을 지어 살 때인 2006년 봄에 발표한 것이다. 그 집 마당엔 목련·매실나무·앵두나무 등과 함께 박태기나무도 있었다. 작가가 새봄마다 애정을 갖고 박태기나무가 꽃 피는 것을 보았기에 ‘딱딱한 가장귀에서 꽃자루도 없이’ 같은 표현이 나왔을 것이다. 필자도 마당이 생기면 박태기나무 한 그루는 꼭 심을 생각이다. 친절한 복희씨에서 할머니는 전처의 아들 하나를 포함해 5남매를 키웠다. 아이들을 최고로 기르고 싶었고, 자식들이 되기를 바라는 이상형은 ‘나의 몸이 잠시나마 물오른 한 그루 박태기나무로 변신하는 기적과 환희를 맛보게 해준 대학생 같은 남자’였다. 남편은 반신불수인 상태지만 ‘속에서 뻗치는 기운은 여전한 듯’ 아랫도리를 씻어줄 때 교성을 낸다. 그때마다 할머니는 ‘내 안에서 출구를 찾고 있는 잔인한 충동’을 느낀다. 그리고 할머니는 남편이 자신을 핑계로 비아그라를 구입하려 했다는 것을 알고 치욕감에 ‘죽이고 싶은 건지 죽고 싶은 건지 대상이 분명치 않은 살의’를 느낀다. 그러면서 시골에서 상경할 때부터 간직해온, ‘많이 먹으면 고통 없이 죽을 수도, 남을 감쪽같이 죽일 수도 있는 약’을 한강에 던지며 ‘터질 듯한 환희’를 느낀다. 할머니가 꽃다운 나이에 원치 않는 일을 당한 후 남편에게 가져온 ‘살의’를 비로소 벗어던진 것인지, 죽고 싶다는 생각을 떨쳐버린 것인지 분명치 않다. 이처럼 박완서의 후기 작품에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게 열린 결말을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작가는 2007년 10월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친절한 복희씨’라는 제목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따 왔다”며 “남자들이 여자를 폭력적으로 ‘정복’하면 곧 그 여자를 ‘소유’할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랑의 과정 없이 여자를 ‘정복’하는 따위의 짓은 영원히 상처를 남긴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북한 이름은 구슬꽃나무 박태기나무는 중국 원산이지만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다. 나무 이름은 꽃이 피기 직전 꽃망울 모양이 밥알을 닮은 데서 유래한 것이다. 어릴 적 필자 고향에서는 밥알을 ‘밥태기’라고 불러서 이 나무 이름을 듣고 금방 수긍할 수 있었다. 북한에서는 ‘구슬꽃나무’라고 부른다. 꽃의 모양을 보고 붙인 이름으로, 활짝 핀 꽃이 아니라 막 피어나려는 꽃봉오리가 구슬 같다는 의미일 것이다.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는 궁궐의 우리나무에서 “박태기나무와 구슬꽃나무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박태기나무보다 낭만적인 구슬꽃나무에 점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박태기나무는 꽃이 피면 매우 화려하고 모양도 독특해 화단이나 공원에 많이 심는다. 다만 꽃색 등이 너무 튀기 때문에 다른 나무들과 함께 심기보다는 따로 한 그루를 심거나 아예 이 나무끼리 모아 심는 경우가 많다. 이 나무들만 모아 심어 생울타리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햇빛을 좋아하지만, 반그늘이 져도 잘 살며, 특히 콩과 식물이기 때문에 메마른 곳에서도 뿌리혹박테리아가 질소를 고정해 살아갈 수 있다. 잎은 계수나무잎과 비슷한 심장형이고, 좀 두껍고 반들반들하다. 꽃이 지고 나면 10cm쯤 되는 꼬투리 모양의 열매가 달린다. 꽃처럼 열매도 다닥다닥 달린다. 어쩌다 꽃이 흰색인 박태기나무도 볼 수 있다. 박태기나무는 전국 어디에나 흔한 나무 중 하나지만 친절한 복희씨 같은 소설을 통해 문학적인 생명력을 얻었다. 필자에게도 이 작품을 읽은 다음에 보는 박태기나무꽃은 더 이상 이전의 박태기나무꽃이 아니었다. 박완서는 꽃을 주인공에 이입(移入)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작가의 다른 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에서 능소화는 여주인공 현금처럼 ‘팜파탈’ 이미지를 갖는 화려한 꽃이다. 현금이 “능소화가 만발했을 때 베란다에 서면, 마치 내가 마녀가 된 것 같았어. 발밑에서 장작더미가 활활 타오르면서 불꽃이 온몸을 핥는 것 같아서 황홀해지곤 했지”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능소화를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비유한 것이다. 작가는 사람들의 위선과 허위의식에는 가차 없는 시선을 보내지만, 주변 꽃은 한없는 애정으로 바라보며 또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소설가 김훈이 ‘말을 걸어올 때까지 눈이 아프도록’ 꽃을 바라보는 스타일이라면, 박완서는 꽃을 그리 길지 않게 묘사하고 지나가는 것이 단숨에 특징을 잡아내는 스타일인 것 같다. 작가의 맏딸 호원숙씨는 “꽃이 피었을 때 엄마가 가장 그립다”고 말했다. 필자는 꽃 중에서 박태기나무꽃과 능소화가 필 때 작가 생각이 난다.
교육의 뇌과학 (바버라 오클리·베스 로고스키·테런스 세즈노스키 지음, 이선주 번역, 현대지성 펴냄, 384쪽, 1만9900원) 뇌의 학습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효과적인 학습법을 제시한다. 뇌는 새로운 지식을 ‘작업 기억’으로 처리한 뒤 ‘장기 기억’에 저장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출 연습’, ‘끼워 넣기’, ‘시간차 반복 학습’ 등이 기억 강화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미루는 습관을 고치는 ‘과제 세분화’와 ‘포모도로 기법’ 같은 실용적인 전략을 소개한다. 뇌과학에 기반한 학생 지도 기술도 담았다. 60초 과학 (리아 엘슨 지음, 조은영 번역, 은행나무 펴냄, 324쪽, 2만 원) 전 세계 팬들의 질문에 대한 미국 인기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과학적 답변을 책으로 엮었다. ‘지구가 자전을 멈추면 어떻게 되죠?’, ‘얼음은 왜 미끄러운가요?’, ‘눈을 누르면 왜 아무 색깔이 막 보이나요?’, ‘우주에서는 어떤 냄새가 날까요?’ 같은 다소 엉뚱한 103가지 호기심을 다룬다. 유쾌한 일러스트와 설명으로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교실 이데아 (김신완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296쪽, 1만8000원)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할 대안으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을 제시한다. 다큐멘터리 ‘교실 이데아’를 연출한 바 있는 저자는 IB 교육이 학생들의 내적 동기를 강화하고, 교우관계를 개선하며, 사교육 부담을 줄이는 등 긍정적 변화를 이끈다고 주장한다. IB라는 제도에 대한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 커리큘럼, ‘채점자 간 일치도 실험’으로 검증한 평가시스템 그리고 50명 이상의 학생·교사·학부모의 인터뷰를 담았다. 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 (장인용 지음, 그래도봄 펴냄, 332쪽, 2만2000원) 단어의 어원과 그 속에 담긴 역사·문화적 배경을 탐구하며 언어의 변화와 융합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경제’, ‘사회’ 같은 단어의 현대적 재해석부터 ‘숙맥’, ‘얌체’처럼 뜻이 역전된 사례, ‘김치’, ‘깍두기’ 등 음식 이름의 유래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특히 일본과 중국의 영향을 받은 한자어, 종교에서 유래한 단어 등을 통해 언어의 적응성과 유연성을 탐구한다. 나의 첫 돈과 금융수업 (문원준 지음, 맘에드림 펴냄, 280쪽, 1만8000원) 청소년들의 실생활에 필요한 경제 감각에 초점을 맞췄다. 돈의 역사부터 저축·소비·투자까지 일상 속 다양한 사례를 통해 금융역량을 기르는 방법을 알려준다. 교과서 속 이론이 아닌, 실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중심으로 설명해 경제를 자신의 삶과 연결 지어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저축의 중요성, 합리적 소비 습관, 지혜로운 투자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경이롭고 때론 징그러운 색깔 탐험 (스티븐 와인버그 지음, 김혜진 번역, 마음이음 펴냄, 144쪽, 1만5000원) 색을 중심으로 과학·예술·역사·지리·인간의 욕망까지 다양한 주제를 탐구한다. 풍부한 일러스트와 유쾌한 이야기 덕에 깊이 있는 내용도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네안데르탈인의 벽화부터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까지 인간의 역사·문화·과학적 발견을 쉽게 설명하므로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읽어볼 만하다. 그래서 이런 사자성어가 생겼대요 (우리누리 지음, 송진욱 그림, 길벗스쿨 펴냄, 160쪽,1만3000원) 초등학생을 위한 어휘 학습서. 낯선 한자가 많아 무작정 외우려면 어렵고 헷갈리는 사자성어를 네 칸 만화와 짤막한 동화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알려준다. 사자성어에 좀 더 쉽게 다가서도록 실생활에 자주 쓰는 필수 사자성어를 수록했다. 어휘력과 문해력을 키우는 동시에 옛사람들의 지혜도 배울 수 있다. 내가 너라서 좋아 (마크 콜라지오반니 지음, 피터 H. 레이놀즈 그림, 김여진 번역, 초록귤 펴냄, 32쪽, 1만5500원) 한 아이가 거울 속 자신과 대화하며 자신을 바라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따뜻한 그림으로 그려냈다. 초반 단색이었던 색감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화려해지며 주인공의 성장과 자신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자신에게 상처 주지 않고, 스스로를 응원하는 법을 배우면, 그만큼 타인을 여유 있게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베이비부머, 컨베이어 벨트에서 밀려나다 인생을 전반생과 후반생으로 나누어 ‘인생 이모작’을 말하곤 한다. 우리나라 최대 인구 집단인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 그리고 제2베이비부머 세대(1964~1974년생)가 ‘인생 이모작’의 현재 주인공이다. 이 세대는 20~30대를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보내며 민주화를 이뤄냈다. 고도성장 시대 끝자락에 사회로 진출하여 30~40대에 IMF 칼바람을 맞았고, 정보화 시대의 첫 문을 열었다. 전후(戰後) 세대로서, 그 전 식민지 시대와 전쟁 시기를 온몸으로 겪은 세대와 여러 면에서 크게 다르다. 평균 수명 증가와 함께 인생 백세시대를 맞이한 첫 세대이기도 하다. 그 전 세대 노인들은 전통적 규범에 따라 경로(敬老) 윤리를 누렸다. 반면 베이비부머 세대는 ‘늙은 사람은 비효율적·비생산적’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된 이후 은퇴와 노년을 맞이하고 있다. 고도 성장기의 빠른 사회 변화에 적응하느라 삶을 성찰할 기회를 갖기 어려웠다. 빠르게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 위의 삶이었다.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밀려났다는 상실감에 시달린다. 이야기의 힘, 발견·치유·미래 이런 세대에게 사회학자 김찬호, 문학평론가 고영직, 여성학자 조주은이 묻는다.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서해문집) 다른 사람 얘기가 아니라 당신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것. 그렇게 이야기하는 가운데 나는 누구이며, 나는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있고 열어갈 수 있는지,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는 뜻이다. 그래서 부제목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구술생애사를 통해 본 희망의 노년 길 찾기’다. 자신의 삶을, 자신이 이야기하는 것은 뜻밖의 큰 힘을 지닌다. 첫째, 발견. 나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둘째, 치유. 덮어버렸거나 애써 모른 척 지나간 상처를 드러내 스스로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다. 셋째, 미래. 나의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미래를 계획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발견·치유·미래가 바로 이야기의 힘이다. 은행원으로 일하다 은퇴하여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하는 1954년생 최영식, 전업주부로 살다가 자원봉사의 삶을 사는 1960년생 김춘화, 혁신학교 이우학교 교장을 지낸 뒤 시니어 교육운동을 하는 1957년생 정광필…. 베이비부머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 옛 갑옷을 벗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라 _ 문래동 홍반장 최영식 씨 이 가운데 ‘문래동 홍반장’으로 불리는 최영식 씨는 문래동에서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들과 철공소 아저씨들을 연결하는 링커활동 외에도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친다. 그가 서울 마포구 데이케어센터에서 치매 어르신들과 여행 다녀오는 자원봉사를 했을 때 경험담이다. “할머니가 제 손을 꽉 잡으시는 거예요. 그때 ‘아, 나도 치매에 걸릴 수 있다. 그런데 말이 안 통하는 내 얘기를 누가 들어줄까? 아내가? 우리 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할머니한테는 이렇게 잘 대하면서 정작 아내한테는 너무 소홀히 한 거 같더라고요. 멀리 세계여행 가는 게 아니라 자기 옆에 있는 아내의 깊이와 잠재성을 봐야 합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간다는 것. 말처럼 쉽지 않다. 은퇴 후에는 사회활동이나 대인관계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예전 사회적 지위를 잊지 못하여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 어색하다. 최영식 씨는 어떻게 극복했을까? “처음부터 사람들에게 낮춰 다가가고 잘 어울린 건 아닙니다. ‘나이 들었는데 창피하면 어때?’라고 생각하려 했죠. 퇴직 전에 이사였든 뭐였든 ‘뭣이 중한데’요. 사람들은 옛 직함을 끌고 와 지금도 그 조직의 갑옷을 입은 것처럼 행동해요. 수용성이 떨어지는 거죠. 도움 안 되는 갑옷을 벗고, 살아 있는 동안 힘 있을 때 누군가를 위해서 ‘손’을 내밀라는 거예요.” ● 새로운 ‘나 자신’으로 거듭 태어나라 _ 자원봉사 달인 김춘화 씨 인터뷰 참가자 가운데 유일한 여성인 김춘화 씨는 전업주부로 살던 중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됐다. 이를 시작으로 안양 지역 ‘자원봉사 달인’이 됐다. 봉사를 잘하기 위해 취득한 자격증만도 10여 개. 그 가운데 미술치료사 공부는 왜 했을까? “마음 아픈 이들을 어루만지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하게 됐어요. 아들 다니는 학교 학부모회장을 하면서 아이들을 보고, 주위 어르신들을 보니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자기가 이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못 느끼고 있는 이들의 마음속에 다가가 아픔이 없게 해 주고 싶어 미술치료를 배웠어요.” 익명의 아내이자 며느리, 엄마로만 살아오던 김춘화 씨는 봉사활동을 통해 ‘김춘화’로 새롭게 태어났다. 봉사활동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취득한 여러 자격증은 결과적으로 경제적 측면의 노후 대비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생산자·지렛대로서의 새로운 노년 문학평론가 고영직은 최영식 씨의 삶에서 ‘생산자로서의 노년’을 발견한다. 정년 이후 ‘시간 과잉’과 ‘관계 빈곤’에서 벗어나 사회관계를 재구성하면서 공동체에 봉사하는 삶이다. 여성학자 조주은은 김춘화 씨의 삶에서 여성이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인생 전략을 발견한다.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50+인생학교’에서 자신과 같은 베이비부머들의 인생 2막을 지원하며 시니어 교육운동을 하는 정광필 씨. 사회학자 김찬호는 그의 후반생에서 ‘지렛대로서의 노년 세대’를 기대한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여전히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이런 구체적인 개인 사례들을 우리가 그대로 따라 할 수도, 따라 할 필요도 없다. 우리들 각자가 처한 상황과 삶의 경험은 다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나의 삶 이야기’를 솔직하게 돌아보고 자신에 대해 너그럽게 그 이야기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 이야기에서부터 후반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2023년 서이초 사태 이후 교사들의 사기가 크게 저하되면서, 부장을 맡으려는 교사가 줄어들고, 간신히 부장이 정해지더라도 보직을 제비뽑기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혹자들은 지금이 학교장에게 ‘단군 이래 가장 힘든 시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학교장이 리더십을 발휘하여 학교를 경영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위기의 시기에는 담임 배정과 관련한 학교 인사행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기서는 이를 알아보기 위해 학교 행정이념의 이해, 담임 배정의 실제의 순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학교 행정이념의 이해 1. 행정이념의 정의 행정이념은 행정이 따라야 할 규범적 가치 기준으로 공익·자유·형평 등의 본질적 행정가치와 민주성·합법성·효과성·중립성 등의 수단적 행정가치를 포함한다. 이는 시대와 국가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되며, 강조점과 우선순위도 다르다.1 필자는 학교 행정에서 특히 강조해야 할 주요 이념으로 민주성·효과성·효율성을 꼽는다. 다만 여기에서는 지면의 한계 등을 고려하여 효과성·효율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 효과성과 효율성 ● 효과성(effectiveness) 효과성은 정해진 목표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달성했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즉 효과성은 ‘올바른 목표’를 설정하고,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 실현과 목표 달성을 중시한다. 예를 들어 기초학력미달학생 비율을 전년 대비 10% 줄이는 목표를 설정했다면, 효과성은 이 목표를 얼마나 달성하였는가가 평가의 척도가 된다. 고로 투입된 비용은 따지지 않는다. ● 효율성(efficiency) 효율성은 최소한의 노력과 비용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는 것을 의미한다. 즉 목표 달성을 위해 소요된 시간과 비용 등이 적을수록 효율성이 높은 것이다. 예를 들어 기초학력미달학생 비율을 전년 대비 10% 줄이는 목표를 설정한 경우, 효율성은 미달 비율 학생의 감소율과 함께 이를 위해 투입된 비용과 자원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 행정이념으로서의 효과성과 효율성의 관계 효과성과 효율성은 상호 보완적이며, 모두 중요하다. 다만 상황에 따라 어느 것을 우선시할지 결정해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효과성이 필요하지만,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시간을 절약하려면 효율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조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즉 효과성을 극대화하면서도 효율성을 고려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담임 배정의 실제 1. 참여형 의사결정과 효과성·효율성의 제고 초등학교의 교직문화는 크게 학급 담임 중심과 동학년 중심이라는 두 가지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누구와 동학년을 하느냐는 교사들에게 있어서 심리적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함께하는 동학년 교사에 따라 1년이 심리적으로 안정적일 수도 있고, 반대로 매우 불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등학교에서는 학년 배정과 담임 배정이 그 어떤 의사결정보다도 중요하다. 만약 학년 배정이나 학급 담임 배정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1년 내내 학교가 시끄러워져 학교교육의 목표 달성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 과거에는 이처럼 중요한 학년 배정과 담임 배정을 학교장이 단독으로 결정했다. 이러한 방식은 능률성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효과성을 달성하기는 어려웠다. 반면 교내 인사위원회를 통한 배정 방식은 효과성을 높일 수 있지만, 능률성은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효과성과 능률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장이 주도적으로 결정하되 참여적 의사결정을 도입하는 형태가 적절하다. 그러나 담임 배정에 참여적 의사결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선결 과제가 있다. 바로, 담임 배정의 과학화라고 할 수 있는 소위 점수제의 도입이다. 모든 제도에는 장단점이 있듯, 점수제 또한 예외는 아니다. 최근 초등학교에도 MZ세대 교사의 증가로 인해, 학교행정에서도 그들이 중시하는 공정성·투명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점수제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특히 고경력 교사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점수제보다 더 나은 학년 배정 및 담임 배정 방식이 없어, 불가피하게 시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학교장은 리더십을 발휘해 이러한 문제를 잘 해결하고, 극복해 나가야 한다. 2. 참여형 의사결정의 단계 ● 1단계: 인사위원회 개최 및 기본 원칙 협의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신학년도 인사원칙에 대한 기본적인 협의를 진행한다. 이 단계는 학년 배정 및 담임 배정의 기본 틀을 정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학교 상황에 맞춰 어떤 학년에 어떤 점수를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고, 특히 중간에 담임이 교체되는 경우 등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진다. 원칙이 명확하지 않으면 이후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많은 시간을 들여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 ● 2단계: 교직원회의를 통한 승인 인사위원회에서 점수제 등 인사원칙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이를 전체 교직원회의에서 승인받는다. 모든 교직원이 인사원칙을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 3단계: 희망서 작성 각 교사는 본인의 희망 학년을 작성한다. 이때 서로 간에 오해가 없도록 제1희망부터 제3희망까지 저·중·고학년을 한 개씩 모두 쓰도록 해야 한다. 원칙에 어긋나게 작성한 희망서는 반드시 다시 작성하도록 한다. 희망서 작성이 원칙대로 되지 않으면 이후 ‘내가 희망하지도 않은 학년을 배정했다’, ‘인사원칙에 어긋나는 인사를 했다’ 등의 불만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 4단계: 인사위원회 협의 및 결정 다시 인사위원회를 개최한다. 이때 학교장은 신학년도 학교경영 중점 등을 설명하고, 인사위원회에서 내년도 학교경영을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을 당부한다. 이후 인사위원회에서는 신학년도 인사원칙에 따라 학년 배정 및 담임 배정안을 논의하며, 1차·2차·3차 등 인사위원 모두가 만장일치로 합의하는 안이 도출될 때까지 협의를 계속하도록 당부한다. ● 5단계: 인사위원회 합의안 검토 후 발표 인사위원회 합의안이 나오면, 교장은 이를 보고받고 교감 등과 문제점을 검토한다. 만약 문제점이 발견되면 인사위원회에 재논의를 요청하고, 수정된 안을 다시 검토하여 문제점이 없다고 판단되면 시안을 전체 교직원회의에서 발표한다. 시안을 발표할 때는 PPT 자료를 활용하는데, 신학년을 맞아 교장이 중점을 둔 인사 방향, 학년 배정과 담임 배정 과정에서의 어려움, 각 교사의 희망 학년과 본교에서 역임한 학년, 누적 총점수 등의 정보를 공개하여 절차의 공정성과 정당성을 확보하도록 한다. 또한 즉석에서 이의신청을 받거나, 교장·교감에게 대면 혹은 전화·메일 등의 비대면 방식의 이의신청 기한을 정한다. 이의신청이 있는 경우 해당 교사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해결되면 다음 단계를 진행한다. 혹시라도 시안에 문제가 있으면 인사위원회를 다시 개최하여 재논의한 후 필요한 경우 인사안을 수정한다. ● 6단계: 최종 인사안 확정 및 발표 이의신청이 없으면 인사안을 최종으로 확정하여 발표한다. 만약 수정이 이루어진 경우, 수정한 사유와 변경된 내용을 포함하여 최종안을 발표한다. 나가는 말 학교는 전통적으로 학생 개개인의 전인적 성장과 발달을 목표로 삼는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학교는 학생 개개인이 한 인간으로서 존재 가치를 실현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정신적·신체적 능력을 계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매우 중요하다. 학교장은 직접 학생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의 성장은 결국 교사를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며, 고로 학교장의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 학교장은 학교구성원 전체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교실 수업 지원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담임 배정이다. 적재적소에 담임을 배정하기 위해서는 학교문화와 운영 시스템 등 학교의 다양한 요소 모두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만 한다.
최근 ‘놀이’의 중요성이 새롭게 대두되면서 어렵거나 하기 싫어하는 대상에 게임의 요소를 접목하여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 주목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지난 호에서 설명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필자가 학생들과 강의실에서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 윷놀이 게임학습(LPG: Learning by Putting Game) 수업과정과 효과를 소개하면서, ‘학습자 주도성을 기르는 수업전략’ 연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윷놀이 수업(학습)전략 윷놀이 게임학습(LPG: Learning by Putting Game)은 필자가 대학에서 플립러닝을 하는 중에 학생들과 활동하는 수업 중 하나이다. 총 4단계로 진행되는데,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1단계 _ 윷놀이 준비 활동 1) 윷놀이 도구 준비하기 윷놀이 수업을 하려면 윷·말판·깔판이 필요하다. 윷은 문방구에서 적은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윷 대신에 주사위로 해도 되지만 흥미를 유발하고, 감각적 경험을 하는 데는 나무로 만든 윷이 더 좋다. 말판은 윷과 함께 구매할 수 있지만 학생들이 직접 만들게 해도 좋다. 깔판은 책상이나 교실 바닥에서 윷을 놀 때 소음이나 튕겨 나가는 것을 방지해준다. 2) 윷놀이 문제카드와 정답카드 만들기 글쓴이가 경험한 바로 윷놀이 문제카드와 정답카드를 그룹별로 한 벌씩 만들려면 시간이 많이 든다. 먼저 문제 만드는 요령을 보자. •앞면에 문제 번호와 배점을 적는다. 그리고 뒷면에 문제를 적는다. •정답도 문제처럼 만든다. •문제는 문제끼리, 정답은 정답끼리 모은다. 윷놀이할 때 문제와 정답이 보이지 않도록 앞면이 위로 오게 한다. •윷놀이 시간과 문제수를 적절하게 정한다. 20~30분에 10문제쯤 풀도록 계획하면 적당하다. •문제를 선택형보다는 서술형(완성형·단답형)으로 출제한다. •문제의 수준(배점)을 고르게 정한다. 예로 쉬운 것(1점) 2문제, 어려운 것(2점) 3문제로 출제한다. •답을 충분하게 적는다. 가능한 답을 모두 적어야 제대로 학습할 수 있다. 3) 정답 기록지 만들기 이밖에 정답 기록지는 수업 중 활동(점수 계산)에서 함께 보자. ● 2단계 _ 윷놀이 수업 도입(전) 활동 1) 수업주제(목표)와 자율학습 안내하기 학생들에게 수업 전이나 도입부에서 수업주제와 수업목표를 안내한다. 이때 윷놀이 주제를 ‘한 단원 전체’로 해도 되지만, 더 중요한 소주제(항목)를 뽑아 제시하는 게 좋다. 그런 다음에 학생들이 다 함께 배경지식을 가지려면 자율학습을 충분하게 해야 한다. 이때 SQ3R 중에 질문 만들기를 활용하면 학습의 초점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2025년 1월호 참고). ‘수업주제(목표)와 자율학습 안내하기’는 수업 전 활동으로 안내하고, 수업 첫 활동으로 약식 퀴즈를 풀게 하면 시간도 절약되고 자율학습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2) 학습 모둠 정하기 윷놀이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모둠(편)을 정해야 한다. 각 편은 3명으로 하는 게 좋은데, 2명씩 해도 괜찮다. 편을 정할 때 대개의 협동학습처럼 이질집단(성적이나 성격 특성, 친소 관계 등)으로 구성해야 한다. 3(2)명씩으로 된 모둠(편)을 ‘그룹’이라 이름 붙인다. 각 편이 책상을 마주하고 앉은 다음에는 서로 소개하고, 각 편의 이름을 짓게 한다. 이때 그룹의 동질성을 살리기 위해 동일한 범주(꽃)를 정해주고 그 안에서 생각하게 한다(예를 들어 1그룹은 개나리 모둠-철쭉 모둠). 그러고 나서 편(모둠)별로 역할을 분담하게 한다. 예컨대 주장은 말판 놓기, 확인자는 상대방의 정답 여부 판단하기, 기록자는 점수판에 점수 기록하기를 맡는다. 3) LPG 준비 학습하기 모둠(편) 내에서 역할까지 정하고 나서 각 모둠별로 윷놀이 게임을 준비하는 학습을 함께하도록 한다. 예컨대 문제를 만들어서 서로 질문과 답변을 해보도록 한다. 수업주제에 대한 사전(자율)학습이 부족했다면 수업자료를 꼼꼼하게 읽도록 한다. ● 3단계 _ 윷놀이 수업 중 활동 1) 윷놀이 규칙 정하기 윷놀이 규칙은 이미 정해져 있지만, 학생들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하면, 학습 주도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글쓴이가 대학 수업에서 실천하고 있는 윷놀이 규칙을 중심으로 소개하겠다. •뒷도는 없애고, 잡아먹기는 약간 변형하였다. 뒷도는 아무 노력 없이 큰 보상을 받기 때문에 교육적이지 못하다. 상대 말을 잡을 수 있는 경우에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한다. ㉠ 앞말을 잡는다. → 문제를 한 번만 푼다. ㉡ ‘내(우리 편)’ 말이 나가는 만큼 상대 말을 밀어준다. → 문제를 풀고, 정답을 맞히면 한 문제 더 푼다. •문제 푸는 규칙을 정한다. ㉠ 문제는 윷을 놓은 사람이 푼다. ㉡ 윷이나 모가 날 경우 문제를 하나 골라 푼다. 문제를 맞히면 한 번만 더 논다. ㉢ 앞말을 잡을 수 있는 경우 위 ㉠, ㉡중에 선택한다. ㉣ 각 편이 상의하여 찬스 밭(윷·모·잡기 외에 말이 놓이면 문제 풀기)을 3개 정도 만들면 문제 푸는 기회가 많아 학습이 잘 된다. ㉤ 말을 뺄 때도(업어서 빼면 그 수만큼) 문제를 푼다. ㉥ (아주 중요한 것) 상대편 확인자가 정답지를 보고 정답 여부를 말한다. 이때 정답이면 모든 참여자가 그 내용을 다 함께 큰소리로 암송한다. ㉦ 정답을 맞힌 경우 문제와 정답을 카드에서 빼낸다. 맞히지 못 하면 다시 카드 묶음에 넣는다. ㉧ 정답 확인자가 정답을 본 문제를 풀게 될 경우 모둠의 다른 친구가 푼다. 2) 정답 기록과 점수 계산하기 ① 두 모둠(편)이 각각 얻은 점수(ⓐ)를 계산한다. ② 두 모둠이 전체 문제(7) 중 맞힌 문제수(6)에 따라 가산점(2)을 각각 부여한다(ⓑ). 가산점은 임의적으로 정하면 된다(예: 80% 이상=3점 / 70% 이상=2점 / 60% 이상=1점 등).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이유를 강조해야 한다. 윷놀이 수업도 학습하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상대 모둠이 문제를 풀 때 확인자가 힌트도 주는 등 촉진해 주어야 다 함께 암송하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가산점은 ‘모두 승리법(win-win) 효과’를 적용한 셈이다. ③ 모둠별로 가산점을 더해 합산 점수를 계산하고(ⓒ), 승리한 모둠과 패한 모둠(ⓓ)을 정한다. ④ 각 그룹을 종합하여 최종 점수를 부여한다(ⓔ). 그 과정을 보자. ㉠ 모든 그룹에서 승리한 모둠을 모은다(승리 그룹). ㉡ 게임에서 패배하였지만, 다른 그룹의 승리한 모둠과 비교하여 점수가 같거나 더 많은 모둠을 승리 그룹으로 올린다. 우리나라 프로축구 승격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 승리 그룹에 속한 모둠을 다시 상위 그룹(승상)-하위 그룹(승하)으로 나눈다. ㉣ 최종적으로 세 그룹(승상-승하-패)으로 나누어 모둠 점수를 부여한다(승상=5점 / 승하=4점 / 패=3점) ● 4단계 _ 윷놀이 수업 후 활동 •윷놀이를 마치면 문제와 정답을 따로 정리한 학습지를 나누어 준다. •각자 정답을 보지 않고, 문제에 대한 답을 적는다. •돌아가면서 한 문제씩 정답을 발표한다. •다른 학생이 정답을 보충한다. •윷놀이 수업 전체에 대한 학습성찰을 한다. 매듭짓기 _ 윷놀이 수업(학습)의 효과 ● 경험기억의 중요성 경험기억이란 자신의 과거 경험(사건)이 연결되어 떠오르는 기억을 말한다. 어떤 사건이나 경험과 연결되어 얻은 지식은 잘 외워지고, 오래 간다. 글쓴이 수업에서 실제 대학생이 성찰한 내용을 보자. 밑줄 친 부분이 경험기억을 말해준다. “윷놀이 수업은 내게 있어서 학습이라는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끔 해준 공부방식이다. 단순히 외워서 문제를 풀면 흥미가 없기 때문에 단순 암기밖에 되지 않아 금방 까먹지만, 윷놀이 수업을 한 내용은 놀이와 학습을 접목시켰기 때문에 내가 풀었던 문제들과 답이(틀린문제까지도) 아직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 행복의 비결 2023년에 초등학교 5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까지 학생 2,231명을 대상으로 하루 동안의 주요 생활 사건(수면·공부·미디어 활동)을 분석하였다(초록우산어린이재단). 그 결과 다른 사람과 직접 소통하고 대면 활동을 하는 학생들의 행복감 지수는 7.33이었는데, 혼자 미디어 활동을 즐기는 행복감은 6.72였다. 이 결과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성인을 대상으로 밝힌 행복에 관한 국제 조사와 거의 같다. 자신을 행복하다고 말한 상위 10%는 경험 구매(다른 사람과 함께 하기)를 자주 했는데 그 반대, 즉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낀 하위 10%는 물질 구매(물건 사기 등)를 선호하였다. 윷놀이는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서로 얼굴을 보면서 전략적 사고, 문제해결, 감정교류를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행복의 비타민이 될 수 있다. ‘OECD 2030 학습나침반’에서 교육의 목표인 웰빙(심리사회적 만족)과 맞닿는다. 윷놀이 수업은 학생들의 학업 부적응, 학교폭력, 정서적 문제 등도 완화하는 비결일 수 있지 않을까? ● 말하는, 서로 가르치는 수업과 공동 주도성 미국 행동과학연구소(NTL)에서 내놓은 학습 효율성 피라미드(Learning Pyramid)에서 ‘서로 설명하기’가 으뜸이다. 10여 년 전 EBS에서 방영한 다큐프라임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에서는 ‘말하는 공부방’ 학생들이 ‘조용한 공부방’ 학생들보다 시험 점수가 좋았다.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언급하면서 글쓴이의 시리즈를 마치겠다. ‘OECD 2030 학습나침반’에는 공동(협력적) 주도성(Co-agency)이 있다. 학습자 스스로 주도성을 발휘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함께 협력하여 주도성을 발휘할 때 개인의 삶과 사회구성원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 이 사실을 윷놀이 학습을 통해 미리미리 깨닫게 한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사회적 갈등과 대립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교육의 모습이고, 미래 비전이다.
처음엔 수많은 학생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사건과 관련 있는 학교인 줄 알았다.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에 위치한 세월초등학교. 마을이 세월리인 탓에 세월초로 불린다. 강물 위로 스며드는 달빛이 아름답다는 의미에서 세월(洗月)이란 이름이 지어진 곳, 서석산 골안계곡부터 남한강을 끼고 있는 산자수명(山紫水明), 빼어난 그곳에 문화예술교육으로 학교와 마을을 살린 세월초가 있다. 한때 세월초는 학생수가 줄어 폐교 위기까지 몰렸다. 1946년에 세워진 전통의 학교지만, 학령인구 감소는 피할 재간이 없었다.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교사와 마을주민들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세월초 활성화 프로젝트. 문화예술교육을 중심으로 학교를 살리고 마을을 살리자는 계획이다. 그들의 노력은 머지않아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제는 전교생이 81명이나 되는 6학급 규모로 커졌다.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도 못 여는 학교가 올해 현재 전국에 184곳에 이르지만, 세월초는 지난해 13명, 올해 9명이 1학년에 입학했다. 비결이 뭘까. 이 학교 최춘지 교장은 ‘소통’을 첫손에 꼽았다. 학부모와 학생, 교직원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소통을 통해 믿음과 신뢰를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문화예술교육·마을생태교육·기본교육 등을 실시, 돌봄과 배움이 있는 아름다운 학교를 만들어 간다. 소통하는 교육 실천 … 학부모 만족도 92% 세월초의 소통은 가정방문에서부터 시작된다. 학기초가 되면 학부모의 신청을 받아 가정방문을 한다. 전화로 상담하는 방법도 있지만, 교사가 직접 학부모를 만나 학교생활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함께 의논한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학교와 학부모가 서로 믿고 의지할 때, 보다 나은 교육활동을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1학년의 경우에는 가정방문 때 담임교사는 물론 학생들도 함께 간다. ‘내 아이’ 아닌 ‘우리 아이’를 위한 교육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매월 한 차례씩 모든 교사가 공개수업을 하는 것도 소통의 일환이다. ‘학급 소통 공책’이란 것도 있다. 자녀와 부모가 그날그날 있었던 일들을 적은 공책인데 학교 입장에서는 교육수요자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최 교장은 “교육에 대한 불신은 단절에서 시작된다. 조그만 일이라도 알려주고 소통하면 학교교육에 대한 믿음은 더욱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세월초 학부모의 10명 중 9명 이상은 학교교육에 높은 만족감을 표시한다. 지난해 학부모 만족도는 92%를 기록했다. 폐교 위기에서 문화예술교육 꽃피워 오고 싶은 학교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은 세월초의 또 다른 강점이다. 폐교 위기에 극적으로 회생할 수 있었던 것도 마을과 함께하는 축제가 촉매가 됐듯, 매년 풍성한 행사가 열린다. 먼저 손꼽히는 것은 세월달빛시네마. 세월초 학부모회에서 주관하는 행사로 운동장에 빔프로젝터를 설치해 영화를 관람하는 야외영화제다. 조그만 농촌마을이다 보니 영화관이 없어 아쉬워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 운동장에 스크린을 설치, 온 가족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세월초를 비롯 조현초·양동초·강하초 등 양평군 일대 작은학교들이 모여 만든 ‘양평 작은학교 연극제’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처음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앞으로 계속할 생각이다. 서울에서 가까운 데다 경치가 빼어나 예술가들이 많이 사는 지역적 특성을 활용, 작가들이 교사와 협력수업을 통해 문화예술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국내 유명 예술대학에서 퇴직한 전직 교수는 학생들을 자신의 작업실로 초대, 판화기법을 가르치고, 또 다른 유명 작가는 미술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학교를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운동장에 공사현장에서 사용하는 설비들을 예술활동 소재로 반전시킨 ‘학교가 예뻐지는 중 프로젝트’는 단연 백미다. 안전을 위해 설치된 철제 가림판에 학생들이 벽화처럼 그림을 예쁘게 그려 새롭게 단장했다. 강렬한 색채를 사용해 그린 활짝 핀 꽃과 분출하는 화산은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학교 측은 “공사 때문에 불편하다는 생각보다 학교가 예뻐지는 과정이니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자는 의미에서 벽화 프로젝트를 마련했다”고 한다. 진달래꽃 화전 만들기 등 생태교육 활발 마을생태교육은 저·중·고학년 등 3개로 나눠 수준에 맞게 진행된다. 1~2학년은 마을을 통한 학습, 3~4학년은 마을에 대한 학습, 5~6학년은 마을을 위한 학습으로 각각 설정해 운영한다. 저학년 학생들은 해마다 4월이면 ‘마을투어’ 행사를 한다. 교육과정과 연계해 마을 이곳저곳을 산책하고 인근 갤러리를 방문해 문화적 소양을 넓힌다. 볕이 좋은 날에는 계곡에서 가벼운 물놀이도 즐긴다. 3~4학년은 마을에 역사·문화·생활 등을 조사하는 활동을 통해 우리 고장의 생태환경을 지키는 애향심을 기른다. 5~6학년은 마을을 위한 학습, 즉 마을에 도움이 되는 활동에 중점을 둔다. 예컨대 목공수업시간에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의자를 만들기도 하고, 어버이날에는 부모님 초청 행사에서 합창공연을 한다. 생태교육 일환으로 실시되는 절기통합학습은 학생들 사이에 특히 인기가 높다. 24절기에 맞춰 그때그때 적합한 교육활동을 하는 것이다. 꽃피는 4월에는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만들어 나눠 먹는다. 여름이면 물놀이를, 가을이 깊어지면 김장담그기 행사를 한다. 단오·추석 등 전통 명절에는 풍물패 등과 함께 다채로운 축제를 연다. 자존감 높이는 기초·기본교육 … 올핸 글쓰기 교육 주력 기초학력 부진학생이 없도록 학생들의 기초를 다지는 교육은 세월초가 가장 역점을 두는 것 중 하나다. 우선 읽기·쓰기·셈하기 등 3R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한 방과후교육에 힘을 쏟는다. 학부모들의 동의를 얻어 주 4회 기초학력 협력강사가 학생들을 지도한다. 학생들의 기초를 다지기 위한 수업은 일명 개구리반으로 불린다. 개구리처럼 점프해서 실력을 끌어올리자는 의미를 담았다. 단순히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는 캠프도 진행하고, 놀이공원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학생들의 자존감을 세워주기 위한 것이라고 학교 측은 귀띔했다. 이와 더불어 올해부터는 글쓰기 교육에 집중할 생각이다. 수학이나 영어 등은 학습 인프라가 잘 갖춰져 학생들이 언제든 도움받을 수 있지만, 글쓰기 교육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돼 올해부터 창체시간을 활용해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달빛 담은 글쓰기장’이라고 명명된 글쓰기 노트를 전교생에게 지급하고 학생들이 마음대로 쓰고 싶은 것을 쓰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외에 세월초는 학생 자치활동이 활발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3월 4일 입학식에 맞춰 교문 앞에 걸린 현수막은 학생들이 직접 만들었다. 현수막에는 ‘동생들아 세월초 선배들이 축하해, 아주 재미있는 곳이야’라는 글씨가 무지개색으로 쓰여 있다. 학교 담장에는 ‘우리들의 꿈터’라는 글씨가 알록달록 그림과 함께 새겨져 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모두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했다. 올해 교직 27년 차인 최 교장은 지난해 세월초 공모교장으로 부임했다. 경기도교육청과 남양주교육지원청에서 장학사로 근무한 뒤, 학생들에게 좀 더 좋은 교육을 해주고 싶어 세월초를 선택했다. 그에게 세월초는 어떤 의미일까 궁금하던 순간 “아름다운 학교죠. 주변 자연환경도 아름답지만, 우리 아이들 좀 보세요. 이렇게 순수하고 꾸밈없는 아이들이 또 어디있겠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비행을 저지른 학생과 그 보호자는 조사나 재판을 앞두고 두려움에 빠지기 마련이다. 이럴 때 담임교사는 학생 측으로부터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더 난감한 부탁을 받는 교원들도 있다. 학교폭력 피해를 봤는데 증거가 없다며 담임교사에게 자녀가 특정 학생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해달라고 한다. 교직생활을 하며 한 번씩은 들어 봤을 이런 ‘탄원서’와 ‘진술서’에 대한 부탁들. 이번 호에서는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자. ‘탄원서’의 의미와 담기는 내용 「형법」은 연령·성행·지능과 환경적인 부분을 비롯하여 범행의 동기나 범행 후의 정황과 같은 요소들을 토대로 범인의 형벌을 정하도록 한다(「형법」 제51조). 「형사소송법」은 위와 같은 요소들을 바탕으로 검사가 기소유예 처분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형사소송법」 제247조).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나 검사로서는 비행을 저지른 학생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판단할 수 있으므로, 학생을 비교적 장기간 관찰한 교원이 탄원서를 통해 학생의 바람직한 평소 성행, 범행을 저지르게 된 안타까운 환경, 범행 후 반성하는 태도 등의 유리한 부분을 제시해 줄 수 있다. 그렇기에 통상 ‘탄원서’의 주된 내용은 ‘내가 지도한 학생이 잘못은 했을 수 있지만, 본래 선량한 학생이니 선처를 구합니다’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작성한 교원과 학생의 관계, 학생을 지도한 기간, 학생의 비행에 대한 놀란 감정, 학생이 학교에서 보인 올바른 생활태도, 학생과 보호자의 노력, 학교생활 중 긍정적인 에피소드, 선처를 구하는 사정 등의 내용을 담게 된다.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다. 탄원서 내용 예시 저는 박○○ 학생이 재학 중인 중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교사 김□□입니다. 박○○ 학생은 2학년 3반으로, 제가 담임교사를 맡으며 1년간 지도하고 있습니다. 먼저 박○○ 학생이 이런 절도사건에 휘말렸다는 말을 듣게 되어 놀랐습니다. 평소 박○○ 학생은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다른 학생들과의 관계도 좋은 모범적인 태도의 학생이기 때문입니다. 박○○ 학생은 저희 반 1학기 회장으로 학급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일이 있고, 밝고 즐거운 학급을 만드는 데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다만 박○○ 학생과의 상담과정에서 가정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고, 그 때문에 간혹 어두운 모습을 보이는 날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충동적으로 그러한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생각되어 너무나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박○○ 학생은 이 사건 이후 학교생활에서도 많은 반성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부디 선처해 주신다면 저 역시 남은 기간 박○○ 학생을 잘 지도하여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돕겠습니다. 이렇게 교사로서 평소 학생에 대한 관찰에 근거한 긍정적 평가와 선처를 구하는 사정을 충실히 담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탄원서를 작성하는 교원은 학생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즉 발생한 상황에 대한 증인이나 목격자는 아니다. 유죄나 무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기에 이런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작성해 준다고 하더라도 교원이 증인으로 법정에 서게 되거나 목격자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게 되는 등의 가능성은 매우 작다. 사실 제출된 탄원서의 내용이 재판과 수사 결과에서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기 어렵다. 탄원서가 효과 없다며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학생이 관련된 사건에서 교원이 작성해 준 탄원서는 의미가 클 수 있다. 학생이 쓴 반성문이나 그 부모가 작성한 탄원서야 처벌을 적게 받으려는 의도가 보이거나 그 진심에 의심이 갈 수 있겠지만, 교원은 학생을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한 사람이면서도 그 신분상 사실을 전달해 줄 것으로 믿어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재판이나 수사에 적게나마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에 탄원서를 작성할 때는 가해자인 학생 외에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학생 측에서 교원이 탄원서를 작성해 줬다고 말하고 다니거나,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피해자가 열람 등사 등을 통해 탄원서 내용을 확인할 가능성도 있다(「형사소송법」 제294조의4). 이 때문에 특히 같은 학교에서 벌어진 학생들 사이의 문제에 대해 특정 학생을 두둔하는 내용의 탄원서 작성을 부탁받았을 때는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겠다. ‘진술서’의 의미와 담기는 내용 진술서는 증인이나 목격자의 지위에서 직접 경험한 내용을 기재하는 문서이다. 탄원서가 학생의 선처를 구하는 정도의 의미라면, 진술서는 구체적인 사건의 사실관계를 포함하여 유무죄 판단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므로 작성한 교원이 사건에 개입되는 정도가 크다. 사건과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는 교원이 거짓 진술할 이유가 없으므로 그 신빙성이 높고, 그렇기에 재판이나 수사기관의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다. 진술서 작성 이후 수사기관의 추가적인 진술 요청을 받거나, 나아가 법원에 출석하여 증인으로 진술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진술서는 교원 본인이 직접 보고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므로 문제가 된 상황, 목격한 내용에 대해 육하원칙을 바탕으로 서술한다고 생각하면 좋은데, 예시를 들자면 아래와 같다. 진술서 내용 예시 저는 이 사건에 관련된 박○○ 학생과 김□□ 학생이 소속된 5학년 3반의 담임교사입니다. 박○○ 학생은 2024년 5월 3일 점심시간에 급식실에서 김□□ 학생이 갑자기 달려와 때렸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일 같은 시간에 저는 5학년 3반의 급식지도를 하고 있었고, 두 학생이 충돌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당시 김□□ 학생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급식실 밖으로 나가려던 중이었고, 박○○ 학생은 식사를 마쳐 식기를 반납하러 가던 중이었습니다. 김□□ 학생은 친구가 먼저 밖에 나가자 따라 나가겠다며 뛰어나가던 중에 박○○ 학생과 부딪힌 것이지 일부러 폭행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학생들 사이의 충돌이 벌어져 저는 학생들의 안전을 확인하였는데, 다친 부분은 없었지만, 박○○ 학생의 옷에 식기가 쏟아지며 음식물이 묻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기분이 많이 상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김□□ 학생에게 급식실에서 뛰어다녀서는 안 된다고 지도하였고, 박○○ 학생을 달래주며, 보호자에게 연락해 여벌 옷을 받아 갈아입을 수 있게 하였습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저로서는 부주의한 학생의 충돌이었지, 김□□ 학생이 고의적으로 박○○ 학생을 때린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진술서는 사건의 핵심적인 내용을 다루게 되므로 탄원서를 작성해 줄 때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또 그런 중요한 문서이므로 진술서를 작성하여 학생 측에게 직접 주는 것이 합당한지도 고려해 봐야 한다. ‘탄원서’와 ‘진술서’의 형식과 작성 절차 먼저 탄원서나 진술서에 정해진 형식은 없다. 또 문서의 제목보다 그 안에 담겨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 실제 사례에서는 탄원서의 내용과 진술서의 내용이 혼합되어 있는 경우가 매우 많다. 자필로 쓰지 않고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작성해도 된다. 그런데 작성자의 신분이 확인되어야 하므로 첨부할 자료가 필요하다. 통상 작성된 문서 명의자의 신원이 명확하게 확인될 필요가 있을 때는 인감증명서를 붙인다. 그러나 탄원서나 진술서에는 신분증 사본이나 공무원증 사본을 첨부하는 것이 간단하기에 이런 방식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탄원서나 진술서는 작성한 교원이 사건을 진행하고 있는 기관에 직접 제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작성자가 알아서 우편 등으로 보내는 것은 불편한 일이기 때문에 문서를 요청하는 학생 측에게 제공하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그 내용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간혹 탄원서나 진술서 작성에 대해 학교 관리자와 상의해야 하냐는 질문도 있다. 탄원서나 진술서는 교원 개인의 의견을 담는 문서이므로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작성된 문서가 학교의 입장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기에 결국 교원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작성에 대해 교직 선배인 관리자에게 조언을 구해볼 수는 있겠다. ‘탄원서’와 ‘진술서’는 작성해 줄 의무가 있는가 교원이 본인의 책임하에 본인의 감상이나 경험을 작성하는 문서들이므로 작성해 줄 의무는 없다. 학생과 보호자 역시 그에 대해서는 알고 있기에 어렵사리 부탁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학생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 작성해 주는 것일 뿐이다. 그렇기에 이미 거절하였음에도 계속하여 작성을 요구할 때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교원의 법적 의무가 아닌 일을 지속적으로 강요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될 수 있다(「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19조 제1항 제2호). 탄원서를 부탁받았으나 곤란한 경우에는 학교생활기록부로 대체해서 제출하는 것을 권해볼 수 있겠다. 특히 학교생활기록부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부분에는 학생의 행동과 인성 등 학교생활에 대한 관찰 평가내용이 충실히 담기고, 대부분 긍정적인 부분을 담고 있기에 탄원서에 담겨야 할 내용과 대부분 일치한다. 진술서의 경우에는 학생 측에게 제공하기는 어려움을 밝히되 교원이 관련 기관의 요청이 있다면 해당 기관에 직접 제공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고려해 볼만하다. 만약 학교폭력 관련 사건에 대한 진술이라면 관련 내용을 학생 측이 아닌 학교나 학교폭력전담 조사관에게 직접 제출하는 방식, 경찰의 수사 협조 요청이 있을 때 경찰로 직접 제공하는 방식이다.
근거 규정 및 내용 - 「국가공무원법」 제64조(영리업무 및 겸직 금지) ① 공무원은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 ●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 제25조(영리업무의 금지) 공무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업무에 종사함으로써 공무원의 직무능률을 떨어뜨리거나, 공무에 대하여 부당한 영향을 끼치거나, 국가의 이익과 상반되는 이익을 취득하거나, 정부에 불명예스러운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 1. 공무원이 상업·공업·금융업 또는 그밖에 영리적인 업무를 스스로 경영하여 영리를 추구함이 뚜렷한 업무 2. 공무원이 상업·공업·금융업 또는 그 밖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私企業體)의 이사·감사 업무를 집행하는 무한책임사원·지배인·발기인 또는 그 밖의 임원이 되는 것 3. 공무원 본인의 직무와 관련 있는 타인의 기업에 대한 투자 4. 그밖에 계속적으로 재산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 - 제26조(겸직 허가) ① 공무원이 제25조의 영리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다른 직무를 겸하려는 경우에는 소속 기관의 장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② 제1항의 허가는 담당 직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만 한다. 영리업무의 개념 - 영리업무란 계속적으로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 계속성이 없는 일시적인 행위는 원칙적으로 영리업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금지 또는 허가의 대상이 아니다. ※ 계속성 기준 ① 매일·매주·매월 등 주기적으로 행해지는 것 ② 계절적으로 행해지는 것 ③ 명확한 주기는 없으나 계속적으로 행해지는 것 ④ 현재 하고 있는 일을 계속적으로 행할 의지와 가능성이 있는 것 - 공무원은 공무 외에 다른 업무를 겸직하려는 경우 누가 보더라도 명백하게 계속성이 없는 행위라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반드시 소속 기관의 장에게 겸직 허가를 신청하여야 한다. - 다만 일시적인 행위라 하더라도 지속적인 수입이 발생할 수 있다면 겸직 허가를 받아야 한다(예: 일회성 저작물의 판매로 인해 지속적인 인세 수입이 발생하는 경우). 허가 기준 - 겸직 허가 대상인 업무에 종사함으로써 공무원의 직무능률을 떨어뜨릴 우려가 없는 경우, 공무에 대하여 부당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없는 경우, 국가의 이익과 상반되는 이익을 취득할 우려가 없는 경우, 정부에 불명예스러운 영향을 끼칠 우려가 없는 경우에만 허가 QA Q. 교원이 인터넷 개인 미디어 활동을 할 경우 유의해야 할 사항은? A. 인터넷 개인 미디어 활동 중에 교원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 누설 금지, 공무원으로서의 품위 유지,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반대하기 위한 행위 금지, 타인의 초상권 침해 금지 등 사항을 준수하여야 합니다. 대부분의 일상적인 인터넷 개인 미디어 활동에 대해서는 겸직 허가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의 겸직 허가 대상에 해당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겸직 허가 신청을 하여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Q. 겸직 허가 대상은 어떻게 되나요? A. 수익 창출 요건이 있는 경우, 즉 유튜브·아프리카TV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정하는 수익 창출 요건을 충족하고 지속적으로 활동하려는 경우 겸직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수익 창출 요건이 없는 경우라면 수익이 최초 발생하면 겸직 허가를 신청해야 합니다. 만약 수익 창출 요건 관련 겸직 허가 대상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지역교육청 교원인사담당부서에 사전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윤석열 정부가 막을 내렸다. 교육계는 윤 전 대통령의 핵심 교육 정책인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 영유아보육·교육통합(유보통합) 등 주요 개혁 정책들이 힘을 잃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진행된 의대 증원 문제 역시 ‘재검토’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늘봄학교, 교육혁신지구, 라이즈(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글로컬대학 등은 여야 간 이견이 적은 편이어서 무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계 평가도 나쁘지 않다. 일단 AIDT는 야당 반대가 가장 큰 정책이다. 이에 따라 적지 않은 부침을 겪고 있다. 교과용 도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교육부의 재의요구 건의로 정부 내 논의를 진행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기존 계획이 틀어졌다. 올해부터 초3·4학년, 중1, 고1을 대상으로 일부 과목 도입 예정이었으나 학교 자율 선택으로 변경됐다. 채택율은 지난 3월 초 기준으로 33.4%다. 불안한 상황을 반영하듯 내부 평가도 좋지 않다. 지난 2월 나온 교육부 2024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에서 AIDT 분야는 ‘미흡’이다. 원인 분석 결과 교과서 지위 여부가 불투명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AIDT 개발, 교사 연수 비용 등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좌초 위기에 놓인 상황인 것이다. 교과서 발행사도 혼란스럽다. 교육부 관계자는 “AIDT가 교과서 지위를 잃더라도 교육 현장에서의 활용을 높이려면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하므로, 이에 대한 소통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유보통합의 경우 현장 반발이 만만치 않다. 30년간 교육계 최대 난제로 꼽힌 유보통합을 실행하겠다고 나섰지만, 작년 6월 계획 발표 이후 교사자격 통합·재원 마련 등에 대한 결정은 지지부진하다. 통합기관 명칭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강력한 실행력을 발휘하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작년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집단휴학 사태로 맞선 의대생들은 지난달 말 거의 전원이 복귀했다. 지난달 정부가 의대생 전원 복귀 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수업 정상화 여부를 확인한 뒤 결정한다는 입장이라 여전히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의대 증원은 야당도 찬성했던 문제였기에 정부에게만 화살을 돌릴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다만 2000명 증원은 무리였다는 것이 중론으로 여겨지고 있어 적절한 타협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 등 교육계는 교육 혼란 최소화를 위해 여·야 정치권에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교총은 “교육은 학생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핵심 가치로 존중받으며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며 “교육의 연속성과 안정성 확보를 위한 지원에 모두가 힘써야 할 때”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 1학기 전국 특수학교 및 일반학교 특수학급의 과밀학급 조사 결과 전년도 1882개에서 1140개 감소한 742개 학급으로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특수학교 및 일반학교 특수학급의 과밀학급 조사’는 전국의 특수교육기관의 과밀 현황 파악을 위해 매년 10월 시행해 왔으나, 올해부터 특수교육 현장 과밀 상황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소하자는 차원에서 학기별로 연 2회(2월, 8월)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시·도교육청의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의 과밀학급은 2024년 전국 평균 10.1%이었으나 올해 6.3%포인트(p) 줄어든 3.8%다. 특히 인천교육청과 제주교육청의 과밀학급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인천교육청은 2024년 17.3%에서 2025년 3.8%로, 제주교육청은 2024년 27.2%에서 2025년에는 과밀학급이 모두 해소돼 ‘제로’다. 그밖에 대구·광주·울산·세종교육청도 과밀학급이 대부분 해소됐다. 특수교육대상자는 2022학년도 10만3695명에서 2023학년도 10만9703명, 2024학년도 11만5610명으로 최근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특수학급의 과밀 현상도 최근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2022학년도 8.8%에서 2023학년도 9.9%, 2024학년도 10.1%까지 증가했다. 이러한 문제가 특수교육 여건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특수학교 및 일반학교의 잉여공간을 최대한 확보해 2025년 1학기 특수학급을 804개 신설하고 기간제 교원 임용도 늘렸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데 반해 특수교육대상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어 늘어나는 특수교육 수요에 대한 신속한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 교육부는 지역별 과밀학급 비율 등 특수교육 여건의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도교육청과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 유·초·중·고·특수학교가 부담한 전기요금이 4년 전인 2020년보다 72%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급 더위가 예고된 여름을 앞두고 학교 재정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20~2024 회계연도 학교 전기요금 부담 증감 현황’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유치원과 초·중·고·특수학교가 지난해 부담한 전기요금이 총 7260억 원에 달했다. 2020년 4223억 원과 비교하면 71.9% 급증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같은 기간 제주의 전기요금 부담 증감률이 85.4%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광주(83.6%)와 세종(81.3%), 경기(79.3%), 부산(78.6%)이 뒤를 이었다. 학교운영비에서 전기교육의 비중도 점점 커졌다. 학교운영비 대비 전기요금 비중은 2020년 3.68%였다가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된 2021년 3.57%로 소폭 감소했지만, 2022년 3.72%, 2023년 4.06%, 2024년 4.12%로 매년 증가했다. 이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달 열린 총회에서 교육용 전기요금 판매단가를 농사용 수준으로 인하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백승아 의원실에 제출한 ‘2024년 기준 전기요금 판매단가 및 최근 5년간 교육용전력 판매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요금 판매단가는 kWh 당 일반용 173.0원, 산업용 168.2원, 주택용 156.9 원, 교육용 143.0 원, 농사용 82.1 원이다. 백승아 의원은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과 역대급 폭염, AIDT 사용에 따른 전력 사용량 급증 때문에 지방교육재정 악화와 학교운영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교육의 특수성과 공공성을 고려해 교육용 전기요금 단가를 농사용 수준으로 인하하라”고 촉구했다.
초·중·고생 중 북한을 ‘경계·적대’ 대상으로 보는 응답은 늘어나고 ‘협력·도움 대상’으로 여기는 응답이 줄었다. 그 비율은 6대3 정도로 2배 가까이 벌어졌다. 3년 만에 180도 뒤바뀐 상황이다. 교육부와 통일부는 전국 775개교 초·중·고생 7만4288명과 교사 4427명을 대상으로 작년 10월 21일부터 11월 15일까지 진행한 ‘2024 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최근 밝혔다. 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는 통일교육 지원법에 따라 2014년 도입돼 매년 시행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학생 48.2%는 북한을 ‘경계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인식했다. ‘협력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응답이 27.8%였고, ‘적대적인 대상’과 ‘도와줘야 하는 대상’이라는 응답이 각각 15.0%와 6.5%로 뒤를 이었다. 북한이 경계·적대 대상이라는 인식이 63.2%로, 협력·도움 대상으로 보는 비율(34.3%)의 2배에 육박했다. 2021년 같은 조사에서 협력·도움 대상이라는 인식이 60.6%, 경계·적대 대상이라는 인식이 34.8%로 집계된 결과와 비교하면 정반대다. 현재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평화롭지 않다’는 평가가 75.8%인 반면, ‘평화롭다’는 응답이 4.6%에 그쳤다. 학생들의 통일 공감대는 낮아지고 있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3년 만에 61.2%에서 47.6%로 13.6%포인트(p) 떨어졌고, ‘통일이 필요 없다’는 응답은 25.0%에서 42.3%로 17.3%p 올랐다. ‘통일에 관심이 있다’는 학생도 2021년에는 50.9%였지만 작년에는 39.5%로 감소했다.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남북 간 전쟁 위협을 없애기 위해’(38.4%),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14.4%), ‘우리나라가 보다 선진국이 될 수 있기 때문에’(14.1%), ‘이산가족의 아픔을 해결해 주기 위해’(11.9%) 등의 순이었다. 통일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통일 이후 생겨날 문제 때문에’(29.4%), ‘통일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22.2%), ‘남북 간 정치제도의 차이 때문에’(18.7%), ‘남북 간 사회문화적 차이 때문에’(13.3%), ‘나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에’(13.1%)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학생 대상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0.36%p다.
강주호 한국교총 회장이 교사노조연맹에 상설협의체 구성 등을 제안했다. 교육 현안 해결을 위해 교직단체와 교원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강 회장은 8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교사노조연맹을 방문해 이보미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지난 2월 이 위원장의 교총 방문에 대한 답방으로 교사노조연맹을 찾은 강 회장은 “제40대 교총회장 선거 공약으로 상설협의체 구성을 표방한 바 있다”며 “상설협의체를 가동해 교권 보호, 교원 처우개선 등 공감 과제부터 함께 협력하자”고 강조했다. 강 회장이 제안한 방안은 ▲7월 18일 서울서이초 교사 순직 2주기 공동 추모행사 진행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등 교권 보호 보완 입법 추진 ▲교육 현안이나 교육 명제를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 공동 주최 등이다. 또 교원 처우개선을 위한 교원보수위원회 설치, 교원 정치기본권 확대, 파업대란 방지를 위한 학교필수공익사업장 지정을 위한 법 개정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다. 이에 이보미 위원장은 “교원단체 연대를 통해 추진할 사안이 많다”고 동의하며 “수시로 소통하고 협력하자”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