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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살아갈 힘, 질문에서 시작하다 앞날을 예측하기가 점점 힘든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기후 변화, 인구 구조의 변동으로 5년 뒤의 사회 모습조차 흐릿하게 그려질 뿐인데, 20년 뒤의 미래를 누가 온전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교실에서 아이들을 마주할 때면 고민이 깊어진다.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2022 개정 교육과정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교육과정 구성의 첫 번째 중점으로 ‘미래 사회의 불확실성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의 삶과 학습을 스스로 이끌어가는 주도성을 함양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때 학생 주도성이란 자기주도적 학습을 넘어, 학생이 스스로 무엇을 배울 것인지 계획하고 탐구하면서 책임 있는 주체로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이는 정해진 지식을 잘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학생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와 교육과정 방향에 공감하며 ‘질문 중심 프로젝트 수업’을 설계하게 되었다. 교사가 던진 질문에 답을 찾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해결해 가는 수업.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협력하여 과제를 완수하며, 실패를 통해 성장해 가는 과정 속에서 학생 주도성을 키우고자 했다. 학생 주도성이 길러질 때, 아이들은 수동적 지식 수용자에서 능동적 의미 구성자로, 나아가 사회 변화를 이끄는 책임 있는 행위자로 성장해 갈 것이다. 이 글에서는 여러 프로젝트 수업사례 중 ‘생태계 보전 공익광고 제작 프로젝트’를 살펴보려 한다.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어와 과학교과를 융합하여 총 11차시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학생들이 직접 환경 공익광고를 기획하고 촬영·편집하여 학교 공동체에 공유하는 과정으로 구성되었다. ‘생태계 보전 공익광고 제작 프로젝트’ 수업설계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는 단순한 지식의 대상이 아니라 실천을 수반해야 하는 과제이다. 초등학생이 이러한 문제를 자신의 삶과 연결된 과제로 인식하려면, 직접 질문하고 표현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따라서 생태계 보전의 필요성을 탐구하고 이를 사회적 메시지로 확산시키는 ‘생태계 보전 공익광고 제작’ 프로젝트를 국어와 과학교과 융합으로 설계했다. 학생들은 ‘광고 기획자와 영상 제작팀’이 되어 환경문제를 주체적으로 인식하고, 영상 매체의 표현 기법을 활용해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창작함으로써 비판적·창의적 사고 역량과 디지털 리터러시를 함양하도록 했다. [PART VIEW] ■ 단계별 수업설계 내용 이 프로젝트는 도입에서 삶과 연결된 문제를 발견하고, 탐구를 통해 배경지식을 확장한 뒤, 적용 단계에서 실제 영상을 제작하며, 공유와 성찰로 배움을 완성하는 흐름으로 설계되었다. 각 단계별로 진행된 구체적인 수업 운영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도입 _ 삶과 연결된 문제를 발견하다(1~2차시, 과학) 도입 단계는 학습 내용을 학생들의 삶과 연결하여, 탐구의 필요성을 스스로 느끼게 하는 단계이다. 첫 활동은 ‘플라스틱으로 가득찬 세상, 우리 아이들이 마주할 미래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환경 공익광고로 시작했다.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해진 미래를 보여주는 다소 충격적인 영상이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환경문제를 좀 더 심각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학습동기를 높였다. 이후에는 모둠별로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환경오염이 생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20분 정도의 짧은 활동이었음에도 학생들은 국내 환경오염 사례뿐 아니라 일본의 오염수 방류 문제, 프랑스 네슬레 공장 사고 등 해외 사례까지 다양하게 살펴보았다. 패들렛으로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궁금한 점은 댓글로 질문하면서 아이들은 “이렇게 끔찍한 환경오염이 있었다니!”하며 연신 충격을 받았다. 다음으로는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평가과제를 제시했다. 프로젝트 과제를 도입 단계에서 제시한 이유는 학생들이 학습의 주도권을 갖게 하기 위해서였다. 과제를 파악한 학생들은 짝과 함께 탐구질문을 만들며 앞으로 무엇을 배울지 스스로 설정했고, 전 과정이 하나의 과제 해결로 수렴하면서 학습에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이처럼 과제의 조기 제시는 학생 주도적 학습의 출발점이 되었다. [프로젝트 과제 내용] 이 프로젝트에서 여러분은 광고 기획자 또는 영상 제작팀(배우·감독·카메라맨 등)입니다. 모둠별로 생태계 보전의 필요성 및 실천 방법을 담아 공익광고를 제작해야 합니다. 영상 매체 자료의 표현 방법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영상 내용을 계획하고, 적절한 몸짓과 말을 사용해 영상을 촬영해 봅시다. 모둠별로 촬영 및 편집하여 완성된 영상은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익광고 시사회’를 하며 공유하게 됩니다. 학생들에게 ‘광고 기획자’, ‘영상 제작팀(감독·배우·촬영 담당 등)’과 같은 구체적인 역할을 부여한 것은 학생들이 과제를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였다. 단순한 학습자가 아닌 특정 직업인의 역할을 맡게 되면, 학생들은 전문가 입장에서 과제를 수행하게 되어 학습 몰입도가 높아진다. 동시에 학교라는 틀을 벗어나 다양한 직업세계를 간접 체험하며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는 진로탐색의 기회도 얻게 된다. ● 탐구 _ 배경지식을 확장하고 표현 방법을 탐구하다(3~5차시, 과학+국어) 탐구 단계는 다양한 자료를 수집해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문제 해결에 필요한 배경지식을 확장하여 과제 해결을 위한 기반을 쌓는 단계이다. 탐구 단계는 두 갈래로 진행되었다. 하나는 과학 교과 측면에서 생태계 보전 실천 방법을 조사하고 공익광고 대본 초고를 작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어 교과 측면에서 영상 매체 자료의 표현 방법을 탐구하는 것이다. 과학 수업(3~4차시)에서 학생들은 생태계 보전을 위한 국가와 사회의 노력을 모둠별로 조사하고 패들렛에 공유한 뒤,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일을 탐색하여 패들렛 샌드박스에 정리했다. 이렇게 쌓은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광고 기획자’가 되어 모둠별로 구글 문서에 공익광고 대본 초고를 작성했다. 이때 이전 역사 연극의 대본 형식을 참고하도록 안내하여 부담을 줄여 주었고, 완성 후에는 과제 평가기준에 따라 1단계 자기평가를 실시했다. 조사한 지식을 실제 대본으로 전환하는 이 과정은 지식을 과제 해결 역량으로 연결하는 핵심적인 단계였다. 국어 수업(5차시)은 영상 매체 자료의 표현 방법을 탐구하는 핵심 차시였다. 같은 영상의 배경음악과 색감을 변경한 두 편을 비교하며 표현 방법의 힘을 체감한 뒤, 환경 공익광고를 시청하며 확대·축소, 글자, 효과음 등이 메시지 전달에 미치는 영향을 짝과 함께 탐구하고 슬라이도에 공유했다. 모둠별 분석에서는 음향 효과 담당과 화면 연출 담당으로 역할을 나누고, ‘둘 가고 둘 남기’ 구조로 다른 모둠의 탐구 내용까지 살펴보며 지식의 폭을 넓혔다. 마지막으로 앞서 작성한 대본 초고에 어떤 표현 기법을 적용할지 모둠별로 토의하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탐구질문을 “어떤 표현 방법이 있는가?”에서 “우리 영상에는 어떻게 활용할까?”로 이어지도록 설계한 덕분에, 학습 내용이 다음 단계의 과제 해결에 바로 연결될 수 있었다. ● 적용 -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영상을 제작하다(6~9차시, 국어) 적용 단계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여 산출물을 개발하고, 피드백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이다. 과제를 본격적으로 해결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으며,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투입된 구간이다. 스토리보드 제작, 영상 촬영, 편집이라는 세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과정마다 평가와 피드백이 순환적으로 이루어졌다. 6~7차시에서 학생들은 ‘광고 기획자’가 되어 광고의 핵심 메시지를 함축한 슬로건을 만들고, 앞서 배운 음향 효과와 화면 연출 기법을 장면별로 배치하며 패들렛 샌드박스에 스토리보드를 작성했다. 완성된 스토리보드는 다른 모둠의 포스트잇 동료평가와 교사가 AI를 활용해 제공한 맞춤형 피드백을 거치며 수차례 수정·보완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했던 계획이 피드백을 거듭하며 설득력 있는 구성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 자체가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배움이었다. 8~9차시에서는 ‘영상 제작팀’으로 역할을 전환하여 감독·배우·촬영 담당 등을 나누고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다. 촬영에 앞서 여러 장면을 제시한 후 장면에 어울리는 말과 몸짓을 이야기하며 비언어적 표현의 중요성을 먼저 파악하게 했다. 이후 스토리보드를 기반으로 학교 곳곳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캡컷이나 캔바를 활용해 자막과 배경음악을 입히는 편집 과정을 거쳐 1차 결과물을 완성했다. 이 단계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단계적 성장 평가의 운영이었다. 대본 작성 후 자기평가, 스토리보드 작성 후 동료·교사평가, 영상 편집 후 동료·교사평가로 이어지는 순환적 평가를 통해 학생들이 과제 해결 방향을 스스로 점검하고 수정해 나가도록 했다. 실제로 처음 학생들이 작성한 대본은 ‘쓰레기를 버리다 혼나는 상황’처럼 단순한 흥미 위주의 내용이었지만, 단계별 피드백을 거치며 점차 설득력 있는 공익광고의 모습을 갖추어 갔다. 설계상 4차시였지만 학생들이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까지 자발적으로 활용하며 다시 찍고 만들기를 반복했다는 사실은, 학생들이 과제에 진정으로 몰입하고 주도성을 발휘했음을 보여준다. 부족한 결과물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고쳐 나가는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실패를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는 태도까지 자연스럽게 길러 갈 수 있었다. ● 공유 _ 청중 앞에서 발표하고 소통하다(10차시, 국어) 공유 단계는 완성된 결과물을 청중 앞에서 발표하고, 피드백을 통해 배움의 의미를 확장하며,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단계이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다른 반 및 다른 학년 학생들을 초대해 ‘공익광고 시사회’를 진행했다. 시사회는 준비 과정부터 학생 주도적으로 운영되었다. 학생들은 ‘영상 제작팀’으로서 자신들이 만든 광고의 기획 의도와 핵심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소개 멘트를 작성했고, 발표 동선과 음향 상태까지 점검하며 리허설을 진행했다. 또한 동료 피드백 및 교사 피드백을 종합하여 아쉬운 부분을 수정하고 최종 영상을 완성했다. 이후 초대하고 싶은 선후배 친구에게 직접 만든 초대장을 전달했다. 시사회는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진행되었는데, 초대된 학생들의 호응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초대를 못 받은 학생들이 서운함을 표할 정도였고, 다른 반에서도 영상 제작 수업을 하게 되는 소소한 파급 효과까지 이어졌다. 이 단계의 핵심 강점은 ‘진짜 청중’의 존재가 학습의 질을 높인다는 점이다. 교실 안에서만 공유하는 것과 외부 청중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완전히 다른 동기를 부여한다. 실제로 학생들은 시사회를 앞두고 자발적으로 영상을 점검하고 수정했으며, “영상을 만드는 건 자신이 없었지만, 친구들이 잘했다고 칭찬해 줘서 뿌듯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중 앞에 선다는 경험이 학습 몰입과 성취감을 넘어 자기효능감까지 높여 준 것이다. ● 성찰 _ 배움을 돌아보며 성장을 발견하다(11차시, 국어) 성찰 단계는 프로젝트 전 과정을 돌아보며 스스로의 성장을 점검·발견하고, 다음 학습을 위한 개선점을 찾는 단계이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질문 말판놀이와 성장평가서 작성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먼저 학생들은 최종 영상을 처음 만들었던 영상과 비교 감상하며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살펴보고 서로 격려했다. 이어서 질문 말판놀이를 진행했는데, 말판에는 학습내용에 대한 질문뿐 아니라 “프로젝트를 하면서 모둠 친구들에게 미안했던 점은?”, “고마웠던 점은?”,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같은 질문도 포함시켰다. 모둠 협력 과정에서 쌓인 오해나 미안한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가는 동시에, 함께했기에 경험할 수 있었던 고마움과 뿌듯함도 나누며 협업의 기쁨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성장평가서를 작성하며 자신이 어떤 점에서 성장했는지, 어떤 부분을 더 노력하고 싶은지 등을 스스로 성찰하고, 배운 내용을 일상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다짐하며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1년간의 프로젝트 수업이 남긴 것 1년간 질문 중심 프로젝트 수업을 운영하며 뚜렷한 변화를 경험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학습에 임하는 태도였다. 학기 초 “또 모둠활동 해요?”, “쟤가 안 해요”라며 협력 활동에 어려움을 표하던 아이들이, 프로젝트를 거듭할수록 “같이 해도 돼요?”, “이건 이렇게 해보자”, “내가 설명해 줄게”라고 말하는 협력적이고 능동적인 학습자로 변해 갔다. 또한 스스로 탐구질문을 만들고 학습 방향과 학급 활동을 결정하는 경험이 쌓이면서, 아이들은 점차 배움의 주인이 되어 갔다. 역량의 성장도 전반적으로 나타났다. 또래 간 소통 능력이 향상되었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갈등을 조율하고 협력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졌다. 목표 달성을 위해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힘도 길러졌으며, 문제상황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가는 능력도 눈에 띄게 나아졌다. 또한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영상을 제작하고 콘텐츠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리터러시가 자연스럽게 길러졌고, 단순한 정보 소비자를 넘어 책임 있는 정보 생산자로서의 태도도 갖추어 갔다. 무엇보다 부족한 결과물을 포기하지 않고 피드백을 반영하며 끊임없이 고쳐 나가는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나도 노력하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장 마인드셋을 길러 갈 수 있었다. 질문에서 시작된 배움이 아이들을 한 뼘 더 성장하게 한 것이다. 돌이켜 보면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이 수업을 설계하기 전까지 나는 종종 혼자 말하고 생각하며,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는 수업을 해 왔다. 그 반성이 “아이들이 최대한 생각하게 하라!”는 모토의 출발점이 되었다. 1년간 프로젝트 수업을 운영하며 깨달은 것은, 수업의 작은 변화가 아이들에게는 성장의 큰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지식을 채워 넣는 것을 넘어 아이들의 생각 그릇 자체를 넓히고 깊게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배움의 모습이 아닐까? 앞으로도 질문 중심 수업을 통해 학생과 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길을 계속 걸어가려 한다.
수업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이 글은 2025 수업 혁신 사례 연구대회 시상식에서 중등 1등급 사례 발표를 기반으로 작성하였다. 이 수업은 “나는 사회를 ‘왜’ 가르치는가?”, “나의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어떤 존재(being)가 되기를 바라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찾아가기 위해 시작되었다. 교사의 건조한 설명식 언어로만 가득한 사회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질문과 생각이 톡톡(×) 튀는 살아 있는 세상을 향한 사회 탐구 수업을 꿈꾸었다. 질문으로 나는 사회 탐구 공동체는 이러한 수업 철학이 담긴 슬로건이며, 본 연구 전체를 관통한다. 교실 속 질문은 탐구의 출발점이자 깊이 있는 사고로 학생들을 이끌며, 비로소 학습 공동체 전체를 빛나게 한다. 지속적으로 질문하고 융합적 사회문제에 대해 자신만의 해답을 가진 미래 사회 핵심역량 을 지닌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반짝이는 사회 수업을 구상하고 싶었다. 수업 연구 모형을 설계하며 연구자의 고민은 한 학기 동안의 수업을 거치면서 탐구의 맥락-깊이-리듬이 4번의 사이클로 반복·확장되게 구조화할 수 있을까였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여 중3 사회과를 교육청의 학생평가 선도과목으로 신청하여 수행평가 100%로 운영하였다. 본 연구에서의 ‘’은 학생들의 호기심과 사고가 교실을 밝히는 순간을 상징한다. 또한 협력적 탐구를 더 깊고 풍성하게 해주는 에너지원과 수업전략을 지칭한다. 는 탐구의 맥락이자 공동체의 사회문제를 삶과 연결하여 진행한 수행평가 과제 4개에 해당한다. 학생들이 작은 마을에서 지역-도시-국가-전 세계적 맥락으로 범위를 넓혀가며 탐구를 확장해 나가는 성장의 여정을 의미한다. 은 학생들이 배움의 과정에서 리듬을 타고 반복하는 탐구의 단계를 나타내며, 학생들은 각 수행과제에서 각자 자신의 소주제를 선정하고 자신이 선정한 소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할 탐구질문을 만든다. 촛불 질문 → 등불 질문 → 별빛 질문은 학생들이 탐구질문을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 이정표가 되는 안내 질문에 해당한다. 질문하고 탐구하는 능력은 한 번(One-shot)의 수업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본 연구의 ‘사회 탐구 공동체’는 질문이 안전한 분위기 속에서 질문-탐구-성찰의 순환(루틴) 구조를 지닌 희망의 사회교실(장(場))을 가리킨다. 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역량 중 사회과 교과역량과 연결되는 미래 사회 핵심역량을 가리킨다. 시민은 미래 사회 핵심역량을 지닌 시민이다. 위와 같은 모형을 기반으로 어둠과도 같은 다양한 공간적 범위의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빛을 찾아가는 4개의 프로젝트로 구안하였다. →→→ 사회 탐구 과제로 학생들이 지역→도시→국가→세계적 맥락으로 탐구가 확장된다. 각 사회 탐구 과제에서는 (관계 맺고 질문하기)→(깊이 있게 탐구하기)→(표현하고 성찰하기)의 3단계의 탐구의 리듬이 나선형으로 반복·심화 된다. 수업을 마무리하며 질문으로 ‘빛’나는 × 사회 탐구 공동체 프로그램으로 미래 사회 핵심역량의 5가지, 즉 창의적 사고력,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력 및 의사결정력, 의사소통 및 협업 능력, 정보 활용 능력이 크게 상승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창의적 사고력이 사전 대비 프로그램 적용 후 31.3%~35.5% 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학생들이 스스로 새로운 질문 및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이를 실제 탐구 과정에 적극 활용하는 역량이 크게 강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나머지 모든 역량의 하위 요소들이 사전 대비 20% 이상 상승했기에 질문으로 나는 × 사회 탐구 공동체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미래 사회 핵심역량 함양에 크게 기여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 사회 탐구 프로그램 중 어떤 프로젝트가 각 역량 함양에 가장 큰 도움을 주었는지 묻는 설문을 추가로 실시하였다. 설문에 ‘팜유 농장의 외침에 빛으로 응답하라’의 경우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력 및 의사결정력을 가장 많이 함양시켜준 평가로 판단되었다. ‘전 지구적 문제, 해답의 빛을 밝혀라’의 경우 창의적 사고력과 의사소통 및 협업 능력을 가장 신장시켜 주었던 평가로 인식되었다. 정보 활용 능력의 경우 의 모든 프로그램에서 골고루 신장되었음을 시사한다. 양적 분석의 결과를 보완하기 위해 3학년 90명의 학생 소감문 및 디지털 포트폴리오(자기성찰평가) 내용을 분석하여, 반복적으로 등장한 용어들을 범주화하여 의미를 도출하였다. 학생들은 질문으로 빛나는 × 사회 탐구 공동체에 참여하면서 ‘질문’, ‘조사’, ‘토의’, ‘토론’, ‘성장’, ‘생각’, ‘사고’, ‘변화’, ‘역량’과 같은 내용을 언급한 학생들이 많았고, 실제 사회과에서 미래 사회 핵심역량에 해당하는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사고력, 의사소통 및 협업능력, 정보 활용 능력, 문제해결력 및 의사결정력이 신장되었다고 이야기한 학생들이 많았다. 본 연구를 통해 학생이 스스로 사회문제를 ‘나의 질문과 목소리’로 연결하며 시민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 나의 사회수업이 누군가의 삶에 진정한 울림을 주었음을 느꼈다. 연구자의 본 수업사례가 질문에서 시작하여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성찰하는 수업의 구조를 수업에 적용해 보기를 바라는 모든 선생님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AI가 답을 알려 줄 수는 있지만, 좋은 질문을 만들고 깊이 생각하는 힘은 여전히 책에서 나온다.” AI시대의 도래로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연구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은 AI에 대해 막연한 인식만 가지고 있을 뿐, 이 시대에 무엇을 알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방향을 갖지 못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은 AI가 제시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기보다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정보를 이해하고 해석하며 판단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이러한 점에서 AI시대일수록 독서를 통한 문해력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지난 1월 ‘독서국가 선포식’을 개최하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본교는 AI시대라고 해서 특별히 새로운 독서교육을 강조하기보다, 그동안 꾸준히 실천해 온 기본에 충실한 독서교육을 더욱 체계적으로 운영하고자 하였다. 독서는 모든 학습의 기초가 되는 활동이며, 도서관은 이러한 독서활동이 이루어지는 가장 중요한 교육공간이기 때문이다. 사서교사가 이끄는 교실 밖 또 하나의 교실, 학교도서관 사서교사는 학생들이 책과 다양한 정보자료를 통해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학교도서관 교육의 핵심 주체이다. 본교에서는 학생들의 발달단계와 교육과정을 고려하여 학년별 수준에 맞는 도서관 활용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저학년에서는 도서관 이용 방법과 독서 흥미 형성에 중점을 두고, 중학년에서는 백과사전과 도감 등 참고자료를 활용한 정보탐색 능력을 기르도록 하며, 고학년에서는 정보 활용 능력과 문해력, 글쓰기 능력으로 확장되는 활동을 중심으로 지도하고 있다. 이러한 단계적 도서관 활용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다양한 자료를 탐색하고 활용하는 경험을 쌓게 되며, 이는 AI시대에 요구되는 정보 이해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또한 교과수업과 연계한 도서관 활용 수업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각 교과에서 도서관 활용이 가능한 단원을 선정하여 교과교사와 사서교사가 협력하는 협동수업 형태로 진행한다. 학생들은 도서관 자료를 활용하여 학습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료를 탐색하고 활용하는 경험을 쌓게 된다. 이와 함께 자료 조사 학습의 일환으로 도서관 프로젝트 수업도 실시하고 있다. 이 수업은 문학작품을 읽는 활동을 발단단계로 하여 학습주제에 대한 관심을 형성하고, 이후 신문 기사, 영상자료, 인터넷 정보, 문헌 자료 등 다양한 정보원을 활용하여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PART VIEW] 정보를 찾는 힘을 기르는 수업 학교도서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자료로는 문헌 자료, 도감, 백과사전, 인터넷 정보 등 다양한 형태의 자료가 있다. 본교에서는 이러한 정보자료의 특성과 활용 방법을 학생들의 발달단계에 맞추어 지도하고 있다. 저학년에서는 책을 통해 간단한 정보를 찾고 정리하는 활동을 중심으로 지도하고, 중학년에서는 백과사전과 도감 등 참고자료를 활용하여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는 경험을 제공한다. 고학년에서는 다양한 정보원을 비교하고 선별하는 정보 활용 활동을 통해 보다 체계적인 탐구활동을 경험하도록 한다. 특히 AI 기반 정보 서비스가 확산되는 환경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정보자료를 비교하고 선택하는 경험은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고 올바르게 활용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독서습관을 만드는 ‘꿈을 담는 생각노트’ ‘꿈을 담는 생각노트’는 본교의 독서기록장으로 전교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독서교육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연간 제시된 약 120권의 권장도서 가운데 학년별로 정해진 권수의 도서를 선택하여 읽고 독서기록장에 내용을 정리하도록 한다. 1~3학년은 50권, 4~6학년은 30권의 도서를 읽고 기록하도록 하며, 이 활동은 학교의 독서인증제와 연계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독서 경험을 기록하고 성찰하는 습관을 기르며, 독서활동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학습활동으로 이어지도록 지도하고 있다. 학교도서관에서 펼쳐지는 책 이야기 정규 도서관 수업 외에도 학생들이 책과 친숙해지고 자연스럽게 독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서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크게 독서 흥미 프로그램, 독서 참여 프로그램, 독서 확장 프로그램으로 구분하여 운영하고 있다. 독서 흥미 프로그램으로는 새 학년을 맞아 책과 친숙해지는 활동인 ‘알록달록 책 축제’, 1년 동안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책과 함께 사진을 찍는 ‘책컷 찍기’ 등이 있다. 이러한 활동은 학생들이 책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독서 참여 프로그램으로는 매달 주제를 정해 책을 소개하는 ‘달달북스’, 100일 동안 매일 책을 읽는 ‘서울 온 가족 북웨이브’, 그림책 원화를 전시하는 ‘원화 전시회’, 그리고 도서관의 날과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기념하는 다양한 독서활동 등이 운영되고 있다. 독서 확장 프로그램으로는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북브릿지 독서토론 프로그램’,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책을 깊이 이해하는 ‘작가 초대’, 특수학급과 함께하는 장애 이해 독서교육, 그리고 6학년 학생들이 1·2학년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책 읽어 주는 선배’ 프로그램 등이 있다. 또한 서울도서관과 협력하여 교정의 자연환경 속에서 책을 읽는 ‘햇살 가득 도서관(야외 도서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북피크닉 물품을 활용하여 야외 독서공간을 조성하고 학생들이 자연 속에서 책을 읽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독서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있다. 학교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수업과 독서 프로그램은 단순한 독서활동을 넘어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을 확장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정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힘을 기르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빠르게 정보를 제공하는 AI시대일수록 더욱 중요하다. 학교도서관은 학생들이 지식을 넘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공간이기 때문이다. AI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것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앞으로 교육환경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들은 검색과 인공지능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언제든지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과 그것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으로 확장하는 능력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깊이 있는 사고력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의 바탕에는 여전히 독서와 문해력이 자리하고 있다. 학교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공간이 아니라 학생들이 다양한 자료를 탐색하고 정보를 비교·분석하며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학습공간이다. 또한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사고를 확장하고 독서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교육적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험은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깊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AI시대일수록 학교도서관은 학생들의 독서습관을 형성하고 정보활용 능력과 사고력을 기르는 중요한 교육공간으로서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얼마 전 하와이 빅 아일랜드 화산국립공원에서 용암 분출을 직접 볼 행운을 누렸다. 이번에는 두 개의 분화구에서 용암이 동시에 분출되었는데, 첫 높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 높았다. 밤늦은 시간에 도착해보니 영화와 TV에서 보던 장관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비도 세차게 내리는 깜깜한 밤하늘은 붉다 못해 선명한 핏빛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폰의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것도 잠시, 사진 찍는 것도 잊은 채 대자연의 경이로움 앞에서 한동안 넋을 잃고 서 있었다. 형언할 수 없는 감동과 경외감이 나를 감쌌다. 불기둥 속에서는 신의 모습이, 그리운 얼굴들이 일렁거렸다. 위대한 자연의 불기둥을 거대한 파노라마로 보노라니 아이맥스 영화관은 조그마한 화면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맥스 화면이 아무리 정교하다 한들 발밑으로 전해지는 지각의 진동과 공기의 열기, 그리고 높이 솟아오른 불기둥의 위용을 온전히 담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순간의 체험은 폰 갤러리에 저장된 이미지보다 더 선명하게 내 안에 남았다. 사진은 장면을 저장하지만, 경외감은 사람을 바꾼다. 관찰자와 체험자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확산 이후 아동·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도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여행길 차 안에서, 식당 음식 앞에서, 심지어 눈앞에 장엄한 풍경이 펼쳐진 순간에도 우리는 무심코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감동을 누리기 전에 기록부터 하려는 습관이 몸에 밴 것이다. SNS와 인터넷이 10대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분석한 불안세대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혹시라도 수면에 반사된 햇빛이나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실려 오는 벚꽃처럼 뭔가 아름다운 것을 접하면, 사람들이 즉각 보이는 반응은 어딘가에 올리기 위해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것이다. 그 순간에 취해 자신을 잊어버리고 자연과 하나가 되려는 사람은 드물다(Haidt, 2024: 317). 사진과 영상의 가치를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진은 망각의 수면 아래로 깊이 가라앉은 이미지와 감동을 삶의 어느 순간에라도 낚아 올릴 수 있는 낚싯바늘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기록이 감동의 체험을 대신할 때이다. 카메라는 세상을 담아내는 도구이지만, 때로는 세상과 나 사이에 놓인 얇은 유리벽이 되기도 한다. 렌즈를 드는 순간 우리는 풍경의 일부가 아니라 구도를 계산하는 관찰자가 되기 쉽다. 스마트폰의 작은 프레임을 치울 때 비로소 우리는 거대한 파노라마의 일부가 될 수 있다. 패키지여행처럼 시간이 빠듯한 상황이던 혹은 현장체험학습처럼 일정이 촘촘한 날이든 간에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눈앞의 풍경과 전율을 느끼기 위한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야만 훗날 낚아 올릴 경외감이란 대어가 우리 안에 숨어들게 될 것이다. 경외감이 바꾸는 뇌와 몸 경외감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지식 체계로 설명하기 힘든 거대한 것을 마주하는 경험이다. 인간은 광활한 자연, 위대한 예술품, 혹은 압도적인 도덕적 행위를 마주할 때 경외감을 느낀다. 경외감을 느끼면 우리 몸의 부교감 신경계, 특히 미주신경(vagus nerve)이 활성화되어 뇌의 명령 체계와 몸의 반응 시스템이 물리적으로 바뀐다. 심박수가 낮아지고 몸이 휴식 및 회복 상태에 들게 된다. 단순히 편안하다는 느낌을 넘어, 몸의 긴장도가 생물학적으로 낮아진다(Monroy Keltner, 2023). 또한 몸의 면역 체계가 강화되고 자기중심적 사고에 머무는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의 활동을 줄여 주어 잠시 ‘나’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게 된다. 자의식에 매몰되어 있던 시선이 외부로 확장되면서 자기중심적 불안이나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작은 자기(small self)’ 경험을 촉진한다. 내가 작아진다는 것은 초라해진다는 뜻이 아니다. 나를 둘러싼 더 큰 세계와의 연결을 자각한다는 뜻에 가깝다. 그래서 경외감은 타인에 대한 너그러움·협동심·감사와 연민 같은 친사회적 정서를 키우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자신을 압도하는 현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삶의 본질적인 목적이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불안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에게는 경이로운 자연의 아름다움이 효과적인 치료법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효과를 제대로 누리려면 장엄한 자연 앞에서 휴대폰을 내려놓는 시간을 최대로 늘려야 한다. 우리가 수업 중에는 휴대폰을 꺼두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일상에서 경외감 느끼는 법 경외감은 반드시 멀리 여행을 떠나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은 곤충의 날개를 확대해 관찰하는 순간, 오래된 나무 기둥의 결을 손으로 더듬으며 시간을 상상하는 순간, 주변 환경에서 경이로움을 발견하려는 의도적인 노력을 동반하는 경외감 산책 등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경외감 산책법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Greater Good Science Center). 준비 단계는 연결 끊기 단계이다. 눈앞의 풍경에 집중할 수 있게 휴대폰을 끄거나 아예 두고 나가야 한다. 자신의 감각과 외부 세계와의 연결에 집중하기 위해 가능하면 혼자 걷는 것이 좋다. 시각의 확장을 위한 산책 단계에서는 광활함 포착, 미시적 발견, 그리고 새로움 탐색의 세 가지 관찰법을 순차적으로 적용한다. 광활함 포착을 위해서는 높은 나무의 꼭대기, 넓게 펼쳐진 하늘, 지평선이나 수평선 등 시야를 멀리 둔다. 이를 통해 사물의 거대함을 느끼며 자신의 존재가 전체의 일부임을 느껴본다. 다음으로 발밑의 이끼, 나뭇잎의 정교한 맥, 돌의 질감 등 아주 작은 것에 집중하는 미시적 발견을 통해 자연의 설계가 가진 복잡성과 정교함을 깨닫는다. 새로움의 탐색이란 매일 걷는 익숙한 길이라도 ‘처음 온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건물의 그림자나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에도 경외감을 느낄 수 있다. 세 번째 단계는 신경생리학적 몰입이다. 위의 활동을 할 때 걷기 명상을 하듯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길게 내쉰다. 이어서 피부에 닿는 공기의 온도, 흙냄새, 먼 소리와 가까운 소리, 빛의 방향과 그림자의 변화 등을 의식적으로 받아들여 본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잘 느껴야 한다’는 압박이 아니라, 그저 알아차리는 태도다. 버지니아 대학교와 UC 버클리의 공동 연구(Sturm et al., 2022)에 따르면 8주간 주 1회 15분씩 경외감 산책을 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다음과 같은 변화를 보였다. 첫째, 감사·연민·기쁨의 감정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정서 변화이다. 둘째, 자신에 대한 집착이 줄어들고 타인과의 연결감 강화되는 심리적 상태 변화이다. 셋째, 표정이 밝아지고 미소가 증가하는 미소 빈도 증가이다. 경외감 산책은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의 초점을 ‘나’라는 좁은 프레임에서 ‘세계’라는 더 넓은 파노라마로 옮기는 연습이라 할 수 있다. 나오며 교육자로서, 부모로서 우리 자신이 먼저 스마트폰의 작은 프레임을 치우고 자연의 거대한 파노라마 속으로 들어가는 의식적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경험과 깨달음이 바탕이 될 때 비로소 학생에게, 자녀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더 넓은렌즈를 선물할 수 있다.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때는 잠시 휴대폰을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오래전 광고 카피는 인공지능과 디지털에 포위된 우리에게 더욱 절실한 충고가 되고 있다.
교사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마주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핵심적인 교육자원이며, 교육의 질과 형평성을 좌우하는 핵심적 요인이다. 교육인적자원이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편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교육에서의 형평성 확보를 위한 필수 과제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교원순환전보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순환전보제도의 운영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나라에서 특정 특성을 가진 교사들이 특정 지역이나 학교에 집중되는 ‘교사 쏠림현상(teacher sorting)’이 관찰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예컨대 교직 경력이 높은 교사는 생활 여건이 좋은 지역에 집중되고, 신규 교사나 저경력 교사는 상대적으로 근무 여건이 어려운 지역이나 학교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각 시도교육청은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왔다. 전산 배정을 통해 공정한 전보제도를 운영하고자 하였으며, 신규 교사의 분산 배치 정책, 특정 지역 근속 상한 설정 등의 세부 규정을 통해 교사 쏠림을 예방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실제로 교사 쏠림현상 완화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에 본 고에서는 전국 단위의 교육통계 자료를 활용한 분석 결과를 통해 지난 10년 동안 교사 쏠림현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교사 쏠림현상을 ① 교육지원청 간, ② 학교 간으로 구분하여 분석을 시도하였으며, 이를 통해 교사 배치의 불균형이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는지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지난 10년간 교사 쏠림현상의 주요 양상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센터의 2014년과 2024년 유·초·중등 교육통계 자료를 활용하여 분석을 수행하였다. 분석 대상은 국공립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전체이며, 교사 특성을 나타내는 다양한 지표를 활용하여 교사 쏠림현상을 분석하였다. 분석은 초등·중등 학교급을 구분하여 실시하였으며, 크게 두 수준에서 이루어졌다. 첫째, 교육지원청 (지역) 간 차이를 분석하였다. 이는 같은 시도 안에서도 교육지원청에 따라 교사 특성에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집단 간 차이 검정(t 검정, F 검정, Welch 검정)을 활용하였다. 둘째, 학교 간 차이를 분석하였다. 각 시도교육청 내 학교 단위에서 교사 구성에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니계수(Gini coefficient)를 산출하였다. 분석에 활용된 주요 지표는 교사 쏠림현상을 분석한 선행연구를 근거로 선정하였으며,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 교육지원청 간 교사 쏠림현상 분석 결과, 대부분의 시도에서 교육지원청 간 교사 특성의 차이가 지난 10년 동안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보제도 등 다양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 간 교사 분포의 불균형이 크게 해소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서울·충북·전남·부산의 사례를 소개한다. 먼저 서울에서는 신규 교사 비율을 제외한 6개 지표에서 11개 교육지원청 간 차이가 초등·중등 모든 학교급에서 유의하게 나타났으며, 그 차이는 지난 10년간 지속되었다. 이러한 차이는 교육지원청별 세부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교통 접근성이 좋고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특정 지역은 저경력 교사와 기간제 교사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으며, 교사의 업무 강도나 심리적 부담이 큰 특정 지역에서는 해당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충청북도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지표에서 10개 교육지원청 간 차이가 지난 10년간 지속되었다. 초등·중등 학교급 모두 기간제 교사 비율과 관련된 교사 쏠림은 1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다가 최근 형성된 양상을 나타냈다. 초등 신규교사 비율 지표에 대한 교사 쏠림은 10년 전에는 교육지원청 간 차이가 존재하였지만, 최근에는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라남도의 경우 역시 대부분의 지표에서 22개 교육지원청 간 차이가 지난 10년간 유지되었다. 기간제 교사 비율 지표는 초·중등 모두 최근 그 차이가 형성되었고, 중등 석사학위 이상 비율 지표는 최근 완화된 양상을 나타냈다. 특정 교육지원청에서는 1급 정교사 비율이 높고 남교사 비율이 낮은 특성이 나타났는데, 해당 지역은 광주광역시와 인접해 광주 생활권을 유지할 수 있는 지역으로 분류된다. 부산의 경우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일부 지표에서 지역 간 차이가 최근 완화되는 양상이 관찰되었다. 그러나 교직경력과 같은 핵심 지표에서는 여전히 교육지원청 간 차이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교사 쏠림현상이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구조적 현상임을 보여준다. ● 학교 간 교사 쏠림현상 학교 수준에서도 일부 지표에서 교사 분포의 불균형이 나타났다. 특히 신규 교사, 저경력 교사, 기간제 교사 비율에서 학교 간 격차가 비교적 크게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초등학교에서 신규 교사와 기간제 교사 비율의 학교 간 격차가 지속되었으며 실제로 신규 교사 비율이나 기간제 교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학교가 존재하였다. 충북과 전남에서는 특히 초등에서 신규 교사뿐 아니라 저경력 교사와 기간제 교사 비율에서도 학교 간 불평등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 부산에서는 신규 교사 비율에서 초·중등 학교 간 격차가 지속되었으며, 일부 지표에서는 최근 격차가 완화되는 양상도 확인되었다. 종합적으로 볼 때, 학교 간 교사 쏠림현상은 교육지원청 간 차이보다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지원청 간 쏠림보다 학교 간 교사 쏠림을 더욱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교 간 쏠림현상 또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교사 쏠림현상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나타낸다. 첫째, 교육지원청 간 교사 쏠림현상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전보제도와 다양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동안 지역 간 교사 분포의 차이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둘째, 고경력 교사는 생활 여건이 좋은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교통, 주거환경, 교육 인프라 등 정주 여건이 좋은 지역일수록 고경력 교사가 많이 근무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셋째, 신규 교사와 저경력 교사는 상대적으로 근무 여건이 어려운 지역이나 학교에 배치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신설학교나 학생 수가 많은 지역, 또는 업무 부담이 높은 지역에 신규교사가 집중되는 사례가 확인되었다. 넷째, 학교 간 격차는 주로 신규 교사, 저경력 교사, 기간제 교사 비율에서 나타났다. 이러한 지표들은 학교 현장에서 교사 쏠림현상을 체감하게 만드는 지표로 인식될 수 있다. 교사 쏠림 완화를 위한 3대 대응 과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교사 쏠림현상 완화를 위한 대응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교육인적자원 배분의 형평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전보 점수 산정 방식은 경력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고경력 교사의 선호 지역 집중을 유발할 수 있다. 일정 주기에 더해 직전 근무지를 고려하는 순환·주기형 전보 방식을 도입하는 등 전보시스템을 보다 체계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지역의 정주 여건과 근무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교사 쏠림현상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생활환경 요인이다. 주거 지원, 자녀교육 지원 등 현실적인 지원을 통해 지역 정주 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비선호 지역이나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에게 수업 시수 경감, 업무 지원, 추가 인력 배치 등 근무환경 개선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교사의 전문성이 지역 간에 선순환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지역 연구년제, 지역 간 전문성 교류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교사의 전문성이 특정 지역에만 집중되지 않고 다양한 지역에서 공유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교사 쏠림현상은 일부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지역 간 차이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육지원청 간 교사 분포의 차이는 여전히 뚜렷하였으며, 학교 수준에서는 신규 교사와 저경력 교사 배치를 중심으로 격차가 나타났다. 교사 쏠림 완화를 위해서는 교원 인사 정책과 지역 여건 개선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불과 전기였다면 이제는 인공지능(AI)의 시대입니다. 지식이 클릭 한 번에 쏟아지는 ‘클릭어웨이(Click-away)’ 시대에 과거의 지식 전달형 교육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습니다.” 국내 최고 산학협력 전문가로 꼽히는 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전 한양대 총장)은 새교육 인터뷰에서 “AI가 일상의 모든 영역을 파괴적으로 변화시키는 지금, 교육은 ‘지식의 양이 아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문제해결 능력’과 ‘사회적 연결’에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AI 프라임 시대, 왜 ‘사람 중심의 팀워크’인가 김 원장은 먼저 최근의 AI 열풍을 문명사적 전환점으로 보았다. “과거에는 정보를 얻기 위해 도서관을 뒤지거나 전문가의 문전성시를 이뤄야 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충분합니다. 그렇다면 학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라는 질문으로 말문을 열었다. “AI는 데이터에 기반한 매우 드라이(dry)한 존재입니다. 감정이 없죠. 결국 인간이 AI보다 잘할 수 있는 영역, 즉 창의성·협동·공감과 같은 능력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김 원장은 이를 위해 ‘팀워크’를 통한 교육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노베이터의 감각은 혼자 책상 앞에 앉아 기르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치열한 협업을 통해서만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러한 철학을 실현할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PBL, 즉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제시했다. PBL은 단순히 이론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 스스로 길을 찾는 방식이다. “AI시대에선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이나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문제해결 능력이 선행돼야 좋은 질문도 나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각 수준에 맞는 PBL이 이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동료끼리 서로의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피어 리뷰(Peer Review)’를 거치며 실질적인 팀워크를 길러야 합니다.” 김 원장이 제안하는 PBL의 가장 큰 특징은 ‘사회와의 연계성’이다. 그는 강의실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교육의 한계를 매섭게 꼬집었다. “사회는 끊임없이 변합니다. AI 프라임을 넘어 AI 더블 플러스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교육은 이러한 사회의 변화를 인지하고 소통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강조하는 것이 바로 ‘리얼 월드 프로젝트(Real World Project)’입니다.” 김 원장은 학생들이 졸업하고 나가는 곳은 결국 진짜 세상(Real World)이라며, 현장을 모르고 이론만 파고든다면 그들의 사회 진출 경쟁력은 처참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대학의 16주 강의 중 단 한두 과목이라도 산업 현장과 연계된 프로젝트를 실제 팀워크로 풀어보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한 학습을 넘어 ‘창업 활성화의 인프라’가 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내 전공 지식이 실제로 작동(working)하는지 확인해 본 학생은 문제의식을 갖게 됩니다. ‘아, 이 아이템은 시장에서 통하겠다’는 감각이 생기죠. 이런 경험을 가진 학생이 창업을 하면 실패율이 비약적으로 줄어듭니다. 질 좋은 취업, 대학원 진학, 소셜 이노베이터로의 성장 등 모든 진로의 핵심 경쟁력이 여기서 나옵니다. 교수자가 강의를 혁신하지 않으면서 교육 혁신을 논하는 것은 너무 먼 나라 이야기일 뿐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김 원장은 강의 혁신은 곧 교수자의 헌신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보다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수업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며, 그럴수록 교수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교사의 역할에 대해서도 이렇게 설명했다. “선생님들은 이미 산 정상에 도달해 본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학생들에게 더 넓은 ‘뷰(View)’를 보여주며 ‘나도 저 정상에 가고 싶다’는 호기심을 유발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도덕이나 과학 교과가 실제 사회의 어떤 변화와 연결되는지 링키지(Linkage)해 주는 역할이 중요한 것이죠. 그리고 정책 당국은 교사들의 내적 동력을 끌어내는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김 원장은 또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서 시행하는 ‘공학교육 인증(ABEEK)’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우리가 아무리 운전을 잘해도 도로에 나가려면 운전면허증(Driver’s License)이 있어야 하듯 공학도가 산업계라는 글로벌 도로에 나서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 바로 공학교육 인증입니다. 그런 점에서 공학교육 인증은 단순한 대학 평가의 수단이 아닌 ‘국제적 통용성(International Mobility)’을 확보하는 필수 장치인 셈이죠.” 공학교육 인증의 핵심 키워드가 되는 ‘워싱턴 어코드(Washington Accord)’는 미국·영국·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26개국이 맺은 국가 간 협정으로 각국에서 인증받은 공학교육 프로그램이 서로 동등한 수준임을 상호 인정하는 제도다. 대학 재정과 의대 쏠림, 본질적인 ‘욕구’를 읽어야 김 원장은 또 ‘대학 재정난’과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해서도 소신을 피력했다. 먼저 대학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과감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하버드대의 기부금 운용 자금이 82조 원에 달합니다. 상위 50개 대학의 기부금 총액은 931조 원이나 되죠. 하지만 국내에서는 조 단위 기부금을 가진 대학이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대학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아낌없은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김 원장은 대학 재정 지원은 대학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충분조건은 아닐지 몰라도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조건이라며 정부의 과감한 재정 지원을 촉구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해서는 ‘욕구(Desire)’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대에 가려는 부모와 학생의 마음은 결국 수익과 직업적 안정성이라는 인간의 원초적 욕구에서 비롯됩니다. 이를 억지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해결책은 이공계에 대한 강력한 보상 체계뿐입니다.” 김 원장은 최근 ‘하이닉스 임팩트’ 사례를 예로 들며 공정 혁신이나 제품 개발에 공을 세운 엔지니어에게 기업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정부가 이를 매칭 지원하는 등의 실질적 메커니즘이 작동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공계로 가라는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이공계를 선택할 ‘명분’과 ‘욕구 충족’의 장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주문이다. “공학도는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진정한 엔진” 인터뷰를 마칠 무렵 김 원장은 미래의 공학도들을 위한 조언을 건넸다. 그는 “엔지니어라는 단어의 본질에 집중해 달라”며 “엔지니어는 단순히 기계를 만지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엔진’을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핵심 동력원”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현대 문명의 거대한 흐름은 사실 이름 모를 수많은 공학자가 땀 흘려 일궈 낸 결실”이라며 “작은 반도체 조각 하나가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키고, 인공지능 시대를 열어젖힌 것처럼 공학도 한 명 한 명이 인류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편리하게 만드는 실질적인 기여자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롤로그 인생을 크게 두 시기로 나눈다면, 아이가 태어나기 전과 태어난 후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아직 인생을 끝까지 산 것도 아니라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의 삶은 그렇다. 삶의 모든 중심이 태양을 바라보는 해바라기처럼 아이에게로 향해 버렸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나의 여행은 한 번 갔을 때 최대한 많은 곳을 둘러보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세계의 다양한 지역을 가르치는 지리교사에게, 직접 여행을 통해 경험한 지역을 소개하는 것만큼 생생한 수업이 어디 있겠는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지리를 전공하다 보니 각 지역의 고유한 자연환경과 문화를 바라보는 안목이 생겨 더욱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자, 이전에는 쉽게 훌훌 떠났던 여행이 마치 아기가 처음 발걸음을 내딛는 것처럼 크고 두려운 모험으로 변해 버렸다. 누군가를 책임지며 떠나는 여행은 이전의 여행과는 아예 다른 차원이었다. 아이가 비행기는 잘 탈 수 있을까? 여행지에서 아프면 어떡하지? 먹는 것은 괜찮을까? 결국 아이와 함께하는 첫 여행을 미루고 미루다, 아이가 두 돌이 지났을 무렵 그나마 가까워서 부담이 적고 음식 문화도 비슷한 일본의 후쿠오카로 향했다. 여행 일정 또한 많은 점에서 변화가 있었다. 식당도 아이가 함께 먹을 수 있도록 매운 음식은 피해야 했고, 이동을 고려하여 가까운 지역을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돌아다녔다. 또한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을 실컷 볼 수 있는 방향으로 계획하다 보니, ‘후쿠오카 동물 여행’이라는 테마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후쿠오카가 성장한 이유 후쿠오카는 규슈섬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이다. 일본 도시 중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한국·중국과 교류하는 외교 및 무역 창구로 발달할 수 있었다. 특히 후쿠오카는 항구 입지에 최적인 큰 만과 배후의 넓은 평야가 있어, 도시 발달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곳이기도 하다. 보다 지리적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파도는 항상 육지로 밀려오기 때문에 해안가는 물이 지속적으로 모이게 된다. 이렇게 모인 물이 빠져나가야 하는데, 계속 파도가 몰려오는 해안 방향으로는 물이 빠져나갈 수 없기에 자연스럽게 해안선과 평행하게 흐르는 물의 흐름이 발생한다. 이를 ‘연안류’라고 한다. 연안류의 흐름에 따라 모래들이 퇴적되면서, 결국 만의 입구에 조금씩 모래 퇴적물들이 쌓인 ‘사취(沙嘴)’가 형성된다. 이러한 사취가 점차 만을 막게 되면서, 거센 파도로부터 배들을 보호할 수 있는 이상적인 천연 항구가 되는 것이다. 후쿠오카 또한 연안류의 흐름으로 하카타만의 입구 쪽에 계속 모래가 퇴적되었고, 이로 인해 만의 내부는 매우 잔잔한 특성을 보여 자연스럽게 규슈의 중심 항구가 될 수 있었다. 동물원과 수족관은 바람직한 것일까? 후쿠오카의 천혜 자연환경을 이용한 곳이 바로 마린월드 우미노나카미치이다. 마린월드는 후쿠오카 하카타만의 외곽, 우미노나카미치 해변공원 인근에 위치하며, 만을 가로막는 사취에 입지한 대형 해양수족관이다. 규슈 주변의 바다 생태계를 중심으로 전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 동물원과 수족관은 오랫동안 논쟁이 되어왔다. 자연에서 자유롭게 살아야 할 동물을 우리에 가두는 것이 동물권 보호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좁은 공간에 제한되어 생활하는 동물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하며, 인간의 오락을 위해 동물의 특성에 맞지 않는 행동 훈련을 유발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동물원과 수족관이 멸종 위기종을 보전한다는 점, 야생동물을 직접 관찰하며 생태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야생동물의 행동을 연구하고 다친 야생동물을 구조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점 등을 통해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판을 반영하여, 최근의 동물원은 많은 부분에서 변화하고 있다. 동물이 실제 살아가던 환경을 최대한 재현한 자연형 서식지를 만들고, 동물이 자연에서 하던 행동을 동물원에서도 할 수 있도록 물놀이 공간을 제공하거나 나무와 밧줄 설치로 등반 행동을 유도하는 등의 풍부한 환경을 설계한다. 또한 멸종위기종을 적극적으로 보전하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단순한 동물 전시 공간에서 나아가 동물 복지를 실현하고 종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린월드 또한 규슈 지역의 해양생물 연구를 통해 지역 생태계를 보존한다는 점, 다친 해양생물을 구조 및 치료한다는 점, 다양한 해양 환경보호 교육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동물이 자연에서 동물답게 살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생태계 보전과 도움이 필요한 동물을 치료하고 보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동물원과 수족관의 필요성도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아이가 동물과 교감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한 생태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동물원과 수족관의 순기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도시에 거주하게 되면서, 우리는 동물과 분리된 삶을 살게 되었다. 아마도 이러한 점이 우리가 인간 위주의 사고를 하게 되고, 공존보다는 우리의 이익을 위한 삶을 살게 되면서 여러 환경 파괴가 죄책감 없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도시에 살면서 동물과 분리되어 버린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환경을 지키고 공존하는 태도를 배웠으면 한다. 규슈의 바다를 대표하는 해양박물관, 마린월드 우미노나카미치 후쿠오카 교통의 중심인 하카타역을 기준으로, 마린월드까지는 전철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하카타 여객선 터미널에서 배를 타면 하카타만을 가로지르며 약 20분 만에 마린월드에 도착할 수 있다. 마침 마린월드를 지나 시카노섬까지 가는 배를 타게 되었는데, 시카노섬으로 나들이를 가는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마린월드에는 거대한 수족관을 비롯하여, 평소 보기 힘든 수많은 해양생물이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단연 돌고래 공연이다. 바다와 공연장이 이어져 있어 마치 바다 위 쇼와 같은 느낌을 주는 돌고래 공연은 아이와 함께 온 일본 현지인들도 많아 가족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바다사자와 돌고래들이 사육사와 친근하게 교감하며 펼치는 공연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외에도 심해 생물과 펭귄, 다양한 물고기들이 어우러져 눈을 뗄 수 없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다. 아무래도 외딴곳에 있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 식당으로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식사하기가 어려웠는데,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다양한 현지식 도시락을 판매할 뿐 아니라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장소까지 마련하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들을 배려하는 점이 돋보였다. 일본에서 사파리 관광을? 오이타현의 아프리칸 사파리 사실 후쿠오카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바로 아프리칸 사파리 방문이었다. 일본에서 웬 아프리카 사파리인가 싶겠지만, 온천으로 유명한 유후인과 벳푸 사이에 매우 큰 규모의 대형 사파리형 동물원이 있다. 이곳은 일반적인 동물원과 달리 넓은 자연 공간에서 동물이 자유롭게 생활하며, 관람객들은 차량을 타고 이동하며 동물을 관찰할 수 있다. 동물원에서 준비한 사파리 버스를 탈 수도 있지만, 개인 차량을 타고 직접 이동하며 동물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사파리 관광으로 유명한 곳은 케냐와 탄자니아이다. 이곳은 열대 사바나 기후로, 긴 우기와 건기가 반복되며 드문드문 분포하는 나무 사이로 긴 풀이 자라는 열대 초원이 드넓게 펼쳐진다. 동물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그야말로 동물의 왕국이다. 열대 초원을 지프로 누비며 다양한 야생동물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사파리 투어는 많은 이들의 여행 버킷리스트일 것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여행은 현실적인 장벽이 많기에, 직접 차를 운전하며 자연 속 동물을 살펴볼 수 있는 오이타현의 ‘아프리칸 사파리’는 가성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아프리칸 사파리 또한 단순히 동물 전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동물복지 정책을 실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115만㎡에 달하는 넓은 방목형 서식지를 제공하여, 자연 속에서 동물들이 사회적 무리를 이루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조성되어 있다. 동물 안전을 위해 관람객은 차량 밖으로 나갈 수 없으며, 곳곳에 사육사가 대기하고 있어 혹시 모를 위험을 사전에 예방한다. 동물의 번식 및 종 보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후쿠오카에서 차를 렌트하여 2시간을 달려 아프리칸 사파리에 도착했다. 운전석과 차선이 반대이기 때문에 적응이 쉽지 않았지만, 앞차를 따라 가면 되기에 역주행을 2번 정도 할 뻔한 것을 제외하고는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면 바로 티켓을 끊고 차에서 내릴 필요도 없이 사파리로 바로 입장할 수 있다. 사파리 버스를 타고 가면 동물에게 먹이를 줄 수 있어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파리 버스는 인기가 많아 오전 일찍 도착하지 않으면 매진되기 때문에 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개인 차량을 타고 사파리를 돌다가, 사파리 버스가 보이면 그 뒤를 졸졸 쫓아가는 방법으로 동물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아프리칸 사파리는 동물별로 구획이 나뉘어져 있지만, 원하는 만큼 여러 번 코스를 돌 수 있기에 한 번 지나치더라도 얼마든지 다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특정 동물을 오랫동안 보고 싶다면 눈치 볼 필요 없이 동물이 잘 보이는 도로 옆에 차를 세워두고 동물을 관찰할 수 있어, 아이뿐 아니라 어른인 나 또한 신기한 경험이었다. 보통 유후인과 벳푸로 온천만 둘러보는 관광객들이 많은데,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아프리칸 사파리 또한 강력히 추천한다. 에필로그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여러 어려움이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인기 여행지 중 하나인 일본에서, 아이를 보살피며 헌신하는 부모들을 위해 아이와 즐길 수 있는 여행을 소개하고 싶었다. 도시라는 감옥에 갇혀 자연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동물과 교감하고 자연을 느끼며 공존하는 삶을 깨달았으면 한다.
2024년 동인문학상을 받은 김기태 이름 앞에는 ‘한국문학의 가장 뜨거운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작품을 낼 때마다 주목을 받으며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우수상 등을 받았다. 이제 첫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낸 작가치고는 이례적인 관심과 찬사를 받는 것이다. 신인 작가의 경우 여성이 대세인 시대에 귀한 남성 작가이기도 하다. 이 소설집엔 단편소설 아홉 편이 실렸다. 공통점이 있다면 현실적인 소재와 주변에서 본 듯한 평범한 인물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것도 쓸 수 있구나’,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그의 소설은 재미있다. 그가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를 대중가요와 인터넷 유행어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그 속에 삶의 의미를 담아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소설에선 꽃이나 나무, 식물이 잘 나오지 않지만, 첫 소설집 곳곳에서 목련이 나오는 것이 특이하다. 우선 표제작 ‘두 사소설집 곳곳에 목련 배치람의 인터내셔널’은 진주와 고려인 가족 출신인 니콜라이라는 가난한 변두리 연인들 이야기다. 두 사람은 중학교 교무실에서 같이 등록금 독촉장을 받으며 처음 마주했다. 두 사람이 처음 교무실에 갔을 때 목련이 피어 있었다. 목련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지만, 목련임이 분명하다. 교문에 들어서서 걷는 길에는 흰 꽃이 피는 나무들이 있었다. 나무의 이름은 몰랐으나 때가 되면 바람에 흩날리는 희고 풍성한 꽃잎들은 기억에 남았다. 그런 따뜻한 봄날의 오후였다. 두 사람은 교무실에 나란히 섰다. 3학년이 되어 처음 같은 반에 배정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담임교사는 두 사람에게 각자의 이름이 적힌 흰 봉투를 줬다. ‘ 보편 교양’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고 있다. 아랫글에 나오는 ‘하얗고 부드러운 꽃잎들’은 목련 꽃잎일 것이다. 4월이 되자, 완연히 따뜻해진 날씨에 꽃나무들이 만개했다. 고전읽기 교실은 2층이라 창밖으로 손을 뻗으면 하얗고 부드러운 꽃잎들을 손으로 만질 수도 있을 듯했다. 교실 안으로 고개를 돌리면 엎드려 자거나, 휴대전화를 보거나, 다른 과목 문제집을 풀고 있는 학생들이 한가득 보였다. 곽은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을 비난하기보다는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감사하려고 했다. 4월 초 교정에 피는 하얀 꽃은 목련일 것이다. ‘롤링 선더 러브’에서 주인공이 출연한 데이트 예능은 마당에 하얀 꽃들이 가득할 때 촬영했다. ‘솔로농장’ 19기 녹화 첫날. 미풍을 맞으며 맹희는 펜션 앞마당에 입장했다. 마당을 둘러싼 나무들에 하얀 꽃이 가득했다. “남쪽이라 목련이 빨리 피었나 보다.” 주인공 담당 PD는 속마음 인터뷰를 딸 때 ‘펜션 뒷마당의 풍성한 목련나무 아래’에 주인공을 앉혔다. 주인공은 ‘벤치에 등을 기대고 까만 밤하늘과 하얀 목련을 올려다보니 가슴이 트였다.’ 하나 더 있다. ‘로나, 우리의 별’이라는 단편에서 케이팝 스타 로나가 낸 정규 2집 앨범 제목이 ‘목련’이고, 로나의 열성팬 중 하나는 ‘목련러너’였다. 이처럼 그의 소설 곳곳에 목련이 많이 나오지만, 이 목련이 소설에서 주요 소재나 상징으로 쓰인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자주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목련은 주변에 흔한 꽃이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평범한 꽃인 목련도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김기태(1985년생)는 30대 후반인 2022년에야 뒤늦게 등단했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문득 ‘이렇게 그럭저럭 살다 가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안 써도 죽지는 않을 테니 대신 자유롭게 쓰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의 이런 생각은 소설 곳곳에 자유분방한 문장과 스토리로 나타나는 것 같다. “목련이 지고 나면 봄은 다 간 것” 목련(木蓮)이라는 이름은 연꽃 같은 꽃이 피는 나무라고 붙인 것이다. 우리가 도시공원이나 화단에서 흔히 보는 목련의 정식 이름은 백목련이다. 백목련은 오래전부터 이 땅에서 자라긴 했지만, 중국에서 들여와 관상용으로 가꾼 것이다. 이름이 ‘목련’인 진짜 목련은 따로 있다. 더구나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자생하는 우리 나무다. 진짜 목련이 중국에서 들어온 백목련에 이름을 빼앗긴 셈이니 억울할 법하다. 목련은 백목련보다 일찍 피고, 꽃잎은 좀 더 가늘고, 꽃 크기는 더 작다. 백목련은 원래 꽃잎이 6장이지만 3장의 꽃받침이 꽃잎처럼 변해 9장처럼 보인다. 목련 꽃잎은 6~9장이다. 또 백목련은 꽃잎을 오므리고 있지만, 목련은 꽃잎이 활짝 벌어지는 특징이 있다. 목련에는 바깥쪽 꽃잎 아래쪽(기부)에 붉은 줄이 나 있어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무엇보다 목련엔 보통 꽃의 기부에 1~2개의 어린잎이 붙어있어 백목련과 구별할 수 있다. 백목련에는 꽃이 필 때 이런 어린잎이 없다. 자주색 꽃이 피는 목련도 두 종류가 있다. 꽃잎 안팎이 모두 자주색인 목련을 자목련, 바깥쪽은 자주색인데 안쪽은 흰색인 목련은 자주목련이라 부른다. 여름이 시작할 무렵인 5~6월 산에 가면 목련처럼 생긴 싱그러운 꽃을 볼 수 있다. 정식 이름은 함박꽃나무이고, 흔히 산목련이라고도 부른다. 목련은 위를 향해 피지만, 함박꽃나무 꽃은 아래를 향해 피는 점이 다르다. 무엇보다 함박꽃나무는 잎이 먼저 나고 꽃이 피니 목련과 혼동할 염려는 없다. 함박꽃나무 꽃은 맑고도 그윽한 꽃향기가 일품이다.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근처에 함박꽃나무가 있겠구나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향이 강하다. 함박꽃나무도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나무다. 이 밖에도 노란 꽃이 피는 일본목련, 꽃의 지름이 20㎝까지도 자라는 상록성 태산목 등도 목련 가족들이다. 일본목련은 이름처럼 일본에서 들여온 나무인데 씨앗이 퍼져 마을 주변 산자락에서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목련에 관한 글 중엔 김훈이 쓴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에세이집 자전거여행에서 목련이 피는 모습을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때가 목련의 절정이다”고 했다. 꽃이 피어도 활짝 벌어지지 않는 백목련의 특징을 잘 잡아냈다. 이어 “꽃이 질 때, 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며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꽃잎 조각들은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러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목련이 지고 나면 봄은 다 간 것”이라고 했다.
국어 교사가 꿈이었던 평범한 여대생 염혜란은 연극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연기에 매력을 느꼈다. 졸업 후 출판사 등에서 일하다가 1999년 극단 연우무대에 입단해 이듬해 최선생으로 데뷔해 20년 가까이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졌다. 연극 이爾에 광대 역할로 출연한 그녀를 눈여겨 본 봉준호 감독이 오디션을 제안해 살인의 추억(2003)으로 영화에 데뷔했다. 대중에게 그녀의 얼굴을 알리게 된 작품은 도깨비에서 주인공 은탁(김고은)을 괴롭히는 이모 역할을 맡으면서다. 이후 영화와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던 그녀는 2022년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와 2025년 폭싹 속았수다로 글로벌 팬덤을 가진 배우가 됐다. 지난 3월 매드 댄스 오피스(감독 조현진)로 원톱 영화 데뷔에 이어 4월은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내 이름은(감독 정지영)으로 관객을 만나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 윤여정 배우가 ‘연기를 잘해 처음 봤을 때부터 콕 찍었다는’, 조·단역과 특별출연을 가리지 않고 존재감을 증명하며 이제는 대체 불가 믿고 보는 배우가 된 염혜란을 만났다. 이제는 누구나 다 알아보는 글로벌 배우가 되셨죠. 외출하기 힘드시겠어요(웃음). 폭싹 속았수다가 제일 컸던 거 같아요. 그런데 해외 영화제에서 만난 외국인 관객 중에서는 더 글로리가 인상적이었다면서 사진 찍어달라던 분도 계셨고요. 관객마다 꼽는 작품이 다르다는 데서 기쁨을 느낍니다. 제 필모그래피에 좋은 작품이 많다는 거니까요. 한 인터뷰에서 “무명 시절에는 연기만 하고 살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하셨죠. 지금 그렇게 됐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그때는 경제적인 이유가 컸죠. 배우라면 연기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욕망을 늘 갖고 살잖아요. 그런데 예전에는 경제적 이유로 연기만 하고 싶다, 아이 키울 때는 육아 말고 연기만 하고 싶다, 이렇게 항상 핑곗거리를 찾고 있었던 거 같아요. 아마도 제 성향이 그랬던 거겠지만요. 이제는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제 욕망이 순수해지기가 굉장히 어려워지는 시기가 된 거 같아요. 점점 더 나이도 들어가고, 관객이 염혜란이라는 배우에게 바라는 점들도 늘어가잖아요. 예전에는 이것만 잘하면 좋겠다, 다양한 캐릭터가 들어오면 좋겠다 정도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많은 것들을 고민하는 것 같아서 제 욕망이 순수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염혜란이라는 배우에 색깔이 많아진 거겠죠. 좀 더 순수한 욕망으로 연기를 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영화 이야기로 들어가죠. 일단 3월에 개봉했던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감독 조현진)에서 ‘갓생 공무원 국희’를 연기하면서 관객에게 공감을 얻으셨어요. 완벽주의 공무원은 저랑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일하는 한 사람으로 보니, 저 역시 국희처럼 접근한 부분이 많더라고요. 배우로서 매일매일 수련하면서 경력을 쌓아가던 제 방식이 나중에는 옳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었거든요. 국희 역시 한 직장에서 25년 넘게 일했고, 성과도 좋았어요. 그런 지점에서 일을 대하는 태도가 일단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또 자신과 다르게 살아온 후배를 바라보는 시선과, 자식을 대하는 기준 역시 들여다볼수록 저랑 비슷하더라고요. 제가 완벽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렇게 국희라는 캐릭터에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기에 관객들도 그 점을 잘 봐주신 거 같아요. 직장에서는 승승장구하는 일머리 똑 부러지는 완벽한 상사지만, 사실 후배 직원들은 매일매일 야근에 힘들어하고, 남편 사별 후 삶의 이유가 됐던 하나밖에 없는 딸은 결국 집을 나가버렸죠. 국희에 공감하셨다고 했는데, 실제 연기를 하기 위해 캐릭터 구축은 어떻게 하셨어요? 일단 완벽주의는 국희가 타고난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했다는 점에서요. 나름으로 열심히 공부했을 테고, 루틴과 틀을 중요하게 여기는 성향의 인물이었다고 생각했죠. 그런 완벽주의가 말씀하신 아픔을 겪으면서 더 강화된 거예요. 그렇지 않았다면 국희의 장점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핏덩이 하나 살리겠다고 그렇게나 힘들게 살아왔으니,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알려주고 싶었던 거 같아요. 후배 직원들이나 딸에게요. 지나고 나서 이야기지만, 조현진 감독님이 “국희라는 인물이 염혜란 배우를 만나서 조금 더 인간적인 국희가 된 거 같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이야기를 듣고 아, 내가 연기를 뭔가 잘못했구나, 싶었어요(웃음). 감독님은 국희라는 사람을 더 밉고, 이해가 안 되는 비호감에 가깝고 틀에 박힌 사람으로 그리고 싶으셨던 건데, 저는 국희를 ‘변화를 겪는 사람’으로 해석했던 거니까요. 매드 댄스 오피스를 보면서 많은 관객들이 쉘 위 댄스?(감독 수오 마사유키, 1996)를 떠올렸을 거 같아요. 영화에서 플라멩코를 멋지게 소화하셨던데, 어떻게 준비하셨어요? 저도 그 영화가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뭔가 틀에 얽매여 살던 주인공이 깨고 나오는 영화였으니까요. 플라멩코는, (한숨) 발목을 잃고 춤을 얻었습니다(웃음)! 신발 세 켤레를 갈아치울 정도로 연습했거든요. 처음 학원에 가서 선생님께 “제가 무릎이 좀 안 좋아서요”라고 말씀드리면서 몸을 좀 사렸는데요. 선생님이 발구르기를 딱 보여주시는데, 정말 영화 속 국희처럼 깜짝 놀랐어요. 바닥이 무너질 것 같은, 발 구름이 주는 울림이 강력하더라고요. 그리고 공연을 보러 갔는데,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 왜 플라멩코를 영혼의 춤이라고 하는지가 느껴지더라고요. 즉흥적으로 자유롭게 추는 것 같은데, 그 안에 고도의 숙련된 계산도 들어 있고요. 플라멩코라는 춤이 영화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견고한 콘크리트를 부수는 힘이랄까요? 감독님이 오랫동안 플라멩코를 배우셨던 경험이 이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 있던 거죠. 플라멩코의 해방감과 행복감을 관객들도 느끼셨으면 해서 더 열심히 췄던 거 같아요. 직접 춰보니 자유로움도 느껴졌고요. 4월에는 정지영 감독의 오랜만의 복귀작이자 제주 4·3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 내 이름은으로 관객을 만나세요. 해외에서 일찌감치 작품성을 알아본 영화여서인지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초청으로 레드카펫을 밟으셨습니다. 아직 영화제 ‘뽕’이 안 빠지셨다고요(웃음). 베를린의 고풍스러운 정취가 물씬 풍기는 유서 깊은 극장 ‘시네마 파리’에서 2월 13·14일에 월드 프리미어로 관객을 만났는데, 객석은 일찌감치 매진이었어요. 사실 저는 스스로를 영화인이라고 별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드라마도 하고 연극도 하니까요. 영화인들을 보면 여전히 따로 모이고 있거든요. 그러다가 어쩔수가없다로 박찬욱 감독님을 만나면서 영화를 더 사랑하게 된 거 같아요. 영화제라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됐잖아요. 물론 영화제에 간다고 무조건 그런 건 아니지만(웃음). 사실 영화라고 하면 우리끼리 보는 거였는데, 영화제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향유하고 즐기는 모습을 보는 건,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잖아요? 한국 영화가 우리만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한국 관객보다 더 우리 역사를 느끼고 즐기는 외국 관객을 보면서 더 영화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그런 경험이 아, 영화제에 더 많이 가고 싶다, 누리고 싶다! 라는 ‘뽕’을 차오르게 하네요(웃음). 베를린에 가서 제가 좋아하는 양자경 배우가 수상 소감하는 것도 듣고, 외신에서 내 이름은에 대한 리뷰를 잘 써주셔서 정말 좋았어요. 베를린영화제 측은 내 이름은에 대해 ‘비극적인 역사가 남긴 침묵을 깨는 경이로운 작업이자, 치밀하게 구축된 서사와 강력한 감정적 울림을 가진 작품’이라고 극찬했어요. 기획 단계부터 제주4·3평화재단 시나리오 대상을 받았고, 1만 명이 넘는 시민의 후원으로 제작됐죠. 어떤 영화인가요? 이 작품도 원톱으로 끌고 가시나요? 아유, 매드 댄스 오피스도 그렇고 내 이름은도 그렇고 투톱 영화라니까요(웃음). 아들 영옥(신우빈)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요. 그러니까 저는 투톱 전문 배우인 걸로요(웃음). 촌스러운 이름을 버리고 싶은 열여덟 살 아들 영옥과 그 이름을 지켜야만 하는 어머니 정순이 그 이름 뒤에 숨겨진 50년 전의 비밀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해외 관객 평이 인상적이더라고요. 한 관객은 “크레딧이 끝난 지 15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몸이 떨릴 정도”라고 했고, 이란 출신 한 관객은 “자국의 시위와 학살의 아픔이 겹쳐 보여 보는 내내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언젠가 악몽이 끝나고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얻었다”라고 했어요. 무엇보다 50년 전의 약속을 찾아가는 ‘어멍’ 역을 맡은 염혜란 배우에 대해서는 “정말 어메이징하다!”, “염혜란의 연기는 스크린의 모든 것을 폭발시킬 정도로 웅장하다”라는 호평이 쏟아졌습니다. 어멍은 염혜란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의미로 읽히는데요. 캐릭터로 기억되는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배우로서 어마어마하게 큰 영광이죠. 더 글로리의 ‘현남’, 폭싹 속았수다의 ‘광례’ 같은 캐릭터를 만난 건 하늘이 도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관객들이 앞으로 저에게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 왕관의 무게는 결국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겠죠. 힘들겠지만, 담담한 사람으로, 배우로 남길 바라고 있습니다.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배우가 되셨으니, 더 나은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도 더 커졌을 거 같아요. 스코어로 연결이 안 돼서 문제네요(웃음). 어쩔수가없다도 더 많은 관객이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 사실 주연을 맡으면서 부담되는 건 감당해야 할 부분이 많아진다는 거예요. 예전에 조연·단역·특별출연을 할 때는 ‘이 정도만 해도 된다’라는 피할 구멍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 분량이 편집되면 너무 아까웠어요. 찍은 게 얼마나 된다고 그걸 자르냐면서요(웃음). 그런데 주연은 지붕이 좁더라고요. 짊어져야 할 부분이 큰 데다 어디 가서 변명할 수도 없고요. 주인공을 맡아보니 아, 이건 없어도 되는 장면이구나 하는, 작품 전체를 보는 눈도 생기는 거 같습니다. 캐릭터를 구축할 때 본인 속에서 재료를 녹여내는지, 아니면 외부에서 가져오는지 궁금합니다. 연기는 저에서부터 출발하는 게 먼저예요. 저로 시작해서 그 인물에게 다가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캐릭터를 보면 ‘아, 내가 강했구나’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고, ‘내가 아닌 캐릭터에 더 다가갔다’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죠. 어떤 경우든 출발점이 제가 아니면 공감이 어렵다고 봐요. 그래서 초반에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이해가 잘 안돼요”라고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면서요. 그래서인지 한 작품이 끝나고 나면 ‘왜 그렇게 나와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했지? 다 나에게 있는 부분들인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멀리 있는 인물이 아니었던 거죠. 매년 전성기를 갱신하는 거 같아요. 배우로서 지금 어느 단계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지나 봐야 알 것 같아요. 나중이 되어봐야 좋았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으니까요. 그저 지금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마음입니다.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꾸준히 연기를 할 수 있는 이유로 ‘본인 얼굴’을 꼽으셨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세요(웃음)? 약간 그런 거 같아요. 옛날 같았으면 저 얼굴로 주인공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웃음). 저는 멀리 보기보다는 바로 앞을 보는 편이에요. 그 덕분에 여기까지 온 거 같기도 하고요. 정말 좋은 작품들이 많은데 결과를 떠나서도 배우로서 의미 있는 시도를 계속하고 싶어요. 지금 일하지 않는 비수기라고 말씀하셨는데, 평소 쉴 때는 뭐 하세요? 평소 안 해보려고 했던 것들을 해보려고 해요. 예전에 중국어를 배우고 싶었는데, 바로 촬영이 들어가는 바람에 중단됐거든요. 이번에 내 이름은 덕분에 한국무용을 다시 시작하게 됐어요. 그래서 요즘은 한국무용에 푹 빠져 있습니다. 저는 사실 강한 동기부여가 있어야 움직이는 사람이거든요. 다이어트도 꼭 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안 할 정도로요(웃음). 단순한 즐거움이 없던 사람인데, 결과물이 없더라도 단순한 즐거움에 빠져보자! 라고 생각하면서 한국무용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활동하시겠지만,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요. 제가 하고 싶었던 연극이 있어요. 한 명의 배우가 극을 이끌어가는 모놀로그 연극이요. 버자이너 모놀로그나 늙은 창녀의 노래 같은 작품은 와, 정말 해보고 싶었어요! 여배우 혼자서 여성의 이야기를 그렇게나 농밀하게 표현하는 작품이니, 연기를 시작한 어릴 때부터 너무 하고 싶었죠. 그런데 점점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죽어도 못 하겠다는걸요(웃음). 젊었을 때는 객기로라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 세계를 알수록 더 못할 거 같은 기분이에요. 40·50대 여배우가 여성 서사를 끌고 가는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있습니다. 사진 제공 정보 ● 넷플릭스, ㈜엔케이컨텐츠, 와이드 릴리즈, CJ CGV, CJ ENM
부동산 계약이 중요한 이유 부동산 계약은 단순한 서류 절차가 아니다. 법률 행위이자 자금 계획이며 동시에 심리전이다. 말 한마디의 톤이 분위기를 바꾸고, 문장 하나의 표현이 책임의 범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숫자가 같아 보여도 계약 구조가 다르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며, 특히 상승장과 하락장이 교차하는 구간에서는 계약의 무게가 더 커진다. 부동산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지만, 가격은 협상의 출발점일 뿐이다. 일정, 특약, 계약금 비율, 중도금 지급 방식이 모두 협상의 카드라고 볼 수 있다. 이 카드들을 어떻게 배열하느냐에 따라 수익률과 최종 이익이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 계약은 ‘가격 흥정’의 개념으로만 볼 수는 없다. 더 넓은 개념으로 본다면, 이해관계와 감정이 충돌하는 테이블 위에서 주도권을 잡는 과정이다. 따라서 준비된 사람에게 계약은 기회이며,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계약은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상대의 패를 먼저 읽어낼 수 있어야 더 큰 수익과 혜택을 볼 수 있다. 부동산 계약 단계별 체크포인트 부동산 계약 과정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가계약 - 본계약 - 중도금 - 잔금으로 이어지는 연속된 과정인데, 단계마다 협상력의 크기와 핵심 포인트가 다르다. 어느 시점에 무엇을 확인하고 무엇을 요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니, 반드시 단계별 포인트를 미리 체크해야 한다. ● 가계약 단계 _ 물건의 선점과 파기에 대한 대비 가계약은 물건을 선점하는 행위다. 동시에 계약 조건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돈이 먼저 움직일 수 있는 구간이기 때문에, 가장 위험하면서도 가장 협상력이 큰 시점이다. 가계약 단계에서는 ‘가계약 파기’에 대한 가능성을 늘 고려해야 한다. 계약금 대비 가계약금의 크기가 훨씬 작아 계약 파기의 유혹이 크기 때문이다. 하락장에서는 매수자의 변심 가능성이 크고, 상승장에서는 매도자의 파기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시장 상황에 따라 가계약금의 크기를 조절해야 한다. 파기를 어렵게 만들고 싶다면 더 큰 금액을 가계약금으로 약정해야 한다. 금액이 곧 책임의 무게이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이 클수록 계약 유지 가능성도 높아진다. 가계약 단계에서의 매수자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가계약금은 쉽게 넣을 수 있지만 쉽게 돌려받기 어렵다. 마음이 조급해 쫓기듯 서두르는 송금은 위험하다. 분위기에 휩쓸려 보내는 돈은 협상력을 잃는 지름길이며, 입금 후 후회하는 경우가 많으니 입금 전에 충분히 숙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체크해야 하는 포인트는 가계약 단계에서도 주요 조건을 확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격, 계약일, 중도금 일정, 잔금일 역시 대략적으로라도 합의하는 것이 좋고, 계약 파기 시 위약금 범위도 명확히 해야 한다. 꼼꼼히 따지고 책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해 두어야 혹시 모를 분쟁을 미리 막을 수 있다. ● 계약 단계 _ 특약이 수익을 지킨다 본계약은 돌이킬 수 없는 분기점이다. 도장을 찍는 순간 권리와 의무가 확정되기 때문이다. 이때 마지막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장치가 바로 특약이다. 특약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계약의 최후 방어선이다. 분쟁이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할 열쇠가 되는 부분이니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표준계약서’는 기본 틀에 불과한 반면, 현실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분쟁은 세부 조건에서 나온다. 하자 책임의 범위, 임차인 명도 문제, 대출 불가 상황, 잔금 전 근저당 말소 여부 등은 표준 문구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특약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애매하고 모호한 문장은 해석 싸움을 부르며, 해석 싸움은 곧 비용과 시간의 손실이다. 특약은 길어도 괜찮다. 모호한 문장 한 줄보다 명확한 문단 하나가 낫다. 따라서 ‘협의한다’는 표현은 위험하다.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어떻게 이행하는지 명확하게 써야 하며, 조건과 기한을 함께 명시해야 실효성이 생긴다. 만약 구두 합의를 했다면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이 계약서 특약란에 남기는 것이고, 계약 당일 반영이 어렵다면 문자나 메신저, 녹취를 통해 합의 내용을 주고받으며 확인한 답변을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 계약서에 없는 약속은 분쟁 시 힘을 잃게 되고, 계약 당일 분위기에 휩쓸려 기록하지 못하고 넘어간 문장은 나중에 큰 비용이 된다. 특약 한 줄이 수천만 원을 지키기도 하니 꼭 챙기길 바란다. ● 중도금 단계 _ 이행의 착수, 되돌리기 어려운 구간 계약금만 주고받은 상태에서는 매도인이 배액을 배상하거나 매수인이 계약금을 포기하면 언제든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하지만 중도금이 단 1원이라도 입금되는 순간, ‘이행의 착수’로 간주되어 일방적인 계약 해제가 불가능해진다. 중도금이 오가면 계약은 심리적 약속을 넘어 법적 구속 단계로 들어가게 되며, 되돌릴 수 있는 출구는 좁아지는 것이다. 중도금 단계에서는 일방 해제가 안 되기 때문에, 중도금 송금은 상대를 계약에 묶어두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매수인이 먼저 중도금을 입금하면 매도자는 더 이상 배액 배상으로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고, 매도자가 중도금 수령을 완료하면 매수자 역시 계약금을 포기하고 철수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다. 따라서 상승기에는 매수인이 중도금을 빠르게 송금해 매도자의 변심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반면 하락기에는 매도인이 중도금 수령을 서둘러야 한다. 상대의 이탈 통로를 미리 막아두기 위해서이다. ● 잔금 단계 _ 계약의 마무리와 협상력의 소멸 잔금은 거래의 마침표라고 할 수 있으며, 동시에 협상력의 종결 지점이다. 잔금을 송금하는 순간 대부분의 조건은 확정되고 계약은 마무리되며,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은 급격히 줄어든다. 그래서 잔금 직전이 실질적인 마지막 협상 구간이다. 잔금 단계의 핵심은 ‘최종 점검’이다. 등기 이전 서류는 준비되었는지, 근저당과 각종 담보권은 약정대로 말소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임차인 퇴거, 명도 상태, 시설물 존치 및 수리 여부도 점검해야 한다. 특약에서 약속한 내용이 모두 이행되었는지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며, 만약 조건이 완성되지 않았다면 잔금 지급을 보류할 수 있어야 한다. 잔금 이후에는 협상력이 사실상 사라지기 때문에 하자가 발견되더라도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미 매매대금을 전부 받은 매도자가 무엇을 더 해주려고 하겠는가. 동기는 사라지고, 책임만 남는다. 그래서 잔금 이후에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나중에 처리해 주겠다’는 말은 위험하다. 문제를 확인하고도 송금하면 선택권을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문제는 잔금 전에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부동산 계약에서의 심리전 부동산 가격은 호가나 실거래가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급한 사람이 지는 게임’이라는 속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략적인 가격은 부동산 시장의 큰 흐름에 의해 결정되지만, 미시적으로는 매수자의 조급함, 매도자의 여유, 혹은 중개사의 압박이 뒤섞여 최종 가격이 형성된다. 일반적으로 매수자는 시세 대비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고 싶어 하고, 매도자는 호가를 양보하지 않으려 하거나 상승장에서는 더 올리려 한다. 이러한 양측의 상반된 입장은 팽팽한 심리전을 만들어내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동요를 이용해 나에게 유리한 가격과 조건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 명분을 주고 실리를 챙기는 양보의 기술 협상에서 가장 세련된 기술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게 아니다. 상대가 이겼다고 느끼게 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이것이 ‘명분’을 주고 ‘실리’를 챙기는 양보의 기술이다. 부동산 계약에서는 자존심이 크게 작용한다. 특히 매도자는 자신의 집값이 깎였다는 느낌에 민감하기 때문에, 정면으로 가격만 밀어붙이면 철통방어가 시작된다. 따라서 명분을 먼저 주는 것이 좋다. ‘집 상태는 좋다’, ‘입지는 마음에 든다’, ‘사장님도 오래 고민하신 가격인 걸 안다’와 같은 말은 상대의 체면을 먼저 세워주는 게 좋다. 체면이 서면 마음이 열리고, 마음이 열리면 조정의 여지가 생길 틈이 만들어진다. 그다음에 실리를 챙긴다. 예를 들어 가격을 1천만 원 낮추는 대신 잔금일을 앞당겨주겠다고 제안할 수 있다. 일부 수리 요구를 철회하는 대신 대금 조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 계약금 비율을 높여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면서 총액을 조정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겉으로는 양보처럼 보이지만 구조적으로는 내가 원하는 조건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교환의 구조다. 아무 대가 없는 양보는 손해다. 그러나 상대의 심리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조건을 맞바꾸는 양보는 ‘전략’이다. 사람은 무언가를 얻었다고 느끼면 다른 부분에서 유연해진다. 협상은 빼앗는 과정이 아니라 교환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나는 무엇을 양보하고 무엇을 받아낼지 미리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 상대의 급한 사유를 파악하고 활용하기 상대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얼마나 빨리 파악하느냐가 심리전의 승부를 가른다. 겉으로는 가격이 핵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정, 세금, 자금 속도, 체면, 안정감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 시간은 곧 돈이기 때문에, 누가 더 시간에 쫓기는지를 파악하는 순간 협상의 주도권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아래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01 _ 일시적 2주택 비과세 기한이 임박한 경우 매도자가 상급지로 갈아타기 위해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정 기간 내 매도하지 못하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의 세금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매수자는 잔금 일정과 가격 조정을 조건으로 협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02 _ 새집 잔금일이 이미 확정된 경우 매도자가 이미 신규 주택을 매수했거나 새 아파트 분양을 받아 잔금 지급일이 정해진 상황이다. 따라서 기존 집이 팔리지 않으면 자금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대출을 더 받거나 급매로 전환해야 하는 압박이 생긴다. 이 경우 매수자는 ‘빠른 계약과 확실한 자금’을 카드로 가격 협상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다. #03 _ 전세 만기와 이사 일정이 겹친 경우 매도자가 세입자 퇴거 일정에 맞춰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사 일정이 이미 확정되어 있고 일정 변경이 어렵고, 매도자는 시간 지연에 민감해진다. 매수자는 잔금일을 맞춰주는 대신 가격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 #04 _ 세금 중과 또는 정책 변화 직전인 경우 다주택자가 세제 강화 시행일 이전에 매도하려는 상황이다. 정책 시행 이후에는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기한이 명확할수록 매도자의 협상력은 약해진다. 매수자는 ‘지금 바로 계약’을 조건으로 유리한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 #05 _ 자금 회수가 급한 개인 사정 사업 자금이 묶였거나, 상속·증여·채무 상환 등으로 현금이 급한 경우다.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지만, 중개사를 통해 파악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거래의 ‘속도’가 가장 큰 가치가 된다. 매수자는 빠른 중도금, 빠른 잔금을 제안하며 가격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 멈출 타이밍을 읽는 기술 작은 이익에 집착하다가 큰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부동산 계약에서는 특히 그렇다. 수백만 원, 몇백만 원을 더 받거나 덜 내는 문제에 매달리다가 거래 자체가 깨지는 순간, 그 손실은 훨씬 커질 수 있다. 특히 협상 막바지에는 감정이 예민해진다. 이미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기 때문이다. 이때 ‘여기서 조금만 더’라는 욕심이 생긴다. 그러나 상대 역시 같은 심리 상태에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마지막 몇 마디가 균형을 무너뜨린다. 적은 금액이 자존심의 문제로 바뀌는 순간, 협상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싸움이 된다. 부동산 거래는 시간과 기회가 함께 움직인다. 특히 상승장에서는 오늘의 가격이 가장 싸다. 하락장에서는 오늘의 매수자가 가장 확실한 수요일 수 있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집착하다가 거래가 무산되면, 다시 같은 조건을 만날 가능성은 낮다. 진짜 고수는 어디서 멈춰야 할지 안다. 더 밀어붙일 수 있는지, 아니면 여기서 정리하는 것이 유리한지 판단한다. 모든 협상에는 적정선이 있다. 그 선을 넘는 순간 이익은 줄고 리스크는 커진다. 작은 것을 지키려다 큰 것을 잃지 말아야 하며, 큰돈이 오고 가는 부동산 계약에서는 특히 그렇다. ● 중개사를 내 편으로 부동산 계약에서 중개사는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라 심리의 흐름을 조율하는 조정자다. 계약을 유리하게 이끌고 싶다면, 먼저 중개사를 ‘상대편의 사람’이 아니라 ‘내 거래를 완성해 줄 파트너’로 만들어야 한다. 중개사를 내 편으로 만들고 싶다면, 먼저 당신의 목표와 기준을 명확히 공유해야 한다. 가격, 일정, 자금 상황,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을 분명히 전달해야 중개사도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모호한 태도는 중개사를 소극적으로 만들지만, ‘이 조건이면 바로 계약하겠다’는 식의 분명한 의사는 중개사를 움직일 동력을 준다. 동시에 중개사의 본질적인 동기도 이해해야 한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거래 성사이며, 계약이 체결되어야만 보수가 발생한다. 따라서 실행 가능한 카드와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면 중개사는 자연스럽게 당신의 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결국 중개사 입장에서는 ‘말이 바뀌지 않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며, 자금과 일정이 준비돼 있고, 조건이 맞으면 실제로 계약을 실행할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어 한다. 결국 중개사를 내 편으로 만든다는 건, ‘이 사람은 거래가 되겠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다. 이런 확신을 중개사에게 준다면 적극적으로 나를 위해 협상을 도와줄 것이다. 현명한 부동산 계약의 본질 부동산 계약 역시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서류와 숫자가 오가지만, 그 뒤에는 각자의 사정과 두려움, 기대와 계산이 얽혀 있다. 매도자는 제값을 받고 안전하게 마무리하고 싶어 하고, 매수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확실하게 취득하고 싶어 한다. 이 마음을 읽지 못하면 협상은 힘겨루기가 되지만, 서로의 니즈를 이해하면 해법은 의외로 빨리 보인다. 상대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는지 파악한 뒤 그 틀 안에서 조건을 설계하면 갈등은 줄고 합의는 쉬워진다. 결국 현명한 판단이란 나의 이익만 계산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마음까지 변수로 포함해 전체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부동산 계약에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변수와 문제가 따라온다. 대출 일정이 어긋나기도 하고, 잔금 조건이 흔들리기도 하며, 사소한 말 한마디가 협상의 분위기를 바꾸기도 한다. 그럴수록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대응이다. 당황해 밀어붙이기보다 한 발 물러서 전체 구조를 다시 점검하고, 현실적인 돌파구를 찾는 태도가 필요하다. 결국 리스크를 통제 가능한 상태로 만들고, 불확실성을 줄이며, 합리적인 합의점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현명한 계약의 본질임을 기억하길 바란다.
조용한 붕괴 (신선호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152쪽, 2만 2,000원) 문제없이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이미 무너지고 있는 ‘정상군’ 학생들의 위기에 주목한 현장 보고서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하는 학생 중 정상군 비율이 폭증하는 충격적 통계를 바탕으로, 무기력과 불안이 깊어지는 교실 다수의 비명을 조명한다. 나아가 낡은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며, 가정과 학교, 지역 병원이 협력해 아이들의 심리적 면역력을 기르는 회복탄력적 학교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역설한다. 개미들의 행성 (주잔네 포이트지크·올라프 프리체 지음, 남기철 옮김, 북스힐 펴냄, 328쪽, 2만 2,000원) 작지만 거대한 제국을 일구는 놀라운 생명체, 개미의 모든 것을 담은 생태 교양서다. 저자는 실험실은 물론 전 세계의 열대우림과 사막을 직접 탐사하며 관찰한 개미들의 놀라운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아주 작은 체구로 훌륭한 도로망을 구축하고, 버섯 농사를 지으며, 때로는 전쟁과 노예 사육까지 서슴지 않는 개미들의 기발한 군체 생존 전략을 흥미롭게 풀었다. 신규교사 생활백서 (신규교사생활백서팀 등 지음, 에듀니티교육연구소 펴냄, 436쪽, 2만 5,000원) 신규교사를 위한 학교생활 밀착형 안내서. 나이스 인증서 발급이나 학부모 상담 전화 요령 등 책과 연수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 현실적인 팁을 담았다. 직접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발령 직후 집 구하기부터 3월 첫 만남, 학기 말 생활기록부 작성까지 1년의 흐름을 4단계(준비·담임·수업·행정)로 나누어 보여준다. “우리는 이만큼 헤맸다. 그러니 당신도 헤매도 괜찮다”라는 따뜻한 위로도 담았다. 습관은 나의 힘 (홋타 슈고 지음, 정지영 옮김, 비즈니스북스 펴냄, 1만 8,500원) 야심 찬 계획이 번번이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은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우리 ‘뇌의 구조’ 때문이다. 이 책은 심리학·뇌과학·행동경제학 최신 이론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원하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습관화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억지 노력이나 강한 정신력에 기대지 않고도 업무·공부·소통·멘탈 관리 등 일상 곳곳에서 좋은 습관을 내 것으로 만드는 112가지 과학적인 기술을 재미있는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한다. 팝콘 인문학 수업 (이진희 지음, 책이라는신화 펴냄, 212쪽, 1만 7,000원) 인문학을 영화로 쉽게 풀어낸 청소년 교양서. 세 얼간이, 모노노케 히메, 미션 임파서블, 호텔 르완다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매개로 외모지상주의, 환경문제, AI시대의 위기, 정치 양극화 등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쉽게 풀어냈다. 질문을 통해 개념을 정립해 나가는 구성으로 독자들이 진짜 ‘나다움’을 찾고 자신만의 생각과 취향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빅 아틀라스 (올리비에 고다르 지음, 주명철 옮김, 여문책 펴냄, 168쪽, 3만 원) 200여 장의 지도와 인포그래픽으로 인류 역사의 궤적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프랑스에서 중등 교육과정 필수 지도책으로 꼽히는 이 책은 활자뿐 아니라 다채로운 시각 자료를 통해 역사의 전체 맥락을 파악하고 지정학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안내한다. 오랫동안 예비 교원을 양성해 온 주명철 한국교원대 명예교수가 번역을 맡아 한국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상세한 해설을 더했다. 구파이와 검은 사제들의 비밀 (윤주형 지음, 한동현 그림, 이을출판사 펴냄, 176쪽, 1만 3,000원) 초등학교 4~6학년을 위한 판타지 수학 동화. 주인공 구파이와 친구들이 대수학 중학교 입학을 위한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피타고라스학파가 지배하는 세상으로 넘어가 펼치는 모험을 그렸다. 이야기를 통해 실생활에 숨겨진 수학 원리를 이해하도록 돕는 한편, 피타고라스의 삶과 사상을 통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도록 한다. 혼자가 좋은 토끼 하나 (신은경 지음, 김주현 그림, 북스그라운드 펴냄, 88쪽, 1만 4,000원) 친구를 피해 이사 다니는 토끼 ‘하나’를 통해 관계의 의미를 알려주는 창작 동화다. 숲속으로 이사한 하나가 아끼던 당근 쿠키를 잃어버리며 겪는 소동을 그렸다. 이 과정에서 다정한 이웃들을 만나며 함께하는 즐거움을 깨달아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친구 사귀기를 강요하지 않고, ‘혼자가 좋은 마음’과 ‘함께여서 좋은 마음’을 모두 존중하며 관계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세상에 사기꾼이 넘쳐난다. 수십억대의 투자사기부터 아이들의 푼돈을 노리는 중고거래 사기까지, 그야말로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다. 문자에 연결된 링크 하나만 잘못 눌러도 개인정보는 물론 삶의 기반까지 송두리째 흔들린다. 최근엔 AI 기술까지 더해져 자녀 목소리나 공식기관까지 감쪽같이 흉내 내니, 사기는 이제 바보라서 당하는 것이 아니라 속을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함정이 되었다. “왜 그렇게 뻔한 거짓말에 속았어?”, “조금만 생각했으면 알 수 있었잖아”라고 피해자에게 묻곤 하지만, 사기는 단순히 정보 부족이나 판단력 결핍의 문제가 아니다. 평소 뉴스를 챙겨 보며 사기 수법을 알고 있고,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자부하는 이들조차 막상 상황에 걸려들면 무력해진다. 사기는 결코 우연히 발생하는, 재수가 없어서 걸려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사기를 ‘인간 마음의 기본 작동 원리를 정교하게 이용한 범죄’라고 설명한다. 사기꾼은 새로운 심리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이미 우리 안에 있는 믿음·기대·두려움을 정확히 건드릴 뿐이다. 그래서 사기의 대상은 언제든 내가 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사기 심리학의 삼중주, 즉 진실 편향(Truth Bias), 매몰 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 포모(FOMO) 증후군을 살펴보려고 한다. 사기의 1단계 _ 일단 믿고 보는 ‘진실 편향(Truth Bias)’ 사기의 첫 번째 문을 여는 열쇠는 역설적이게도 신뢰이다. 사기꾼은 우리가 타인을 향해 마음의 빗장을 어느 정도 열어둔 채 살아간다는 사실을 노린다. 심리학자 티모시 러바인(Timothy Levine)은 이를 ‘진실 편향(Truth Bias)’이라 설명한다. 인간은 특별한 의심 신호가 없는 한 타인의 말을 기본적으로 사실이라 믿으려는 본능적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 왜 인간은 의심보다 신뢰를 기본값으로 삼았는가? 진화 심리학적으로 볼 때, 인간의 뇌는 ‘의심’보다 ‘신뢰’를 선호하도록 설계되었다. 원시 사회에서 매번 의심하는 것은 생존에 치명적인 에너지 낭비였다. 만약 “저기 사자가 있다”는 말에 “증거를 대봐. 진짜인지 확인해 보자”라고 따졌다면 인류는 멸종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 뇌는 일단 믿는 쪽을 시스템의 기본값으로 설정했고, 사기꾼은 수만 년간 축적된 생존 본능을 교묘히 역이용하는 셈이다. ● 시스템의 틈새를 파고드는 ‘사기’ 기술 사기꾼들은 우리의 방어막을 해제하기 위해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처럼 꾸민다. 검찰·금융기관 등 공공기관을 사칭하고, 전문가의 언어를 사용하거나, 공식적인 절차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심하는 순간, 치명적인 거짓말을 그 틈새에 슬쩍 끼워 넣는다. 예를 들어 학교 행정실을 사칭한 사기꾼은 학부모에게 “자녀가 이번 학기 교육지원금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가정통신문이 발송되었는데 신청을 안 해서 전화했다. 마감 기한이 임박했다”며 긴급함을 가장하며 ‘본인 인증 전용 앱’ 설치가 필요하다고 안내한다. 사기꾼이 던진 미끼가 교육지원금·가정통신문이라는 신뢰할 만한 단어들과 결합하는 순간, 학부모의 뇌는 의심을 멈추고 ‘진실 편향’ 모드로 돌입한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앱 설치’나 ‘비밀번호 입력’ 같은 위험한 요구도 이때만큼은 필요한 절차로 둔갑한다. 신뢰라는 방어막이 해제된 상태에서 우리는 어느새 사기꾼의 설계대로, 하라는 대로 움직이게 된다. ● 생각하기 전에 반응하는 뇌 _ 편도체 하이재킹 뒤늦게 생각해 보면 논리적으로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요구임에도 그 순간 머리가 하얘지는 이유는 ‘편도체 하이재킹(Amygdala Hijacking)’ 때문이다. 사기꾼이 가장 애용하는 무기는 공포와 탐욕이다. “지금 바로 입금 안 하면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다”라는 공포, 혹은 “오늘 신청하면 2배를 돌려준다”라는 탐욕을 자극한다. 이 강렬한 감정 신호는 뇌의 이성 센터인 전전두엽을 건너뛰고, 본능의 센터인 편도체로 직행한다. 편도체가 뇌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편도체 하이재킹이 일어나면 우리는 사실상 생각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진다. 머리가 하얘지고 판단이 멈춘 채, 지금 당장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압도적인 감정에 짓눌리게 된다. 사기꾼은 바로 이 짧은 순간을 노린다. 전전두엽이 다시 가동되어 논리적 모순을 발견하기 전에, 공포와 탐욕을 앞세워 밀어붙이는 것이다. 사기의 2단계 _ 그동안 쏟은 게 아까워서 멈출 수 없는 ‘매몰 비용 오류’ 사기꾼들은 우리를 서서히, 그러나 아주 깊숙이 늪으로 끌어당긴다. 어느 순간 ‘어, 이상하다’라는 낌새를 알아차리더라도 즉시 손을 떼지 못한다. 왜일까? 바로 두 번째 함정인 ‘매몰 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 때문이다. ‘매몰 비용’이란 이미 지불하여 다시는 회수할 수 없는 시간·돈·노력을 의미한다. ● 매몰 비용 오류의 심리학: ‘손실 혐오’와 뇌의 고통 우리는 이미 쏟아부은 시간·노력·돈을 아까워 하는 심리적 기제를 가지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손실 혐오(Loss Aversion)’로 설명한다. 중간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껴도 지금까지 한 게 아까워서, 혹은 내가 틀렸음을 인정하기 싫어서 끝까지 밀어붙이는 심리이다. ‘지금 멈추면 지금까지 들인 노력이 헛수고가 된다’는 무의식이 이성적인 판단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매몰 비용을 포기하기로 하는 순간, 우리 뇌는 신체적 통증을 느낄 때와 유사한 부위(전방 대상 피질)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즉 잘못된 선택임을 인정하고 지금까지의 노력과 ‘손절’하는 것은 뇌에게 실제 물리적 고통과 다름없다. 그래서 뇌는 이 고통을 회피하려고 ‘조금만 더 버티면 본전을 찾을 수 있다’는 자기합리화 방어기제를 즉각 가동한다. ● 왜 우리는 끝까지 ‘투자’하는가? 인간은 같은 양의 이익보다 손실에서 훨씬 더 큰 고통을 느낀다. 아너와 아를렌의 ‘스키 여행’ 실험은 손실 혐오를 잘 설명한다. 한 그룹은 100달러짜리 스키 여행권을, 다른 한 그룹은 50달러짜리 여행권을 샀다. 여행 당일, 참가자들은 두 여행지 모두 눈 상태가 최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100달러짜리 여행권을 산 사람들이 더 많이 여행을 강행했다. 그들은 스키 여행을 즐기지 못할 것이라는 미래의 손해보다, 이미 지불한 100달러를 버릴 수 없다는 과거의 비용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다. 사기꾼은 이 원리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처음부터 큰 요구를 하지 않고 “확인을 위해 작은 돈을 송금해 보라”는 식의 작은 선택을 반복하게 만든다. 그렇게 쌓인 선택들은 어느새 빠져나오기 어려운 족쇄가 된다. 이것이 바로 투자 사기의 전형적인 덫이다. 이익이 나면 더 큰 이익을 위해, 손해가 나면 이미 들인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우리는 끝까지 버티게 된다. 사기의 마지막 단계 _ 놓칠까 봐 더 급해지는 마음, ‘포모(FOMO) 증후군’ 사기의 마지막 결정타는 언제나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 즉 ‘놓칠까 봐 두려운 마음’이다. 2013년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될 만큼 현대인의 보편적 심리가 된 이 개념은 단순히 무언가를 못 하는 아쉬움이 아니라 ‘나만 빼고 다른 사람들은 지금 더 좋은 기회를 얻고 있다’는 확신에 가까운 불안이다. 포모는 단순히 무언가를 못 하는 아쉬움이 아니다. ‘나를 제외한 타인들은 지금 내가 모르는 즐겁고 유익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확신 섞인 불안이다. 이는 인류가 진화 과정에서 집단으로부터 따돌림당하지 않기 위해 발전시킨 사회적 연결 유지 본능과 맞닿아 있다. 원시 시대에 부족에서 소외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기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주변의 흐름을 살피고 그 안에 머물고자 한다. 사기꾼은 바로 이 본능을 이용해 ‘지금 놓치면 끝난다’는 압박을 만들고, 그 순간 우리의 이성적 판단을 막아버린다. ● 사기꾼의 언어와 포모 증후군의 작동 원리 _ 희소성, 사회적 증거, 배타성 사기꾼들은 결코 시간을 넉넉히 주지 않는다. 시간이 주어지면 우리 뇌의 전전두엽이 다시 가동되어 논리적 모순을 찾아낼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모를 극대화하기 위해 희소성 메시지, 사회적 증거 조작, 배타적 정보 제공이라는 심리적 무기를 사용한다. ‘선착순 10명’, ‘오늘 밤 12시 종료’와 같은 희소성 메시지는 기회를 놓칠 것 같은 불안을 자극한다. ‘벌써 5,000명이 수익을 인증했습니다’, ‘이미 다 하고 있어요’라는 사회적 증거 조작 또한 ‘남들이 다 한다면 안전하겠지’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당신에게만 특별히 알려주는 고급 정보’라는 배타적 정보 제공 프레임이 더해지면,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남들보다 앞서 나갈 기회를 잃을 것 같은 압박이 커진다. 이제 판단 기준은 ‘이 선택이 옳은가’가 아니라 ‘지금 하지 않으면 손해인가’로 바뀐다. 판단의 축이 옳고 그름에서 속도와 타이밍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 도파민과 옥시토신의 역습 사기꾼은 우리 뇌의 호르몬 체계까지 알뜰하게 이용한다. ‘당신은 곧 엄청난 이득을 얻을 것’이라는 사기꾼의 속삭임에 도파민이 분출하면 보상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기대감이 불안을 덮어버리는 것이다. 여기에 과도한 친절로 가짜 유대감을 형성하면 친밀감 호르몬인 옥시토신마저 활성화된다. 이 사람은 내 편이라는 착각으로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낮아지고, 우리는 사기꾼이 설계한 정교한 톱니바퀴 속으로 속절없이 빨려 들어간다. 우리가 사기꾼을 이기는 방법 사기는 어리석은 사람을 노리는 범죄가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감정과 본능을 정밀하게 겨냥한 심리적 설계다. 우리는 타인을 믿으며 살아가도록 진화해 왔다. 관계를 맺고 협력하며 공동체를 이루는 능력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그러니 순진하게 사람을 믿었다고 스스로 탓하거나 타인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잘못은 인간의 아름다운 본능인 신뢰를 교묘하게 악용하는 사기꾼에게 있다. 진실 편향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매몰 비용으로 발을 묶고, 포모로 등을 떠미는 사기꾼의 심리 삼중주에 빠지지 않는 첫 단계는 우리 뇌가 보내는 ‘기대감’과 ‘친절’이 실은 정교하게 조작된 화학적 유혹일 수 있음을 의심하는 것이다. 사기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더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크게 흔들리는 순간 잠시 멈추는 것이다. 급하게 결정을 요구받을수록 한 번 더 확인하고, 주변에 상황을 설명하며, 시간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뇌는 다시 이성적 판단을 되찾는다. 우리는 완벽하게 속지 않는 사람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알고 있다면, 적어도 사기꾼이 설계한 함정 속으로 너무 쉽게 걸어 들어가는 일은 줄일 수 있다. 결국 우리를 지켜주는 것은 더 빠른 판단이 아니라, 한 걸음 물러서는 용기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던지는 단 하나의 질문이다. “지금 나는 사실(Fact)을 보고 있는가, 아니면 감정(Emotion)에 휘둘리고 있는가?”
요즘 장학은 과거에 비하면 너무나 조용하여 존재조차 느끼기 어렵다. 과거 교육청 장학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평소와 다르게 친절하신 선생님 모습을 보고 일기장에 ‘장학이’가 매일 왔으면 좋겠다고 쓸 정도로 떠들썩했다. 그때는 모든 학교가 연 2회 교육청 장학을 받았는데, 당시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장학사를 맞이하기 위해 대청소를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일제 강점기 장학은 일본 신민 육성을 위해 학교 대상으로 지시하고, 감독한다는 의미의 시학·교학 등을 사용했다. 광복 이후 미국 영향으로 배움을 장려한다는 의미의 장학을 사용하여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정치와 행정의 변화로 지도·조언과 같은 긍정적 의미가 더해져 사용하고 있다. 최근 장학은 행정의 민주화, 학교 자율화 시대 등의 시대 흐름에 따른 거듭된 변화로 모두가 합의하는 정의는 없다. 다만 다양한 정의 속에서 공통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교육활동의 개선을 위한 지도·조언 활동’이다. 그동안 장학은 시대 변화와 함께 역할과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학교에서는 교육청 장학에 부담을 느끼며 불만을 제기하곤 했다. 이처럼 교육청 장학은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학교의 본질적 과업인 수업보다는 행정사무를 중시하게 만든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 결과 2010년부터 전국 모든 학교에서 교육청 장학이 폐지되었고, 학교가 요구를 한 경우에만 자문 위주의 컨설팅 장학체제로 전환됐다. 교육청 명칭도 교육지원청으로 변경하여 교육청의 성격이 지도·감독보다는 지원 중심 기관임을 명확히 했다. 이는 학교가 본질적인 교육력 제고에 집중하도록 추진된 자율화 조치의 결과였다. 이러한 학교 자율화 조치는 학교 민주성과 학교 자율성을 제고시키는 등의 긍정적 영향이 있었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는 학교장의 책임경영과 책무성의 약화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민주적 학교경영을 표방한 포퓰리즘이 많은 학교로 퍼지며 학교 장학이 무력화되고 있다. 정치 분야에서도 그렇듯 포퓰리즘은 한번 유행하기 시작하면 그 흐름을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 이제는 교육청 장학의 효과성 논란은 차지하고, 단위학교 내에 학교 장학이 존재하고 있는지, 존재한다고 하면 본래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과 논의가 시급하다. 학교 자율화 정책과 학교 장학의 중요성 증대 ● 단위학교 자율경영의 강화 1980년대부터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유행하던 신자유주의 물결과 기업가 출신 대통령의 등장으로 우리나라에도 신자유주의적 정책인 ‘학교 자율화 정책’이 도입되었다. 학교 자율화 정책의 도입 목적은 단위학교에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이때 단위학교 자율경영제, 단위학교 책임경영제의 핵심 요소 중의 하나로 학교장의 역량이 강조되었다. 단위학교 자율책임경영제가 학교장의 역할을 중시한다는 점은 학교장 임용제도의 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법제화된 교장공모제를 통해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를 자율적으로 책임지고 경영할 교장을 초빙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교장공모제는 변화를 통해 내부형 B형 교장공모제(소위 무자격 교장공모제)를 비롯한 다양한 유형이 도입되었다. ● 교장공모제와 학교 책임경영, 학교 장학의 쇠퇴 인류 역사를 보면 이 지구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 단위학교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의 실현이라는 취지에서 도입된 교장공모제 역시 마찬가지다. 도입 초기에는 긍정적인 면이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 제도에서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은 동시에 추구해야만 하는 양대 가치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책임경영’에는 눈을 감고 ‘자율경영’에만 방점을 둔다. 그 결과 많은 학교에서 인기 위주 학교경영, 방임형 학교경영을 하기도 한다. 과거 EBS에서 ‘민주적 학교경영’의 사례를 소개한 바가 있다. 그런데 소개된 학교장은 중요한 결정을 하는 회의가 교장실에서 개최가 되면 슬그머니 자리를 비운다. 심지어 교사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회의에 참석해서도 의견을 내지 않고 해태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조직의 성장과 발전에는 언제나 불편함을 동반한다. 설령 교직원이 불편해하더라도 학교장은 기준과 원칙을 제시하고 교직원이 감당해야 할 책임도 일깨워 주어야 한다. 그 과정이 경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학교에서는 ‘너에게 좋은 것이, 나에게도 좋은 것’이라는 포퓰리즘 경영을 자율경영·민주경영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다. 이런 포풀리즘으로 인해 학교에서는 학교 장학을 위한 원칙을 세우는 학교장의 단호한 언어와 좋은 갈등, 교사에게 부담을 주는 학교 장학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학생을 중심에 두는 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학교는 경영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되어 종국에는 교육 불가능 시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학교 교실을 지배하는 교육철학들 ● 지나친 학생 중심 교육의 폐해 다수의 교육전문가는 20세기 후반 이후 나타난 포스트모던 시대의 특징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기술 혁신과 AI의 등장, 교육의 시장화, 사회의 다문화화, 가족 구조의 변화 등으로 인해 학교에서는 다양한 갈등과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변화는 교원들에게 새로운 역량을 요구하기에 교원 전문성도 미래지향적·종합적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오늘날 우리 교실에는 학생 중심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학교교육 현실과 정합성이 떨어지는 해체주의적 철학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것은 루소의 자연주의 교육, 자크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에서 언급하고 있는 가르침이 없는 교사와 비슷한 상황이다. 결국 학생 뜻에만 크게 의존하는 교육, 학생이 자유스러운(자유방임) 교실, 무위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해체주의 철학자 들뢰즈 배움론, 우리 상황에 맞게 적용하기 소위 해체주의 철학자인 질 들뢰즈는 배우기 위해 따라야 할 방법은 없다1라고 주장한다. 이런 그의 생각은 우리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그의 사상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배움에는 아무런 방법도 필요 없다’라는 식의 회의론에 매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오히려 그의 문제의식을 출발점으로 삼아 학생의 배움을 위해 단순한 재현이 아닌 차이 생성을 위한 교수 방법 등을 구안하는 등 교수에 대해서 보다 근원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질 들뢰즈는 배움이 학습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외부의 강요로 발생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그는 배움은 학습자가 대상과의 우연한 낯선 마주침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이때 대상이 강렬한 기호를 방출하여 그 기호가 학습자를 사유로 이끌게 되며 이 이끌림이 학습자의 삶에 의미를 줄 수 있을 때 학습자는 어떤 어려움과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탐구한다는 것이다.2 마주침의 대상이 지닌 강제성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강제성은 학습자가 무수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헤쳐나가게 만드는 강렬한 힘이다. 또한 어떤 것의 의미를 탐구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도록 만드는 매혹적인 이끌림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장은 교육과정 리더십을 발휘하여 교사들에게 학생이 진정한 자발성으로 학습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교육적 상황을 어떻게 구성하게 할 것인지 깊이 고민하게 해야 한다. 즉 교사 편에서 미리 설정한 특정한 방법이 아닌 학습자가 자발적으로 탐구하게 하는 학습의 방법과 절차가 무엇인가에 대해 숙고하게 해야 한다. 학생 개개인의 관심과 흥미, 학습 과정을 면밀하게 추적하고 학생이 진정으로 자발성을 발휘하는 순간은 어떤 경우인지 파악해서 이를 수업 설계에 활용함으로써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눈으로 본 교육권위 찾기와 진정한 가르침의 정립 ● 교육에서 권위 찾기 한나 아렌트는 교사에게 두 가지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하나는 학생이 생명의 안전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책임이고, 다른 하나는 학생들을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는 책임이다. 그런데 이 두 책임은 때론 서로 상충한다는 점에서 교육의 어려움이 발생한다. 그녀에 따르면 현대 사회는 보편적 질서와 진리의 담지자로서 세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생각의 중심축이 외부 세계에서 자아로 옮겨가면서 전통이나 권위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그녀는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교사가 학생들의 탄생성을 사랑하고 동시에 학생들을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는 일을 지속해야 하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다만 절대적 가치와 규범이 붕괴한 시대에도 과거로 대변되는 세계는 여전히 우리에게 보물이자 유산으로 남아 있기에 과거를 새로운 눈으로, 어떠한 규범에도 제약받지 않으면서 성찰할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강조한다. 한나 아렌트가 인식하는 권위는 전통과 관련된 권위다. 그녀는 전통이 약화·해체되면서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중간적 성격을 지닌 학교에서도 교육권위가 약해지고 있다고 본다. 그녀가 밝힌 교육에서의 보수주의는 새로운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전통을 보존하고 동시에 미래 세대의 새로움을 지키려는 태도를 의미한다. 그녀는 교사에게 양육과 기존 세계의 전수라는 교육의 본래적 특성에 기반하여 교육이 가능할 수 있는 권위를 바탕으로 세계에 대한, 학생에 대한 실존적 책임을 갖고 교육 본질적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학교에서 교육적 권위가 사라진 우리의 현실을 돌아볼 때 그녀가 말하는 이런 권위 개념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런 관점에서 학교장은 교사들이 권위를 바탕으로 학생에 대한 실존적 책임을 갖고 교육 본질적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세계가 미래 세대를 거쳐 전승되고 그들의 새로움을 지킬 수 있게 교사·학부모·학생 모두 교육적 권위의 의미를 이해하게 해야 한다. 또한 교육행위가 가능하도록 서로의 역할과 관계를 정립하고 이에 대한 이해와 합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진정한 가르침의 정립 정치철학자인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과 ‘교육의 위기’ 등에서 교육을 인간적 삶의 조건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진단한다. 그녀는 보수·진보와 같은 이론적 프레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육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을 중심에 두고, ‘왜 지금 가르침인가?’라는 질문에서 답을 찾는다. 그녀는 인간은 저마다 고유하게 시작하는 탄생성의 존재이며, 교육 본질은 재탄생성에 있기에 교육은 반드시 가르침과 동시에 이루어진다고 본다. 고로 교육은 새로움이 훼손되지 않게 돌보며 타인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최근 AI시대 교육의 위기를 맞아 한나 아렌트의 철학이 학교장들에 주는 시사점은 크다. 한 인간의 생명 탄생은 부모의 몫이며, 인간의 재탄생은 학교의 몫이다. 그러기에 학교는 본질적 기능인 가르침의 역할을 회복하고 재정립해야 한다. 분명한 사실은 진정한 가르침은 학교와 교사의 책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는 단지 돌봄의 장소, 학원을 대체하는 방과후교육 공간이 아닌 ‘가르치고 싶다’는 교사들의 절규를 담아 교육의 책무성과 책임성을 구현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학교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왜 학교에 있으며, 왜 있어야만 하는가’를 인식하는 것이다. 이는 학교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임을 학교장은 분명히 인식하고 구성원 모두에게 이를 일깨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장의 최고 책무이자 존재 가치인 교육과정 리더십은 누가 확보해 주지 않는다. 어쩌면 오늘날의 학교장에게 교육과정 리더십 찾기는 ‘불가능성 속에서 가능성 찾기’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은 학교장 자신이 부단히 노력해서 반드시 만들어가고 창조해 가야만 하는 ‘좋은 갈등의 길’이자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원도심의 정겨운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유난히 현대적인 감각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성남 지역에서 유일한 공립 여자고등학교인 성남여고다. 최근 278억 원 규모의 그린스마트 스쿨 사업을 통해 새롭게 단장한 학교는 친환경 설비와 첨단 교육 환경을 갖춘 미래형 캠퍼스로 거듭났다. 여기에 AI 중점학교 선정과 학생 주도형 교육프로그램까지 더해지면서 공교육 혁신의 선두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학생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학부모와 교직원이 함께 배우고 실천하는 교육공동체. 그린스마트 캠퍼스 구축, AI교육 강화, 교사들이 직접 설계한 스마트인재융합 프로그램 등과 함께 학생들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해 나가고 있다. 태양광 발전과 스마트팜, 자연을 품은 학교 공원 올해로 개교 55주년을 맞은 성남여고는 그린스마트 스쿨 준공을 기념하는 행사를 4월 중 가질 예정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캠퍼스 환경이다. 학교 건물 옥상에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가 설치돼 학교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40%를 충당한다. 에너지 자립을 지향하는 친환경 설계는 학생들에게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한다. 건물 내부 역시 자연채광을 극대화해 인공조명 없이도 밝은 학습 환경을 유지한다. 특히 건물 중심부에 조성된 넓은 중정은 탁 트인 개방감을 주며 학생들의 소통과 휴식 공간으로 활용된다. 교실 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모든 교실에는 전자칠판이 설치됐고 학생들은 1인 1태블릿을 활용해 수업에 참여한다. 학생들은 인공지능과 연동된 자료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전자칠판에 바로 띄워 토론한다. 교사 중심 강의가 아니라 학생 참여형 수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구조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복도에 설치된 ‘스마트팜’이다. 식물이 자동으로 온도·습도·수분을 조절 받으며 자라는 이 장치는 도시 아이들에게 데이터 기반의 생태 학습 환경을 제공한다. 산뜻한 새건물 뒤편으로는 성남여고가 자랑하는 드넓은 ‘학교 공원’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야트막한 동산을 품고 있는 학교 공원, 봄이면 파란 잔디에 목련꽃 흐드러지고, 여고생들의 깔깔거림이 넘쳐날 것만 같다. 성남 지역에서 이 정도 규모의 공원을 품은 학교는 드물다. 학생들은 “학교가 너무 예뻐서 매일 오고 싶다”며 등굣길의 즐거움을 전한다. ‘포노 사피엔스’ 세대를 위한 피지컬 AI교육 성남여고 혁신의 또 다른 축은 인공지능 교육이다. 이 학교는 올해부터 AI 중점학교(2유형)로 운영되며 3년 동안 약 1억 8,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이인숙 교장은 “지금의 학생들은 스마트폰이 신체의 일부처럼 익숙한 ‘포노 사피엔스’ 세대”라며 “이들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성남여고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모든 학기에 정보와 인공지능 관련 교과목을 편성했다. 단순한 프로그래밍 학습을 넘어 코딩 결과가 실제 장치나 센서로 작동하는 ‘피지컬 AI’ 교육을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학생들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실제 환경에서 작동시키며 원리를 체험한다. 이 과정에서 외부기관과의 협력도 활발하다. 최근에는 게임기업 웹젠과 연계한 발명대회에서 학생들이 우수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한 AI 기술 교육에 그치지 않고 AI 윤리와 리터러시 교육을 모든 교과에 반영해 기술을 책임 있게 활용하는 태도를 함께 가르치고 있다. 성남여고 교육의 핵심 철학은 ‘학생 주도성(Student Agency)’이다. 학교의 다양한 교육활동은 학생들이 수동적인 피교육자가 아니라 자신의 학습을 설계하는 주체가 되도록 하는 데 맞춰져 있다. 학생 스스로 학습을 설계하는 ‘배움 공작소’와 창업가 정신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에 맞게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으며, 고교학점제 운영 과정에서 마련된 ‘공강 시간’과 ‘학교 주도 활동 시간’ 역시 단순한 자습시간이 아니라 학생 주도 활동으로 채워진다. 동아리활동에서도 학생들은 주제 선정부터 회원 모집, 지도교사 섭외까지 직접 수행하며 공동체 리더십을 경험한다. 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이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무대를 마련해 주는 조력자에 가깝다. 특히 ‘배움 공작소’ 프로그램은 학생 주도 학습의 대표적인 사례다. 특정 분야에 강점이 있는 학생이 직접 친구들을 가르치는 방식이다. 배우는 학생은 물론 가르치는 학생도 학습의 깊이를 더할수 있다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창업가정신 교육도 차별화된 프로그램이다. 성남여고는 1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17주 동안 ‘Entrepreneurship’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단순히 사업 아이디어를 만드는 교육이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는 역량을 기르는 과정이다. 스페인 몬드라곤 대학의 서울 캠퍼스인 ‘레인 서울’과 협력해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프로세스를 실제 프로젝트로 실습하며 학생들은 불확실한 시대에 대응하는 사고방식을 배운다. 교사들의 열정과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 이러한 프로그램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다. 성남여고 교사들은 학생들의 진로를 글로벌 인문, AI 디지털, 수학·과학, 생명 보건, 사회과학, 경영, 예술·스포츠 등 7개 분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연간 약 40개의 특색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한다. 원도심 지역 학생들의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학교는 ‘마라톤 학술 활동’, ‘질문의 밤’, ‘부모님 자서전 쓰기’ 등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사고력과 표현력을 키우는 데 힘을 쏟는다. 특히 진로 전담 교사를 중심으로 3개년 진로 로드맵을 구축하고 담임교사들이 이를 학습공동체를 통해 수업과 생활지도에 반영하는 시스템은 학교 운영의 핵심 축이 되고 있다. 36년째 교육현장에 몸담고 있는 이인숙 교장은 자신을 “평생 학습자”라고 소개한다. 그는 “교육에는 끝이 없다”며 “교장이 끊임없이 공부하고 실천해야 학교가 변화한다”고 말한다. 초임교사 때부터 교육전문직 시절을 거쳐 이어온 이러한 실천적 태도는 교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다시 학생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오늘도 성남여고의 학교 공원에서는 학생들의 토론과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친환경 그린스마트 환경과 인공지능 교육, 그리고 학생을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세우려는 교육공동체의 노력이 어우러진 이 학교는 공교육이 지향해야 할 ‘학생 주도형 미래 학교’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국가 최고의 권력을 가진 주권자 국민.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자기의 생각과 정책을 실현할 사람을 대리자로 선출한다. 그런 대리자 선출 과정이 선거이고, 그렇기에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미래의 유권자인 학생들도 학교에서 이런 선거를 직접 경험한다. 반장(회장)과 같은 학급, 전교 학생회장과 같은 임원 선거가 그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학생들의 선거 과정이 지나치게 과열되는 일이 많아 보인다. 정해진 방법 외의 선거운동을 하거나, 물품이 오고 가기도 한다. 회장 선거에 쓰이는 포스터를 대신 만들어 주는 업체도 있다. 선거에 학부모가 개입하여 이의제기하거나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 등이 극심한 민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상당하다. 반장·학생회장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가? 학교에는 학급의 반장이나 학생회장이 꼭 있어야 할까? 또 반장이나 학생회장을 뽑는 방법이 선거라는 방식이어야 할까? 「초·중등교육법」 제17조는 ‘학생의 자치활동은 권장·보장되며, 그 조직과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학칙으로 정한다’라고 하고, 같은 법 시행령 제30조는 ‘학교의 장은 법 제17조의 규정에 의한 학생의 자치활동을 권장·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여야 한다’라고 한다. 한편 시행령 제9조에서는 학교규칙 내에 학생자치활동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보다시피 법령에서는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보장이나 구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을 뿐, 학생회장과 같은 임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은 없다. 또한 설령 임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선출의 방법이 반드시 선거여야 한다는 내용도 없다. 그렇기에 학교규칙에 따라 반장·학생회장이 없는 학생자치활동의 구조를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 사실 이런 반장·학생회장·임원·일반 학생과 같은 수직적인 구조는 어른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든다. 물론 전통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형의 학생자치활동을 구상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고, 학교규칙의 전면적인 수정이라는 별도의 행정과 의견수렴 절차 등 수반하는 과정들을 거쳐야 하므로 번거로움과 어려움이 수반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렇게 아예 통념을 깨버리는 방식도 충분히 가능하고 실제 그와 같이 운영되고 있는 학교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징계 이력 등 입후보 자격 제한은? 학급·학생회의 임원은 다른 학생들의 모범이 될 위치에 있다. 그 때문에 많은 학교가 학교폭력, 교육활동 침해, 생활교육위원회 등 징계를 받은 이력이 있는 학생들에게 입후보 자격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반대로 몇몇 시의 학생인권 조례에서는 징계 이력을 이유로 학생자치기구 구성원 자격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거나, 징계 이력으로 차별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넣어두기도 했다. 그렇다면 입후보 자격에 제한을 두는 방법은 법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안타깝지만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사안의 특징 혹은 특히 교칙의 구성과 내용에 따라 결과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인다. 예를 들어 한 학교의 교칙에 ‘생활교육위원회에서 징계를 받은 학생은 학급 임원 선거에 입후보할 수 없다’라는 규정이 있다고 해보자. 그래서 교내봉사 징계를 받은 학생이 임원 선거에 나갈 수 없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제1항은 학교장이 학생에게 할 수 있는 징계의 종류를 여럿 두고 있는데 그중 교내봉사 조치는 가장 경한 수준의 징계이다. 그런데 입후보 제한 규정의 구성은 징계의 경중을 고려하지 않고 있고, 단지 징계를 받았다는 이유로 입후보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위 학교의 규정은 과도한 제한이라는 판단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된다. 반면 똑같은 교내봉사라는 징계라고 할지라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교내봉사 이상의 처분을 받은 학생은 입후보할 수 없다’라는 규정은 달리 판단될 수도 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1항에서는 서면사과라는 더 낮은 수위의 징계도 가능하기에 교내봉사를 단순히 경한 징계라고 할 수 없는 점, 다른 학생에게 학교폭력을 행사한 행동은 교칙을 위반한 행동보다 비난 정도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는 점, 학교폭력 가해학생이 임원이 된다면 피해학생의 학생자치활동 참여가 위축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입후보 제한이 정당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정리하자면 학교폭력, 교육활동 침해, 생활교육위원회라는 비행 행위 유형의 차이, 학생이 받은 징계의 수위 등을 고려하여 입후보 제한에 대한 학교의 교칙이 지나치게 과도하지 않은 수준으로 정해져야 한다. 또 이러한 입후보 제한에 관한 교칙을 정함에 있어서 학생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것이라면 더욱 정당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러한 입후보 제한에 관한 변형 사례도 있었다. 교원의 추천서를 받아야만 입후보할 수 있게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사실상 교사가 입후보에 관한 허가 권한을 가지게 되어 학생자치라는 기본적인 틀에서 벗어난다는 취지로 과도한 것이라고 봤다. 선거 관련 규정 위반 등과 그에 따른 조치는? 금품을 주고 표를 요구하는 매표 행위, 과열된 선거유세로 인한 무분별한 상대 후보 비방, 선거운동 방법(예를 들어 온라인 선거운동을 제한, 포스터의 규격 제한) 위반, 실현할 수 없는 무리한 공약의 발표 등 선거 과정에서는 미처 생각지 못한 다양한 문제와 이에 대한 이의제기들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이러한 학생들의 행동 외에도 전자투표 과정에서의 오류로 재개표를 하게 되는 등 기술적인 문제나 관리상의 하자가 발생하는 일도 있다. 그래도 당선자가 결정되기 이전이면 수습이라도 해보겠건만, 선거 결과가 모두 공지된 이후에야 문제가 확인된다면 그야말로 난감할 수밖에 없다. 당선의 무효, 다시 선거를 진행해야 하는 등 혼란이 불가피하고 당선되거나 입후보 한 학생들의 신분도 불확실해진다. 당연하게도 관련된 학생의 보호자 역시 혼란스러울 것이고 이는 학교에 대한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학교에서 선거 등 임원을 선출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학생들이 학생자치활동에 참여하여 민주시민이 되기 위한 기본적인 소양을 경험하고 배우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 역시 이러한 학생자치활동의 목적에 부합되도록 교사가 아닌 학생들이 논의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선거가 시작되기 전에 규칙을 마련하는 것, 규칙을 위반하였을 때의 제재 방법, 발생한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 등 모두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내려진 결론은 학생자치라는 목적에 부합한 학생들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는 점에서 높은 수준의 정당성을 얻게 된다. 그렇기에 특히 전교 학생회장 선거와 같은 굵직한 선거를 준비할 때는 독립된 기구인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런 내용들을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 학교 선거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도움을 받는 방법은? 학생자치나 선거에 관한 학교 규정을 바꾸거나, 혹은 다가올 선거를 대비하기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것도 무려 대한민국 헌법에서 정한 선거관리 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는 별도로 학교선거도우미라는 코너를 운영한다. 학교급의 특성에 맞춰 ‘초등학교 어린이회 임원선거 규정’, ‘중·고등학교 학생회 임원선거 규정’으로 나누어 예시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현재 학교의 규정과 비교하며 미흡한 부분을 점검해 보는 것이 좋겠다. 더 구체적인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학교 선거규정에 관한 자문이나 규칙 개정에 대한 지원, 선거관리 절차에 대한 자문, 나아가 투표함과 기표대 등 선거 장비를 대여해주는 지원사업도 있다. 홈페이지에 시도선거관리위원회의 연락처가 나와 있으니 학교 선거 과정에 대한 정보나 도움을 얻어보도록 하자.
교원의 징계는 형사처벌과 별개로 교육청 또는 사립학교 법인의 결정에 따라 이뤄집니다. 따라서 무혐의 처분이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할지라도 징계사유에 해당하면 징계받을 수 있습니다. 교원의 징계 종류 및 처리 절차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징계 종류 및 내용 징계 절차 징계 관련 QA Q. 교원의 징계 시효는 어떻게 되나요? A. 징계사유 발생일로부터 3년을 경과한 때에는 징계 시효가 완성돼 징계할 수 없습니다. 다만 금품 및 향응수수, 공금횡령, 유용의 경우에는 5년, 성폭력범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의 경우에는 10년이 징계시효입니다. Q. 징계처분 후 동일 건에 대해 새롭고 중대한 사실이 드러났을 경우 재징계도 가능한가요? A. 같은 사건으로 이미 징계받았다면 그 일로 다시 징계할 수는 없습니다. Q. 정직처분을 받은 경우 별도의 복직 명령이 필요한가요? A. 복직을 전제로 미리 기간을 명시해 명령한 것이기에 만료된 시점에서 복직을 판단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만료일이 지나면 직무에 복귀한다고 보면 됩니다. Q. 징계를 감경받을 수도 있나요? A.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 제4조 제1항에 따라 대상자의 공적이나 정상을 참작해 징계를 낮출 수 있습니다. 상훈법에 따른 훈장이나 포장을 받은 경우, 국무총리 이상의 표창(교사는 청장 또는 교육감 이상)을 받은 경우 등입니다. 그러나 모든 징계가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 비위, 금품·향응 수수, 공금 횡령·유용, 음주운전 등 중대 비위는 감경이 제한됩니다.
한국과 프랑스는 양국간 상대국 언어 보조교사를 상호 파견하는 등 교육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교육부와 국립국제교육원(원장 한상신)은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와 대한민국 간 어학 보조교사 교류 프로그램에 관한 협력의향서(LOI, Letter of Intent)’에 서명했다고 2일 밝혔다.(사진) 협력의향서는 기관 간 협력 의지를 공식 표명하는데 사용되며, 추가 협력을 위한 예비적 문서의 성격을 지닌다. 이번 협력의향서는 2~3일진행된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청년 간 언어·문화적 교류 및 상호 이해 증진, 양국 외국어 교육 발전을 위해 마련됐다. 협력의향서에는 프랑스 교육부와 국제교육원이 참여했다. 서명식에는 한국 측에서 하유경 교육부 국제기획관과 한상신 원장이, 프랑스 측에서는 앙리 드 로앙-세르마크 프랑스 국제교육원 원장이 대표로 참석했다. 협력의향서 서명 이후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상대국에 한국어와 프랑스어 보조교사를 각 1명씩 선발해 교류할 예정이며, 점차 인원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파견된 보조교사는 우리나라의 교육 실습생 혹은 직무 실습생(인턴)처럼 정규 교사를 보조해 외국어 수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수업 운영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나 학생 평가 권한은 갖지 않는다. 프랑스에 파견되는 보조교사는 한국어반을 운영하는 현지 중·고교에 배치돼 한국어 수업을 지원한다. 현재 프랑스는 한국어를 정규학교 외국어 선택과목 및 대입시험(바칼로레아) 선택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2025년 기준으로 69개교에서 1800여 명의 학생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프랑스어가 제2외국어 과목 및 대학수학능력시험 선택과목이다. 사업의 실질적인 운영은 한국 국립국제교육원과 프랑스 국제교육원이 담당한다. 프랑스는 현재 세계 78개국과 협력해 매년 약 4500명 규모의 보조교사를 채용하고, 해외에는 약 1500명을 파견하고 있다. 서명식 이후 참석자들은 한-불 유학생 교류 활성화, 프랑스 내 한국어교육 및 한국 내 프랑스어 교육 강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학교에서 보관·관리하는 휴대품의 분실·파손 피해 보상금액 및 대상이 1일부터 확대됐다. 보상 대상에는 기존 휴대전화, 테블릿PC, 노트북에 무선이어폰과 스마트워치가 추가됐다. 보상한도도 1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늘어났다. 학교규칙을 근거로 해당 휴대품을 수거·관리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학교안전공제중앙회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학교안전공제중앙회는 지난 2014년부터 보상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는 이 사실을 모른 채 휴대전화 파손·분실 시 담당 교사에게 배상을 요구하거나 실제 변상하는 사례가 아직도 나타나고 있다. 이를 위해 피해 보상에 대한 홍보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3월부터 학생의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이 제한되고,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 및 소지 금지를 학칙으로 제정할 수 있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교내 스마트폰 제한법)이 적용된 이후 학교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전전긍긍하는 학교가 많기 때문이다. 진석원 한국교총 교권강화국장은 “최근에도 교총에 휴대전화 관련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교내 스마트폰 제한법 시행에 따라 학칙 등을 개정해야 하지만, 교총이 요구한 학칙 표준안이 마련되지 않아 현장에서는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휴대전화 보상 문제는 2013년 교총이 교육부와의 교섭에서 개선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교육부는 당시 교총 요구를 받아들여 같은 해 12월 ‘휴대전화, 태블릿PC 등 물품을 일괄 수거한 후 성실히 관리했으나, 분실된 물품에 대해 학교당 2000만 원 이내에서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학교배상책임공제 보통약관에도 ‘학교 관리 하의 휴대품 분실 및 파손피해에 대한 특별약관’이 명시돼 있다.
오는 6월 3일 실시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17개 시·도교육감도 새롭게 선출된다. 학령인구 감소와 교권 보호, 디지털 전환 등 교육 현안이 쌓인 가운데 지역 교육의 방향을 가를 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충청권, 강원·호남·제주권, 영남권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선거 구도와 주요 교육 쟁점을 살펴본다. 전남광주, 양 교육감 맞대결 전망 강원, 교육감 사법리스크가 변수 전북, 4파전 속 네거티브 공방전 제주,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 촉각 3월 2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7월 1일 통합을 앞둔 광주광역시와 전남 지역에서는 현직 교육감의 맞대결이 예상된다. 이정선 광주교육감은 지난달 30일 출마를 공식화하고 예비후보로 등록한 가운데, 김대중 전남교육감도 예비후보 등록 일정을 조율 중이다. 두 현직에 맞서 장관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김해룡 전 국가교육위원회 디지털·AI특별위원, 강숙영 김대중재단 전남지부 탄소중립위원장, 정성홍 전 전교조 광주지부장, 최대욱 전 한국교총 부회장, 고두갑 목포대 교수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이하 4월 2일 기준) 두 명의 현직에 맞서는 가운데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후보 간의 단일화, 사퇴 및 지지선언 등의 방식으로 후보군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교육감 선거는 강삼영 전국교육자치혁신연대 상임대표가 1월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확정된 가운데, 보수진영에서 단일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상이다. 강 후보 외에 박현숙 전국교수노조 강원지부장, 최광익 강원미래교육포럼 대표, 유대균 전 교육부 장학관 등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 외에도 조백송 전 강원교총 회장, 주국영 강원입시포럼 대표 등이 후보군에 속한다. 신경호 현 교육감도 조만간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본격적인 선거채비에 나설 태세다. 다만 신 교육감의 경우 현재 2심이 진행 중인 사법리스크가 있어 판세에 변수가 될 보인다. 서거석 전 교육감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해 현직프리미엄없이 치러지는 전북특별자치도 교육감선거에는 유성동 좋은교육시민연대 대표, 이남호 전 전북대 총장,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 황호진 전 전북교육청 부교육감이 예비후보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의 경우 단일화 이슈보다는 선거 초반 예비후보 간 표절시비, 현직 교사 선거운동 동원 등이 이슈가 돼 사실검증과 네거티브공방이 한차례 오간 상태다. 최근 각 후보들이 공약을 발표하며 정책대결로 구도가 정리되는 가운데 선거가 본격화될 경우 지지율 여부에 따라 후보 간 합종연횡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송문석 전 서귀중앙여중 교장, 고의숙 전 제주도의회 교육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가운데, 김광수 현 교육감과 3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 교육감은 최근 재선의 뜻을 밝혔다. 이달 중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 선거 채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 교육감에 맞서 송문석 후보와 고의숙 후보는 진보진영 단일화 필요성을 언급하는 글을 각각 SNS에 올려 성사여부가 관심사다. 지난 선거에서는 김광수 교육감이 보수 단일후보가 돼 현직 교육감을 꺾고 당선된 바 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기정)은 1일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진학지도 경험이 풍부한 현직 교사 500명을 대입상담교사단으로 위촉했다고 7일 밝혔다. 교사단은 내년 3월까지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 학부모를 위한 1:1 대입 상담을 지원한다. 전화상담(1600-1615)은 주중(9시~22시)과 토요일(9시~13시)에 실시간으로 운영되며, 대입정보포털 ‘어디가(adiga.kr)’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연중 상담 신청 시 대입상담교사가 답변을 제공한다. 올해 대입상담 체계는 학생부종합전형 전문 상담교사와 1:1 온라인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학생부종합전형 상담(7월부터), 대화형 질문만으로 대학별 모집요강 비교·분석, 과거 합격선과 내 성적이 비교 가능한 인공지능 대입 챗봇(6월말부터)이 운영된다. 또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에게도 공평한 대입 출발선을 보장하기 위한 아동양육시설 대입 상담도 준비됐다. 아울러 교육부와 대교협은 대입 개편안이 적용되는 2028학년도 대입준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대입 준비에 필요한 내용과 대학별 2028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 분석 결과를 담은 자료집을 대입정보포털을 통해 11월에 안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