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 에미코 선생님의 특별한 미술 수업, 생각수업 송 선생님. 어찌 지내시는지요. 쳇바퀴 돌아가듯 이어지는 교직생활에 지쳐가거나 가끔 아이들에 대한 회의가 느껴지지는 않으신지. 설혹 그렇다 하더라도 이내 교실로 가는 발걸음을 스스로 조절하실 선생님이기에 멀리서도 웃음이 지어지곤 합니다. 그냥 처음부터 마음을 열고 편히 읽다보면 마음 한 구석에 단단하게 잡히는 그 무엇인가를 느 낄 수 있는 그런 책, 생각수업(야마코토 미메 지음. 열음사) 이야기를 오늘은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도쿄 근교에 있는 사가미하라市 아사미조다이 중학교에는 특별한 미술실과 미술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학교 학생들이 거둔 미술적 성과는 물론이고 수업에 헌신을 다한 선생님의 이야기가 일본 전역에 큰 감동을 몰고 왔습니다. 오타 에미코 선생님이 담당하고 있는 미술실의 벽면은 선명한 색상의 그림들이 빽빽하고 철따라 바뀌는 화초들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단 한 시간만이라도 아이들에게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하기 위한 오타 선생님의 배려 덕택입니다. 오타 선생님은 아이들의 잘못을 지적할 때 “안 돼”라고 하지 않고 “싫다”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을 ‘스스로 판단할 수
책 읽는 일이 아이들에게나 어른들에게나 힘들기는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가 학교에서 내어준 권장도서 목록을 들여다보고는 한숨을 내쉽니다. 이걸 언제 다 읽느냐고. 그뿐인가요. 요즘 엄마들 논술이다 해서 교육청은 물론 각종 단체가 선정한 권장도서 목록도 들이밉니다, 정보력이 뛰어나다는 주위 학부모가 전해주는 목록까지 추가시키니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밖에서 뛰어노는 것밖에 특별한 소일거리가 없던 시절, 누렇게 변색된 책이라도 닳을 때까지 읽던 옛날 아이들과는 너무나 다른 풍경입니다. 질문을 돌려봅니다. 권장도서 목록을 나눠주는 선생님은 과연 얼마나 책을 읽으시나요? 여느 직장인처럼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손 내저으실 분들이 많을 것 같네요. 그러고보니 선생님들이 읽어야 할 권장도서(?)는 왜 없는 걸까요? 지적 책읽기에 목말라 하실 분들을 위한 책을 소개합니다. 교사와 책 미래의 힘은 앞으로 한국 교육을 담당할 미래의 선생님들에게 추천하는 100편의 책과 그 서평을 담고 있습니다. 교육 분야 전공 교수님들이 의미가 있는 작품을 선정하고, 저자 및 작품세계, 그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담아 놓았습니다. 교사의 입장에서
# 오전 10시 꼬불꼬불 산길을 달려 도착한 곳.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광덕초등학교. 장 담그는 ‘특별’한 학교라더니, 학교 입구도 ‘특별’하다. 군 검문소 바로 앞이 교문과 이어진다. 이곳이 강원도 산골이 맞기는 맞는 모양이다. 급식을 담당하는 최현옥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또박또박 친절하고 상냥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흐른다. “일찍 도착하셨네요. 운동장이 많이 질어요. 축구 골대 옆으로 지나서 언덕을 올라오시면 관사가 있고, 그 옆으로 주차하시면 되요. 교무실은 다시 앞으로 돌아 나오시면 되고요.” 유치원을 포함해 전교생 37명인 작은 학교의 교무실로 들어서니 “별로 대단한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데 먼 길을 오셨네”라며 최현옥 선생님이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장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하지 않냐”고 하니 “요즘은 집에서도 잘 담그지 않으니, 그런가요?”라며 급식실로 안내한다. 직사각형의 긴 테이블 세 개가 전부인 조그만 급식실. 테이블에는 안으로 접어 넣을 수 있는 동그란 의자가 달려있다. 37명이 앉으면 가득 찰 이 작은 급식실 안에 어떤 ‘특별’함이 감춰져 있을 지 자못 궁금해진다. # 오전 10시 30분 “장을 직접 담그신다고요
사진 좋아하시나요? 찍히는 것이 아닌 찍는 것. 집집마다 '디카' 한 대씩은 있다고 하니 아마 익숙하실 듯합니다. 그 사진 이야기 한번 할까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사진을 얘기하는 예술, 인생 이야기지요. 대학 사진교육의 1세대인 한정식 교수가 쓴 사진, 예술로 가는 길은 제목 그대로 사진과 예술에 대해 쓴 글입니다. 그러나 백주 대낮에 수백만원짜리 기계로 무장한 채, 예쁜 모델을 동반해 몰려다니는 사람들이 원할 만한 내용은 없으니 기대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소개글은 실기를 중심으로 꾸몄다고 하지만 그 실기는 조작법이 아닙니다. 플래시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구도를 어찌해야 하는지는 당연히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진에 초보라도 예술을 체험하고 싶다면, 진지한 삶을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누구나 책 어느 곳을 뽑아 읽어도 그만입니다. 삶이 진지해야 진지한 사진이 나온다 저자가 말하는 사진기술은 카메라기교가 아닌 사고, 태도, 행동입니다. 저자는 사진가의 태도부터 문제삼고 나옵니다. "같은 느낌, 같은 생각을 되풀이해서 찍고, 발표하고 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사진가의 삶이 진지해야 진지한 사진이 나오는 것이지, 사진을 오래해야 나오는 것이 아니
“네 머리카락은 검은 강물이다. 너를 쓰다듬을 때면 내 손에서 네가 흘러간다. 아, 나는 네게 이만큼 잠겼구나.”(‘수위표’) 봄 볕이 그리워질 때면 딱딱하고 머리 아픈 책 한번 내려놓고 시 한번 읽어볼 일이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권혁웅 한양여대 교수가 펴낸 ‘몸에 관한 어떤 산문시’ 두근두근. 나긋나긋한 사랑을 기대했다면, 책을 접한 독자들은 잠시 놀라겠다. 정체불명의 형식과 책의 부피에. 누구는 시라고 하기도 하고 산문이라고도 부른다. 현학적인 전문가는 제4의 형식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붙이기도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순가. 시이면서 산문이고, 일기이며 시작 메모이고, 때로는 이성복과 최승호가 거쳐 간 아포리즘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굳이 구별해 읽지 않아도 처마 밑에 떨어지는 반쪽 햇살만큼 우리의 가슴만 울려주면 되는 것 아닌가. 두근두슨은 “몸이 하는 말을 받아 적은” 짧은 산문시다. 1991년부터 일기처럼, 시작 메모처럼 써둔 글들을 주제에 맡게 묶은 ‘사전’같은 시집인 셈이다. 부제가 말해주듯 모든 글들은 손, 다리, 얼굴, 눈, 코, 입, 귀, 머리, 피부, 심장 등의 세세한 신체기관을 잡다, 웃다, 보다, 말하다, 닿다, 두근거리다 등의 동작
공자와 논어의 오해와 편견에 도전하는 책, 논어는 진보다 고백하건대, 단 한 번도 처음부터 끝까지 논어를 읽었다거나 가슴 속에 새겨놓았다거나 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타인에게 읊어줄만한 구절을 외운다거나 오류없이 써내려갈 수도 없겠지요. 굳이 변명을 하자면, 고리타분한 유교의 시조인 공자가 그리 흥미를 끌지도, 식자들이 흔히 한 번씩 인용하는 논어의 가르침이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았습니다. 한자들의 향연에 주눅 든 탓도 한몫 했겠지요. 그런데 이 사람, 도발적인 발언으로 등을 잡아챕니다. 우리가 잘못알고 있는 공자라니요? 점잖게 우리를 타이르던 그동안의 논어가, 2500년간 이어진 텍스트의 해석에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슬며시 여성과 노동을 낮은 자리에 두었던 공자, 충효의 속박에서 우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던 그가 사실 잘못 이해된 것이라니요. 슬슬 흥미가 끓어오르는군요. 저자는 반쪽짜리가 되어버린 논어번역의 가장 문제점은 논어를 철학서가 아닌 잠언집으로 만들어 버린 점이라고 꼬집습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해석이 되어버렸다는 것이지요. 사실 역사적 배경과 무관한 텍스트란 존재하지 않으며 논어도 그 텍스트이기는 마찬가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