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읽는 일이 아이들에게나 어른들에게나 힘들기는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가 학교에서 내어준 권장도서 목록을 들여다보고는 한숨을 내쉽니다. 이걸 언제 다 읽느냐고. 그뿐인가요. 요즘 엄마들 논술이다 해서 교육청은 물론 각종 단체가 선정한 권장도서 목록도 들이밉니다, 정보력이 뛰어나다는 주위 학부모가 전해주는 목록까지 추가시키니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밖에서 뛰어노는 것밖에 특별한 소일거리가 없던 시절, 누렇게 변색된 책이라도 닳을 때까지 읽던 옛날 아이들과는 너무나 다른 풍경입니다.
질문을 돌려봅니다. 권장도서 목록을 나눠주는 선생님은 과연 얼마나 책을 읽으시나요? 여느 직장인처럼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손 내저으실 분들이 많을 것 같네요. 그러고보니 선생님들이 읽어야 할 권장도서(?)는 왜 없는 걸까요? 지적 책읽기에 목말라 하실 분들을 위한 책을 소개합니다.
<교사와 책 미래의 힘>은 앞으로 한국 교육을 담당할 미래의 선생님들에게 추천하는 100편의 책과 그 서평을 담고 있습니다. 교육 분야 전공 교수님들이 의미가 있는 작품을 선정하고, 저자 및 작품세계, 그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담아 놓았습니다. 교사의 입장에서 짚어봐야 할 문제나 교실 속에서 가지게 될 만한 문제의식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학교 현장을 살피다보면 "가르치는 기술의 기능적 아이디어는 넘쳐나도 그에 관여되는 지식과 문화의 풍성한 맥락은 간과"되기 일쑤입니다. "교사의 자리가 관료주의적 구조 기능으로 녹아져서 분주해지기는 하지만, 교사의 역할 철학을 지탱하는 지적 뿌리는 갈수록 약해져간다"는 위기의식, 혹은 문제의식이 이 책의 기획의도입니다.
교사는 지식을 전수하는 전문가이기도 하고, 어린 학생들과 인간적 소통을 하는 상담자이기도 하며, 한 학급을 경영하는 경영자이기도 합니다. 이 책이 추천하고 있는 100편의 책은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고전 작품들과 문학 작품, 예술서, 교육 에세이, 교수법까지 아우르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자신의 전문 분야 외에 다양한 교양적·지적 경험을 얻고 싶은 교사라면 목록을 진지하게 들여다볼 만합니다.
공교육이 위협받고 있다지만, 분명히 공교육만이 할 수 있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요? 인성과 지식 면에서 준비된 교사가 늘어난다면 공교육은 결국 제자리를 찾지 않을까요? 현장에서 아이들과 부딪히며 한계를 느낀 교사, 그리고 그것을 넘으려고 노력하는 모든 교사라면 한 번쯤 들춰보며 음미하시기를 권해봅니다.
이번 방학에는 느긋하게,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미래를 향한 지적 과업'에 참여하시지 않으시렵니까. "항상 가장 훌륭한 교육을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교육"위해서 말입니다.
솔․경인교대출판부.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