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4 (수)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세상은 서로 달라 아름다운 거란다”

오타 에미코 선생님의 특별한 미술 수업, <생각수업>


선생님. 어찌 지내시는지요. 쳇바퀴 돌아가듯 이어지는 교직생활에 지쳐가거나 가끔 아이들에 대한 회의가 느껴지지는 않으신지. 설혹 그렇다 하더라도 이내 교실로 가는 발걸음을 스스로 조절하실 선생님이기에 멀리서도 웃음이 지어지곤 합니다.

그냥 처음부터 마음을 열고 편히 읽다보면 마음 한 구석에 단단하게 잡히는 그 무엇인가를 느 낄 수 있는 그런 책, <생각수업>(야마코토 미메 지음. 열음사) 이야기를 오늘은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도쿄 근교에 있는 사가미하라市 아사미조다이 중학교에는 특별한 미술실과 미술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학교 학생들이 거둔 미술적 성과는 물론이고 수업에 헌신을 다한 선생님의 이야기가 일본 전역에 큰 감동을 몰고 왔습니다.

오타 에미코 선생님이 담당하고 있는 미술실의 벽면은 선명한 색상의 그림들이 빽빽하고 철따라 바뀌는 화초들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단 한 시간만이라도 아이들에게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하기 위한 오타 선생님의 배려 덕택입니다.


오타 선생님은 아이들의 잘못을 지적할 때 “안 돼”라고 하지 않고 “싫다”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존재’로 믿고 만나려는 마음이 깔려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장난삼아 하는 태도만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데, 그런 태도가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수업도 하지 않을 뿐더러 중요한 이야기도 절대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칭찬에는 전혀 인색하지 않아 사소한 것에도 칭찬이 이어집니다. 수업시간에 일찍 오기만 해도 “착하다”, 자기 스스로 스케치북을 펴고 있기만 해도 “착하다”고 합니다. ‘좋은 결과를 냈기 때문에 훌륭한’ 것이 아니라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행동’을 한 것만으로도 ‘착하다’는 오타 선생님의 철학이 그 바탕입니다. 100% ‘착한 아이’가 된 다음에 인정하는 게 아니라 1% 단계에서부터 인정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수업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고정관념을 깨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직접 현장을 찾아 서로 다른 풀의 모습을 관찰하게 하고 풀 한 포기가 모두 다르듯 사람도 다 다르다는 것을 가르칩니다.
“하늘은 파랗고 사과는 빨갛다고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사물의 형태를 기호로 그리는 것입니다. 기호 속에 봉인되어 버린 시각을 되찾게 해줘야 합니다.”

그 다음 단계는 스스로 조사, 연구하는 단계. 스케치북은 단순히 그림만 그리는 공간이 아니라 주제에 맞는 자료와 도표가 채워지는 공간으로 변모합니다. 신문, 인터넷, 잡지 등을 통해 주제에 대한 조사를 마치면 저마다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고 그 내용은 고스란히 그림에 담기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부심을 갖게 됩니다. 남을 이겼다는 우월감이 아닌, 자신이 최선을 다해 완성한 작품이 인정받았을 때의 기쁨은 아이들의 ‘자존심’을 ‘자부심’으로 진화시킵니다.
“그림자라면 으레 검게 칠하는데 실제로 검정색은 어디에도 없어. 어두운 부분은 검정색을 칠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색깔을 섞어서 칠하는 거야.”

아이들의 그림에 들어가 있는 색들도 단순히 한 가지의 색으로 칠해지지 않습니다. 같은 잎사귀와 줄기를 그리더라도 수많은 색이 덧칠해지며 고유한 색을 찾아내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세상은 저마다 다름이 겹쳐져서 이뤄진다는 것을 아이들은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 속에 몸으로 체득하게 되는 셈이지요.
이런 오타 선생님의 수업방식은 사실 자신의 슬픈 과거와 연관이 있습니다. 군인과 결혼해 평범한 주부생활을 시작했지만 남편에게서 존중받지 못하는 참담한 생활이 계속 됐고 결국 결혼생활을 청산, 천신만고 끝에 교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자신도 중요한 존재라는 기쁨을 느낀 후 남에게 인정받는 기쁨을 아이들에게도 경험시키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이 있었던 것입니다.

혹 이런 선생님의 수업에 대해 ‘공자 왈 맹자 왈’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신지요? 오타 선생님의 주변도 사실 그러했습니다. “저런 능력은 타고 나는 것”이라며, 자신들에겐 무리라고 생각해버리는 교사나 “나도 저렇게 할 수 있다”고 가볍게 넘기는 사람 등 냉대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베테랑이 될 수 있지만 카리스마는 막연히 시간이 지난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독자적인 방법들을 오타 선생님은 남몰래 연구해 온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송 선생님, 오타 선생님이 보여준 것은 ‘수업방법’이라기보다는, 한 교사가 아이들의 힘을 여기까지 이끌어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아닐까요? 그 가능성을 위해 내일도 교단에 서 있을 선생님께 소리 내어 박수를 보냅니다. (* 오타 선생님은 몇 해 전 퇴직을 하셨고 이 책은 <사과는 빨갛지 않다>의 개정판입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