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국가의 권력 행사로서의 단발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도 역사에 얽힌 머리카락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아무리 임금이 앞장서서 상투를 싹둑 잘라 단발의 의지를 공표했다 해도, ‘신체발부 수지부모’라는 유교적 덕목을 소중히 여겨온 조선의 백성에게 1895년 말 시행된 단발령은 외세의 침략을 신체에 새기는 계기였을 따름이다. 오죽하면 머리카락을 잘리느니 차라리 목숨을 내놓겠다고 절규하면서 단발에 저항했을까. 그만큼 단발은 무력 앞에서 근대를 강요당하는 자의 치욕을 상징했던 것이다. 두루 알려진 바와 같이 머리카락을 소중히 여기는 관념은 중국이나 한반도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나아가 동양만 그런 것도 아니고, 말하자면 전근대적인 세계는 다 그랬다. 게르만 국가에서도 머리를 자르는 것은 굴욕이었기 때문에 삭발은 죄인이나 음란한 여자를 벌하는 명예형(범인의 명예나 자격을 박탈하는 형벌)이었다. 농노가 주인에게 충성을 맹세할 때도 머리를 빡빡 깎았다. 요컨대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은 지배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방책이었던 셈이다. 서양이라고 애초부터 단발의 장점을 속속들이 알고 실천하고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큰 코에 피부가 하얀 그들도 알고 보면 봉두난발(蓬
얼마 전 영화 적벽대전이 관심거리였다. 이 영화는 위나라 조조의 80만 대군과 유비, 손권의 연합군 사이의 거대한 전쟁을 다룬 것이다. 적벽대전까지는 연전연승하던 조조가 80만 대군이라는 군사력의 절대적 우위를 가지고도 적벽대전에서 패하고 만다. 손자병법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마지막 순간에 ‘욱’하는 결정을 내리고 패전하면서 그의 시대를 마무리하게 된다. 패장(敗將), 교육정책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까지 기록으로 전해지는 손자병법은 바로 조조(曹操)가 정리한 것이다. 조조는 그 이전의 책에서 중복된 내용과 잡다한 내용을 빼고 핵심을 13편으로 정리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전해지고 있는 손자병법이다. 전투 상황을 여섯 가지로 분류해 각 계책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이 승전계, 적전계, 공전계, 혼전계, 병전계, 패전계이다. 각 상황에 대한 계책을 각각 6개씩 적고 있어 총 36계가 된다. 흔히 쓰는 ‘36계 줄행랑’이라는 말은 마지막을 구성하고 있는 패전계의 마지막 계책이 주위상(走爲上)이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이 계책은 ‘때로는 후퇴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란 뜻을 담고 있다. 필자가 손자병법에 대해 별로 아는 바는 없지만, 우리 국민의 교육열과 정부의 교육정책을
협동학습이란? 협동학습이란 ‘공동의 학습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질적인 학생들이 학습 집단을 통하여 함께 학습하는 교수 전략’이다.(Slavin) 학생 간의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 효과를 극대화한 교수 전략이 협동학습이다. 협동학습은 쉽게 말해 ‘또래 가르치기’ 수업이다. 그런데 기존 조별학습이 ‘비구조화된 또래 가르치기’라면 협동학습은 ‘구조화된 또래 가르치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구조화의 의미는 협동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이다. 조별 학습은 모둠원 모두가 협동을 해도 과제를 완성할 수 있지만 구태여 협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제 자체는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협동학습에서는 협동을 해야만 비로소 과제를 완성할 수 있도록 한다. 예컨대, 어떤 주제에 대하여 한 모둠에서 토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발표 단계에서는 발표 학생이 모둠 생각이 아니라 개인의 생각을 논리 정연하게 잘 발표할 수 있다. 하지만 협동학습에서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협동학습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 기존 조별학습과의 차이점을 좀 더 자세히 비교해보도록 하자. 우선 기존 조별학습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
+ 아기사슴 섬 강화도에 이어 이제 남해의 작은 섬 소록도를 찾아갑니다. 저로서는 세 번째 소록도 방문입니다. 소록도를 향해 달리고 있는 제 차에는 저 말고 두 사람이 더 타고 있습니다. 모두 저보다 더 소록도를 잘 아는 사람들일 듯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내게 말을 걸지는 않고 일방적으로 내게 이야기하려고만 합니다. 한 사람은 한하운이란 이름을 가졌고 다른 사람은 이청준이란 이름을 가졌습니다. 이쯤이면 독자 여러분들은 ‘자네, 그게 뭔 소린가? 이미 작고한 사람들 아닌가? 놀리는 건가?’하고 나무라실지 모르겠네요. 그렇습니다. 두 분은 모두 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책이 남아 있어 소록도로 향하는 내게 자꾸만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이들이 남긴 책은 내내 차 뒷좌석을 지키며 한센병을 앓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고흥읍 아래 녹동까지 오는 데는 도로가 시원스럽게 확장되었음에도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10여 년 전 폐차 직전 친구 차에 동승해서 이곳까지 왔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소록도(小鹿島). 얼마나 예쁜 이름을 가진 섬인지 모릅니다. 작은 사슴, 아기 사슴의 섬! 하늘에서 볼 때 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