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민정 작가의 장편동화 모두 웃는 장례식은 할머니가 자신의 75번째 생일에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된다. 할머니는 유방암 암세포가 온몸으로 퍼져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 죽은 뒤에 우르르 몰려와서 울고불고한들 무슨 소용이야. 살아 있을 때, 누가 누군지 얼굴이라도 알아볼 수 있을 때 한 번 더 보는 게 낫지.” 이 동화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6학년 윤서다. 여름방학을 하자마자 엄마가 일하는 상하이로 떠날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하자 망설일 수밖에 없다. 결국 남기로 결심한 윤서의 시각으로 할머니 슬하 4남매가 너무 놀라 갈등을 겪다 할머니 부탁을 받아들이는 과정, 생전 장례식을 준비해 치르는 과정이 담겨 있다. 윤서도 할머니가 일한 시장 사람들의 육성을 영상으로 담는 등 생전 장례식 준비에 참여했다. 도라지꽃, 할머니가 가장 좋아한 꽃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도라지꽃이다. 시장에서 할머니한테 한복 만드는 법을 배운 아주머니가 할머니 한복을 지어 찾아왔다. 한복 치마엔 도라지꽃이 선명하다. 아주머니는 한복을 펼쳐 할머니의 몸에 대 주었다. 치마에 수놓은 보라색 꽃이 예
분수 학습의 어려움 4학년 2학기 수학 첫 단원은 늘 걱정이 큰 단원이다. ‘분수의 덧셈과 뺄셈’은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단원 중 하나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3월 학기 초 진단평가 결과를 펼쳐놓고 한숨이 나왔다. 20명의 학생 중 3명은 분수를 그림으로 나타내는 데 어려움을 보였다. 3분의 1을 4칸 중 3칸은 색칠하고 1칸은 색칠하지 않은 것으로 표현하거나, 3분의 1 더하기 3분의 1을 6분의 2라고 쓰는 식이었다. 분수의 기본 의미부터 불안했다. 몇몇 학생은 분자와 분모를 혼동했고, 또 몇몇은 대분수를 가분수로, 가분수를 대분수로 바꾸는 문제에서 오답을 냈다. 분수의 크기를 비교하는 문제도 절반 정도가 틀렸다. 지난 여러 해의 수업을 돌이켜보면 늘 비슷했다. 분수의 덧셈과 뺄셈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왜 분모는 더하지 않을까?”, “왜 4분의 3과 8분의 6의 크기가 같을까?”라는 교사의 질문에 막막해하는 얼굴들. 이런 학생들이 분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방과후에 남겨서 개별지도를 하고, 쉬는 시간마다 보충 설명을 해도 따라잡기 어려운 학생들이 있었다. 반면 이미 분수 덧셈을 할
여교사에게 SNS를 통하여 음란물을 보낸 학생. 수업 중 교원에게 욕설을 한 학생. 누가 봐도 ‘교육활동 침해’라고 생각할 이 사례들에 대해 막상 해당 사안을 심의한 교권보호위원회는 교육활동 침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해하기 어려운 결론인 만큼 이 결과는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학생이나 보호자에게 당한 부당한 일들을 묵묵히 참고 있던 교원들로서는 현재의 교육활동 보호 제도가 제대로 된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대체 교권보호위원회는 왜 이런 결론을 내린 걸까? 혹시 내가 당한 피해도 교육활동 침해가 아니게 되는 걸까? 애초에 ‘교육활동 침해’란 무엇일까? 이런 의문들에 대해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교육활동 침해에 관한 규정 교육활동 침해행위의 정의에 대해서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 제19조, 그리고 이에 근거한 교육부의 「교육활동 침해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 제2조가 규정하고 있다. 1) 「교원지위법」 ● 제19조(교육활동 침해행위) 이 법에서 ‘교육활동 침해행위’란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에 소속된 학생 또는 그 보호자(친권자·후견인, 그밖에 법률에 따라 학생을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던 시대는 갔습니다. 이제는 스승을 돌처럼 대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교사가 보호받지 못하면 교육의 미래도 없습니다.” 제34대 한국중등교장협의회 회장으로 취임한 남경민 교장(전남 여수화양고)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교권 붕괴의 현실을 고발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교사를 죽음으로 내모는 악성민원은 더 이상 개인의 인내로 감당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무고성 악성민원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회장은 35년간의 교직생활을 거쳐 전국 중등교장협의회를 이끄는 자리까지 올랐다. 그가 보는 오늘의 교육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는 자리가 교장입니다. 정당한 지시조차 ‘갑질’이라 매도당하는 세상이에요. 교육부도 교사단체의 목소리는 경청하면서 교장단과의 소통은 형식에 그치고 있죠.” 그는 최근 초등교장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도 “교장의 힘이 너무 약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학생 인권과 교사 교권이 강조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교장이 학교를 통할할 권한은 상대적으로 약화됐습니다. 이제는 교장의 리더십이 학교를 지탱하는 동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착한 교사 포기하기 (나세진 지음, 지식의날개 펴냄, 284쪽, 1만 9,000원) 교육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나쁜 교사’로 불리는 동료들을 위한 변론서. 저자는 학교가 과도한 입시 스트레스와 민원에 잠식당하면서, 민원을 받지 않는 ‘착한 교사’가 늘어난 것이 공교육의 서비스업화를 초래했다고 진단한다. 그는 공교육을 진정으로 지키려면 교사들이 학생들이 불편할 수 있는 뼈아픈 피드백과 성장의 과제를 내줄 수 있는 소신을 되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공고 선생, 지한구 (지한구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232쪽, 1만 6,000원) 나무보다 학생을 키워야겠다며 교직에 뛰어든 농대 출신 국어교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2011년 기간제교사 시절부터 줄곧 공고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 교육통계에는 드러나지 않는 공고생들의 현실과 그들의 꿈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단순히 공고의 현실을 고발하는 것을 넘어, 그 안에서 느낀 교사의 심정과 학생을 향한 따뜻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루소의 숲 (김영철·김재영 지음, 두번째테제 펴냄, 292쪽, 2만 2,000원) 장 자크 루소의 사상과 그의 삶을 조명한 철학 입문서이자 교육 에세이. 루소의 모순을 지닌 인간으로
우리나라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해외 여행지 가운데 한 곳인 호주는 독특한 자연환경을 지닌 나라입니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의 깨끗한 자연이 바로 호주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자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주를 여행하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많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어 지역에 따라 다양한 생태계와 기후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모범적인 계획도시 캔버라(Canberra) 제가 여행한 호주의 수도 캔버라는 시드니에서 약 3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입니다. 호주의 남동쪽, 지리적으로 뉴사우스웨일스주에 속하고, 수도 특별구로서 연방정부의 직할로 되어있습니다. 호주의 최대 도시인 시드니, 제2·제3의 도시인 멜버른과 브리즈번처럼 고층 빌딩이 즐비한 현대화된 도시는 아니지만, 자연적인 평온함과 인공적인 아름다움이 잘 어울려진 친환경 도시이자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계획도시로 유명합니다. 일반적으로 호주의 양대 도시는 시드니와 멜버른입니다. 그런데 양대 두 도시를 놔두고 캔버라가 수도가 된 이유는 바로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10년 전, 영연방국가인 호주연방이 설립되
수업 구상 동기 및 배경 급격한 기상 변화와 극단적 환경 파괴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3월 영남 일대에 산불이 있었다. ‘대한민국 최악의 산불’이었고, 최소 32명 사망, 약 5,000채 이상 건물 파괴, 약 10만 4천 헥타르 면적에서 피해가 발생하였다.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는 순간까지 온 것이다. 이런 현장성 있는 문제 인식이 이번 수업을 구상하는 직접적 동기로 작용하였다. 사회1(중학교) 성취기준을 보면,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조사한다’라고 나와 있다. 그러나 ‘노력’에 치중하여 학생들이 기후위기 심각성을 느끼기 어려워 보였다. 학생들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였다. 전국 지리교사가 모여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공유된 ‘이탈리안 브레인랏1 캐릭터 만들기’ 활동지를 볼 기회가 있었다. 기후적 특성에 적응해 진화한 동물 캐릭터를 창작하며, 학생들이 기후 조건에 맞는 생존 전략을 직접 고안하여 창의적으로 표현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기후위기를 접목시켜 ‘동물들이 만약 기후위기 환경에 산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라는 상상을 하였다. 수업에 적용한다면 지식 습득과 흥미 유발, 창의력 향상을 함께 키울 수
서울신곡초등학교(교장 윤선자)는 서울 강서구 봉제산자락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한 아담한 학교다. 주변은 빌라 단지와 좁은 골목이 이어져 있지만, 그 속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골목마다 퍼진다. 복잡한 도심 속에서도 자연과 함께 숨 쉬는 배움터, 따뜻한 공동체의 품이 느껴지는 곳이다. 좁은 길 끝에서 만나는 작은 교정이지만, 그 안의 배움과 사랑은 언제나 넓고 깊다. 그 배움과 사랑이 어떻게 샘 솟고 있는지 함께 신곡초로 떠나 보자. 학생들의 새로운 배움터, 교장실 먼저 이 학교 교장실은 점심시간이면 매일 40여 명의 학생들로 북적인다. “오늘은 주제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오늘은 자신을 칭찬해 보기입니다”라고 교장선생님이 대답하면 학생들은 친구를 도와준 일,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열심히 공부한 일, 부모님께 효도한 일, 학교에 떨어진 휴지를 주워서 버린 일 등 자신만의 칭찬거리를 찾아 말한다. 이외에 부모님께 감사하기, 읽은 책 중에서 감동적인 부분 말하기, 친구를 칭찬하기, 학교의 좋은 점 말하기 등등 다양한 주제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눈다. 김재희 학생(6학년)은 “우리 학교는 여러 가지 주제로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며 재밌는 이벤트와
좋은 기획안의 조건 _ 좋은 생각과 알찬 정보 수집 ‘좋은 생각은 행동이며 선택이다. 어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는 그 사람의 선택을 보면 알 수 있다.’ 바둑의 국수(國手)인 조훈현의 말이다. 조훈현은 고수의 생각법이란 책을 통해,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게 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왜’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순간이야말로 지금보다 나아질 기회가 찾아온 때다. 이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집중하여 생각해야 한다. 모든 것에는 반드시 근본적인 이유가 있으며 반드시 더 나은 방법이 존재한다. 생각하는 게 재미없고 아플 수도 있다. 당장 대답이 떠오르지 않고 오히려 혼란만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침내 그 답을 찾아냈을 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기쁨이 찾아온다. 처음에는 답을 찾는 데에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고, 질문으로 답을 구하는 본인만의 체계가 완성되면 보다 빠르게 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바둑 고수들이 가만히 앉아서 수십 수를 내다보는 것도 수많은 훈련을 한 덕분이다. 이것이 습관이 되면 성격에도 변화가 와서 훨씬 신중하고 사려 깊으며 적극적인 사람이 될
학생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이 학교폭력으로 신고되면서, 양측 모두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학교폭력 조사 과정이 적절하지 않다면서 절차상의 문제를 삼거나, 일부 학부모는 교사의 언행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더해 아동학대 신고를 감행하기도 합니다. 하나의 사안이 학교폭력, 아동학대, 교육활동 침해의 경계에서 얽히며 결국 ‘법의 문제’로 비화되는 것이지요. 이처럼 교육현장이 점점 사법적 판단에 기대게 되는 현상, 바로 이것이 오늘날의 ‘교육(학교)의 사법화’입니다. 교육의 사법화 시작, ‘학교폭력’ 학교폭력 사안은 교육의 사법화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2004년 제정 후 20년간 스무 번도 넘게 개정되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 발생 건수가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 불복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조치에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이 불복하여 제기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은 총 6,400여 건입니다. 행정심판은 2021년 1,295건에서 2023년 2,223건으로 두 배가량 증가하였고, 행정소송 역시 2021년 255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