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13일 전파를 타기 시작한 SBS TV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이하 ‘아테나’)이 반환점을 돌았다. 총 20부작 중 13회(1월 25일 14회는 정우성 부상으로 스페셜 방송)가 방송된 것. ‘아테나’는 2009년 시청률 30%를 넘나들며 인기를 끌었던 ‘아이리스’의 번외편이다. 시청자 관심이 집중됐고, 첫 회 시청률 25.9%는 단적인 예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갈수록 시청률이 떨어지더니 1월 17일(11회 방송) 현재 13.0%(TNmS 제공)를 기록했다. 언론의 관심도 뚝 끊어졌다. 스포츠신문에서나마 ‘아테나’ 관련 기사를 본 것은 지난 해 12월 22일자 스포츠서울이 가장 최근 소식이다. 그러다 엊그제 정우성 부상 소식을 전했을 뿐이다.
신문의 리뷰도 아니고 원칙적으로 방송중인 드라마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종영까지 기다릴 수 없게된 이유이다. 한 마디로 ‘아테나’의 낮은 시청률이 걱정되는 것. 아, 그렇다고 오해는 없기 바란다. 내가 ‘아테나’를 걱정하는 것은 그것이 대작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최근 경영진 한 마디에 MBC TV 일일극 ‘폭풍의 연인’이 조기종영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작드라마의 경우는 다르다. ‘아테나’는 200억 원을 들여 이탈리아·일본·스위스 등 6개 국에서 해외 촬영했다. 그렇듯 많은 돈과 공을 들인 대작드라마가 시청자로부터 외면받으면 투자위축을 부른다.
말할 나위 없이 드라마 퇴보로 이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대작드라마나 대하사극은 이 ‘드라마 홍수시대’에 확실한 차별성을 갖는 미덕이 있다. 그만큼 드라마의 다양화를 통해 시청자의 볼 권리를 충족시켜주는 셈이다. ‘아테나’가 ‘국민드라마’까지는 아니더라도 웬만큼 성공해야 하는 이유이다.
‘아테나’는 한국의 신형원자로 개발 및 수출을 둘러싼 암투를 그리고 있다. 그걸 지켜내려는 NTS(국가위기방지기관의 약칭)와 탈취하려는 국제적 범죄조직 ‘아테나’, 그리고 북한·미국·러시아 등이 얽히고 설켜 화려하고도 역동적인 화면을 펼쳐 보인다.
초반 카메오로 출연한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과 차승원(손혁 역)의 강도 높은 격투. 이중 스파이 수애(윤혜인 역)의 ‘니킥’ 액션을 비롯 툭하면 사람 죽이는 잔인한 캐릭터 등 일단 볼거리는 충족된 것으로 보인다. 9회(1월 10일 방송)에서 보여준 정우성(이정우 역)의 오토바이와 보트간의 총격전도 신선한 액션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초반부 난삽하거나 산만한 인상을 준 전개가 중반 이후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막 짜증나려는 참인데, 막중한 임무의 첩보요원 이정우·한재희(이지아)는 개인적 감정으로 행동하기 일쑤이다. 게다가 10회에선 정우와 혜인, 손혁과 재희의 베드신까지 끼워 넣어 그나마 유지되던 긴박감을 해체시켜버린다.
‘아테나’가 용서안되는 데에는, NTS에 대한 기본적 회의감도 한몫한다. 국장(유동근)은 NTS 내부에 아테나 침투 가능성을 말한다. 그런데도 어떤 색출 작업도 없다가 13회에서 조사에 들어간다. 매회 지난 줄거리 소개하는 것도 고정 시청자들에겐 독이다. 그만큼 친절한 것인지 자신이 없다는 뜻인지 아리송하다.
11회에서 ‘김정은 대장동지’에 이어 12회의 ‘서울 불바다’ 운운하는 북한대표단장(이재용)은 시의성을 반영한 순발력으로 보이지만, 득이 될지는 미지수다. 전작제가 아닌 ‘쪽대본’의 영향이라 할 수 있겠는데, 그것은 드라마 완성도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왕 최종회까지 대본이 완성된게 아니라면 ‘아테나’, 지금부터라도 힘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