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내가 좋아하는 답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제목은 누구나 알지만 읽은 사람은 드문 책'이라는 농담 섞인 답이고, 다른 하나는 '처음 읽어도 다시 읽은 것 같고, 다시 읽어도 처음 읽는 것 같은 책'이라는 답이다. 존 듀이의 『민주주의와 교육』은 우리 교사들에게 두 답 모두에 해당하는 책일 것이다. 교육학 수업과 임용 공부에서 이름은 수없이 들었지만 끝까지 읽어 본 교사는 드물다. 그러나 막상 붙들고 읽기 시작하면 두 번째 답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처음 읽을 때는 책 곳곳에 오늘 우리 교실의 고민이 담겨 있어 어딘가 익숙했다. 다시 읽을 때는 전에 보지 못한 대목들이 눈에 들어와 처음 읽는 것처럼 새로웠다. 백 년 전 듀이의 물음을 빌려 지금 내가 서 있는 교실의 문제를 다시 물어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이 고전인 까닭일 것이다. 듀이에게 교육은 학교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무언가를 겪고, 그 경험을 통해 조금씩 달라진다. 듀이는 그 경험의 의미를 깨닫고 더 나은 경험으로 이어 가는 과정을 교육이라고 보았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듀이에게 민주주의는 선거나 제
대한민국의 교육은 큰 몸살을 앓고 있다. 학생 자살·자해, 학교폭력 등 급박한 학생 위기 상황에 24시간 상시 대응하는 공식 전문 구조 기관이 첫걸음을 내디뎠다. 형식적인 예방교육과 사후 상담중심의 기존 대응 체제를 넘어 신속하게 회복까지 책임지는 새로운 학생 생명 보호 모델이 될 것으로 주목 받고 있다. '사단법인 부르미 2430'은 지난달31일충북 청주시 오송생명교회 비전 센터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박주정 한국교원대 교수를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사단법인은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제주도 등 전국 각지의 교사, 경찰관, 대학 교수 등 학생 자살 예방 및 보호, 위기 관리 전문가들로 구성되었고, 이날 대거 참석해 함께 뜻을 모았다. 박주정이사장은 "학생의 생명은 지구보다 무겁다"라며, "저의 작은 실천이 대한민국의 아동·청소년을 자살로부터 구하는 작은 몸짓이 되기를 바란다"고 각오를 전했다.이어 "부르미 2430 시스템의 활성화를 통해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이제는 주저없이 시도해야 할 때다. 부르미는 24시간 30분 이내에 현장으로 달려 간다. 이같은 역동적인 활동으로정부와 교육 당국의 정책적 공백을 메우고 민간 기관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이사장 김병일)은 30일 오전 수련원 2원사 앞 광장에서 ‘선비 수련 25년,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설립 25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퇴계 선생의 선비정신으로 인성교육을 이어온 25년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자리다. 퇴계 선생은 정치에서 물러나신 후 도산서당을 세워 후세들에게 삶의 도리, 즉 '선비정신'을 몸소 실천으로 가르친분이다. 이같은 '선비정신'을 확산시키기 위하여 도산선비문화수련원을 설립하게 되었다. 이번 행사는 수련원의 성장과 발전에 함께해 온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미래세대에 선비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새로운 25년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마련한 것이다. 수련원은 2001년 11월 은퇴한 교육계 원로들의 자원봉사로 첫발을 뗐다. 이후 초·중등 학생과 교원, 공직자, 기업·기관 관계자, 군 장병, 외국인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퇴계 선생의 삶과 가르침을 전해 왔으며, 지금까지 누적 수련생은 190만여 명에 이른다. 그동안 경북선비아카데미와 퇴계인문아카데미, 도산서원 참공부, 학교폭력 예방·선도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육을 운영하며 선비정신을 현대인의 삶과 연결하는 데 힘써 왔다. 또한 세계유산 활용 프로그램 ‘도산에
한미재단의 역사적 발자취를 재조명하고,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한 민간외교의 역할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한미재단 역사편찬위원회가 출범했다.한미재단 역사편찬위원회는 2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위원회 구성과 향후 사업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총회에는 임경곤, 이상오, 이미숙, 이창호 회원이 참석했으며, 일정상 참석하지 못한 일부 관계자들도 위원회 창립 취지에 동의하고 뜻을 함께했다. 한미재단 역사편찬위원회는 1952년 미국에서 설립된 한미재단(American-Korean Foundation, AKF)의 설립 배경과 주요 활동을 조사·연구하고, 관련 역사 자료를 수집·보존하여 대한민국의 전후 복구와 발전 과정에서 한미재단이 수행한 역할을 올바르게 기록하고 후대에 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한미재단의 주요 인물과 사업, 4-H 훈련농장 및 교육사업 관련 자료를 비롯해 국내외 문헌, 신문 기사, 사진, 관계자 증언 등을 발굴·정리하고 역사적 사실을 검증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창립총회를 통해 다음과 같이 임원을 선출했다. - 고문: 임경곤 한미재단 4-H 동문회 고문 - 위원장: 이창호 (사)더불어사는사람들 대표 - 부위원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과 학습, 진로와 삶의 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AI가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복잡한 문제의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시대에 우리 교육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며, 미래세대는 어떤 능력을 갖추어야 할까? 교보교육재단은 23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대산홀에서 「AI 불안주의보: 정답이 사라진 시대, 미래세대 생존법」을 주제로 교육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AI 전환기에 부모와 청소년, 청년들이 경험하는 불안의 실체를 살펴보고, 정해진 답을 따르는 데서 벗어나 스스로 질문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1부에서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을 진단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발표는 이상욱(한양대,AI학과) 교수가 「AI 시대의 불안, 살아남기 대신 번영하기」였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기존의 지식과 능력이 더 이상 경쟁력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AI 시대를 단순히 살아남아야 하는 위기의 시대로만 바라보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기
이용철의 첫 산문집 『붓끝과 칼끝』(이로제, 2026)은 「붓끝과 칼끝 사이」라는 책머리 글로 문을 연다. 작가는 그 글에서 두 개의 끝을 이렇게 풀어 놓는다. 붓끝은 사람을 향한 시린 헤아림이고, 칼끝은 안으로 무너지는 나약함을 베어내는 엄정한 다스림이다. 하나는 바깥을 향하고 하나는 안을 향한다. 하나는 세계를 섬세하게 더듬고, 하나는 자신을 단호하게 깎는다. 그리고 이 둘은 모두 몸의 끝에서 일어난다. 붓을 쥔 손과 칼을 쥔 손은 같은 손이다. 그렇다면 칼로 그리고 붓으로 베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 글은 두 끝의 쓰임이 서로 뒤바뀌는 자리에서 이용철의 수필을 읽으려 한다. 좋은 수필을 읽고 나서 남는 것은 생각의 줄기가 아니라 한 사람의 몸이 세계와 부딪친 자국이다. 수필은 관념을 전하는 글이 아니라, 몸과 세계가 만난 흔적을 언어로 기록하는 예술이다. 작가는 ROTC 장교로 화천 백암산의 눈길을 걸었고, 30여 년 교단에 섰으며, 무예로 몸을 벼려 왔다. 그에게 이 명제는 수사가 아니라 이력이다. '문무일체(文武一體)'라는 부제는 정신과 몸을 나누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이 글은 수록작 「시골 이발관」과 「청음수행淸音修行」을 붓끝과 칼끝
올해9월 출간한 수필집 『물수리의 노래가 머무는 자리』는 교직 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가족에 대한 기억, 전통문화와 고전에 대한 탐구를 한데 담은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유서영 전 교장은 서울대사범대학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교육학을 공부한 뒤, 서울대사범대학 부설여자중학교와 창일중학교 교장을 역임한 후 퇴임했다. 교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배움을 멈추지 않고 수필가와 민화 작가로 활동하며, 교육과 인생에 대한 성찰을 문학으로 풀어내고 있다. 유서영 전 교장의 삶에서 주목할 점은 '교육자로서의 경험이 퇴임과 함께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학교에서 학생과 교직원을 만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문학을 공부하고, 전통문화와 선비정신을 탐구하며 새로운 삶을 개척했다. 이러한 삶의 궤적은 교육이 단순히 직업으로서의 교직에 머무르지 않고, 한 인간이 평생 추구해야 할 배움의 과정임을 보여준다. 유서영 작가의 수필집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일상생활의 작은 경험을 고전과 연결하여 삶의 의미를 탐색한다는 점이다. 그는 부모와 스승에 관한 기억을 되돌아보고, 퇴계 이황을 비롯한 옛 선비들의 글을 읽으며, 전통 민화에 담긴 상징을 살펴본다. 이러한 글쓰기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