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빠른 독자들은 이미 짐작했겠지만, 이들은 지난 해 지상파 3사 연기대상의 대상 수상 연기자들이다. 장혁은 KBS 2TV ‘추노’, 고현정은 SBS ‘대물’, 한효주·김남주는 MBC ‘동이’·‘역전의 여왕’에서 각각 연기를 잘한 공로로 연기대상의 최고상인 대상을 받았다.
그런데 방송 3사 연기대상에 대해 말들이 많다. 방송사 홈페이지에 오른 수많은 항의 글에다가 일부 신문들도 비판적 기사를 실었다. 그것들을 요약해보면 ‘나눠주기식’이요 ‘그들만의 잔치’라는 것이다.
방송 3사의 연기대상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상의 남발이 그렇다. 가령 2006년엔 MBC 26개 부문 48명, KBS 22개 41명, SBS 15개 35명 등 무려 124명의 수상자가 ‘배출’되었다.
어떤 분야에서든 일생에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상 수상자만 해도 MBC 4명, KBS 6명, SBS 8명이니 이미 상다운 권위를 잃은 셈이다. 자연 ‘상 못 받으면 병신’이라는 비아냥이 터져 나올 법하다.
물론 다다익선이라는 말처럼 많을수록 좋을 수도 있다. 또 연기자 수 백명을 대상으로 하는 상인 만큼 수상자 수가 그리 많지 않다고 강변할지도 모르겠다. 자사 드라마에 출연한 연기자들을 적당한 선에서 대우해줘야 한다는 방송사의 속내 역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방송사 국장의 “시상식은 한 해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다. 우리가 만들어 우리가 주는 상이니 권위가 있을 수 없다”는 강변에는 어안이 벙벙하다. 연기대상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전면 부인하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연말에 3시간 가깝게 생중계 등으로 요란을 떨어댈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그들만의 집안잔치’가 되도록 하면 된다. 공중파 방송의 생중계 없이 치르는 조용한 내부행사로서의 진행이 그것이다.
단적인 예로 방송 3사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MBC연기대상의 경우만 살펴보더라도 그 점은 명백해진다. MBC연기대상 시청률은, 좀 묵은 통계이긴 하지만, 2003년 32. 2%였으나 2006년엔 18. 8%로 뚝 떨어진 바 있다.
이런 시청률 하락이 그냥 우연일 뿐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만큼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고, 연기대상의 권위가 무너진 반증인 것이다. 스타들을 키우는 건 대중들인데도, 유독 방송사 관계자들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다.
시청자의 외면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기자들을 위한 배려 차원의 연기대상은 지상파 방송의 본분을 망각한 일이지만, 그것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이 있다. 바로 24세(1987년생) 젊은 탤런트 한효주의 연기대상 대상 수상이다.
물론 어리다고해서 최상의 연기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은 없다. 그렇더라도 대상은 경력이 오래된 연기자가 받는게 좋다. 4년 전 당시 28세로 KBS연기대상 대상 수상자였던 하지원의 “너무나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난 것 같다”는 수상소감이 단순히 겸사로만 들리지 않았던 이유이다.
연기자로서 이미 정점에 올라섰음을 인정해준 대상 수상은 앞으로 창창하게 연기생활이 남은 젊은 탤런트 한효주에게도 득보다 실이 될 수 있다. 소위 ‘애늙은이’로서 지니게 될 좋은 연기에 대한 부담과 극복은 한효주 몫이지만, 자칫 유망한 스타 한 명을 잃어버릴 위험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무릇 상은 누구나 공감하며 진심으로 박수를 쳐줄 수 있는 것일 때 비로소 상다운 법이다. 상을 주는 사람은 떳떳하고, 받는 사람은 아무 거리낌 없이 기쁜 것일 때 상다운 상이 됨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상의 권위를 스스로 깎아내리고 흠집을 남기는 연기대상을 이제 더는 생방송으로 지켜보고 싶지 않다. 그런 기분이 비단 나만은 아니리라. 방송 3사는 그 점을 깊이 명심, 잡음없는 시상식이 되도록 노력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