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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한국 엄마들만의 용기?

어느 병원에서 mp3에 연결된 이어폰을 배에 감고 있는 임산부를 봤다. 태아에게 직접 음악을 들려준다는 Belly 폰이었다. 배에 이어폰을 붙인 임산부를 보니 딸을 얼마 전에 결혼시킨 애비로서 태교가 마치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대부분의 육아 책들은 배 속의 태아를 가르치는 ‘학습태교’를 말한다. 책은 ‘아이의 99%가 엄마의 노력으로 완성된다’며 교육열에서는 세계 1위인 한국 예비엄마들을 충동질한다.

부모 욕심일 뿐 효과는 없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강한 아기만을 원하고 빌던 예비엄마들이 ‘우리아이가 똑똑해야 할텐데’하며 단단한 각오로 ‘영어, 수학, 음악, 동화, 호흡, 두뇌자극’ 등의 학습태교에 관심을 갖는다.

전문가들은 임산부들의 욕심일 뿐 학습태교는 효과가 없다고 한다. 엄마가 태아에게 충분한 영양, 좋은 환경을 주는 게 태교고 태아와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전통적 태교가 과학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말이 있기에 한 명 또는 두 명의 자녀만 갖는 예비엄마들만 나무랄 순 없다. 그러나 태중의 아이부터 교육전쟁인 사교육시장으로 가고 있는 것을 막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

초·중·고생 중 73%가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월 평균 40만원에서 60만원까지 부모가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 67.2%가 ‘학원비 등 자녀교육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부모의 욕심으로 오늘도 사교육현장인 학원으로 내보내지고 있다. 중·고생 41.7%가 평상시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며, 주요원인은 학업문제가 58.3%, 부모님과의 갈등이 15.5%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겉보기엔 우등생으로만 보이는 학생의 내면에도 성적과 부모와의 갈등으로 상처가 많은가 보다. 최근에 ‘엄친아’로 불리는 모범생이 자살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한 지방 명문고 전교 1등 학생은 “머리가 심장을 갉아먹는데 더 이상 못 버티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자녀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렴’, ‘쉬고 싶다면 쉬렴’이라고 말할 수 있는 대담성은 왜 없는 걸까? 더 이상 사교육은 ‘부모의 불안 해소 도구’가 아님을 알아야겠다.

우리학교 근처에 있는 학원가의 밤 풍경은 그야말로 새로운 세상을 보는 듯하다. 토요일 대낮에도 학원 끝나는 시간이면 아수라장이다. 어떤 학부모는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차도를 뛰어다니며 자신의 자녀를 찾는다. 차가 달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도에 뛰어드는 자녀를 비상등을 켠 차에 태운다. 일부 이면도로는 차들이 엉켜 꼼짝 달싹 않는다. 정류장을 뺏긴 버스들은 도로 한복판에 정차하고 수많은 노란 학원버스까지 가세하면서 애꿎은 경적소리만 울려댈 뿐이다.

비뚤어진 사랑은 불행의 씨앗

이런 열정적인 자식 사랑으로 불법을 정당화하는 부모를 보면서 밤늦도록 수학, 영어 배우기에 몰두하던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은 법과 규칙의 무시가 아닐까? 지나친 자녀에 대한 보호가 변질돼 교장실이나 직장 상사나 군 부대장에게 스스럼없이 전화를 하는 것은 지나친 이기심이다.

엄마들의 대담성이 결국 우리 자녀들을 OECD국가 학생들 가운데 가장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은 아닐지 반성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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