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했다. 기존의 정치와 경제에 식상하고 찌든 국민들은 새로운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교육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과거의 대통령들이 교육대통령을 자임하면서 요란스럽게 나선데 비해 이번 대통령은 비교적 차분한 편이다.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않아 아직 조각조차 제대로 못한 사정도 있을 터이다. ‘태산명동서일필’이라고, 요란스럽다고 해서 반드시 큰 결과가 보장되지도 않는 법이다. 그래서 현 정권의 교육개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일이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하는 것 아냐
하지만 교육이란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학교 안팎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교사이고 교육내용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만 배운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우주 속의 삼라만상이 학교이고 교사이다.
정권이 바뀌니 학생들도 교육제도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 하고, TV 뉴스나 신문을 보기도 한다. 특히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여전히 당리당략에 얽매여 시급한 현안들을 놓고 지리멸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북한에서는 전쟁 운운하고 있는데도 국방의 수장을 공석으로 둔 채 네 탓 내 탓 싸움질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한심한 모습인가!
지난 정권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이 행한 볼썽사나운 언행을 국민들은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고성과 욕설과 삿대질이 난무하고 폭력까지 오간다. 국회출석을 하지 않고도 세비를 타가고, 장기간 원외농성을 하고도 세비를 타간다.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을 때도 세비는 인상한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걸핏하면 탈법적 불법적 행동들을 한다. 정말 무소불위의 권력자들이다. 예로부터 교육이란 본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과연 학생들이 이들에게서 무엇을 본받고 배울 것인가?
교육이란 무엇일까? 한자어인 ‘교’(敎)를 파자(破字) 풀이하면 ‘효자복수’(效子卜手)의 뜻을 지닌다. 윗사람이 손에 매를 들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면, 아랫사람이 공손하게 윗사람을 본받는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보면 교육이란, 앞 세대가 바람직한 본을 보이면 뒤이은 세대가 이를 본받는다는 뜻이다. 요컨대 어른은 아이들의 훌륭한 본보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본보기란 곧 인격적 모범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윗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던 잔소리가 무엇이었던가. 이순신을 본받아라, 잔 다르크를 본받아라, 훌륭한 학자가 된 큰아버지를 본받아라, 사장이 된 사촌형님을 본받아라 등이다. 따라서 훌륭한 본보기가 많은 가정이나 사회는 튼튼한 가정과 사회가 된다. 작금의 우리 정치인과 경제인들은 과연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될 만한 언행들을 하고 있는가?
서양에서도 마찬가지로 교육을 뜻하는 용어 중에 페다고지란 말이 있는데, 페다고지의 어원은 그리이스어 파이다고고스이며, 그 의미는 앞 세대인 어른이 뒷 세대인 아이들을 이끌어준다는 뜻이다. 당시에 교육이 될 만한 곳으로 아이들을 인도하고 다녔는데 그 중의 하나가 오늘의 국회의사당과 같은 곳이다. 원로들이 국가의 현안 문제들을 질서정연한 가운데 논쟁을 통해 해결하는 좋은 본보기를 보여줌으로써 민주적인 해결방식을 학습하게 하는 것이다.
교육은 모방, 폭력도 배운다
세상이 하도 혼탁해 교육을 뜻하는 동서양의 용어를 어원분석을 해서라도 교육의 본질을 되짚고 싶어졌다. 학교라고 하는 인위적 공간은 이 우주의 삼라만상이라는 거대한 학교 중 극히 작은 일부분일 뿐이다. 학교교육만 개선한다고 해서 좋은 교육을 담보할 수는 없다. 학교 밖에서 보고 듣는 것이 모두 교육내용이고 교사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정치권의 정치인들에게서 과연 무슨 본보기를 찾아 배울 수 있으며, 경제계의 경제인들로부터 과연 무슨 본보기를 찾아 배울 수 있겠는가?
교육의 시작은 모방인데, 과연 어린 학생들은 학교 밖에서 무엇을 보고 모방할 것인가? TV를 켜면 국회의원들의 고성과 삿대질,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고, 걸핏하면 법을 무시한 불법적 시위를 일삼는다. 지난 정부에서 그렇게 단속했던 학교폭력이 아직도 기승을 부리는 것이 과연 학교교육만의 잘못이라고 보는가? 학교 밖 높으신 어른들의 폭력적 언행을 학생들이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교육은 본보기이다. 좋은 본을 보이도록 어른들이 각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