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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학기 맞은 서울대 '학사 교수'

서울올림픽 공식 휘장 제작 양승춘 교수

"별로 해 주고 싶은 충고는 없고 학생들에게 감사의 말을 해 주고 싶습니다. 너희들이 있음으로써 내가 행복했다고…"
이번 학기를 끝으로 정년퇴임하는 양승춘(梁承椿) 서울대 미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런 말로 답을 대신했다.

그는 1983년 전통적인 삼태극 문양을 활용한 서울올림픽 공식 엠블렘과 휘장 등 지금까지 300여종, 1천여점의 그래픽 작품을 제작한 한국 디자인계의 거목.

그러나 그가 1천734명의 서울대 교수 중 유일하게 석ㆍ박사 학위가 없는 '학사(學士) 교수'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실기 능력이 중시돼온 예ㆍ체능계의 경우도 대학교수가 되려면 대학원을 나와야 한다는 것이 상식처럼 된 지 오래여서 이번 학기를 끝으로 퇴임하는 양 교수는 서울대에서 '마지막 학사 교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양 교수는 서울대 미대 응용미술과학부를 1965년 졸업한 뒤 당시 설립이 추진되던 대학원과정에 진학하고 싶어 1년간 취직을 미루다가 대학원과정 신설이 무산되자 광고업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1966년부터 3년간 OB맥주와 합동통신 등에서 광고기획 및 제작을 하면서 조일광고상을 받고 대한민국 상공미전 특선을 3차례 하는 등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1968년 서울대 미대 교수로 임용됐다.

그는 또 한국 최초의 종합광고기획사로 알려진 오리콤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양 교수는 "교수로 임용된 지 1년만에 대학원 석사과정이 생겼는데 교수가 된 사람이 자기 학교 대학원을 다닌다는 것도 그렇고 유학을 가고 싶었지만 갓 임용된 전임강사가 그런 얘기를 꺼낼 만한 분위기도 아니어서 시기를 놓쳤다"고 회고했다.

컴퓨터를 1980년 초ㆍ중반부터 사용해 온 그는 동년배 교수들보다 훨씬 이른 1990년부터 컴퓨터로 디자인 작업을 해 오는 등 새로운 조류에 누구보다도 빨리 적응해왔다.

젊은이들도 사용하는 경우가 드문 '3차원 게임폰'을 들고 다니는 것도 '정신 없이 변하는' 조류에 적극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라는 것. 지난 주에는 30인치짜리 LCD 모니터도 연구실에 들여 놓기도 했다.

그는 "디자인은 창의력과 순발력이 필요한 분야"라며 "최근 50년 사이에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자인 작업의 효율은 10∼30배로 향상됐으나 사람의 사고와 창의력에 한계가 있어 실제 성과의 향상 폭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요즘 학생들을 우리 때와 비교하면 단점은 없고 오히려 우수한 것 같다"며 "다만 업계와 나라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성장한 우리 세대에 비해 요즘 젊은이들은 2배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야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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