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줄면 교육재정도 줄여야 한다는 말은 언뜻 그럴듯하다. 그러나 교육은 학생 수에 단가를 곱해 운영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줄어도 학교와 학급은 같은 비율로 줄지 않는다. 작은 학교는 학생이 적다고 금방 문을 닫을 수 없고, 냉난방비와 급식비, 통학 안전, 시설 유지와 교직원 인건비도 그대로 필요하다.
자치 기반 무엇으로 보장하나
오히려 교육의 책임은 넓어지고 있다. 과밀학급 해소, 특수교육과 기초학력, 늘봄과 교육복지, 노후학교 개선에 투자해야 한다. 학생 마음건강도 시급하지만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교사 한 명을 두는 체계조차 갖추지 못했다. 학생 수 감소는 교육의 책임을 줄일 이유가 아니라 한 아이 한 아이를 더 세심하게 돌릴 기회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20.79% 연동 방식을 폐지하고 경제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한 새 산식을 도입하려 한다. 영유아부터 고등·평생교육까지 투자를 넓히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이번 개편은 단순한 계산식 변경이 아니다.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지방교육에 배분하는 연동제는 지난 반세기 동안 교육재정을 매년 예산 판단과 정치적 상황으로부터 지켜온 안전판이다. 자체 과세권이 없는 시·도교육청이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지방교육자치를 구현해 온 재정적 토대이기도 하다. 이를 없앤다면 교육자치의 재정 기반을 무엇으로 보장할 것인지 정부가 답해야 한다. 교부율의 적정성을 논의하더라도 연동제를 유지한 채 할 수 있다. 현행 20.79%는 지키고, 영유아·고등·평생교육에 필요한 투자는 국가가 추가로 책임지는 것이 순서다.
새 산식에는 학령인구 감소처럼 재정을 줄이는 요인은 분명히 들어가지만 재정 수요를 늘리는 요인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감소 요인은 산식에 넣고 새로운 교육수요는 그때그때의 정책 판단에 맡긴다면 지방교육재정은 학교 현실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교부금 총액과 학생 1인당 교부금이 계속 증가한다는 설명도 따져봐야 한다. 물가와 인건비가 더 빠르게 오르면 실질 재정은 줄어든다.
현행 방식과의 차액을 미래대응기금에 넣겠다는 계획도 불분명하다. 기금이 유보통합을 어떤 원칙과 일정으로 뒷받침할지, 학교 기반 평생교육을 시·도교육청 정책과 어떻게 연결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 법률로 자동 배분되던 재원을 중앙정부 기금으로 옮기면서 용도와 배분 기준까지 불투명하다면 그 기금은 현행 제도가 보장해 온 지방교육재정의 안정성과 자율성을 대신할 수 없다.
제로섬 방식에 동의할 수 없어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검증과 숙의다. 정부는 중장기 교부금 규모와 시·도별 영향, 새 산식과 미래대응기금의 세부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 교육감과 교원, 학부모, 교육노동자,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식 협의체에서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
교육감들은 변화 자체를 거부하지 않는다. 생애 전 단계의 교육투자 확대에도 동의한다. 다만 그 재원을 법률로 보장된 유·초·중등교육 재정을 줄여 마련하는 제로섬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 교육재정은 모든 아이의 배움에 대한 국가의 약속이자 교육자치의 기반이다. 반세기 동안 이어진 제도의 근간을 바꾸려면 그에 걸맞은 근거와 사회적 합의가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