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6 (수)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라이프

[시네마 톡톡톡] 2025 여름보다 더 뜨거운 배우 이병헌

 

<오징어게임3>, <승부>, <킹 오브 킹스>  

작열하는 8월의 태양만큼 뜨거운 존재를 한국 영화계에서 꼽으라면? 단연 배우 이병헌이다. 전 세계를 열광시킨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3>(연출 황동혁)으로 공개 하루 만에 93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고, 동시에 극장에서는 국수 조훈현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둔 것처럼 소름 돋는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은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로 2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찰스 디킨스 목소리 연기로 참여한 K-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감독 장성호)는 북미 박스오피스 한국영화 1위, 아시아 애니메이션 2위를 기록하며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소니가 기획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도 목소리 연기로 참여했는데,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하며 팬들의 속편 제작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선택한 올해의 배우
여기에 하나 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한국영화의 영광과 위기의 순간마다 중심을 지켜 온 자랑스러운 배우를 집중 조명하는 ‘배우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의 주인공으로 ‘더 마스터, 이병헌’을 선정했다.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연기를 ‘겁나게’ 잘하는 이병헌은 마스터가 아니라 몬스터”라고 말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글쎄요. 이번 특별전이 제게 언제 또 있을까 하는 기분이 들 만큼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제가 특별전을 할 만큼 많은 것들을 했었나 하는 부끄러움도 느껴집니다. 어릴 적 막연하게 대선배님들께서 평생 일궈놓은 작품들로 특별전을 하신다고 했을 때, 정말 한 가지 일을 저렇게 ‘쟁이’처럼 파고들었기에 하실 수 있었던 특별전을, 과연 제가 할 수 있을까 했던 기억이 문득 납니다. 제게도 그런 날이 다가왔다는 게 배우로서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부천에서 만난 이병헌 배우는 30년 넘게 국내외를 넘나들며 연기한 경력이 있음에도, 이런 특별전의 주인공이 된 것이 민망하다며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 이병헌의 첫 이미지는 싱그러운 청춘의 상징인 미소였다. 이병헌은 1992년, KBS 드라마 <내일은 사랑>에서 ‘건축공학과 91학번 신범수’ 역으로 브라운관을 통해 먼저 얼굴을 알렸다. 그 누구보다 활짝 웃는 미소로 순수한 젊음의 아이콘이 된 이병헌은 데뷔와 동시에 ‘청춘스타’ 반열에 등극했다.


블록버스터급 드라마 <백야 3.98>(연출 김종학, 1998)과 가족의 화해와 화합을 다룬 <해피투게더>(1999) 등 한국드라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성실히 써 내려갔다. 이병헌 배우는 그때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딱 성인이 된 순간부터 연기를 시작했죠. 연기 기본이 없었기에 좋게 말하면 도화지, 나쁘게 생각하면 걸음마부터 배워야 하는 단계였는데요. 1992년 KBS 드라마 <해뜰날>에 함께 출연한 안병경 선생님께서 주인공이니 일요일에 당신 집으로 와서 리딩하자고 하셨어요. ‘한 번 읽어볼게’하시면 새로운 세계가 확 열렸죠.”


시작부터 호감형 주연으로 연기를 시작한 그를 호되게 꾸짖은 배우는 다름 아닌 박근형이다. 1994년 KBS 드라마 <폴리스>에서 “주인공이라는 놈이 저렇게 국어책을 읽어서야 되겠어!”라고 호통을 쳤는데, 이병헌은 30년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똑똑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회고했다. 지금은 연기에 대한 조언은 구하지 않는다. 연기 ‘신’들이 총집합했다고 평가받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김혜자·고두심의 연기를 곁에서 보며 배웠다고 했다. 아, 박근형 배우가 현재 극찬하는 배우는 물론 이병헌이다. 


 

 

환한 미소의 청춘스타, 스크린을 정복하다
이병헌은 2000년대에 접어들며 안방극장의 청춘스타 이미지를 벗고 은막의 스타로 거듭나는데,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두 영화가 바로 <공동경비구역 JSA>(감독 박찬욱, 2000)와 <번지점프를 하다>(감독 김대승, 2001)이다. 이후 그는 다양한 장르에서 그만의 영역을 확장해 갔는데, 이런 행보는 한국영화사에 영원히 기록될 족적을 남겼다. 


“말해 봐요. 나한테 왜 그랬어요?”라는 명대사를 낳은 <달콤한 인생>(2005)의 김지운 감독과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악마를 보았다>(2010)까지 3편을 찍으며 고뇌하는 악역을 창조했고,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 2012)와 <남한산성>(감독 황동혁, 2017)으로 사극 장르에서 단단한 입지를 다졌다. “모히또 가서 몰디브나 한잔할라니까”라는 희대의 명대사를 남긴 <내부자들>(감독 우민호, 2015)에서의 선 굵은 건달 ‘안상구’ 캐릭터는 <마스터>(감독 조의석, 2016)의 악인 ‘진 회장’과 겹친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그의 작품을 두고 “2010년대 이후 그가 보여준 캐릭터들은 마치 정성 들여 세공한 예술작품과도 같다”라는 평을 했다. 


그뿐이랴. 이보다 더 바쁠 수 없던 시기에 이병헌은 할리우드까지 진출했다. 2009년 <지.아이.조-전쟁의 서막>(감독 스티븐 소머즈)에서 ‘스톰 쉐도우’ 역으로 주연을 꿰차더니, 2013년 속편에도 출연했고, 같은 해 <레드: 더 레전드>에서는 할리우드 액션 장인 브루스 윌리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시리즈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도 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동양인 배우는 적지 않다. 다만 할리우드가 이들에게 요구하는 캐릭터가 아시아인을 희화화하는 조단역 정도의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컸는데, 이병헌은 그렇지 않았다. 한국의 가장 전통적인 놀이로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은 <오징어게임> 시리즈에서는 더더욱 아니었다. 미국 인기 코미디언 지미 팰런이 진행하는 ‘투나잇쇼’에 단독 출연할 정도로 이야기의 중심축이 된 ‘프론트맨’ 이병헌은 <오징어게임>의 매력을 뭐라고 생각했을까?


“처음 시나리오를 너무 재밌게 읽긴 했지만, 너무도 실험적이어서 성공하거나 쫄딱 망하거나 둘 중 하나일 거로 생각했어요. 제가 아이일 때 했던 굉장히 한국적인 전통놀이임에도 문화와 언어가 다른 전 세계 사람들이 사랑해 준다는 건, 어쩌면 그들 역시 현재 겪고 있는 사회적·정치적 이슈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주제가 있겠지만 가장 나누고 싶은 주제는 인간성의 부재인데요, 이에 대해 전 세계 사람들이 푹 빠져서 함께 절실히 느낀 것 같아요.”

 

30년 넘게 연기하게 만든 힘은?
‘눈빛만으로도 연기한다’라는 평을 듣는 이병헌 배우에게도 자극을 주는 배우가 있다. 요즘 이병헌은 호아킨 피닉스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너무 좋다고 했다. ‘진짜 어떻게 연기를 저렇게 할까!’라고 감탄을 하며 영화를 본다고. 관객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그냥 지나가는 장면에서 직업병처럼 찾아내는 디테일한 연기 부분에 꽂혀 혼자 낄낄대며 웃기도 한단다. 


30년 넘게 연기하면서 진짜 이병헌은 누구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이 기억에 남았다는 그는, ‘지금까지 연기한 모든 캐릭터를 섞으면 나인가’, 아니면 ‘연기를 하기 전의 내가 나인가’라는 질문을 골똘히 생각해 봤다고 했다. 결국 캐릭터와 자연인 이병헌은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라는 걸 인정하게 됐다고 했다. 그렇기에 배우가 가져야 할 필수 덕목은 다름 아닌 ‘공감대’라고 강조했다. 인간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많기에, 또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을지 알 수 없기에 더욱 폭 넓게 공감대를 가지고 사람을 대하고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연기에 답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그가 연기를 계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그의 마지막 말이다. 


“지금까지도 저는 종종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 연기에 정답이란 없기에, 때론 막연하게 고민하고, 스스로와 치열하게 몸부림치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생각지 못했던 창의력이 불쑥 떠오르고,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빛나는 결과물이 만들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들이 연기를 계속하게 만드는 힘인 것 같습니다.”

 

사진제공 ● 넷플릭스, 더홀릭컴퍼니, 바이포엠스튜디오, 네이버영화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