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임무를 척척 해결해 온 IMF(Impossible Mission Force)의 에단 헌트 요원은 다시 한번 인류를 구해야 한다. 이번 빌런은 디지털상 모든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인공지능 NTT이다! 지난 5월 17일 전 세계 최초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의 설정이다. 조직의 배신자가 빌런이었던 1편에서 시작해 8편에 와서는 인공지능이 빌런이 될 정도로 스토리텔링은 정교해졌고, 액션씬은 더 스펙터클해졌다. 놀라운 사실은 1편이 나온 1996년부터 올해까지 30년을 지나는 시리즈에서 에단 헌트 요원 역은, 12회 내한의 기록을 자랑하는 슈퍼스타이자 한국 관객들에게는 ‘친절한 톰 아저씨’로 불리는 톰 크루즈가 홀로 맡았다는 점이다.
1962년 숀 코너리로 시작해 2021년 대니엘 크레이그로 6명의 각기 다른 제임스 본드를 선보인 <007> 시리즈와 가장 큰 차별점이다. 톰 크루즈는 1편부터 주연 배우를 맡으면서 제작에도 참여했고, 현재는 기획을 총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오롯이 ‘톰 크루즈의, 톰 크루즈에 의한, 톰 크루즈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전혀 과하지 않다. 30년 세월의 강을 넘어 전설이 되어버린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아, 물론 여기에 소개하는 이야기는 빙산의 일각일 뿐!
원작은 미국 드라마 <제5전선>
30년간 전 세계 영화팬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원작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 바로 미국 드라마 <Mission: Impossible>(ABC)이 그 원작이다. 1966년부터 1973년까지 ‘시즌 1’이, 1988년부터 1990년까지 ‘시즌 2’가 방영됐다. 우리나라도 수입해 TV로 방송했는데, 좀 뜬금없는 <제5전선>이라는 제목을 달았다(시즌 2는 <돌아온 제5전선>).
‘딴딴 따다 딴딴 따다 따라라 따라라 따라라 따라~~’ <미션 임파서블>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오프닝 사운드트랙 역시 원작 드라마에서 고스란히 가져왔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불붙는 성냥은 물론, 에단 헌트가 완벽한 미션 해결을 위해 애용하는 얼굴 가면 역시 원작 드라마의 설정을 가져온 것. 여기에 테이프로 전달되는 미션 내용과 ‘이 메시지는 5초 후 자동 폭파됩니다’라는 설정도 원작 드라마에서 차용했다.
단순히 외형적 설정만 가져온 건 아니다. 드라마에서 메인캐릭터로 나온 ‘짐 펠프스’ 캐릭터를 영화 1편으로 가져왔는데, 이에 대해서는 원작 드라마 팬들의 호불호가 갈린다. 드라마 <제5전선>이 짐 펠프스를 중심으로 구축된 팀이 팀원들과의 끈끈한 협력을 바탕으로 불가능한 임무를 해결하는 구조였다면, 영화로 옮겨오면서 초반에 팀원들을 모두 사망하게 만드는 뒷배경이자 빌런으로 짐 펠프스 캐릭터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협업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 팀원 간의 의리와 케미를 보는 재미가 있던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톰 크루즈 1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액션 영화라는 평가도 있다.
전 세계 로케이션, 스펙터클 액션신으로 승부!
배우 1명의 액션에 의존한들 어떠하리.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액션씬은 두고두고 이슈가 됐다. 첩보 스릴러의 대가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연출을 맡은 1편의 기차씬은 당시에는 물론 그 장면을 기억하는 관객들 사이에 역대급 액션씬으로 지금도 회자된다. 위에 언급한 짐 펠프스가 비정하게 아내마저 죽이고 헬기를 탄 채 기차 위에 매달린 이단 헌트 요원을 죽이려 터널까지 쫓아 들어온 장면에서 관객들은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영웅본색>(1987)의 오우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2편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비둘기가 왠 말이냐’는 악평을 받긴 했지만, 광활한 사막에서 높은 암벽에 두 팔로 매달려 썬글라스로 미션을 전달받고 던져버리는 오프닝 시퀀스가 다한 영화. 수많은 서부영화의 배경이 된 미국 서부의 모뉴먼트 밸리부터 호주의 명소 오페라하우스 등이 눈을 즐겁게 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고도’처럼 도대체 그놈의 ‘래빗풋’이 뭔지 영화가 끝나고도 궁금했던 3편에서 이단 헌트는 모터보트를 타고 로마의 티거강을 질주하고, 바티칸 성벽에서 몸을 날린다. 영화의 주 무대가 되는 상하이에서는 동방명주 옆 건물에서 뛰어내리기도 한다. 4편에서는 인간이 세운 세계 최고 높이의 건축물 부르즈칼리파를 맨손으로 올라 그야말로 극장을 숨 죽이게 만들었다. 두바이의 황량한 사막에서 모래 폭풍이 밀려오는 장면 역시 압권. 5편은 오프닝 시퀀스로 그냥 끝이다. 이륙하는 비행기 날개로 뛰어올라가 벤지(사이먼 페그)에게 해킹으로 비행기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하며 비행기가 하늘로 날아오른 액션씬은 관객의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 모로코·영국·쿠바를 오가며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극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저격 액션씬도 백미다.
베를린에서 탈취당한 핵탄두를 제거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6편에서는 파리·런던을 거쳐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지역인 카슈미르를 배경으로 액션씬이 펼쳐진다. DC에서 슈퍼맨으로 활약했던 헨리 카빌이 빌런으로 나와 톰 크루즈와 놀라운 헬기 격투씬을 완성해냈다. 서사가 이어지는 7·8편의 주 배경은 태평양 북구 배링해의 심해, 예맨 룹알할리 사막, 암스테르담, 아랍에미리트, 알프스산맥, 로마, 런던 등 그야말로 전 세계를 배경으로 톰 크루즈가 대역을 사용하지 않는 ‘찐’ 액션을 선보인다. 7편에는 오토바이로 산꼭대기까지 질주한 후 점프해 기차에 안착하는 장면이, 8편에서는 심해의 잠수함에서 펼쳐지는 수중 액션씬과 더불어 80년 된 경비행기로 협곡을 비행하며 펼치는 액션씬이 손에 땀을 나게 한다.
알쏭달쏭한 제목의 의미는?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제목은 문자 그대로 ‘불가능한 임무’로 매우 직관적이다. 3편까지는 제목 뒤에 숫자를 붙여 시리즈의 연속성을 부여했는데, 4편부터는 영화의 내용을 암시하는 부제가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부제들은 관객들을 아리송하게 했으니…. 한 편씩 차근차근 그 의미를 알아보자.
먼저 4편인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Ghost Protocol)>(2011)에서 고스트는 ‘유령’, 프로토콜은 ‘의전, 외교의례’라는 뜻이다. 둘을 합치면 ‘유령 외교의례’가 되는데 ‘타인의 눈에 띄지 않게 하는 외교 의전’을 의미하며, 영화에서는 크렘린궁 폭발로 IMF가 해체 위기에 처하고, 에단 헌트의 팀이 마치 유령처럼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지칭한다. 5편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Rogue Nation)>(2015)에서 로그네이션은 ‘불량국가’라는 뜻이다. 영화에서는 사상 최대의 비밀 테러 조직으로 나오는 신디케이트를 의미하는데, 단순한 불량국가를 넘어 ‘테러지원국’으로까지 의미가 확장해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로 각인된다.
6편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Fallout)>(2018)에서 부제 폴아웃은 첫째로 핵폭탄 실험과 원자로 사고 등으로 공중에 발생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서서히 지표로 떨어진 ‘방사성 낙하물’을 의미하는 화학 용어이고, 둘째로 ‘좋지 못한 결과’를 뜻한다. 영화에서는 핵 관련 물질을 두고 빌런들과 대치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이단 헌트의 선택이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해 점점 악화하는 상황을 빗대기도 한다.
직전 편인 7편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Dead Reckoning)>(2023)과 8편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Final Reckoning)>(2025)은 서사가 연결된 한 편의 영화로, 둘의 러닝타임을 합치면 332분, 무려 6시간 32분이다! 데드 레코닝은 ‘추측 항법’이라는 항해·항공 용어다. 항해·항공에서는 마지막으로 확인된 위치를 바탕으로 이동 경로를 예측하는데, 영화에서는 이단 헌트가 전편들의 사건들과 마주하며 나아가는 모습을 의미한다. 그래서 8편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마지막 서사라고 추측하는 관객들이 많다. 파이널 레코닝은 ‘최후의 심판’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본드걸’ 아닌 ‘미션걸’ 계보는 누구?
모든 첩보물의 스파이들에게 그렇듯 <미션 임파서블>의 에단 헌트 곁에도 여자들이 등장한다. 때로는 해결 불가능한 임무의 조력자로, 때로는 빌런으로 또 때로는 에단 헌트와 사랑에 빠지는 ‘미션걸’의 계보를 살펴보자. 1편에서는 우아하고 관능적이면서도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프랑스 대표배우 ‘엠마뉴엘 베아르’가 출연해 팀원을 잃은 에단 헌트가 위기에 처할 때 도움을 줬다. 2편에서는 냉철한 판단력의 에단 헌트를 무방비 상태로 해제시킨 ‘탠디 뉴튼’이 출연했다. 캠브리지대 출신으로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탠디 뉴튼은 영화에서 수동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바이러스를 자신의 몸에 주입해 에단 헌트의 미션 해결에 중요한 도움을 줬다.
에단 헌트가 부인의 존재로 위험에 빠지는 3편에서는 홍콩 모델 출신 매기 큐가 화려한 의상으로 건강미를 과시하며 화끈한 드라이빙 액션을 선보였다. 4편에서는 폴라 패튼이 에단 헌트를 도와 프랑스 여배우 레아 세이두와 고층 건물에서 자비 없는 액션씬을 소화했다. 5편부터 7편까지는 스웨덴 출신 배우 레베카 퍼거슨이 ‘일사 파우스트’ 역으로 미션걸을 수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적으로 만났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에단 헌트에게 도움을 주는 묘령의 캐릭터였지만, 결국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전체의 서사에 핵심적으로 관여하는 ‘미션걸’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레베카 퍼거슨의 뒤를 이은 8편에서의 미션걸은 ‘캡틴 아메리카’가 평생을 잊지 못해 결국 방패를 내려놓고 과거로 찾아가게 만든 여인 헤일리 앳웰이 맡았다.
‘시리즈 마지막이냐’는 질문에 톰 크루즈의 대답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30년을 이끈 톰 크루즈는 1962년생으로 이미 환갑을 넘겼다. 1981년 영화 <생도의 분노>(감독 헤롤드 베커)로 데뷔해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할리우드 간판 배우이자 마지막 ‘무비 스타’로 인정받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제작을 총괄하며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찾고, 스턴트를 위해 트레이닝이 생활화돼 있다. 볼거리에 더해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한 톰 크루즈는 역사상 최고의 반전 영화로 손꼽히는 <유주얼 서스펙트>의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을 영입해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부터 지금 9년 째 함께하고 있다. 든든한 컴퓨터 능력자 루터 역의 빙 라메스는 시리즈 1편부터 8편까지 ‘개근’ 중이다. 20년 동안 벤지 역을 맡은 사이먼 페그 역시 단순했던 캐릭터를 성장시켜 8편에서는 역대급 활약을 펼친다.
톰 크루즈는 지난 5월 8일 내한 기자 컨퍼런스에서 시리즈의 30년 장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영화를 만드는 것은 다양한 사람과 공동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운 좋게도 <미션 임파서블>은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협업했다. 촬영장과 편집실에서 일생을 보낸 사람들이 모여 계속해서 스킬을 발전시키고 스토리텔링을 더 잘 만들도록 노력했다. 어떤 문제가 있을지 미리 예측하고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잘 대응해나갔다. ‘부담을 느끼는 것은 특권’이라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저는 부담감을 즐기며 살아왔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번 영화가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가에 대한 질문에 톰 크루즈는 “이 영화는 지난 30년 동안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정점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그리고 이 이상은 말씀드리고 싶지 않다. 관객이 가서 보고 즐길 수 있도록. 그런데 나는 영화 만드는 걸 정말 좋아한다. 그건 특권이자,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내게 좋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영화를 만드는 걸 즐긴다”라고 대답했다. 부디 2030년 즈음에는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9편을 극장에서 볼 수 있길! (사진제공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