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인의 문해력은 나이가 들수록 가파르게 낮아지며, 그 하락 폭이 OECD 평균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이를 단순한 교육투자 부족이 아니라 시험 중심 학교교육, 노동시장 구조, 저조한 성인학습이 맞물린 결과로 진단하며 학교교육부터 노동시장, 평생학습을 아우르는 유인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OECD '한국경제보고서 2026' 제3장 '교육·평생학습의 고도화'를 정리한 ‘KRIVET Issue Brief’ 324호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보고서는 OECD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2012년과 2023년 결과를 비교해 우리나라 성인의 문해력 변화와 정책 과제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문해력은 16~24세에서 가장 높고 55~65세에서 가장 낮아 약 40점의 격차를 보였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문해력이 낮아지는 현상은 OECD 국가 전반에서 나타났지만, 한국의 하락 기울기는 OECD 평균보다 훨씬 가팔랐다. 특히 2012년에는 모든 연령대가 OECD 평균을 웃돌았지만, 2023년에는 16~24세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가 OECD 평균 아래로 떨어졌다. 학력과 부모 학력 등 배경요인을 통제한 뒤에도 이러한 격차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높은 학업성취와 고등교육 이수율만으로는 성인기의 역량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청년층 고등교육 이수율이 71%로 OECD 최고 수준이지만, 학교를 졸업한 이후 역량이 유지·발전되는 구조는 충분히 갖춰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OECD는 이 같은 현상을 생애주기 전반에서 역량이 감소하는 '역량 감가(skills depreciation)' 문제로 설명했다.
원인으로는 학교교육, 노동시장, 성인학습이 연결된 구조적 문제가 제시됐다. 학교 단계에서는 사교육과 수능 중심 교육이 읽기와 수학 성취를 높이는 데는 기여했지만 비판적 사고와 자기주도학습 역량을 충분히 기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노동시장에서는 이중구조와 연공서열 중심 임금체계, 조기퇴직이 평생학습 투자 유인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혔다. 성인학습 단계에서는 훈련과 '일하며 배우기(learning by doing)'에 참여한 성인이 더 높은 문해력을 보였지만, 참여율 자체는 OECD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현장에도 시사점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학생들이 교과 학습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와 자기주도학습 전략을 함께 익힐 수 있도록 기존 교육과정 안에 관련 역량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대학 입시에서도 고부담 시험 의존을 완화하고 고교 교육과정 이수를 충실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노동시장에서는 이중구조 완화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성인학습에서는 노사와 정부가 함께 설계하는 재교육 재정지원과 평생학습 거버넌스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투자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학교, 노동시장, 성인학습을 연결하는 유인체계를 바꾸는 것이 역량 유지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OECD는 한국의 역량 문제를 투자 부족보다 학교·노동시장·성인학습으로 이어지는 유인구조의 왜곡에서 찾고 있다”며 “학교 단계의 비판적 사고와 자기주도학습 강화, 노동시장 구조 개선, 성인학습 활성화가 함께 이뤄질 때 생애 전반의 역량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