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불꽃? 1887년 이른 봄이었다. 수많은 종로 사람들이 일제히 자신들의 키를 훌쩍 넘는 궁중의 담벼락으로 몰려들었다. 경복궁에 켜진 ‘물불’을 보기 위해서였다. 화려한 빛으로 사방을 비추는 물불은 다름 아닌 ‘전등’이었다. 사람들은 전기가 펼치는 마술의 현란함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당시의 사람들은 전등을 물불이라 불렀다. 그 이유는 전깃불이 연못에 반사되어 마치 물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경복궁에 한국 최초의 전등이 가설되기 4년 전인 1883년 조선 보빙사 일행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으로 전등과 마주쳤다. 샌프란시스코의 하늘은 마치 거미줄이 처진 것 같았다. 전깃줄로 가득한 하늘과 길가를 따라 즐비한 가로등을 바라보며 말을 잊지 못했다. 그들은 전기와 가로등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몰랐다. 보빙사 일행은 전깃불이 인간의 힘이 아니라 ‘악마의 힘’으로 켜진다며 전기에 대한 충격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십 년이 훨씬 넘은 후에도 전기에 대한 경이감은 줄어들지 않았다. 1896년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로 떠났던 민영환은 도중에 유럽의 각 도시들을 유람한다. 민영환은 근대화된 유럽의 거
2007-04-01 09:00
한반도 끝에서 시작한 신라, 기지개를 켜다 신라 천 년의 세월 안에는 ‘신라’라는 한 나라가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떻게 힘을 키워서 삼국을 통일하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으며, 또한 어떻게 스러져갔는가를 완벽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신라는 진한, 즉 경상북도 지역에서 12개의 작은 나라 중 하나인 사로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기원전 57년). 촌장이 지도하는 촌락공동체에서 출발한 사로국은 주변의 작은 나라들을 차례로 정복, 4세기 무렵에는 국가로 발전하게 되었고, 676년에 이르러 고구려, 백제와 치열한 전쟁을 거쳐 삼국을 통일하게 되었습니다. 신라는 통일 과정에서 외세의 도움과 한반도 남쪽을 차지하는 데 그친 불완전한 통일이었지만 최초의 민족 통일국으로서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됐습니다. 신라의 시조왕 박혁거세는 여섯 부족의 촌장들에 의해 왕으로 추대되었습니다. 초기 왕들은 박·석·김씨가 번갈아 왕위에 올랐고 사로국의 영역도 경주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신라가 여러 세력 집단이 연합하여 임금을 선출하였고, 이러한 시기에는 더 강력한 국가를 만들기엔 힘이 부족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 기록된 건국설화에 따르면 박혁거세가 탄
2007-04-01 09:00진실게임, 누가 아이들을 괴물로 만드는가? 세기 말의 암운이 드리워진 지난 1999년, 미국의 콜롬바인 고등학교에서 두 명의 학생이 총기를 난사해 다른 13명의 학생과 교사를 살해하고 자살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 직후 각종 언론 매체와 거기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범행을 저지른 아이들이 악마숭배적인 음악과 퍼포먼스를 일삼는 ‘마릴린 맨슨’과 폭력적인 영화 '매트릭스‘에 심취했던 것을 근거로, 대중문화의 선정성과 폭력성이 이런 끔찍한 사건의 배후라고 입을 모아 주장하였다. 이는 당시 거의 공황 상태에 빠져 있던 미국인들은 물론, 이 사건에 주목하고 있던 대다수 사람들에게 여과 없이 받아들여졌고, 이후 상당기간 동안 폭력과 섹스를 주요 표현양식으로 사용하는 영화나 컴퓨터 게임 그리고 음반 등의 각종 대중문화 컨텐츠는 청소년 범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게 된다. 하지만 이후에도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청소년의 총기관련 사건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일부 가해 학생들의 경우 폭력적인 게임이나 대중문화와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이에 다큐멘터리 영역의 새 장을 연 ‘개척자’ 혹은 ‘악동’으로 찬사와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던 마이클 무어
2007-04-01 09:00
“마르크스가 공산당선언을 한 1848년, 22살인 아일랜드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은 천신만고 끝에 애인과 함께 미국행 배를 탔다. 여비가 없어 남의 돈을 사취(詐取)해 비용을 마련한 것이 부끄러웠지만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당시 흉년으로 인해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는 등 아일랜드에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그는 차라리 신대륙에 가기로 작정하고 2개월이나 걸리는 미국행 배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그가 도착한 보스턴은 이미 영국인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곳에서도 아일랜드인은 흑인보다 더 굴종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당시 아일랜드는 영국의 식민지였고 미국에서도 아일랜드인의 처지는 바뀌지 않은 것이다. 22살이던 농부의 아들은 술집을 시작으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해서인지 그 청년은 미국에 온 지 10년 만에 그만 결핵으로 죽고 말았다.” 이 정도의 이야기만으로는 이 가문의 앞날도 그리 밝지 않을 것으로 지레짐작할 수 있다. 구한말 가난으로 하와이로 이민을 떠난 우리 선조들의 처지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선조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작정 미국행 배에 몸을 실은 지 110년 만에 미국 역
2007-04-01 09:00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전국의 여러 학교에서 학부모에 의한 교사 폭행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에도 경기도의 모 중학교와 강원도 모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폭행당했다는 기사를 보고 교육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동방예의지국이니 군사부일체, 스승존경 운운 하는 것은 아주 먼 나라의 호랑이 담배 태우던 시절의 이야기로만 들리게 되었으니, 말을 하면 오히려 구시대의 골통이 나왔다고 손가락질 받기 십상이다. 경기도 모 중학교에서 발생한 학부모에 의한 교사 폭행사건은 학생의 두발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폭행은 C씨 부부가 무단결석한 자녀 문제로 교감, 학생부장과 상담한 후 벌어졌다고 하는데, 학부모가 학교에 있는 사실을 모른 교사는 복도에 있던 해당 학생의 불량한 용모에 대해 주의를 주었다고 한다. 이를 본 부부가 갑자기 “아저씨가 뭔데 우리 자식에게 뭐라고 하느냐”며 항의 하면서 몇 차례 고성이 오간 후 부부는 동시에 교사의 뺨을 때리고 핸드백으로 머리를 가격했다는 것이다. 교사는 이를 피해 빈 교실로 들어갔지만 그곳까지 따라온 부부는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은 오래도록 뇌리에 지워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당시는 점심…
2007-03-31 20:52독서의 습관은 아이들의 성장과정과 어른이 되었을 때의 가치관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독서지도는 아주 중요하다. 우리학교는 아침 독서시간을 두어 사제동행 독서시간을 실시하고 있다. 아침부터 책을 읽으며 차분히 시작되는 하루는 아이들을 안정시키고 저절로 학습 분위기가 잡혀 하루가 부드럽게 진행된다. 그런데 우리학교는 학급도서보다 도서관을 활성화 시켜 아이들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혹은 방과 후에 도서관에서 책을 보거나 빌릴 수 있게 하고 있으며 학급문고는 따로 비치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도서관은 어머니 독서 도우미 선생님들이 도서대출과 도서관리를 도와주고 계셔서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리고 학급에서는 필독도서나 좋은 책 목록을 선정해서 읽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반 아이들이 빌려오거나 가져와 읽는 도서를 보니 찬찬히 살펴보니 교사가 권장하고 있는 도서보다 만화책을 더 많이 읽고 있었다. 선생님이 권하는 책을 읽도록 권유하면 “선생님 이 책은 그냥 만화가 아니라 학습만화예요”라면서 학습만화이기 때문에 괜잖다고 우긴다. 그래서 과연 아이들의 독서지도에서 만화책 읽기에 대한 지도
2007-03-31 20:52
다라케 계곡의 모습 공해와 교통지옥에 시달리는 테헤란에 다라케라는 때 묻지 않은 계곡이 있어 찾았다.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그저 그만이라는 소리는 자주 들었지만 이 계곡을 따라 등산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에 한 두 번 주차장 근처 음식점은 찾은 적은 있었지만 팔랑찰 마지막 계곡까지 탐방하기로 했다. 정확한 정보도 없이 오전 10시경 다라케 계곡 입구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입구에서부터 한 1km 까지는 각종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다. 입구를 조금 지나자 현지인들의 주식인 빵을 굽는 작은 상점이 있어 거기서 따끈따끈한 빵 하나를 샀다. 구수한 맛이 역정이 전혀 나지 않은 맛이라 그걸 야금야금 먹으면서 오른다. 이 계곡을 오르는 동양인은 나 밖에 없는 것 같다. 오르면서 일부러 고개를 약간 수그리고 오른다. 하도 이란 사람들이 말을 많이 걸어 귀찮아서 그렇다. ‘ 헬로, 치니, 자폰, 코둠 케시바르’ 이런 소리가 내 귀에 못이 박혔다. ‘코레’ 라고 첫눈에 알아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계곡 1km 쯤 벗어나자 인적이 줄어들면서 천하의 절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형형색색 괴암 절벽이 파노라마처럼 내게 와 닿는다. 한국에서 보는 그런 괴암 절벽이…
2007-03-31 2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