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스승의날이다. 화려한 꽃다발보다 칠판에 꾹꾹 눌러쓴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글귀와 아침부터 불어 놓은 풍선에 마음이 흔들리는 날이다.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교사는 아이들에게 상처받고, 아이들에게 감동하며, 교직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아이들은 어떨까? 아이들 역시 선생님들에게 상처받기도 하지만, 한 마디의 격려와 자신을 알아봐 주고 믿어주는 선생님에게 힘을 얻으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를 만나기도 한다. 가수 아이유는 인생의 결정적 터닝포인트로 중학교 체육대회를 꼽았다. 수업 중 장난을 치던 아이유에게 벌로 노래를 시켰던 체육 선생님이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축제 무대에 설 기회를 건넸고, 조명과 시선의 황홀함을 느끼며 가수의 꿈을 굳혔다. 스티브 잡스 역시 문제아였던 자신을 인격적으로 대하며 학습의 재미를 알려준 힐 선생님을 만났기에 세상을 바꿀 수 있었고, 박찬호 또한 그의 재능을 믿어준 지도자가 있었기에 메이저리그라는 불가능에 도전할 수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처음부터 특별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믿어준 특별한 ‘한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로버트…
2026-05-07 10:00
AI·디지털 교육 역량 _ 이제는 교사의 필수 역량 범주에서 논해야 한다 ‘교사들이 왜 AI·디지털 교육 역량을 함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이제 반복적으로 되묻기에는 너무 소모적이다. AI·디지털이 일상화된 지금 그것은 교육의 환경을 넘어 교육의 내용이자 방법 자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는 다음 항목이 있다. “디지털 교육 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미래형 교수·학습방법과 평가체제 구축을 위해 교원의 에듀테크 활용 역량 함양을 지원한다”(교육부, 2022:51) 해당 내용은 교사의 AI·디지털 교육 역량이 교원의 선택적 역량이 아닌 필수 역량임을 보여주며, 국가적 차원의 추진 필요성 또한 시사한다. 최근 몇 년간 교원 AI·디지털 교육 역량 강화를 위한 대규모 재원이 마련되고 전국 단위의 연수가 추진되어 온 것은 이 역량이 우리 교육에서 더 이상 주변부 의제가 아님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더 의미 있게 이 역량을 함양할 것인가?’라는 실천적 고민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난 몇 년간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우리는 국가 수준의 교원 AI·디지털 교육 역량체계 개발, 전국 단위 연수 운영 경험, 선도교사 네트워…
2026-05-07 10:00
학교에게도 스승이 필요하다 (최성조 지음, 깊은나무 펴냄, 272쪽, 2만 원) 고전 논어를 통해 교육의 본질을 묻는 성찰의 기록이다. 과거로 회귀가 아닌, 고전을 통해 현재를 더 깊이 이해하려는 시도다. 책은 ‘교사’, ‘학생’, ‘교육행정가’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교육공동체 전체를 조망한다. 생성형 AI가 학교생활기록부 문장을 대신 써주는 현실 앞에서도 ‘아이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은 결코 대체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완벽한 교육은 없지만, 질문을 멈추지 않는 태도가 교육을 다시 숨 쉬게 한다는 것이 중심 메시지다. 이향인 (라미 카민스키 지음, 최지숙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264쪽, 1만 6,900원) 사람의 성격을 내향인과 외향인이라는 이분법적 틀을 벗어나 ‘이향인(Otrovert)’이라는 새로운 인간 유형을 제시한다. 이향인은 사람을 싫어하지도, 사회성이 부족하지도 않다. 사고의 출발점이 ‘우리’가 아니라 ‘나’인 사람이다. 모두가 옳다고 할 때 한 걸음 물러서서 왜 옳은지 묻는 사람, 타인의 박수보다 자기 기준을 더 신뢰하는 사람을 말한다. 집단주의에 지친 이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나답게 살아도 된다’는 위로와 함께, 당당히 삶을 꾸려가는
2026-05-07 10:00
2022년 ChatGPT가 공개된 이후, 생성형 인공지능은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우리 사회의 일하는 방식과 의사소통 방식, 그리고 지식 생산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이제 사람들은 정보를 찾고, 문서를 작성하고, 아이디어를 정리하며, 코드를 생성하는 일까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교육은 인공지능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영역 중 하나이다. 지식을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며, 학습 수준에 따라 자료를 제시하는 일은 언뜻 보기에 AI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AI 시대에 교사는 생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자극적 물음이 아니라, 오늘의 학교가 반드시 정면으로 다루어야 할 중요한 질문이 되었다. AI는 교사를 대체할 수 있는가 인공지능이 교육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부정적 영향과 대응 방안에 관한 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특히 인공지능이 교사의 역할과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다소 과장된 우려는 생성형 AI의 발전과 함께 더욱 확대되었으며, 이는 교육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포함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교육의 의미를 지식 전달
2026-05-07 10:00
서울구룡초가 경쟁을 넘어 공감과 치유의 교육을 실천하는 학교로 주목받고 있다. 빠르게 돌아가는 교육 현장 속에서 학업 성취와 경쟁에 지친 학생과 교사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구룡초는 ‘힐링이 있는 학교, 즐거운 학교’를 비전으로 내걸고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따뜻한 교육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김유진 교장이 있다. 그는 “학교는 아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도전의 공간이어야 하며, 그 안에서의 작은 경험들이 결국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고 강조한다. “관계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 … 배움은 성장으로 완성된다” 김 교장은 학교 운영의 방향을 분명히 한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존중받는 경험을 하는 것이 어떤 성적보다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구룡초는 성취 중심의 교육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감·배려·관계 맺기를 교육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그는 “경쟁이 아닌 관계 속에서 아이들은 비로소 안정감을 느끼고, 그 안정감이 배움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구룡초의 대표적인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형아우 프로젝트’다. 입학 후 1주일간 6학년 학생들은 1학년 신입생의 등교를 맞이하며 손을 잡고 교실까지 안내한다. 급식 도우미, 학교 탐방 스탬…
2026-05-07 10:00
‘얼죽신’은 ‘얼어 죽어도 신축’의 줄임말이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지만, 주택 선택에서 신축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같은 조건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새 아파트를 선택하고자 하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특정 시기의 유행이라기보다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선택 기준에 가깝다.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새것에 끌린다. 새 차를 좋아하고, 새 가전을 선호하며, 새 옷에 기분 좋아지는 것처럼 집에서도 유사한 심리가 작동한다. 쾌적하고 깔끔한 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욕구는 보편적이며, 신축이 주는 만족감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가치이다. 결국 ‘얼죽신’이라는 표현은 새롭게 등장한 유행어일 뿐, 그 이면의 현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새 아파트가 주는 심리적 만족감과 생활의 편의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요소이며, 이러한 경향이 반복되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얼죽신’, 얼어 죽어도 신축에 살고 싶은 이유 사람들의 주거에 대한 기대 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위치와 면적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의 질과 생활의 편리함까지…
2026-05-07 10:00
학교폭력이 줄지 않는다. 가해학생을 대입은 물론 고입까지 반영해 탈락시키는 일이 벌어지지만, 피해학생은 늘어나고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교육부가 공개한 지난해 학교폭력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경우 5.1%가 학폭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각각 2.4%, 1.0%로 나타나 학교폭력의 저연령화가 뚜렷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제7기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재명 정부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을 논의했다. 교육부 학폭대책위에 참여한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과 전문의는 “학교폭력이 줄지 않는 배경으로 SNS 확산에 따른 폭력의 일상화와 처벌 중심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처벌이 아닌 관계 회복과 예방 중심의 교육적 접근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재명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이 이전 정부와 비교해 가장 달라지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변화는 ‘처벌 중심’에서 ‘회복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기록과 징계 같은 결과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피해자의 일상 회복과 관계 회복에 방점을 둡니다. ‘관계 회복 숙려제’처럼 갈등을 교육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이 강조되고 있
2026-05-07 10:00
쇼츠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마트폰에서 15초 분량의 짧은 영상부터 2분 이내의 숏폼 드라마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책을 읽지 않고, 신문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간간이 터져 나왔던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사치처럼 느껴진다. 이미 우리의 시선은 영상, 그중에서도 짧은 영상들에 잠식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아이들, 초·중·고 학생들은 얼마나 영상에 눈을 빼앗기고 있을까? 청소년 하루 평균 온라인 영상 시청 시간은 3시간 20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발표한 ‘2025년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전국 17개 광역시 초등학교 4~6학년 및 중·고등학생 2,674명 대상) 결과를 보면, 현재 아이들의 미디어 소비가 숏폼 중심으로 얼마나 깊게 자리 잡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청소년의 하루 평균 온라인 영상 시청 시간은 약 3시간 20분에 달했다. 중학생이 3시간 53분으로 가장 길었고, 고등학생 3시간 46분, 초등학생 2시간 23분 순이었다. 중학생의 경우 깨어있는 일과 시간 중 무려 4시간 가까이를 영상 시청에 쓰고 있는 셈이다. 영상의 형식을 들여다보면, ‘롱폼’에서 ‘숏폼’으로의 완벽한 이동이 눈에 띈다. 청소년…
2026-05-07 10:00
지도로 보던 도시 국가를 경험하다 말레이반도 최남단, 북위 1.3°의 적도 부근에 위치한 싱가포르는 한국인에게 매력적인 여행지이다. 비행시간이 짧은 편이라 부담이 적고, 일 년 내내 18도 이상의 기온이 유지되는 열대우림 기후 지역이어서 한겨울 추위를 피해 떠나는 겨울방학 최적의 여행지 중 하나이다. 서울보다 조금 더 큰 면적에 불과한 이 작은 섬나라가 어떻게 화려한 도시 경관을 자랑하게 되었을까? 싱가포르 여행은 기대감으로 시작했다. 싱가포르의 첫인상, ‘화려하고 깨끗하다’ 6시간 30분의 비행 끝에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도심까지 불과 20분이면 닿는 뛰어난 접근성은 이 도시국가의 효율성을 대변하는 첫인상이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발코니에서 마주한 싱가포르의 밤은 왜 이곳이 세계적인 관광지인지 단번에 설명해 주었다. 마리나 베이 샌즈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야경은 단순한 조명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자 랜드마크이다. 밤이 되면 잔잔한 마리나 베이의 수면은 고층 빌딩들이 내뿜는 다채로운 빛을 반사해 더욱 화려하게 보였다. 특히 마리나 베이 샌즈의 독보적인 실루엣과 두리안을 형상화한 에스플러네이드의 조명은 여행자에게 강렬한 첫인상…
2026-05-07 10:00
현직 마지막 스승의날 소회를 쓴지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많은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하는 선생님들께는 먼 이야기 같겠지만, 살아보니 30여 년의 교직생활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정년 10년 전부터 카운트다운을 시작했습니다.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살기 위함이었습니다. 10년은 3652일입니다. 조금 지나니 2천 단위로, 다시 1천 단위로 줄어들더니 금세 손안의 모래처럼 모두 사라졌습니다. 하긴 100년도 겨우 3만6525일에 불과하니 우리의 생 자체가 그리 긴 시간은 아닙니다. 현직 마지막 스승의날 소회와 퇴직 직후에 썼던 짧은 글을 통해 어제를 돌아보며 교육계 선후배들과 함께 내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현직 마지막 스승의날 소회 스승의날을 맞아 세상의 모든 선생님께 축하를 전합니다. 2024년 5월, 제자들이 들고 온 카네이션 향기가 연구실 가득했던 현직 마지막 스승의날을 기억합니다. 은사님들께도 작은 축하의 마음을 보냈습니다. 나와 연을 맺어 함께 했던 수많은 제자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습니다. 부족한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더 훌륭한 스승 밑에서 훨씬 아름답게 꽃피웠을 제자들도 많습니다. 수업 중에 종종 미안함을 담아 이러한
2026-05-07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