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조호르바루에 도착했다. 말레이반도 최남단에서 싱가포르섬과 마주한 이 도시는 양국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과 자본의 흐름 속에서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울창한 열대우림 사이로 내륙 교통망이 유기적으로 발달한 말레이시아의 지리적 특성 덕분에 쿠알라룸푸르에서 탑승한 버스는 안락하게 조호르바루로 도착했다. 조호르바루 숙소 관찰기 _ 게이티드 커뮤니티를 경험하다 조호르바루는 세계도시 싱가포르의 인프라를 공유하는 일일생활권이면서도 생활 물가는 훨씬 저렴하다. 그래서 가성비를 추구하는 한국인들에게 한 달 살기로 소문난 곳이다. 고심 끝에 싱가포르로의 국경 이동을 고려해 JB 센트럴역에서 가까운 현대적인 주상복합단지를 숙소로 정했다. 정형화된 호텔을 벗어나 공유숙소를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일도 여행의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덕분에 새로운 주거 공간이 가진 특성을 다각도로 관찰할 수 있었다. 단지에 들어서자마자 이 공간의 철저한 방어적 성격을 느낄 수 있었다. 입구에는 경비원이 출입을 경계하고 있었다.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며 정문의 제복 입은 경비원에게 스마트폰 예약 화면을 제시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별일 없…
2026-07-07 10:00
어떤 학자는 우리 정치 문화를 마치 전쟁하듯 한다고 하여 ‘전쟁 정치’라고 표현한다. 이런 전쟁 정치 문화는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교 조직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최근 교육 분야의 큰 사회적 이슈는 현장체험학습(이하 ‘체험학습’으로 약칭)이었다. 과거 체험학습 중에 발생한 학생 안전사고로 인해 교사가 형사처벌을 받았고, 이후 교사들은 형사 책임과 학부모 민원 등에 대한 부담으로 체험학습을 기피하고 있다. 이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자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관련 대책 마련을 지시함으로써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다. 이에 최근 교육부는 「학교안전법」 개정을 통해 체험학습 안전사고와 관련하여 교사의 면책 범위를 확대하고, 교육활동 중 안전사고 발생 시 교원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 지원 체계 강화 방안도 발표하였다. 학교 현장에서는 아쉬움을 표하고는 있으나,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로 보인다. 학교 현장에서는 체험학습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가 있다. 바로 학생들의 신체활동에 관한 것이다. 일부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사회적 관심은 크지 않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학생들은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은 물론 방과 후에도 자
2026-07-07 10:00
법안이 만들어질 때마다 ‘교육’이 따라온다 법 제정안이나 개정안이 공람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있다. 교육, 기본계획, 시행계획, 전문인력 양성, 교육자료 보급, 점검, 평가 반영.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생기면 입법자는 거의 자동적으로 교육을 붙인다. 청렴이 중요하니 청렴교육, 안전이 중요하니 안전교육, 인권이 중요하니 인권교육, 민원이 중요하니 민원대응교육이다. 문제의 중요성을 부정하기 어려우니, 교육의 추가도 큰 저항 없이 통과된다. 최근에도 그렇다. 현재 의견수렴이 진행 중인 「청렴 및 국민권익보호 교육 지원법」 제정안은 청렴교육을 별도 법률로 체계화하려는 것이다. 5년 단위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세우고, 공공기관의 교육 실적을 점검하며, 그 결과를 중앙행정기관 자체평가·공기업 경영실적 평가·시도교육청 평가 등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교육자료와 전문인력, 경비 지원 및 교육전문가 양성의 근거도 함께 둔다. 문제는 청렴이 아니라 일률성이다 청렴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공직자의 청렴의무는 당연하고, 부패는 공공신뢰를 무너뜨린다. 예산·회계·계약·인사·인허가·감사처럼 권한과 재량이 집중된 직무에는 심화교육과 엄정한 책임…
2026-07-07 10:00
교육부가 지난 5월 28일 안전한 환경 속에서 학교가 마음 놓고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학교안전법」을 개정해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경우 교사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고, 사고 초기부터 교육청 전담팀과 전담변호사가 법률 대응을 지원하며, 보조인력 배치 기준을 ‘학생 50명당 1명’에서 ‘학급당 1명’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적용 범위도 수학여행만이 아니라 운동장 체육활동, 실험·실습 등 교육활동 전반으로 넓혔다. 그동안 교원단체가 줄기차게 제기해 온 요구를 일부나마 반영하려 한 노력이 보인다는 점, 국가가 이제야 교사의 절박한 현실을 제도적으로 마주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교사를 지키기 위한 실질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교총을 비롯한 교육 현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이번 대책이 겉보기에는 교사를 두텁게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현장 교사들이 직면한 근본적인 두려움과 법적 취약성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한 미완의 대책에 그치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중과실 면책 기준의 모호성이다. 교육부는 ‘안전사고관리 지침을…
2026-07-07 10:00
몇 년 전이었다. 6학년 서너 명이 도서관에 왔다. 독서동아리를 만들려고 하니 동아리 지도를 맡아 달라는 부탁이었다. 여태까지의 독서동아리는 보통 다른 동아리를 신청했다가 떨어져서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이 오는 동아리였는데 의외로 여학생 몇 명이 이끄미가 되어 부탁하러 왔으니, 나로서는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이들은 동아리 모집을 위해 동아리 활동을 소개해야 하는데 독서 외에 다른 활동을 넣어도 되냐고 물었다. 모든 활동은 책과 연결되는 것이라서 활동 자체가 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우리 학교의 경우 학생자율동아리는 3학년부터 6학년이 함께하는 동아리다. 매주 화요일 5~6교시에 각 교실과 특별실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된다. 이끄미를 맡은 고학년들이 포스터를 그려서 복도 게시판에 붙이고 각 학급에 돌아다니며 동아리 부원을 모집했다. 나는 나대로 ‘과연 어떤 아이들이 올까? 몇 명이 올까?’ 하는 기대감에 일주일을 보냈다. 함께 어울리는 마당 동아리 수업 전날 이끄미들이 달려왔다. “선생님, 12명이 모집되었어요!” 적극적으로 홍보한 덕에 12명의 아이가 모인 것이다. 농촌 소외지역의 소규모학교라 12명은 많은 숫자였다. 그 노력이 기특했다.
2026-07-07 10:00
AI가 대신 써준 과제, 우리는 무엇을 평가하고 있는가 “선생님, 이 학생 글이 좀 이상한데요. ChatGPT가 쓴 것 같아요.” 어느 교사로부터 들은 말이다. 학생이 제출한 논술형 수행평가 결과물이 지나치게 유창하고 구조적이었다. 평소 글쓰기를 어려워하던 학생이었는데 갑자기 수준 높은 문장을 써냈다. AI 대필을 의심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AI 탐지 프로그램을 돌려봤지만, 결과는 애매했다. 결국 그 교사는 학생이 제출한 산출물에 점수를 매길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특정 교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생성형 AI가 일상화된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학생들은 몇 초 만에 서·논술문을 완성할 수 있고, 자료를 분석하고 요약하는 일도 AI가 대신한다. 과거에는 학생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작성했던 결과물이 이제는 프롬프트 한 줄로 뚝딱 만들어진다. 교사들은 이러한 결과물 앞에서 당혹감을 느낀다. AI가 썼는지 학생이 썼는지 모를 산출물에 점수를 매기는 일이 과연 타당한 평가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구심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학생이 제출한 산출물 자체를 평가해야 할까, 아니면 그 산출물이 만들어지는 과
2026-07-07 10:00
12살, 처음 법을 만나다 “법은 나쁜 사람을 벌주기 위해 있는 거예요.” 사회 수업 시간, 한 학생이 자신 있게 말했다. 교실 곳곳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이 보였다. 아이들에게 법은 규칙을 어기면 벌을 주는 장치에 가까웠다. 누군가는 경찰을 떠올렸고, 누군가는 감옥을 이야기했다. 법이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에까지 이른 학생은 많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초등교육과정에서 인권·법·헌법은 5학년이 되어 처음 만나는 개념이다. 3·4학년 동안 관련 내용을 거의 배우지 않다가 5학년 1학기에 처음으로 개인의 권리와 사회의 질서, 그리고 헌법과 법의 역할을 탐구하게 된다. 그래서 5학년은 아이들이 민주시민으로서의 첫걸음을 내딛는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현재 IB 월드스쿨 후보학교인 구미원당초등학교에서 근무하며, 올해로 5학년 담임을 5년째 맡고 있다. 매년 이 단원을 지도하면서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아이들이 법을 단순히 외워야 할 지식으로 배우기보다, 자신의 삶과 연결하여 이해할 수는 없을까? 법이 왜 필요한지, 인권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리고 정의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2026-07-07 10:00평가에서 AI 활용과 관련한 이슈 AI 시대의 평가 관련 강연을 할 때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교수자가 평가 문항 제작, 보고서 주제 예시 추출 및 평가 루브릭 제작, 보고서 평가 및 피드백 작성 등을 작업하면서 AI를 사용하면 밝혀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사용을 금하면서 교수자가 사용하는 것은 AI 활용 윤리에 어긋나는 것은 아닐까? 교수자의 AI 활용을 밝히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사용 내역을 밝힌다면 어디까지 그리고 어떻게 밝혀야 할까? 사용 내역을 구체적으로 밝힐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무엇이고, 이에 대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등 다양한 질문이 이어진다. 여기서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AI 시대 교수자의 윤리와 활용 지침 학생이 AI로 글 쓰는 것을 금하면서 교사가 AI로 채점하는 것은 과연 정당할까? 뉴욕대학 철학 교수인 콰메 아피아(Kwame Appiah)는 “학생이 보고서 초안을 작성할 때 AI 사용을 막는 이유는 다른 기술처럼 글쓰기도 많은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과제 채점 능력을 갖고 있는 교사가 평가 연습을 할 필요는 없다”라는 요지의 이야기를 했다(Appiah, 2
2026-07-07 10:00
블랙코미디가 된 교실의 현실 최근 한 연예인의 유치원 교사 일상을 담은 콘텐츠가 온라인상에서 연일 화제다. 영상 속 교사는 아이들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면서도, 시시때때로 걸려 오는 학부모의 민원 전화에 연신 사과하고 양해를 구하느라 바쁘다. “아, 그러셨구나! 우리 OO가 그렇게 느꼈군요. 아니에요, 어머님~ 그런 게 아니라….” 아이의 말을 확인하려는 학부모에게 자신의 휴대폰 기종, 연애 유무, 심지어는 외모에 대한 지적 같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까지 해명해야 하는 모습은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최근 업로드된 콘텐츠에서는 야외 활동 중 아이가 혹여 모기에라도 물릴까 봐 고군분투하는 교사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쯤 되면 ‘블랙코미디’급이다. 댓글창을 가득 메운 현직 교사들의 목소리는 이것이 단순한 예능적 설정이 아니라, 오늘날 대한민국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엄연한 현실임을 증명한다. 대체 학부모들은 국가의 공교육과 보육을 담당하는 전문직인 교사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지금 교사를 ‘교육자’가 아닌 ‘감정 노동 서비스직’으로 소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법적 근거와 안전망 _ ‘놀이’는 교육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단순히…
2026-06-04 10:00Ⅰ. 들어가며 각 시·도교육청 교육전문직 정책논술 문제 중 2025년 인천시교육청 교육전문직 초·중등 공통 정책논술 문제를 분석해 정책논술 작성의 실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문제도 2027 하이패스 교육전문직 기출 문제집에 실린 복기 문제를 바탕으로 출제 의도, 논술 전체 구조를 분석하여 예시 문장과 예시 논술을 제시해 본다. Ⅱ. 문제 제시문을 고려하여 학교 현장 지원을 위한 교육지원청의 지원 방향을 논술하시오. • 학교 현장과 밀접하게 관련된 업무에 대한 교육지원청의 역할이 대폭 확대되고 있다. • 지역 현안과 연계한 사업 발굴과 정책 지원으로 교육지원청의 역할이 중요하다. • 신도시 지역 교육 수요 급증 등 현장 수요와 지역별 여건에 대응하는 유연하고 자율적인 조직 운영이 필요하다. ‘교육부:교육지원청 학교 현장 지원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계획’ Ⅲ. 출제 의도 다음 논술 문제의 출제 의도를 채점 기준과 문항 구조에 맞춰 체계적으로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1. 출제 의도의 핵심 방향 이 문항은 단순한 ‘지원 방안 나열’이 아니라, 교육지원청의 역할 재정립과 현장 맞춤형 정책 설계 역량을 평가하려는 문제이다. 즉 수험자가 교육지원청의 기능 변
2026-06-04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