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콩나물과 두부 심부름은 내 몫이었다. 오백 원짜리 동전을 하나 받아 들고, 동네 슈퍼마켓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걸어가는 것은 재미가 없었다. 달려가야 재미있었고, 부모님에게 핀잔을 들을지언정 넓은 길보다는 좁은 길, 낮은 곳보다는 높은 곳으로 다니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것은 당시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유희하는 인간, 아동의 유희는 몸의 움직임 몸의 움직임이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은 요한 호이징가의 ‘호모 루덴스’ 관점에서 얘기할 수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유희(놀이)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데, 놀거리가 성인만큼 다양하지 않은 어린아이일수록 몸(신체)을 활용해서 유희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이는 곧 정서발달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본다. 성인들의 유희는 어떠한가? 하나하나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범위가 넓다. 유행하는 드라마나 영화 감상하기, 독서, 공연관람, 악기나 운동 배우기, 사회적 관계(친구나 지인) 유지하기 등등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성인이기 때문에 그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여 유희 욕구를 채운다. 어린아이는 어떠한가? 돌도 지나지 않은 아기가 까르르 웃으며 손발을 흔들어 대는 장면을 연상하면 쉽다. 학교 복도에서
2024-02-06 10:30들어가며 통계청에 의하면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출산율이 1명대 아래이며, 2022년 출산율은 0.78명으로 1년 전보다 0.03명 줄어들었다. 저출산 문제는 ‘지방 소멸’을 넘어 ‘국가 소멸’에 이를지 모른다는 기사가 매스컴에서 자주 제시되고 있는 현실이다. 출산율 저하는 가속화·지속화될 것이며, 결국 학령인구 감소의 원인이 될 것이다. 교육부 추계자료를 보면 올해 입학 인원이 한 명뿐인 초등학교가 전국 140곳에 달한다. 전국 초등학교 1학년 학생수는 총 37만 9,373명으로, 2학년 전체 학생수 42만 1,663명보다 4만여 명 적다(교육부, 2022). 수치로는 4만여 명 정도 감소지만, 이는 분명 간과할 수 없는 비율이다. 특히 경기도교육청은 2024학년도 초·중·고등학교 학생 배치계획에 따라 초등학교 26~30명, 중학교 27~36명, 고등학교 25~35명으로 배치기준을 전체적으로 하향 결정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자연적 인구 감소는 물론 학령인구의 도시지역 이동으로 인한 사회학적 인구 감소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농산어촌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학령인구 감소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는 초등학교 축소 및 폐지에 실질적인 영향을…
2024-02-06 10:30살면서 무언가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때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가 뭘까요? 우리 머릿속에 천사와 악마가 있어서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는 경우 다들 자주 경험하시죠? “이거 해야 돼. 인마! 넌 할 수 있어!”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아니야, 우리에겐 내일이 있으니까, 오늘은 쉬어도 돼! 그냥 배민에서 마라탕 시켜! 1시간만 더 자!”라고 유혹하곤 하죠. 여러분은 어떤가요? 악마의 속삭임을 이겨내나요? 보통은 악마가 이기거든요. 그럼, 진짜 이런 악마의 부위와 천사의 부위가 뇌에 있을까요, 없을까요. 궁금하지 않으세요? 실제로 존재한다고 합니다! 우선 최대한 단순화시켜서 준비해 본 뇌 사진을 살펴볼까요? 우리에겐 본능과 감정이 있죠. 본능대로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게 되죠. 이렇게 일차원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끊임없이 우리의 본능을 유혹하는, 악마 역할을 하는 뇌 부위가 바로 뇌의 중심에 위치한 파란 색깔의 변연계라는 부위입니다. 특히 변연계 중 편도체라는 부위가 그런 기능을 담당합니다. 반대로 천사 역할을 하는 부위는 전전두엽입니다. 이마 쪽에 딱 붙어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게 해 주고, 우리가 사회적인 행동
2024-02-06 10:30우리 경제가 문제다. 지난 30년간 한국경제는 김세직(2016)에서 제시한 ‘5년 1% 하락의 법칙’에 따라 ‘장기성장률’이 매 5년마다 1% 포인트씩 하락해 왔다. 이 법칙에 따라 김영삼 정부 6%대에서, 김대중 정부 5%대, 노무현 정부 4%대, 이명박 정부 3%대로 하락해 왔다. 박근혜 정부 2%대, 문재인 정부 1%대를 통과하여 멀지 않은 장래에 0%대로까지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장기성장률 0%대의 제로성장 시대가 오면, 연간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역성장 위기를 2년에 한 번꼴로 맞아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로 인한 가계부채 발 금융위기와 실물위기가 결합된 복합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좋은 일자리도 급격히 감소하여 2,800여만 근로자 중 절반 이상이 매년 소득이 감소하는 일자리에서 일해야만 한다. 성장추락으로 인한 이러한 위기적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현대 경제성장 이론에 따르면 5년 1% 하락의 법칙에 따른 성장추락을 겪고 있는 이유가 무엇보다도 교육에 있다. 특히 시대착오적인 모방형 교육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기 극복의 해법은 우리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2024-02-06 10:30올 1학기부터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이 교사를 대신해 학교 안팎의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한다. 학생 선도와 학교폭력예방 활동을 맡고 있는 학교전담경찰관(SPO) 규모도 10%가량 늘어난다. SPO는 학교폭력 사안 조사를 돕는 수준까지 업무가 확대된다. SPO와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은 학교폭력예방과 교사 업무부담 경감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새교육은 서울강서경찰서 소속 SPO 정용근 팀장(사진 오른쪽)과 조대진 반장(사진 왼쪽)을 만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서경찰서, SPO 1명이 학생 1만여 명 담당 정용근 팀장은 경찰 경력 32년 베테랑 형사. SPO를 9년째 맡고 있다. 그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조대진 반장은 SPO 경력 2년 차다. 현재 강서경찰서에 배치된 SPO는 5명, 각 1명당 17개 초·중등학교 9,500명의 학생을 담당하고 있다. 117 신고업무처리부터 학폭 발생 시 현장출동, 위기청소년 선도, 청소년 장학금 지원, 우범송치 등을 비롯하여 각급학교에서 운영하는 성고충위원회와 교권보호위원회,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위원회 등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청소년 도박과 마약 업무까지 맡게 됐다. 이들도…
2024-02-06 10:30정말 맛있었다. 짙은 액체가 입 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순간, 어떻게 이렇게 깊을 수가 있을까, 어떻게 이렇게 신선할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천카페에서 파는 120원짜리 커피 한 잔에도 감탄이 나온다. 에티오피아를 처음 찾은 건 몇 해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갈 때였다. 원래 홍콩과 요하네스버그를 거쳐 더반으로 가는 여정이었지만, 비행기가 연착하면서 항공편이 꼬여 갑자기 아디스아바바로 들어가게 됐다. 홍콩에서 아디스아바바까지 비행시간은 11시간이었다. 담요를 부탁했지만, 승무원은 담요가 없다며 대신 따뜻한 차를 마셔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녀가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홍차를 마시고 겨우 잠들었던 것 같다. 스리랑카 콜롬보 상공을 지날 때쯤 눈을 떴는데 창밖으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창문은 복숭앗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인도양은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잘못 든 길’이 주는 행운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슬며시 좋아졌다. 더 좋은 건 비행기 환승시간이 넉넉했다는 것. 그래서 비록 공항에서지만 에티오피아 커피를 에티오피아에서 마실 수 있었다는 것. 커피는 기대보다 별로였지만, 여기…
2024-02-06 10:30아이들을 망치고 싶어 교단에 오르는 교사는 없을 것이다. 교단에 서는 가장 큰 이유, 그리고 교단을 지키는 힘의 원천은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성장을 바라보며 느끼는 보람이다. 그런데 학생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함에도 반대의 결과가 나와 비판을 받는 교사들이 있다. 왜 그럴까?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실은 우울증을 심화시키는 행동을 하는 사람과 비슷한 것은 아닐까? 교수법을 비롯한 교육 관련 서적을 집중적으로 읽으며 자신의 전문성을 높이고, 다른 교사들을 자주 만나 그들의 교수법과 생활지도법을 열심히 배우며, 신문기사도 교육 관련 기사를 집중적으로 보고, 그 기사를 통해 현실 문제에 대해 고민하며 제시된 대안들을 실천에 옮기는 교사가 있다면, 그는 아이들을 잘 지도하는 훌륭한 교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게 된다. 정말 그럴까? 이러한 선생님은 훌륭한 선생님이 되는 법만 배우고, 엉터리 선생님이 되는 법을 배우지 못한 탓에 자신의 의도와 달리 엉터리 선생님이 될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엉터리 선생님이 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다면 역으로 훌륭한 선생님이 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이 글은 우연히 마주친 글을 읽다가 떠올라 발전시…
2024-02-06 10:30알파세대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과 학교 현장의 고민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학교 현장에서는 유아기부터 스마트폰에 익숙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겪을 어려움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코로나 팬데믹 동안 다양한 인간관계를 접할 기회가 줄어든 학생들은 스마트기기 의존도가 늘어났고, 이후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은 ‘알파(α)세대1’라고 지칭되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다양한 어려움들을 토로하고 있다. 그렇다면 알파세대 아이들이 머무는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인식하고 있는 문제점들은 무엇일까? 첫째, 학생들의 문해력이 낮아지고 있다. 2022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연구 결과2에 따르면 ‘알파(α)세대’에 해당하는 2010∼2013년생은 직전 세대에 비해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디지털 콘텐츠 이용 경험이 무려 열 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최근 방영된 EBS 다큐멘터리K ‘책맹 인류’에서는 기본적인 교과서조차도 제대로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초등학생들을 조명하였는데, 이는 현재 초등학교 교실의 심각한 문해력 저하 문제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둘째, 학생들의 학습격차가 커지고 있다. 기초학력미달 학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2
2024-02-06 10:30첨단 기술 발전의 성패는 그로 인해 인간관계가 얼마나 좋아지는가에 달렸다고 합니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가 1982년도 저서 메가트렌드에 처음으로 제시한 하이터치 하이테크(high touch high tech) 개념은 첨단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간의 감성과 따뜻함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 후로 40년이 지난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하이테크 사회를 이루어 냈습니다. 미래 기술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제품 박람회인 CES 2024에 참여한 4,000여 세계적인 첨단 기술 기업 중 한국 기업이 무려 20%를 차지한 것만 봐도 확실합니다. 한국은 하이테크 사회를 이루는 동안 안타깝게 하이터치가 아니라 노터치(no touch) 사회가 돼버렸습니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이 되더니 드디어 혼족 사회가 되어서 집에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이미 셋 중 하나를 넘었고, 매해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회 전면에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가족이 점점 흩어지고 있습니다. 여럿이 함께 사는 가정도 실은 탈가족 상태입니다. 아침에 가족구성원들이 뿔뿔이 흩어집니다. 부모는 일터로,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으로, 영유아마저 어린이집으로 각자 떠납니다. 저녁때에나…
2024-02-06 10:30지난해는 학교의 오랜 ‘몸살’이 지천으로 공론화되는 시간이었다. ‘교권 4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이 개정되고 법률에 교원의 생활지도권을 명문화하는 등 각종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전기를 맞았다. 하지만 ‘몸살’은 현재진행형이다. 몇 개의 법령개정만으로 학교라는 복잡한 생태계에 얽히고설킨 ‘몸살’이 치유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대증요법이 아니라 치유책이 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와 대응이 필요하다. 지난해 9월 1일 교육부의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이하 ‘고시’라 한다) 제12조(훈육) 제6항 제3호 및 제4호에 따른 분리도 마찬가지이다.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학생을 분리할 수 있다는 고시의 규정이 학교의 ‘몸살’을 치유하는 데 의미를 지니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검토에 앞서 무엇이 정책의 목표이고 수단이며, 그 수단의 하위수단은 어떠한 것인지 명료히 할 필요가 있다. 학술적 의미로서 정책이란 ‘바람직한 사회상태를 이룩하려는 정책목표와 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정책수단에 대하여 권위 있는 정부기관이 공식적으로 결정한 기본방침'으로 정의된다. 학교가 겪고 있는 ‘몸살’을 해소하려는 일련의 조치들은 「헌법」에 명시된…
2024-02-06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