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으로 비치는 초록의 옷 위에 고운 봄꽃들이 소담하게 피고 있다. 그 소담한 꽃들을 바라보며 잠시 짬을 내어 여러 마음들을 들여다보았다. 옛 사람들의 한시를 맑고 고운 우리말로 풀어놓은 손종섭의 손끝에 남은 향기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사랑과 이별과 그리움, 그리고 정한의 슬픔과 인생의 무상함 같은 일상의 삶들이 눈앞에 펼쳐지듯 새록새록 다가온다. 또 젊은이의 호기로움과 세상에 대한 해학과 풍자, 삶에 대한 달관의 모습이 가슴을 들뜨게도 하고 힘이 솟게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가 반하고 놀란 것은 한시를 풀어낸 말솜씨였다. 아흔을 바라보는 선생은 실어증에 빠진 한자를 알짬 같은 고운 우리말로 한시를 나긋나긋 풀어냈다는데 그 맛이 달콤하면서도 질리질 않는다. 또 하나 글을 읽다 보면 한시를 풀어놓은 것을 읽는 것인지 예스런 시조를 읽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하고 선생의 말을 찾아보니 선생은 한시를 풀어내면서 시조 가락으로 옮겨 놓았다 한다. 한시를 시조의 가락으로 풀어보니 그 예스러운 맛과 우리만이 간직해온 숨결이 다복다복 살아난다며 좋아하는 선생의 모습이 절로 상상이 된다. 허면 맛깔스런 몇 편의 글을 선생의 손길로 풀어
2007-03-18 21:01가야산에 자리 잡은 해인사에는 산내 암자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성철스님이 입적하기 전까지 기거했던 백련암 등 이름난 암자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해인사와 팔만대장경만 보고 온다.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의 명성에 가려있는 암자들을 사진으로라도 감상을 해보자. 해인사로 가다보면 1㎞ 전에 1972년 영암 대종사께서 창건한 길상암이 있다. 왼편 산중턱으로 난 꼬불꼬불 계단 길을 숨 가쁘게 올라가야 하지만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기도처로 이름이 났다. 암자로 오르기 전에 만나는 냇가에 미안마 우소비타종정께서 모시고 있던 석가모니부처님의 진신사리 34과를 모신 탑이 있다. 길상암에서 해인사로 가는 길에 만나는 또 하나의 암자가 삼선암이다. 1893년에 자홍스님께서 창건한 삼선암은 최근에 비구니 선원을 세우는 등 도량의 규모가 커졌다. 삼선암 담장을 끼고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계곡이 있다. 해인사의 일주문에서 200여m 거리에 있는 홍제암은 사명대사가 입적한 곳으로 유명하다. 임진왜란이 끝난 뒤 이곳에 은거하던 사명대사가 입적하자 광해군은 스님의 열반을 애도하며 자통홍제존자(慈統弘濟尊者)라는 익호를 내리고 이곳에 스님의 비를 세웠다. 그 뒤
2007-03-18 08:123월 10일 많은 사람들에게 한줄기 빛으로 기억되고 있는 성철 스님 등 고승들을 많이 배출한 해인사를 찾았다. 호국신앙의 요람인 해인사는 통도사, 송광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사찰 가운데 하나로 대한불교 조계종 제12교구의 본사이다. 신라 애장왕 때 순응과 이정 두 스님이 창건하였고 '대적광전(大寂光殿), 3층석탑, 석등'은 창건 당시의 유물이다. 이 절에 머물렀던 희랑이 후백제의 견훤을 뿌리치고 고려 태조를 도와줘 고려의 국찰이 되었다. 주차장에서 해인사로 가는 길은 자연과 벗할 수 있는 산책로다. 길옆으로 대죽이 자라고 계곡에는 깨끗한 물이 졸졸졸 흐른다. 큰 나무들은 가지마다 겨우살이를 매달고 있다. 주차장 주변의 상점에서 겨우살이를 파는 이유를 알만도 하다.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것은 그림자 못으로도 불리는 영지다. 영지는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로 대가야국 김수로왕의 부인이었던 허황후가 속세를 떠나 불문에 든 일곱 왕자를 그리워하던 안타까운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아름드리 나무들이 있는데 그중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 고사목 등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1천 143살이 되던 1945년 고사했다는 것만으로도 해인사의 유구한 역사를 알 수 있다
2007-03-17 20:55바다를 건너온 봄의 전령사들이 남도에서부터 활짝 꽃을 피우며 봄소식을 전해온다. 이렇게 좋은 계절에 콧노래를 부르며 여행지로 떠나는 것도 우리 몸에는 보약이고 생활에는 활력소가 된다. 꽃이나 사람이나 향기가 있어야 아름답다. 사군자중 하나인 매화가 바로 그런 꽃이다. 크지만 시나브로 피고 지는 동백꽃이나 화려함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벚꽃과 달리 작고 여리지만 매화에는 진한 향과 절개가 있다. 섬진강가에 있는 청매실농원(전남 광양시 다압면)의 유명세 때문에 대부분 매화하면 섬진강부터 떠올린다. 낙동강을 바라보며 토종매실 100년의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원동(경남 양산시 원동면)의 매실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들이 적다. 원동 소재지에서 1022번 지방도를 따라 물금방향으로 가면 2㎞ 거리의 고갯길 오른쪽으로 작은 주차장이 있다. 이곳이 예전 원동역 관사가 있던 자리에 조성된 관사마을이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면 발아래로 매화와 기찻길, 낙동강과 주변의 산들이 어우러지며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사진기만 있으면 누구나 작품사진을 남길 수 있는 장소다. 봄바람을 맞으며 기찻길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이 열차가 오갈 때마다 열심히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댄다. 이곳에 원동 매실의
2007-03-15 22:47“아버지는 쟁기지고 앞서 가시고 나는 뒤따라 간다. 커다란 누렁소 너를 내가 몰고 간다. 네가 길가의 풀을 뜯으며 딸그락딸그락 자갈길을 간다.” 어릴 때 농촌에서 살았던 사람이라면 이렇게 소를 몰고 가는 장면이 눈에 선할 것이다. 아버지는 지게 위에 쟁기를 지고 앞서 가고 어린 아들은 누렁소의 고삐를 잡고 뒤따라 간다. 이따금 누렁소는 길가의 맛있는 풀을 보면 풀을 뜯어 먹는다. 어린 아들은 힘에 부쳐 소가 이끄는 데로 따라 간다. 그러면 아버지는 돌아서서 소에게 ‘이랴 이랴!’ 한 마디 하면 소는 신통하게 풀을 뜯다 말고 다시 길을 간다. 어린 시절 그 소에 대한 추억을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고스란히 피어오르게 한 책이 있어 보는 사람을 반갑게 한다. 시적인 듯 하면서도 소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구수한 목소리의 김용택의 글에 비온 뒤의 맑은 수채화 같은 이혜원의 그림이 곁들인 “이랴 자랴 누렁소야!”다. “나는 누렁소야. 내가 사는 이곳은 ‘현석이네 집’이지. 나는 작년 봄 순창 쇠장에서 이 집으로 왔어. 그때 나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젖떼기였어. 현석이 아버지는 튼튼해 보이는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다른 소보다 비싼 값을 치르고 나를 이곳에 데려왔지.” 이…
2007-03-15 22:46필자는 올해로 50세가 된 아줌마이다. 가요무대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는 언제부터인가? 필자는 40세 때부터 시청하였으되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들이 듣고 부르시는 노래들인 까닭에 가요무대에서 들려주는 소위 ‘뽕작’ 노래에 익숙하였다. 20대 후반에서 30대까지는 학업과 결혼, 사회생활과 육아로 TV를 한가하게 볼 시간이 나지 않았다. 필자의 세대는 70년대 즉 트윈폴리오, 양희은, 김세원 등 번안가요 세대, ‘꿈의 대화’ ‘나 어떡해’ 등 대학가요제 세대이다. 대중 가요를 포함한 TV 드라마, 영화, 연극 등 대중문화는 많은 이의 관심을 받아야 하므로 당대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지향하는 바와 생각 그리고 현실을 가장 가깝게 반영하고 표현한다. 필자가 오래된 구식 노래를 좋아하는 바탕에는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있다. 40대 아줌마들에게 좋아하는 노래를 물어보는 라디오 방송에서 이미자씨의 ‘여자의 일생’을 들으면 ‘친정어머니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난다’는 답변을 듣고 공감을 했었다. 친정 어머니는 ‘찔레꽃’과 ‘봄날은 간다’를 좋아하셨다. 필자가 나이든 탓인지 오래된 노래에서는 진심과 한, 여유가 느껴진다. 필자의 직업은 대학교수이다. 몇 년전 학생
2007-03-15 09:36대한민국의 제주에 제일 먼저 도착한 봄은 바다를 건너 한반도의 남해안에 상륙을 시도한다. 그리고 연어처럼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봄기운을 퍼트린다. 섬진강에 광양매화마을이 있다면 낙동강에는 원동매화가 있다. 중앙고속도로지선인 물글나들목을 빠져나와 1022번 지방도를 타고 낙동강을 따라 올라가면 물금역을 지나 원동역으로 향하게 된다. 강변을 따라 철도와 도로가 나있어 낭만적인 드라이브길로 손색이 없다. 원동역 약 2km 전방에 하얀 팝콘같은 매화가 강변 철길 옆을 가득 매우고 있다. ‘순매원’이란 입간판이 세워진 도로변 옆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언덕길을 내려서면 매화가 지천이다. 순매원은 경남 양산시 원동면 원리 삼정지마을의 낙동강변에 자리한 매화밭이다. 삼정지란 옛날 정자나무 세그루에, 인가가 세군데 있었던데서 유래한 마을 이름이다. 천태산 자락아래의 낙동강변에 자리하고 있는데다 연중 온화한 기후라 매실 재배에 알맞은 일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곳을 지난 주말 밀양의 ‘삼량진 딸기한마당 축제’를 보고 난 후 아들과 함께 들렀다. 매화밭 입구에는 물레방아가 제일 먼저 손님을 맞는다. 물레방아 옆으로는 장독이 길게 늘어서 있어 사진찍기에 더없이 좋다. “어서 오세
2007-03-14 10:25작년 겨울에도 고성에 있는 통일전망대를 찾았었다. 그때는 아내와 단둘이었지만 이번에는 아이들과 같이 떠난 가족여행 길이라 새로웠다. 통일전망대는 분단국가에 사는 국민으로서 통일의 의지를 다지고 이산가족들이 망향과 분단의 설움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최동북단인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호리의 해발 70미터 고지에 위치한다. 통일전망대에 가려면 통일안보공원(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마차진리)에서 간단하게 수속을 밟아야 한다. 세계자연광물박물관 앞에 있는 통일안보공원에서 통일전망대까지는 10km 거리다. 통일안보공원에서 출입신고서에 대표자 인적사항, 차량번호, 차종, 출입자 인적사항 등을 적어 제출하고 강당에서 10분짜리 안보교육용 홍보물을 감상한다. 타고 온 차량을 이용해 통일전망대로 이동하는데 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출발한지 5분정도면 우리나라 최북단마을 명파리를 지난다. 최북단해수욕장, 최북단휴게소, 최북단주유소 등 최북단이라는 수식어가 이곳에서는 자연스럽다. 명파리를 지나면 바로 민간인들이 출입에 통제를 받는 민통선이다. 군인들에게 출입신고서를 제출하면 민통선 차량출입증을 준다. 출입증을 차량 전면에 비치한 후 검문소를 통과해 3~4분이면 통일전망대에
2007-03-13 09:09강원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청정지역이다. 그중에서도 화진포의 아름다운 경치와 깨끗한 자연환경을 으뜸으로 꼽는다. 영화촬영지로 각광받으며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원기념물 제10호인 화진포호는 담염호(淡鹽湖)로 주변에 갈대밭과 솔숲이 많고, 서식어가 많아 낚시터로도 유명하며, 겨울철에는 고니ㆍ큰고니ㆍ혹고니 등이 날아든다. 특히 백조의 호수를 연상시키듯 푸른 물결 사이로 새하얀 고니 떼가 노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곳의 훌륭하고 멋진 경치를 탐낸 사람들도 많았다. 해방이후에는 김일성이 별장을 세웠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초대 대통령을 지낸 이승만과 자유당정권의 실세였던 이기붕이 별장을 세웠다. 지금도 화진포의 솔숲과 호숫가에는 당시의 별장 건물이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어 이념 때문에 남북으로 갈라진 것을 안타까워한다. 화진포의 성이라 불리는 김일성 별장, 이승만과 이기붕의 별장을 통틀어 화진포역사안보전시관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역사를 잘 몰라 김일성 별장이 왜 화진포에 있는지 궁금하면 38선과 휴전선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아보면 된다. 화진포 가는 길에 지나온 38선 휴게소를 떠올리는 것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승만과 이기붕의 별장 앞에서 권
2007-03-12 10:343월10일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의 삼랑진농협 안태가공공장 일원에서 삼랑진딸기발전협의회 주최로 ‘제 7회 삼랑진 딸기한마당 축제’가 열렸다. 삼랑진농협 안태가공공장은 삼랑진양수발전처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양수발전처 주변의 벚꽃길이 아름답다보니 벚꽃이 아름답게 필 무렵에 주로 축제가 열렸는데, 올해는 벚꽃개화시기보다 조금 앞당겨 축제가 열렸다. 삼랑진은 한국딸기의 첫 재배지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 시대인 1943년 송준생씨가 일본에서 벼슬딸기라는 모종 10여 포기를 들여와 삼랑진읍 송지리 204번지에 심은 것이 첫 재배로 이후 이웃 농가로 퍼져 딸기주산지가 되었다. 1962년에 송원리 정말영, 신기철, 신상선씨 등이 한미비닐을 이용해 대나무 턴널 재배를 시작한 것이 비닐하우스 재배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딸기한마당축제는 오전 10시 풍년기원제를 시작으로 화려한 막이 올랐다. 10시 30분 풍물마당놀이에 이어 식전공연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오전 11시에 개막식이 열렸으며, 이후 개막축하공연, 품바 각석이 한마당, 평양 통일예술단 공연 등이 열려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행사장 내에서는 우수품평 딸기전시, 밀양 농산물 및 먹거리장터, 민속놀이 체험마당, 딸기 페
2007-03-12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