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30 (수)

  • 맑음동두천 26.0℃
  • 구름많음강릉 28.0℃
  • 구름많음서울 24.5℃
  • 맑음대전 25.8℃
  • 맑음대구 26.1℃
  • 맑음울산 22.5℃
  • 맑음광주 25.0℃
  • 구름조금부산 21.0℃
  • 맑음고창 25.3℃
  • 구름조금제주 18.9℃
  • 구름조금강화 22.5℃
  • 맑음보은 25.4℃
  • 맑음금산 26.8℃
  • 맑음강진군 22.8℃
  • 맑음경주시 28.3℃
  • 맑음거제 21.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문화·탐방

이란의 산족 마을 어비어네(Abyaneh)


커션 도시의 역사적 집들을 돌아 보고나서 마지막으로 핀 가든(Fin Garden)을 탐방하기로 했다. 마침 핀 가든 커피숍에 들러 커피를 한 잔 해볼까 하고 들어섰다.

아름다운 고목나무 숲으로 단장된 커피숍 옆으로 맑은 온천수가 흘러간다. 정말 운치 만점에 절로 커피 맛이 나겠다. 숲 속에 카펫을 편 평상에 여유롭게 차이나 커피를 마시는 이란인들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커피를 주문하려고 하자 한 부자(父子)가 같이 차를 마시고 있다가 나를 보자 자기 자리로 오라고 손짓을 한다. 나도 혼자서 차를 마시는 것 보다 이들과 같이 마시면서 정보도 얻고 친구로 사귀기도하고 그래 안면몰수 하고 동석을 했다.



얼굴부터 부자 티가 나는 것이 금방 영어로 자기 통성명을 댄다. 자기는 호세이니, 아들은 파라잔드라고 한다. 지금 아르메니아 바쿠에서 무역업을 한단다. 명함을 건네주며 아르메니아를 오는 기회가 있으면 꼭 연락을 하라고 한다. 이란 사람의 친절이 시도 때도 없이 베풀어지는 모습이다.

커션 근교에 추천할 만한 유적지가 없느냐고 했더니 두말도 하지 않고 어비어네를 가보란다. 여기서 한 80여키로 떨어진 곳으로 이란 고산족이 산단다.

시간을 계산해보니 상당히 힘들 것 같아 포기하려고 하다가 언제 다시 이곳에 오겠는가 하는 마음이 들어 택시를 하나 잡고 흥정을 벌인다. 왕복 그리고 현지에서 한 시간 정도 기다리는 조건으로 20불정도 제시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제시하는 금액을 다 줄 수를 없다. 흥정 끝에 12불에 낙찰을 보고 떠난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한 7-8만원은 주어야 가능한 거리고 시간이다.

이곳 유명한 명승지 에스파한으로 가는 편도 3차선 고속도로를 한 60 km를 달리다가 오른 쪽 산길로 접어든다. 꼬불꼬불 산길로 접어들자 이란의 황량한 사막만 생각하였는데 계곡에 물이 흐르고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있었다.

물론 계곡에만 숲이 있을 뿐 산은 여전히 민둥산이다. 도무지 사람이 살 것 같지 않다. 길 옆 중간 중간에 양을 들이 풀을 뜯는 모습이 보인다. 어디엔가 사람이 살 것 같은 느낌이다. 찻길 옆에 작은 언덕에 작은 동굴이 많이 보인다. 동굴 문을 돌로 잘 쌓아 놓았다. 여닫이문도 보인다. 사람이 살 것 같지는 않고 기사 양반에게 물어보니 양들의 우리란다. 겨울에 추위를 여름에 더위를 막아주는 천연 우리란다.




꼬불꼬불 산길을 한 40여분 타고 오르니 저쪽 산 밑에 진붉은 진흙으로 층계층계 쌓아 올린 듯한 집들이 보인다. 아니 이 깊은 산중에 어떻게 해서 사람이 살게 되었을까? 동네가 위치한 높이를 점쳐보니 아무리 계산해도 해발 2,500m은 넘을 것 같다.



커션 도시가 해발 1,000m에 위치한 도시니까 올라와도 한참 올라왔다. 동네 뒤에 이곳 최고봉인 칼카스(Karkas 3,899m)산이 동네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 꼭 봉황이 알을 품는 듯하다.

14세기 경 몽고군이 당시 이란 셀쥬크 제국을 침입하자 많은 피난민이 이곳으로 피해 들어와 살았다. 이곳이 좋은 피난지로 자리 잡은 것은 약탈자들이 이곳으로 들어는 길을 알 리가 없고 설렁 들어와도 지리에 익숙하지 못해 패퇴하고 만다. 넓은 땅과 풍부한 물이 있어 농사짓기에 안성맞춤이다.




도착해 차에 내리니 한 노부부가 나무를 자르고 있었다. 우선 사람 생김새부터가 좀 달라보였다. 약간 동양인을 닮은 것 같기도 하였다. 할머니가 쓰고 있는 차도르가 일반 이란 여성들이 쓰고 있는 것과는 달랐다. 화려한 색상에 상체를 모두 가리는 그런 차도르였다.

낯선 이방인을 보자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차라도 한 잔 하자며 자기 집으로 가잔다. 고맙기는 해도 시간에 쫓기는 형편이아 사양하고 동네를 둘러본다. 다닥다닥 붙은 집이 모두가 붉은 진흙 벽돌로 지어져 있다. 집 골조는 나무로 얼기설기 이어서 지었다. 아래위로 오르내리는 길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위에 사는 사람은 아래 집 지붕이 마당이고 놀이터이다.


이곳도 아이들은 잘 보이지 않고 노인들만 보인다. 노인들이 길 옆에 전을 벌리고 노점상을 한다. 비닐봉지에 무엇인가 넣어 사라고 권한다. 과자는 아니고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니 호박, 사과, 버섯 말린 것을 판다. 가격도 무척 싸다. 한 봉지에 고작 우리 돈 500원 정도이다. 한 할머니의 집요한 호객 때문에 필요도 없으면서 두 봉지를 샀다. 같이 사진을 찍는 조건이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사내아이 두 명이 나를 보자 따라 붙는다. 자기들이 안내를 좀 해주겠단다. 아테쉬캇테(불의 신 모신 신전)를 가잔다. 이곳도 전통적으로 조르아스터교가 이곳을 지배했던 모양이다. 작은 사당 중앙에 화로를 설치해놓고 불이 활활 타고 있었다.

이 녀석들이 자꾸 나보고 ‘호터커러 베데’라고 한다. 필자가 쓰는 볼펜을 선물로 달란다. 왜 이들이 볼펜을 달라고 할까 생각해보니 이곳에 분교 같은 학교가 있는데 학용품 조달이 무척 어려운 모양이다. 그래 연필 대신해서 볼펜으로 써는 모양이다. 그래 마침 여유 분 한 자루가 있어 주었더니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형이 가지겠다고 한다.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자기가 개척하고 또 그기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은 신이 내린 적응력이다. 비록 산속 오지에 살아가고 있지만 이들에게는 순수한 자연이 내린 해독제와 같은 진흙 집에 살면서도 욕심을 버리고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