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카스피해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작은 도시를 이어주는 역할을 영업용 택시가 한다. 사람이 다 차면 출발한다. 이런 정보를 이용해 이번 여행에서 교통비를 무척이나 절약했다.
마후무드 마을에서 누르(NUR)가는 택시에 합승했다. 거리가 25㎞인데 1인당 500원이란다. 하여간 교통비 하나 싸다는 건은 차를 이용할 때마다 느낀다. 우선 기름값이 우리나라보다 한 20배 정도 싸니 그러는 것 아닌가 싶다. 휘발유 1리터에 100원 경유 17원 가스 15원이다.
이곳 가스피해 해안 지역 기후는 테헤란 지역과는 완전히 다르다. 우선 해양성기후로 비가 많이 오기 때문 온천지가 녹색 빛이다. 여느 우리 농촌 모습과 흡사하다. 알보즈라는 산맥을 사이에 두고 스텝기후 그리고 해양성기후로 확연히 달라진다.

저 멀리 손에 잡힐 듯한 산들은 완전히 정글 숲처럼 수목이 울창하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바다에서 불어오는 습한 공기 때문에 조금만 길을 걸어도 땀이 송그송글 맺힌다. 해안을 따라 걷다가 사이길로 나오는 데 건물 안쪽에서 왁자찌껄 소리가 들린다. 학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들어가보기로 했다.

이곳에서 학교를 탐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자 초등학교이다. 첫 눈에 학교 건물, 운동장 모두가 매우 빈약한 느낌이 들었다. 운동장은 시멘트로 포장해 놓았다. 직선 거리로 50미터도 안되는 아주 좁은 운동장이었다. 운동장 가운데 잘 꾸며진 모스크가 자리잡고 있었다. 살짝 들여다보니 아주 정돈이 잘되어 있었다.
마침 운동장에 놀고 있던 아이들이 벌떼처럼 모여들어 반긴다. 수업하러 들어가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한 선생님이 나와서 호령을 하니 들어간다. 교무실로 안내를 받았다. 교장 쯤으로 보이는 분이 극진히 나를 대접한다. 음료수를 가져오고 학교를 친절히 안내를 해준다.
농촌 소규모학교로 급당 학생 수가 한 20여명 정도 되었다. 환경자료며 교수 학습자료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역시 이슬람 종교 교육이 학교 교육보다 항상 먼저 인 것 같다. 운동장 중앙에 벽돌로 담을 높게 만들어 놓았다. 바로 저쪽이 여자초등학교인 셈이다. 가봐도 되겠느냐 했더니 답을 안한다. 못가라는 뜻이다.
좀 있으니 선생님들이 우르르 몰려와 질문 공세를 펼친다. 이란에 온지 얼마나 되나, 어디 사나, 그 중에서도 한국 선생님들 월급이 얼마나 되느냐에 관심이 많다. 민감한 문제라 한국이 세계 최고의 전자제품에 자동차에 이런 강국이 된 것은 순전히 헌신적인 선생님들의 노력 때문이라고 선생님들의 급료는 그 어느 직종보다 많다고 하자 모두들 수긍을 한다. 같이 기념 촬영을 하고 나왔다.

이번엔 제법 큰 뉴샤르 도시로 이동했다. 인구가 한 4만명 정도 된다나. 이젠 카스피해 해안보다 이곳 삶의 총집합체인 시장을 탐방한다. 소규모 도시의 시장은 언제나 정감이 넘치고 특별한 체험들이 있기 마련이다. 우선 어시장을 탐방했다. 시설은 다소 엉성했으나 이곳 해안에서 잡힌 다양한 물고기들이 지천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한 상점 주인은 자기랑 사진이라도 한 장 찍자며 물고기를 내 손에 잡혀준다. 큰 고기는 어린 아이만한 물고기도 있었다. 아직은 카스피해가 오염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이 물고기 전에서는 내가 오히려 구경거리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모두들 ‘헬로우 캄’ 하고 소리를 지른다. 여러 사람들의 호의를 뿌리치고 시장을 빠져 나오려고 하는데 한 곳에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어 가 보았다. 축구 토토에 배팅을 하고 있었다.
좁은 사무실에 이란 축구팀 사진이 큼직하게 붙어 있고 이 나라 최고 선수인 알리 카리미 사진이 별도로 크게 한 장 붙어 있었다. 평소 이 나라 국가 대표 축구 선수 이름을 다 외우고 있어 이름을 주워섬기니 모두들 놀란다. 하세미안 .나비드키아. 알리바이 등 축구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작년 11월 15일 이곳에서 이란이 한국을 2:0으로 이긴 것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여기 모인 모든 사람들은 축구 도사들이었다. 나 역시 축구 도사다. 이들과 브라질 프로축구, 영국 프로축구 등 이야기를 나누면서 해박한 축구 상식에 모두들 환호를 보내준다. 한 젊은 양반이 오늘 밤 자기 집에 가잔다. 맘이야 꿀떡 같았지만 또 내일이 있어 사양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 이젠 내 보금자리 테헤란으로 가야한다. 오후 1시 30분에 있단다. 거리는 한 250㎞ 정도 되지만 시간은 무척 많이 걸린단다. 한 6시간 정도. 그만큼 길이 안좋다는 뜻이다. 남은 시간을 이곳 아담한 호쉬겔 호텔 커피솝에서 보낸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오늘 재미난 일들을 기록한다. 기록은 그 순간에 하는 것이 가장 현실감이 난다.
테헤란 행 버스에 올랐다. 마침 표를 일찍 예약한는 바람에 제일 앞 좌석을 배정 받았다. 낯선 유색인종은 나 밖에 없다. 이런 여행을 누구나 할 수는 있어도 시간 배짱 그리고 노하우가 없으면 어렵다. 푸른 숲을 띤 뉴샤르 작은 마을을 빠져나간다. 앞에 까득히 산이 보인다. 모두가 초록빛이다. 참 희한하다, 같은 나라이면서 이렇게 확연히 다르다니.여긴 테헤란에 비해 완전히 별천지 같다.

차가 서서히 꼬불꼬불 산길을 타고 오른다. 산 경사가 급해 지그재그로 길을 내놓았다. 한참 타고 오르다 밑으로 내려다보면 차들이 꼬리를 물고 달려오고 있다. 중간중간 터널도 지난다. 거의 2시간 가까이 산길을 타고 오르기만한다. 옆으로 천길 낭떠리지가 있다.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귀가 멍해 온다.
카스피해안 쪽 높은 산들은 이미 푸른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연 노란 빛에 간간히 진초록 빛도 보인다. 은은히 빛나는 알보즈의 산 빛깔이 보기 좋다. 산길 제일 높은 지점이 해발 2,800m란다. 우리나라 백두산보다 더 높은 지점이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내려오는 길에 중간 휴게소에서 잠깐 쉰다. 노 부부가 준비해온 계란 빵을 내밀며 먹어란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넘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