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부임 당시 교무실의 꽃병들은 흔하던 모습이었다. 당대의 학생들은 선생님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다양한 꽃병과 그보다 더 다양한 꽃으로 표시하곤 했다. 은근히 살짝 들어와서는, 장미, 카네이션, 백합 등속을 안개꽃에 섞어 꽂고 물을 갈아주곤 했던 많은 손길들. 혹여 일찍 출근하다 꽃을 손질하는 그네들과 마주치는 경우도 있었다. 보는 이나 꽃을 다듬는 이나 서로 부끄러워하던 그 시기는 분명 낭만 시대였다. 무슨 꽃이 대수냐고 시비 걸지 말지니. 요컨대 당시의 꽃이란 교사와 학생을 매개하던 시대정신이요, 당대의 메타포였다는 게다. 교무실에서 격심한 변화를 느끼는 또 하나의 대목은 멘토의 부재(不在)이다. 부임 당시 교무실의 풍경을 회상하노라니 참으로 아련한 생각이 든다. 난 각 집무실의 선배 교사들을 뵈면서 그들을 멘토로 교육적 담론을 듣곤 했다. 거개(擧皆)는 수업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교사로서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을 물어 듣던 시간이었다. 진정 교무실은 그런 공간이었다. 90년대 들어 교무실에 점진적으로 도입되던 컴퓨터는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각 선생님들 각자에게 보급됐다. 개인 컴퓨터의 보급은 교무실의 지형지세를 바꾸어 놓았다
2011-07-11 17:3524일,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육자 대표들이 2012년 총선에서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교육정책에 대해 감시활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교원·교원단체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기본권 확보에 노력하고 대학교수들처럼 유·초·중·고 교원도 공직선거 출마 시 현직을 유지한 채 출마할 수 있는 권한과 당선된 때에 휴직할 수 있는 권리를 찾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교육자들은 이를 위해 40만 교원 입법 청원 서명운동을 벌이고, ‘바른교육정책 실현을 위한 정책119’를 전국 규모로 조직해 입법 활동 및 감시활동에 임하기로 했다. 교육자 대표들이 이러한 활동에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그동안 교육의 중요성이나 교육전문가로서의 교원의 위상·역할에도 불구하고, 교육정책의 결정 과정에서는 교원이나 학교현장의 목소리가 철저히 외면된 채 그때그때의 정치상황에 따라 좌우돼 왔다. 교원 정년단축이나, 교원 지방직화 추진, 체벌 금지 발표 등 많은 정책들이 교원의 신분이나 근무여건과 직결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이를 추진할 때 교원의 의사를 묻거나 반영하려는 노력을 제대로 기울인 적이 없었다. 이들 정책의 실패와 수많은 부작용에도 이를 추진했던 정부·정치권 인사 중 누구하나 제
2011-07-04 15:53주민직선제를 통해 지방교육자치의 시대를 연 지도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 동안 교육계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변화를 겪었고, 앞으로도 수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소위 ‘진보’라는 수식어를 단 특정 정치성향의 교육감들이 과연 교육발전에 매진하고 지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진보라는 표어가 가지는 다양성과 소통, 존중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평가가 학교현장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진보교육감들의 정책은 붕어빵틀에서 찍어낸 것처럼 똑같다. 하나의 이념 아래 뭉쳐서 똑같이 혁신학교, 무상교육, 학생인권조례 등의 획일적인 정책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는 30일 진보교육감들만이 ‘주민직선 교육감 취임 1주년 교육혁신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데서 다시 한 번 나타났다. 법률로 규정된 공식조직이 있음에도 그들만 따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는 것은 보수와 진보의 편 가르기를 조장하고, 파벌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소통’과 ‘존중’의 모습도 오히려 진보교육감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교총이5월 발표한 직선제교육감 1년 평가 설문조사(2599명 응답)에 따르면, 직선제교육감 이후 단위학교 운영의 자율성 수준이 특히 진보교육
2011-07-04 15:53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에서, 이주호 장관과 진수희 장관은 TV에서 내년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만 5세 공통 과정’을 가르치겠다고 했다. 그동안 이 나라에 태어난 만 3, 4, 5세 유아들이 교육과정, 교사의 자질, 교육환경이 다른 환경에서 가르침을 받아왔던 것을 생각하면 늦게나마 정부가 교육과정이라도 통일해서 가르쳐 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소득 수준이 2만 불이 넘는 국가로서 당연히, 벌써 오래 전에 했어야 할 일을 이제야, 그것도 만 5세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어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OECD가 “3·4세 아동을 위한 20시간 무상 유아교육을 제공하고 추가 교육시간에 대해서는 소득에 기반 해 보조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우리나라에 권고한 것이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이 6월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에서 이와 같이 언급했다. 그는 또 “한국은 3~5세의 80%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등록돼 있지만 이들에 대한 공공지출은 OECD 최하위이며, 초등교육 이전 단계에 대한 지출은 2007년 기준으로 OECD 평균의 70%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도…
2011-07-04 15:512012년부터 학교에서 주5일 수업이 전면 시행되게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아울러 그동안 학교 주5일 수업제 도입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 오신 한국교총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2002년 금융노조 위원장 시절 계속 제자리를 맴돌던 주5일제 문제를 단체교섭을 통해 전격 합의해 산업현장에 주5일제 도입의 포문을 연 장본인으로서 이번 학교 주5일 수업제 도입은 개인적으로도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아니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사실 주5일제 도입 논의는 경제 위기 시절 일자리 나누기 일환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주5일제의 의미는 그것 이상이다.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는 말이 있다.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조차 박탈당하던 역사가 있었다. 선배 노동자들의 피땀 어린 투쟁으로 지금의 주40시간 노동제가 정착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주5일제가 전격적으로 도입되지 못하고 단계적 시행 과정을 거치다 보니 필자가 주5일제를 사측과 합의한 지 10년이 지나서야 5인 이상 사업장에 실시되게 됐고 또 내년에 학교에도 주5일 수업제가 도입되게 된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시행되게 된 것에
2011-07-04 15:49장마철이 계속되면서 어느덧 한 학기가 끝나간다. 온통 흐린 하늘,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 잠시 지나간 시간들이 얼굴을 내민다. 생각하면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들. 그러나 그 속에 아쉬움들이 파편처럼 박혀 있다. 온전하게 교사로서 아이들을 품어주고 사랑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들이 눈에 밟힌다. 참으로 다양한 아이들. 성격도 다르고 환경도 다른 아이들. 생각과 행동도 다르고 꿈과 안목도 다른 아이들. 이렇듯 제각각인 아이들이 성당의 모자이크처럼 총천연색으로 비쳐진다. 교사의 품 안에 있는 아이치고 예쁜 놈 미운 놈 따로 있을까만, 선생의 품을 벗어나려는 귀여운 레지스탕스도 적지 않다. 일전에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가 방영된 적이 있다. 수단에서 활동하는 이태석 신부에 대한 이야기, 종교를 떠나 이 작은 필름은 그 파괴력이 대단했다. 시청자들의 가슴에 금을 내고 마지막 눈물까지 흘리게 했다면 지나칠까. 한 인간이 안락한 삶을 뒤로 하고 기꺼이 절망의 대륙으로 건너가 고통을 끌어안는 모습. 내전과 기근, 질병 속에 신음하는 이들을 끌어안는 그에게서 나는 문득 슈바이처와 다미안을 보았다. 홀연히 닥친 말기 암마저 감추고 환히 웃으며 기타 치는 그의 모습. 나는…
2011-07-04 15:47바야흐로 교단에도 평가의 시대가 열린 것인가. 지난해부터 전면 실시된 교원능력개발평가와 함께 학교장에 대한 경영능력평가는 교육계도 더 이상 무사안일의 무풍지대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의 견고한 틀을 깨고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라는 시대적 흐름 앞에 그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교원에 대한 평가는 모든 평가가 그렇듯이 객관성과 합리성,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그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위화감 조성과 함께 평가를 인정하지 않는 불신 풍조를 가져와 엄청난 역기능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장에 대한 학교경영평가 결과는 성과상여금 연계를 포함해 전보와 전직, 초빙·공모, 중임에 대한 심사, 각종 표창 등 중요한 인사에 준거 자료로 활용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이에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제시한 2011학년도 학교장 경영능력평가 전반에 대해 부각된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람직한 평가의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중등의 경우 학생을 평가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체벌 전면 금지 등으로 학생들의 권리가 지나치게 커져 있는 현실 속에 감정에 치
2011-06-27 14:21최근 공청회를 통해 발표된 교원연수체제 선진화 방안은 교직 발달단계에 따른 체계적인 연수시스템의 마련, 연간 최소 연수 이수제, 현장 적합성 높은 연수프로그램 운영, 교과교육연구회 등 자발적 소규모 연수활동 활성화, 다양한 연수활동 인정 등을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다. 특히 지속적인 전문성 신장을 위해서 생애단계별로 구축된 체계적 연수관리체제의 도입과 다양한 연수활동, 즉 교과교육연구회 관련 연수, 교내수업장학 및 대학원 학점 등을 인정하고 있어서 현장교원의 필요와 요구에 부합하는 진일보한 방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학교 교육활동의 핵심에 해당하는 교수·학습 활동과 생활지도 활동의 질적 개선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들을 연수활동으로 인정한 점은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매년 60시간 이상의 연수 이수를 의무적으로 부과하고 30시간은 기관연수를 이수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은, 현장적합성 높은 연수 프로그램을 지향하는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수정될 필요가 있다. 이미 대부분의 교원은 연간 60시간 이상의 연수를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의무적인 연수 참여와 자발적인 연수 참여는 그 효과 면에서 차이가 클 것이다. 의무 연수 이수 시간을 3
2011-06-27 14:19수업 중 친구의 휴대폰을 가지고 영상통화를 한 학생들을 지도․훈계하는 과정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5초 동안 엎드려뻗쳐를 하게 하고, 목과 머리 사이를 1회씩 누르며 볼을 살짝 잡은 행위를 한 데 대해 경기도교육청이 징계를 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도교육청은 인권조례를 적용해 해당 교사에게 징계(불문경고)를 내렸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와 사건을 보도한 신문 사이트에는 교육청의 징계에 대한 비판과 교권추락을 걱정하는 소리로 들끓었다. 요약해 보면 학생인권에 막혀 교권이 추락할 대로 추락해 정상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일부는 ‘우리 교실에서 교권은 사라졌다’고 하소연한다. 많은 교사들이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게조차 아무런 제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들이 바라는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교권을 회복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유사사례를 방지하고 최소한의 교권회복을 위해서 선결돼야 할 것은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이 간접체벌을 허용한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을 ‘법대로’ 실천하는 것이다. 지난 3월 교과부는 도구와 신체에 의한 직접체벌은 금하되
2011-06-27 14:17한국교총의 주5일 수업 실현은 기분 좋은 소식이 별로 없는 교육계에 가뭄에 단비와 같은 선물이다. 주5일 수업은 학교는 물론, 가정, 산업 등 우리 사회 여러 부문에서 생활패턴과 삶의 질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그만큼 준비도 철저해야 한다. 우선, 주5일 수업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갖고 있던 교육에 대한 개념과 철학부터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주5일 수업은 단순히 수업일수가 6일에서 5일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의 구조가 학교중심에서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를 연계하는 협력적 시스템으로 바뀌는 것이다. 소모적 입시 위주 교육에서 자기주도적 학습, 창의성, 인성, 전인교육으로 교육의 질과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학교와 지역사회가 교육적,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겠거니와 가정과 부모의 역할이 주5일 수업의 내용적 완성도에 가장 중요한 변수다. 그동안 학교에 일임해 온 교육권의 일부를 가정이 되돌려받는 만큼 자녀교육에 대해 가정에서 부모들이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가정의 밥상머리에서 인성교육부터 교육의 기초가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사회도 마찬가
2011-06-27 1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