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수없이 많은 말을 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사람들은 하루에 평균 30회 정도 대화를 나누는데 남자들은 2만5000마디, 여자들은 3만 마디 정도의 말을 한다고 한다. 이런 통계를 접하고 보면 인간은 가히 ‘언어적인 존재(호모 로퀜스·Homo loquens)’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얼마 전 MBC TV에서 방영한 '말의 힘'이란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우리들이 서로 주고받는 말 속에도 그 말이 갖고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앞으로 말을 할 때엔 조심스럽게 어휘를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말의 힘'이란 프로그램에서는 갓 지은 쌀밥을 작은 유리병 두 곳에 각기 담아서 아나운서실에 맡겨두고, 매일 한 쪽에는 따뜻하고 좋은 말을 하도록 했고, 다른 병에는 저주하는 나쁜 말을 하면서 4주간의 실험을 했다. 그리고 4주 뒤에 살펴보니 긍정적이고 좋은 말을 한 병에서는 구수한 냄새와 함께 하얀 곰팡이가 피었는데, 부정적이고 나쁜 말을 한 병에는 시커먼 곰팡이가 피고 역한 냄새가 났다. 이 모습을 보고 이 실험에 참가한 아나운서들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말로 말의 능력은 대단했다. 병 안에 들어있는 쌀밥 속에서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는데, 살아있는 사람에게 끼치는 말의 힘이야 어찌 필설로 표현할 수가 있겠는가? 더구나 아이들을 바르고 건강한 사람으로 기르는 우리 교사나 어른들은 언어사용에 얼마나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가를 깨달았다.
요즘 아이들은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에 시달리고, 시험에 대한 심한 압박감 속에서 살아간다. 아이들은 그런 스트레스를 건전한 운동이나 취미생활로 해소하지 못한 채, 욕설과 불건전한 언어를 통해서 스트레스를 표출하기도 하고 일탈된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 데 이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사람의 말과 행위는 그 사람의 인격이라고 한다. 바람직하지 못한 언어습관은 그 사람의 인격형성을 바르게 이끌 수 없으며,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지난 몇 주 동안 우리 사회와 정치권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안철수 교수가 있다. 안 교수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항상 존댓말을 쓴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존댓말을 사용하면서 자란 안 교수는 자연스럽게 몸에 밴 습관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경어를 쓰게 되었단다. 심지어 군대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할 때에도 사병에게 반말을 못하고 “이것 좀 해줄래요?” 정도의 공대어를 사용했으며, 연구소를 운영하면서도 가장 나이가 어린 직원에게까지 반말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언어습관 때문이었단다.
이러한 경어 사용은 안 교수의 어머님 영향이다. 안 교수 어머님은 언제나 아들에게 존댓말을 썼단다. 하루는 지각해서 택시를 타고 학교로 가는데, 어머님께서 “학교 잘 다녀오십시오”라고 말을 건네자 택시 기사가 혹시 형수님이신가 물었다는 일화가 있다.
공대어를 사용하는 언어습관은 사람 사이에 위아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역할분담만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존댓말 속에는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공손한 삶의 태도가 담겨있는 것이다.
요즘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대신고등학교 선생님들은 ‘수업시간에 공대어 사용하기’를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학생들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우리 교사들의 마음과 우리사회의 거친 언어생활을 바꾸어보려는 선생님들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 때마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학생 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포스터 부착 및 UCC, 수기 등을 공모하는 행사를 전개하고 있어서 반가운 마음으로 박수를 보내며 우리 학생들의 언어문화 개선에 밑거름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