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유발 하라리 교수는 저서 『호모 데우스』에서 신이 되려는 인간 세상에는 “변화만이 유일한 미래의 상수(常數)”라고 주장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요즘 세상은 첨단 과학⋅기술 문명의 요람인 4차 산업혁명 명찰을 달고 입학한 아이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비비고서야 알아볼 정도로 괄목상대(刮目相對)하게 성장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이제 현실과 가상의 상호작용을 이용한 3차원의 디지털 세상과 챗GPT, AI와 로봇기술 등 첨단과학기술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인류를 변화시킬지 상상의 끝을 측량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인간은 역사적으로 볼 때 약간의 성공을 거두면 이내 오만해지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결국 영원히 성공한 사람도, 영원히 실패한 사람도 없다. 우주의 섭리가 조화로운 것처럼, 인간의 흥망성쇠 역시 공평하다. 한때 예루살렘은 바빌론 제국에 의해 무너진 것이 아니라, 자멸했던 것이다. Covid-19가 가져온 지난 3년 여의 기나긴 역경의 시간은 인류에게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해 보라는 경고와 같았다. 마치 르네상스가 죽어가는 유럽을 살려냈듯이, 이제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체계를 대체하여 다시 태어나려는…
2025-01-07 13:462024년을 보내고 2025년 을사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혼란한 정치와 어려워지는 민생, 하향곡선을 긋는 국가 신용도는 나라의 현실이 내우외환에 처했음을 알 수 있다. 너나없이 모이면 작금의 현실을 걱정하는 말과 혼란한 정국 상황이 빨리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01년부터 교수신문에서 공표하는 그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살펴보며 메시지를 생각해 본다. 2024년 12월 3일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108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도량발호(跳梁跋扈)’가 41.4%의 지지를 얻어 2024년의 사자성어로 꼽혔다고 했다. 도량발호는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는 뜻으로 단일 사자성어가 아닌 ‘도량(거리낌 없이 함부로 날뛰어 다님)’과 ‘발호(권력이나 세력을 제멋대로 부리며 함부로 날뜀)’ 등으로 각각 달리 활용하던 고어가 붙으며 만들어졌다. 도량발호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권력자가 지켜야 할 규범의 본질은 위임받은 권력을 선용해서 국민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봉사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이와는 판이하다. 권력자들은 자신이 곧 권력의 원천인 것처럼 행동한
2025-01-06 11:36교사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는 도덕 시간에 '아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단원을 가르칠 때입니다. 제자들이 가장 본받고 싶고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는 인물로 저를 꼽아줄 때, 제가 걸어온 길이 누군가에게 의미를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은 감동을 느낍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저를 더욱 나은 교사로 성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 왔습니다. 그러던 중, 저에게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을 안겨준 분이 계셨습니다. 12일가천대의과대학에서 열린 가천 효행 대상 시상식에서 저는 효행 교육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국회의장상 등 30여 차례의 장관상 수상 경험이 있었지만, 이 상은 저에게 가장 행복하고 의미 있는 상이었습니다. ‘효’를 실천하고 효행교육을 통해 제자들에게 효도의 마음을 심어준 교사로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날 시상식에는 가천대설립자인 이길여 총장님께서 직접 참석하셨습니다. 총장님에 대해 ‘젊음을 유지하는 분’이라는 막연한 이미지 정도만 알고 있던 저는, 이날 시상식을 통해 총장님의 삶과 철학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총장님께서 입장하실 때 병원장님과 내빈, 그리고 인천 신명여고 학생들이 보내는 우레와 같은 박수
2024-12-30 13:30‘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이는 학생들이 가지는 가장 기본적이자 공통된 질문이다. 물론 이에 대한 다양한 학습법이 세간에 널리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사람의 얼굴과 개성이 각자 다르듯이 공부하는 효과적인 방법도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옛 성인(聖人)들이나 천재들은 어떻게 공부했을까? 여기선 개략적이나마 서양과 동양을 아우르는 공부와 사색의 조화, 전통적인 격물치지(格物致知) 학습법을 소개하고 이를 우리 교육에 적용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2500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 당시 최고의 현자로 불리던 소크라테스는 일명 ‘산파술’의 교육자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아테네의 젊은이들을 정신적으로 타락시켰다는 죄명으로 독배를 받고 순간에 생을 마감했다. 그렇다면 그의 완전학습을 위한 교육 방식인 산파술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그게 무엇인가?(What?)”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이는 선입견, 편견, 자기의 생각, 현재의 잘못된 앎을 검토하게 하면서 무지 자각, 즉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도록 하게 한다. 그런 후 “왜(Why?)” 그리고 “어떻게(How?)”라는 질문이 계속되면서 생각의 각도를 조금씩 틀어준다. 이렇게 함으로써…
2024-12-30 13:29“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살아가게 된다.” 이는 노벨문학상 후보에 다섯 차례나 지명된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비평가인 폴 부르제(Paul Bourget, 1852~1935)가 한 말이다. 사람들은 현재의 삶의 행복과 희망에 찬 미래를 꿈꾸며 살아간다. 그래서 지나간 과거로부터 얻은 삶의 교훈을 금지옥엽처럼 대하려 한다. 과거의 삶이 가르치는 교훈 중의 하나가 바로 다가오는 미래를 생각 없이 그냥 맞이하는 것을 금기시 하는 것이다. 이는 바로 폴 부르제가 말한 것과 같다. 그렇다면 교사는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가야 할까? 교사는 미래 세대들을 바람직한 민주시민, 즉 ‘사람다운 사람’으로 육성하는 중차대한 사명을 안고 있다. 그래서 교사의 마음은 늘 부정적이기 보다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무언가로 채워 나가야 한다. 필자는 이것을 ‘마음 속 적금통장’이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교사가 자신의 마음속에 간직한 적금통장에 무엇으로 차곡차곡 채워, 그로부터 발생하는 행복한 삶과 희망에 찬 미래에 관해 소견을 밝히고자 한다. 우리의 학교 교실에는 어리석음과 지혜가 공존하고 무지와 깨달음이 집합되어 있다. 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선과 악이 공존하고…
2024-12-11 14:28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축제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체육인의 올림픽 외에도 또 다른 올림픽이 있습니다. 바로 기능올림픽입니다. 공식 명칭은 ‘월드스킬스 인터내셔널(WorldSkills International)’로, 청소년 근로자의 직업 기능을 겨루는 국제대회입니다. 이 대회는 만 17세부터 만 22세까지의 청소년만 참가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는 1967년부터 꾸준히 참가해 열 번 이상 종합 우승을 차지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기능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특성화고학생들은 말 그대로 ‘열 일’하며 기능반, 혹은 전공심화동아리에서 반복 훈련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한때 대기업 취업의 등용문으로 여겨졌던 기능경기대회는 예전만 못하다는 평을 받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긴 시간 동안 과제를 반복하며 기능훈련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변화하지 않는 훈련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인공지능(AI)과 산업용 로봇이 사람의 역할을 대체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러나 기능훈련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교육 대신, 학생들에게 단순 반복훈련만 강조되고 있는 것입니
2024-12-11 14:25필자는 1979년 대전의 D고교를 졸업했다. 당시 전국의 5대 도시가 고교평준화로 인해 대전의 D고교는 지방의 몇몇 도시의 고교들과 함께 S대 진학의 최상위권을 다투던 시기였다. 76년 D고교에 입학하니 본관 건물의 상단 한 가운데 “전국 제패 학생 되고 끌어주는 스승 되자”라는 슬로건이 크게 돋보였다. 3년의 고교생활은 그야말로 오직 하나 S대 진학의 목표에 몰입되어 공부 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을 정도로 학구파가 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도 한 순간의 결정으로 다양한 진로의 폭을 넓히지 못하고 단순한 사고에 집착했다. 그 결과는 개인적 환경을 넘어 입시철이면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은 진로 선택의 고언이자 충언으로 남았다. 필자는 집안의 장손으로 대학생 1호다. 1960년 출생 당시, 대한민국은 대부분의 가정이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필자의 경우 그중에서도 특히 빈곤한 집안으로 부모 세대는 모두가 초등학교 졸업에 그쳤다. 필자의 부친은 할아버지가 일찍 작고하신 이유로 9남매의 장남으로 젊어서부터 한 집안의 부(父) 역할을 대신했다. 막내 동생(필자의 삼촌)만이라도 가르치고자 하는 의지로 충청도 시골에서 교육도시 공주의 고등학교까지 유학을 시켰으나 그 동생은
2024-12-06 09:23요즘 사회에서 문해력 문제가 언론에 자주 거론되고 있다. 그만큼 관심이 많아진것은 다수가 이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실제로 우리 국민의 어휘력과 문해력이 저하되고 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역사를 살펴보면18세기 중반 영국, 네덜란드, 독일 등 종교개혁을 일찍 받아들인 나라들은 누구나 성경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문해율이 급상승해 산업혁명을 앞당겼다. 반면 종교개혁에 소극적이던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북유럽에 비해 문해율이 뒤처져 경제력도 추월당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전인 19세기 중반에 이미 50%를 넘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식자(識字)율에 힘입어 강대국 반열에 합류했다. 그런데 우리의 지금 상황은 어떤가. 한마디로 여러 조건들이 뒷걸음질 하고 있다.인구가 줄고 늙어가는데, 국민 역량마저 낙후되는 추세다. 성적 우수자는 의대로만 향하고 학생들은 선행학습으로 창의력 교육보다 암기중심의 문제풀이 교육이 주를 이룬다. 고령층의 디지털 문해력이 선진국 하위권인 점을 빼면, 국민의 기초역량은 아직 우수하다지만 문해력 분야에서 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한글만을 배워 한자를 모르는 세대를 일러 '한글세대'라고…
2024-12-05 22:22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줄을 서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한국 입장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해외에 한국을 홍보하고교류 증진에 오랜 역사를 가진 태권도의 보급, 최근의 K-팝, 영화, 음식, E-스포츠, 한국인 친구 등 다양한 계기로 한국에 대한 이들의 관심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한국어 확산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류'라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큰물'을 만난 이 좋은 때에정부는 보다 과감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로스 킹 교수는 지난 달 13일 세종시청 여민실에서 열린 특강과 30일 유튜브 채널 ‘어썸코리아’에서 한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최근 한국에서 한글을 편애하고 한자를 배척하는 문화가 생겨나“지난 20년 사이에 한자 교육이 한국교육현장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면서안타까움을 표했다. "한국인은 일찍부터 학교교육을 통하여 한글이 세계에서 최고의 글이라고 배우면서, 한자를 배척하는, 즉한글에 대한 숭배, '한글 컬트'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글이 훌륭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글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좋지 않은 현상인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우리가
2024-12-01 20:50대한민국 이공계 엘리트 육성의 산실인 카이스트(KAIST)는 ‘실패할 수 있는 자유’를 모토로 2021년에 설립된 실패연구소가 있다. 이는 실패로부터 배우는 카이스트의 이색적인 도전을 상징한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경직된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학교에서 한때 극단적 선택의 사례가 빈번해짐에 따라 대학으로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역발상의 산물이다. 카이스트 실패연구소는 지난 11월 8일부터 2주간을 ‘실패 주간’으로 정하고 ‘망한 과제 자랑대회’와 ‘실패 에세이 공모전’ 등 실패 사례를 공유하는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각자의 실패 사례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그에 따른 고통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서로의 경험담을 공유하면서 ‘실패는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것’이며 ‘실패야말로 성공의 첫 걸음’이란 인생의 진리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하자는 취지에서 해마다 실패학회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중앙선데이(2024.11.16.)의 심층기획 기사에 의하면 실패연구소가 설립된 뒤 학생들은 ‘실패’라는 단어를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지자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금년에 2회 째 열린 ‘망한 과제 자랑대회’는 성황리에 개최되고 학생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
2024-11-25 1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