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유초중등 교육계에 멘토와 같은 지성인이 정년퇴임을 하게 되었다. 최근 지방 언론에 의하면 "대한민국 교육 더욱 빛나게 노력할 것"을 다짐으로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제5대 총장)가 제자들과 함께 퇴임식을 하며 지난 32년간의 교육 여정을 마무리함을 보도했다. 필자와는 1960년생 동갑내기이고 출신 대학과 봉직한 학교급은 달랐지만 같은 교육계에 종사하며 필자가 닮고 싶은 큰 바위 얼굴로 늘 가슴 속에 존재했다. 그는 뛰어난 학력과 지성으로 대학에서 예비 교사들을 가르치는 데 큰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강연과 글로써 이 나라 교육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교사들의 정신적 멘토가 되어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필자는 인천의 J고등학교 교감 시절에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서 초청 강사로 모셔 강의를 듣고 면전에서 직접 뵙고 인사를 나눈 적이 있을 뿐이다. 박 교수는 워낙 활동 반경이 넓어 이 순간을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필자는 그의 강의를 들으면서 필자보다는 훨씬 넓고 다양한 영역의 교육계 내에서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 모습에 부러움과 함께 그날 그의 강연 내용에 진한 공감을 표하며 마음속의 교육계 동지로 존경의 마음을 품었었다. 그는 외적으로도 살아…
2025-02-14 15:33삼가, 어린 영혼의 명복을 빕니다 2025년 2월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교사 A씨가 1학년 김하늘 양(7)에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 양이 발견된 곳은 학교 건물 2층 시청각실이며돌봄 교실에서 불과 10~20m 떨어진 곳이다. 하늘의 별이 된 어린 영혼이 겪었을 모진 고통을 어떤 말로 형언할 수 있을까! 현장을 목격한 할머니의 고통과 그 부모의 아픔을 어떤 행위로 위로할 수 있을까? 이 세상에 그런 고통을 위로할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앞으로 평생 지옥 같은 고통의 터널 속에서 가슴에 묻은 자식을 안고 감내할 슬픔으로 애간장이 끊어지는 그 피맺힌 절규를, 뉘라서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깊은 위로를 드리고 싶을 뿐이다. 40여 년 교단에 몸을 담았던 전직 교사로서 함께 슬픔을 나누고 싶은 간절함으로 전해지지 못할 이 글을 쓰며 지켜주지 못한 죄송함에 눈물로 위로를 드린다. 학교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교사도 사람이니 잘못된 인성으로 나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이 있다고 항변조차 할 수 없음을!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를 쓰면 안 된다고 하지만 다른 말로 대신할 수도 없다. 온 세상이 다 썩어도 학교만은 성역으로 남아야
2025-02-13 13:57한 스승에게서 함께 배우던 어느 날, 친구가 “바람이 부니 나뭇가지가 움직이고 있구나!”라고 앞에 있던 다른 친구에게 말하니, 평소에 친한 그 친구가 “저건 바람이 움직이고 있는 거야”라며 서로 자기 말이 옳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언쟁으로 번져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그들은 스승에게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누구의 말이 옳은지 가르쳐 달라고 했다.그러자 스승은 “바람이 움직이든 나뭇가지가 움직이든 그건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라 가장 큰 문제는 지금 자네들처럼 서로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자네들 마음의 움직임이라네. 그러니 자네들 마음속 어디에서 바람이 부는지나 잘 헤아려 보게”라고 조언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마음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의견이 갈릴 때가 있고 마음에 상처가 된다. 사소한 것이라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생명만큼은 우주적 가치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의대증원 문제는 환자의 소중한 목숨을 둘러싸고 일어난 갈등이기에 많은 국민들 모두가주시하고 있는 현실이다. 누가 승자이고 패자를 떠나 진료 현장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은 예쁜 옷에 명품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모습이 예쁠 수도…
2025-02-11 16:07왜 대한민국 교육이 배출한 다수의 엘리트들은 ‘공부머리’와 ‘일머리’가 조화를 이루지 못할까? 매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입각하는 국무위원들을 비롯한 장⋅차관급 엘리트들은 대부분 대한민국 학벌(學閥)의 정점에 있는 특정 대학 출신들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역대 최고 인사권자들조차 국정 인사 때마다 “어느 대학 출신인가?”라고 물을 정도로 처음부터 특정 대학 출신의 선호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가 인정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의 엘리트들은 우리 교육이 낳은 ‘공부머리’가 탁월한 최고의 인재들이다. 대개는 예비고사 출신인 60대 이상과 학력고사 출신인 50대 이상으로 고교생 시절에는 뛰어난 학력(學力)을 소유한 ‘공부의 달인’으로 불렸다. 그들 중에는 대학 재학 중에 사법고시 및 각종 국가고시에서 두각을 나타낸 영재들도 많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국민들이 바라고 기대하는 만큼 ‘일머리’에는 적잖은 부실함과 심지어 도덕성, 인성조차 미덥지 못한 경우가 많다. 설상가상으로 그들은 집단의 토의⋅토론에 약하고 상명하복식 명령체계, 권위의식에 남달리 매우 강하다. 우리 교육이 낳은 엘리트들은 특히 집단의 토의⋅토론과 논리적 수사에 익숙
2025-01-30 04:15성공학의 대가인 스티븐 코비는 포브스가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경영 도서 중의 하나이자 자기계발서로 유명한 저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주도성(主導性)을 ‘proactivity’라고 지칭하고 있다. 그는 “주도성이란 단어를 요즘 경영학 문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지만, 대부분의 사전에서는 찾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솔선해서 사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이 말의 의미는 스스로의 삶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가 주도성이라 하면 보통 자율성의 의미로 받아들이지만 정작 책임감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학교 교육을 말할 때 교사의 주도성을 핵심으로 내세우곤 한다. 하지만 주도성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있는 속성이 아니다. 또한 고정불변의 것도 아니다. 우리는 너나 없이 모두 주도성이라는 특성을 간직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역량과 환경 조건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비로소 그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간직하고 있는 또 다른 주도성이 발현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사 주도성의 역할이라 할 것이다. 여기엔 학생에 대한 지지와 격려, 상호작용과 소통이라는 과정이 수반된
2025-01-25 18:59'외로움'의 다른 말은 '자유' 몇 달 전 나는 수십 년 만남을 가져왔던 모임을 탈퇴했다. 정치적인 신념이 다른 친구가 섞여 있는 모임은 즐거움 대신 스트레스를 안겨 주기에 충분했음에도 몇 년을 참다가 결국 탈퇴한 셈이다. 그동안에는 멘탈이 강해서 잘 견뎠으나 점점 모임 후에 오는 불편함을 감내할 수 없었다. 노년의 모임은 친목 이상의 수준을 넘어서면 서로에게 부담이 된다. 되도록 종교나 정치적 신념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야 마음이 편하다.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어떤 대화나 토론으로도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없는 분야이니 감정을 상하기 쉽다. 특히 나이가 들면 자기 주장이 강해져서 고집으로 변모되니 조심해야 한다. 선을 넘는 지경으로가서 감정이 상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느 한 쪽이 피하거나 양보를 해야 한다. 마음 편하게 만나 담소를 나누고 간단한 식사와 차를 마시는 자리가 오히려 부담이 된다면 생각해 볼 문제다.목소리를 높여가며 싸워본 경험이 없는 나는 불편한 자리는 내쪽에서 피하며 살아 왔음을 상기하고 미련 없이 미리 피하는 선택을 했다. 학창 시절이 몇 년 되지 않은 탓에동창 모임도 적었기 때문에 수십 년 모임을 탈퇴하기는 쉽지 않아서 몇 년이 걸렸다. 최
2025-01-24 09:47한때 EBS의 학교란 무엇인가, KBS의 위기의 아이들 등 다수의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고 나는 대한민국의 교사등 저서를 남긴 이 시대 교사들의 멘토라 불리는 조벽 교수는 최근 우리의 학교를 ‘정떨어지는 학교’라 주장하고 이에 대한 시급한 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최근의 저서 요즘 교사들에게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정떨어진 학교는 비정상”이라며 왜 학교가 정을 붙이기 힘든 곳이 되었는가를 분석할 뿐만 아니라, 학교에 정나미가 떨어졌다는 사람들을 꾸짖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의 학교는 ‘정떨어진 학교’라는 굴레를 안고 있는가? 2025년 을사년 새해를 맞이하며 이를 회복하는 길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예비교사들은 교육학 이론을 통해 교육 목표가 인지적, 정의적, 심리행동적 영역, 즉 ‘지정체’라고 배운다. 하지만 막상 학교 현장은 ‘지덕체’를 내세운다. 이는 ABC(Affect, Behavior, Cognition)을 준비했더니 BCD(신체행동적, 인지적, 도덕적)를 가르치라는 말과 같다. 이렇게 교과서와 현실이 다른 것은 바로 A(Affect)에 해당하는 정의적 영역이 송두리째 빠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학교에 ‘정(情)’이 떨어져 나간
2025-01-17 16:51역사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유발 하라리 교수는 저서 『호모 데우스』에서 신이 되려는 인간 세상에는 “변화만이 유일한 미래의 상수(常數)”라고 주장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요즘 세상은 첨단 과학⋅기술 문명의 요람인 4차 산업혁명 명찰을 달고 입학한 아이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비비고서야 알아볼 정도로 괄목상대(刮目相對)하게 성장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이제 현실과 가상의 상호작용을 이용한 3차원의 디지털 세상과 챗GPT, AI와 로봇기술 등 첨단과학기술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인류를 변화시킬지 상상의 끝을 측량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인간은 역사적으로 볼 때 약간의 성공을 거두면 이내 오만해지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결국 영원히 성공한 사람도, 영원히 실패한 사람도 없다. 우주의 섭리가 조화로운 것처럼, 인간의 흥망성쇠 역시 공평하다. 한때 예루살렘은 바빌론 제국에 의해 무너진 것이 아니라, 자멸했던 것이다. Covid-19가 가져온 지난 3년 여의 기나긴 역경의 시간은 인류에게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해 보라는 경고와 같았다. 마치 르네상스가 죽어가는 유럽을 살려냈듯이, 이제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체계를 대체하여 다시 태어나려는…
2025-01-07 13:462024년을 보내고 2025년 을사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혼란한 정치와 어려워지는 민생, 하향곡선을 긋는 국가 신용도는 나라의 현실이 내우외환에 처했음을 알 수 있다. 너나없이 모이면 작금의 현실을 걱정하는 말과 혼란한 정국 상황이 빨리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01년부터 교수신문에서 공표하는 그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살펴보며 메시지를 생각해 본다. 2024년 12월 3일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108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도량발호(跳梁跋扈)’가 41.4%의 지지를 얻어 2024년의 사자성어로 꼽혔다고 했다. 도량발호는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는 뜻으로 단일 사자성어가 아닌 ‘도량(거리낌 없이 함부로 날뛰어 다님)’과 ‘발호(권력이나 세력을 제멋대로 부리며 함부로 날뜀)’ 등으로 각각 달리 활용하던 고어가 붙으며 만들어졌다. 도량발호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권력자가 지켜야 할 규범의 본질은 위임받은 권력을 선용해서 국민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봉사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이와는 판이하다. 권력자들은 자신이 곧 권력의 원천인 것처럼 행동한
2025-01-06 11:36교사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는 도덕 시간에 '아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단원을 가르칠 때입니다. 제자들이 가장 본받고 싶고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는 인물로 저를 꼽아줄 때, 제가 걸어온 길이 누군가에게 의미를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은 감동을 느낍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저를 더욱 나은 교사로 성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 왔습니다. 그러던 중, 저에게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을 안겨준 분이 계셨습니다. 12일가천대의과대학에서 열린 가천 효행 대상 시상식에서 저는 효행 교육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국회의장상 등 30여 차례의 장관상 수상 경험이 있었지만, 이 상은 저에게 가장 행복하고 의미 있는 상이었습니다. ‘효’를 실천하고 효행교육을 통해 제자들에게 효도의 마음을 심어준 교사로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날 시상식에는 가천대설립자인 이길여 총장님께서 직접 참석하셨습니다. 총장님에 대해 ‘젊음을 유지하는 분’이라는 막연한 이미지 정도만 알고 있던 저는, 이날 시상식을 통해 총장님의 삶과 철학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총장님께서 입장하실 때 병원장님과 내빈, 그리고 인천 신명여고 학생들이 보내는 우레와 같은 박수
2024-12-30 1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