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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개인의 따뜻한 손길이 공동체로 이어지는 교육 프로그램

요즘 우리의 주변에서 갈수록 흔하게 목격되는 장면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많은 사람들의 반려동물을 향한 부드러운 손길과 애정 어린 시선이다. 이를 보면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돌보고 싶은’ 본능을 자연스럽게 일깨우게 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맺는 교감 속에서 정서적 위안을 얻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그 에너지를 조금만 다른 방향 즉, 우리 사회의 가장 연약한 존재들(소외된 아동들)에게 돌린다면 또 다른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반려동물 돌보기와 아동 복지는 그 대상도 방식도 다르다. 하지만 ‘공감’과 ‘돌봄’이라는 인간 내면의 심층 구조에서의 연결 고리를 매개로,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이 사회적 책임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서는 그 가능성과 방법으로 몇 가지 구체적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동물매개치료가 보여준 아동 복지의 가능성

먼저, 반려동물과 아동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최근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동물매개치료(Animal‑Assisted Therapy, AAT)이다. AAT는 치료 목표를 가진 전문가가 계획적으로 동물과의 상호작용을 개입 요소로 삼아 정서적·사회적·인지적 효과를 유도하는 치료적 접근이라 정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의 한 Wee 센터(초기 문진 및 상담 제공 기관)에서는 아동·청소년 및 그 부모를 대상으로 동물매개치료를 실시한 결과, 정서적 안정, 스트레스 감소, 또래 관계 개선, 유대감 형성, 자기효능감 상승 등의 효과를 얻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뿐이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들을 보면, 동물매개치료는 특히 ‘사회성 향상’ 측면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있다. 장애 또는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아동에 대한 사례 보고들도, 치료견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불안이 줄고 감정표현이 개선된 사례를 포함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단순한 위로나 체험 프로그램을 넘어, 구조적 복지 프로그램 내에 동물과의 상호작용을 포함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돌보는 마음’ 확장을 위한 중간 연결 고리

사람들의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이 아동 돌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려면, 그 간극을 잇는 중간 연결 구조들이 필요하다. 다음은 그러한 연결 고리의 요소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융합 교육 및 역량 강화

반려동물 돌봄과 사회복지 역량을 동시에 갖춘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이 이미 시도되고 있다. 예컨대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은 반려동물관리 전공과 사회복지학 전공을 동시에 이수할 수 있는 융합 과정을 개설했다. 이 과정은 반려동물 복지와 인간 복지를 결합한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한다. 이런 교육은 현장 사회복지사, 동물매개치료사, 반려동물 복지 종사자 등이 교차지식을 갖추게 하여 ‘반려동물 돌보기 마음’을 아동 돌봄 현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공하는 것이다.

 

프로그램 기획 및 인프라 구축

사회복지 프로그램 설계 단계에서 ‘동물과 함께하는 복지 프로그램’을 패키지로 포함시킬 수 있다. 실제로, 다문화 또는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복지기관에서는 정서 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로 동물매개치료를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음 Up 놀이터’라는 프로그램은 정서표현 미술치료, 놀이치료와 더불어 동물매개치료를 패키지로 구성해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복지기관이 이미 갖고 있는 심리치료, 놀이치료, 상담 프로그램과 연계해 동물매개 프로그램을 설계한다면, 초기 비용과 리스크를 줄이며 통합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 돌보미 + 멘토 결합 모델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이나 돌보는 사람들이 ‘멘토 자원봉사자’가 되어, 정기적으로 소외 아동이나 돌봄이 필요한 아동과의 상호작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예컨대, 장애 아동 대상 AAT 프로그램에서는 치료견과 함께 학급을 방문, 아동들이 반려견과 놀면서 감정 표현 훈련을 하는 방식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는 돌보미 주체가 단순한 방문자가 아니라 멘토가 되면, 지속적 관계 형성이 가능하고 그 교감을 통해 아동에게 안정감을 주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사회복지 시스템에의 제도적 반영

개별 NGO나 기관 수준의 시도만으로는 확산이 어렵다. 따라서 반려동물 중심의 돌봄 에너지를 아동 복지 체계에 조직적으로 통합하려면, 다음과 같은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복지 사업 공모 및 예산 반영

지자체나 중앙 정부 복지 공모 사업에 ‘동물매개 복지 프로그램’ 카테고리를 추가하고 예산 배정을 유도해야 한다. 예컨대 영등포구는 사회복지 기획 사업 공모를 통해 주민 수요 기반 복지 모델을 발굴하고 지원하고 있으며, 이러한 공모 틀 안에 동물 매개 프로그램을 포함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회복지 서비스 사업 지침에 동물 매개 요소 포함

보건복지부, 시·도 복지부서 차원에서 아동 복지 프로그램 지침에 ‘동물 매개 치료나 체험 요소’ 삽입 권고안을 제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정부 지원 복지관, 지역 아동센터 등이 프로그램 구성 시에 동물 요소를 고려하게 만들 수 있다.

 

공공 기관 간 연계

교육청, 보건복지부, 동물복지 관련 부처(농림축산식품부 또는 동물보호 관련 부처)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해, 학교 복지 프로그램과 동물 매개 프로그램이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방과 후 돌봄 또는 Wee 센터 프로그램과 연계해 치료견 방문, 교내 반려동물 체험 활동 등을 진행하는 것이다.

 

실행 시 유의점과 장애 요인

동물의 복지와 안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동물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건강상에 문제가 없이 프로그램에 투입될 수 있어야 한다. 아동의 알레르기, 반려동물 공포증 등의 개별 특성을 꼼꼼히 사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프로그램을 체험 위주로만 운영하면 지속성이 약해진다. 장기적 효과를 고려한 설계가 중요하다. 예산과 인력 부족이 현실적 한계가 되므로, 초기에는 시범사업 또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하고 점진적으로 확산 전략을 펼쳐야 한다. 돌보미와 멘토 자원자들에게는 심리적 부담이 있을 수 있으므로 교육과 슈퍼비전 체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우리가 반려동물에게 기울이는 따뜻한 사랑과 돌봄의 시선은, 단순한 애완 문화 그 이상이다. 그것은 ‘돌봄의 본능’이며, 그것이 잘 작동하게 할 구조나 제도가 존재한다면, 세상의 가장 약한 존재인 소외된 아동들에게로 연계될 수 있을 것이다.

 

동물 매개 치료의 국내외 사례들이 이미 효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교육과 융합적인 역량 육성, 프로그램 설계, 제도적 기반 구축이 적절히 맞물린다면,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은 사회적 돌봄으로 전이(轉移)될 수 있다고 본다.

 

개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따뜻한 손길이 반려동물에게 향하듯, 이제 그 에너지를 세상으로 내보내면 어떨까? 그 작은 사랑의 손길이 차곡차곡 쌓여,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들을 보듬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면 새로운 복지의 지평선을 열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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