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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교육자로 산다는 것, 그 삶의 무게

“선생님, 제 꿈은 선생님이에요.” 몇 년 전, 한 학생의 이 말 앞에서 필자는 그 학생의 눈을 지그시 응시하며 말없이 서 있었다. 틈만 나면 학교 도서관의 구석에 앉아 늘 조용히 책을 읽던 그 아이가, 무언가를 느낀 듯 건넨 이 한마디는 지난 세월 교사로 살아 온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했다. 그 아이의 말에는 이 시대를 사는 교사들에 대한 묵시적인 존중이 담겨 있었고, 동시에 무거운 책임과 의무감을 서려있었다.

 

오늘날 교육자로 산다는 것은 지식 전달자를 넘어, 삶의 모델이자 존재 자체로 가르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시대는 교육자에게 쉽지 않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교권 추락은 끝이 없고, 신뢰는 무너지고, 교사는 고립되어 가며, 교실은 더 이상 ‘성장’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생존’의 전선이 되었다.

 

한국 교육 현실: 교사들이 사라지는 교실

최근 5~6년 사이에 100여 명에 달하는 교사들이 전국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충격적인 통계가 보도 되었다. 그중 상당수는 학부모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고소⋅고발에 따른 몸과 마음의 소진, 그리고 보호받지 못한 교권 속에서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던 이들이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직 교사 10명 중 8명 이상이 “심각한 교권 침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그중 상당수는 교직을 떠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보도는 이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사는 더 이상 교실에서 존중받는 어른이 아니며, 심지어 학생과 학부모의 ‘을’로 전락한 현실이다.

 

교육자의 본질은 지식이 아니라, ‘존재’다

하지만 그런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누군가는 교실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지방의 한 시골 초등학교 교사 김 선생님은, 폐교 위기 속에서도 5명의 학생을 위해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 오고, 학교 뒷산에서 과학 수업을 하며, 아이들과 ‘사람답게 사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녀는 말한다. “수업보다 먼저 가르쳐야 할 건, ‘내가 너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입니다.”

 

이 말은 교육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교육은 결국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일’이며, 아이들은 교사의 말보다 태도와 진심을 기억한다. 아이들의 눈은 날카롭다. 가르치는 내용보다,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배운다.

 

권위’가 아닌, ‘신뢰’로 서는 시대

이제 교사는 과거처럼 ‘권위’를 앞세울 수 없다. 오직 신뢰와 진정성만이 교육의 유일한 토대가 되었다.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존경받던 소위 교사의 전성시대는 이미 지난 지 한참 되었다. 아이들은 질문한다. “선생님은 어떤 삶을 사나요?” 그래서 교사는 매밀 매일이 교육이자, 매 순간이 교과서인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실수도 하고 흔들리더라도, 아이 앞에서 부끄럽지 않으려는 그 태도가 결국 교육이 된 것이다.

 

교육자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

교사는 무엇보다 먼저 첫째, ‘왜 이 길을 걷는가’를 잊지 말고 항상 물어야 한다. 그래야 방향을 잃지 않는다. 청운의 꿈을 안고서 직업 이전에 ‘사명’으로 시작한 이 길, 아이들에게 처음 이름을 불린 날의 감동을 마음에 소중히 간직해야 할 것이다. 둘째, 배움을 멈추지 않이야 한다. 교육자는 완성된 존재가 아니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교사도 계속 공부하고 변화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꿈을 가진 아이들을 이끌 수 있다. 셋째, 동료와 함께 걸어야 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교육은 혼자 견딜 수 없다. 교사들끼리의 연대, 학부모와의 소통,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교실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이 시대의 교육자는 다시 교육의 본질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는 말했다. “가르친다는 것은 깨닫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어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 교육자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깨어날 수 있도록 불을 지피는 사람이어야 한다. 입시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도, 교육자는 아이의 눈빛 속에서 ‘가능성’이라는 불씨를 발견해야 한다.

 

누군가는 “교사는 더 이상 존경받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사는 존경을 요구하는 자리가 아니다. 존경받을 만한 삶을 솔선수범하며 살아야 하는 자리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아이를 사랑하는 일,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첫 걸음임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인생에, 단 한 번이라도 ‘나도 사랑받을 수 있구나’라는 느낌을 심어준다면, 그 교사의 삶은 이미 위대하다 할 수 있다.

 

오늘도 교실 앞에 선 선생님들, 아이들은 당신을 보고 자란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교육자의 삶은 결코 나의 것만이 아니다. 당신을 바라보는 무수한 눈망울을 직시하고, 현실이 당신을 외롭고 힘들게 하고 또한 속일지라도 아이들과 함께 진실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교육자가 되길 기대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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