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의 1938년 작품 The Frame은 자신의 정면 모습을 묘사한 자화상이다. 1939년 루브르 미술관이 이 작품을 사들임으로써 칼로는 루브르 컬렉션에 작품이 소장된 최초의 20세기 멕시코 예술가가 되었다. 어릴 적 사고로 고통 속에서 살았던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는 많은 자화상을 그렸다. 자화상은 미술사에서 예술가의 자아 탐색과 정체성을 담은 형식으로 그려졌다. 예술가에게 자화상은 자신의 얼굴 묘사를 넘어서서 ‘나는 누구인가’를 탐구하고 선언하는 장르이다. 1938년 작 The Frame은 작가 자신의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자화상이다. 이 작품은 멕시코의 민속적 감성과 현대적 자아 표현이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형식으로, 정체성과 타자의 시선에 대한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멕시코 여성이자 예술가로서 칼로가 겪은 고통과 열정,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이 한 폭의 그림에 담아냈다. 자화상에 담긴 내면의 강인한 모습 프리다 칼로의 The Frame은 유채 물감으로 그린 자화상 위에 멕시코 민속 양식의 꽃과 새 무늬 유리 액자를 겹쳐 놓은 혼합 매체 작품이
2025-09-08 10:00
학군지란? 학군지란, 우수한 학교들이 밀집해 있어 교육여건이 뛰어난 지역을 말한다. 특히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학교가 가까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형성되며, 학부모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다. 그래서 학군지 아파트는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시세가 높다. 또한 전통적으로 가격 상승률이 높았으며, 전세가 역시 강세를 보여왔다. 교육열이 높은 부모들은 자녀의 학습환경을 위해 학군지 아파트를 선호해왔고, 자연스럽게 이러한 지역은 부촌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의미에서 강남 8학군이나 목동·대치동처럼 교육특구로 알려진 곳들은 오랜 시간 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며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조금 달라지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과연 학군지 프리미엄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우수한 학군이 있는 지역이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였지만, 인구 구조가 변하는 지금도 같은 흐름이 유지될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맹모양천지교’의 나라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다. 자식을 가르치기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맹자의 어머니 이야기에서 유래한 말…
2025-09-08 10:00
상처 없는 인간관계는 없다. 친하면 친할수록, 믿었던 사람일수록,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 쉽게 상처받는다.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문자 보낼 시간조차 없었다고?’, ‘너라면 날 이해해 줄 거라고 믿었는데….’ 좋아했던 만큼 배신감은 크고, 기대했던 만큼 서운함이 커진다. 관계의 역설이다. 허물없이 지낼수록, 빈번하게 만날수록, 많은 것을 공유할수록 ‘나의 영역’이 침범됨을 느낀다. ‘아, 오늘은 그냥 혼자 있고 싶은데’, ‘이건 좀 선 넘는데’, ‘언제까지 내가 이걸 해줘야 하는 거지’ 등 너와 나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에 불편감이 느껴진다. 인간관계는 이처럼 언제나 어렵다. 관계 속에서 기쁨을 함께 나누고, 슬픔을 위로받으며, 나를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종종 피곤하고, 때론 상처받고, 문득 외롭고, 어떨 땐 깊이 실망스럽다. ‘너무 가까이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멀리하지도 못하는’ 관계의 딜레마를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딜레마(The Hedgehog′s Dilemma)’를 통해 들여다보자. “추운 겨울날, 여러 마리의 고슴도치가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피하기 위해 가까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곧 서로의 가시에…
2025-09-08 10:00
노력이 재능이라면 (미야구치 코지 지음, 송지현 번역, 또다른우주 펴냄, 196쪽, 1만 6,800원) 학교폭력, 경계선 지능, 발달장애, 우울증, 은둔형 외톨이 등 다양한 이유로 사회와 학교에 적응이 힘든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를 다룬다. 저자는 현장 경험을 토대로 노력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섣부른 응원이나 무분별한 위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지적한다. 그들 개개인이 처한 복잡한 환경과 심리 구조를 이해하고 의욕과 동기를 끌어낼 구체적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로냐 폰 부름프자이벨 지음, 유영미 번역, 지베르니 펴냄, 316쪽, 2만 2,000원) 인간이 정체성을 형성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이야기’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소비하거나 재생산하는 행위는 개인의 삶뿐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행위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부정적이기만 한 이야기’에 너무 많이 노출되면 무력감에 빠져든다며, 부정과 절망을 넘어 새로운 대안을 이야기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 (이수현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312쪽, 1만 8,000원) 발달장애를 가진 두 아
2025-09-08 10:00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감독 메기 강·크리스 애펄헌즈, 넷플릭스, 2025, 이하 ‘케데헌’)의 열풍이 거세다. 케데헌은 K팝 아이돌 그룹 헌트릭스가 악귀를 물리치는 전사가 되어 노래로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내용이다. 공개 하루 만에 전 세계 41개국에서 애니메이션 1위를 차지했고, 공개 6주 차에만 누적 시청 시간 2,630만 뷰를 기록했다. 이에 넷플릭스 측은 “케데헌이 역대 가장 인기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로 등극했다”라고 밝혔다. 시청 시간만으로 인기를 평가하는 건 아니다. 오랫동안 애니메이션 주제곡 1위는 겨울왕국(감독 크리스 벅·제니퍼 리, 2014)의 ‘Let it go’가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는데, 2025년 7월 드디어 케데헌의 삽입곡 ‘Golden’으로 1위가 바뀌었다.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에 따르면 케데헌 OST 수록곡 중 8곡이 차트에 올랐는데, ‘골든’은 2위를 유지했다. 사자보이즈의 ‘Your idol’은 9위, ‘Soda pop’은 16위를 기록했다. 케데헌 OST 앨범은 ‘빌보드 200’에서 2위를 차지했고, 메인 트랙 ‘Golden’은 ‘글로벌 200’과 ‘글로벌’(미국 제외) 차트에서 모두 정상을 지켰다…
2025-09-08 10:00
지난 6월 중순 백두산 천지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길. 5분 정도 풀과 관목만 자라는 초원 지대가 이어지더니 드디어 키가 큰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발고도 2,744m인 백두산에는 키가 큰 교목이 더 이상 자랄 수 없는 한계 지점인 수목한계선(timber line)이 있는데 약 2,000m 정도다. 이 수목한계선을 지난 것이다. 이때 나타나기 시작하는 나무가 바로 사스래나무다. 수목한계선에서 백두산 북파 코스의 중심점인 운동원촌 환승지로 내려올 때까지 가장 많이 보이는 나무는 사스래나무였다. 사스래나무는 추위와 바람에 강해 높은 산 정상 부근에서 잘 자란다. 사스래나무는 한라산·지리산 등의 고지대에서도 볼 수 있다. 이 나무도 수피가 흰색 계열이어서 자작나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스래나무라고 불러야 정확하다. 현재 백두산 천지에 오르는 방법은 동파·서파·남파·북파 등 4개 코스이다. 이 중 동파 코스는 북한에서 오르는 코스이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는 북파 코스다. 북파 코스 내부 명소는 중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로만 이동할 수 있다. 운동원촌 환승지에서 천지는 물론 장백폭포·부석림·빙수천·녹연담 등 폭포와 지하산림 등…
2025-09-08 10:00
불순한 어린이들 (오유신 지음, 동녘 펴냄, 280쪽, 1만 7,000원) 마냥 순수하고 무해하고 다정한 어린이도, 무지막지한 ‘금쪽이’나 ‘잼민이’도 아닌 어린이의 진짜 모습에 다가선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변화무쌍한 개성과 행동을 지닌 존재로 바라보자는 이야기다. 여기서 ‘불순함’은 어른의 시각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 행동 양상을 의미한다. 사례 중심으로 구성해 어린이의 세계를 더욱 쉽게 이해하도록 안내한다. 우리말 나들이 문해력 편 (MBC 아나운서국 엮음, 박연희 지음, 창비교육 펴냄, 280쪽, 1만 8,000원) 일상 언어 속 표현을 점검하고, 글쓰기와 독해력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인문 교양서. 특히 문해력·문장력·독해력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말 단어와 문장의 미묘한 차이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짚고, 표현의 정확성과 풍부함을 갖추는 방법을 소개한다. 혼용되는 표현 등의 차이를 섬세하게 설명하며, 문맥에 따라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는 감각을 길러준다. 하룻밤에 읽는 남북국사 (이문영 지음, 페이퍼로드 펴냄, 380쪽, 1만 9,800원) 통일신라 시대부터 발해와 후삼국 시기를 조명한다. 통일·분열·재통일의 흐름…
2025-08-05 10:00
오징어게임3, 승부, 킹 오브 킹스 작열하는 8월의 태양만큼 뜨거운 존재를 한국 영화계에서 꼽으라면? 단연 배우 이병헌이다. 전 세계를 열광시킨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3(연출 황동혁)으로 공개 하루 만에 93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고, 동시에 극장에서는 국수 조훈현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둔 것처럼 소름 돋는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은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로 2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찰스 디킨스 목소리 연기로 참여한 K-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감독 장성호)는 북미 박스오피스 한국영화 1위, 아시아 애니메이션 2위를 기록하며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소니가 기획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도 목소리 연기로 참여했는데,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하며 팬들의 속편 제작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선택한 올해의 배우 여기에 하나 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한국영화의 영광과 위기의 순간마다 중심을 지켜 온 자랑스러운 배우를 집중 조명하는 ‘배우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의 주인공으로 ‘더 마스터, 이병헌’을 선정했다.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연기를 ‘겁나게’ 잘하는 이병헌은 마스터가 아니라 몬스터…
2025-08-05 10:00
지난 6월 중순 중국 연변을 통해 백두산에 다녀왔다. 3박 4일 동안 부석림·내두산·황송포·천지·장백폭포·소천지·지하산림·선봉령 등에서 도감에서만 보거나 이름만 들어본 귀하고 예쁜 꽃들을 원 없이 보았다. 6월 중순임에도 아직 천지는 얼음이 다 녹지 않았고, 주변에 눈도 다 녹지 않은 상태였다. 거기서만 볼 수 있는 꽃 먼저 우리나라(남한)에는 없고, 백두산에서만 볼 수 있는 꽃들이다. 이번에 백두산에서 본 식물 중 가장 신선한 것은 린네풀이었다. 린네풀은 현대의 생물 분류법인 이명법을 확립한 스웨덴의 생물학자 칼 폰 린네(1707~1778)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식물이다. 우리 민족의 용산 백두산에서 이런 이국적인 이름의 식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 식물은 린네가 가장 좋아했던 식물이라고 한다. 물론 린네가 살았던 스웨덴에서도 자라는 식물이다.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중국·일본·한반도 북부지방까지 북반구 아한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학명이 ‘리네아 보리알리스(Linnaea borealis)’로 속명에도 린네 이름이 들어 있다. 린네풀은 Y자 모양의 줄기 끝에 붉은색 또는 흰색 꽃 2개가 쌍을 이뤄 땅바닥을 보고 피었…
2025-08-05 10:00
다사다난한 교직 첫해를 보낸 뒤, 지독한 진로 고민에 휩싸였다. 한 해가 겨우 저물어 갈 때쯤, 어디로든 떠나야겠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 18L짜리 배낭에 한 달 치 짐을 욱여넣고 훌쩍 떠났다. 경유지 마카오, 다시 비행기를 타고 태국의 방콕, 3등석 기차를 타고 태국-캄보디아 국경을 넘어 씨엠립으로, 12시간 야간 침대 버스를 타고 베트남 호치민으로, 다시 하노이로, 하노이에서 태국 치앙마이로, 태국의 예술가들이 모이는 도시 빠이로, 다시 방콕으로. 총 한 달간 홀로 떠나는 여행을 한 뒤, 나는 나 자신과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 이번에는 지면 관계상 가장 기억에 남는 국가, 캄보디아의 에피소드를 써보려고 한다. 태국 방콕에서 캄보디아로, 육로로 국경을 넘는 새로운 경험 현지 유심조차 준비하지 않았던, 패기로 똘똘 뭉쳤던 내가 가진 것은 가이드북 하나였다. 가이드북에서 방콕에서 육로로 캄보디아 국경을 넘을 수 있다는 말에 매료된 나는 바로 다음 날,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 소개해 준 네덜란드 출신 아주머니, 폴란드 출신 청년과 함께 방콕역에서 캄보디아행 3등석 기차에 올라탔다. 3등석 기차답게 열차 바닥과 창틀이 나무로 되어 있었고, 창문에는 유리가 없었…
2025-08-05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