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낮 폭염은 맹위를 떨치지만 해가 지고 나면조금씩가을을 느낀다. 잠자기 전에방문을 닫고 창문을 닫는다. 홑이불을 끌어 당겨 배를 덮고 잔다. 새벽에는 한기를 느낀다. 이제 가을이 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집 아파트 베란다 텃밭. 고추 모종 10개와 토마토 모종 5개, 그리고 나팔꽃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지난 어린이날 심었으니 석 달 정도 자란 것이다. 상추 가꾸기는 실패하였으나 어린 고추는 아침식사 쌈장에 찍어 먹으니 비타민 공급원이 된다. 방울 토마토는 식후 후식용이다. 아내는 무성하게 자란 나팔꽃 덩굴을 보며 한 마디 한다. "왜, 꽃이 안 피지?" 아파트 베란다 창문을 덮을 정도로 덩굴이 위로 쭉쭉 자라는데 꽃을볼 수 없기에 하는 말이다. 그러던 나팔꽃이 드디어 보라색꽃 두 송이를 피었다. 이제 나팔꽃도 가을이 다가옴을 느끼는지 모르겠다. 화분에 심은 고추. 두 개가 빨갛게 익었다. 하나는 길게 뻗은 상태에서 익었는데 하나는 어른 손톱만한 것이 빨갛게 익어 간다. 잘 자라 익은 것은 음식재료로 쓸 수 있건만 작은 것은 그냥 관상용이다. 식물이 자라는데 햇빛은 필수인가 보다. 베란다 밖으로 줄기를 뻗은 것이 붉게 익는다. 방울 토마토 다섯 그루.
2013-07-28 21:14학교에 도착하면 아침을 여는 아이들이 있다. 학생들의 활기찬 모습이 마치 오늘 아침을 알리는 자명종 같이 느껴진다. 이들이 있기에 오늘의 하루는 시작되고 이들이 있기에 나의 목청은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친구와 대화를 할 때나, 회의를 할 때면 가느다란 목소리인 양 옅게 울리던 목소리도 학생들 앞에서는 대포소리 마냥 터져 나오는 것도 모두가 나에게 육체의 흔들림을 만들어 주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있기에 오늘의 글감이 만들어지고 이들이 들려주는 작은 웃음에서 목소리에서 미래를 속삭이는 새 출구를 만들어도 보는 것이다. 자율학습 시간에 조용히 앉아서 학생들의 생활모습을 관찰해 본다. 책을 보면서도 연방 발을 흔들거리고 있고, 책을 보기는 하지만 눈은 책상 아래 핸드폰과 연속 교신을 주고 받는 학생도 있다. 또 어떤 학생은 수학 문제를 열심히 풀고 있으면서도 귀에는 음악을 즐기고 있다.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이 마치 학생들이 수학을 풀고 있으면서 음악을 듣고, 음악을 들으면서 타인과 대화를 하는 것을 두고 한 말이 아닌가 할 정도다. 교사가 많은 학생을 지도하다 보면 방금 수업종이 쳤는데도 화장실에 가겠다고 하는 학생이 있고, 교실에서는 이미 수업을
2013-07-27 15:41칠팔월의 태양은 뜨겁다. 춘분을 지나 자꾸만 높아지는 태양의 고도는 계절과 시간의 흐름이란 공전주기를 타고 따끔따금한 열선으로 사정없이 지표면을 찌르고 있다. 이제 온 지상은 짙은 초록 물결의 여름에 잠겨있다. 하지만 이 성하의 계절도 잦아지는 매미 소리와 여치, 베짱이 노랫소리가 들리면 저만큼 물러날 것이다. 다가섬과 물러남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다가설 줄만 알았지 물러설 줄을 모르는 형태를 추구하는 대부분의 부류가 사람이 아닌가 한다. 열흘 전 사소한 부주의로 발목을 다쳤다. 병원으로 가면서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큰일이다를 연발하며 의사선생님을 만났다. 그리고 의사선생님이 묻기도 전에 심한가요? 낫는데 얼마나 걸려요? 깁스 안 하면 안돼요? 목발 짚지 않아도 되지요? 하며 무수한 질문을 쏟아내었다. 의사 선생님은 물끄러미 쳐다보며 환자가 보기에도 괜찮은 것 같아요. 입원하여 다리를 매달고 누워있어야 한다고 진단을 하였다. 하지만 할 일이 많고 바빠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자 의사 선생님은 망연자실한다. 하는 수 없이 반 깁스만 하고 절뚝거리며 병원문을 나서는 순간 장대 같은 장맛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에이 날씨도 내 편이 아니군. 왜
2013-07-27 08:34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바람이 분다. 그것도 시원한 바람이다.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모른다. 필요할 때 그것도 적당하게 부는 바람이 참 좋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아무리 좋아도 지나치면 좋지 못한다. 요즘 중부지방에는 평소에 그렇게 유익을 주는 물이 너무 과해서 약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되고 있으니 정말 안타깝다. 우리들은 언제나 학생들에게 유익을 주는 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조절 실패로 오히려 손해를 끼치는 일이 없는지 한번 되돌아 보아야 할 것 같다. 방학 중에도 우리학교는 기숙학교라 학생들이 학교에서 생활을 한다. 학생들 중에는 지혜로운 학생들이 참 많다. 아침 일찍 학교 운동장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아름다운 새소리를 들으면서 열심히 운동하는 학생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지혜로운 학생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건강을 잃기는 쉬워도 회복하기는 정말 어렵다. 그래서 늘 체력관리를 하며 폭염을 이겨내는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 방학 중에도 수고를 아끼지 않는 숨은 교직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식당에서 땀을 흘리며 식탁을 준비하시는 영양선생님과 조리사, 조리원, 학교관리, 청결유지를 위해 애쓰시는 교직원, 기숙사 관리를
2013-07-27 08:33폭력의 시작은 언어다. 언어폭력도 폭력의 일종이다. 욕이 아니면 대화가 안 되는 청소년 문화.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교직원 연수 주제로 ‘나’ 전달법 연수는 어떨까? 교사의 억압, 비꼼, 냉소적 언어가 학생과의 관계를 악화시킨다. 2013 평화교육지도사 2급 양성과정(2013.7.5∼9.28 60시간) 7분임 분임활동 지도하면서 필자가 메모한 내용이다. 분임장 주도 아래 분임토의가 얼마나 진지하게 이루어지는지 학교현장의 생생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고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분임활동 대주제는 ‘평화와 인권이 공존하는 학교문화만들기 실천방안’ 7분임이 토의 결과 소주제로 최종 확정한 것은 ‘상호 존중하는 언어 문화 개선방안’ 13명의 분임원들은 주제 설정의 배경, 제기된 문제점, 문제의 해결방안, 결론 및 제언 순으로 토의를 이어나간다. 이 곳 평화교육연수원(원장 박의동)에 모인 분들은 경기도내 초등교원 50명, 중등교원 50명 총100명이다. 교사들이 대부분이지만 이 중엔 교장과 교감도 있다. 7월과 9월 금요일 오후 4시부터 4시간 토요일 6시간 프로그램이다. 총60시간을 이수해야 하고 직무연수 성적도 산출된다. 연수…
2013-07-23 14:44안산 초지고는 19일 41명의 전문 직업인 및 대학 입학 관계자를 초청해 1,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진로 직업 체험의 날을 운영했다. 이 날의 행사는 학생들에게 꿈과 목표에 대한 확신을 통해 직업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했다. 이 체험을 통해 학생들은 합리적인 진로 선택을 하고 직업에 대한 건전한 가치관과 생애 설계에 비전을 가질 수 있다. 나경록 교장은 강사로 참여한 전문 직업인 및 대학 관계자들을 위한 환영 인사에서 “학생들이 미래의 꿈을 키워나가고, 올바른 진로의식 고취를 통해서 자신에게 적합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다양한 분야의 강사를 초빙해 학생들의 미래 선택에 도움을 주겠다”라고 했다. 이 날 행사는 크게 직업 선택 및 학과 소개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자신이 희망하는 분야를 선택해 그곳으로 찾아가서 현장 전문가와 대담을 나누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직업 선택 교육 프로그램은 직업 소개와 전망, 하는 일, 직업인으로서의 자세, 체험담, 보람, 장점과 단점, 그 직업을 갖기 위한 학생의 노력 방향과 준비 방법 제시, 사회 기여도 등을 안내받고, 현실적 문제인 월 평균 보수까지…
2013-07-23 14:41참다운 수업은 무엇일까? 교감하는 교실은 또 무엇일까? 방학 중 방과후학습을 하느랴 학생들은 뜨거운 여름 교실을 학습의 열기로 더욱 달구고 있다.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에게 참다운 수업을 전개시키는 것은 학생을 흥미의 장으로 이끌어 내는 교사의 교수법에 달려 있다. 더위를 잊게 하는 웃음을 학습에 빠져드는 문답식 유도수업을 달변가처럼 쏟아내는 말의 화음을 설화같은 수업을 통해 침묵 속에 화음을 일으키는 교실 수업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바로 참다운 교감 수업 중 하나일 것이다. 출근 전 아침 운동으로 조깅을 하면서 참다운 수업이 무엇이지를 학생들을 연상하며 생각해 보기도 한다. 참다운 수업이란 어떤 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집단의 특성에 맞게 교사가 그들의 심리를 잘 읽어내는 자가 참다운 수업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실에 들어설 때 오늘 이 교실의 수업은 어떻게 이끌어 가야 되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다. 다수의 학생이 엎어져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는 야단을 쳐서 학생들을 깨우기보다는 이들에게 잠을 깨우면서, 화장실에 보내면서, 책을 끄집어 내게 하면서, 발표를 시켜보면서, 시간을 끌면서, 잠을 깨게 하여 수
2013-07-23 14:381학기도 이제 오늘이면 마감하게 됩니다. 무더운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다행히 방학에 들어가게 된 것 같습니다. 지난 학기 동안 아이 때문에 많이 속상하셨을텐데 이것도 인간이 살아가는데 겪어야 할 홍역이라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이처럼 아이와 부모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강’이 흐릅니다. 때로 그 강은 아이와 부모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와 부모는 그 강 위에 ‘가족의 배’를 띄우고 함께 가는 존재가 아닐까요. 아이의 욕망과 부모의 욕망이 비슷하다면 순항하겠지만 아이가 부모의 욕망을 채우지 못하거나 부모의 욕망을 아이에게 강요할 경우 기우뚱거리거나 격랑 속으로 빠져들 수 있을 것 입니다. 아이와 부모 사이에 벌어지는 불행의 대부분은 자녀에게 부모 자신의 욕망을 과다 투여한 데서 비롯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됩니다. 한 학부모의 경우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부모가 ‘응원’해준 사례를 전해 드립니다.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자기 아들에게 과학적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체계적인 공부를 시켜 과학분야를 전공하기를 바라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아이는 자기의 길을 가겠다면 전문대학을 택했지요. 그래서 “부모로서 아쉬움은 있지만 아들이 자신만의…
2013-07-23 14:35방학 첫날이다. 하지만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방과후학교가 시작된다. 선생님들의 노고가 열매로 나타나길 소망해 본다. 교실을 둘러보니 평소와 마찬가지로 선생님의 가르침도 진지하고 학생들의 배움도 진지하다. 이런 가운데 실력이 향상되고 능력이 향상되니 이런 교육활동이 보람된 방학이라 감히 말할 수 있겠다. 흔히들 정치가는 정치하기가 힘들고 교육자는 교육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왜냐하면 백성들의 뜻을 잘 모르고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뜻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백성들의 뜻과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뜻을 잘 알면 모든 백성에게 만족을 주고 모든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에게도 만족을 줄 수 있다. 교육은 정치와 마찬가지로 쉬운 것이다. 어렵지만 아니한 것이다. 사서삼경의 하나인 맹자 七 . 이루장장구상 제6장에서 맹자께서는 “정치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아니하니 거실(巨室:모범이 되는 양반의 집)에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거실이 흠모하는 것을 온 나라가 흠모하고, 온 나라가 흠모하는 것을 천하가 흠모한다. 그러므로 왕성한 덕교(德敎)가 사해에 넘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정치를 잘 하려면 백성들의 뜻을 알아야 하는데, 백성들의 뜻을 알려면 모범이 되는 양반의…
2013-07-23 14:33우리 주변에서 가장 잘 깨지는 것은 유리병이다. 유리병은 쉽게 깨지고 한번 깨지면 영원히 못쓰게 된다. 그런데 유리병보다 더 약한 것이 있는데 바로 인간들의 사랑이다. 기분이 조금만 달라져도 깨지고 서운한 행동, 오해의 말 한 마디에도 사정없이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그 깨진 파편은 주변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불행하게 만든다. 따라서 특별히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랑은 특별한 보호를 통해서 관리 될 때에만 유지될 수 있다. 결국 아름다운 사랑은 지속적인 관심과 상대에 대한 배려를 통해서 완성된다.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든 갈등은 대부분 이 깨진 사랑 때문에 생기는 것들이다. 개인적인 문제도, 사회적인 문제도, 국가적인 문제도 말이다. 이 글을 읽는 선생님들, 지금 학생들을 사랑하고 있다면매사 정말 정말 조심해서 다루셔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금방 깨지는 유리병 같은 존재들이거든요.
2013-07-23 1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