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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향한 도전”…전문대 이색 입학생 눈길

실무교육 기반 진로 재설계
가족·부부·외국인까지 다양
유턴입학 증가…직업교육 주목

새 학기를 맞아 전문대학에 각기 다른 사연을 안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입학생들이 늘고 있다. 한 번의 선택으로 끝나지 않는 진로 환경 속에서, 실무 중심 교육을 통해 삶의 방향을 다시 설계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는 2026학년도 전문대학 입학생 가운데 진로 전환과 재도전을 선택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일반대학을 졸업하거나 중퇴한 뒤 다시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유턴 입학’은 2018년 1537명에서 2026년 2500명 수준으로 늘어나며, 직업교육 중심 경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암대 스마트축산계열에 입학한 박혜란 씨(43세)의 선택은 절박함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봄, 가족이 함께 운영하던 돼지농장이 큰 화재로 전소되며 삶의 기반이 무너졌다. 수십 년 이어온 생업이 한순간에 사라진 자리에서, 그는 단순한 복구가 아닌 ‘완전히 다른 방식의 재건’을 고민했다.

 

경험에 의존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ICT 기반 스마트축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결국 남편과 시동생까지 함께 입학을 결정했다. 가족 세 사람이 동시에 대학 신입생이 된 것이다. 박 씨는 “막막함 속에서 선택한 길이지만, 이제는 가장 확신 있는 선택이 됐다”며 “다시 짓는 농장은 예전과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대 치위생과에 입학한 이인하 씨(27세)는 ‘유턴 입학’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영남대에서 트랜스아트를 전공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오던 학생이었다. 전시를 준비하고 작업에 몰두하던 시간 속에서도 마음 한편에는 ‘이 길의 끝은 어디일까’라는 고민이 남아 있었다.

 

결국 그는 보다 안정적이면서도 전문성을 갖춘 직업을 찾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치과위생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전혀 다른 길처럼 보였지만, 섬세한 손기술과 집중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두 분야는 의외로 맞닿아 있었다.

 

이 씨는 “작품을 완성할 때 느끼던 몰입감이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도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다”며 “이제는 누군가의 삶에 직접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춘해보건대 안경광학과에 입학한 김현우·김주연 씨 부부의 이야기는 ‘함께 만드는 인생 2막’이다.

 

김현우 씨는 대학 졸업 후 10년 넘게 온라인 사업을 운영하며 나름의 성과를 쌓았지만, 늘 ‘지속 가능한 전문성’에 대한 고민이 남아 있었다. 그 고민은 결혼 이후 더 구체적인 형태로 다가왔고, 결국 부부는 함께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현재 두 사람은 경기도에서 울산까지 매주 왕복하며 수업을 듣고 있다. 김 씨는 “왕복 수 시간의 이동이 쉽지는 않지만, 그 시간이 오히려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라며 “차 안에서 수업 내용을 이야기하고 미래를 그리는 과정이 우리 부부에게는 또 다른 성장”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국가고시 합격 후 고향 울산에서 안경원을 창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림성심대 유아교육과에 입학한 김베라 씨(32세)는 ‘삶의 경험이 곧 공부가 되는’ 사례다.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그는 낯선 환경 속에서 언어를 배우고 가정을 꾸리며 10년을 보냈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교육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고, 그 경험을 더 전문적으로 확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씨는 “아이를 키우며 느낀 것은,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읽는 일이라는 점이었다”며 “아이들의 작은 변화까지 이해할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늦은 시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지금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시기라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한국관광대 스포츠트레이너과에 입학한 이시원 씨(20세)는 좌절을 발판으로 방향을 바꾼 사례다.

 

고교 시절 야구부 주장으로 전국대회 우승을 이끌며 주목받았지만, 프로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못하는 결과를 맞았다. 많은 기대 속에서 맞이한 결과였기에 충격은 컸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오래 선수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답이 바로 스포츠트레이너 전공이었다.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키워 선수로서의 수명을 늘리겠다는 판단이었다.

 

이 씨는 “실패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오히려 방향을 다시 잡게 해줬다”며 “이번 선택은 다시 도전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2년 뒤 프로 무대에 다시 도전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이처럼 다양한 배경과 사연을 가진 입학생이 늘어나는 것은 전문대학이 단순한 진학 경로를 넘어 ‘진로 재설계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유턴 입학의 증가는 학벌 중심이 아닌 ‘직업 역량 중심’으로 고등교육 선택 기준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김영도 전문대교협 회장(동의과학대 총장)은 “이색 입학생 사례는 전문대학이 연령과 경력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직업교육의 기반임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현장 중심 교육과 맞춤형 프로그램을 강화해 학습자들이 실질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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