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라한 부산 문화계의 마지막 자존심 새벽녘이었다. 시간은 여명이 트기에는 아직도 먼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동료와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중구 동광동의 인쇄 골목에 있는 기획출판사로 접근하였다. 기획사가 있는 빌딩의 정문 앞에는 자동차 두 대가 주차하고 있었는데, 그와 나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2층의 기획사로 올라갔다. 우리가 문을 가볍게 두드리자 기획사 여사장님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주었다. "인쇄물은 어디에 있습니까?" "옆 건물에 있는 인쇄소에 있으니까 안심해요." "잘 나왔지요?" "그럼, 잘 나왔지. 가만있자, 내가 샘플 좀 보여줄게." 여사장님은 잠시 내실로 들어가더니 깔끔하게 인쇄된 유인물을 가지고 왔다. 노란 갱지에 청타로 찍은 인쇄물은 우선 보기에도 산뜻했다. 먹물을 묻혀가며 등사기로 밀어서 나오던 조잡한 인쇄물과는 그 질이 현저하게 달랐다. 참 좋았다. 역시 돈 들인 보람이 있었다. 이 인쇄물을 내일 교내 행사에 뿌릴 생각을 하니 흐뭇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동료와 나는 서로를 쳐다보며 싱긋이 미소를 지었다. 우린 해냈어! 필자는 이 동광동 인쇄 골목을 지나갈 때마다, 그 시절의 일이 생겨나 늘 미소가 빙그레 피어오른다. 늘 등사기로
2007-07-06 08:49
-동해에 흐르는 관동별곡의 흔적을 따라(1) 고성을란 뎌만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서 단서는 완연하되 사선은 어디 가니, 예 사흘 머은 후의 어디 가 머믈고 선유남 영랑호 거긔나 가 잇난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고듸 안 돗던고 -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10수 중에서 위 노래는 송강 정철이 지은 가사 '관동별곡'의 제 10수에 해당되는 작품이다. 가사는 실제 노래로 연주된 가사(歌詞)와 문학으로 창작된 가사(歌辭)로 구별되는데, 정철의 관동별곡은 후자에 속하는 작품이며 창작 연대는 선조 13년인 1580년이다. 당시 정철의 나이는 45세였다. 관동별곡은 일종의 기행가사이다. 송강이 강원도 관찰사로 임명된 후 임지로 향하던 중에 방문했던 명승지를 뛰어난 문장실력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한 구절 한 구절씩 흠향하면 문장의 깊은 맛이 우러난다. 천년의 세월을 이겨내고 피어난 설중매의 은은한 향이 문장 사이에 배어있다. 그러면 관동별곡은 구체적으로 어디를 노래한 것일까. 송강 정철이 치밀하면서도 부드러운 언어로 노래한 관동별곡에는 관동팔경의 모습이 담겨있다. 즉 고성의 삼일포, 통천의 총석정, 고성의 청간정, 양양의 낙산사, 강릉의 경포대, 삼척의 죽서루, 울진의…
2007-07-06 08:48지금은 학교마다 대부분 1학기 기말고사가 치러지고 있음을 보게 된다. 학생들이 일찍 가방을 들고 길거리를 오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우리 학교도 어제 기말고사가 끝났다. 학생들은 시험이 주는 해방감을 통해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시험의 결과에 의해 슬픔에 잠기기도 할 것이다. 아무튼 학생들은 시험이 주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된 것만은 틀림없다. 시험 이후 방학을 맞이할 때까지의 시간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 시간을 잘 활용하느냐 하지 못하느냐에 따라 자신을 한 계단 높일 수 있느냐 제자리에 멈추느냐 아니면 뒤로 후퇴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학문은 역류하는 배가 같지 않은가? 공부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만만치 않다. 멈추는 순간부터 제자리에도 서 있지 못하고 후퇴하게 된다. 계속해서 노력이 뒤따라야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진보가 있게 된다. 이 좋은 시간들, 여유 있는 시간들, 부담 없는 시간들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 할 일 없이 오락실에 가서 오락이나 하고 시간을 보낼 것인가? 무턱대고 친구들과 어울려 삼삼오오 거리를 헤맬 것인가? 아니면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나 마시고 길에서 추태를 부릴…
2007-07-06 08:48
차창 너머로 파도가 넘실대는 푸른 바다…. 주변에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들어 놓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이름난 관광지…. 곳곳에 숨어 있다 여행객들의 발목을 붙드는 이름 없는 암자…. 동해안은 수평선과 맞닿은 하늘, 하늘 가득 그려놓은 구름까지 아름답다. 그래서 해안선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7번 국도로의 여행길은 생각만 해도 즐겁고 신이 난다. 초행길이라면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바다만 바라봐도 행복한데 설악산과 낙산사까지 구경한다. 여행지에 조금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둘러볼 수 있는 여행지가 휴휴암이다. 휴휴암은 7번 국도로의 여행길에 잠깐이면 둘러볼 수 있는 여행지이지만 볼거리가 풍성하다. 휴휴암(休休庵)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온갖 번민을 내려놓고 쉬고 또 쉬면서 휴식을 취하는 사찰이다. 동해고속도로의 끝 지점인 현남 IC로 나와 7번 국도를 타고 설악산 쪽으로 가다 보면 광진 휴게소 이정표를 만나는데, 이정표 앞에서 오른쪽으로 언덕길을 넘어가면 휴휴암이 숨어 있다. 지난달 23일 가족과 함께 찾은 휴휴암은 1997년 해안가에 세워져 최근에야 알려지기 시작한 작은 사찰이다. 풍광이 아름답고 주변에 특이한 바위들이 많아 짧은 창건 연대에 비해
2007-07-05 17:48
‘여우’ 하면 어떤 단어가 생각날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우’란 말을 들었을 때 ‘꾀가 많다’ ‘얄밉다’ ‘눈치가 빠르다’ ‘구미호’ 이런 말을 떠올립니다. 주로 학생들이 생각하는 말들입니다. 그럼 어른들은 어떨까요. 옛날 어른들은 약삭빠른 사람을 지칭할 때 ‘백여시’ 같다는 말을 주로 사용했어요. 백여시란 단어는 나이 든 여우처럼 능글맞고 교활하고 눈치 빠른 사람에게 쓰는 부정적인 말입니다. 그러나 ‘아기 여우’를 주고 떠오르는 이미지를 말하라 하면 전혀 다른 답이 나온답니다. ‘귀엽다’ ‘부드럽다’ ‘꼭 안아주고 싶다’ 등 주로 친근한 단어들입니다. 사실 여우는 우리 민족과 친근한 동물이기도 합니다. 또한 무서운 존재로 등장하는 동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어렸을 땐 “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 잠 잔다 / 잠꾸러기 /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 세수한다 / 멋쟁이 /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 밤 먹는다 / 무슨 반찬? / 개구리 반찬 / 죽었니? 살았니? / 죽었다 (또는) 살았다 / 하며 여우놀이 같은 노래를 부르며 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되기 위해 사람의 간을 빼먹는다는 여우의 이야길 들을 땐 온 몸이 오싹해 이불 속으로 들어가기
2007-07-05 17:48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지역 주요 사립대학들이 2008학년도 입시 전형에서 내신 4등급까지 만점을 주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정부가 예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내신을 둘러싼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일단 내신을 둘러싼 대학과 정부의 힘겨루기는 한 고비 넘긴 상태지만 언제 또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공론화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입시를 목전에 둔 수험생과 학부모들만 좌불안석이다. 교육부가 공을 들인 2008학년도 입시제도의 특징은 내신에 있다. 그 동안 대입 전형에서 내신 반영률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나 이는 명목상의 반영률일 따름으로 실질 반영률을 따지면 10%를 밑도는 등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나 다름없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교육 양극화 해소에 정책의 주안점을 두고 내신산출방법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꾸는 등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문제는 교육부의 의지와는 달리 대학이 내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현실적으로 내신이 지역과 고교간의 학력차를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내신 반영률을 높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
2007-07-05 13:22
"학교운영위원회, 잘 돌아가고 있을까?" 지난 7월 4일(수) 오후, 리포터가 근무하는 학교 학운위는 2008학년도 교육과정 편제 및 연간 학사일정을 비롯한 5개의 안건 심의를 하였다. 이제 학운위는 더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공동체의 뜻이 합쳐져구성원들의 중지를 모으고 의사소통의중요한 역할을 하는 법적인 위원회로 확실히 자리잡은 것이다. 한 건 한 건 안건을 심의하는 학운위원 표정이 진지하기만 하다.
2007-07-05 13:22지난 5월, 중학생 C모군이 친할머니를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학생은 인터넷 게임에 중독되어 있어 늘 게임에만 몰두하였다. 이를 걱정하던 가족들의 간섭이 싫어 가출하였다. 그러나 며칠 후 귀가한 자신을 꾸짖는 할머니를 넘어뜨리고 둔기로 머리를 내리쳐서 숨지게 한 사건이다. 무엇이 이 학생을 이렇게 잔인한 패륜아로 만들었을까. 이런 저런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우리 아이들이 왜 이렇게 잔인하고 무서워졌을까.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가 어떻게 잘못되었을까. 아마도 그것은 은연중에 ‘폭력을 부추기는 우리 사회의 구조에 그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차제에 학교 현장의 생활지도를 어렵게 하고 있는 요인들이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폭력을 연습시키는 게임산업과 영상산업이 문제다. 앞의 C군의 경우 평소 야쿠자들의 격렬한 격투와 살인 장면이 나오는 인터넷 게임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2006년도 정보통신부 발표에 의하면 3-5세 인터넷 사용자가 64.3%이고 이 중 92%가 게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아들이 즐겨하는 게임의 대부분은 주먹과 칼, 총기를 사용해서 상대방을 죽이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한다. 유아기부터 게임에 몰두하면서…
2007-07-05 10:18학교 급식을 크게 둘로 나누어 모든 것을 학교가 직접 담당하는 직영 급식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몇 개의 학교,지역을 묶어 이른바 밥공장같은 급식센타를 통하여공급할 것인가는 여러 가지면이 고려되고 있지만 위생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며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이 예산 문제이다. 예산이란 한정된 것이어서 각 학교에서 급식을 만들어 공급하는 경우 막대한 예산이 급식에 투자되므로 그만큼 다른 분야에의 예산을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런 차원에서 일본의 작은 도시 아이마리시는 종래 여러 곳에서 분산되어 실시하던 것을 한 곳으로 통합하여 만든 학교급식 센터에서 따뜻한 식사를 공급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6월 28일에 국회를 통과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에서는 3년 이내에 직영급식을 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고등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찬성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와 교육감의 승인을 통해 위탁 급식을 할 수 있다'라는 단서조항을 넣긴 했지만, 위탁급식을 할 경우라도 식자개 선정과 구매, 검수 업무는 학교장이 직접 관할하도록 하여 조리,배식,세척 업무만 위탁하도록 되어있어 실질적으로는 위탁 급식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학교장은 급식에 따른 엄
2007-07-05 10:18
강마을의 하늘은 흐립니다. 그리고 이따금 비가 내리고 드문드문 여우볕이 나옵니다. 안개비 짙은 아침이면 유난히 고운 달맞이꽃이 길가에 노란 등불이 되어 출근길의 절 기다립니다. 아닙니다. 사실은 제가 더 보고싶어하지요. 며칠 전 발가락에 상처가 났습니다. 그런데 이 상처를 그대로 방치했다가 곪아버렸습니다. 무지한 제 행동으로 인해서 열이 나고 가래톳이 생겨서 한밤중 응급실로 가서 링거를 맞고 주사를 맞았습니다. 작은 상처 하나도 이렇게 방치했다가는 얼마나 심한 일을 당하는지 호되게 경험하였습니다. 그래서 옛어른들은 매사에 작은 일이라도 미리미리 처리해 두어야 다음에 힘들지 않고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출을 하거나 무슨 사고를 일으키기 전에 학생들은 우리들에게 작은 신호를 계속 보냅니다. 스스로 도와달라는 무언의 신호를 보내옵니다. 수업시간에 산만하기도 하고, 이유없이 반항을 하기도 하여 자기가 괴롭다는 것을 말이 아닌 몸으로 행동으로 계속 교사에게 부모에게 보여주지요. 그런데, 우리들은 이러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야단을 치거나 벌을 세우기도 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무관심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교사는 레이
2007-07-05 0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