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태양이 나를 달뜨게 했던 지난여름 나는 한 마리 짐승이었다. 내 안에 야생의 피가 흐르고 있었으므로 내 몸은 늘 뜨거웠고 현재에 안주할 수 없었다. 어쩌면 나의 조상은 은빛 갈기가 눈부신 늑대였을 것이다. 하늘을 보면 늘 이마가 시렸고 들판을 보면 심장이 뛰었다. 흐르는 강물 소리만 들어도 갈기가 곤두섰다. 푸른 풍경을 찾아가야 하는, 그것은 본능이었다. 숨 가쁘게 달렸다. 죽창과 황토의 땅 전라도를 지나 경상의 끝으로 갔다. 끝에서부터 역류하여 흙속에 깃든 살 냄새를 맡고 싶었다. 이것을 풍경과의 수상한 연애라 해도 좋다. 남쪽으로 이어진 긴 실핏줄 같은 길을 질주하며 싱싱한 바람으로 배를 채웠다. 이제 내 여름의 항로는 통영에서부터이다. 통영에서 하룻밤을 자고 섬진강으로 풍경을 몰면 된다. 통영은 파닥거리는 도시이다. 거기에는 어떤 간절한 목숨이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중앙시장에서 애틋한 몸부림을 본다. 닥지닥지 늘어선 활어노점상이 도마와 함께 뒤척거린다. 잠을 이룰 수 없는, 간이횟집에서 참돔과 광어가 내 앞에서 옷을 벗는 시간은 짧았다. 하얀 살결이 일회용 접시에 담겨 나오고, 소주를 마시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그 목숨의 전율. 나는 몇 잔의
2010-09-16 14:21수석교사제 시범운영이 2008년부터 현재까지 3년간 시행되고 있다. 수석교사제는 지난 30여 년간 교육현장의 숙원이었다. 3년간 시범운영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수석교사제는 교육 현장에서 동료교사 수업컨설팅, 학습자료 개발 및 지원, 저경력 교사 멘토링, 각종 연수, 수업 시연 등 학교문화 개선에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교육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해 그 사실이 확인된바 있다. 물론 영국, 미국, 싱가포르, 중국 등 우리보다 앞서 시행하고 있는 국가에서도 수석교사제는 매우 성공한 제도로 인정받아 정착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수석교사제는 법제화가 안 된 상황이라 역할이 불분명하고 일부 관리직들과 교사들의 이해부족으로 수석교사활동에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범운영을 수행하고 있는 333명의 수석교사들은 이 제도가 무너져가는 공교육을 활성화시키고 더 나아가 한국교육의 희망이라는 데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온 몸을 불태우며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여러 차례의 토론회와 공청회 및 포럼 등을 통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수석교사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법제화에 동의하고 있음에도 주관적인 오해와 이해 부족으로 일부 교육단체 등에서 수석교사제
2010-09-16 14:11나는 2007년을 전후 한 2년간 육군 보병 34사단장직을 수행했다. 그때 나는 모든 병사들에게 스스로 자신의 인생목표를 찾아 설계하고 병영생활이 그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도록 지휘했다. 목표를 찾아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와 군대생활의 보람을 느끼도록 ‘지휘관’이 아니라 ‘컨설턴트’가 되고자 노력했다. 소위 ‘목표지향적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통해 장병들에게 군 복무기간을 인생의 공백기가 아니라 인생의 기반구축기로 변화시켜 개인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를 연계, 선진 병영 문화 정착과 강군육성에 기여하려 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병사들은 저마다 감동어린 소감문을 나에게 보내주었다. 강민구 병장과 조문영 이병의 체험담도 그 중 하나이다. 강민구 병장의 체험담=(전략)…나는 10대의 삶을 바르지 못하게 살아왔다. 잘못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군에 입대하게 되었다. 보병 제35사단에 전입오니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과거에서 벗어나려고 노력은 해봤지만 나의 미래를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나는 중대장과의 상담과 고민을 거듭한 끝에 문화관광학 교수가 되어야겠다는 인생 목표를 세우게 되었고 군 생활 목표를
2010-09-15 09:27서술형평가, 수행평가 확대 필요 객관화된 점수의 압력 극복해야 최근 학생들의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을 신장하고 바른 인성과 도덕적 판단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교육 분야의 과제 중 하나로 창의․인성 교육의 강화를 설정하고 있고, 이와 관련해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교육과정 운영이나 평가 방법, 학습 환경 개선 등 다양한 주제의 정책과 연구를 추진 중이다. 물론 창의력과 인성 교육에 적합하도록 개선된 평가 방법이라는 것이 기존의 평가 방향이나 방법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평가 체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학교라는 교육 현장에서 시행되는 학생 평가라는 것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즉, 학생들이 학습한 내용과 무관하지 않아야 하며, 학생의 학습 결과를 평가해 성적 등의 결과를 산출하는 데에도 이용되어야 하는 기본적 조건에 부합해야 하는 동시에 창의력을 계발하고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평가 방법의 특성이나 효과를 고려해 볼 때, 서술형평가와 수행평가가 창의력 계발이나 인성 함양 교육을 지원하기에 적합한 평가 방법으로 제안된다. 서술형 문항은 “서답형 중 단답형과 완성형을 제외한 문항
2010-09-09 12:40지난 5월부터 시작해 약 2개월 동안 모든 학교에서 교원평가제가 실시되었다. 교원평가제는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목적으로 교사의 교육에 대한 동료 교원의 평가와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 조사를 하는 것이다. 정부는 교원평가제를 통해 교사의 경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교육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실제로 이 제도는 교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필요하고, 아울러 학교 현장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이번 교원평가 결과 점검할 것이 있다. 우선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 조사 영역은 절차와 방법에서 많은 문제점을 남겼다. 학생 만족도 조사는 참여부터 저조했다. 필자의 학급은 설문 참여자가 45명 중에 5명이 기간 내에 참여했다. 다른 학급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마감을 앞두고 학교 측에서 학생들을 컴퓨터실에 데리고 가 대량 불참 사태를 면했다. 이러다보니 설문 결과는 객관적이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 아이들은 컴퓨터실에 억지로 갔고, 설문 조사도 장난스럽게 진행했다. 다른 반도 참여해야 하니 설문을 진지하게 읽을 시간도 없었다. 이 짧은 시간에도 일부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악플을 남겼다. 개인적인 감정을 그대로 토로하고, 생활지도에 대한 반감
2010-09-09 12:38지난 6월 지방교육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무려 6개 시․도에서 진보성향의 인사들이 교육감으로 당선되었다. 특히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과 경기에서 진보성향 인사들이 교육감으로 당선되면서, 향후 국가와 지방자치 수준의 교육정책 추진에 이들의 영향력이 상당함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교육감의 성향이 진보라서 나쁘고 보수라고 좋을 것은 없다. 진보든 보수든 우리의 차세대 교육에 진정 도움이 되는 정책을 추진하여 집행한다면 하등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다. 다만, 교육정책은 교육이 지니는 독자적 특성상 미성숙한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성과의 장기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따라 기획, 추진, 집행되어야 한다. 교육정책의 결과는 우리 학생들의 현재의 학업과 더불어 국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인적자원의 확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진보교육감들은 자신의 교육 철할 또는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교육정책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진보교육감들의 선거공약 가운데 이슈가 되었던 몇몇 정책은 여전히 의구심을 낳고 있다. 그 첫째가 초․중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이다. 예나 지금이나 학교의 예산이 넉넉했던 적은 없었다. 따라서 부족한 예산으로 당장 무상
2010-09-09 12:36신임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공식 취임을 마치고 교과부의 새 수장으로 업무를 시작함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후반기 교육개혁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해 나갈지 기대와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독특한 경력을 가진 설동근 교과부 제1차관과 맞춰나갈 호흡에도 관심이 높다. 표면적으로 볼 때는 코드가 맞지 않는 장 차관으로 보이지만 교과부장관취임 이전부터 현 정부의 교육개혁을 지속적으로 주도해온 장관과 부산발 교육혁신을 이끌어내면서 9년9개월 동안 교육감을 지낸 차관의 역량은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신임장관과 신임 1차관의 코드는 개혁성에서 정확히 일치한다 할 수 있다. 즉 공교육의 개혁을 통해 교육정상화를 꾀한다는 기본적인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시 교육감 시절부터 이어진 신임 1차관만의 독특한 교육개혁의 추진과 신임장관의 현장중심 개혁이 서서히 가시적인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부산교육의 수장으로써 숱한 성과를 일궈냈던 설 차관의 역량과 현장중심의 교육정책을 펴겠다는 신임장관의 코드가 다시 한 번 맞아 떨어진다면 우리가 짐작하지 못했던 훌륭한 교육개혁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가 된다.
2010-09-06 09:14얼마 전에 좋아하는 동생부부와 저녁을 같이했다. 만나자 마자 학교얘기를 하던 차, 대뜸 “형님은 아직도 교사가 뭘 바꿀 수 있다고 보나 봐요? 그런 오만함이 아직도 형님에게 남아 있다는 게 대단해 보이십니다.” 하면서 농담반 진담반 냉소적인 어투로 일침을 가해왔다. ‘그래, 그 아우말대로 ‘오만함이겠지. 이 미미한 존재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어쩜 교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지, 어떤 것을 바꾼다는 것은 아주 위험스런 생각이고, 매우 건방진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문득 이런 가정을 해 본다. 우선,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교사의 그 어떤 교육활동도 수요자, 즉 학생, 학부모로부터 동의를 받지 못하면, 그 교육 행위는 정당화 될 수 없는가? 학생의 인권이 중요한 만큼 교사들의 교육권도 함께 진지하게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교사가 일방적인 약자로 간주되는 한 더 이상 발전된 교육은 없는 것이다. 교사의 혼이 담겨있지 못하고, 신념과 철학을 구현하지 못하는 학교는 이미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는 무엇을 가리키는가? 국가가 만들어 놓은 교육과정을 빠짐없이 성실하게 대변하고, 전수시키는 것만이 교육이라 한다면, 그 행위는 단순한 지식전달자로서
2010-09-02 1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