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7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법안 심사 소위원회에서 ‘수석교사제’ 시행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및 교육공무원법이 통과됐다. 30여 년에 걸쳐 많은 연구와 논의를 토대로 4년간의 시범과정을 거쳐 드디어 법제화에 이른 것이다. 그동안 관련 학회를 비롯해서 한국교총 등 교육계에서 기울인 노력의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수석교사제는 1981년 한국교육개발원에서 교육공무원 인사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선임교사 및 교장임기제와 함께 제안됐다. 그러나 교장임기제만 먼저 시행되고 선임교사, 수석교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교사 자격제도의 다단계로 인한 교직사회의 관료화 우려 및 추가 재정 소요 등이 주요 이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수석교사제 문제가 계속 논의되다가 사라지고, 사라지는가 하면 다시 논란이 거듭되어 온 쟁점 과제로 남아있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논란의 과정을 통해 수석교사의 역할과 지위, 처우, 지원 조건 등에 대한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교육행정학의 대가인 켐펠(Campbell) 교수의 주장처럼 기본적인 힘의 작용, 선행운동 과정, 정치적 활동, 그리고 공식적인 법제화(formal enactment) 등의 과정을 제대로 거친 셈이다. 그러나 앞으로 학교 현장에 정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요할 것으로 보인다. 수석교사의 역할 수행이라든지 선발 방식, 역량 개발, 처우 및 지원조건 등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석교사제는 교수활동과 경영관리 활동의 자격이 혼합되어 있는 교원자격 구조로부터 교수활동 중시의 풍토를 조성하자는데 기본 취지가 있다. 학생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일보다도 경영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교감, 교장 직위의 승진에 연연하는 교직풍토로부터 교사들로 하여금 자부심과 긍지, 보람을 가지고 교단 교사로서 교육활동에 전념하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다. 대학의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교수로 이어지는 직급체계나 연구소에서의 연구원-책임연구원-수석연구원-연구위원 등의 직급처럼 교수 또는 연구 활동 위주의 새로운 교사자격 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수석교사’라는 용어 때문에 그런지 약간의 오해도 없지 않는 것 같다. 수석교사는 단위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의 대표나 우두머리가 아니다. 따라서 학교마다 1인씩 배치한다거나 교과 또는 학년별로 하나씩 둘 필요도 없다. 단위 학교에 여러 분의 수석교사를 배치할 수도 있고 소규모 학교 같은 데는 배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자격 기준에 맞으면 학교 규모나 전공교과에 상관없이 일정한 심사 과정을 거쳐 임명하도록 할 수 있다.
수석교사제 도입은 앞으로 점차로 교사자격체제 개편이 이루어지는 시발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2급정교사-1급정교사로부터 선임교사로, 그리고 수석교사제로 이어지도록 함으로써 교사의 전문성 개발, 심화를 유도∙촉진하는 체계가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수석교사에 이르기 전 단계로서 선임교사 자격을 취득하도록 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교원정책은 사범학교 및 교육대학교의 양성기간 연장, 교육공무원 임용에 있어서 국∙사립 출신 차별 철폐, 복수 교원단체 활동 허용 등을 통해 학교 교육의 질 향상과 교직의 위상 강화, 학교사회의 민주화, 개방화 그리고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어왔다. 이처럼 앞으로 수석교사제 도입으로 학교에서 교수활동 중시 분위기 조성과 교원의 전문성 개발∙신장을 촉진할 뿐 아니라 교직사회의 맥이 되고 있는 승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오는 기점이 되면 좋겠다.
앞으로, 수석교사가 단위학교에서의 수업지도성 발휘와 학생지도, 연수 등에 관한 전문적 멘토 역할을 수행하도록 자리매김 되어야 할 것이다. 교직사회 발전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수석교사제가 앞으로 학교풍토를 바꾸고 학교교육의 효과를 높이는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하여 프랑스에서의 아그레가시옹 교사자격처럼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는 ‘수석교사제’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는 시간을 두고 논란을 벌이면서 법제화에까지 이르렀지만 그 성공적인 수석교사제 연착륙 여부는 이제 교직사회의 몫이다. 교원들의 호응과 이해, 정책결정권자들의 지원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
수석교사제가 본래 취지대로 교육활동을 중시하는 교직풍토가 조성되고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교사들로 하여금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고 학교풍토의 바꾸는 기재가 되어야 할 것이다.